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SF

천상(天上)의 향기 - 73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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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天上)의 향기 73(낙화유수(落花流水))-11




흑백대전 이후 겉으로 만이라도 평화를 구가하던 무림이 사호팔랑의 출현으로 술렁이기 시작했다. 무림인들 중에 세상을 한탄하며 지하에 숨어 세월만 죽이고 있던 흑도무사들은 사호팔랑의 출현에 더러운 세상 한번 엎어보자는 심정으로 환호를 보내는 반면 떵떵거리며 배불리 잘 먹고 잘살던 백도무사들은 사호팔랑을 저주하며 그들을 무림공적으로 몰아붙이고 반드시 처단해야 한다는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었다. 그런데 와중에 소림에서 홍인스님과 사대금강이, 그리고 무당에서 현원자와 무당오검이 무림으로 출사했다는 소문이 펴지기 시작했다. 이 소문은 진실여부를 떠나 무림을 또 한바탕 홍분으로 밀어 넣기 충분했다. 홍인스님과 현원자가 누구인가? 소문에 의하면 홍인스님은 현 소림사 장문인의 사숙이 되는 사람으로 우내십기 중 한명인 무혜성승의 직전제자이며 무당에서 출사했다는 현원자는 홍인스님과 마찬가지로 무당 장문인의 사숙이 되는 사람으로 우내십기 중 한명인 태청진인의 직전제자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드디어 백도가 자랑하는 네 명의 기재들 중에서 두 명의 기재가 모든 수련을 마치고 무림에 출사한 것이다. 무림인들의 관심은 이제 흑도가 키웠다는 사호팔랑과 백도가 자랑하는 기재들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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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눈을 뜬 아군은 침상에서 일어나 주위를 살펴보니 자신은 알몸인 상태로 침상에 누워있고 초벽하와 하후소하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아군은 머리를 흔들어 보았다. 영장평원에서부터 자신을 괴롭히던 분노와 살기는 느껴지지 않는다. 어제 밤 하소와 벽하을 상대로 몸속에 쌓인 색욕을 모두 풀어버렸기 때문에 마성에서도 완전히 벗어난 모양이다. 아군은 오랜만에 상쾌한 기분으로 침상에서 일어났다. 그때 문이 열리며 소하가 들어선다.




“어머~”




소하는 아군이 알몸으로 방을 서성거리고 있자 얼른 문을 닫고 고개를 돌린다. 여자들이란 참으로 알 수 없는 존재들이다. 어제 밤에는 그렇게 요녀처럼 정열적이던 여자가 아침이 되자 숙녀가 된 것이다. 부끄럽기는 아군도 마찬가지다. 아군은 얼른 침상으로 올라가 이불로 몸을 가린다.




“일어나셨네요. 아침에 너무 곤히 주무셔서 깨우지 못했습니다.”




소하의 손에는 하얀색 무복이 들려 있었다. 소하는 아군이 입고 있던 옷이 너무 헤어져 있자 새벽부터 일어나 포목점에 달려가 아군의 옷을 사왔던 것이다.




“제가 늦잠을 잤네요. 다른 분들은 모두 일어난 겁니까?”


“모두 조금 전에 일어난 것 같아요. 다들 피곤했던 모양입니다.”




소하는 침상으로 다가와 옷을 탁자에 올려놓고 등을 돌린다.




“대충 눈대중으로 사온 건데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이번만은 그냥 이 옷을 입으세요. 다음에 제가 직접 지어드리겠습니다.”




소하의 말에 아군은 살며시 침상에서 일어나 소하가 사온 옷을 입어보았다. 소하는 아군이 옷을 갈아입는 동안 등을 돌리고 의자에 앉아 있었다.




“사르르~”




아군이 옷을 입는 소리가 들린다. 소하는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아군을 힐긋힐긋 쳐다보았다. 창가에서 들어오는 밝은 햇살에 드려난 아군의 모습은 너무나도 아름답게 보인다.




“다 입었어요. 어때요.”


“아~ 너무 잘 어울려요.”




소하가 이젠 몸을 돌려 아군을 살펴본다. 대충 눈대중으로 사온 것이라 걱정했는데 하얀 무복이 무척이나 잘 어울린다. 소하는 아군의 전체적인 모습을 살펴보다가 흐트러진 옷매무세를 단정하게 만져주고 아군을 의자에 앉도록 했다.




“군랑은 머리가 무척 길군요.”




소하의 말대로 아군의 머리까락은 허리를 지나 허벅지까지 내려온다. 잠마동에 들어가기 전부터 한번도 자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소하는 빗으로 아군의 머리카락을 손질하여 건(巾)으로 단정하게 묶어주었다. 




“이제 됐어요. 제가 물을 준비해 오겠습니다.”


“아............아닙니다. 제가 하겠습니다.”




아군은 황급하게 자리에서 일어나며 밖으로 나갔다. 소하는 아군을 보며 빙긋 웃더니 아군의 품에서 나온 책자와 설비를 탁자에 올려놓았다. 잠시 후 아군이 돌아왔다. 소하는 탁자에 있던 설비와 책자를 아군에게 건네주었다.




“향상 설비를 지니고 다니셨던 겁니까?”


“예! 향상 품에 넣고 다녔습니다. 그렇고 보니 소하소저에게 감사해야겠네요. 무림맹에서 함정에서 빠졌을 때 설비 때문에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그래요. 설비가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이네요. 그런데 군랑.......언제까지 저를 소저라 부르실 거죠. 아직도 제가 부담되세요.”


“아..........아니 그건 아니고.........단지........그러니까?............휴~”




아군은 한숨을 쉬고 잠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아군은 어릴 적에 벽궁세가에서 수혜를 모시는 노비였다. 세월이 변하고 나이가 먹어도 한번 몸에 밴 습관은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아군은 자신을 높이기보다는 낮추는데 익숙해져 있었고 자신보다 신분이 높은 사람을 보면 무의식적으로 주눅이 드는 경향이 있었다. 하후소하와 초벽하가 비록 자신의 여인이 되었지만 그녀들은 천마마련과 사사천교의 소공녀라는 엄청난 신분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들은 옛날의 아군이라면 감히 쳐다보지도 못할 만큼 높은 분들이란 것이다. 




“제가 어릴 적에는 산에서 살았어요. 그러다가 10살 때 벽궁세가의 노비로 들어갔죠. 수혜아가씨를 모시며 5년 정도는 행복했어요. 만일에 배화교에 의해 벽궁세가가 멸문지화를 당하지 않았다면 저는 아직도 수혜아가씨를 모시는 노비로 살고 있었을 겁니다.”




아군의 담담한 말에 소하의 얼굴이 탁탁하게 굳어진다. 소하는 지금까지 아군의 과거에 대해 모르고 있었다. 아군의 담담한 말이 소하의 가슴에 커다란 파문을 일으킨다. 소하는 아군의 손을 잡아주었다. 




“군랑.......과거는 중요치 않아요. 전 군랑의 지금 모습을 사랑합니다.”




아군이 살며시 고개를 들었다. 아군의 눈동자에 약간의 습기가 맺혀있다. 소하의 따뜻한 마음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저........바보 같죠.”


“아니에요. 순수하신 겁니다. 저는 군랑의 그런 점도 사랑해요.”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두 분을 대하는데 있어서 차차 익숙해 질 겁니다.”


“알았어요. 다릴게요. 하지만........그전에 호칭만이라도 바꿔주세요. 소저보다는 이름을 불려주시면 좋겠어요.”


“알겠습니다. 앞으로 이름을 부르겠습니다.”


“지금 불러보세요.”


“소........소하”




소하는 아군의 입에서 소하라는 이름이 나오자 빙긋 웃더니 아군의 어깨에 고개를 기대왔다. 아군은 소하의 어깨를 살며시 안아주었다.




“휴~ 저도 소하나 벽하의 마음을 알고 있어요. 몰라서 두 분을 탁탁하게 대하는 것이 아닙니다.” 


“저희들도 군랑의 마음을 알고 있어요.”




그때 문이 열리며 초벽하가 들어왔다. 소하는 얼른 아군에게 떨어진다. 초벽하는 다시 남장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아군과 소하를 보며 피식 웃는다.




“이것들이 아침부터~.........이젠 시간만 있으면 붙어있네.”


“험~ 험~ 안녕하세요.”


“새삼스럽게 인사는.........아군 잘 잤어. 와~ 소하가 아침부터 부산을 떨더니만 멋지게 꾸며놓았네. 정말 옷이 날개다. 완전히 다른 사람 같아.”


“벽하야. 말조심해........군랑께 무슨 말버릇이야.”


“야~ 하후소하.......난 지금 초벽하가 아니라 초하벽이야. 내가 나이도 어린놈에게 존댓말 써야겠어.”


“계집애가 못하는 말이 없네........너 군랑께 계속 반말할거야. 그러다가 나한테 혼난다.”


“아아~ 그만들 하세요. 저는 상관없어요. 벽하와 처음 만날 때부터 서로 반말을 했으니 그냥 앞으로도 편하게 이야기해요.”


“그래~..........아군과는 통하는 것이 있어........둘 다 그만 붙어있고 짐 챙겨서 나와라. 다들 기다리고 있다.”




벽하는 빙긋 웃더니 방을 나갔다. 아군과 소하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군은 소하에게 받은 책자와 설비를 품에 갈무리했다.




“참~ 그 책은 무슨 책이죠. 무슨 음양도라고 하던데.........”


“요즘 제가 보고 있는 책입니다.”


“예~ 그 책이 무슨 도움이 된다고.......차라리 제가 다른 책을 드리겠습니다.”


“하하하~ 소하도 음양도를 삼류무공쯤으로 생각하시는 모양이군요.”


“죄송한 말이지만 제가 어제 밤에 살펴봤어요. 제가 보기에 음양도라는 무공은 대단한 무공 같지는 않았어요.”


“음양비라는 경공에 대해 들어봤어요?”


“예~ 들었어요. 군랑이 익히고 계신 경공이죠.”


“음양검법에 대해서는 들으셨어요.”


“그건 모르겠어요. 아니다. 얼마 전에 벽하에게 들었던 기억이 있다. 천마마련에서 사용하셨다는 그 검법 말씀하시는 거죠.”


“맞아요. 음양비나 음양검법은 모두 이 책자를 보고 익힌 겁니다.”


“서..........설마.”




소하는 아군의 말을 믿을 수없다는 표정이다. 어떻게 그런 간단한 초식과 변초만으로 구성된 무공들이 그런 어마어마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단 말인가? 소하가 알기로 음양비는 현존하는 경공 중 가장 빠른 경공이며 음양검법은 천마마련의 호법들을 상대로도 밀리지 않았던 검법이다. 




“음양도의 무공들은 일반 무공과는 틀려요. 깨달음의 무공이죠. 그런 점에서 음양도의 무공들과 수라마령신공은 비슷한 점이 많아요.”


“깨달음의 무공? 그래요!..........군랑........한 가지 궁금한 것이 있어요. 제가 군랑을 진맥해 보았지만 군랑의 단전은 텅 비어있었어요. 그건 어떻게 된 거죠.”


“수라기는 내공이 아니라 일종의 기(氣)라고 보시면 됩니다. 평소 수라기는 챠크라와 경락에 골고루 펴져 있다가 제가 기를 일으키면 한곳으로 모여들게 됩니다. 쉽게 말하면 기(氣)......아니다 그냥 내공이라고 하죠. 저는 수라기라는 내공을 단전에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전신에 골고루 저장하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물론 평소에는 수라기가 표출되지 않으니 보통사람들이 느끼기는 힘들겠죠.”


“음~ 제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들군요. 하지만 대충은 알겠어요. 자~ 우리도 가죠.”




아군과 소하가 후원을 벗어나 본체에 있는 객점으로 들어가 보니 십이사들과 사사철기군이 기다리고 있었다. 아군일행과 사사철기군은 식사를 마치고 수혜와 궁아라를 마차에 태우고 천상루가 있는 낙양으로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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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루를 출발한 다정화는 자신을 수행하는 두 명의 여인들과 아군일행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무림인들은 아직까지 천상루의 정체를 못하고 천상루를 단순히 중원제일기루라고만 알고 있다. 만일 아군일행과 사사철기군이 천상루로 들이 닫친다면 무림의 모든 이목이 천상루로 쏠린 것이며 잘못하면 천상루의 비밀이 밝혀질 수도 있다. 그건 천상루나 북해빙궁이 바라는 것이 아니다.




“지금 일사일행은 어디 쯤 오고 있지.”


“아침에 섬서에 있는 평요를 출발해서 현재는 개봉 쪽으로 향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감시자들은 계속 감시하고 있겠지.”


“그게 쉽지 않습니다. 사사철기군의 눈을 따돌리는 것도 힘든데 사사철기군의 주위를 맴돌면서 그들을 보호하는 무리들이 있다고 합니다.”


“뭐~ 사사철기군 외에 또 다른 무리들이 십이사들을 보호하고 있단 말이야.”


“예~ 보고에 의하면 복장이나 사용하는 경공으로 봐서 은마마령군일 가망성이 많다고 합니다.”


“음~ 초하벽이 십이사와 동행하고 있으니 은마마령군이 암암리에 뒤를 따르고 있는 거로군..........그럼 지금 십이사일행을 어떻게 감시하고 있는 거지.”


“십이사 일행을 미행하는 것이 힘들기 때문에 그들의 이동경로를 예상하여 각각의 거점과 거점을 사이를 신호로 연결하며 감시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럼. 십이사 일행이 예상경로를 벗어나면 놓치는 거잖아. 음~ 아무래도 안 되겠다. 모든 인원을 총동원해서라도 십이사 일행을 감시하라고 해.”


“알겠습니다. 바로 연락하겠습니다.”




다정화의 명령에 다정화를 수행하던 한 여인이 뒤로 쳐진다. 다정화의 명령을 천상루의 각 지부에 전달하기 위해서다. 다정화는 속도를 높여 아군일행을 향해 달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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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린무는 혁린영을 대신하여 일천 흑풍대와 일천 혈영대를 이끌고 중원으로 향했다. 혁린무진은 혁린영의 일이 마음에 걸려 혁린무가 신강을 떠나기 전에 형오삼살(逈烏三殺)이라 불리는 고수를 혁린무의 호위로 붙어주었다. 형오삼살은 교주의 친위대인 마영대해서 고르고 고른 고수들이다. 혁린무와 이천의 무사들은 신강의 모래바람을 뚫고 중원으로 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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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


높이 2,437m로 예로부터 오악(五岳)의 하나인 서악(西岳)을 화산산이라 불렀으며 오악 가운데 가장 높고 험준하다. 화산산에는 조양봉[朝陽峰], 낙안봉[落雁蜂], 연화봉[蓮花峰], 운대봉[雲臺峰], 옥녀봉[玉女峰]의 다섯 봉우리가 선인(仙人)의 손가락처럼 우뚝 솟아 있고, 험준한 산길, 가파른 돌계단, 철삭(鐵索 )이 걸려 있는 난소(難所)를 지나 산정에 이르면 위하[渭河] 평원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 이곳 화산 연화봉 정상에는 구대문파의 하나인 화산파의 삼궁과 옥녀지가 자리하고 있고, 조양봉에는 몇 년 전부터 태청각이라는 작은 암자가 자리하고 있었다. 여명이 밝아오는 시간 태청각 마당에 지저분하고 헤어진 남루한 옷을 입은 늙은이와 이제 막 약관을 넘긴 듯한 젊은 미장부가 마주보고 있었다.




“빌어먹을 자식.........기어이 떠나겠다는 것이냐.”


“사부.........이제 가르칠 것도 없잖아요. 날 붙잡고 싶으면 새로운 보따리를 풀어주세요.”


“이놈아 자하신공에 육합신공, 매화검, 옥녀검 등등 화산의 모든 무공을 훔쳐갔으면 됐지 뭘 더 내놓으란 말이냐.”


“흥~ 누가 모를 줄 알아요. 아직 독고구검을 꼬불쳐 두고 있잖아요.”


“도.......독고구검........애라 이 죽일 놈아~ 독고구검이 누구 집 개 이름이냐! 나도 독고구검은 모른다.”


“사부 이렇지 맙시다. 사부가 그동안 독고구검을 연구하고 있던 거 다 알고 있어요.”


“허허허~ 이런 죽일 놈을 보았나. 아주 껍질까지 벗겨먹으려 드는구나.”


“아아~ 내놓기 싫으면 그만두세요. 저도 굳이 독고구검까지는 바라지도 않아요. 그러니까 절 붙잡을 생각은 하지 마세요.”


“카아아악~ 퇴~ 내가 더러워서 안 붙잡는다. 가라! 가~ 이 빌어먹을 자식아.”


“참내~ 가자말라고 붙잡아도 갑니다............사부~ 내가 없어도 아침저녁 찰 챙겨먹고.........건강조심하세요. 그리고 제발 목욕 좀 하고 다녀요. 그동안 사부에게 풍기는 악취를 참느라 죽을 지경이었소. 사부는 남들 보기 부끄럽지도 않아요.”


“허허~ 이제 막가자는 거지. 이놈이 떠난다고 막말을 하네.”


“참내~ 난 사부를 생각해서 하는 말인데............하여튼 성질머리 하고는.........”


“저~ 저~ 죽일 놈~”




노인의 손이 붉게 물들며 화려한 그림자들이 피어나 미장부에게 날아갔다. 바로 화산의 낙화추영장이었다. 미장부는 피식 웃더니 하늘 높이 솟구친다.




“작별인사치고는 고약하군........사부 나는 가요............하하하~ 무림아 기다려다. 화산의 풍운아 화원명이 간다.”




미장부의 마지막 음성은 저 멀리서 들려오고 있었다. 노인을 멀어지는 미장부를 보다가 툴툴거리며 처소로 들어가려 했다. 그때 노인의 앞에 오십대로 보이는 중년도인과 삼십대 중반의 사내 두 명이 떨어졌다.




“안녕하셨습니까?”


“늦었네..........조금 전에 떠났어.”


“예~ 원명사숙이 떠나셨던 말씀입니까?”


“놈의 성격상 홍인하고 현원이가 출사했다는 말을 듣고 가만있을 놈이 아니지.”


“추월이검.........너희들은 당장 원명사숙을 따르도록 해라. 방금 전에 떠나셨다고 했으니 멀리가지는 못하셨을 거다.”


“존명.”




두 명의 사내는 중년인의 명령이 떨어지자 미장부가 살아진 곳으로 날아갔다.




“저기.......원명사숙의 성취는 어느 정도입니까?”


“킥킥킥~ 어디 가서 맞아죽을 놈은 아니니 걱정하지 마시게. 장문인도 그만 가보게나. 난 오랜만에 잠이나 실컷 자야겠네.”




노인은 중년인을 세워두고 자신의 처소로 들어가 버린다. 중년인은 노인에게 인사를 하고 추월이검이 살아진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드디어 화산의 잠룡이 일어났군.........그래........가시게.........가서 꿈을 펼쳐보시게.”




중년인은 혼자서 중얼거리다가 연화봉 쪽으로 몸을 날렸다. 중년인이 살아지고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후 처소에서 잠자고 있던 노인이 다시 모습을 드려냈다.




“쩝~ 놈이 없으니 심심하군...........그래 오랜만에 친구들이나 만나볼까?”




노인은 휘적휘적 걸어서 산을 내려갔다. 그런데 휘적휘적 걸어가는 노인이 어느 샌가 저 멀리 살아져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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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화가 천상루의 정보만을 총동원하며 십이사일행을 추적할 결과 하남성의 최북단에 있는 남악까지 십이사일행을 추적할 수 있었다. 다정화 일행은 남악에 있는 관도에서 십이사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십이사들의 이동경로로 볼 때 그들은 자신들이 기다리고 있는 관도를 통과할 것이다.




“천상루로부터 다독마의의 행방에 대한 연락을 받았겠지.”


“조금 전에 해어화님의 연락을 받았습니다. 다독마의께서는 이곳에서 멀지 않는 림주라는 곳에 머물고 계시다고 합니다.”


“림주?........그럼 여기서 하루거리 아니야. 생각보다 멀리 가시지 않았구나. 정확하게 림주 어디라고 했지.”


“림주 차령산에 있는 움막에 계시다고 합니다.”


“알았다. 십이사일행의 현재 위치는 어디라고 했지.”


“조금 전에 신성을 지났다고 합니다. 조금 있으면 이곳으로 올 겁니다.”


“휴~ 알았다. 정말 긴장되는군. 혹시 모르니 너희들도 준비해라.”


“예~ 뭘 준비합니까?”


“은마마령대가 비밀리에 사사철기군을 보호하고 있다고 했잖아. 사사철기군보다 그들이 먼저 도착할 수도 있다.”


“아예~ 혹시 그들이 우릴 공격할지도 모르니 미리 대비하라는 말씀이죠. 알겠습니다.”




다정화와 두 명의 여인들은 관도를 지켜보며 사사철기군과 십이사일행을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




멀리서 우렁찬 말발굽소리가 들리며 먼지가 피어난다. 바로 사사천교가 자랑하는 사사철기군이 도착하려는 모양이다. 다정화와 두 명의 여인들의 옆으로 은색무복을 입은 무사들이 스치고 지나간다. 그들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수상한 사람들을 감시하는 것 같았다. 바로 사사철기군에 앞서 은마마령군이 나타난 것이다. 다정화와 여인들은 바짝 긴장한다. 혹시 은마마령대가 자신들을 공격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은마마령대는 다정화 일행을 힐긋 쳐다보고 그녀들을 지나친다. 다정화나 두 명의 여인들이 한숨을 쉬었다. 첫 번째 위험한 고비가 지난 것이다. 




“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




말발굽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더니 멀리서 흙먼지를 날리며 오백의 철기군이 힘차게 달려온다. 다정화를 입술을 깨물더니 하늘로 날아올랐다. 철기군의 행진을 멈추기 보다는 십이사 일행이 있을 법한 마차로 곧바로 날아간 것이다. 




“뭐야~ 막아라.”




철기군의 창들이 일제하 하늘로 솟구치며 다정화를 향해 날아간다. 다정화는 공중에 뜬 상태에서 허리에 두르고 있던 체대를 풀어 자신에게 날아오는 창들을 향해 원을 그리며 휘두르니 다정화의 주위에 강력한 강기막이 형성되며 창들이 모두 튕겨나간다. 또한 다정화는 창들의 날아오는 힘을 역이용하여 공중으로 더욱 높이 솟구치다가 마차를 향해 떨어진다.




“흥~ 어디서 감히~”


“쉬아아악~”




마차 주위에 있던 이막수의 단검이 다정화를 향해 날아간다. 




“멈추세요. 전 일사님을 찾아온 사람입니다.”




다정화은 다급하게 외치며 체대를 휘둘려 자신에게 날아오는 단검을 상대했다.




“타~탁~”




이막수의 단검이 다정화의 체대와 충돌하더니 커다란 원을 그리며 이막수의 손으로 돌아간다. 철기대의 창들이 떨어지는 다정화를 향해 한다. 철기대들은 다정화의 이야기를 듣지 못한 모양이다.




“모두 멈추세요.”




관도가 쩌렁쩌렁 울리는 사자후가 터진다. 아군이 다정화의 이야기를 듣고 그녀를 공격하는 철기군을 저지한 것이다. 다정화는 철기군의 창이 물러가자 마차 앞으로 떨어졌다. 무섭게 진군하던 사사철기군이 마차를 주위를 포위하며 다정화를 주시한다. 다정화는 철기군을 상관하지 않고 마차를 주시하고 있으니 마차 문이 열리며 너무나도 아름다운 사내의 얼굴이 나타났다. 바로 마차에 타고 있던 아군이 모습을 드려낸 것이다.




“조금 전에 군랑을 찾아왔다고 하셨나요.”




마차의 문이 조금 더 열리며 아름다운 여인의 목소리가 들린다. 바로 소하가 다정화에게 물어본 것이다. 아군의 얼굴을 보고 순간적으로 멍해졌던 다정화가 정신을 차린다.




“아예~ 일사님을 찾아왔어요. 전 다정화라고 합니다.”


“다정화?.........절 아세요. 처음 뵙는 분인게 것은데.......”




‘저는 천상루에서 왔고, 궁아라와는 동문입니다. 저와 잠시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까요.’




다정화는 전음으로 아군에게 이야기했다. 다정화의 전음을 들은 아군의 표정이 약간 변한다. 눈앞에 있는 여인이 천상루에서 왔고 궁아라와 동문이라면 그녀도 북해빙궁과 관련된 여인이라는 말이다. 아군은 잠시 주위를 돌아보았다.




“소하............사사철기군의 행군을 멈추고 주변을 경계하라고 하세요.”




소하도 아군의 표정을 보고 다정화가 아군에게 전음을 보낸 것을 눈치체고 있었다. 소하는 철기군을 관도 한쪽에서 쉬게 하고 얼마간의 병력은 주변을 감시하게 했다. 




“안으로 들어오세요.”


“참~ 저와 동행이 있어요. 저기 철기군에게 잡혀있는 애들이 저의 동행이죠.”




다정화가 가르친 곳에는 두 명의 여인이 철기군에 포박되어 있었다. 다정화와 동행하던 여인들은 별다른 저하도 없이 철기군에게 포박되었던 것이다. 소하는 철기군에게 다정화의 동행들을 풀어주라 명령했고, 다정화는 마차로 올라왔다. 마차에 올라온 다정화는 죽은 듯이 누워있는 수혜와 궁아라를 발견했다. 




“막내야..........막내야.”




다정화는 궁아라에게 달려와 궁아라를 불러보다. 하지만 가사상태에 빠진 궁아라는 대답이 없다.




“이거 어떻게 된 거죠.”


“먼저 당신의 정확한 신분부터 밝혀주세요.”




아군은 수라기를 일으켜 마차 주위에 소리가 펴지지 않도록 차단하고 다정화에게 물어본다.




“아군도 이 여자에 대해 모르는 거야.”




조용히 앉아있던 초벽하가 기가 막힌다는 표정으로 아군에게 물어본다. 아군은 여자의 정체도 모르면서 무엇을 믿고 마차까지 들인 것일까?




“일사님..........이분들은 믿을 수 있는 분들인가요.”




다정화는 소하와 벽하가 마차에 같이 있기 때문에 신경이 쓰이는 모양이다. 아군을 고개를 끄덕인다. 다정화도 천상루의 정보망을 통해 마차에 타고 있는 사람들이 바로 천마마련의 초하벽과 사사천교의 하후소하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잠시 망설이던 다정화가 입을 열었다.




“좋습니다. 일사님이 믿을 수 있는 분들이라고 하니 말씀드리죠. 전 북해빙궁 사군자 중 한명입니다. 일사님은 궁아라가 사군자 중 한명이라는 사실을 알고 계실 겁니다.”


“누님이 사군자 중 한명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어요. 그런데 당신은 어떻게 우릴 찾아왔죠.”


“천상루의 정보망을 통해 막내가 부상중이라 사실을 알았어요. 또 일사님 일행이 천상루로 향하고 있다는 것도 알아냈죠. 그래서 제가 직접 찾아온 겁니다.”


“음~ 그래요..........마침 잘됐군요. 저희들도 천상루로 찾아가는 길이었습니다. 다독마의가 지금 어디에 있죠.”


“그보다 먼저 막내의 상태에 대해 알려주세요.”


“궁아라님은 현재 가사상태에 빠졌어요. 마령단의 독과 다독마의님이 약이 엉키면서 독이 골수까지 침투하려는 것을 군랑이 하단전으로 몰아두었습니다.”


“그........그럼 가망이 없는 건가요.”




아군은 고개를 흔들었다. 아군은 아직 희망을 바리지 않았다. 다독마의라면 아가씨와 누님을 살려줄 수 있을 것이다. 아군은 그렇게 믿고 있다.




“다정화라고 하셨죠. 우린 아직 희망을 바리지 않았습니다. 다독마의님이라면 무언가 해결책이 있지 않을까요.”


“음~ 그렇군요...........일이 급하군요. 거기 있는 분이 하후소하님이죠. 소하님 당장 철기군에게 림주로 출발하라고 하세요.”




다정화는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하기로 하고 일단 다독마의가 있는 림주로 가기로 했다. 막내의 생명을 구하는 것이 다급했기 때문이다.




“림주요.”


“어서 서두르세요. 다독마의님은 림주 차령산에 계십니다.”


“알겠습니다.”




소하는 철기군의 대장을 불려 기수를 림주로 돌렸다. 






<<계속>> 




ps : 이제 백도의 후기지수들 중에서 쓸만한 놈들은 모두 등장했지만 아직 제갈세가에 있는 여인은 등장할 시기가 아니라 조금 더 시간이 있어야겠네요. 




----------------------- 작가 주 ----------------------------




**건(巾) : 관모(冠帽)의 원시 형태로서 헝겊 등으로 만들어 머리에 쓰는 물건.


《고려도경(高麗圖經)》에 따르면, 고려시대에는 민서(民庶)는 조건(巾)을, 진사(進士)는 사대문라건(四帶文羅巾)을, 농상(農商)은 오건사대(烏巾四帶)를, 정리(丁吏)는 문라두건(文羅頭巾)을, 공기(工技)는 조건을, 방자(房子)는 문라두건을, 민장(民長)은 문라건을, 구사(驅使)는 오건(烏巾)을 썼다고 되어 있다. 또한 국관(國官)·귀인(貴人)도 사가(私家)에서는 양대(兩帶)의 두건을 착용한다 하였으니, 국관·귀인과 이민(吏民)은 건에 달린 대(帶)에 차이를 두어 두루 사용하였음을 알 수 있다. 


《고려도경》에는 또 “남자의 건책(巾)은 당제(唐制)를 조금 모방하였다” 하였으니, 당건(唐巾)과 유사하였을 것이다. 조선시대에는 건의 종류가 다양하였는데 궐내의 말직(末職)에서 쓰는 자건(紫巾) ·청건(靑巾) ·조건과, 유생(儒生)들의 유건(儒巾) ·복건(幅巾), 상인(喪人)들의 두건 ·굴건(屈巾), 서리(書吏)의 평정건(平頂巾) 등이 있었다. 




- 자료출처 / 인터넷 백과사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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