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天上)의 향기 - 75부
본문
천상(天上)의 향기 75(낙화유수(落花流水))-13
다정화의 명령은 받은 여인들은 수혜, 아라, 장기를 데리고 떠났다. 아군은 의자에 주저앉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아라와 수혜가 떠났다. 한명은 자신이 목숨처럼 아끼고 사랑했던 여인이고 한명은 자신에게 한없는 사랑을 베풀어주었던 여인이다. 그녀들의 마지막 말들이 생각난다. 아군의 머릿속에 그녀들의 마지막 말이 맴돌았다. 그녀들은 자신을 믿는다고 했다. 자신의 떠날 수 없다고 했다. 자신의 겉에 남을 수 있다면 어떠한 고난과 고통이라도 참을 수 있다고 했다. 자신들을 구해달라고 했다. 누굴 믿는단 말인가? 그녀들이 고통을 당해도 아무것도 해주지 못하는 자신을 믿는단 말인가? 아무 능력도 없고 나약하기만 한 자신을 믿는단 말인가? 아군은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복받치는 슬픔을 억누르고 있는 것이다.
“뚝~~”
아군이 앉은 의자 밑으로 맑은 물방울이 떨어진다. 소하는 아군을 지켜보다가 그의 겉으로 다가가 어깨에 손을 얻는다. 소하의 손에 아군의 떨림이 느껴진다. 소하도 가슴이 아프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야 하는 아군의 아픔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군랑.......슬퍼하지 마세요........잠깐 동안의 이별입니다. 우리 사사천교도 천련화의 열매를 찾아보겠습니다. 그러니까 힘을 내시고 다시 일어나셔야 합니다.”
“그래요.......일사님을 믿고 떠나신 분들을 위해서라도 힘을 내셔야합니다.”
마수의 말에 아군은 소매로 눈물을 흠치고 고개를 들었다. 아군의 눈이 붉게 물들어 있다. 아군은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천천히 한숨을 쉬었다.
“그래요. 힘을 내야죠. 이제 십이사 중에서 아홉 명만 남은 건가요.”
“아닙니다. 우리는 언제까지나 십이사입니다. 장기형님, 벽궁수혜님, 궁아라님이 우리들 가슴속에 살아계시는 한 그분들은 죽은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수혜님과 아라님은 돌아오실 겁니다. 저는 그분들이 돌아오실 거라 믿습니다.
“그래.........마수 말이 맞다. 우리는 아무도 보내지 않았다. 일사님 일어나세요. 일사님은 우리 십이사들의 수장입니다. 일사님이 우릴 이끌어주셔야죠.”
아군은 입술을 깨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다. 마령단에 중독된 나머지 일행도 구해야하며, 설련화의 열매도 찾아보아야한다. 자신을 믿고 떠난 그녀들을 위해서라도 이대로 주저앉아 있을 수만은 없다.
“예~ 알겠습니다.”
“미친놈들.........곧 죽을 놈들이 무슨........”
십이사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다독마의가 툭 던지는 말이다. 다독마의는 아군일행을 대충 살펴보고 그들의 현재상태를 알 수 있었다. 현재 아군을 제외한 나머지 일행은 마령단에 중독된 상태다. 자신이 만든 약을 먹는다고 해도 길어야 오년이다. 오년이 지나면 자신의 약으로도 마령단의 독을 중화시키지 못할 것이다.
“마의님 다른 사람들도 가망이 없는 겁니까?”
“이대로 두면 가망이 없어. 내가 지어준 약은 마령단의 독이 펴지는 것을 지연시켜주는 약이지 치료약이 아니다. 내가 지어준 약을 계속 먹는다고 해도 길어야 오년이야. 오년이 지나면 죽거나 백치가 되는 거야.”
“마의님.......저희들이 살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겁니까?”
마수가 다독마의에게 물어보니 다독마의는 아군을 바라본다.
“해약을 말하는 거냐. 해약은 없다. 나도 마령단의 해약은 못 만들어. 그렇다고 포기하긴 이르다.......치료할 방법이 있기 때문이지. 방법은 저번에 내가 말한 그대로야. 설련화의 열매를 구하던지.......아니면 저놈이 마황단을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흡수하고 수라기를 극성으로 익혀 극마지경에 들면 너희들을 치료할 수 있을 거야. 혹은 저놈의 몸속에 잠들어있는 선천강기를 끌어내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도 돼지. 지금 당장 천련화의 열매를 구하는 것은 힘들어.......그러니까 너희들의 목숨은 저놈 손에 달렸다고 보면 된다.”
“그럼 일사님이 극마지경에 들거나 선천강기를 끌어내면 저희들을 치료할 수 있다는 말씀이죠.”
“내가 몇 번을 이야기해. 저놈만 제정신 차리면 너희들을 살릴 수 있어. 하지만 저놈의 상태로 보아 극마지경에 들기 전에 저놈이 먼저 미쳐버릴 것 같아서 가망이 없다는 거야.”
마의의 말에 아군은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긴다. 수혜와 아라는 떠났다. 이제 겉에 남은 사람은 나머지 십이사일행이다. 그들까지 보낼 수는 없다. 그들을 구해야 한다. 아군이 다시 눈을 뜬다.
“마의님..........제가 어떻게 하면 극마지경에 들 수 있습니까?”
“그거야 수라기를 익힌 네놈이 알지 내가 어떻게 알아.”
마의는 어의가 없다는 말투다. 그때 곽지향이 앞으로 나선다.
“할아버지는 알고계시는 거죠. 할아버지.......알려주세요.”
곽지향이 다독마의의 팔을 잡고 매달린다. 마의는 황급히 곽지향의 팔을 뿌리친다.
“다 큰 계집애가 징그럽게 무슨 짓이냐.”
“흥~ 조금 전에는 꼬맹이라고 하시더니 이제는 다 큰 계집애에요.”
“으그~ 나중에 그놈을 만나면 딸내미 교육 똑바로 시키라고 한 마디 해야겠군.”
“정말 계속 삐딱하게 나오실 게에요. 성질나면 독을 풀어버리는 수가 있어요.”
“뭐........뭐야. 독~ 하하하하~ 공자 앞에서 문자를 쓰겠다는 거냐. 이런 맹랑한 꼬맹이를 보았나. 감히 독으로 날 협박해.”
“할아버지.......빨리 알려주세요.”
곽지향이 다시 다독마의의 팔을 잡고 늘어지자 다독마의는 피식 웃고 만다.
“알았다. 알았어. 자네.......이리 와서 앉아보게.”
다독마의의 말에 아군이 자리에 앉았다. 다독마의는 아군의 맥을 짚어보고 여기저기 살펴보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대단한 친구로군. 그 짧은 기간에 마황단을 자신의 것으로 흡수했군.”
“예? 마황단이 모두 용해되어 흡수되었다는 말입니까? 그럼 수라기가 극성까지 올라간 겁니까?”
“마황단을 모두 흡수했다고 해서 수라기가 완성된 것은 아니야. 마지막 한고비가 남았어. 그 고비만 넘기면 극마지경에 들게 될 거야”
“그럼 또 고비가 있다는 말씀입니까?”
“그럼 셈이지. 모든 일이 그렇지만 향상 마지막이 가장 힘든 법이다. 마지막 고비를 무사히 넘기려면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한다. 잘못해서 마성이 폭발하면........끔찍한 일이 벌어질 거다. 세상에 악마가 나타나는 거지.”
“악마?........음~~ 명심하겠습니다.”
“나는 너의 현재 상태만 알려줄 수 있다. 수라기를 극성까지 익히고 극마지경에 드는 것은 네놈이 해야할 일이야.”
“휴~ 알겠습니다..........이왕이면 다른 분들도 진찰해 주세요.”
“쩝~ 잠자기도 틀렸으니 해주지. 다음 놈 앉아봐라.”
아군은 마의가 다른 사람들을 살펴보기 시작하자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움막이 답답했기 때문이다. 아군이 복잡한 심정으로 하늘을 보고 있는데 옆에서 인기척이 났다. 아군이 고개를 돌려보니 다정화가 저신의 겉에 있었다.
“막내는 일사님을 사랑하고 있더군요. 막내처럼 차가운 마음을 가진 애가 사랑을 한다. 처음에는 믿어지지 않았어요. 그런데 일사님을 보니 막내가 왜 사랑에 빠졌는지 알겠어요.”
“무슨 말씀이죠.”
“일사님은 정말........이런 말이 어울릴지 모르겠지만 참 아름다운 분이세요. 저는 소문을 듣고 일사님이 무슨 괴물로 생각했어요.”
“그래요. 소문에 제가 괴물이라고 해요.”
“아니 그런 건 아니지만.........그건 그렇고 일사님도 막내를 사랑하시나요.”
“사랑?.........글쎄요. 저는 사랑이 뭐지 모르겠어요. 사랑이라는 단순한 말이 누님과 저와의 관계를 설명해주진 못한다고 생각해요. 누님은 제게 때로는 어머니였고, 때로는 연인이었습니다. 그걸 사랑이라는 단순한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
“글쎄요. 저는 사랑을 해보지 못해서 모르겠군요. 다만 막내와 일사님을 보고 사랑이라는 말밖에 생각나지 않았어요. 제가 일사님 기분을 상하게 한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그 이야기는 그만하죠. 다정화라고 하셨죠. 몇 가지 궁금한 것이 있어요. 제가 누님과 아가씨를 언제 다시 만날 수 있는 거죠?”
“확실하게 언제라고 말씀드리지는 못해요. 시일이 얼마나 걸릴지는 저도 모르니까요.”
“그럼 언제라고 기약도 없단 말씀이세요? 만일 제가 설련화의 열매를 구하며 어떻게 하면 되죠? 전 빙궁의 위치도 모르잖아요.”
“만일 일사님이 저희들보다 먼저 설련화의 열매를 구하면 천상루로 찾아오세요. 천상루에 오셔서 저나 해어화를 찾으시면 됩니다.”
“천상루라.......알겠습니다. 또 한 가지 물어보죠. 누님이나 아가씨가 빙백강시가 되면 지능이 4~5세 어린아이처럼 변한다고 하셨는데..........정확하게 어떻게 변하는 거죠.”
“저도 말만 들었지 직접 본적이 없어서 어떻게 변할지는 몰라요. 다만 제가 알고 있는 것은 빙백강시는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만 느끼고 심령의 주인에게만 복종한다고 알고 있어요.”
“심령의 주인에게만 복종한다. 그럼 과거의 일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다는 말입니까?”
“그건 저도 모르겠어요.”
“휴~ 알겠습니다. 혼자 있고 싶군요.......혹시 누가 저를 찾거든 아침까지 돌아온다고 전해주세요.”
아군은 마음이 심란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수혜와 아라를 따라 빙궁으로 달려가고 싶다. 하지만 빙궁의 위치도 모를뿐더러 자신이 짊어진 짐이 너무 많기 때문에 떠날 수도 없다. 아군이 하늘 높이 솟구친다.
“잠깐만........할말이 있어요.”
아군은 다시 다정화의 앞으로 내려왔다.
“말씀하세요.”
다정화는 품속에서 동패를 꺼내 아군에게 내밀었다. 패에는 매화가 핀 나무가 양각되어 있었다.
“혹시 천상루의 도움이 필요하시면 중원에 있는 아무기루나 들어가셔서 이패를 보여주세요. 중원의 있는 대부분의 기루는 천상루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이패를 보여주시면 일사님을 도와줄 겁니다.
“이걸 왜 저에게 주시는 거죠.”
“저는 천상루의 정보망을 이용하면 일사님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아요. 하지만 일사님은 우리에게 연락할 일이 있거나 우리의 도움이 필요할 때 저희들을 찾기가 힘들잖아요. 그래서 드리는 겁니다.”
“제 말은 왜 저에게 이런 친절을 베푸는지 여쭈어보는 겁니다.”
“제가 드리고 싶어서 그래요. 대신 일사님도 나중에 천상루가 곤경에 처하면 도와주셔야 합니다.”
“음~~ 알겠습니다. 고맙게 받도록 하죠. 그럼 이만.”
아군은 다정화가 내민 패를 받아 품에 갈무리하고 하늘 높이 솟구치더니 잠깐 사이에 점이 되어버린다. 아군이 떠나고 바로 소하와 벽하가 밖으로 나왔다. 소하와 벽하는 아군과 다정화가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일부러 자리를 피해주었던 것이다.
“군랑은 어디 가셨죠.”
“새벽까지 돌아오신다고 전해달라고 하셨어요.”
“이놈이 혹시 술 마시려 간 거 아니야. 소하야. 나는 아군을 찾아볼게.”
초벽하가 아군이 살아진 방향으로 달려간다. 소하는 걱정스러운 눈으로 아군과 벽하가 살아진 방향을 주시하고 있었다.
“저기.........저도 이만 가봐야겠네요.”
“다정화님도 가시는 겁니까?”
“이제 제가 도와드릴 일은 끝난 것 같아요. 소하님이 다른 분들께 인사도 못 드리고 가서 죄송하다고 전해주세요.”
“알겠습니다. 대신 전해 드리죠..........도와주셔 감사했어요. 조심해서 가세요.”
다정화도 소하에게 인사를 하고 산을 내려간다.
아군은 차령산의 가장 높은 봉우리로 올라가 봉우리에 우뚝 솟은 바위로 올라갔다. 아군은 하늘을 본다. 곧이라도 눈물이 떨어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늘에는 밝게 빛나는 달과 수많은 별들이 떠있었다. 아군은 바위에 걸터앉아 북해빙궁이 있다는 북쪽하늘을 바라보았다. 사랑하는 아가씨와 누님이 떠났다. 언제 다시 만난다는 기약도 없다. 외롭다. 향상 자신의 겉을 지켜주던 누님이 없다. 누님이 떠난 빈자리가 이렇게 클 줄은 몰랐다. 마음이 허전하다. 아가씨도 떠났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이와 헤어졌을 때 그 사랑이 자신에게 얼마나 소중했던 사랑이었는지 알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아군이 다시 일어났다. 가슴이 터질 것처럼 답답했기 때문이다. 아군은 다시 음양비로 날아올라 저 멀리 불빛이 보이는 마을로 날아갔다. 차령산 밑에 있는 작은 마을에 도착한 아군은 객점을 찾아보았다. 하지만 시간이 늦어 객점들은 모두 문을 닦았다. 힘없이 골목길을 배화하던 아군이 빠른 신법으로 뒤로 돌았다. 등 뒤에서 파공음이 들렸기 때문이다. 아군은 자신에게 날아오는 물체를 금나수로 잡았다.
“올라와........같이 한잔 하자.”
아군은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고개들 들어보니 이층집 지붕위에 초벽하가 술을 마시고 있었다. 초벽하는 아군을 찾아 마을을 내려와 아군을 찾아보았다. 하지만 아군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초벽하는 아군을 찾는 걸 포기하고 객점에서 술을 사다가 지붕위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는데 골목길을 배화하던 아군을 발견하고 아군에게 술병을 던진 것이다. 아군은 술병을 들고 지붕위로 올라왔다.
“어디 갔다 오는 거야.”
“산에........답답해서.”
벽하는 술을 한 모금 마시고 하늘을 보다.
떨어지는 꽃이 강물 위로 흐르는 데서 넓은 세상을 알고[落花流水認天台]
술에 반쯤 취하여 한가하게 읊으며 혼자서 왔다[半醉閑吟獨自來].
벽하는 술을 마시며 당대의 시인 고변이 지은 방은자불우(訪隱者不遇)를 낭송했다. 아군은 벽하가 낭송하는 시를 들으며 술을 마신다.
“뜻이 뭐야.”
“그냥.........군랑의 현재 상태를 대변하는 것 같아서........군랑........군랑은 앞으로 할일이 많은 사람이야. 군랑을 믿고 따르는 사람들도 많아........나도........소하도 군랑을 믿고 있어. 군랑이 흔들리면 안돼........군랑이 흔들리면 군랑을 믿고 따르는 우리는 어떻게.........군랑이 중심을 잡아주어야 해.......그건 군랑도 알지.”
“벽하..........난 무식해서 시가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그래도 좋다.......네 겉에 소하도 있고, 벽하도 있고.........다른 십이사들도 있고........그 사람들이 겉에 있어서 많은 힘이 된다. 그래.......일어나야지. 떨치고 일어나서.............누님과 아가씨를 구해드리고............벽하와 소하를 위해............노력해야지...........이런 말 다시는 안하려고 했는데..........정말 고맙다. 당신들이 있어서..........힘이 된다........정말 고맙다.”
“난 말이야........군랑의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아.........나도 소중한 사람을 보냈거든.........그래도.......이렇게 살고 있다.........우리 오빠.........정말 좋은 사람이야.........그런데.......바보처럼........할아버지........아버지........그리고 우리 마련을 위해서.........무리하게 무공을 익히다가.......그렇게 됐어..........나 말이야........군랑 참 좋다.........군랑이 만일에.........완벽한 사람이었으면........군랑을 싫어했을 거야.........왜냐고.......내가 채워줄게 없잖아........군랑이 허점도 있고........부족한 점도 있고.........그렇게 더 좋아. 왜~........내가 그 부분을 채워줄 수 있잖아.......난 말이야.........군랑의 지금 모습이.......참 좋다......... 슬퍼 할 줄도 알고..........괴로우면.........이렇게 표현 할 줄도 알고.......나.........참 바보 같이 살아.........슬퍼도 울지 못하고........기뻐도 웃지도 못해........왜........내가 천마마련의 소공녀........아니 소공자이기 때문이야.........난 그게 싫어.........갖은자가 행복한 것이 아니다.......불교에 이런 말이 있다.........다 버려라..........버린 만큼.........지킬 것도 없으니 행복을 얻을 것이다..........군랑........나는 다 버리고 싶어........내가 가진 모든 것을 버리고 싶어.......하지만 단지 하나.......군랑 만은 잡을 거야.........왜.........군랑이.........내가 살아가는 이유가 되어 줄 거니까?.........그러니까.......군랑이 날 잡아죠.......꼭 잡아주어야 해.............알았지.”
아군은 술병에 담긴 술을 벌컥벌컥 마셔버리고 술병을 저 멀리 던져버린다.
“벽하야~ 내가 이렇게 부른다고 기분 나쁘진 않겠지........난 말이야.........모르겠다. 옛날에는 그냥 살았다.........그 후 내가 사랑하고.........지켜주고 싶은 사람이 있어서 살았다........그런데.......지금은 왜 사는지 모르겠어..........너나.......소하.........좋은 사람들이야........둘 다 내가 지켜주겠다고 약속 했다.........노력은 할 거야. 그런데.........휴~ 미안하다.........너에게 할 말이 아니구나.”
“그만해.......군랑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아............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거야. 군랑의 겉에 누님과 아가씨만 있는 거 아니야.......나도 있고.......소하도 있어. 그리고 군랑을 믿고 따르는 일행도 있어.........그들............그들을 생각해.........진짜 막말로 이런 모습 싫다.......군랑이 지켜주겠다고.........책임지겠다고 했잖아...........그럼 해야지........우리 지켜주어야지. 언제까지 이렇게 다 죽어가는 사람처럼 맥없이 있을 거야.”
아군은 한숨을 쉬고 하늘을 본다. 벽하의 말이 가슴을 할퀴고 지나간다. 그녀의 말대로 자신은 혼자가 아니다. 소하도 있고 벽하고 있다..........자신을 믿고 있는 나머지 일행도 있다. 자신이 여기서 주저앉을 수는 없다. 자신을 믿고 따르는 사람들을 배신할 순 없다. 수혜와 아라와의 한 약속도 지켜야 한다.
“그래 일어나야지........벽하.......일어나자.”
아군은 자리에서 일어나 초벽하의 손을 잡아주었다. 벽하는 들고 있던 술을 모두 마셔버리고 일어났다. 초벽하기 취한 모양인지 비틀거린다. 아군은 초벽하를 안아주었다.
“어~ 취한 모양이네.”
“괜찮아.......내가 안아줄게.”
아군은 벽하를 안고 하늘을 올라간다. 벽하에게 은은한 취향이 풍겨온다. 아군은 벽하를 안고 일행이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날아갔다.
소하와 나머지 일행은 다독마의의 움막 앞에 모닥불을 피우고 아군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 군랑이 오시는 모양이다.”
“정말이네..........일사님 이쪽으로 오세요.”
마수의 말에 아군과 벽하도 모닥불 주위에 앉았다.
“죄송합니다. 제가 감정을 격해져서 술 한 잔하고 왔습니다.”
“다들 이해하고 있습니다. 일사님.......일사님께는 죄송하지만.......앞으로의 일에 대한 상의 드릴 것이 있습니다.
“말씀하세요............마의님이 뭐라고 하셨나요.”
“별다른 말씀은 없었습니다. 십사님은 원기가 많이 약해지셨으니 조심하라고 하셨고........다른 사람들에게는 마령단의 독기를 막기 위해서라도 내공 증진에 힘쓰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음~ 그래요. 우리가 그동안 무공연마를 게을리 한 건 사실이죠.”
“무공을 수련할 시간이라도 있었어.”
“하긴 그동안 정신없었죠........마수님 의논할 것이 있다고 하셨잖아요. 말씀하세요.”
“일사님도 아시겠지만........일사님만이 저희들을 구해줄 수 있습니다. 우리들에게 가장 시급한 것은 일사님이 수라기를 극성으로 익히시는 겁니다. 하지만 그전에 일사님이 알아두셔야 할 것이 있습니다. 소하님께 들으니 소림과 무당 그리고 화산에서 우리를 조사하기 위해 출발했다고 합니다.”
“예~ 누가 출발했단 말입니까?”
“소림에서는 홍인이라는 중과 사대금강, 무당에서는 현원자라는 도사와 무당오검 그리고 화산에서는 화원명이라는 사람과 추월이검이 우리를 찾기 위해 출발했다고 합니다.”
“다른 문파는 조용한 모양이죠.”
“아닐 겁니다. 먼저 행동에 나선 것이 소림, 무당, 화산일 뿐이지 시간이 지나면 나머지 문파와 칠대세가에서도 저희들을 잡기 위해 출동할 겁니다.”
“바보 같은 놈들.........그들은 우리를 흑도 무림의 앞잡이쯤으로 생각하는 모양이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닙니다. 소림, 무당, 화산에서 무조건 우릴 잡겠다고 나서기보다 홍인스님이나 현원자을 보낸 것을 보면 이번 일을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대체 홍인, 현원, 화원명이 어떤 사람들이죠.”
“그건 제가 설명하죠.”
조용히 듣고 있던 하후소하가 마수대신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마수보다는 하후소하가 그들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을 것이다.
“한 십년 전부터 백도 무림에 천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하는 절대기재들이 나타났다는 소문이 있었습니다. 그들이 바로 홍인, 현원, 화원명입니다. 홍인스님은 우내십기 중 무혜성승의 직전제자고, 현원자는 태청진인의 직전제자입니다. 그리고 화원명은 태화상인의 직전제자죠.”
“쉽게 말하면 우내십기들의 제자란 말이군요.”
“예~ 우내십기라면 50년 전에 있었던 은하대전의 영웅들 입니다. 그들의 직전제자들이라면 현 무당이나 소림 장문인보다 배분이 높을 뿐더러.........엄청난 고수일 겁니다. 거기에 사대금강, 무당오검, 추월이검까지 출사했다면 결코 만만한 상대들이 아닙니다.”
“그래서.........그들이 우리를 잡으러오고 있다는 겁니까?”
“그건 아직 모르겠습니다. 우리와 흑도 무림을 조사한다고 하는데 우릴 먼저 조사할지 아니면 흑도 무림을 먼저 조사할지 모르지 않습니까?”
“음~~ 마수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우리가 배화교의 음모를 이야기하면 그들이 믿을 가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의심은 한번쯤 하겠죠.”
“쩝~ 그들의 일은 나중에 생각하죠. 일단은 눈앞에 닫친 일부터 해결해야죠. 자~ 이제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합니까? 마수님이 한번 말씀해 보세요.”
“예~ 그럼 제 생각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우리들은 영장평원의 전투를 치루며 크고 작은 부상을 당했습니다. 또한 몸에 지니고 다니던 무기들도 모두 소비했죠. 일단은 부상을 회복하고 마의님의 말씀대로 무공정진을 노력해야 합니다. 앞으로 우리가 상대할 적은 결코 만만한 상대들이 아닙니다. 현재의 상태로 그들과 싸우게 된다면 승패를 장담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우리 모두가 아무도 찾지 못하는 곳에 숨어서 부상을 치료하고 무공을 더욱 더 연마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수의 말이 맞다. 우선은 부상부터 치료하고........각자의 무기를 점검할 시간도 필요해.”
“다른 분들의 의견은 어때요.”
“그래........나도 영장평원의 전투를 치루고 보니........신법이나 경공의 필요성을 느꼈다. 어디 가서 경공과 신법을 배워야겠다.”
“알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하도록 하죠. 어디 적당한 장소를 알고 계시는 분 있어요.”
“저기........제가 알고 있는 장소가 있어요. 옛날에 아버지와 독초를 찾아다니다가 발견한 곳입니다.”
곽지향의 말이다. 곽지향은 몇 년 전에 아버지와 함께 독초를 찾기 위해 태산에 갔다가 신기한 장소를 발견했다. 그때도 지금처럼 겨울 이였지만 그곳은 사방이 산으로 둘려 쌓여있고 지하에 용암이 흐르고 있어 기온이 마치 봄날처럼 느껴졌다. 더구나 길이 험하고 주위가 산에 돌려 쌓여있어 다른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 곳이다.
“그래.........그럼 그곳으로 가도록 하죠.”
“잠깐만.......저는 특별한 부상이 없으니 이곳에 남도록 하겠습니다.”
“일사님은 가시지 않겠다는 말씀이세요.”
“저는 마양과 간세들을 만나봐야겠어요. 놈들에게 배화교에 대한 정보를 알아내야죠.”
“그럼 사사천교로 가시겠다는 말씀이세요.”
“예~”
“음~~ 알겠습니다. 그럼 저희들만 가겠습니다.”
“그래........일사님은 산속에 처박혀서 무공을 수련하는 것보다는 이곳에서 다른 사람들과 보대끼며 지내는 것이 더 좋을지도 모르겠다.”
“자 그럼 모두 일어나자.........참~ 일사는 우리의 위치를 모르잖아.”
“이렇게 하죠..........삼 개월 후 낙양루에서 만나기로 해요. 삼 개월 정도면 모두 부상을 치료하고 무기들을 점검하기에 충분한 시간일 겁니다.”
“좋아요. 그럼 삼 개월 후에 낙양루에서 만나기로 해요.”
새벽이 되자 마수를 비롯한 나머지 일행은 태산으로 떠나고, 아군과 하후소하, 그리고 초벽하는 사사천교로 향했다.
ps : 낙화유수는 이번 편으로 종결합니다. 다음 편부터는 새로운 부제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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