천상(天上)의 향기 - 39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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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天上)의 향기 39(십이사(十二死)의 만남)-2
수혜는 잠마동주의 명령에 의해 장백파의 호법하나를 처리하고 장기와 함께 객점에 투숙하고 있었다. 장기와 보낸 몇 달 동안 수혜에게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먼저 신체적으로 가슴과 엉덩이가 커지고 허리가 개미허리처럼 잘록해 졌다. 키도 조금 더 자란 모양이다. 얼굴의 변화가 있었다. 여자나이 18살이니 꽃 봉우리가 만개하듯 육체적으로 완숙의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치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수혜의 향기는 순수하거나 정갈한 아름다움이 아니었다. 남자들이 수혜를 보면 넋이 빠져 멍청해 지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수혜는 자신의 변화에 당황했다. 자신이 보아도 너무나 요염(妖艶)하고 관능적인 몸으로 변해버린 것이다. 몸매뿐만 아니다. 눈빛은 몽롱하고 무언가를 갈구하는 듯이 보인다. 눈, 코, 입술.........남들과 틀린 것은 없다. 그런데 분위기가 틀리다. 그녀를 보고 있으면 성욕이 일어난다. 신체의 변화뿐만 아니다. 언제부터인가 길가는 남자들만 보아도 몸이 뜨거워지고 야한 상상을 하게 된다. 수혜는 자신의 모든 변화가 흡정마녀의 무공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잠마동에서 만났던 여인의 말처럼 흡정마녀의 무공은 자신이 노력하지 않아도 자신의 잠재의식 깊숙이 들어와 자신을 끊임없이 변화시키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이 이렇게 변한 원인 중에는 자신과 한조가 된 장기의 영향도 있었다. 장기라는 놈은 무척 색을 밝히는 놈이다. 그는 기회만 있으면 여자들과 즐기려한다. 이번에 죽인 장백파의 호법은 자신의 애첩과 함께 침상에 있다가 수혜의 검에 목이 날아갔다. 호법을 죽이고 나자 장기라는 놈은 잠깐의 망설임도 없이 수혜를 앞에 두고도 태연하게 호법의 애첩을 강간하려 했다. 장기라는 놈은 변태다. 여자를 강간하는 것으로 성이 차지 않는지 갖가지 고문을 즐긴다. 수혜는 장기가 여자를 강가하는 장면을 훔쳐보았다. 언제부터인가 장기라는 놈이 여자를 강간하면 자신도 모르게 그 장면을 훔쳐보는 버릇이 생겼다. 장기라는 놈도 자신이 훔쳐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놈도 수혜의 시선을 즐기는 모양이다.
수혜와 장기가 식사를 하기 위해 객점에 있는 탁자에 자리했다. 객점에 있는 남자들은 수혜의 도발적이고 관능적인 아름다움에 넋이 빠져 수혜를 훔쳐보는데 정신이 없다. 수혜도 남자들의 시선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다. 기분이 상해야 정상이다. 그런데 은근히 남자들의 시선을 즐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장기는 힐긋힐긋 수혜를 훔쳐보는 남자들을 차가운 눈으로 바라보니 남자들은 고개를 숙이고 자신들끼리 소곤거린다. 겉보기에 장기는 자신이 익히고 있는 무공만큼이나 차가운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 눈빛과 얼굴에서 뼈를 애는 듯한 살기가 물신 풍기는 것이다.
“참내~ 지들도 남자새끼들이라고.........쩝~ 점소이 여기 주문 받아.”
장기의 부름에 점소이가 달려왔다. 점소이도 장기의 눈을 피해 수혜의 몸매를 힐긋힐긋 훔쳐본다. 수혜는 점소이가 환한 미소를 지어주었다. 점소이의 뺨이 붉어지며 넋이 나간 표정이 되었다. 장기는 점소이를 보고 쓰고 웃고 만다. 이놈도 사내놈이라고 수혜에게 넋이 나간 모양이다.
“가서 오리고기하고 술이나 가지고 와라.”
장기의 차가운 말에 점소이가 정신을 차렸다. 그는 주방으로 걸어가면서도 고개를 돌려 힐긋힐긋 수혜를 훔쳐본다. 장기는 눈을 감아버렸다. 수혜를 보고 있으면 자신도 주체할 수 없는 성욕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장기가 변태적인 색을 즐기는 것은 수혜의 영향 때문이다. 수혜를 보는 것만으로 불끈불끈 성욕이 솟구친다. 수혜로 인해 생긴 성욕을 해소하기 위해 다른 여자를 범해보지만 다른 여자를 범하는 와중에도 머릿속에는 수혜만이 가득했다. 자신이 변태적으로 변한 것도 따지고 보면 머릿속에서 수혜를 잊어버릴 정도로 강한 자극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수혜와 장기가 음식을 기다리고 있는데 객점에 꽃을 파는 소녀가 들어왔다. 소녀는 바구니에 담긴 꽃을 손님들에게 팔려고 했다. 하지만 꽃을 사는 사람은 없다. 소녀는 장기와 수혜가 있는 탁자로 왔다.
“예쁜 언니. 꽃 한 송이 사주 세요. 아주 아름다운 꽃이랍니다.”
“얼마니.”
“어머~ 사주시려고요........감사합니다. 엽전 한 냥입니다”
수혜는 은자를 꺼내 소녀에게 주고 꽃을 받았다. 은자를 받아든 소녀가 곧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처럼 울상이 되었다.
“왜 그러니.”
“죄송해요. 소녀에게는 거슬러 드릴 돈이 없어요. 어떻게 하죠.”
“거스름돈은 필요 없어.”
“감사합니다. 그래도 그냥 받을 수는 없죠. 자~ 이것도 받으세요.”
소녀는 수혜에게 다른 꽃을 내밀었다. 수혜는 사양하려 했다. 하지만 소녀는 수혜의 손을 잡아 그녀의 손에 꽃을 쥐어주었다. 수혜는 손을 펼쳐보니 손바닥에 작은 쪽지가 쥐어져 있었다. 소녀가 꽃과 함께 전한 쪽지다.
“방에 예쁘게 장식하세요. 버리지 마시고 꼭 꽃병에 꽃아 두셔야 해요.”
소녀는 총총걸음으로 객점을 빠져나간다. 수혜는 소녀의 말뜻을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버리지 말고 방에 장식하라는 말은 꽃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소녀가 전해준 쪽지를 말하는 것이었다. 수혜는 쪽지를 소매에 감추었다. 식사가 끝나고 수혜는 자신의 방에 올라와 소녀가 전해준 쪽지를 펼쳐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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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월 십일 개봉 공자묘 앞에 있는 개봉객잔에서 십이사들의 회동이 있을 예정입니다.
잠마동주의 정체와 마령단의 비밀에 대해 밝히고 앞으로 우리의 대처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니 한분도 빠짐없이 참석해 주시기 바랍니다.
또한 십이사들의 일거수일투족은 잠마동주에 의해 감시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시고 개봉으로 이동시 각별히 주위하기 바랍니다.
- 제일사 아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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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지의 내용은 간단했다. 쪽지를 들고 있는 수혜의 손이 떨리고 있다. 쪽지의 끝에 쓰인 ‘제일사 아군’이라는 글 때문이다. 아군은 살아있었다. 그가 잠마동을 출관하여 자신(?)에게 소식을 전해온 것이다. 가슴이 진정되지 않는가? 얼마나 보고 싶던 아군인가. 얼마나 그리워했던 아군인가? 그가 살아있다. 그가 자신을 찾고 있다. 수혜의 뺨에 눈물이 흐른다.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나는 것이다. 아군이 겉에 있을 때는 그가 자신에게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 몰랐다. 자신을 그를 얼마나 믿고 의지하며 사랑하고 있는지 몰랐다. 자신은 아군을 사랑하고 있었던 것이다. 수혜는 쪽지를 품에 안고 감격에 몸을 떨었다. 수혜는 마음이 진정되자 한참을 고민했다. 쪽지를 장기에서 보여주어야 할지 말아야할지 고민이다. 쪽지는 어느 한사람에게 보낸 것이 아니라 십이사 모두에게 보낸 것이다. 장기도 십이사의 한사람이다? 수혜는 자리에서 일어나 장기의 방으로 갔다. 장기는 탁자에 앉아 있었고 그의 앞에는 쪽지 한 장이 있었다.
“어서와요. 안 그래도 당신에게 가려고 했어요.”
“무슨 일로..........”
“방에 올라오니 이상한 쪽지가 탁자에 있더군요. 일사라는 사람이 보낸 쪽진데.........우리보고 개봉으로 오라고 하네요.”
“저도 그 쪽지 때문에 왔어요. 저에게도 쪽지를 보냈어요.”
“조금 전에 꽃 파는 꼬마가 전한 거죠.”
“아........알고 있었어요.”
“꼬마가 당신 손에 쪽지를 쥐여주는 걸 봤죠...........당신은 어떻게 할 거죠. 갈 건가요.”
“쪽지에 젖힌 제일사 아군이란 사람은 제가 알고 있는 사람이에요. 누가 장난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아군........아군이라.......나도 기억해요. 좋아요. 당신이 원하는 눈치니 가보도록 하죠.”
“지금 출발하는 건가요.”
“서두르지 마세요. 이월 십일이라면 아직 시간이 있어요. 그리고 쪽지에도 나와 있지만 우리는 잠마동주의 감시를 받고 있어요. 개봉으로 출발하기 전에 잠마동주의 눈을 따돌려야 해요. 제가 방법을 생각해 보죠.”
수혜는 알았다는 대답과 함께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장기는 탁자에 있는 쪽지를 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장기는 배화교 광명좌사의 아들이며 일공자의 친구다. 쪽지를 보면 일사라는 놈은 잠마동주의 정체에 대해 알고 있는 눈치다. 그가 어떻게 잠마동주의 정체를 알아냈을까? 그리고 마령단의 비밀이란 무엇일까? 자신도 모르는 비밀이 있단 말인가? 자신은 스스로 원해서 잠마동에 들어갔다. 배화교에서 잠마동에 들어간 인원은 자신을 포함해서 천명이 넘는다. 그중에서 살아남은 사람은 자신과 십이사인 마수뿐이다. 잠마동은 같은 배화교도들에게도 자비가 없었다. 잠마동에서의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이가 갈린다. 자신과 함께 잠마동에 들었던 동료들은 다른 사람들이나 잠마동의 함정에 빠져 죽음을 면치 못했다. 심지어 시체조차 남기지 못하고 다른 사람들의 먹이가 된 사람들도 부지기수다. 장기는 쪽지를 찢어버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다가갔다. 창문 너머로 밖의 풍광이 보인다. 주위어딘가에 자신을 감시하는 감시자가 있을 것이다. 잠마동주는 광명좌사의 아들인 자신도 믿지 못하고 감시자를 붙인 것이다. 그는 창문을 닫고 침상에 누워 감시자를 따돌린 계획을 세웠다. 가보자. 가보는 거다..........개봉에 가서 나머지 십이사를 만나보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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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치와 곽지향 청해성의 성도인 서령이라는 곳에 있었다. 서령은 해발 2,200m의 공기가 깨끗한 고원도시로 주위는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동서로 황수(湟水)가 흐르는 아름다운 도시다. 서쪽의 오로목제(烏魯木齊), 남쪽의 랍살[拉薩]과 통하는 교통의 요충지이기도 하며 주요 중국 최대의 담수호인 청해호(靑海湖)와 중국의 6대 라마사원 중 하나 탑이사(塔爾寺)을 가 있다. 도치에게도 쪽지가 배달되었다. 도치는 쪽지를 보다가 끝에 있는 아군이란 이름을 보고 방이 떠나가도록 웃었다. 아군이 살아있었다. 쉽게 죽을 놈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일사가 되어 쪽지를 보낼 줄은 몰랐다. 도치의 웃는 소리에 도치와 한조인 곽지향이 들어왔다. 그녀의 손에도 쪽지가 들려 있었다. 그녀는 도치의 손에 들린 쪽지를 보았다.
“당신도 쪽지를 받았어요.”
“하하하~ 내가 가끔 이야기하던 놈 알지.........아군이 놈이 살아있었어.”
“좀 조용히 하세요. 다른 사람 다 듣겠어요.”
“미안........미안........너무 기뻐서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켜졌네. 당신도 받았어.”
“당연히 받았죠. 쪽지는 십이사 전원에게 보내진 겁니다. 어떻게 하실 거죠.”
“뭘~ 어떻게........당연히 가야지. 생각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어. 당장 출발하자.”
“휴~ 당신 머리는 장식품으로 달고 다녀요. 생각 좀 해요. 생각...........쪽지에도 나와 있지만 우린 잠마동주의 감시를 받고 있어요. 그리고 삼일 안에 곤륜파의 지부장도 처리해야 해요.”
“뭐야........그럼 당신은 안가겠다는 거야. 당신이 안가겠다면 나 혼자라도 갈 거야.”
“누가 안가겠다고 했어요. 가야죠. 당연히 가야죠. 하지만 잠마동주 몰래 가야죠.”
“가겠다고 마음먹었으면 당장 출발하면 그만이지 무슨 말이 그렇게 많아.”
“입 닫치고 들어봐요. 휴~ 정말 힘들다............잘 들어요. 당신은 내일 나와 함께 출발해요. 대신 당신은 중간에서 빠져서 개봉으로 출발하세요. 지부장은 내가 처리할게요. 다행이 마령단이 발작할 때까지는 시간이 있으니 서두르면 개봉까지 다녀 올수 있을 거예요.”
“저기........당신은 안가겠다는 거야.”
“몇 번이나 이야기해요. 당연히 가야죠. 당신 나보다 빨라요. 당신 경공은 형편없잖아요. 지부장 처리하는 대로 따라갈거니 걱정하지 말고 개봉으로 죽어라 달려가세요.”
“아........알았어. 그런데 화내지 마라........화내니까 무섭잖아.”
“으그~ 저 화상..........내일 아침 일찍 출발해야하니까 일찍 주무세요.”
곽지향은 ‘꽝’하고 문을 닫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도치는 커다란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머리를 긁적거리다 침상에 가서 누웠다. 곽지향이라는 여인........얼굴도 예쁘지만 성격 또한 시원시원하며 지혜로운 여인이다. 단순무식한 도치가 나이도 어린 곽지향 앞에서 꼼짝 못하는 이유는 그녀가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지혜롭고 심지가 깊은 여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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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군의 명의로 보내진 쪽지는 중원각지에 펴져 있던 십이사 모두 배달되었다. 아군의 쪽지를 받은 십이사들은 잠마동주의 눈을 피해 개봉으로 출발했다. 그들도 잠마동주와 마령단의 비밀에 대해 많은 궁금증을 가지고 있었고, 십이사 대부분이 잠마동주에게 깊은 원한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군과 궁아라도 개봉으로 출발했다. 궁아라가 보니 아군의 얼굴이 무척 상기되어 있었다. 아가씨를 만난다는 사실에 흥분한 모양이다.
“아군........이쯤에서 추적자들을 따돌리자.”
“예~ 짐은 모두 챙기셨어요.”
“짐이라고 해야 약간의 돈과 약이 전부야. 모두 품속에 챙겨두었어.”
아군은 궁아라에게 다가가더니 자신의 말에서 궁아라의 말로 이동했다. 궁아라는 아군의 품속으로 파고들었다. 아군은 궁아라를 안고 하늘 높이 솟구치더니 공중에서 방향을 틀어 순식간에 살아져 버린다. 아군이 멀리 날아가 버리자 근처에 있던 숲이 흔들리며 검은 그림자들이 아군의 뒤를 축적했다. 하지만 아군의 경공이 너무 빨라 그들의 능력으로는 도저히 쫒아갈 수 없었다.
“어떻게 하지........저번에도 한번 놓쳤는데 이번에도 놓치면 큰일인데.......”
“걱정하지 마. 저것들이 도망가야 별수 있어. 마령단에 중독된 이상 다시 돌아오겠지. 살아진 방향이 천목산 쪽이니 그쪽에 있는 놈들에게 연락이나 하자.”
검은 그림자 중 한명이 품속에서 폭죽을 커내 하늘로 솟아 올렸다. 폭죽은 하늘 높이 올라간 폭죽은 노란색 연기를 피우며 떨어진다. 아군은 천목산으로 달려가다가 방향을 틀어 개봉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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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군과 궁아라가 개봉에 도착했다. 그들의 모습이 변했다. 아군은 40대 중년 남자로 역용을 했고, 궁아라도 30대 중반의 여인으로 변장을 했다. 잠마동주의 눈을 피하기 위해 변장을 한 것이다. 아직 십이사들과의 약속 시간까지는 이틀이 남았다. 그들은 바로 개봉객잔으로 향하지 않고 개봉일대를 돌아보기로 했다. 아군과 궁아라는 출출한 배를 채우기 위해 작은 객점으로 들어갔다. 그들은 간단한 소면과 만두를 주문했다.
“누님.......술이나 한잔 합시다.”
“요즘 들어서 자주 마시네.”
“누님은 싫어요. 시간도 많은데 한잔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
“알았어...........점소이 여기 술 좀 가져 와요.”
점소이는 만두와 소면 그리고 독한 죽엽청을 가져 왔다.
“술이라고는 이것 밖에 없어요.”
“상관없으니까 항아리로 가져다주세요.”
“방금 항아리라고 했어요.”
아군이 고개를 끄덕이자 점소이는 걱정스럽다는 눈길로 아군을 보더니 잠시 후에 커다란 항아리를 끙끙 가리며 가져왔다. 값싼 죽엽청이다보니 담아놓은 항아리도 거대했다. 아군과 궁아라는 소면을 먼저 먹고 만두를 안주삼아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궁아라와 아군의 얼굴이 붉어졌다. 술기운이 올라온 것이다.
“자네 요즘 소문 들었어........요즘 본방과 천마마련 사이가 심상치 않다고 하더군. 방주님과 장로님들의 화합이 최근들이 부척 늘어난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그렇게 말일세. 그동안 잠자코 있던 천마마련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모양이야.”
“본방에서 천마마련에 살수를 보냈다는 소문이 있어.”
“말도 안돼는 말이야. 우리 개방이 살수 나부랭이나 보내는 방파인줄 알아.”
아군이 떠들고 있는 사람들을 돌아보니 40대 중반의 사내들이다. 옷차림을 보니 개방의 방도들 같다. 아군이 피식 웃으며 궁아라에게 술을 권했다. 궁아라도 사내들을 말을 들은 모양이다.
“그놈이 스스로 무덤을 파내........개방이 어떤 방파인데 그런 꼼수를 쓰지.”
“잠마동주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놈이 아니면 누구겠어. 개방은 중원 최고의 정보망을 가진 방파야. 그런 방파를 상대로 거짓말이 통할 것 같아.”
궁아라는 잠마동주의 속셈을 알 수 있었다. 천마마련과 개방을 이간질시키려는 모양이다. 하지만 그건 쉽지 않을 것이다. 개방은 중원 최고의 정보망을 가진 방파이며 천마마련은 잠마동주의 존재를 알고 있다. 천마마련이나 개방이 잠마동주의 바람대로 전면전으로 가진 않을 것이다. 아군은 궁아라에게 술을 따라주고 자신의 잔에도 술을 채웠다. 갑자기 아군이 술잔을 공중으로 던지더니 다른 손으로 술잔을 잡았다. 누군가 자신의 술잔을 뺏으려했기 때문이다.
“허허~ 그놈 참~.........손놀림 하나 빠르네.”
아군의 옆에 악취를 풍기는 노인이 나타났다. 아군의 술잔을 뺏으려했던 노인이다. 노인이 나타나자 궁아라가 코를 잡고 예쁜 눈썹을 찡그린다. 노인은 염소수염에 머리는 산발을 했고, 걸치고 있는 옷은 몇 년은 빨지도 않았는지 땟국물이 줄줄 흐른다. 노인이 나타나자 한쪽에서 술을 마시고 있던 사내들이 벌떡 일어나 허리를 숙이려 했고 노인은 귀찮다는 듯이 팔을 휘두르니 사내들은 뒤뚱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야~ 거지새끼들아........누가 객점에서 술 처먹으라고 했어. 거지가 자기돈 내고 술 먹는 봤냐. 거지란 술도 빌어먹어야 하는 법이야.”
“죄...........죄송합니다.”
“당장 꺼져........다시 한번 이런 곳에서 술 처먹는 거 보며 그때는 가만두지 않았다.”
노인의 말에 사내들은 인사도하지 않고 도망치듯 객점을 빠져나갔다. 노인은 사내들이 모두 빠져나가자 자신의 허리춤에 있던 호리병을 깨내더니 호리병의 마개를 따고 아군이 마시고 있던 술 항아리에 집어넣었다. 항아리에는 아직 반 정도의 술이 남아 있었다.
“콜~ 콜~ 콜~”
호리병에 술이 들어간다. 아군은 항아리를 보았다. 항아리 속에는 호리병뿐만 아니라 노인의 더러운 손까지 담겨져 있었다. 노인은 호리병이 가득차자 호리병에 담긴 술을 마신다.
“카악~ 술맛 죽인다. 역시 빌어먹는 술이 맛있다니까?”
“제가 언제 할아버지에게 적선했나요.”
“이놈아~ 네놈 눈에는 내가 할아버지로 보이냐. 비록 좀 늙어 보이기는 해도 이제 겨우 칠순 조금 넘었다. 아직 할아버지 소리 듣기는 이르지........”
“쩝~ 좋습니다. 할아버지라는 말은 취소하죠. 하여튼 훔쳐간 술은 어떻게 하신 거죠?”
“훔치다니........이놈이 이상한 말을 하네. 내가 훔쳤다는.......증거 있어. 증거 있냐고........”
“방금 노인께서 항아리에서 술을 훔쳐가셨잖아요.”
“좋다............한 가지만 물어보자. 너 이술 마실 거냐.”
“못 먹죠. 어떻게 먹어요.”
“이거 봐~ 버릴 술이잖아. 어차피 버릴 술을 내가 먹겠다는데 그것도 불만이냐. 하여튼 요즘 어린놈들은 음식 아까운줄 몰라요.”
노인의 억지에 아군은 쓰게 웃고 말았다. 궁아라는 코를 막은 상태에서 손짓을 한다. 술이나 주고 빨리 보내라는 뜻이다. 아군도 노인에게 풍기는 악취가 참기 힘들었다.
“좋습니다. 술은 드릴 테니 그만 가보세요.”
“쩝~ 그럼 내가 마셔도 되는 거냐.......허허허~ 그놈 보기보다 인심이 후한 놈이네. 좋다. 훔쳐갔다는 말을 사과하는 의미해서 내가 주는 술이나 한잔 받아라.”
노인은 탁자에 있던 아군의 술잔에 술을 채워주었다. 아군보고 지저분한 술을 마시라는 말이다. 아군은 잠깐 망설이더니 술잔을 들어 입속에 털어 넣었다. 잠마동에서 인육도 먹었던 아군이다. 또한 노인은 자신이 술을 마시지 않으면 물러날 기미가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이놈아~ 마셨으면 나에게도 한잔 권해야지. 넌 예의도 모르냐.”
노인은 아군의 옆자리에 엉덩이를 들이밀었다. 궁아라의 얼굴이 굳어진다. 화가 나는 모양이다. 오랜만에 아군과 오붓한 시간을 보내려 하는데 거지노인이 방해를 한다. 아군은 궁아라에게 눈짓을 했다. 참으라는 뜻이다. 궁아라는 앞에 있는 술을 벌컥벌컥 마셔버린다. 아군 때문에 화를 내지 못하겠고 속이 타기 때문이다.
“점소이 여기 술 좀 내와요.”
궁아라의 말에 점소이가 죽엽청 한 병을 가지고 왔다. 아군은 항아리에서 술을 펴서 노인에게 주었다.
“킥킥킥~ 오랜만에 취해볼까? 난 취걸개라고 한다. 네놈 이름이 뭐냐.”
궁아라의 눈빛이 반짝인다. 취걸개라고 하면 우내십기(宇內十奇)중의 한명으로 현재 개방의 태상장로로 있는 사람이다. 궁아라가 노인을 살펴보니 노인의 등에 일곱 개의 자루가 보인다. 사실인 모양이다.
“아군이라고 합니다.”
“아군이라..........처음 듣는 이름이네. 그러나저러나 왜 얼굴에 철판을 깔고 다니는 거냐. 지은 죄가 많은 모양이지.”
“얼굴에 철판을 깔다니요. 제가 무슨 철판을 깔았다는 말씀입니까?”
“천면역용술이 아무리 대단한 기공(奇功)이라고 해도 내 눈은 못 속인다.”
“쩝~ 천면역용술을 단번에 알아보시는군요.”
노인은 잔에 따라 마시는 것도 귀찮은지 항아리를 통째로 들어서 입속에 털어 넣었다. 반 이상 남아있던 술을 한번에 마셔버린 것이다.
“컥억~~”
노인이 트림을 하자 객점에 악취가 진동한다. 궁아라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상대가 취걸개라면 같이 있어 좋을 것이 없다. 아군도 궁아라의 눈치를 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모두 드신 것 같으니 저희들은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가려느냐.”
“가야죠.”
아군은 노인에게 인사를 하고 궁아라와 함께 객점을 나갔다. 취걸개는 멀어지는 아군과 궁아라를 보며 앞에 있던 만두를 우걱우걱 씹어 먹었다.
“요즘 개봉에 이상한 놈들이 나타나는군...........빙궁의 계집과 함께 다니는 놈이라.......하여튼 한동안 심심하지는 않겠어.”
아군과 궁아라는 자신들이 투숙한 객점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조금 전에 그 노인이 누군지 알아.”
“자기가 취걸개라고 했어요.”
“취걸개는 우내십기중에 한명이야. 옛날에는 무림십기라고 불렸는데........요즘에는 우내십기라고 부르는 사람들이지.”
“우내십기요..........어쩐지 풍기는 기도가 대단했어요.”
“한동안 모습을 감추고 있던 취걸개가 다시 나타난걸 보니 백도 무림도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한 모양이야.”
“그들도 소문을 들었겠죠.”
“하여튼 조심하자.........우리가 만나는 것은 비밀로 해야 해.”
“조심해야죠........”
궁아라와 아군은 다정하게 손을 잡고 객점으로 돌아간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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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해성의 성도 서녕은 해발 2,200m의 공기가 깨끗한 고원도시이다. 주위는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동서로 황수(湟水)가 흐르는 아름다운 도시인 서령은 서쪽의 오로목제(烏魯木齊), 남쪽의 랍살[拉薩]과 통하는 교통의 요충지이기도 하다. 주요 구경거리로는 중국최대의 담수호인 청해호(靑海湖)와 중국의 6대 라마사원 중 하나 탑이사(塔爾寺)을 들 수 있다.
시의 남서쪽 약 20km의 황중현[湟中縣]에 있는 탑이사[塔爾寺]는 라마교 황모파(黃帽派)의 시조인 종객파(총카파)[宗喀巴]의 탄생지이고, 절의 기와를 황금으로 도금한 진와사[金瓦寺]로 알려져 있다. 이밖에 청진대사[淸眞大寺]·북선사[北禪寺]·노야산[老爺山] 등이 있다.
청해호에는 산란기가 되면 약 10만 마리의 철새가 찾아들기 때문에 새 관찰을 하는 조류가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탑이사는 서령에서 가장 볼 만한 사원으로, 1천 개 이상의 사원과 탑으로 이루어져 있다. 본전인 대금와전(大金瓦殿)은 구리에다 금도금을 입힌 기와가 번쩍이는 장려한 모습으로 높이는 19m 정도된다. 이 절의 최대의 건물은 티벳 건축 양식으로 지은 대경전(大經殿)으로 당 안에는 168개의 기둥이 받치고 있으며 1천명 분의 좌석이 설치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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