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SF

천상(天上)의 향기 - 95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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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天上)의 향기 95(설비(雪匕)의 비밀)-20




혈영검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검을 들었다. 상대는 철저하게 자신을 무시하고 있다. 혈영검의 검이 붉은 기운을 토하며 풍운의 사혈들을 노리고 날아왔다. 풍운은 방안에 가득한 검영(劍影)들을 살펴보더니 칠성둔형으로 검영들 사이로 파고든다. 혈영검은 끝났다고 생각했다. 방안에 가득한 검영들은 모두 허초이며 진정한 공격은 사사무영검(邪邪無影劍)이다. 사사무영검은 형태도 없고, 소리도 없이 상대를 제압한다. 풍운의 몸속에는 사황동에서의 기연이후 수라기외에 다른 기운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바로 사사천황이 전해준 사사연무심공의 기운이다. 풍운이 수라기가 아닌 사기(邪氣)을 극성으로 끌어올리니 검은 연무에 싸여 형체가 흐릿해 진다. 풍운이 반탄강기로 자신의 몸을 보호하며 수라마령신공을 금나수로 전환하여 혈영검의 목을 잡아가는 것이다.




“팍~ 팍~ 팍~”


“크윽~ 이게 어떻게~”




풍운의 몸에서 검과 강기가 부디 치는 소리가 나더니 금나수가 혈영자의 목을 잡았다. 풍운은 사기의 반탄강기로 무영검을 충분히 수비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수비를 포기하고 혈영검의 목을 공격했던 것이다.




“네가 펼친 것이 사사무영검이라 것쯤은 알고 있었어. 네가 그런 얄팍한 수에 당할 정도로 약하게 보인 모양이지.”


“크윽~”




풍운이 혈영검을 잡은 손을 들자 혈영검이 축 늘어진다. 풍운이 혈도를 제압했기 때문이다.




“네을 죽이지는 않겠다. 사실 죽일 가치도 없어. 대신 한 마디만 하자. 얼마 지나지 않아 사사천교에 엄청난 변화가 있을 것이다. 그때는 조용히 찌그러져 있어........아니다. 무조건 공녀편을 들어라. 만일에 그때도 헛짓거리를 하면 그때는 정말 내 손에 죽는다. 이건 마지막 경고다. 알아들어.”




풍운은 혈영자를 침상으로 집어 던지고 창문을 통해 밖으로 나갔다. 혈영자는 자신의 목을 잡고 침상을 구르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으~ 빌어먹을 대체 어떻게 된 거야. 내가 사신(死神)을 건들인 건가?”




풍운은 다음으로 지옥일룡의 처소로 달려가 처소를 지키던 무사들의 혼수혈을 제압하고 방안으로 들어갔다. 지옥일룡은 침상에 있지 않고 탁자에 앉아 술을 마시고 있었다. 풍운이 창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오자 지옥일룡도 풍운을 발견했다.




“마수마랑..........자네로군.”


“날 보고도 놀라지 않네.”


“어쩌면 자네가 찾아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었어. 우선 자리에 앉게.”




풍운은 의외로 당당한 지옥일룡을 보며 피식 웃더니 지옥일룡의 앞에 앉았다. 지옥일룡은 잔에 술을 따라 풍운에게 내밀었다. 풍운은 잔을 받아 단숨에 마시고 다시 지옥일룡에게 잔을 내밀었다. 지옥일룡도 술을 마시고 잔을 내려놓는다.




“아무 의심 없이 마시는군. 잔에 독이 있으면 어떻게 하려고 하지.”


“독이 있어도 상관없어.”


“만독불침이라는 말인가? 쩝~ 아무렴 어떤가? 그래 무슨 일로 날 찾아왔나.”


“내가 찾아올 거라고 짐작하고 있었다면 내가 왜 찾아온 건지도 알고 있을 것 아닌가?”


“대충 짐작은 하고 있네. 그런데 그전에 한 가지 짚고 가자. 자네는 왜 반말인가? 나이로 치나 살아온 세월로 보나 내가 한참 위인데 말이야.”


“상대방에게 존중받고 싶으면 존중받을 행동을 해야지. 당신들은 존중받을 자격이 없어.”


“쩝~ 당신들이라?.........그 속에 혈영검도 포함되는 말인가?”


“혈영검뿐만 아니라 십대사왕들도 마찬가지야. 내가 곰곰이 생각해 보니 소하와 사부까지 속일 정도면 당신들 두 사람만 공모한 건은 아니야. 아마 당신들을 뒤를 받쳐주는 사람이 있겠지. 어때 내 예상이 틀린가?”


“하하하~ 무공뿐만 아니라 머리까지 영득하군.”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그 정도는 생각해.


“그런가? 자네를 보니 우리들의 얄팍한 수가 부끄러워지는 군.”


“그래도 당신은 순순히 인정하군요. 혈영검보다 백번은 나.”


“혈영검을 만나고 왔나.”


“당신보다 먼저 혈영검을 찾아갔었지. 그 친구는 처음에는 아니라고 발뺌하더군요.”


“혈영검은 무공은 고강하지만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가 없는 놈이지. 자네가 이해하게. 참~ 설마 죽이지 않았겠지.”


“죽일 가치도 없어서 그냥 왔어.”


“나는 어떤가? 죽일 가치가 있나.”


“글쎄. 지금부터 보면 알겠지. 다시 물어보지. 내가 무슨 이유로 당신을 찾아왔다고 생각해.”


“죽이려 찾아오진 않았겠지. 죽이려고 했다면 벌써 손을 썼을 태니 말이세. 그리고 날 죽여서 자네에게 무슨 이익이 있겠나.”


“계속 해봐~”


“자네가 없는 이틀 동안 곰곰이 생각해 보았네. 자네가 살아있다면.........자네가 나라면........어떻게 할까? 네가 자네라면 우리들의 약점을 잡고 우릴 조정하려 할 거야.”


“그럴 생각은 추호도 없어. 나는 이번 일을 조용히 처리하고 싶어. 다신 조건이 있어. 얼마 후만 사사천교에 급격한 변화가 있을 거야. 아마 당신들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변화겠지. 그때는 당신들이 조용히 있어.”


“무슨 일인데.”


“보면 알거야. 그럼 이만 갈게.”


“그.........그냥 가겠다는 건가?”


“왜 혈영검처럼 한판 붙자고..........”


“아니야. 보나마나한 대결을 왜 하나. 다만 조용히 처리하겠다는 뜻이 무슨 뜻인지 모르겠군.”


“이번 일을 없었던 일로 하자는 거야. 당신들 말대로 나는 잠깐 사사천교에서 도망쳤고, 공녀 때문에 다시 사사천교로 돌아온 거야. 그럼 이만 가겠네. 참~ 술 잘 마셨어. 다음에는 이런 일이 아니라 좋은 한잔 했으면 좋겠어.”




풍운은 올 때처럼 창문을 넘어 살아진다. 지옥일룡은 입술을 깨물고 잠시 자리에 앉아 있다가 앞에 있던 술을 병째 마셔버린다. 속이 답답했기 때문이다.




풍운은 소향거로 돌아가려다가 발걸음을 멈추고 사사천교를 감시하던 무사 하나를 독수리가 병아리를 낚아채듯 잡아 올린다. 풍운은 무사를 잡아 한쪽 구석으로 가더니 무사에게 사인마도의 처소를 물어보았다. 무사는 처음에는 모른다고 했지만 풍운이 맥문에 진기를 주입하자 고통을 참지 못하고 사인마도의 처소를 알려주었다. 풍운은 무사의 혼수혈을 찍고 사인마도의 처소를 향해 날아갔다. 이번 기회에 아예 사사천교에서의 일이 마무리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자신은 사사천교에 바라는 것이 없다. 있다면 소하와 자신의 관계를 인정해 달라는 정도다. 남들이 오해하는 것처럼 교주가 되고 싶은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는 것이다.




풍운이 사인마도의 처소로 가니 역시 교주의 처**서 그런지 몰라도 경비가 삼엄하다. 풍운은 잠시 망설이다가 천천히 사인마도의 처소로 접근했다. 어둠 속에 몸을 숨기고 있던 검은 그림자 4개 풍운을 향해 날아온다. 바람소리도 없이 은밀한 공격이다. 풍운은 그림자들을 향해 지풍을 날렸다. 두개의 인연이 비명도 없이 땅에 떨어지고 두개의 인영은 지풍을 피하며 풍운의 눈앞까지 접근했다. 풍운은 칠성둔형으로 공격을 피하고 양팔이 돌아가며 자신을 공격하던 인영들의 옥침혈(뒤통수)를 공격하니 두개의 인형도 힘없이 쓰려진다. 풍운은 계속해서 안으로 들어갔다. 이번에는 8개의 인영이 한번에 공격한다. 풍운은 자신을 공격하던 인영들을 보더니 사사연무신공을 극성으로 끌어올렸다. 풍운의 몸에서 검은 연무가 피어나며 풍운의 몸이 흐릿해진다. 풍운은 이형대법으로 인영들을 공격을 피하고 손가락에 진기를 모아 자신을 공격하는 인영들에게 지풍을 날렸다. 인영들의 검이 풍운이 떠난 자리를 공격하더니 풍운의 지풍에 힘없이 쓰려진다. 단번에 8명의 마혈을 제압한 것이다. 사황동에서의 기연 이후 풍운의 무공이 급격하게 상승한 모양이다. 풍운이 건물로 들어갔다.




‘물러가라. 지금 물러나면 목숨만은 살려주겠다.’




풍운의 귀에 전음이 들린다. 풍운은 전음이 들린 곳을 살펴보니 건물 천장에 2명의 인영이 박취처럼 매달려 있었다. 비밀리에 교주를 보호하는 암흑사령들이다.




‘나쁜 의도를 가지고 찾아오진 않았다. 잠시만 교주님을 만나고 가겠습니다.’


‘말귀를 못 알아듣는 놈이군. 우릴 원망하지 마라.’




허공에서 풍운을 향해 뼈를 애는 듯한 예기(銳氣) 날아온다. 풍운은 살짝 날아올라 몸을 비틀며 손가락으로 ‘인의천검류’로 실천하여 상대를 공격했다. 풍운의 손가락에서 전광석화처럼 검은 강기가 솟아져 암혹사령을 향해 날아간다. 암흑사령은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풍운의 공격을 막으려 했다. 만일 그들이 피하려 했다면 공격을 피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암흑사령이 자신들을 너무 과신(過信)한 것도 있지만 사인마도의 잠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움직이지 않았던 것이다.




“윽~ 윽~”




짧은 비명소리와 함께 사령마령들이 뻣뻣하게 굳어버린다. 마혈이 제압된 것이다. 풍운은 위에 손을 흔드니 날카로운 지풍이 날아가 사령마령의 혼수혈을 제압해 버린다. 사인마도는 밖에서 들리는 미세한 신음소리에 잠에서 깨어나 자리에 앉았다. 손님이 찾아온 모양이다. 방문이 열리며 젊은 청년 하나가 너무나 태연하게 안으로 들어온다. 사인마도는 침상 옆에 있던 도를 잡은 손을 놓았다. 방안에 들어온 상대를 단번에 알아본 것이다.




“밤늦은 시간에 죄송합니다.”


“자네로군. 밖에 있던 놈들은 어떻게 됐나.”


“조용히 들릴 말씀이 있어 혼수혈을 제압했습니다.”


“암흑사령들까지 제압했단 말인가?”


“문 앞을 지키던 놈들이 암흑사령입니까?”


“그놈들이 암흑사령들이야.”


“그놈들도 모두 자고 있을 겁니다.”


“할말이 없군. 사령마령까지 제압하다니.........우선 자리에 앉게.”




사인마도는 탁자에 앉은 풍운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풍운의 의복은 갈레처럼 헤어지고 머리도 멋대로 풀어져 지저분하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사인마도가 보려는 것은 풍운의 외모가 아니다. 풍운에게 풍기는 기도를 보고자 했던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살펴봐도 풍운에게는 어떠한 기도도 느낄 수 없다. 상대를 압박하는 기도도 없고, 일반 무사들에게 풍기는 살기조차도 없다. 마치 조용한 호수나 망망대해(茫茫大海)을 보는 느낌이다. (볼 때마다 놀라게 하는 군. 아무리 봐도 그릇을 짐작할 수 없는 놈이야.) 사인마도는 속마음과는 다르게 태연한 표정으로 풍운의 앞에 앉았다.




“소하나 벽하는 어디에 두고 자네혼자 왔는가?”


“소향거에 있습니다.”


“그래.......모두 돌아왔다는 말인가?”


“예~ 조금 전에 돌아왔습니다.”


“그럼 안심이군. 그래 무슨 일로 야심한 시간에 날 찾아왔나.”


“장인어른께 부탁이 있어서 찾아왔습니다.”


“부탁? 혹시 혈영검과 지옥일룡에 대한 이야기라면 말도 꺼내지 말게. 그건 자네들이 알아서 할일이야.”


“말씀하시는 것을 들어보니 장인어른도 그동안의 일을 알고 계시는 모양이군요.”


“대충은 짐작은 하고 있네. 십대사왕 모두가 그놈들 편은 아니야.”




사인마도의 말에 풍운은 고개를 끄덕인다. 십대사왕 중에서 누군가가 혈영검과 지옥일룡의 음모를 말해준 모양이다. 




“자네들이 그놈들의 꼬임에 넘어가 고생했다는 걸 알고 있네. 사실 걱정도 많이 했어. 내가 교주가 아니라면 당장 자네들을 찾기 위해 발 벗고 나섰을 거야. 하지만 교주된 입장에서 자네들 편만 들 수는 없었어.”


“대충 알고 계신다니 길게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지옥일룡과 혈영검에게는 이미 들렸다 오는 길입니다.”


“뭐~ 그놈들을 만나고 왔단 말인가?”


“예~ 이곳에 오기 전에 만났습니다.”


“어떻게 했지.”




사인마도가 약간 불안한 표정으로 물어본다. 아무리 못난 제자들이라도 사부된 입장에서 걱정이 되는 모양이다. 풍운은 피식 웃더니 품속에서 설비를 꺼냈다.




“혈영검과 지옥일룡은 무사합니다. 그보다 이 물건을 봐 주세요.”




사인마도는 풍운이 꺼낸 설비를 유심히 살펴보더니 다시 풍운을 주시했다.




“소하가 준 모양이군. 설비가 교주를 상징하는 이대신물 중에 하나인 것만은 확실하네. 하지만 설비가 있다고 교주가 되는 것은 아니야.”


“저도 알고 있습니다. 제가 설비를 살펴봐 달라고 한 이유는 다른 이유 때문입니다.”


“다른 이유?........말해 보게.”


“설비에는 사사천황님의 전설이 숨겨져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어. 사사천교 제자들이라면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네.”


“소하가 사사천황님의 비밀을 풀었습니다. 그리고 사사천황님의 제자가 되었습니다.”


“뭐~ 방금 뭐라고 했지.”




풍운은 이틀 동안 사황동에서 있었던 일을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사인마도는 사사천황이 남겼다는 두루마기에 있던 내용을 듣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럼 자네와 소하가 사사천황님의 제제가 되었던 말인가?”


“제가 아니고 소하가 천황님의 제자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소하는 천황님이 남기신 사황단을 복용하고 천황님의 무공까지 익혔습니다.”




사인마도는 의심스러운 눈으로 풍운을 바라본다. 어떻게 단 이틀 사이에 사사천황의 무공을 모두 익힐 수 있단 말인가?




“자네 말을 그대로 믿는다고 하세. 확인해 보면 알겠지. 그전에 한 가지 물어보세. 이틀 사이에 사황님이 남기신 내공의 정화를 모두 녹여서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사황경의 무공을 익혔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직접 확인해 보시죠.”


“정령 사실이란 말인가? 이거야 원~ 그럼 소하는 사황님의 제자가 되었으니 본교의 2대 제자가 되는 건가? 내가 본교의 6대 제자니 배분으로 치며 나보다 높아지네. 이거 갑자기 머리가 복잡해지네.”


“힘들게 생각하지 마세요. 장인어른은 사사천교의 제자이기 전에 소하의 아버님아닙니까? 소하에게 교주자리를 물려주시고 장인어른은 뒤에서 소하를 도와주시면 됩니다.”


“나보고 당장 소하에게 교주자리를 넘기란 말인가?”


“배분으로 치면 당연히 소하가 교주가 되어야 정상 아닌가요.”


“하하하~ 지금 협박하는 건가?”


“제가 어떻게 감히 장인어른을 협박합니까?”




사인마도는 쓰게 웃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한쪽에 있던 서랍에서 작은 체직 같은 것을 물건을 꺼낸다. 풍운이 살펴보니 옥으로 만든 손잡이에 특수한 금속으로 만든 체직으로 이루어진 물건이다.




“사황홀이네. 본교의 교주를 상징하는 신물이지. 지금 자네 말은 나보고 이걸 달라는 말이지.”


“저게 달라는 말이 아니라 소하에게 주라는 말입니다.”


“이거야 원~ 정말 낯짝도 두껍군. 내가 보다보다 자네 같은 도독 놈은 처음 보내.”


“예~ 도둑놈이라뇨?”


“내 딸을 훔쳐가더니 이제는 내 자리까지 훔쳐가려 하지 않는가? 이거 도독 놈이지 뭐가 도독 놈인가?”


“장인어른께서 싫다고 하시면 굳이 달라고 하진 않겠습니다. 하지만 연세도 있으니까 장인어른도 이제는 좀 쉬셔야하지 않을까요?”


“하하하~ 이제는 완전히 패물취급을 하는군. 하여튼 그 배짱하나는 마음에 든다. 암~ 남자가 그만한 배포는 있어야지”


“허락하시는 겁니까?”




사인마도는 웃음을 멈추고 풍운의 눈을 주시했다.




“자네는 잘 모르겠지만 본교의 교주자리는 철저한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자리야. 나는 말이야. 지금 당장이라도 나보다 뛰어난 놈이 있다면 아무런 미련 없이 사황홀과 교주자리를 넘겨줄 계획이네. 물론 그놈이 본교와 연은 있어야 하겠지. 생전 처음 보는 놈에게 교주자리를 내줄 수는 없지 않는가?”


“...................”


“쉽게 말하지. 소하가 교주가 되고 싶다면 날 꺾어야 가능하다는 말이네. 물론 나만 꺾는다고 해결되는 문제는 아니야. 다른 도전자들도 모두 꺾어야 교주가 될 수 있어. 그래야 교인들이 인정할거 아닌가?”


“장인어른 말씀은 힘으로 가져가란 말씀입니까?”


“물론이네. 본교는 백도 무림처럼 격식이나 배분을 따지는 곳이 아니야. 힘의 논리만이 지배하는 곳이란 말일세.”


“꼭 소하가 해야 합니까? 소하는 아직 사황님의 무공을 완벽하게 익히지 못했습니다.”


“그럼 기다려야지.”


“다른 방법은 없습니까?”


“이런 방법은 가능하네. 자네가 소하대신 나와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교주자리를 소하에게 양보하는 거네. 다시 말해 자네는 천황님 말씀대로 본교의 태상교주나 태상장로가 되고 소하에게 교주자리를 물려주는 거지.”






사인마도의 말에 잠시 고민하던 풍운은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 방법이 있군요. 좋습니다. 제가 하죠. 내일 당장 준비해 주세요.”


“정말인가? 자네........날 꺾을 자신 있어.”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사인마도는 풍운의 눈을 응시한다. 도무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이 자신감의 표현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이제 약관도 지나지 않은 새파란 놈이 우내십기 중 한명인 자신을 꺾겠다고 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하지만 그 호기만큼은 높이 사주고 싶다. 






“좋아~ 당장 준비하겠네. 오전에 연무장으로 나오게.”


“알겠습니다.”




풍운은 사인마도에게 인사를 하고 소하의 처소로 향했다. 사인마도는 멀어지는 풍운을 보며 십대사왕을 소집했다. 




풍운이 방에 들어가니 소하와 벽하가 반갑게 맞이한다.




“혈영검과 지옥일룡이 만나고 오시는 겁니까?”


“응~ 그리고 오는 길에 장인어른도 만나고 왔어.”


“예? 아버님을 만나셨단 말씀이세요.”


“응~ 일을 빨리 마무리하기 위해서 장인어른의 힘을 빌려야 할 것 같아서 부탁 좀 드리고 왔어.”


“무슨 부탁이요.”




소하의 물음에 풍운은 잠시 뜸을 들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소하에게 교주자리를 넘겨달라고 부탁했어.”


“뭐........뭐요. 교........교주요. 그게 가능할거라고 생각하세요.”


“사사천황님은 소하에게 교주가 되라고 하셨어. 그리고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만 사사천교를 위해서라도 혈영검이나 지옥일룡 같은 놈들 보다는 소하가 교주가 되어야 해.”


“하지만 어떻게 아버님을 밀어내고 제가 교주가 됩니까? 더구나 저는 아버님을 이길 자신이 없어요.”


“소하야. 그게 무슨 말이야.”




옆에서 듣고 있던 벽하가 중간에 끼어들었다. 아버님을 이길 자신이 없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운랑이나 벽하는 잘 모르겠지만 본교의 교주가 되기 위해서는 경쟁자들과 비무를 통해 그들 모두를 물리쳐야만 교주가 될 수 있어. 이것도 전대 교주님이 사망하거나 장기간 실종된 경우고 교주님이 살아계시면 문제가 틀려져. 쉽게 말하면 경쟁자들뿐만 아니라 현재의 교주님까지 물리쳐야 교주가 될 수 있어. 운랑이나 벽하도 생각해봐. 당장 지옥일룡이나 혈영검도 문제지만..........우리 아버님이 어떤 분이다. 무림에서 전설로 통하는 우내십기 중 한분이야. 그런 분을 내가 무슨 수로 이기니.”


“나도 장인어른께 들었어. 그런데 말이야. 장인어른이 이런 방법을 알려주시더군. 소하 대신 내가 경쟁자들과 장인어른을 물리치고 소하에게 교주자리를 양보하면 된다고 하셨어.”


“운랑께서 저 대신 아버님과 비무(比武)를 하시겠다는 말씀이세요.”


“소하에게 미안하지만 이미 결정된 일이야. 장인어른께서 준비하신다고 하시더군.”


“안돼요. 절대 안돼요. 아버님은 명예를 소중하게 생각하시는 분입니다. 사위라도 절대 봐주지 않으세요. 제발 지금이라도 그만 두세요.”


“소하.........날 믿어주면 안될까?”




풍운의 진지한 말에도 소하는 곧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기세다.




“이제 소하에게 해주고 싶어. 지금까지 소하에게 받기만 했잖아. 내 마음 모르겠어.”


“운랑. 다시 한번만 생각해 보세요. 아버님은.......아버님은 강한 분입니다.”


“나도 강해. 그리고 사사천교의 무공들은 모두 머릿속에 있어. 아버님은 내가 익힌 무공에 대해 모르시지만 나는 아버님의 무공을 모두 알고 있다는 말이야. 절대 나에게 불리한 대결이 아니야.”


“운랑.............”




소하는 말을 못하고 눈물이 가득 고인 눈으로 풍운을 바라본다. 풍운은 소하를 안아주었다. 소하는 더 이상 반대하지 못한다. 풍운의 마음을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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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 되자 사사천교가 벌집을 쑤셔놓은 듯이 소란스러워졌다. 아침에 전해진 충격적인 소식 때문이다. 바로 마수마랑이 교주님과 비무를 벌인다는 소식이다. 




“이봐 자네도 들었나. 마수마랑과 교주님이 비무를 벌인다고 하네.”


“마수마랑이 돌아왔어.”


“지금 공녀님과 함께 있는 모양이야.”


“그런데 왜 비무를 한다는 말인가?”


“마수마랑이 교주자리가 탐나서 비무를 요청했데.”


“뭐야~ 별 미친놈이 다 있네. 지옥일룡님이나 혈영검님도 계신데 지가 뭐라고 교주가 되겠다는 거야.”


“글세 말일세. 그런데 이런 소문도 있어. 공녀님과 마수마랑이 곧 혼인한다는 거야. 이 소문이 사실이라면 공녀님의 남편이 되니 교주가 될 자격이 충분하지.”


“지옥일룡님이나 혈영검님이 가만있을까?”


“이번에 마수마랑뿐만 아니라 교주가 되고 싶은 사람은 누구나 비무를 신청할 수 있다고 했어. 물론 도전자가 많으면 예선을 거쳐야겠지.”


“그럼 지옥일룡님과 혈영검님도 참가하는 건가?”


“그건 아직 모르겠어. 일단 연무장에 무대가 만들어지고 있으니 우리가 빨리 가세.”




무사들은 끼리끼리 떠들며 비무대가 설치된 있는 연무장으로 모여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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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운이 운기행공을 마치고 눈을 뜬다. 아침이 밝은 것이다. 창문을 열어보니 상쾌한 새벽공기가 들어온다. 그때 소하가 손에 백색무복을 들고 방안으로 들어왔다.




“어서와~ 그건 뭐야.”


“무복입니다. 새 옷을 준비했어요.”


“고마워~ 소하가 입혀 주겠어.”




풍운이 남루한 옷을 벗어버리니 소하는 직접 풍운의 옷을 입혀주었다. 




“자리에 앉아보세요.”




소하의 말에 풍운이 자리에 앉으니 소하가 풍운의 머리를 손질하여 건으로 단정하게 묶어주었다. 




“끝났어요. 이제 식사하셔야죠.”


“소하 잠깐만.........”




풍운은 소하의 팔을 당기니 소하는 힘없이 풍운의 품속으로 쓰려진다. 진한 사향 냄새와 여인 특유의 체향이 풍겨온다. 풍운은 소하의 뺨을 어루만지다가 서서히 고개를 숙인다. 소하는 입술을 달싹거리다가 조용히 눈을 감았다. 입술이 뜨겁다. 풍운이 혀로 살짝 핥다주었기 때문이다. 소하의 입술이 자연스럽게 벌어지고 풍운의 입술이 소하의 입술을 덮는다. 소하는 가슴이 쿵쾅거리며 몸에서 힘이 빠진다. 풍운은 소하을 감싸주며 혀를 내밀어 소하의 입속으로 들어갔다. 소하도 풍운의 목에 매달리며 적극적으로 혀를 받아들인다. 혀와 혀가 엉키며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짜릿한 흥분이 전해진다. 풍운의 한손이 소하의 가슴으로 파고들며 봉긋한 가슴을 애무하니 소하의 몸이 부르르 떨린다. 소하는 풍운의 목을 감을 손을 풀어 가슴을 애무하는 풍운의 손을 잡고 입술을 거둔다.




“하이...........하이..........잠깐만. 하이.......하이........다음에.........다음에.”




풍운은 숨을 몰아쉬고 있는 소하의 뺨에 가볍게 입맞춤을 하고 소하와 함께 일어났다.




“알았어. 식사부터 하자.”




풍운은 소하와 함께 상이 차려진 방으로 들어가니 벽하가 기다리고 있었다. 풍운은 식사 중에 설비를 꺼내 소하에게 내밀었다.




“설비를 왜 주시는 거죠.”


“장인어른과의 비무에서 설비를 사용할 수는 없잖아. 그리고 설비는 사황동으로 들어갈 수 있는 유일한 연쇄야. 그리니까 당분간은 소하가 가지고 있어.”


“아버님은 평소에 환우제일마도라는 애병(愛兵)을 사용하세요. 그런데 운랑은 맨손으로 싸우겠다는 말씀이세요.”


“음양검법만 사용하지 않는다면 굳이 설비를 사용하지 않아도 돼.”


“그래도 제가 정표로 들린 물건인데..........”


“사황동에 있는 보물들도 가져와야하잖아. 그때까지만 소하가 가지고 있어.”


“알았어요.”




식사를 마친 풍운일행이 연무장으로 출발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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