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天上)의 향기 - 14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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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天上)의 향기 142(반근착절(盤根錯節))-18
풍운이 방에 들어서니 옥선이 재빨리 일어나 자신의 옆자리로 풍운을 안내했다. 풍운은 옥선을 먼저 앉게 한 다음 자신도 자리에 앉았다. 조철봉은 이미 옥선에게 풍운과 있었던 일에 대해서 들었던 모양인지 풍운을 보는 눈이 예사롭지 않다. 조철봉은 옥선이 풍운을 지아비로 섬기기로 했다는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었다. 풍운은 무림공적인 사호팔랑의 우두머리로 백도 무림인들이 그를 죽이기 위해 혈안이 된 천하의 악당이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풍운이 이미 사사천교의 소공녀인 하후소하와 천마마련의 소공녀인 초벽하와 혼약을 약속한 사이라는 것이다. 옥선이 어떤 딸인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정도로 금지옥엽(金枝玉葉)처럼 아끼는 딸이다. 그런데 무림공적의 우두머리에 부인들이 줄줄이 딸린 놈을 지아비로 섬기겠다니 하늘이 무너질 일이다. 옥선은 아버지의 반응에 단호하게 대처했다. 이미 풍운과 한 몸이 되었으니 아무리 반대해도 자신의 마음은 변하지 않는다고 당당하게 밝힌 것이다. 인간은 간사한 동물이다. 옥선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그녀가 다시 돌아올 수 있다면 모든 짓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풍운은 옥선의 생명을 구해준 은인이다. 처음 마음먹은 대로 한다면 풍운이 옥선을 구해준 은인이니 그에게 옥선을 주어도 아깝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막상 딸이 돌아오자 생각이 달라진다. 조철봉은 딸의 뜻이 확고하자 풍운을 보자고 했다. 일단 풍운이 어떤 놈인지 보고 결정하자는 생각이다. 조철봉은 풍운을 유심히 살펴본다. 겉모습만 보아서는 무림맹을 초토화시킨 마수마랑이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풍운에게 무공을 익힌 흔적을 발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풍운의 모습에서 옥선이 그에게 빠진 이유를 발견할 수 없다. 이십대 중반으로 인물도 별 볼일 없는 놈이기 때문이다.
“운랑.......아버님께 운랑의 모습을 보여주세요.”
“아~ 참~............죄송합니다.”
풍운은 자신이 역용을 하고 있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 역용을 하는 것이 습관화되어 본래의 모습으로 있는 것이 더 이상할 정도니 잊고 있는 것도 당연하다. 풍운은 고개를 숙여 역용을 풀고 다시 고개를 들었다. 조철봉은 풍운의 바뀐 모습을 보고 입이 떡하니 벌어졌다. 도무지 여자인지 남자인지도 분간할 수 없을뿐더러 인간이 아닌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제야 옥선이 빠진 이유를 알 것 같다.
“허허허~ 옥선에게 대충 들었지만........정말 할말이 없군.”
“보시기 거북하시면 다시 역용하겠습니다.”
“아닐세!.......그대로 있게나. 참~ 자네는 내 사위가 되니 내가 말을 놓는다고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말게.”
“당연히 말씀을 놓으셔야죠.”
역시 잘생기고 볼일이다. 조철봉은 풍운의 인물을 보고 단번에 사위로 인정한 모양이다. 조철봉은 풍운과 옥선을 번갈아 보더니 고개를 끄덕거린다. 옥선이 풍운을 사랑하고 몸까지 허락했으니 딸을 위해서 풍운 놈과 맺어줄 수밖에 없다. 단지 걱정되는 것은 사위 놈이 너무 잘생겼다는 것이다. 또한 사사천교와 천마마련이라는 든든한 배경을 가지고 있으니 딸을 위해서 사위 놈을 잡아놓을 필요가 있다.
“옥선에게 모두 들었네. 그래........앞으로 어떻게 할 계획인가?”
“장인어른은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내가 먼저 물어봤어.”
“저는 장인어른의 뜻에 따르겠습니다.”
“쩝~ 좋아! 내가 먼저 말하지. 옥선이 문제는 나중에 이야기하기로 하고 먼저 자네들과 우리 장강수로십팔채의 관계정립부터 이야기하세.......우리는 말일세....... 우릴 공격한 놈들이 누구든지 상관없어. 그놈들이 배화교든........흑도 무림이든.......우릴 건드린 이상 우리의 적(敵)일 뿐이야. 우린 군산으로 쳐들어갈 것이네. 자네들은 배화교에 원한이 있다고 했지. 자네들이 우릴 찾아온 목적이 배화교가 자네들과 우리의 공동의 적(敵)이니 손을 잡자는 말일 것 같네. 내말이 맞나.”
“예~”
“하지만 그건 곤란해. 자네들은 무림공적이야. 우리가 자네들과 손을 잡으면 우리도 무림공적이 되는 거야.”
“아~ 아버지.”
조철봉의 말에 옥선이 벌떡 일어났다. 옥선은 당연히 아버지가 풍운일행과 손을 잡을 것으로 생각했다. 풍운일행이 배화교에 대해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고 자신들에게는 풍운일행이 가진 힘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풍운은 옥선의 손을 잡고 자리에 앉힌다.
“옥선은 나서지 마............장인어른.........우리가 무림공적이기 때문에 우리랑 손을 잡기 거북하시다는 말씀입니까?”
“자네에게 미안한 말이지만 우리 장강수로십팔채는 백도에도 속하지 않고, 흑도에도 속하지 않은 중도적인 세력이야. 그런데 우리가 자네들과 손을 잡으면 우리까지 백도의 적(敵)이 돼. 이건 우리가 손해 아닌가?”
“알겠습니다. 장인어른의 뜻이 그러하시면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풍운은 미련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혁린무가 이끄는 배화교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장강수로십팔채의 힘이 필요하다. 하지만 상대가 자신들과 손을 잡는 것을 거부한다면 미련을 버리고 자신들만의 힘으로 배화교을 상대할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안되는 것은 빨리 포기하고 새로운 대안을 찾아보자는 생각이다.
“우.......운랑. 가.......가시는 겁니까?”
“옥선.........우리가 우리 입장만 생각한 모양이다. 장인어른 입장도 생각해드려야 하는 건데.........신경 쓰지 마. 괜찮아. 다른 길을 찾으면 돼. 이만 가야겠다. 참~ 우리랑 같이 가면 위험하니까 옥선은 이곳에 있어.”
풍운이 밖으로 나가려한다. 당장 나머지 일행과 풍랑채를 떠나겠다는 뜻이다.
“아버지!!!!!”
옥선은 곧이라도 눈물이 떨어질 것 같은 표정으로 아버지를 부른다. 조철봉은 난감했다. 이건 자신의 예상과 틀리다. 조철봉은 자신이 유리한 입장에서 풍운과 협상하려했다. 풍운일행이 무림공적이니 그 약점을 잡아 장강수로십팔채로 끌어들이려 했던 것이다. 쉽게 말해 조철봉은 자신의 자리를 풍운에게 물려주는 한이 있어도 풍운일행을 장강수로십팔채의 일원으로 만들고 싶었던 것이다. 그것이 딸과 장강수로십팔채를 위한 길이라 생각했다. 그런데........풍운은 협상이 시작되기도 전에 자리를 떨고 일어나 버렸다. 상대하기 고악한 놈이다. 지금까지의 경험상 풍운 같은 놈은 협상이란 단어조차 모르는 놈이다. 이런 놈에게는 숨김없이 모든 터놓고 이야기해야 통한다.
“이보게.......무슨 사람이 그렇게 성질이 급해. 자자~ 흥분을 가라앉히고 자리에 앉아봐~”
조철봉이 자리에서 일어나 풍운을 붙잡아 다시 자리에 앉힌다. 풍운은 다시 자리에 앉을 수밖에 없었다. 조철봉이 연세도 많고 옥선의 아버지이기 때문이다.
“미안하네. 내가 늙다보니 말을 돌리는 버릇이 있어서 자네가 오해한 모양이군. 그냥 쉽게 말하지. 자네들........우리 장강수로십팔채로 들어오게. 우리 함께 배화교를 무찌르세.”
조철봉은 속에 담고 있는 말을 직설적으로 말했다. 풍운은 잠시의 고민도 없이 바로 받아친다.
“우릴 장강수로십팔채로 일원으로 받아주시겠다니 일단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그것 곤란합니다.”
“왜 곤란하다는 건가?”
“저는 사사천교의 태상장로입니다. 또한 비룡문의 문주입니다. 제가 장강수로십팔채로 들어가면 사사천교나 비룡문은 어떻게 되겠습니까?”
“좋아! 무슨 말이지 알겠네. 그럼 이런 조건이면 어때..........자네에게 총채주자리를 물려주겠네. 아예 장강수로십팔채로 통째로 주겠다는 말이네. 그래도 싫은가?”
“죄송합니다. 뜻은 고맙지만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조철봉은 입술을 깨물었다. 풍운이라는 놈은 장강수로십팔채를 통째로 주겠다고 해도 싫다고 한다. 어떻게 해야 풍운 놈을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 수 있을까? 방법이 없단 말인가?
“장인어른.........이렇게 하죠. 세력 대 세력으로 동맹을 맺으면 어떻겠습니까? 우리 비룡문과 장강수로십팔채가 배화교를 무찌를 때까지 동맹을 맺는 겁니다.”
“하하하~ 동맹?........겨우 10명 남짓한 비룡문과 우리 장강수로십팔채가 동맹을 맺어?.......자네는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그럼 장강수로십팔채가 우리 비룡문 밑으로 들어오세요?”
풍운의 당돌한 말에 조철봉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진다. 도대체 저 무모할 정도의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자신들보고 비룡문 휘하로 들어오라니 이게 말이 되는가?
“방금 그 말.......진담인가?”
“장인어른.......가장 좋은 방법은 처음 말씀드린 대로 우리일행이 장강수로십팔채를 도와 배화교를 상대하는 겁니다. 저희들이 장강수로십팔채로 들어가는 것도 힘들고 장강수로십팔채가 우리 비룡문 휘하로 들어오기도 힘들어요. 저희들을 잡아두려 하지 마세요. 제가 드릴 말은 이것이 전부입니다.”
풍운의 말이 끝나자 조철봉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망치로 뒤통수를 한대 맞은 느낌이다. 풍운이라는 놈은 자신의 심중을 정확히 꿰뚫어 보고 있었다. 그리고 상대의 기분이 상하지 않은 범위 내에서 자신의 뜻을 정확하게 전달한다. 놈은 협상을 못하는 놈이 아니다. 놈에게 완전히 당했다.
“자네에게 졌네. 좋아. 자네 뜻대로 하겠네. 허허허~ 사위하나 당찬 놈을 얻었군.”
“제 청을 받아주셔 감사합니다.”
“휴~ 자자~ 배고프지 않은가? 우리 식사부터 하세.”
풍운과 조철봉은 식사를 시작했다. 업무적인 이야기가 끝났으니 마음 편하게 밥이나 먹자는 것이다.
“언제가 좋겠나.”
밥을 먹다말고 조철봉이 물어본다.
“예~ 무슨 말씀입니까?”
“우리 옥선이를 허락도 안받고 잡아먹었다며........그럼 책임을 져야지. 우린 언제라도 좋으니 자네가 좋은 날로 잡게.......혼례날짜 말하는 거야.”
“칵~ 칵~”
풍운이 갑자기 가슴을 때린다. 음식이 언친 모양이다.
“운랑.......물드세요.”
옥선이 얼른 물을 주니 풍운이 물을 마시며 한숨을 쉬었다. 혼례문제가 나오면 풍운은 할말이 없다. 하후소하나 초벽하와도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혼례를 미루고 있다. 근데 여기서 또 혼례문제가 나온 것이다.
“배화교와의 일이 끝나면 그때 치루겠습니다. 배화교에 때문에 뒤숭숭한 상황에서 혼례를 치루기도 힘들지 않습니까?”
“쩝~ 하긴.......이런 분위기에서 혼례이야기를 꺼내긴 힘들겠지. 알았네. 옥선아........섭섭해도 좀 참아라.”
조철봉의 말에 옥선은 빙그레 웃기만 한다. 옥선입장에서야 당장이라도 혼례를 치루고 싶다. 하지만 장강수로십팔채의 상황도 여의치 않고, 풍운의 입장도 있으니 지금은 참을 수밖에 없다. 사실 풍운이 겉에 있을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하지 혼례 같은 겉치레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옥선아........사위와 그만 나가봐. 나는 채주들과 논의할 것이 있다.”
“알았어요. 운랑.......우리 가요.”
식사가 끝나자 옥선은 풍운의 손을 잡고 밖으로 나왔다. 옥선의 표정이 밝다. 아버지가 풍운을 인정하고 풍운의 뜻에 따라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운랑........소개시켜 드릴 분이 있어요.”
“누군데.”
“우리 어머니와 동생이요. 빨리 따라오세요.”
옥선은 풍운을 데리고 통나무집으로 들어갔다.
“누나.”
문이 열리자마자 이제 10살 정도 되어 보이는 귀여운 꼬마가 옥선에게 달려온다.
“우리 영이 그동안 잘 있었어.”
“영이가 얼마나 보고 싶었는데 지금 오는 거야. 누나 나빠~”
“그래.......늦어서 미안해.......영아 잠시만........어머니께도 인사드려야지.”
옥선은 영의 머리를 쓰다듬고 한쪽에 울먹이는 표정으로 서 있는 40대 후반의 여인에게 다가갔다.
“어머니 저 왔어요.”
“그래.......네가 왔다는 소식은 들었다. 이렇게 무사히 돌아와서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구나.”
“어머니께 소개시켜드린 분이 있어요. 운랑........인사하세요. 우리 어머니세요.”
풍운은 옥선의 어머니에게 다가가 인사를 올렸다.
“안녕하세요. 풍운이라고 합니다.”
“그래........자네가 우리 옥선이를 구해주었다는 말을 들었네. 고맙네. 정말 고마워~”
옥선의 어머니는 풍운의 손을 잡고 연신 고개를 숙인다.
“아닙니다. 제가 감사드려야죠. 옥선이 같은 예쁜 딸님을 주셨잖아요.”
“무슨 말인가? 옥선을 주다니.”
옥선의 어머니가 의아한 눈으로 옥선을 보니 옥선은 어머니의 귀에 지금까지의 일을 간락하게 속삭인다. 어머니는 옥선의 이야기를 듣고 풍운을 살펴보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같은 여자가 보아도 풍운은 너무 멋지게 생긴 청년이다.
“우리 옥선이와 혼인하기로 했다고........안 그래도 마땅한 혼처를 찾고 있었는데 잘 됐군. 자~ 자리에 앉게.”
풍운이 탁자에 앉으니 옥선도 풍운의 앞에 앉았다.
“누나........저 아저씨 누구야.”
영이 옥선의 무릎으로 올라오며 물어보다.
“매형이야. 앞으로 매형이라고 불러.”
“매형? 그게 뭐야!”
“누나 곧 혼인해. 저분은 누나와 혼인할 분이야. 그러니까 매형이라고 불려야 해.”
“어~ 누나 혼인해..........안돼. 저~ 아저씨 가라고 그래. 아저씨 가! 누나는 영이랑 살거란 말이야.”
“영야. 매형에게 무슨 말버릇이야. 당장 용서를 빌지 못해.”
옥선의 어머니가 차를 가져오며 영을 나무라지만 영은 씩씩거리며 풍운을 노려본다.
“아저씨 나빠........빨리 가란 말이야.”
풍운은 이런 경우가 처음이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영야........사람은 나이를 먹으면 혼인을 하는 거야. 나중에 영이도 크면 누나처럼 예쁜 여자랑 혼인을 할 거야. 그리고 누나가 혼인을 한다고 영이와 헤어지는 것은 아니야.”
“몰라.......듣기 싫어. 누나는 내꺼라 말이야. 저 아저씨 빨리 가라고 그래. 응 누나~”
“이놈~ 입 다물지 하지 못해. 버릇없이 매형에게 무슨 말버릇이야.”
어머니가 다시 혼을 내자 영은 삐져서 자신의 방으로 달려가 버린다.
“엄마 미워.”
“미안하네.......철이 없어서 그러니 자네가 이해하게.”
옥선어머니의 말에 풍운은 머리만 긁적거린다. 나이어린 처남이 누나를 빼앗겠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운랑.......영이 문제는 제가 해결할게요. 아직 나이가 어려서 그래요.”
“쩝~ 알았어요. 전 이만 가야겠네요. 동료들이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아니 벌써가려고.......차라도 한잔하고 가게.”
“그래요. 조금만 더 있다가세요.”
풍운은 옥선어머니가 준비한 차를 마시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늦었군요. 장모님도 주무셔야하니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알았네.......내일 다시 보세.”
풍운은 옥선어머니께 인사를 하고 나오니 옥선이 따라 나온다.
“들어가. 동생을 달려줘야지.”
“운랑........잠시만 같이 있으면 안돼요. 잠시만 걸어요.”
풍운이 옥선과 함께 나루터로 향한다. 풍운은 나루터로 가면서 옥선을 힐긋힐긋 쳐다본다. 옥선이 팔에 매달려 있으니 간간히 포근한 젖가슴의 감촉이 자신을 자극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저기.........옥선........남들이 보잖아. 조금만 떨어져 걸으면 안 될까?”
“이미 부모님께도 허락받았는데........보든 말든 무슨 상관이에요.”
옥선은 다른 사람에게 풍운이 자신의 남자라는 것을 자랑하고 싶은 모양이다. 풍운은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끌어 오르는 욕정을 억누른다.
“와~ 저기 보세요. 아름답지요.”
옥선이 동정호를 가르친다. 은은하게 빛나는 달빛이 파랑(波浪)에 부셔지며 아름다운 빛을 뿌리고 있다. 풍운은 동정호를 바라보고 있으니 마음이 차분해진다.
“운랑........고마워요.”
옥선이 풍운의 어깨에 기대며 속삭인다.
“뭐가 고마워~. 당연히 내가 할 일인걸........처남이 섭섭한 모양인데.......잘 달래줘~”
“알았어요. 피곤하지 않으세요.”
“아니.......옥선이랑 있으니 피곤한줄 모르겠어.”
“치~ 이제 가요. 주무셔야죠.”
“옥선.......내일부터 다시 바빠질 거야. 아마 옥선과 떨어져 있는 시간이 많이 지겠지. 그래서 하는 말인데........옥선도 무공을 배워두는 것이 어때.”
“무공이요? 저도 제 한 몸 지킬 정도의 무공은 익히고 있어요.”
풍운은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냉정하게 말해서 지금 옥선의 실력으로 혈영대 한명도 상대하기 힘들어.”
“치~ 절 무시하는 게에요.”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이 그래. 혈영대도 혈영대지만 옥선이 무공을 익혀야 하는 이유가 또 있어.”
“뭐죠.”
“벽하나 소하도 절정고수고 아라누님이나 수혜아가씨도 절정고수야.”
“아라누님?........수혜 아가씨? 그분들은 누구죠?”
“그러고 보니 두 사람에 대해 말하지 않았군.”
풍운은 옥선에게 아라와 수혜에 대해 이야기 해 주었다. 옥선은 처음에는 무척 놀란 표정이었다. 벽하와 소하외에 또 다른 여자가 있다니 어찌 놀라지 않겠는가? 그런데 풍운의 이야기가 계속 될수록 옥선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아라와 수혜의 기막힌 사연이 너무나 가슴이 아팠기 때문이다.
“운랑에게 그렇게 아픈 기억이 있는 줄은 몰랐어요.”
“쩝~ 애써 잊고 살려 노력하고 있지. 물론 머릿속에서 지운 것은 아니야. 누님과 아가씨는 반드시 내손으로 구할 거야. 휴~~ 그 이야기는 그만하자. 자~ 이제 무공을 배울 맘이 생겼어.”
“배울게요. 물론 운랑께서 알려주실 거죠.”
“음~ 저번에 생사현관을 타동하는 과정에서 보니 옥선은 음(陰)의 성질을 가진 내공을 익히고 있더군. 어떤 내공이야.”
“명옥풍파심공(明玉風波心空)이라는 장강수로십팔채의 독문심공이에요.”
“그래.......명옥풍파심공이라?”
풍운의 머리가 빠르게 회전하며 무공구결들을 찾아낸다. 풍운은 머리 속에는 중원 각파의 무공절기와 세외세력의 무공절기들이 들어있다. 풍운이 알기로 명옥풍파심공은 수공(水功) 계열의 무공심법이다.
“옥선.......그 심공 말이야. 구걸 좀 알려줄 수 있겠어.”
“구결이요?.......말해주는 거야 어렵지 않지만 이해하실 수 있겠어요.”
“한번만 알려줘~ 나도 알고 있기는 한데.......내가 기억하는 것이 확실하지 확인하고 싶어서 그래.”
“예? 운랑이 명목풍파심공을 알고 계신다는 말씀이세요. 어떻게요?”
“잠마동에서 본 기억이 있어. 자세한 것은 다음에 말해줄게.”
“알았어요.”
옥선은 명옥풍파신공의 구결을 말해주었다.
“끝났어요. 다시 할게요. 한번 들어서 기억 못하잖아요.”
“충분해. 고마워~ 이제 그만 가자.”
“아니 한번 듣고 모두 외우셨단 말씀이세요.”
풍운은 대답하지 않고 빙그레 웃기만 한다.
“자~ 이제 들어가.......처남이 기다리겠다.”
“운랑.......잘 주무세요.”
옥선은 어머니가 기다리는 집으로 갔고 풍운은 도치일행이 가다리는 집으로 갔다. 통나무집에 들어가 보니 도치와 금막비 그리고 사우가 탁자에 업어져 자고 있고, 천유와 당령이 술을 마시고 있었다.
“왔어. 늦었네.”
천유의 혀가 반쯤 꼬였다. 많이 취한 모양이다. 풍운이 남자들을 살펴보니 남자들은 이미 혼수상태다.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몰라........지네들끼리 처먹더니 모두 쓰려졌어. 너~ 이리와~ 둘이 먹기 심심한데........같이 마시자.”
“일단 이 물건들부터 정리하고 보자.”
풍운은 도치와 나머지 남자들을 침상에 눕히고 다시 탁자로 돌아오니 천유와 당령이 건배를 하고 술을 마시고 있다.
“당령........너도 정신 차려.........싫다는 남자새끼 쫓아다니지 말고.........다른 남자새끼 찾아보란 말이야..........남자새끼들 다 똑 같아.”
“씨~ 그만하라고 했지. 난 형부가 좋아. 형부 아니면 안돼. 어릴 적부터 형부랑 혼인하겠다고 맹세했단 말이야.”
“지랄을 하고 있네. 혼자 맹세하면 다냐? 금막비새끼는 관심도 없는데.......혼자 혼인하겠다고.........멍청한 년.”
“이게........넌~ 얼마나 잘났다고 날 욕하는 거야.”
“난 최소한 너처럼 짝사랑은 안 해. 우린 서로 사랑하고 있어.”
“씨~ 너랑 안 마셔. 어휴~ 기분 나빠~”
“야야~ 언니가 충고하면 들어라.......빨리 금막비 같은 놈 잊어버리고 다른 남자 찾아봐~”
“됐어. 그만하고 술이나 마셔.”
당령은 천유의 잔에 술을 따라주는데 손이 떨려서 반은 바닥에 흘리고 있다. 풍운은 기가 막힌 광경에 어의가 없어서 천유의 잔을 빼앗는다.
“두 분도 취했어요. 그만 가서 주무세요.”
“어라~ 너 왔나.”
“허참~ 조금 전에 왔잖아.”
“아 그랬었지. 옥선이년이랑 잘 놀다 왔어.”
풍운은 쓰게 웃더니 들고 있던 술을 마셔버리고 탁자에 있던 술도 모두 마셔버린다.
“자~ 이제 술도 없다. 그만 일어나라.”
“씨~ 누가 너보고 다 마시라고 했어. 당장 술 가져와.”
“골치 아프군..........당장 일어나지 못해.”
풍운이 버럭 화를 내자 당령은 입을 삐죽거리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그만 잘게.”
당령은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금막비의 침상으로 가더니 금막비 위로 쓰려진다. 풍운은 굳이 당령을 다른 방으로 옮기는 않았다. 당령이 금막비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너도 그만 일어나라.”
“이런 씨~ 술 달란 말이야. 술~”
“천유.........정말 더 마실 수 있겠어.”
“그럼~ 나 안 취었어.”
“술 취한 놈치고 지가 취했다는 놈 없지. 쩝~........어라 어깨에 뭐가 묻었다.”
“그래~ 어디.”
“가만 있어봐~”
풍운은 천유의 어깨를 떨어주는 척하면서 천유의 혼수혈을 찍어버리니 천유의 몸이 탁자로 쓰려진다. 풍운은 얼른 천유의 몸을 받치고 천유를 번쩍 않았다.
“보기보다 무겁네........어디보자 어디에 눕히지.........에이~ 모르겠다.”
풍운은 천유를 사우의 침상에 눕히고 자신은 바닥에 누웠다. 방에 더 이상 침상이 없기 때문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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