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天上)의 향기 - 147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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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天上)의 향기 147(반근착절(盤根錯節))-23
풍운일행이 떠나고 얼마 지나자 알아 그들이 있던 곳에 흑풍대 무사들이 달려왔다. 하지만 풍운일행을 태운 배는 군산을 출발하여 까만 점이 되어 있었다. 쫒아가긴 늦은 것이다. 아침이 되자 형오삼살이 혁린무를 찾아왔다.
“아침부터 무슨 일이야!”
“어제 밤에 누군가 군산에 침입했습니다.”
“누가?”
“그건 아직 파악되지 않았습니다.”
“그놈들이 침입한 건 어떻게 알았는데.......”
“아침에 2개의 마을과 뇌옥 등에서 시체들이 발견되었습니다.”
“경비하는 놈들은 뭐하고 있었는데.........사람이 죽은 것도 몰라. 한심한 새끼들.........누가 침입했는지도 모르고.........이 골통새끼들아. 도대체 너희들이 제대로 하는 것이 뭐있어. 당장 순시선 띄어서 잡아와 새끼들아.”
“예? 무슨 말씀인지........”
“어휴~ 답답해........돌대가리 새끼들 데리고 일하려니 답답해 미치겠군. 야~ 멍청한 새끼들아. 여긴 섬이야. 사방이 동정호로 둘려 쌓인 섬이란 말이야. 그러니까 놈들은 아직 동정호를 벗어나지 못했을 거란 말이야. 무슨 말이지 알아들어.”
“아.........알겠습니다. 흑룡방에 연락해서 놈들을 잡아오라고 하겠습니다.”
형오삼살은 흑룡방주인 음동기에게 달려갔다. 계속 혁린무 앞에 있다가는 무슨 욕을 먹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형오삼살이 물러가자 혁린무는 손으로 턱을 받치고 고민에 빠졌다. 누군가 군산에 잠입했다. 형오삼살이 별다른 말이 없었다는 것은 놈들이 이미 군산을 빠져나갔다는 말이다. 누굴까? 누가 잠입 했을까? 동정십팔채에서 보낸 놈들일까? 아니면 다른 세력에서 보낸 놈들일까? 하기.........놈들이 누군지는 중요치 않다. 어차피 아군은 아닐 것이다. 일을 서둘러야 한다. 일단 사해방과의 일이 급선무다. 사해방과의 일만 해결되면 그때부터는 급할 것이 없다. 혁린무는 작은 종이에 글을 쓰더니 전시구의 다리에 묶인 죽통에 종이 넣고 날려 보낸다. 전신구는 하늘을 한바퀴 회전하더니 마양이 있는 곳으로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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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운일행은 군산을 벗어나 풍랑채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들이 탄 배의 갑판에 검은 옷을 입은 4명의 귀왕사영이 묶여있고 풍운일행이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당령님 이들이 귀왕사영들이고 했습니까?”
“예~”
풍운의 물음에 당령은 고개를 숙이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한다. 귀왕사영은 몸에 지니고 있던 소지품을 압수당하고 마혈까지 제압당한 상태다. 당령은 가주의 딸이기 때문에 귀왕사영을 알고 있는 모양이다.
“금막비님도 이들에 대해서 알고 있나요.”
“가주의 심복들인 귀왕사영이란 존재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저도 직접 보는 것은 오늘이 처음입니다.”
“그래요. 그럼 이놈들이 왜 우릴 공격하지도 아직 모른다는 말이군요.”
풍운은 귀왕사영의 앞에 쭈그리고 앉았다.
“당신들.......왜 우릴 공격한 거지. 목적이 뭐야.”
풍운의 질문에 귀왕사영은 눈을 감아버린다. 대답한 가치도 없다는 태도다. 풍운은 손가락으로 머리를 한번 긁더니 귀영사영의 앞에 있는 작은 죽통을 잡았다.
“금막비님.......이 물건이 혈막우라고 하셨나요?”
귀왕사영의 소지품 중에는 독혈비를 포함한 많은 암기들과 혈막우, 영팔우까지 있었다. 금막비가 가진 유성우까지 포함하면 사천당가 암기당의 3대 비밀암기가 모두 세상에 나타난 것이다.
“예! 혈막우는 유성우와 더불어 사천당가 3대 암기중 하나입니다. 제가 당가에 있을 때만해도 설계도만 있지 실체는 없었는데 이번에 새로 만든 모양입니다.”
“그래요. 이걸 이놈들에게 쏘면 어떻게 됩니까?”
풍운이 영팔우를 귀왕사영의 면상에 들이대며 말하자 귀왕사영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아마! 통구이가 될 겁니다.”
“아참~ 영팔우가 발사되면 주위 10장 이네가 불바다가 된다고 하셨죠. 잘못하면 배까지 홀라당 타겠네요. 어디보자........이건 또 뭐야.”
풍운이 영팔우를 내려놓고 이번에는 조금만 가죽주머니를 집어서 열어보니 안에 하얀 가루가 들어있었다. 풍운은 손가락으로 가루를 찍어서 맛을 보려고 했다.
“자.........잠깐. 그건 백강독(白强毒)입니다.”
고개를 숙이고 있던 당령이 풍운의 행동에 경악하며 풍운을 말리려고 했다. 백강독은 시독(屍毒)을 주성분으로 백가지 독을 혼합한 극독(劇毒)이다. 하지만 풍운은 이미 가루를 찍어먹은 이후다.
“쩝~~~ 지독하게 쓰네요.”
“빨리 해약을 드셔야 합니다.”
당령이 백강독의 해약을 찾으려 하자 금막비가 당령의 팔을 잡고 고개를 흔들었다. 그냥 내버려두라는 말이야. 금막비는 전음으로 풍운이 만독불침이라는 사실을 당령에게도 알려주었다.
“나도 한번 먹었으니 당신들도 한번씩 먹어보세요. 그래야 공평하지 않겠어요.”
풍운은 가루를 조급 집어서 귀왕사영의 한명에게 강제로 먹이려했다.
“자.........잠깐만.”
귀왕사영은 공포에 질려서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백강독이 어떤 독인지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왜요. 먹기 싫어요. 좋아요. 그럼 한번만 더 질문하죠. 우릴 공격한 목적이 뭐죠. 이번에도 대답하지 않으면 모두 이걸 맛보게 될 겁니다.”
풍운이 주머니를 흔들며 말하자 귀왕사영은 사색이 되어 부들부들 떨다가 입을 열었다.
“가.......가주님이 금막비를 죽이고 아가씨를 모셔오라고 하셨습니다.”
풍운은 귀왕사영의 대답을 듣고 잠시 생각하더니 주머니를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제가 끼어들 문제가 아니군요. 이 문제는 금막비님과 당령님이 해결하세요. 자자~ 나머지 분들은 선실로 들어갑시다.”
풍운은 나머지 일행을 끌고 선실로 가려고 했다.
“자.........잠깐만........일사님 저보고 어떻게 하란 말씀입니까?”
금막비가 급하게 풍운을 붙잡는다.
“저놈들을 죽이던 살리던 두 분이 알아서 하세요.”
풍운은 사람들을 이끌고 선실로 들어가니 갑판에는 귀왕사영들과 금막비 그리고 당령만 남았다.
“당령!.......내가 연락한 거니.”
금막비가 당령을 보고 질문하자 당령이 고개를 살짝 들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가족들이 걱정할 것 같아서.........저는 아버님이 저 이해해 주실 것으로 믿었어요.”
“이해?........그놈이.......휴~ 미안하다. 내가 흥분했구나. 그분이 무엇을 이해해? 나를 이해해? 도대체 무얼 이해한단 말이야.........휴~ 그만하자. 너에게 화낼 일이 아니다.”
금막비는 한숨을 쉬고 귀왕사영의 앞에 앉았다. “당신들.......내가 누군지 알지. 아니다. 바보 같은 질문을 하는군. 당연히 알고 있으니 날 죽이려 왔겠지. 어떻게 해 줄까? 자내들이 날 죽이려 했으니 나도 자네들을 죽어야하나?”
금막비의 싸늘한 말에도 귀왕사영은 별다른 말이 없다.
“말이 없다? 대답하기도 싫다는 말인가? 알았어. 깨끗하게 죽어줄게.”
금막비는 바닥에 있는 물건들 중에서 풍운을 공격했던 독혈비를 집었다.
“허.........형부. 정말 죽이실 겁니까?”
당령이 입술을 깨물며 금막비를 바라본다. 귀왕사영은 가주인 아버지의 심복들일뿐 아니라 사천당가에서 아끼는 무사들이다. 쉽게 말해 이들을 죽이면 사천당가의 영원한 적(敵)이 되는 것이다. 자신은 금막비를 사랑한다. 또한 자신의 가문도 사랑한다. 그런데 금막비와 사천당가는 넘을 수 없는 강을 넘어버린 느낌이다. 자신은 누굴 선택해야 할까? 사랑을 선택해야 하는가? 가문을 선택해야 하는가? 금막비는 당령이 안타까운 눈으로 자신과 귀왕사영을 바라보고 있자 독혈비를 던져버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너! 마음대로 해.”
금막비는 한마디만 남기고 차갑게 돌아서버린다. 귀왕사영의 처리를 당령에게 맡긴 것이다.
“형부..........저보고 어떻게 하란 말씀이세요.”
“귀왕사영과 함께 돌아가던지 그놈들을 죽이고 여기 남던지 네가 선택하란 말이야.”
금막비는 그 말을 끝으로 갑판의 끝으로 가서 동정호만 바라보고 있었다. 당령은 입술을 깨물며 한참을 고민하더니 귀왕사영의 앞에 앉았다.
“아버님이 형부를 죽이고 절 데려오라고 하셨어요.”
당령의 질문에 귀왕사영은 복잡한 눈으로 당령을 쳐다본다. 자신들은 금막비를 죽이고 당령을 데려오라는 명령을 받았다. 그런데 어처구니없게도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포로가 되었다. 금막비만 생각했지 나머지 사람들을 생각지 못한 결과다. 서두르라는 가주의 명령 때문에 앞뒤 생각지 않고 무턱대고 대들었다가 풍운과 나머지 사람들 공격을 감당하지 못하고 포로가 된 것이다. 귀왕사영은 한숨을 쉬고 당령이 묻는 말에 순순히 대답했다.
“예! 그렇게 명령하셨습니다. 그런데 저희들이 놈을 처치하지도 못하고 이렇게 포로가 되었으니 할말이 없습니다.”
“아버님은 왜 형부를 죽이라고 하신 거죠?”
“몰라서 물의세요? 금막비는 본가의 원수입니다. 그런데 아가씨가 금막비와 함께 있다는 것이 밝혀지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아가씨뿐만 아니라 가주님까지 반역자로 몰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알기 전에 금막비를 죽이고 아가씨를 모셔오라고 하신 겁니다.”
“반역자? 형부와 함께 있으며 반역자가 된다?........웃기는군요.”
“아가씨!........정말 금막비라는 놈이 어떤 놈인지 모르세요. 금막비는 본가의 식솔들을 죽이고 유성우까지 훔쳐간 역적입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우리가 잘못한 겁니다. 우리가 형부에게 잘못을 빌어야 해요. 우리 때문에 언니가 죽었어요. 우리 때문에 당주님이 죽었어요. 그런데 역적?.......휴~ 모르겠네요. 제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아가씨........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본가로 돌아가세요. 아버님께 잘못을 비세요.”
“제가 무얼 잘못했는데 잘못을 빌죠?.......휴~ 아저씨들과 할 이야기가 아닙니다. 어떻게 해드릴까요? 전 돌아가지 않습니다. 형부는 저보고 아저씨들을 죽이라고 했어요.”
당령은 입술을 깨물고 바닥에서 독혈비를 들었다.
“아가씨........설마 정말로 저희들을 죽일 생각은 아니겠죠.”
“독혈비가 어떤 물건인지 여러분도 알죠. 잠깐이면 끝나요. 아픔을 느낄 사이도 없이 한줌의 독수로 변할 겁니다. 미안해요. 잘 가요?”
당령은 독혈비를 잡은 손에 힘을 주고 귀왕사영 한명의 정수리를 내리친다.
“깡~”
귀왕사영의 정수리를 향해 떨어지던 독혈비가 중간에서 멈추었다. 자세히 보면 독혈비 중간에 얇은 침이 박혀 있는 것이 보일 것이다. 당령이 고개를 돌려보니 금막비가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그만하면 됐다. 이리죠!”
금막비는 당령에게 손을 벌린다. 당령은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금막비를 쳐다보더니 조용히 독혈비를 내밀었다. 금막비는 독혈비를 받자 귀왕사영의 마혈을 풀어주었다. 하지만 마혈이 풀렸다고 해도 밧줄에 묶여있기 때문에 귀왕사영이 자유로워진 것은 아니다.
“너는 그만 물러나 있어.”
금막비의 말에 당령이 고개를 숙이고 뒤로 물러났다.
“당신들에게 선택권을 주죠.......첫 번째 길은 지금 바로 배에서 뛰어내리는 겁니다. 운이 좋아 육지에 도착하면 살수 있을 겁니다. 두 번째 길은 이곳에서 명예롭게 죽는 겁니다. 당신들이 두 번째 길을 선택하면 고통 없이 죽어주겠습니다. 마지막 세 번째 길은 당령의 종이 되는 겁니다. 나의 종이 되라는 말이 아니니 오해는 하지 말아 주세요.........당신들이 당령을 지켜주는 겁니다. 그럼 당신들을 풀어주겠습니다. 자~ 이제 선택하세요.”
금막비의 말이 무슨 뜻인가? 자신들을 살려주겠다는 말인가? 귀왕사영은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이곳은 바다처럼 넓은 동정호다. 또한 자신들은 빗줄에 묶여있다. 이 상태로 동정호에 뛰어내리는 것은 죽으라는 말이다. 두 번째 길은 거론한 가치도 없다. 그냥 죽이겠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럼 마지막 선택만 남는다. 당령은 가주의 딸이다. 금막비의 말이 진실이라면 금막비의 종이 아니라 소공녀의 종이 되는 것이다. 지금도 자신들은 가주의 종이나 마찬가지다. 가주에서 소공녀로 주인을 바꾼다고 해서 크게 문제될 것은 없을 것 같다. 인간이란 간사한 동물이라 모든 일을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귀왕사영은 죽기는 싫었다. 하나밖에 없는 목숨이지 않는가? 또한 소공녀의 종이 된다고 해서 자신들을 비겁자라고 손가락질 할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우리가 소공녀님의 명령에만 복종하면 되는 겁니까?”
“당령의 종이지 다른 사람의 종이 아닙니다. 당연히 당령의 말에만 복종하면 됩니다.”
“좋습니다. 그럼 당령님의 종이 되겠습니다.”
“그래요.......잘 생각했어요. 어디보자.”
금막비는 품속에서 유성우를 꺼내더니 유성우에 있는 세 개의 단추 중에서 중앙에 있는 단추를 누른다. 그리고 품속에서 가죽장갑을 꺼내 손에 끼더니 유성우를 세우니 유성우에서 약간의 가루가 손바닥에 떨어졌다.
“후우~~”
금막비가 바람을 부니 손바닥에 있던 가루가 귀왕사영들에게 날아간다.
“쿨럭~ 쿨럭~........이게 뭐하는 짓입니까?”
“유성우에 들어있는 독(毒)의 해약은 오로지 저만 가지고 있어요. 아아~ 그렇다고 겁먹을 필요는 없어요. 본래 유성우에 들어가던 독(毒)이 너무 악독해서 제가 약간 약한 독(毒)으로 교환했어요.”
금막비는 품속에서 작은 약병을 꺼내 4개의 알약을 꺼내 귀왕사영의 입에 넣어주었다.
“지금 준 약이 해약은 아니지만 그 약을 먹은 이상 생명에는 지장이 없을 겁니다. 다만 한달에 한번씩 방금 먹은 약을 먹어야 합니다. 안 그러면 죽어요. 제가 마령단이라는 약에 중독되어 한동안 고생했는데.........방금 여러분이 중독된 독이 마령단의 독과 비슷한 독입니다.”
금막비는 20개 정도의 약이 들어있는 병을 당령에게 내밀었다.
“이약은 내가 가지고 있다가 필요하면 귀왕사영에게 줘~.......그리고 약이 모두 떨어지면 나한테 말해. 알았지.”
“알았어요.”
금막비는 유성우를 다시 품속에 갈무리하고 귀왕사영이 가지고 있던 독혈비와 혈막우, 영팔우 등을 당령에게 전해 주었다.
“이것들도 모두 네가 가지고 있어. 귀왕사영이 필요하다고 하면 그때 다시 줘~”
당령이 금막비가 내밀 물건들까지 갈무리하자 금막비는 귀왕사영을 묶고 있던 밧줄까지 풀어준다. 귀왕사영은 똥 씹은 표정으로 힘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체도 모르는 독(毒)에 중독되었으니 이제는 꼼짝없이 당령의 종의 되어야 한다. 당령이 해약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당령은 영팔우와 혈막우까지 가지고 있으니 혹시라도 당령의 뜻을 거슬렀다가는 통구이가 될 판이니 한숨만 나온다.
“당령........나는 선실로 가볼게. 너는 이들하고 이야기 좀하고 있어.”
금막비는 귀왕사영과 당령은 남겨두고 선실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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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 되자 악양에 있는 객점에 홍인을 비롯한 무림군의 영수들이 다시 한자리에 모였다. 란은 사람들이 모두 모이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제 밤에 사호팔랑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현재 사호팔랑의 일부는 림상으로 가고 있고, 나머지 놈들은 풍랑채에 있습니다. 우리는 림상으로 가는 놈들은 포기하고 풍랑채로 갑니다. 먼저 적(敵)의 우두머리를 잡자는 겁니다.”
“잠깐만 그럼 림상쪽에 있는 놈들은 포기한다는 겁니까?”
“놈들이 왜 림상으로 가는지 모르겠지만 사호팔랑의 중심은 마수마랑입니다. 즉~ 우리가 마수마랑을 공격하면 놈들도 모두 마수마랑을 중심으로 뭉칠 거리는 말입니다. 또한 사호팔랑 중에서 마수마랑을 잡으면........나머지 놈들을 잡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란의 말에 홍인과 현원자들은 찬성하는 분위기다. 란의 말처럼 사호팔랑은 마수마랑을 중심으로 강력한 결속력을 자랑하고 있다. 즉 마수마랑이 공격을 받으면 나머지 놈들도 모두 마수마랑의 겉으로 모여들 거라는 말이다.
“좋아요. 군산님 말씀대로 하죠. 그런데........마수마랑일행을 장강수로십팔채 놈들의 보호를 하고 있어요. 이 문제은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먼저 장강수로십팔채에 놈들에게 경고를 해야죠. 놈들도 우리의 경고를 무시하지는 못할 겁니다.”
“우리 경고를 무시하고 계속해서 사호팔랑을 보호하면 어떻게 하실 겁니까?”
“우리도 장강수로십팔채를 무시하긴 힘들어요. 군산과 호인채가 박살났지만 현재까지 대륙의 강과 수로는 장강수로십팔채의 수중에 있다고 보아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어떻게 해서든 마수마랑일행을 잡아야 한다. 장강수로십팔채의 체면도 살려주고........우리의 실리를 취해는 명분이 필요하죠. 즉~ 사호팔랑의 마수에서 장강수로십팔채를 구해 준다는 명분으로 풍랑채를 공격하는 겁니다.”
“장강놈들이 끝까지 놈들을 보호할 수도 있잖아요.”
“그때는 장강수로십팔채 놈들까지 한번에 처리해야죠. 하지만 저는 장강수로십팔채가 그렇게 어리석은 판단은 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음~ 나쁜 방법은 아니군.......좋습니다. 그럼 더 이상 지체하지 말고 바로 풍랑채로 출발합시다.”
홍인의 말에 나머지 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무림군은 그길로 풍랑채로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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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상에 도착한 마수일행은 일단 사해방주의 집에 잘 보이는 객점으로 들어갔다. 마수는 점소이에게 부탁하여 사해방주의 집이 한눈에 보이는 2개의 방을 잡았다. 곽지향에게는 별도로 주고 방을 마수와 악무룡이 한방을 쓰기로 한 것이다.
“마수.........저기 보이는 집이 사해방주 놈의 집이야.”
“예~”
“사행방이라는 놈들 웃기는군. 무슨 집들이 담도 없어. 더구나 저런 초라한 건물이 사해방주 놈의 집이라는 것도 믿어지지 않아.”
“사해방이나 대륙상회를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 방파로 생각하면 안 됩니다.”
“쩝~ 알았어. 그런데 저런 건물이라면 쉽게 잠입할 수 있지 않을까? 담도 없고, 경비무사들도 안 보이는데.......”
“저도 처음에는 악무룡님처럼 쉽게 생각했어요........하지만 건물에 잠입하다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여기 객점의 점소이부터 시작해서 저기 길가는 사람들까지 눈에 보이는 모든 사람이 사해방 사람들이라고 생각하셔야 합니다. 또한 건물 곳곳에 수많은 경비무사들이 숨어 있어요.”
“복잡하군.........그냥 벽력탄으로 사행방주 놈까지 날려버리면 간단하지 않나?”
“세상일이 그렇게 간단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농담이야. 앞으로 어떻게 할 거야.”
“일단 사해방의 움직임에 파악해야죠. 놈들이 정말 배화교와 손을 잡는다면........그때는 우리도 대책을 마련해야합니다.”
“대책? 무슨 대책이 있어. 놈들이 서로를 이익을 위해 손을 잡는 다면 대책이 없잖아.”
“사해방은 대륙상회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요. 사해방 놈들이 끝내 배화교와 손을 잡으면 우리는 대륙상회에 접근해야 합니다. 대륙상회는 사행방이 배화교와 손잡는 것을 좋게 생각하지 않을 겁니다.”
“그건 모르는 거야. 대륙상회입장에서야 자신들의 물건만 안전하게 수송할 수 있다면 누구랑 손을 잡던 상관없잖아.”
“글쎄요.........제가 대륙상회에 대해 조사해본 결과.........대륙상회는 악양왕부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악양왕부?........황제의 동생인 영양왕이 있다는 악양왕부 말하는 거야.”
“예~ 영양왕은 황제의 친동생으로 황제의 심임이 두터워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권력? 무슨 권력?”
“황실에서는 예전부터 소금과 화약 등을 전매하고 있는데, 그 이익금이 황실재정의 절반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소금과 화약의 전매권을 영양왕이 쥐고 있습니다. 이정도면 엄청난 권력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겠죠.”
“그럼 영양왕이 대륙상회의 유통망을 이용해 소금과 화약을 유통시키고 있단 말이야.”
“물론 염방이 따로 있으니 대부분의 물량은 염방을 통해서 유통됩니다. 하지만 최종소비자들에게 전달하는 것은 염방 혼자 책임지기 힘들죠. 즉~ 대륙상회는 염방의 전매물품을 대량 구입하여 최종소비자에게 유통시키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대충 무슨 말이지 않겠군..........대륙상회가 황실과 밀접한 연관이 있으니 대륙상회의 유통망 중 하나를 책임지고 있는 사해방이 배화교와 손을 잡으면 황실에서 가만히 있지 않을 거라는 말이군.”
“배화교도들는 엄밀히 말하면 오랑캐입니다. 당연히 황실에서 가만있지 않겠죠........하여튼 지금은 사해방의 동향에 대해 살펴봅시다.”
“아이고~ 또 사람들이나 감시하는 일이야. 쩝~ 심심하네.”
마수일행이 짐을 풀고 방에서 내려와 식사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아름다운 5명의 여인들이 객점으로 들어왔다. 객점에서 식사를 하고 있던 사람들이 그녀들의 아름다운 모습이 넋을 잃고 그녀들을 바라보고 있는데 한 여인이 마수일행의 겉으로 다가왔다. 마수일행은 창가를 바라보며 식사에 열중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들의 존재를 모르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여인이 마수일행에게 인사를 하자 마수일행도 그녀를 바라본다. 마수일행을 찾아온 여인은 천상루의 다정화였다. 마수일행은 예전에 한번 다정화를 보았기 때문에 그녀를 기억하고 있었다.
“아니.......다정화님 아닙니까? 안녕하세요.”
“제가 잠시 앉아도 되겠습니까?”
마수는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옆자리를 비워주었다. 곽지향과 악무룡이 함께 앉아 있었기 때문에 빈자리가 자신의 옆자리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너희들은 다른 곳에 앉아 식사해.”
다정화의 말에 다정화를 따라온 여인들이 다른 탁자에 앉았고, 다정화는 마수의 겉에 앉는다.
“여긴 어떻게 오셨습니까?”
마수의 질문에 다정화가 소매를 입을 가리며 예쁘게 웃는다.
“여러분을 뵙기 위해 왔어요.”
“저희들을 찾아오셨다는 말씀입니까?”
“예~”
“우리가 여긴 있는 건 어떻게 아셨죠.”
“제가 여러분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아요.”
“하긴 천상루의 정보력이라면 가능하겠군요. 그래.......무슨 일로 저희들을 찾아오셨죠.”
“우리 천상루도 배화교의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사안 놈들이 사해방을 포섭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여러분을 찾아왔어요.”
“천상루는 배화교와 한편 아니가?”
옆에서 듣고 있던 악무룡이 불만이 가득한 표정으로 말하자 다정화는 화도 내지 않고 예쁘게 웃으며 악무룡을 쳐다본다.
“배화교와 우리는 동업자면서 경쟁자관계죠. 그래서 우리는 배화교가 독주하는 것을 바라지 않아요.”
“악무룡님 일단 다정화님의 말씀을 들어보죠. 우릴 찾아온 목적이 뭐죠.”
마수가 다시 다정화가 질문한다.
“간단해요. 대륙상회가 배화교에 넘어가지 않도록 여러분을 도와드리겠습니다.”
“잠깐..........사해방이 아니고 대륙상회라고 하셨습니까?”
“우리가 파악하기로 사해방과 배화교가 손을 잡기로 이미 이야기가 끝났어요. 사해방주 육철량은 야망이 대단한 사람이라 배화교의 제외를 거절하기 힘들었을 겁니다.”
“음~~~ 심각하군........마수야........육철량이라는 새끼 말이야........내말대로 벽력탄으로 날려버리자. 그런 간단하잖아.”
“용랑........끼어들지 말고 가만있어요.”
악무룡의 말에 조용히 듣고 있던 곽지향이 한 마디 하자 악무룡은 쓰게 웃으면 입을 다물었다.
“이제 두 분이서 말씀하세요. 용랑은 이거 드세요.”
곽지향은 악무룡에게 닭다리를 내밀었다. 닭다리나 뜯으며 조용히 있으라는 말이다.
“육철량의 마음을 돌릴 수 있는 방법은 없겠습니까?”
“우리가 배화교보다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면 육철량이 돌아설지 모르죠. 하지만 지금은 방법이 없어요. 배화교는 대륙의 강과 수로에 대한 모든 이권을 사해방에 준다고 했을 겁니다. 육철량 입장에서야 당연히 배화교와 손을 잡으려 하겠죠.”
“빌어먹을........악무룡님 말대로 그놈을 죽어야 하나?”
“육철량 하나 죽인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닙니다. 육철량 혼자 결정한 것이 아닙니다. 사행방의 모든 의사결정은 평의회라는 곳에서 결정됩니다. 즉~사해방이 배화교와 손을 잡는 것은 육철량 개인의 결정이 아니라 평의회에서 결정되었다고 생각하셔야 합니다.”
“쩝~ 복잡하군..........좋은 방법 없습니까?”
“찾아봐야죠. 일단 저희들도 사해방의 동향과 대륙상회에 대해 조사해 보겠습니다.”
다정화일행과 마수일행은 그날부터 사행방과 대륙상회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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