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SF

천상(天上)의 향기 - 74부

본문

천상(天上)의 향기 74(낙화유수(落花流水))-12




남악을 출발한 사사철기군과 아군일행은 밤이 깊어서 림주에 있는 차령산 입구에 도착했다. 다정화와 아군은 림주로 이동하는 동안 무림에 일에 대해 서로의 의견을 교환하고 있었다.




“일사님은 무림에 배화교의 음모를 밝히실 참이세요.”


“천상루가 북해빙궁의 또 다른 모습이고 우리들과는 다른 목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빙궁의 입장에서는 저희들이 배화교의 음모를 밝히는 것을 바라지 않겠지요. 하지만 우리들은 우리가 살기 위해서 배화교의 음모를 밝힐 수밖에 없어요.”


“십이사님들의 입장은 저도 알고 있어요. 더구나 무림인들은 십이사님들을 사호팔랑이라고 부르며 흑도의 주구(走狗) 쯤으로 알고 있으니 그런 누명을 벗기 위해서라도 진실을 밝혀야겠죠. 하지만 이런 것은 생각해 보셨어요. 과연 무림인들의 십이사님들의 말씀을 믿어줄 가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제가 보는 관점에서 백도 놈들은 진실을 밝히기 보다는 흑도의 발호를 막는데 십이사님들을 이용할 겁니다. 정사대전이 끝나고 40년의 세월이 지났어요. 그동안 흑도 무림인들이 힘을 키우고 있었다는 것쯤은 아무리 멍청한 백도 놈들이라도 눈치체고 있었을 겁니다.”


“그럼 백도가 진실을 밝히기 보다는 영장평원에서의 일을 빌미삼아 우리와 흑도 무림인들을 공격할 거란 말씀이세요. 그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배화교는 흑도나 백도 모두의 적입니다. 더구나 그들 모두 중원 무림에 속한 무림인들입니다. 외세가 침입한다면 당연히 힘을 합칠 겁니다. 50년 전 은하대전에서도 흑백도가 힘을 합치지 않았습니까?”


“지금의 상황은 50년 전과 틀려요. 여기에 천마마련의 공자님과 사사천교의 공녀님이 계시니 적접 물어보세요. 과연 흑백도가 50년 전처럼 힘을 합쳐 배화교를 상대할 가요.”




아군은 소하와 벽하를 돌아보았다. 다정화와 아군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소하나 벽하는 다정화의 말에 별다른 반론을 제기하지 않았다. 그녀들은 흑도 무림인들의 정서를 알기 때문이다. 천마마련이나 사사천교는 이미 배화교의 음모를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런 사실을 백도에 알리려고 하지도 않는다. 이건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들은 중원 무림이 어떻게 되던 상관하지 않겠다는 태도다. 정확하게 말하면 배화교가 중원으로 밀고 들어와 한바탕 소란이 일어나길 은근히 바라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야 자신들이 무림의 구성(救星)으로 당당하게 무림에 복귀할 기회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정화님의 말씀이 틀리지 않아. 천마마련의 분위기로 봐서 다시는 백도와 손을 잡지 않을 거야. 아군은 잘 모르겠지만 50년 전 은하대전에서 우리 흑도는 엄청난 출혈을 감수하고 배화교연합군을 막는데 선봉에 섰어. 그 결과 배화교 연합군을 막는데 성공했지만 본련은 은마마령군이 전멸하고 천마마령군과 금마마령군에서 엄청난 사상자가 발생했어. 우리는 그때의 상처를 회복하지 못하고 40년 전에 벌어졌던 흑백대전에서 백도 무림인들에 패해 40년 동안 인고의 세월을 보냈어. 이건 본련뿐만 아니라 사사천교나 배교도 비슷해.”


“본교의 입장도 천마마련과 비슷해요. 군랑의 부탁으로 배화교의 첩자들을 잡아갔지만 할아버지가 그들을 이용해 배화교의 음모를 밝힐지는 저도 확실하게 대답하지는 못해요.”


“만일 배화교뿐만 아니라 북해빙궁과 흑독애, 포달랍궁까지 가세한 연합세력이라는 것을 알아도 지금처럼 으르렁거리기만 할까요.”


“그건 모르죠. 하지만 이거한가지는 확실합니다. 백도 무림인들은 흑도 무림인들이나 십이사 여러분의 말을 믿어주지 않을 거라는 말입니다.”


“그건 다정화님의 말이 맞아. 백도 놈들은 우리가 진실을 말해도 믿으려하지 않을 거야.”




초벽하의 말에 하후소하도 고개를 끄덕인다. 초벽하와 같은 의견이라는 뜻이다. 아군은 씁쓸하게 웃으며 아랫 입술을 깨물었다.




“그건 두고 볼 일이죠. 정 안되면 우리만이라도 싸우면 됩니다. 하지만 백도 무림인들도 최소한 우리가 무엇을 위해 싸우는 정도는 알아야겠죠.”


“휴~ 본궁과 입장이 다르니 제가 더 이상 말씀드리긴 힘들군요.”




아군과 다정화가 한참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마차가 멈추었다. 목적지에 도착한 모양이다.




“소공녀님.........여기서부터는 길이 험해 마차로 이동할 수없습니다.”




마차 밖에서 철기군 대장이 소하에게 보고했다. 아군이 수혜를 안고 다른 팔로 궁아라를 안으려하자 다정화가 다가와 궁아라를 안았다.




“막내는 제가 안고 가겠습니다.”




아군은 힐긋 다정화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인다. 다정화라면 최소한 궁아라에게 해가되는 행동은 하지 않을 것이다. 




“군랑 저희들도 따라가겠습니다.”




마차의 문이 열리고 아군과 다정화 그리고 초벽하와 하후소하가 내려왔다. 다정화가 마차에서 나오자 그녀를 수행하던 여자 두 명이 다정화에게 달려왔다.




“다독마의가 계시는 움막으로 안내해라.”


“알겠습니다. 저희들을 앞장서겠습니다.”




두 명의 여인이 앞서가니 아군과 십이사 일행이 그녀들의 뒤를 따라갔다.




“철기군은 여기서 대기하고 계세요.”


“소공녀님도 가시는 겁니까?”


“저도 가야죠.”


“알겠습니다. 그럼 저희들은 차령산 일대를 감시하고 있겠습니다.”




하후소하와 초벽하도 아군일행의 뒤를 따른다. 두 명의 여인은 눈 쌓인 산길을 따라 계곡으로 들어간다. 날이 어두워 주위가 스산하지만 그나마 하늘에 반달과 별들이 아군일행을 비춰주고 있었다. 얼마정도 산길을 따라가자 멀리서 불빛이 보인다. 바로 다독마의가 있다는 움막인 모양이다. 아군 이행이 움막에 도착했다.




“다독마의님 안에 계십니까?”




다정화가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리며 다독마의를 불려본다.




“이 야심한 밤에 어떤 놈들이 문을 두드리는 거야.”




움막의 문이 열리며 괴물 같은 인상의 다독마의의가 나타난다. 다독마의는 움막 앞에 있는 많은 사람들을 살펴보다가 다정화와의 다정화의 품에 안겨있는 궁아라를 살펴보았다.




“또 내년들이냐. 이번엔 무슨 일로 찾아왔지. 저번에 한 부탁한 것은 모두 들어주었잖아.”


“절 기억하십니까? 저 아군입니다.”




아군은 수혜를 안은 상태에서 다독마의에게 인사했다. 다독마의는 아군을 찬찬히 살펴보다가 아군의 품에 안긴 수혜를 바라본다.




“얼굴하나 반반하군. 천면역용술로 역용을 한 것 같지는 않고.........그게 본 얼굴이냐.”


“절 기억하시는 군요.”


“워낙에 특이한 놈이라 기억하자. 그런데 무슨 일이냐.”


“누님과 아가씨를 살려주세요.”


“내 놈과 저년 품에 안겨있는 요물들을 말하는 거냐.”


“다독마의님 안녕하세요.”




아군의 일행 중에서 곽지향이 앞으로 나서며 다독마의에게 인사를 했다. 곽지향은 어릴 적에 다독마의를 본적이 있다. 다독마의와 곽지향의 아버지인 천독마가주 사이에 친교가 있기 때문이다.




“어라. 너는................천독마가의 그 꼬맹이.”


“치~ 꼬맹이라니요. 이렇게 큰 꼬맹이 보셨어요.”


“하하하~ 그동안 못 본 사이에 많이 켰구나. 가주님은 안녕하시지.........”


“인사는 나중에 하고 빨리 아라님과 수혜님을 치료해 주세요.”


“뭐~...........너도 이 요물들하고 관련이 있는 거냐.”


“예~ 저와 생사(生死)를 같이하기로 약속한 분들입니다.”


“생사(生死)를 같이해? 그럼 너도 죽겠다는 말이냐.”


“예? 무슨 말씀이죠. 죽다니요.”


“다 죽은 시체를 가져와서 나보고 어쩌라는 거냐. 난 의원이지 신이 아니야.”


“일단 진맥이라도 해보고 말씀하세요.”


“진맥은 하나마나야. 이것들은 이미 독이 골수까지 침투해서 화타나 편작이 살아온다고 해도 살리지 못해.”


“제가 독을 한곳에 몰아두었단 말이에요.”


“허허 참~ 독(毒)이란 것은 한곳에 붙잡아 둘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네가 독을 한곳에 몰아두었다고 해도 맥박이 뛰고 혈이 돌고 있는 이상 독은 조금씩 세어나가게 되어있다.”


“진맥도 하지 않고 어떻게 아세요. 진맥이라도 하고 말씀하세요.”


“참내~ 좋다. 그렇게 원한다면 진맥은 해보지.......그런데 무슨 사람들이 이렇게 많아. 다른 사람들은 여기서 기다리고 있고 요물들을 안고 있는 기생오라비하고 다정화만 들어와라.”




아군과 다정화가 안으로 들어가자 다독마의가 문을 닫아버린다. 다른 사람은 들어오지 말라는 의미다. 다정화와 아군은 침상에 수혜와 아라를 눕혔다. 다독마의는 침상에 누워있는 수혜와 아라를 진맥하고 여기저기 살펴본다. 아군과 다정화는 초조한 심정으로 다독마의를 지켜보았다. 다독마의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고개를 흔들었다.




“힘들어.........힘들어.........내가 뭐라고 했어 가망이 없다고 했잖아.”


“가.......가망이 없어요.”


“자네가 아군이라고 했지. 그럼 내가 저번에 약을 지어줄때 했던 이야기 기억하고 있겠지. 내가 자네들에게 지어준건 독약이야. 마령단의 독과 내가 지어준 독이 균형을 맞추며 서로 상극하게 해서 마령단의 독이 펴지는 것을 지연시켜 준거네. 그런데 여기 이년.........궁아라라고 했던가? 이 여자는 마령단의 독과 내가 죽 독이 상극하는 과정에 또 다른 독이 있어서. 다시 말해 또 마령단의 독과 내가 지어진 독, 그리고 제삼의 독이 엉키면서 독이 골수까지 침투한 거네.”


“그럼 누님은 가망이 없다는 겁니까?”


“가망이 없는 것은 이 요물도 마찬가지야.”




다독마의는 수혜를 가르치며 말했다. 다독마의가 아라나 수혜를 계속해서 요물이라고 말하는 것은 그녀들이 잠든 상태에서도 소녀미혼신공의 영향으로 요사한 기운을 뿌리고 있기 때문이다.




“아가씨는 마의의 약을 먹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왜 가망이 없다는 거죠.”


“이 아이 말인가?........이름은 모르겠군. 하여튼.........이 여자애는 내력자체가 너무 불순해. 사실 두 명 모두 다른 사람의 정기를 흡정한 것이라 불순하기는 마찬가지야. 그런데 아라라는 여자애보다 이 여자애의 내력이 더욱 불순하더군. 내가 보기에 이여자애는 최근에 상극의 기운을 흡정했을 거야. 음(陰)과 양(陽)의 내력을 흡정한 거지. 이것들이 깨어나지 못한 이유가 불순한 내력 때문도 있어. 음~ 이걸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 다 먹지도 못할 음식들을 창고에 쌓아놓고 해야 하나. 하여튼 두 명 모두 창고에 먹을 것을 잔뜩 쌓아놓았는데 먹질 못하는 경우야.”


“그게 이번 일과 무슨 상관이죠.”


“내력이 순수했다면 중독될 당시에 자신의 힘으로 독을 몰아낼 수 있었을 거야. 그런데 두 명 모두........아니지 특히 이 여자애는 내력자체가 너무 불순해서 독을 몰아내기는커녕 독이 더욱 펴지게 만들어 버렸어. 다시 말해 불순하게 엉켜있던 음과 약의 내력들이 전갈독을 몰아내는 과정에서 자기들끼리 충돌하며 마령단의 독까지 건드린 거야. 만일에 음과 양의 내력을 흡정하지 않고 자신의 순수한 내력만 가지고 있었다면........이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을 거라는 거지.”


“마의 말씀은 결론적으로 둘 다 희망이 없다는 겁니까?”


“잠깐.........아주 잠깐은 깨울 수 있어.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야. 다시 쓰려지면 죽는 거지.”


“죽어요?.........정말 누님과 아가씨가 죽는 겁니까?”


“내 능력으로는 불가능해..........그리고 이대로 방치해도 아마 한달을 넘기지 못하고 죽을 거야. 하단전에 독을 몰아두었다고는 하지만 완전한 것은 아니야. 독이라는 놈을 완벽하게 붙잡아 둘 수는 없어. 시간이 흐르며 혈의 흐름에 따라 조금씩이라도 펴져. 그럼 죽는 거야. 그 꼬맹이도 독의 이런 성질은 몰랐던 모양이군.”




다독마의의 말을 들어보면.......‘독이란 한곳에 잡아둘 수없다. 아무리 독을 한곳에 몰아넣어도 시간이 흐르면 혈의 흐름에 따라 조금씩 펴지게 된다.’ 라는 말이다. 아군은 영장평원에서 곽지향의 지시대로 수혜와 궁아라의 독을 하단전에 몰아두었다. 다독마의를 말을 다시 해석해 보면 하단전에 몰아두었던 독이 시간이 흐르며 조금씩 퍼져 골수까지 침입했다는 말이다. 다정화는 마의의 이야기를 듣고 다급해 졌다. 자신이 구하려는 궁아라도 가망이 없다는 말이지 않는가?




“마의님 전혀 방법이 없는 겁니까? 정말 이대로 보내야하는 겁니까?”


“전혀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야. 세상에 존재하는 모두 독을 해독한다는 설련화의 열매가 있다면 가능해.”


“설련화!!.......그 오백년에 한번 핀다는 전설의 꽃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맞아. 이제는 설련화의 열매만이 이들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야. 하지만 한달이라는 짧은 기간에 설령화의 열매를 찾는 다는 것은 불가능하지. 그래서 내가 가망성이 없다고 하는 거야.”




마의의 말을 듣고 크게 낙담하던 다정화는 펴듯 생각나는 것이 있었다.




“마의님 이런 방법은 어때요. 아라를 생강시로 만드는 겁니다. 그리고 나중에 새로운 치료방법이나 설련화의 열매를 구하면 그때 치료하는 겁니다.”


“생강신?...........북해빙궁에서 만든다는 천려빙백강시를 말하는 거냐.”


“예~ 빙백강시는 두 가지로 만들 수 있습니다. 죽은 자를 이용하는 방법과 산자를 살아있는 상태로 강시처럼 만드는 방법이 있습니다.”


“듣기는 들었지만 대체 산사람을 어떻게 강시로 만들겠다는 거지.”


“그건 빙궁의 비밀이기 때문에 자세히 말씀드리진 못해요. 다만 이건 말씀드릴 수 있어요. 배화교가 십이사들에게 마령단을 먹인 이유는 십이사들을 통제하려는 목적도 있지만 가장 큰 목적은 십이사를 강시로 제련하려고 했던 겁니다. 우리 빙궁도 배화교에서 강시의 제련 방법을 배웠습니다.”


“.........배화교에서 기술을 배워서 더욱 발전시켰다는 말이야.”


“예~ 그런 셈입니다. 천려빙백강시는 살아있는 상태에서 강시가 됩니다. 그리고 이건 할말이 아니지만 마령단에 중독된 아라는 단시간에 강시로 재련할 수 있습니다. 강시로 만들기 위해서는 마령단에 중독 시키는 것이 사전절차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마의님 말씀을 들어보면 아라의 몸속에는 아직 자신의 것으로 만들지 못한 내력이 무궁무진하게 잠들어 있다는 말씀이잖아요. 아라가 빙백강시가 되어 모든 내력을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면 천하무적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음................의학적으로 불가능하지는 않겠군. 북해빙궁의 빙백신공을 이용하면 가능할 것도 같다..........일단 두 명을 생강시로 살려놓은 다음에 설련화의 열매를 구하면 그때 치료한다........이거 충분히 연구해 볼만한 치료 방법이군.”




다독마의는 새로운 치료방법에 흥미를 느끼는 모양이다. 그는 다정화의 말을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가능하다는 말씀이세요.”


“가능할 거야. 빙백강시로 만드는 과정에서 아무리 많은 약물(藥物)을 투여(投與)한다고 설련화의 열매라면 모두 독을 치료할 수 있으니 가능하겠지.”


다정화와 다독마의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아군이 입을 열었다.




“마의님 한 가지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일전에 제가 수라기를 극성으로 익히거나 제 몸에 깃들어있는 선천강기를 끌어내면 마령단의 독을 치료할 수 있다고 하셨잖습니까. 누님이나 아가씨는 그 방법으로도 치료할 수 없는 겁니까?”


“그건 마령단의 독에만 중독되었을 때 이야기야. 독을 치료하는 방법은 대개 세 가지야. 가장 간단한 방법으로 해약을 먹는 방법이고, 두 번째 방법은 강력한 선천강기 즉 양(陽)의 기운으로 독을 태워버리는 거야. 그리고 내가 쓰는 방법처럼 이독제독의 방법이 있어. 하지만 여기 있는 두 명은 독이 이미 골수까지 침투해서 어떠한 방법으로도 치료가 불가능해.”


“제가 수라기를 극성으로 익혀서 극마지경에 들어도 불가능한 겁니까?”


“너는 수라기나 수라마령신공이 어떤 무공이라고 생각하느냐?”


“제가 익힌 수라기와 수라마령신공은 음의 성질을 가지고 있는 마황단(魔皇丹)을 복용하고 익힌 무공이므로 음공(陰功)의 일종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언제 마황단이 음의 성질만 가지고 있다고 했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독이 음의 성질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또한 마황단이 순수하게 음의 성질만 가진 약이면 그건 독단이지 영단이 아니다. 마황단이 마령단과 비슷하다하여 마령단처럼 생각하면 안돼. 마황단은 음과 양이 적절하게 조화된 영단이야. 즉 내가 익힌 수라기도 꼭 음공이라고는 할 수 없어. 너는 만유귀종이라는 말도 모르느냐. 세상의 모든 이치가 궁극에 가면 하나로 통한다는 말이다.”


“그럼 제가 수라기를 극성으로 익혀도 아가씨와 누님은 치료할 수없다는 말입니까?”


“내가 몇 번을 이야기해. 여기 있는 요물들은 한두가 독이 엉킨 것이 아니야. 내가 만든 독단이 한두 가지 독으로 만든 약인 줄 알았어. 더구나 이것들은 독이 골수에까지 미쳤어. 양의 심공으로 태워버릴 수도 없고 음의 신공으로 몸 밖으로 끌어낼 수도 없어. 더구나 중독된 독의 중류가 너무 많기 때문에 일일이 해독하는 것도 불가능해. 방법은 조금 전에 말한 설련화의 열매를 복용하는 방법이 유일한 방법이다.”


“이..........이런 빌어먹을.........”




아군의 얼굴이 탁탁하게 굳어지며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든다. 아군이 주먹을 쥐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군이 흥분하자 몸에서 하얀색의 광체가 솟구친다. 다독마의와 다정화는 자신도 모르게 아군에게 물러났다. 아군이 북풍한설 같은 차가운 살기를 뿌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놈아 진정해. 모두 죽일 셈이냐.”




다독마의가 아군에게 소리를 지른다. 아군에게 풍기는 살기가 너무 지독해 때문에 숨쉬기조차 거북했기 때문이다. 아군은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분노를 억누른다.




“정말 방법이 없는 겁니까? 아가씨와 누님은 이대로 죽는 겁니까?”


“일사님 진정하세요. 아주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설련화의 열매만 있으면 치료가 가능하다고 하지 않습니까?”


“이대로 두면 한달이내에 돌아가신다고 하지 않습니까?”


“빙궁으로 보내 빙백강시가 되면 살수 있습니다. 빙궁을 믿으세요.”


“그거 할 짓입니까? 산 사람을 강시로 만들어요. 다정화님이 누님이라면 그렇게 살고 싶어요.”


“희망이라도 있잖아요. 일사님은 마지막 희망까지 포기하자는 말씀이세요. 전 막내를 그렇게 보낼 수없어요. 일사님이 반대하셔도 막내만큼은 제가 데려가겠습니다. 천상루와 빙궁의 모든 힘을 동원해서라도 꼭 설련화의 열매를 찾아내서 막내를 살릴 겁니다.”




이들의 언성이 높았던 모양이다. 밖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던 다른 일행이 안으로 들어왔다.




“일사님.........우리도 들었습니다. 다정화님의 말씀대로 하세요.”


“군랑. 그렇게 해요. 수혜님과 아라님을 이대로 보낼 수 없잖아요.”




마수와 소하가 아군에게 이야기했다. 아군은 이를 악물고 부들부들 떨더니 고개를 흔들었다.




“그건 할 짓이 아닙니다. 차라리 편안하게 보내드는 것이 나요.”


“마의님 밖에서 들어보니 두 분을 잠시만이라도 깨어나게 할 수 있다고 하셨죠.”




초벽하가 다독마의에게 물어본다.




“가능해. 하지만 깨어있는 시간이 길면 길수록 생명이 단축된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알겠습니다........아군.......나는 이렇게 생각해. 아군의 생각도 중요하지만 아라님과 수해님의 생각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일단 잠깐이라도 두 사람을 깨워서 그녀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물어보자. 만일 아군 말대로 그녀들이 편안하게 가고 싶다고 하면 보내주는 거야. 하지만 그녀들이 마지막까지 희망을 포기하지 않겠다면..........북해빙궁으로 보내자.”


“일사님.......하벽님의 말씀대로 하세요. 두 분의 의지가 중요합니다.”


“그래........두 사람 말을 들어봅시다.”




모든 사람들이 궁아라와 수혜을 깨워 그녀들의 말을 들어보자는 의견이다. 아군은 흥분을 억누르고 고개를 끄덕인다. 아군도 좋다는 뜻이다. 다독마의는 한쪽에서 작은 약병을 가져왔다. 약병의 마개를 따자 고약한 냄새가 진동한다. 다독마의는 궁아라와 수혜의 입을 벌리고 물약을 입에 넣어주었다. 아군과 나머지 일행이 초조하게 수혜와 아라를 지켜보고 있었다.




“으음~ 아~”


“아~ 어지러워~”




수혜와 아라가 깨어난다. 그녀들은 주변을 돌아본다. 




“누님........아가씨.”


“아~ 아군이구나.........어떻게 된 거야. 우리가 다시 살아난 거야.”


“아라야.........내가 누군지 알겠어.”


“어~ 언니가 어떻게..........”


“시간이 없으니 간단하게 설명할게. 너와 여기 있는 소저는 다독마의도 치료할 수없어. 유일한 방법은 설련화의 열매뿐이야. 하지만 설련화는 오백년에 한번씩 꽃을 피우기 때문에 지금 당장은 구할 수가 없어. 그리고 두 명 모두 독이 골수에까지 침입해서 앞으로 한달 안에 죽어. 그렇다고 완전히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야. 너는 본궁의 천려빙백강시에 대해 알거야. 빙백강시는 살아있는 상태에서도 될 수 있어. 단지 지능이 4~5세 어린아이처럼 떨어지고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만 알게 되겠지. 또 오로지 심령의 주인 말만 듣겠지만 최소한 죽지는 않아.........본궁과 천상루의 모든 힘을 기울러 설화련의 열매를 찾을 거야........그때까지만 참아. 무슨 일이 있어도 널 구해줄게.”




다정화의 대략적인 설명이 끝났다. 아라와 수혜는 다정화를 설명이 끝나자 아군을 바라보았다. 아군은 눈물이 글썽거리는 눈으로 수혜와 아라를 보고 있었다. 




“알았어요........잠시만 비켜 주세요.........아군........이리와~”




궁아라의 부름에 아군은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침상으로 다가갔다. 궁아라는 아군의 얼굴을 감싸주다가 아군을 안아준다. 아군은 힘없이 궁아라의 품에 안긴다. 궁아라는 아군을 품에 않은 상태에서 주변을 돌아보았다. 하후소하와 초벽하의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자신과 생사를 같이했던 십이사들의 얼굴도 보인다.




“제가 없는 동안 아군을 잘 부탁해요.........수혜님........수혜님도 들으셨죠. 수혜님은 어떻게 하시겠어요. 전 빙궁으로 갑니다. 저는 아군에게 돌아올 수 있다는 희망만 있다면 어떤 고난이라도 참을 수 있어요.”


“아라님........저는 지금까지 아군에게 상처만 주었어요. 참 바보 같죠. 제가 아군을 사랑하는 것도 모르고 상처만 주었으니.........전 이제 서야 제 마음을 알고 진정으로 사랑하는 법을 배웠어요. 이대로 갈수는 없습니다. 이제는 제가 아군의 사랑에 보답해 주어야합니다. 아무리 험하고 고난의 길이라도.........아군을 겉에 있을 수 있다면 전 그 길을 선택해요. 제가 아군의 사랑에 보답해 주어야하기 하기 때문이죠.”


“그럼 결정됐군요........아군..........아군~”




궁아라는 품에 안고 있던 아군을 일으켜 세운다. 아군은 궁아라의 품에서 울고 있었던 모양이다. 아군의 눈에 눈물이 글썽거린다. 궁아라는 아군의 눈을 닦아주었다.




“바보처럼 울지 마. 사내가 이만한 일이 울면 안돼. 그리고........우리는 이대로 떠나지 않아. 잠시간의 이별일 뿐이야. 그러니까........아군도 우리가 돌아올 때까지 참고 기다려 주어야 해. 알았지.”


“누님.........아가씨........전 못해요. 강시라니요. 어떻게 두 분을 강시로 만들어요.”


“아군.........희망이 있잖아. 다시 돌아올 거야. 아니다. 아군이 우릴 구해주면 되잖아. 설련화의 열매를 찾아서 우릴 구해죠. 꼭 그렇게 해죠...........알았지.”




수혜가 아군에게 이야기했다. 여기에 있는 사람들 중에서 수혜만큼 아군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아군은 자신이 한번 책임진 일은 그 일이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반드시 해내고야마는 사람이다. 또한 아군은 자신의 부탁이라면 무슨 일이든 해주는 사람이다. 수혜는 아군의 이런 점을 알기 때문에 아군에게 자신들을 구해 달라고 부탁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생각도 한다. 만일에 자신들이 이대로 죽어버린 다면 아군의 성격상 자신들을 따라 죽는다고 할지도 모른다. 설사 죽지는 않더라도 패인이 될지도 모른다. 아군은 수혜와 궁아라의 말을 듣고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고 있었다. 누님과 아가씨는 마지막까지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자신에게 구해 달라고 했다. 




“알겠습니다........제가 구해 드리겠습니다. 하늘이 무너져도 반드시 설련화의 열매를 찾아내겠습니다.”


“고마워........아군을 믿어. 아군이라면 꼭 우리 구해 줄 거야. 아리님 안 그래요.”


“저도 믿어요.”


“결론 났네..........다독마의님 빨리요.”




다독마의는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다정화의 말을 듣고 품속에서 금침을 꺼내더니 궁아라와 수혜의 혈도에 침을 꽂았다. 




“아군........꼭.........구해.......”




수혜와 궁아라가 다시 쓰려진다. 다독마의는 아직도 궁아라의 겉에 있는 아군을 밀어내고 두 사람의 몸에 금침들을 꽂아 넣었다.




“휴~ 됐어.........다정화라고 했지. 서둘러.......길어야 이제 이십일밖에 남지 않았다. 이십일 안에 이들이 북해빙궁에 도착해야 한다.”


“알겠습니다..........잠시만 기다리세요.”




다정화는 밖에 대기하고 있던 두 명의 여인들을 움막 안으로 불렀다.




“너희들은 두분을 모시고 북해빙궁으로 가라. 무슨 일이 있어도 이십일 안에 도착해야 한다.”


“알겠습니다.”


“잠시만........천녀빙려강시는 여자만 될 수 있는 겁니까?”




지금까지 조용히 듣고 있던 마수가 다정화에게 물어본다.




“아닙니다. 남자도 될 수 있어요.”


“그럼 장기형님도 모시고 가세요.”


“장기형님? 아~ 영장평원에서 죽었다는 그분.........”


“예~ 배화교에서 형님을 찾고 있습니다. 아마 강시로 만들기 위해서겠죠. 우리가 언제까지 형님을 모실수도 없는 거고.........차라리 빙백강시가 되는 편이 형님에게도 좋을 겁니다. 여러분 반대하시지는 않겠죠.”


“그래.......장기도 보내자.”


“알겠습니다.........너희들은 장기님과 여기 있는 두 분을 빙궁으로 모시도록 해라.”


“알겠습니다.”


두 명의 여인의 각각 아라와 수혜를 안았다.




“저도 같이 가겠습니다.”


“일사님........죄송하지만 일사님은 동행할 수 없습니다. 빙궁의 위치는 본궁의 비밀입니다. 그리고 일사님이 동행하면 더 시간이 걸립니다.”


“그게 무슨 말이죠.”


“세분은 본궁에 있는 설봉(雪鳳)이라는 새를 이용해 이동할 겁니다.........뭐하고 있는 거야. 당장 출발해.”




다정화는 아군에게 말하다말고 여인들에게 불호령을 내린다. 여인들은 다른 말이 나오기 전에 바로 출발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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