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SF

천상(天上)의 향기 - 34부

본문

천상(天上)의 향기 34(취봉(醉鳳) 초벽하)-2




아군과 궁아라는 아침이 되자 천마마련으로 향했다. 천마마련은 악록산(岳麓山) 향로봉에 위치하고 있었다. 악록산은 장사의 천연병풍이 되고 있는 산으로 산의 유형이 기이하고 독특하며 울창한 숲과 많은 봉우리를 갖고 있다. 산 위에는 육조시의 나한송(羅漢松), 당, 송 시대의 은행나무 등의 고목들이 많고, 중국 4대 서원 중의 하나인 악록원(岳麓書院), 호남성 최고의 불교사원인 녹산사(麓山寺)등이 유명하다. 하지만 무림인들은 악록산이라고 하면 향로봉에 있는 천마마련을 먼저 떠올린다. 그 만큼 천마마련이 중원 무림에 미치는 영향이 거대하다는 뜻이다. 아군은 악록산 향로봉을 도착해서 입이 떡 벌어진다. 향로봉을 한바퀴 돌아가며 거대한 성벽이 둘려져 있었고 봉우리 곳곳에는 수많은 전각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향로봉 전체가 천마마련이였던 것이다.




“정말 거대한 성이네요. 향로봉 전체가 천마마련입니까?”


“맞아. 군산에 있는 장강수로십팔체의 총체도 거대한 규모를 자랑하지만 천마마련도 만만치 않아. 규모나 인원, 무림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소림이나 무당도 천마마련의 상대가 되질 않아.”


“걱정이 앞서내요. 이 넓은 곳에서 무정혈검을 어떻게 찾죠?”


“몇 놈 잡아 족치면 알겠지. 일단 천마마련 주변일대를 살펴보고 날이 어두워지면 그때 행동을 계시하자.”


“이런 방법은 어때요. 아예 변장을 하고 침투하는 겁니다.”


“그것도 좋은 방법이내. 좋아. 그렇게 하자.”


“그럼 이곳에서 잠시만 기다리세요. 제가 가서 두 놈만 잡아오겠습니다.”


“혼자 갈 거야.”


“그게 편해요. 제가 누님보다 빠르잖아요. 잠시만 기다리고 계세요.”




아군의 몸이 하늘로 솟구친다. 음양비를 실천한 것이다. 아군은 공중에서 몸을 비틀어 향로봉을 향해 날아갔다. 궁아라는 잠깐 사이에 아군이 까만 점처럼 변해버리자 주위를 둘려보고 가장 높은 나무위로 올라가 아군을 기다리기로 했다.




아군은 남의 눈에 띄지 않도록 조심하며 천마마련으로 날아들었다. 천마마련을 지키는 무사들은 아군이 워낙 빨라 아군의 모습을 보지도 못했다. 아군은 거대한 건물의 지붕위로 착지해서 주변을 살펴보았다. 많은 사람들이 보인다. 그중에는 검을 찬 무사들도 보이고, 하인과 하녀들도 보인다. 무사들의 복장도 다양하다. 대부분은 검은 색 무복에 천마라는 글이 새겨진 옷을 입고 있지만 개중에는 하얀색이나 은색의 무복을 입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아군이 살펴본 결과 하얀색이나 은색 무복을 입는 사람들이 다른 무사들보다 높은 위치에 있는 모양이다. 검은색 무복을 입은 사람들이 그들에게 깍듯이 인사를 하니 말이다. 아군은 다른 건물로 이동했다. 사람들이 많지 않는 음침한 곳을 찾아보기 위해서다. 건물들의 지붕 사이를 돌아다니던 아군은 넓은 정원하나를 발견했다. 정원에는 겨울인데도 기화요초가 만발하고 중간에 작은 연못까지 보인다. 그리고 연못을 지나 조금 더 가면 작지만 아름다운 건물 한 체가 보인다. 아군은 호기심이 일어 정원에 사분이 내렸다. 그런데 땅에 발이 닫자마자 주위에 화려하게 피어있던 기화요초들이 자취를 감추고 주위가 온통 물바다로 변하며 거대한 파도가 아군을 덮쳐왔다. 아군은 파도가 자신을 덮쳐도 미동도 하지 않고 주변을 살펴본다. 자신은 망망대해에 있었다. 보이는 것은 모두 바다뿐이며 하늘에서는 비바람이 몰아치고 있었고, 거대한 파도가 술렁인다. 아군은 자신이 진법에 빠진 것을 알았다. 정원에 진법이 설치되어 있던 모양이다. 




“어쩐지 지키는 무사들이 없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진법이 설치되어 있어서 지키는 무사들이 없었던 거로군.”




거대한 파도가 아군의 몸을 강타한다. 아군은 한발 뒤로 물려났다. 갑자기 망망대해가 살아지며 이번에는 주위가 어둡고 컴컴한 공동묘지로 바뀌더니 무덤들이 갈라지며 시체들이 기어 나온다. 아군은 공중으로 솟구친다. 아무리 무서운 진법이라도 하늘까지 영향을 미치진 못할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높이 올라가도 주변경관은 변하지 않았다. 시체들은 이제 아군을 포위하기 시작했다? 아군은 다시 땅으로 내려와 다시 한번 움직여 본다. 하지만 이번에는 주변에 변화가 없었다. 시체하나가 아군의 가슴을 공격했다. 아군은 움직이지 않았다.




“욱~~ 빌어먹을............이번 진법도 지독하군. 모두가 허상인데도 고통이 느껴지다니.......”




아군은 자리에 주저앉아서 기억을 떠올린다. 처음 보았던 정원의 모습을 떠올린 것이다. 아군의 머릿속에 조금전에 보았던 정원의 모습이 그럼처럼 펼쳐진다. 아군은 시체들이 자신을 공격하던 말 던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했다.




“퍽.........퍽.........퍽..........퍽”




시체들은 자리에 앉아 있는 아군을 공격하니 아군의 머리와 가슴에서 붉은 피가 흐르고 있었다. 진법에 만들어낸 환상인 모양이다. 아군이 눈을 뜬다. 대충 알아낸 모양이다. 아군은 자리에서 일어나 뒤뚱거리며 앞으로 나아가니 주변이 다시 밝아지며 본래의 정원이 나타났다.




“휴~~ 진법에 대해 공부해 두길 잘했군.”




아군이 조심스럽게 화원을 가로지르니 연못가에 새워진 작은 정자가 나타났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정지에는 앉아 술을 마시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정자에 걸터앉아 술을 마시며 아군을 지켜보고 있었다. 




“누군가 했더니 자네로군. 하여튼 대단한 친구야. 환상마라진(幻想魔邏鎭)을 그렇게 간단하게 벗어나는 사람은 처음 봤어. 그런데 무슨 일로 이곳까지 왔지.”




술을 마시고 있는 사람은 바로 어제 밤에 만났던 남장여인이었다. 그녀는 오늘도 역시 남장을 하고 술을 마시고 있었다.




“어~ 자네로군. 천마마련에 볼일이 있어서 왔는데 정원이 아름다워서 한번 들려봤어. 그런데 자네가 왜 이곳에 있는 거지?”


“하하하~ 내가 이곳에 있는 거야 당연한거 아닌가? 천마마련 우리 집이야. 하여튼 왔으니 올라와서 술이나 한잔 하게.”




아군은 귀와 눈에 정신을 집중하고 주변을 살펴보았다. 정원의 한쪽 구석에서 미세한 숨소리가 들린다. 아무래도 누가 숨어있는 모양이다. 하벽은 아군이 바라보는 곳을 보더니 피식 웃는다.




“안심해. 어제 보았던 거패라는 놈이야. 대단해 정말~. 무슨 이상한 역용술을 익히고 있질 않나 거패가 숨은 곳을 단번에 찾아내질 안나. 그리고 이곳도 제집처럼 들어오질 않나. 아무래도 자네는 대단한 고수인 모양이군.”


“뭐~ 벌로 대단한 것도 없어. 조금 배운 재주가 있을 뿐이다. 그런데 자네가 천마마련에 사는지는 몰랐군. 내가 올라가도 되겠어.”


“올라와. 서봉주 같은 명주는 아니지만 그래도 그런대로 괜찮은 술이야. 자~~ 한잔 하게.”


“어제 그렇게 마시고도 아침부터 또 술인가? 아주 술독에 빠져 사는 모양이군.”




아군은 정자로 올라가며 하벽에게 이야기하니 하벽은 피식 웃으며 아군에게 술병을 내밀었다. 아군은 술병을 받아서 한 모금 마셔보니 입안에 깨끗하고 향기로운 매실향이 났다.




“무슨 술이지 매실향이 독특하군. 깔끔하다고 해야 하나.”


“매화설(梅花雪)이라는 술이야. 천마마련에서만 맛볼 수 있는 술이지.”


“귀한 술이로군. 그런데 좀 이상하네.”


“뭐가 이상하다는 거야.”


“진법을 믿고 지키는 무사들이 없는 건 알겠는데..........아무리 그래도 다른 곳에 비하면 경비가 너무 허술해 보여서 말이야.”


“하하하~ 자네는 천마마련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군. 이곳은 천마마련의 금역(禁域)중에 하나야. 외부인사들은 절대 들어올 수 없고 천마마련에 속한 사람이라도 극히 일부만이 들어올 수 있는 곳이지. 사실 자네가 이곳에 들어왔다는 것만으로도 능지처참을 당한 일이지.”


“금역이라고 그것 나도 몰랐어........그런데 자네는 천마마련에서 대단한 신분을 가지고 있는 모양이군. 금역까지 마음대로 들어오고 말이야.”


“나? 천마마련 사람들은 날 취봉(醉鳳)이라고 부르지. 그리고 뭐 대단한 신분을 가진 건 아니고 우리 할아버지가 마련주야. 그리고 이곳은 내 처소야. 내가 있는 거야 당연하지 않나.”


“뭐야.........그럼 자네가 마련주의 손...........자란 말인가?”


“손자라........킥킥킥~ 그럼 셈이지. 왜 놀랐나.”


“쩝~ 이거 곤란하게 됐군.........하필 자네가 마련주의 손자라니........이거야 원~”


“왜 내가 마련주의 손자라서 무슨 문제라도 있어.”


“천마마련에 좋은 일로 찾아오지 않았는데 자네 같은 친구를 만났으니 문제지. 그런데 자네는 무슨 일로 아침부터 술인가?”


“내 별호가 취봉(醉鳳)이잖아. 달리 취봉이라고 부르겠어. 일년 내내 술에 취해 있으니 취봉이라고 부르는 거지. 또 사실 약간의 고민도 있어.”


“무슨 고민인데 그래.”


“이런 말해도 괜찮은지 모르겠군. 그래 자네야 어차피 외부인이니 속편하게 이야기하지. 아~ 글쎄. 나보고 장가를 가라고 하잖아. 장로 놈들이 다들 미쳤어.”


“풋~ 푸하하하~ 자네가 장가를 가?........하하하하~ 정말 황당하군. 장가라니.......하하하~”


“기분 나쁘네. 왜 웃는 거지. 내가 장가간다고 하니까 웃겨.”


“자네에게 시집온다는 여자가 불쌍해서 말이야. 어떤 여잔지 모르겠지만 신세조진 거잖아.”


“킥킥킥~ 맞은 말이야. 나한테 시집오는 년은 신세 조진거지. 그런데 그년이 누군지 알아. 사사천교의 하후소하라는 년이야. 대단한 집안의 딸이지.”


“뭐~ 방금 누구라고 했지. 하후소하라고 했나.”


“왜 자네가 아는 년인가?”


“잘 알지. 내 부인인데 모르면 이상한거 아니야.”


“뭐........뭐라고 소하년이 자네 부인이라고........하하하~........거짓말을 해도 그럴 뜻한 거짓말을 해야 믿지. 소하년이 자네 부인이라는 것이 말이 돼.”


“쩝~ 믿든지 말든지 자네 마음대로 해. 난 거짓말은 못하는 사람이야.”


“그..........그럼 정말이라는 말인가?”




아군은 품에서 설비(雪匕)을 깨내 하벽에게 보여주었다. 설비는 하후소하가 정표로 아군에게 전해준 물건이다. 




“이건 그녀가 정표로 준 물건이야. 어때 이래도 못 믿겠어.”




하벽은 설비를 자세히 살펴보더니 눈빛이 흔들린다. 그는 잠시 심각한 표정으로 무언가를 골몰히 생각하는 것 같았다. 




“설........설비로군............정말인가 보내. 소하년 품에 있어야 할 설비가 자네에게 있는 것으로 보아 거짓말이 아니야............소하 그년이 나한테 말도 없이 서방을 얻었어.........세상에 믿을 년 없네. 그러나 저러나 이거 문제가 심각하네.”


“뭐가 심각하다는 거야. 소하가 내 부인이 되면 무슨 문제라도 있어.”


“그럴 일이 있어............하여튼 장로들이 이 사실을 알면 난리가 나겠군. 나하고 소하년하고 어떻게 한번 역어보려 했는데 소하년에게 벌써 서방이 있다니........하하하하~. 그래 차라리 잘된 일이지도 모르지.........그런데 말이야. 어떻게 하다가 소하년이 자네에게 넘어왔지. 평소에 남자라면 발가락에 때만도 못하게 생각하던 년인데 이상한 일이네.”


“그럴 일이 있었어.”


“쩝~ 방금 내가 했던 말이군. 말하기 싶으면 관두셔. 나중에 소하년에게 직접 들어보면 알겠지. 참~ 그러고 보니까 소하년이 사사철기군을 이끌고 사사천교를 떴다고 하더니 혹시 자네 찾으려 기어나은 거 아닌가?”


“그런 일이 있었어. 난 모르는 일이네.”


“기가 막히는 군. 소하년이 자네 부인이라며. 부인이 뭐하고 다니는지도 모르고 있단 말이야. 이거 서방 맞아.”


“어떻게 하다가 그렇게 됐어. 소하가 사사천교를 떠났단 말이지...........자신이 찾아오겠다고 하더니 날 찾으려 나왔나.”


“어찌되었던 소하년에게 서방이 있다니 앞으로 장로 놈들에게 시달릴 일은 없겠군. 그런데 진짜 자네는 무슨 일로 천마마련을 찾아온 거지.”


“무정혈검에게 볼일이 있어서 왔어.”


“무정혈검이라면 본련의 호법인데..........호법에게 볼일이 있다. 그럼 마한거(魔寒居)로 가봐야겠네. 마한거는 향로봉 동쪽에 있는데 무정혈검의 거처야. 그런데 호법에게 무슨 볼일이 있다는 거지. 무슨 원한이라도 있나.”


“없어. 얼굴도 모르는데 원하는 무슨..........그냥 좀 조용히 만날 일이 있어.”


“무슨 일이지 알려주면 안돼. 나쁜 뜻으로 물어보는 건 아니야. 소하년 서방이라고 하니 도와주고 싶어서 말이야. 소하년하고는 난 어릴 적부터 친구거든.”


“좋은 일도 아닌데 도움까지 받을 수는 없지...........술 잘 먹었어. 난 이만 가봐야겠네.”


“벌써 가려고? 한잔 더하고 가지 않겠나.”


“누님이 기다리고 있어. 다음에 만나면 그때 오늘 못 마신 술까지 마시도록 하세.”


“누님? 어제 만났던 그 여자........참~ 그러고 보니까 그녀도 부인이라고 했잖아. 이제 보니 순 바람둥이 아냐.”


“바람둥이?.........음~ 그렇게 볼 수도 있겠군. 그냥 바람둥이라고 치자~ 난 가내.”




아군은 정지에서 연못으로 뛰어내리더니 물을 박차고 하늘 높이 솟구친다. 하벽은 아군이 잠깐사이에 살아지자 아군이 살아진 곳을 지켜보더니 손에 들고 있던 술을 마신다.




“엄청난 경공이군. 천면역용술에, 금강불괴, 환상마라진(幻想魔邏鎭)가볍게 격파하는 머리........거기에 세상에서 찾아보기 힘들 정도의 절대미남자. 소하년이 혹 할만도 하군.........나쁜 년. 그세 오빠를 잊어버리고 다른 놈에게 가.........죽일 년. 다음에 만나면 가만두지 않을 거야............휴~ 그래 차라리 잘된 일이야. 그년이라도 행복하게 살아야지. 휴~”




혼자서 중얼거리던 하벽은 다시 술을 마신다. 그런데 술이 바닥이 난 모양이다. 그는 술병을 멀리 던져버린다.




“고민한다고 답이 없잖아........그래. 소하년은 자신의 짝을 찾아간 거야.............거패..........거패.”




하벽의 불음에 거대한 덩치의 거패가 정차로 날아왔다.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엄청난 경공이다.




“방금 왔던 아군이란 자식하고 나하고 했던 말 모두 들었지. 무정혈검 호법에게 볼일이 있는 것 같은데 좋은 일 같지는 않다. 호법에게 조심하라는 말도 전해주고 너도 호법을 지켜주도록 해라.”


“불가합니다. 전 주인님 겉을 떠날 수 없습니다.”


“하긴 네놈이 내 말을 들을 리가 없지. 알았다. 알았어. 내가 직접가지.”


“그것도 안 됩니다. 주인님은 지금 근신중입니다. 오늘도 도망치시면 이놈이 대신 죽습니다. 제발 이놈을 봐서라도 오늘만은 자중해 주세요. 그리고 오늘 중으로 천무병서를 모두 읽으셔야 하지 않았습니까? 병서를 오늘까지 읽지 않으면 련주님의 불호령~”


“그만 입 다물어...........그놈의 잔소리 지극지극하다.........어떻게 너는 할아버지보다 더 잔소리가 심하냐. 빌어먹을 가서 술이나 더 가져와.”


“술은 얼마든지 드리겠습니다. 대신 책을 읽으셔야 합니다.”


“알았다. 알았어. 가서 책도 함께 가져와. 그럼 됐지.”


“알겠습니다.”




거패는 술을 가지려 정자에서 떨어진 건물로 달려가니 하벽은 거패가 멀어지자 피식 웃는다. 그는 정자를 내려와 정원에서 나뭇가지 몇 개를 주워 정원 곳곳에 세워두었다.




“이렇게 해 놓으면 한동안 거패 놈은 이곳을 벗어나지 못할 거야. 이제 나는 구경이나 가볼까?” 




하벽은 자신의 거처를 빠져나와 먼저 무정혈검을 찾아보기로 했다. 




아군은 다른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도록 조심하며 천마마련을 돌아다니다가 음침한 곳에 위치한 작은 건물을 찾아냈다. 건물에는 약왕전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고 그 앞에는 두 명의 은색 무복을 입은 무사들이 지키고 있었다. 아군은 그들의 앞에 떨어졌다.




“누구냐.”




아군은 무사들의 물음에 대답도 없이 무사들에게 날아가 수라마령신공의 착(捉-잡다)결로 무사들의 목을 잡으려 했고 무사들은 아군의 갑작스러운 공격에 당황하며 아군의 손을 피하려 했지만 아군의 손이 너무나 빨라 목을 잡히고 말았다.




“미안하다.”




아군은 무사들의 옥침혈을 가격해서 기절시키고 한명씩 양쪽 옆구리에 끼고 다시 몸을 날려 궁아라가 기다리는 숲으로 달려갔다. 아군이 궁아라가 있는 곳에 도착하니 궁아라가 나무에서 내려왔다.




“왜 이렇게 늦었어. 무슨 일이라도 생긴지 알고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미안해요. 어제 만났던 하벽이란 친구를 만나서 잠시 이야기 좀 하느라 늦었습니다.”


“어제 만나 그 기생오라비..........그 사람이 천마마련 사람이었어.”


“마련주의 손자........아니지 남장여인이니 손녀가 맞겠군요?........아무래도 얼마 전에 들었던 초벽하라는 여인이 그 여인이었던 모양입니다. 하벽이란 이름은 벽하를 반대로 한거 아닙니까?”


“가만.........하벽이라고 했지.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어디서 들은 기억이 있는데........맞아. 초하벽은 천마마련주의 손자야. 초벽하의 오빠라고 알고 있는데...........이상하네. 그럼 그녀가 오빠 행세를 하고 다녔다는 말인가?”


“예~ 하벽이란 사람이 정말 있어요. 그래요. 이상하네. 어제 만나 남장여인이 분명한데......”


“무슨 사정이 있겠지. 그런데 둘이 무슨 이야기를 한거야.”


“소하이야기를 조금 했어요. 장로들이 소하와 자신을 혼인을 시키려 한다고 하더군요.”


“소하...........사봉(麝鳳) 하후소하을 말하는 거야.”


“하후소하가 사봉으로 불리나요.”


“아군은 모르고 있었구나. 취봉(醉鳳) 초벽하, 사봉(麝鳳) 하후소하, 아봉(娥鳳) 조옥선, 창봉(彰鳳) 여언상이 무림사봉이야. 그건 그렇고............맞아. 어디서 들은 기억이 있다. 초하벽과 하후소하는 어릴 적에 정혼한 사이였다고 했어. 사사천교의 교주와 천마마련의 련주가 하후소하가 태어나자마자 초하벽과 혼인시키기로 약속했다지 아마.”


“허허허~ 그럼 제가 남의 정혼녀를 중간에서 가로 첸 거네요. 그런데 이상하네. 초벽하는 제가 소하와 그렇고 그런 사이라고 해도 별로 놀라는 기색도 없었어요. 오히려 축복해 주는 분위기던데.........그리고 또 그녀는 왜 오빠 흉내를 내고 다니는 거죠.”


“자세한 사정은 나도 몰라. 무슨 사정이 있겠지. 그 이야기 말고 다른 이야기는 또 없었어.”


“특별한 이야기는 없어요. 그냥 무정혈검에게 볼일이 있어 천마마련이 왔다는 정도의 이야기를 했죠.”


“바보야 그걸 이야기하면 어떻게.”


“계속 물어보는 걸 어떻게 합니다. 그리고 자기가 소하의 친구라고 하면서 저를 도와주겠다고 하잖아요.”


“내가 미쳐..........하여튼 아군은 맹한 구석이 있다니까? 그녀가 무정혈검에게 이야기하거나 혹시 아군을 의심하고 미리 대비하고 있다면 어떻게 할 거야.”


“설마요. 그리고 정확하게 무슨 일로 찾아온 건지는 말 안했어요.”


“됐다. 나중에는 조심하라는 말이야. 이미 엎질러진 물인데 어쩔 수 없지..........거기 잡아온 그놈들은 죽은 거야.”


“죽이진 않았어요. 그냥 기절만 시킨 거죠.”


“잘 됐군. 이놈들에게 무정혈검에 대해서 물어보자. 한번 깨워봐~”




아군은 무사들의 마혈을 점혈하고 무사들을 깨웠다. 무사들은 정신이 들었지만 점혈을 당해 움직이지는 못하고 아군과 궁아라를 불안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묻는 말에 순순히 대답만 하면 죽이지는 않겠다. 무정혈검의 거처가 어디지.”


“마...........마한거에 계세요.”


“누님 그건 제가 이미 초벽하에게 들었어요.”


“뭐~ 그럼 빨리 말하지. 그럼 이놈들에게 물어볼 필요도 없잖아.”


“자세한 위치은 저도 몰라요.”


“그럼 그거라도 물어보자.”


궁아라는 무사들에게 마한거의 위치을 자세하게 물어보고 손가락을 튕기니 하얀색 강기가 날아가 무사들의 혼수혈을 찍어버리고 무사들은 다시 기절해 버린다.




“아마 내일까지는 깨어나지 못할 거야. 옷이나 벗기고 어디 안 보이는 곳에 숨겨 놓고 와~”




아군은 무사들의 옷을 벗기고 무사들을 풀숲에 숨겨두고 돌아왔다. 궁아라와 아군은 옷을 갈아입고 준비해온 건량으로 간단한 식사를 했다.




“누님 어떻게 할까요. 지금 바로 들어갈까요. 아니면 날이 어두워질 때까지 기다릴까요?”


“아무래도 날이 어두워지면 그때 행동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우선은 어디서 좀 쉬었다가 들어가자.”




아군과 궁아라는 나뭇가지 위에 올라가 휴식을 취했다. 밤이 찾아왔다. 아군은 궁아라을 안고 공중으로 솟구친다. 옷을 갈아입어 변장을 했다고 하지만 남의 눈에 띄어서 좋은 것이 없기 때문이다. 아군은 공중에서 몸을 틀어 향로봉 동쪽으로 날아간다. 궁아라는 주위 사물이 밀려나는 것을 보며 눈을 감았다. 정신이 없기 때문이다.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아군의 음양비는 정말 빠르다. 아마 무림에서 아군보다 빠른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아군은 천마마련에 들어서 귀와 눈에 정신을 집중하여 곳곳에 잠복하고 있는 무사들을 피해 전각들 사이로 몸을 날렸다. 아군이 밑으로 떨어진다. 아마도 목적지에 도착한 모양이다. 궁아라가 눈을 떠보니 자신은 지붕에 올라와 있었다. 아군은 주변을 살펴보고 있었다.




“주변에 숨어있는 놈은 없는 모양입니다.”


“여기까지는 쉽게 들어왔는데................지금부터가 문제겠지.”


“이곳이 맞는지 모르겠네. 잠시만 기다리세요. 제가 알아보고 올게요.”


“뭐~ 또 혼자 있으라는 말이야.”


“이번에는 금방 다녀올게요.”




아군은 궁아라를 두고 지붕에서 내려오니 마침 검은 무복을 입은 무사가 길을 가다가 아군에게 인사를 했다. 아군이 은색 무복을 입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한거가 어디지.”


“예~ 마한거 말씀하시는 겁니까? 저기 있는 건물이 마한거 아닙니까?”


“그래. 혹시 무정혈검님 보지 못했어.”


“조금 전에 마한거로 들어가셨어요. 오늘은 피곤해서 일찍 주무신다고 하셨거든요.”


“고맙네. 그만 가보게.”


“그런데............누구시죠. 처음 보는 분 같은데.”


“이곳이 처음이라 자내는 모를 거야. 신경 쓰지 말고 가던 길이나 가게.”


“알겠습니다. 그럼 이만~”




무사는 아군에게 인사를 하고 멀리 살아진다. 거대한 천마마련에는 수만 명의 무사들이 있다. 그 모든 무사들의 얼굴을 기억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런 이유로 낮선 아군을 보고도 검은색 무복을 입고 있던 사내도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아군은 무사가 살아지자 다시 지붕으로 올라왔다.




“저기 있는 건물이 마하거라고 합니다. 무정혈검도 처소에 있다고 하네요.”


“어떻게 할 거야. 이번에도 아군이 처리 할 거야. 아니면 내가 할까?”


“제가 해야죠. 누님은 주변을 감시해 주세요.”


“무정혈검의 혈라마라검법은 무림일절로 통해. 거기다가 그는 무림 백대 고수에 속하는 고수야. 무슨 일이 있어도 그가 검을 잡기 전에 끝내야 해.”


“글쎄요. 무방비 상태의 적을 공격하다는 것은 내키지 않는데.......”


“이곳은 천마마련이야. 내키지 않아도 이번만은 내말 들어.


“일단 마한거로 이동하죠.”




아군과 궁아라는 마한거의 지붕으로 이동했다. 아군은 먼저 주변을 살펴보았다. 역시 특별히 지키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아군은 모르겠지만 아군과 궁아라를 지켜보는 눈이 있었다. 그는 바로 남장여인 초벽하였다. 초벽하는 마한거의 정원에 있는 거대한 나무위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그녀는 아군의 능력을 한번 보았기 때문에 귀식대법을 펼쳐 아군의 눈을 피하고 있었던 것이다. 




“누님은 이곳에서 기다리세요.”




아군의 전음이 궁아라의 귀에 파고들었다. 




“조심해.”




아군은 고개를 끄덕이고 지붕 끝으로 이동했다.




ps : 몇가지 공지 하겠습니다.




1. 한편의 분량(기준 hwp-한글 10포인트 기준) 10장에서 6장으로 줄이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낭만을 꿈꾸는 늑대부터 한편의 분량을 최소 10장으로 하였습니다. 다른 분들은 어떻게 느낄실지 모르지만 단편이 아닌 장편의 경우 매 편 10장이 넘는 글을 연재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다만 저같은 경우 스스로에 대한 약속과 독자님들의 욕구 충족차원에서 매 10장 이상을 연재해 왔으나 낭만때와는 달리 글의 연재 속도가 느려지는 관계로 지금부터는 6장을 기준으로 작성하되 자주 올리는 방법을 취하게 되었습니다.




2. 카페(낭만을 꿈꾸는 사람들)활성화와 카페회원님들의 우대차원 차원에서 카페에 먼저 글을 올리고 있습니다. 


많은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니고 2편정도(?)의 차이가 있습니다. 저 뿐만 아니라 카페을 위해 노력하시는 뉴무대포님의 글도 낭.꿈.사에 먼저 올리고 계십니다.




3. 전편부터 시작된 취봉(醉鳳)이란 한자가 잘못되어 수정합니다. 저의 무지를 지적해 주신 님께 감사드립니다.




-------------작가 주--------------------




악록산(岳麓山)


시 중심에서 약 7㎞ 정도 떨어져 있으며 장사의 천연병풍이 되고 있는 산으로 산의 유형이 기이하고 독특하며 울창한 숲과 많은 봉우리를 갖고 있다. 산 위에는 육조시의 나한송(羅漢松), 당·송 시대의 은행나무, 명·청 시대의 단풍나무, 밤나무, 예장나무 등의 고목이 있다. 


이 산에는 찾아볼 만한 명승고적이 많은데 청나라 때 중수한 정자로 단풍 구경이 좋은 애만정(愛晩亭), 중국 4대 서원 중의 하나인 악록원(岳麓書院), 호남성 최고의 불교사원인 녹산사(麓山寺), 상강과 장사 시가지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망상정(望湘亭)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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