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SF

천상(天上)의 향기 - 94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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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天上)의 향기 94(설비(雪匕)의 비밀)-19




지옥일룡과 혈영자는 새벽이 되자 사사천교로 돌아왔다. 무뇌쌍괴에게 새벽까지 잡혀 있었던 모양이다.




“빌어먹을 영감탱이들.........다음에 만나면 반드시 죽여 버린다.”


“빠드득~ 그놈을 죽어야 했는데..........쌍놈의 영감탱이들 때문에.........휴~ 한숨만 나오네요.”




혈영검과 지옥일룡이 이빨을 갈다. 무뇌쌍괴만 생각하면 이가 갈리는 것이다. 무뇌쌍괴는 듯도 보지도 못한 괴상한 무공으로 지옥일룡과 혈영검을 붙잡아 풍운을 도망칠 수 있게 도와(?)주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사사천교에 들어서니 무사 한명이 달려왔다.




“어딜 다녀오시는 겁니까?”


“왜~ 무슨 일이라도 있어.”


“큰일 났습니다. 공녀님과 하벽공자까지 실종되셨습니다.”


“뭐야. 공녀님과 하벽공자까지 실종되었단 말이야.”


“예~ 어제 밤에 마수마랑을 찾으려 나가셔서 지금까지 돌아오시지 않았습니다.”


“십대사왕님이나 사부님께 보고는 들렸어.”


“예~ 새벽에 보고 들었습니다.”


“뭐라고 하셨지.”


“십대사왕님은 별말씀 없었고 교주님은 모든 무사를 동원해서라도 공녀님을 찾아오라고 하셨습니다.”


“그럼 뭐하는 거야. 빨리 무사들을 풀어서 공녀님을 찾아봐~”


“명령이 방금 내려와서 무사들이 준비하고 있습니다.”


“알았다. 우리들은 사부님께 가보도록 하겠다.”




지옥일룡과 혈영자는 사인마도의 숙소로 달려갔다.




“형님~ 사부님께는 어떻게 보고하실 겁니까? 설마 사실대로 보고하시진 않겠죠.”


“마수마랑이 도망쳤고 공녀님과 하벽공자가 마수마랑을 찾기 위해 나갔다고 해야지.”


“마수마랑이 왜 도망쳤냐고 하시면 어떻게 대답하실 겁니까?”


“너는 어떻게 대답했으면 좋겠어.”


“무조건 모른다고 해야죠.”


“만일에 현원자나 벽력세가 무사들이 사실대로 말하면 어떻게 할 거야. 세상에 비밀은 없는 거야.”


“설마 그들이 사실대로 말하겠어요. 형님도 보셨잖아요. 무당오검과 현원자가 마수마랑에게 박살났어요. 벽력세가 무사들은 무림의 금기인 벽력탄까지 사용했어요. 그들도 떳떳하지 못하다는 말이죠. 설마 그놈들이 자기 치부를 떠들고 다니겠습니다.”


“휴~ 좋아. 일단은 대충 넘어가자. 무슨 수가 있겠지.”




지옥일룡과 혈영검이 사인마도의 처소에 도착하니 사인마도는 어두운 표정으로 정원을 서성거리고 있었다.




“너희들은 어디 갔다 오는 거냐.”


“공녀님의 명령으로 마수마랑을 찾다가 조금 전에 돌아왔습니다.”


“그래~”




혈영검의 대답을 들은 사인마도는 미심쩍은 표정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다가 한숨을 쉰다.




“휴~ 알았다. 너희들도 소하일행을 찾아 봐라.”


“알겠습니다.”




지옥일룡과 혈영검은 사인마도가 다른 말을 하기 전에 사인마도의 처소에서 물려났다.




사사천교 무사들이 성밖으로 나왔다. 소하일행을 찾기 위해서다. 지옥일룡과 혈영검도 눈치를 보며 무사들과 함께 소하일행을 찾아본다. 성밖에 있던 무당과 벽력세가 일행은 사사천교의 움직임에 주시했다. 그들은 사사천교 무사들을 통해 마수마랑뿐만 아니라 소하와 벽하까지 실종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현원자와 무당오검은 부상이 심하기 때문에 일단은 사사천교에서 물려갔으나 벽력세가 무사들과 그 밖의 사람들은 아직까지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사사천교를 주위를 감시하고 있었다. 이틀이 지났다. 이틀 동안 사사천교 주위를 이 잡듯이 찾아보았지만 소하일행의 행방은 묘연하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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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운은 사황단을 복용한 소하의 임독양맥과 생사현관을 뚫어주고 추궁과혈을 통해 사황단을 녹여서 소하가 완전히 흡수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소하가 환골탈퇴를 거쳐 초절정(超絶頂) 고수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벽하는 심심한지 석벽에 이쓴 사사천교의 무공들을 익히고 있었고, 소하는 아직 운기행공 중이다. 풍운은 사황경을 살펴보았다. 사황경에는 석벽에 누락되었던 사사연무신공과 사사무량도법까지 상세하게 기술되어 있었다. 




사사연무신공은 자신이 익힌 수라기와 비슷하지만 약간의 차이점이 있었다. 수라기가 깨달음의 무학으로 마도(魔道)을 추구하며 극마지경에 이르는 무공이라면 사사연무심공은 사도(邪道)을 추구하며 극사지경에 이르는 무공이다. 또 다른 차이점이 있다면 수라기는 차크라 이론과 마찬가지로 몸의 십력경락을 비롯한 몸의 구석구석에 기를 저장하지만 사사연무심공은 보편적인 심법과 마찬가지로 단전에 기를 저장한다는 차이점이 있을 뿐이다. 풍운이 책장을 넘기며 사사무량도법을 살펴보았다. 사사무량도법도 자신이 익히고 있는 음양검법과 비슷한 부분이 많다. 다만 검과 도로 펼친다는 차이가 있고 전후 3초로 구성된 음양검법과는 달리 사사무량도법은 18초으로 구성되고 초식별로 5초의 식이 있으니 총 90초로 이루어진 도법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90초를 요약해 보면 3초로 요약할 수 있었다.




제1초 섬도(閃刀) : 전광석화처럼 빠른 도법


제2초 환도(幻刀) : 무수한 변화가 내표된 도법.


제3초 붕도(崩刀) : 힘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도법, 패도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소하가 운기행공을 마치고 눈을 뜬다. 




“깨어났어. 몸은 어때.”


“몸이 가벼워 날아갈 것 같아요. 모두 운랑 덕분입니다.”


“내가 뭘~ 모두 소하의 자질이 뛰어나기 때문이지.”




풍운은 사황경을 덮고 소하에게 전해 주었다.




“시간이 많지 않으니 지금부터 사황경에 있는 무공들을 해석해 줄게.”


“아니 벌써 사사연무심공과 사사무량도법까지 익히신 겁니까?”


“직접 몸으로 익힌 것은 아니지만 이론은 모두 이해했어.”


“하~~~ 정말 할 말이 없군요.........이제는 막 화가 나려 해요.”


“하하하~ 왜 화가 난단 말이야.”


“남들은 평생을 노력해도 익힐까 말까한 무공들을 운랑은 너무나 쉽게 익히고 계시잖아요. 나 같은 평범한 사람이 보면 당연히 화가 나죠.”


“하하하~ 그런가? 소하 말을 들어보니 미안해지려고 하네.”


“참~ 그러고 보니 운랑의 말투가 변하셨네요.”


“뭐가 변했다는 거야.”


“지금 말을 놓고 계시잖아요.”


“아~ 그런가? 왜 이상해.”


“아니요. 더 정답게 들려요.”




소하의 말대로 풍운의 말투가 변했다. 지금까지 모든 사람들에게 존댓말을 했던 풍운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보다 소하에게 말을 놓기 시작한 것이다. 소하는 다정한 눈으로 풍운을 보다가 사황경을 펼쳐본다.




“운랑........우리 이렇게 해요. 사황경에서 제가 모르는 부분만 물어볼게요. 힘들게 제가 알고 있는 부분까지 설명하실 필요는 없잖아요.”


“사황경을 보니까 미진한 부분들이 많아서 내가 나름대로 보완 해봤어. 소하도 책에 있는 그대로 익히는 것보다는 내가 보완한 무공을 익히는 것이 좋을 거야.”


“갈수록 태산이라고........사사천황님의 무공에 미진한 부분들이 있어요.......도대체 운랑의 한계를 모르겠군요.”


“어렵게 생각할거 없어. 난 그동안 수많은 전투를 치웠잖아. 고수라는 사람들과도 많이 싸웠지. 그 만큼 실전경험이 풍부하다는 거야. 또한 직접 익히지는 않았지만 잠마동에서 많은 무공을 공부했어. 내가 보기에 대부분의 무공은 형식의 차이가 있을 뿐 본질은 똑같아. 다시 말해 사황경에 있는 무공들도 형식만 다를 뿐 본질은 같다는 거야. 그리고 사사천황은 350년 전의 사람이야. 사황경도 그때 만들어진 책이겠지. 세월이 흐르면서 세상이 많이 발전했어. 마찬가지로 무공도 그 세월의 흐름만큼 발전했다고 생각해야 돼. 즉 350년 전에 만들어진 사사무량도법이 그 시대에서는 무적이었지 모르지만 지금도 무적이라고 말하긴 힘들다는 거야.”


“그럼 운랑은 지금 시대에 맞게 사황경의 무공들을 보완하셨다는 겁니까?”


“꼭 그런 건 아니지만 비슷한 개념이라고 보면 돼.”


“한 가지만 더 물어볼게요. 운랑은 잠마동에서 많은 무공을 공부하셨다고 했는데.........그 무공들을 모두 익히신 겁니까?”


“글쎄. 지금 기억을 떠올려 보면 잠마동에 있던 무공구결들은 완전한 것들이 아니었어. 그리고 내가 못보고 지나치는 부분들도 있을 거야.”


“알았어요. 그럼 운랑이 설명해 주세요.”




풍운은 자신이 수정한 사황경의 무공들을 하나하나 설명하기 시작했다. 소하는 사황경에 있는 대부분의 무공들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빠르게 무공들을 익혀나갔다. 하지만 사사연무심공을 이해하는 데는 조금 시간이 필요했다. 풍운이 사사연무심공에서 사악한 구결을 수정해서 새로운 내공심법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풍운 일행이 석실에 들어 온지 이틀째가 되었다. 풍운은 설비를 보고 있었다. 사사천황이 설비의 표면에 사사무량도법의 후 삼초를 남겼다고 했기 때문이다. 풍운이 수라기를 눈에 집중하니 설비의 표면에 있던 깨알 같은 모양들이 글자들로 변한다. 아마 풍운이 수라기나 사사연무신공을 극성까지 익히지 않았다면 글들이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사사천황은 능력도 안돼는 후손들이 사사무량도법의 후 삼초를 것을 염려해 아예 사사연무심공이 극성이 이르지 않으면 보이지 않도록 안배를 해놓은 것이다.




제1초 도령(刀零)


제2초 도환(刀環)


제3초 도광(刀光)




제1초 도령이 펼쳐지면 상대는 하늘에서 비가 내리듯 엄청난 도기에 의해 갈가리 찢어질 것이다. 검으로 치면 분검(分劍)과 환검(幻劍)의 조합이 바로 도령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제2초 도환이 펼쳐지면 도에서 둥근 환(環)이 생기며 상대는 마치 거대한 용(龍)을 나타나 자신을 갈가리 찢어놓는 듯한 환상을 보게 될 것이다. 검의 마지막 단계의 하나인 어기어검술과 마찬가지로 도로써 펼칠 수 있는 마지막 단계 중 하나가 도환(刀環)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제3초 도광(刀光)은 선(線)과 선(線)........거리와 거리의 단위를 인위적으로 줄이는 도법이다. 즉 눈에 보이는 거리가 3장이라면 도광은 3장의 거리를 인위적으로 한자의 거리를 줄어 상대를 공격하는 도법이다. 검으로 치면 음양검법의 후 삼검인 광검(光劍)과 비슷한 개념으로 선(仙)의 무학의 기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풍운은 사사무량도법의 후 삼초를 살펴본 다음 평소 자신이 품에 자니고 다니는 음양도라는 책자를 껴내 보았다. 사사무량도법의 마지막 무공인 도광과 음양검법의 후 삼초인 광검을 비교해 보기 위해서다. 도광과 광검은 검과 도로 펼친다는 차이점이 있을 뿐 이론은 대부분 일치한다. 다만 음양검법에는 사사무량도법에 없는 도검과 무검이라는 상위 개념이 존재하는 것이 틀리다. 풍운은 음양도라는 책을 천천히 살펴보다가 책을 다시 갈무리 했다. 광검까지는 이해할 수 있으나 도검과 무검은 아직 풍운의 머리로도 이해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운랑 배고프지 않아요.”




석실에 새겨진 무공들을 살펴보던 벽하가 소하와 풍운의 겉으로 다가오며 말했다. 풍운일행이 석실에 들어 온지 이틀이 지났다. 석실은 기온도 따듯하고 조용하기 때문에 무공을 연공하는데 최적의 장소였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다. 바로 물과 식량이 없는 것이다. 사실 사사천황은 미래의 후손을 위해 벽곡단과 식수를 준비해 두었다. 그런데 풍운이 석실에 있는 연공관을 박살내는 바람에 벽곡단을 담아놓았던 항아가 바위에 묻혀 버렸고 설비와 빙백정의 음한한기에 지하수가 얼어붙어서 식수가 나오던 샘물까지 열어버린 것이다. 이런 사실을 알리 없는 풍운일행은 이틀 동안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벽하는 배고픈 모양이지. 소하는 어때.”


“저요. 글쎄요. 배고프다는 생각은 없어요.”


“좋겠다. 너는 사황단이라도 먹었잖아. 난 이틀 동안 아무것도 못 먹었단 말이야.”


“야~ 사황단이 밥이냐.”


“우씨~ 밥이든 아니든........너는 그거 먹고 환골탈퇴도 했고, 이갑자(120년)이상의 내공도 얻었잖아. 운랑도 정령인지 뭔지의 도움으로 극마지경인지 극사지경인지까지 이루고.........그러니까 두 명은 참을 만하겠지. 하지만 난 아니란 말이야. 난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야.”


“하하하~ 알았어. 벽하가 심심한 모양이네. 소하. 어때. 우리도 그만 돌아갈까? 사사천황님의 무공을 단시간에 익히는 것은 힘들거야. 천천히 시간을 두고 익혀는 것이 어때.”


“좋아요. 우리가 갑자기 실종되어 아버님도 걱정하실 겁니다. 그만 본교로 돌아가요.”




풍운일행이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소하는 석실을 나가기 전에 석상의 오른팔을 잡아당겨 보았다. 하지만 오른팔을 당겨도 꿈쩍도 하지 않는다. 사사천황이 남긴 서찰에는 석상의 오른팔을 잡아당기면 보물이 있는 방과 연공관으로 통하는 문이 나타난다고 하지 않았는가? 기관이 너무 오래되어 망가진 것일까?




“운랑 석상이 움직이질 않아요.”


“잠깐만 물려봐.”




풍운이 웃으며 이야기하니 소하가 석상에서 물려났다. 풍운은 손에 수라기를 집중하고 수라마령신공의 벽결로 석상의 오른 팔를 부셔버린다. 두루마기에 분명히 석상의 오른 팔을 부러트리라고 하지 않았는가? 석상의 오른 팔이 부셔지자 석상이 있던 좌우의 벽이 갈라지며 문이 나타났다. 




“역시.........자~ 우리 보자.”




풍운은 소하와 벽하를 데리고 먼저 오른쪽 석실로 들어갔다. 오른쪽 석실에서 광체가 흘러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석실에 들어간 풍운 일행은 석실에 쌓여 있는 금은보화들을 보며 버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소하야. 이게 다 보물이니.......이제 보니 사사천교 엄청난 부자네.”


“나도 본교에 이런 엄청난 보물들이 있을 줄은 몰랐어.”


“쩝~. 많기는 많네. 저기 밖에 있는 야명주와 여기 있는 보물들만 있어도 사사천교 식구들이 몇 백 년은 놀고먹을 수 있겠군.”


“호호호~ 저도 운랑과 비슷한 생각입니다. 저기 있는 야명주 몇 개만 있어도 평생 동안 술만 마셔도 될 것 같아요.”




풍운과 벽하의 말에 소하는 어의가 없었다. 사사천황이 후세를 위해 남겨 놓은 보물들을 보며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 풍운은 피식 웃더니 소하와 벽하의 손을 잡고 석실을 빠져나온다.




“보물들은 사사천교의 물건이니 소하가 알아서 하세요. 이번에는 다른 입구로 가보죠.”




풍운일행이 반대편 입구 앞에 도착해서 보니 입구가 바위들로 막혀 있었다. 풍운이 연공관을 부셔버리는 바람에 입구까지 막힌 것이다.




“쩝~ 이걸 보니 다시 미안한 생각이 드네. 내가 너무 과격했나?”


“호호호~ 사사천황님도 운랑이 마성이 폭발한 상태에서 올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하신 모양이죠. 어쩌겠어요. 이미 벌어진 일인데.”


“소하 미안해. 연공관은 못쓰게 됐어.”


“괜찮아요. 사사천황님도 이해하실 겁니까?”


“쩝 두 사람은 여기 있어. 내가 위를 살펴보고 올께.”




풍운은 소하와 벽하를 석실에 남겨두고 지하대전을 날아올라 대전 위로 올라갔다. 석벽과 석벽에 설치되었던 기관들이 폭탄을 맞은 듯이 망가져 있다. 풍운은 쓰게 웃으며 여기저기 살펴보니 한쪽에 작은 구멍이 있었다. 바로 자신이 들어왔던 구멍이다. 




“수라마령신공 벽~”“


.............쾅아아앙~”




풍운은 수라마령신공의 벽결로 구멍 주위를 막아버리고 다시 소하와 벽하의 겉으로 왔다.




“내가 들어왔던 구멍을 막았어. 이제 두 명이 들어왔던 출구만이 유일한 출구야. 자~ 그만 나가자.”


“보물들은 그냥 놓고 가는 거야.”




벽하가 아쉬운 듯이 돌아보자 풍운은 피식 웃더니 보물창고로 가서 금강석으로 만든 목걸이 하나를 가지고 왔다.




“소하~ 이거 하나만 주면 안돼?”


“운랑이 원하시는 만큼 가져가세요.”


“고마워!..........벽하..........선물이야.”




풍운은 금강석 목걸이를 벽하의 목에 걸어주었다. 벽하는 달콤하게 웃더니 풍운의 손을 살짝 꼬집었다.




“이걸로 만족하란 말이죠. 알았어요. 저도 욕심 없어요.”




풍운일행은 크게 웃더니 석실을 빠져나왔다. 밖에 나오니 캄캄한 밤이다. 풍운은 소하와 벽하의 손을 잡고 사사천교를 향해 음양비를 실천했다.




“사사천교에 도착하면 두 명은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말고 숙소에서 쉬고 있어.”


“운랑은 본교로 안돌아 가시는 겁니까?”


“나도 가야지. 잠깐 알아볼 일이 있어서 그래. 늦지는 않을 거야. 새벽이 되기 전에 소향거로 돌아갈게.”


“알았어요. 조심하셔야 합니다.”


“하하하~ 알았어. 이제 걱정시키지 않을까?”




풍운은 다리에 힘을 주어 공중으로 솟구친다. 사사천교가 가까워졌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 눈에 띄지 않도록 성벽보다 훨씬 높은 하늘위로 솟구친 것이다. 풍운일행 밑으로 사사천교의 정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풍운은 소향거의 위치를 확인하고 단번에 소향거를 향해 날아간다. 풍운은 공중에서 지풍(指風)을 날렸다. 소향거 주위를 지키던 무사들의 혼수혈을 찍어버린 것이다. 땅에 착지한 풍운은 소하와 벽하를 내려준다.




“자~ 이제 들어가세요.”


“밖에 누구세요”




밖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시녀들이 밖으로 나온다. 




“피우” 




풍운이 손가락으로 지풍이 튕기니 밖으로 나오던 시녀들이 바닥에 쓰려진다.




“혼수혈을 제압한 거야. 조금 전에도 봤겠지만 소향거 주위를 지키던 놈들도 제압했어.”


“우리가 돌아온 걸 비밀로 하라는 말씀이죠.”


“응~ 많이 거리지 않을 거야.”


“어디 가시는지는 묻지 않겠습니다. 대신 조심하셔야 합니다.”


“몇 가지만 물어보고 가자. 혈영검과 지옥일룡의 처소가 어디지.”


“예~ 혈영겸과 지옥일룡의 처소요?”


“응~ 그놈들에게 볼일이 있어.”


“설마~ 그들을 어떻게 하시겠다는 것은 아니죠.”


“안심해. 놈들을 해야지 않아”




소하는 잠시 고민하다가 지옥일룡과 혈영검의 처소를 알려주었다. 풍운은 소하의 말을 기억하며 하늘높이 솟구친다. 풍운은 음양비를 극성으로 발휘하며 가장 먼저 혈영자의 처소로 날아갔다. 하늘에 떠 있던 풍운은 수라기를 집중해 천이통과 천안통으로 혈영자 처소를 지키는 무사들의 혼수혈을 찍어버린다. 풍운은 지붕위에서 잠시 주위를 살펴보더니 혈영자 처소로 들어갔다. 혈영자는 침상에서 잠들어 있다. 풍운은 의자를 가져와 혈영자 침상 앞에 앉으려했다.




혈영자는 차가운 느낌에 눈을 뜬다. 누군가 자신의 처소에 들어왔다. 상대는 마치 자기 방에 들어온 사람처럼 너무나 자연스러운 동작으로 의자를 가지고 와서 자신의 침상 앞에 앉으려 했다. 혈영자는 옆에 있던 검을 잡는 것과 동시에 의자에 앉으려하는 상대를 공격했다. 




풍운은 자신의 목을 향해 날아오는 검을 엄지와 검지로 잡아 살짝 비틀었다.




“캉~~~” 




검이 부러지는 것과 동시에 날카로운 지풍이 마혈을 향해 날아왔다. 혈영자는 몸을 틀어 지풍을 피하려 했지만 강력한 힘에 의해 움직이지도 못하고 마혈이 제압당했다.




“놀라지 마. 죽이지 않아.”


“누...........누구?”


“마수마랑이야. 당신에게 궁금한 것이 있어서 왔어.”




혈영자는 너무나 태연하게 자신의 앞에 앉아있는 풍운을 발견했다. 혈영자는 갑자기 등줄기가 싸늘해진다. 




“밖에 아무도 없느냐.”


“내가 말하지 않았군. 소리 질려도 소용없어. 밖에 있던 놈들은 모두 잠들었어. 그리고 아무리 소리를 질려도 밖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아. 내가 수라기로 소리를 차단했거든”




풍운은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고 혈영자에게 말했다. 하지만 혈영자는 풍운의 미소가 마치 염라대왕보다 무섭게 보인다. 풍운은 몸이 굳어있는 혈영자의 손에서 부러진 검을 빼낸다.




“좋은 검인데........아깝다. 주인을 잘못 만났어.”




풍운은 말을 마치고 손에 들고 있던 나머지 조각을 하나로 연결하더니 수라기를 끌어올린다. 검이 붉게 달아오르며 가죽으로 만들어진 손잡이 부분이 재가 되어 바닥에 떨어진다. 풍운이 다시 수라기를 거두고 검을 살펴보니 검이 하나로 연결되었다. 혈영검은 풍운과 검을 번갈아 쳐다보며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이제 다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왔군”


“...............휘익~..........사사삭~”




풍운이 검을 잡고 휘두르니 혈영검의 뒤에 있던 벽이 쩍하고 벌어진다. 




“역시 좋은 검이야. 자~ 이제부터 질문을 시작해 볼까?”


“이.........이놈. 내가 누군지 알고.”


“누구긴 누구야. 날 속이고 죽이려 했던 놈이지.”


“내가 언제..........모함하지 마라.”


“모함?.......하하하하~ 모함이라. 내가 바보로 보이는 모양이지. 이봐~ 자네와 지옥일검이 짜고 날 속여 무당파 놈들에게 넘긴걸 알고 있어. 물론 그일 때문에 찾아온 건 아니야. 뭐~내가 자네 입장이라도 그럴 수 있겠다 싶어. 단지 내가 화가 나는 것은..........자네들이 나뿐만 아니라 소하와 장인어른까지 속이려 했다는 거야. 거기다가 잔인하게 확인사살까지 하려고 했어. 그건 좀 지나쳤다고 생각지 않아.”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냐?”


“끝까지 오리발 내밀면.............죽는 수가 있어.”




검이 혈영자의 어깨에 올려졌다. 풍운은 미소를 머금고 있지만 말투는 싸늘하다. 




“자.........잠깐만...........말할게..........말하면 되잖아. 그래 내가 속였다.”


“쩝~ 이제야. 바른 말을 하는군. 처음부터 순순히 말했으면 좋잖아. 이제 무슨 이야기를 할까? 성질대로라면 자네를 한칼에 요절내고 싶은데........그럼~ 내 입장이 난처해지겠지. 그렇다고 이대로 물러가긴 너무 억울하고........자네는 어떻게 했으면 좋겠나.”


“뭘~ 어떻게? 설마 죽이지 않겠지.”


“한심하군. 장인어른의 제자라는 놈이 목숨을 구걸하는 건가? 자네는 죽일 가치도 없는 놈이야.”




풍운은 말에 혈영검이 부들부들 떨었다. 심한 모멸감(侮蔑感)이 밀려왔기 때문이다. 이런 치욕을 당하면서도 살아야 하는가? 자신의 명예와 사부님의 명예를 위한다면 이대로 죽어야 한다. 하지만 삶을 쉽게 포기하긴 힘든 법이다. 혈영자는 입술을 깨물다가. 자포자기의 심정이 되었다.




“그만하면 됐다. 죽어라.”


“후후후~ 웃기는군. 이제 죽겠다고........좋아. 죽여주지. 참~ 이대로 죽으면 억울하다고 할 아냐. 자네에게도 기회를 주지.”




풍운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혈영검의 혈도를 풀어주고 그의 검을 던져주었다.




“죽더라도 당당하게 싸우다 죽어야 억울하지 않겠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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