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天上)의 향기 - 93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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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天上)의 향기 93(설비(雪匕)의 비밀)-18
“벽하야. 방금 무슨 소리 못 들었어.”
“너도 들었니. 분명히 안쪽에서 무슨 소리가 났지.”
벽하는 자리에서 일어나 철문을 두드려 보았다.
“운랑........운랑 안에 있어요.”
소하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도 벽하와 마찬가지로 철문을 두드린다.
풍운은 석실을 둘려보다가 철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듣고 철문이 있는 곳으로 왔다. 철문 반대편에서 미세한 소리가 들린다. 누군가 밖에 있는 모양이다. 풍운은 수라기를 끌어올리고 철문을 밀어보았지만 철문은 미동도하지 않는다. 풍운은 다시 철문 주위를 살펴보니 철문 한쪽에 작은 단추가 보인다. 하지만 바로 단추를 누르지는 않고 다른 곳도 살펴보았지만 특별한 것은 발견할 수 없다. 풍운은 혹시 몰라 수라기로 몸을 보호하며 단추를 누른다.
“쿠쿠쿠쿠~”
절대 움직이지 않을 것 같던 철문이 광음을 내며 반으로 갈라진다.
벽하와 소하는 문이 열리자 불안한 표정으로 안쪽을 주시했다.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희미한 빛이다. 문이 계속해서 열리며 검은 인형이 나타난다. 분명 사람의 형체를 하고 있지만 귀신인지 사람인지 모르겠다. 주위가 너무 어둠기 때문이다.
“운랑.........혹시 운랑이세요.”
소하가 떨리는 목소리로 상대방에게 물어보았다. 풍운도 눈앞에 있는 소하와 벽하를 발견했다. 두 사람 모두 의복이 단정치 못하고 불안한 표정이다. 풍운은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그녀들은 자신이 안보인단 말인가? 자신은 그녀들의 모습이 너무나 또렷하게 보이지 않는가?
“소하, 벽하! 당신들이 어떻게............일단 안으로 들어오세요.”
풍운이다. 사랑하는 님의 목소리가 확실하다. 소하와 벽하는 자신들도 모르게 풍운에게 달려가 님의 품속으로 파고들었다. 풍운은 양팔로 그녀들을 안아준다. 소하와 벽하의 몸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다.
“안심하세요. 제가 있잖아요.”
소하와 벽하가 불안한 모양이다. 풍운은 그녀들을 다독거리며 안심시켰다. 소하는 눈물이 가득한 눈으로 풍운을 올려다보았다. 풍운의 얼굴이 희미하게 보인다. 풍운은 손을 들어 소하의 눈물을 닫아주었다.
“울지 마세요. 왜 울고 있어요.”
“기뻐서.........기뻐서........운랑이 무사하시니 너무 기뻐서.......”
“왜요. 무슨 일이라도 있었어요.”
그때 벽하도 고개를 들고 소매를 눈물을 닦는다.
“운랑이 부상을 당해 도망쳤다는 말을 듣고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우린 운랑이 또 마성에 빠져 잘못되는지 알았단 말이야.”
벽하의 말을 듣고서야 풍운은 자신이 어떻게 이곳으로 왔는지 생각났다. 자신은 청명검과 벽력탄에 의해 부상을 당해 마성이 폭발한 상태에서 사인곡으로 도망쳤고, 사인곡에 도착한 자신은 늑대바위를 부셔버리고 이곳으로 빨려 들어왔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 보니 칠흑 같은 어둠 속에 버려진 자신을 공격하는 암기나 표창들이 있었고, 마성에 빠진 자신은 모든 것을 부셔버렸다. 그리고 엄청나게 솟아졌던 암기와 바위덩어리들에 깔려 정신을 잃었고.........내면세계로 들어갔다. 풍운의 얼굴이 붉어진다. 내면세계의 여인과의 일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풍운의 기억이 계속된다. 자신이 다시 정신을 차려보니 어두운 지하석실에 있었고, 석실에 충만한 사기(邪氣)에 의해 다시 마성이 울라왔고 자신은 자신을 유혹하는 악마들을 물리쳤다.
“이제야 알겠어요. 모두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두 분은 어떻게 이곳으로 왔죠. 사사천교에 있었잖아요.”
“운랑이 없어졌다는 말을 듣고 혹시나 싶어 이곳까지 쫒아왔어요.”
풍운 소하의 말에 상황이 어떻게 된 일이지 짐작할 수 있었다. 자신을 속여 현원자 일행에게 넘긴 지옥일룡과 혈영검은 자신들의 음모를 숨기가 위해 소하와 벽하에게 자신이 도망쳤다고 거짓말을 했을 것이다. 그리고 완전범죄를 위해 소하와 벽하를 따돌리고 다시 숲 속으로 돌아와 지켜보다가 부상당한 자신을 암습 했다. 만일 갑자기 나타나 괴인들이 그들을 막지 않았다면 자신은 마성이 폭발해서 어떻게 되었을지 모른다. 풍운의 머리는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한다.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현상이다.
“음~ 대충 알겠어요. 제가 도망쳤다는 말을 듣고 저를 찾아오신 거군요.”
“운랑~ 무사하신 거죠. 그런데 왜 이렇게 어두워~ 벽하야 혹시 화섭자 없니.”
소하가 답답한 모양이다. 석실이 어두워 풍운의 상태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풍운은 의아한 눈으로 소하을 바라본다.
“여기가 어두워요. 이상하다. 나는 밝은데.......”
“밝아요? 벽하야. 너는 어때. 내 눈이 잘못된 거니.”
“아니야. 어두워~ 운랑의 얼굴도 가물가물하게 보이는 걸.”
“그래요. 이상하네.”
풍운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다. 왜 소하나 벽하는 어둡다고 하는 것일까? 그녀들이 거짓말을 하는 것일까? 아니다. 그녀들이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지 않는가? 그럼 어떻게 된 일일까? 자신만 밝게 보이는 것일까? 그때 풍운의 머리를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제6차 아즈나 차크라가 열리면 ‘초인적인 힘’과 ‘제3의 눈’이 열린다. 제3의 눈은 진실과 거짓을 판단하는 눈이며 어둠을 밝히는 눈이다.
“이제 알겠네요. 잠시만 이곳에 있어요. 제가 밝힐만한 물건을 찾아볼게요.”
풍운은 소하와 벽하를 두고 여기저기 살펴보았다. 철문을 열기 전에 반짝이는 물건들을 본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돌무더기 위에 있는 빙백정과 설비다. 설비와 빙백정은 하얀 광체를 발하고 있었다. 풍운은 설비와 빙백정을 줍기 위해 돌무더기 위로 올라가 설비와 빙백정을 주웠다. 그때 돌무더기 틈에서 밝게 빛나는 물건을 발견했다. 풍운이 바위들을 걷어내니 어린아이 주먹만한 구슬이 밝은 빛을 뿌린다. 풍운은 구슬을 꺼내고 계속해서 바위들을 걷어내니 구슬들이 계속해서 나온다. 본래는 천장에 박혀있던 구슬들인데 풍운이 난동(?)을 부리는 바람에 천장이 무너지며 바위에 묻혀있던 구슬들이다. 구술들이 꺼내 바닥에 던저 놓으니 석실이 밝아지기 시작한다. 소하와 벽하도 이제 풍운의 모습이 또렷하게 보인다. 소하는 바닥에 떨어진 구술들을 살펴보더니 벽하에게 내밀었다.
“이거.........야명주 아니니. 혹시 내가 잘못 본건 아니지.”
벽하도 구술을 살펴보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야명주가 확실해. 기가 막히다. 이정도 크기의 야명주라면 웬만한 성 하나는 통째로 살수 있겠다. 그런데 이런 야명주가 계속 나온단 말이야. 도대체 돈이 얼마야.”
“어때요. 이제는 밝아졌죠.”
풍운은 야명주를 곳곳에 비치했다. 소하와 벽하가 주위를 둘려보니 석실이 대낮처럼 밝아졌다. 소하는 먼저 풍운의 몸을 살펴보았다. 피에 젖은 의복은 걸레가 되었고, 머리카락도 엉망이다.
“부상이 심하군요. 어디 봐요.”
“걱정하지 마세요. 부상은 모두 완치됐어요.”
“예~ 완치요. 어떻게........”
풍운은 잠시 고민하더니 내면세계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풍운의 내면세계에는 두 명의 정령이 있고 그 정령들의 도움으로 수라기의 마성을 극복하고 부상도 완치되었다는 설명이다. 소하와 벽하는 풍운의 설명을 듣고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다.
“믿어지지 않죠.”
“그럼 정령들의 도움으로 마성을 극복하고 수라기를 극성으로 익히셨던 말씀이세요.”
“수라기뿐만 아니라 제6차 차크라까지 열렸어요.”
“차크라요. 그건 뭐죠.”
풍운은 소하와 벽하에게 차크라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벽하나 소하는 차크라는 개념은 생소했지만 풍운의 설명을 듣고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마치 옛날이야기를 듣는 기분이네요. 하여튼 수라기의 마성을 극복하고 부상까지 완치되었다니 다행이네요.”
“잠깐만.......운랑이 마성을 극복했다면.......다독마의가 말했던 극마지경에 들었단 말이잖아.”
“맞아. 수라기를 극성으로 익히셨으니 극마지경에 들었다고 봐야지.”
소하와 벽하는 풍운을 천천히 살펴보았다. 풍운의 모습은 평소와 똑 같다. 극마지경에 들었다면 무언가 변화가 있어야 하는데 아무런 변화가 없는 것이다. 단지 변화가 있다면 눈이 마치 깊은 심연(深淵)처럼 깊고, 밤하늘의 별처럼 밝게 빛나고 있다는 것이다.
“왜요. 이상해요.”
“왜 아무 변화가 없죠. 예전이나 지금이나 똑 같은데요. 극마지경에 들고 6차 차크라까지 열렸다면 무슨 변화가 있어야 하잖아요.”
“하하하~ 수라기나 차크라는 깨달음의 무학이라고 했잖아요. 그러니 당연히 신체적인 변화가 없는 거죠.”
“그래요. 참~ 지옥일룡과 혈영검이 말이 사실인가요. 정말 아무런 말씀도 없이 본교를 떠나신 겁니까?”
소하의 물음에 풍운은 피식 웃더니 아무런 대답이 없다. 사실대로 말해 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지옥일룡과 혈영검의 입장이 난처해진다. 그리고 천천히 생각해 보면 이번일은 지옥일룡이나 혈영검만의 음모는 아닐 것이다. 분명 조력자가 있다고 봐야 한다.
“말도 없이 떠나지 않습니다.”
“그럼 지옥일룡이나 혈영검이 거짓말을 했다는 겁니까?”
“그건 나중에 말씀드리죠. 확인할 사항이 있어요.”
“예~ 그게 뭐죠.”
“모든 것이 명확해지면 그때 말씀드리겠습니다. 그 이야기는 그만하죠.”
풍운의 말에 소하는 뽀독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빙긋 웃는다. 풍운에게 무슨 사정이 있을 것이다. 그건 나중에 들으면 된다. 최소한 말도 없이 떠난 것은 아니라고 하지 않는가? 소하는 풍운이 무사하다는 것에 만족하기로 했다.
“참~ 소하야. 이곳이 사황동이라고 했으니 한번 살펴봐야지.”
“참 그렇지. 잠깐만..........먼저 천황님께 인사를 드려야해.”
소하는 거대한 동상과 그 밑에 있는 관이 있는 곳으로 가더니 절을 한다.
“본교 제7대 제자 하후소하가 사사천황님께 인사드립니다.”
소하가 절을 하는 사이에 풍운과 벽하는 석실을 둘려보기 시작한다. 자신들은 사사천교 제자들이 아니니 굳이 절을 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사방에 있는 벽면에는 그림과 글자들이 새겨져 있다. 무공들이 새겨져 있는 것이다.
“소하야. 잠깐이 이리 와봐. 이 무공들은 사사천교의 무학들 아니니.”
소하도 인사를 마치고 벽하의 겉에 다가와 벽화를 보았다. 벽하의 말대로 벽에 새겨진 글과 그림들은 사사천교의 무공들이었다.
“맞아. 본교의 무공들이야.”
풍운 일행은 석벽을 돌며 무공들을 하나하나 살펴보기 시작했다.
“아니 저건 사사무영보.......저기 봐~ 사황무도 있어.”
“왜 그렇게 놀라니. 뭐~ 특별한 거라도 있어.”
“사사무영보와 사황무는 본교에 전해지지 않은 무공들이야. 또 저기 사사무영검의 후 삼초도 맥이 끊어졌던 무공이야.”
“그래. 그램 여기에 맥이 끊어진 무공까지 모든 무공이 새겨져 있단 말이야.”
“그건 아니야. 가장 중요한 사사무량도법(邪邪無量刀法)과 사사연무심법(邪邪煙武心法)이 없어.”
“사사무량도법은 사인마도님의 독문무공이잖아.”
“맞아. 사사무량도법은 예전부터 본교의 교주에게만 전해지는 무공이지.”
“그럼 사사연무심법은 뭐야.”
“초대 사사천황님의 독문 심공으로 지금은 전해지지 않은 전설의 심공이야.”
“왜 지금은 전해지지 않는데.”
“너무 패도(覇道)적이고 사악(邪惡)해서 사사천황님이 일부러 전하지 않았다는 전설이 있어. 사실 저기 있는 사사군림보나 사황무는 사사연무심법이 뒤받침 되어야 펼칠 수 있는 무공들이야. 그래서 사사연무심법과 마찬가지로 전해지지 않았던 무공이지.”
“그래.........그럼 좀 이상하다. 사사무영보와 사황무을 이곳에 남겼다면 사사연무심법도 남겨야 정상 아니가? 사사무영보나 사황무는 사사연무심법을 익히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나 마찬가지 아니야.”
두 명의 여인이 떠들고 있는 사이에 풍운은 벽에 새겨진 무공들을 살펴보며 머리를 긁적거리고 있었다. 이상한 일이다. 벽에 새겨진 무공을 한번 훑어본 것뿐인데 마치 수십 년을 수련한 사람처럼 이론이나 초식들이 그림처럼 그려지는 것이다. 그건 뿐이 아니다. 아예 무공이나 초식의 허점과 파해법까지 떠오른다.
“벽이 아니라 다른 곳에 남기셨겠지. 사사무량도법과 사사연무심법이야 말로 사사천황님이 남기신 무공의 정화라고 할 수 있거든.”
“그럴 수도 있겠다.........참!~ 그런데 운랑은 왜 아무말씀도 없어요.”
“특별히 할말이 없잖아요.”
“운랑.......이곳은 본교 초대 교주님인 사사천황님의 무공이 고수라니 간직된 곳입니다. 운랑이 이곳에 있는 사사천황님의 무공을 익히신다면 본교의 교주도 될 수 있다는 말입니다.”
“하하하~ 저보다는 소하가 익히는 것이 좋겠군요. 저번에 벽하가 말했죠. 여자라고 교주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잖아요. 소하가 무공을 익혀서 교주가 되세요.”
“저.........저요. 제가 어떻게 감히.............”
“운랑 말씀에도 일리가 있어. 여자는 교주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잖아.”
“물론 그런 법은 없지만 내가 어떻게 감히 교주가 되니. 나보다는 운랑이 교주가 되어야 해.”
“사사천황님도 저보다는 사사천교의 제자인 소하가 교주가 되는 것을 바라실 겁니다.”
“아니에요. 운랑이 교주가 되어야 합니다.”
소하와 풍운은 서로가 교주가 되어야 한다고 싸우고 있다.
“잠깐~ 좋은 방법이 있다. 소하가 교주가 되고 운랑은 태상장로가 되는 거야. 교주에게 장로의 임명권이 있잖아. 태상장로나 교주나 비슷하잖아나. 어때 좋은 방법 아니야.”
“그게 좋겠군요.”
“물론 그것도 방법이죠. 하지만 교주는 아무나 될 수 없어요. 기본적으로 모든 교인들이 인정할 수 있는 실력자만이 교주가 될 수 있어요.”
“이곳에 사사천교의 모든 무학이 있잖아. 지금부터 네가 익히면 되지.”
“그게 말처럼 쉬워~”
“제가 도와드릴게요.”
“예~ 운랑이 도와주시겠다니요. 어떻게 도와주겠다는 말씀이죠?”
“제가 소하의 임독양맥과 생사현관을 타동해 주고 이곳에 있는 무공들도 알기 쉽게 풀어드리겠습니다.”
“예?.........그게 무슨 말씀이죠. 운랑은 이곳에 있는 무공을 모르잖아요. 그런데 어떻게 풀어주겠다는 거죠.”
“제가 대충 살펴보았는데 어려운 무공도 아니더군요.”
“그 말씀은?..........혹시 사사천왕님의 모든 무공을 이해했다는 말씀이세요.”
“글쎄요. 건방지게 모두 이해했다는 못하고 사사군림보나 사황무까지는 이해했습니다. 지금 당장이라도 펼칠 수 있어요.”
풍운의 말에 소하와 벽하는 할말이 없다는 표정이다. 어떻게 단 한번 본 것만으로 벽에 새겨진 모든 무공을 이해 수 있단 말인가? 풍운은 소하와 벽하을 보고 피식 웃더니 그 자리에서 사황무를 펼쳐 보인다.
풍운이 춤을 춘다. 풍운의 다리가 팔방을 따라 돌아가다. 왼팔은 머리위로, 오른팔이 땅을 향하더니 부드러운 동작으로 한바퀴 원을 그리며 아름다운 손 그림자들이 피어나 너울너울 춤을 춘다. 소하와 벽하는 풍운의 춤에 넋이 빠져 환각의 세계로 빠져든다. 온갖 기화요초가 만발한 화원에 나비들이 날아와 환상적인 춤을 춘다. 소하와 벽하는 자신도 모르게 나비들을 잡으려 화원을 뛰어다닌다. 풍운은 소하와 벽하가 자신이 만들어낸 그림자를 향해 뛰어드는 것을 보고 재빨리 손을 거두며 소하와 벽하를 잡아준다.
“어~ 여기가 어디죠.”
“미안해요. 사황무는 상대를 환각(幻覺)을 빠지게 하는 무공입니다. 즉 불의 화려함에 취해 불을 향해 뛰어드는 나방처럼 상대가 사황무가 만들어낸 환상에 취해 죽음으로 뛰어들게 되는 무공입니다..”
“그럼 방금 우리가 방금 본 것은 사황무가 만들어낸 환각이란 말입니까?”
“예~ 방금 잘 못했으면 두 분 모두 크게 다쳤을 겁니다.”
“휴~ 운랑의 말씀을 믿지 않았는데 사실이군요....... 참~ 그런데 운랑은 어떻게 사황무를 펼치신 거죠. 사황무는 사사연무신공을 익혀야 펼칠 수 있는 무공인데.........운랑은 사사연무신공을 익히지 않았잖아요.”
“글쎄요. 저는 수라기를 운용해서 사황무을 펼졌습니다.”
“수라기로도 사황무를 펼칠 수 있단 말입니까?”
“무공의 본질은 똑 같아요. 사사연무신공이 어떤 무공인지는 모르겠지만 수라기와 큰 차이는 없을 겁니다..............잠시만.........그렇고 보니까? 제가 깨어났을 때, 석실에 검은 연무가 가득하더군요.”
“검은 연무요. 지금은 없는데...........”
“잘 모르겠지만........어쩌면 검은 연무가 어떤 작용을 했을지도 몰라요. 제가 연무를 흡입하자마자 수라기의 마성이 올라와서 수라기를 끌어올려 물리쳤거든요. 그런데 그 과정에서 악마와 함께 사황이라는 놈더 나타났어요.”
“악마? 사황........그거 뭐죠.”
“수라마령신공의 마지막 단계에서 환각과 환청이 들리며 마음속에 악마가 나타나더군요. 그런데 이상한 것은 수라마령신공에 의해 나타난 악마 말고 또 다른 악마가 있었어요. 그놈은 자신을 사황이라고 하더군요.”
“우리 이렇게 아니라 천황님이 남기신 서랍을 열어봐요. 제가 인사할 때 보니까 관 앞에 서랍이 있었어요. 그걸 보면 자세히 알 수 있지 않을 까요?”
말을 마친 소하가 풍운과 벽하를 데리고 관이 있는 곳으로 가보니 소하의 말대로 거대한 동상 앞에 검은 관이 놓여있고 관 앞에는 작은 탁자가 있다. 그리고 그 탁자 위에 작은 상자가 있었다. 풍운은 상자를 열려는 소하를 붙잡았다.
“혹시 모르니까 제가 열어볼게요.”
풍운은 소하와 벽하를 물려나게 하고 상자를 열어본다.
“푸시시~”
세월의 두께만큼이나 상자에 쌓인 먼지도 많았던 모양이다. 풍운은 먼지를 털어내고 상자 안을 살펴보니 상자 안에는 책자 한권과 검은 색 구술...........그리고 두루마기 하나가 들어 있었다. 풍운은 먼저 책자를 살펴본다. 책자의 제목에는 ‘사황경’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풍운은 책자를 소하에게 전해주고 이번에는 두루마리를 펼쳐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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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황동을 찾아온 인연자(人影子)에게.......
나는 사사천황 하후원상이라 한다.
내가 말년에 천기를 집어보니 약으로 350년 후에 천마성이 나타나 무림이 혼란에 빠진 다는 것을 알았다.
그나마 다행힌 것은 하늘의 보살핌으로 천마성을 막아줄 천강성과 천귀성도 함께 나타난다는 것이다.
- 중략 -
아마 지금 서찰을 읽고 있는 자는 천강성의 기운을 받고 태어난 신인일 것이다.
모두 각설하고................
석실에 있던 검은 연무는 사사연무심공의 정화(精華)로 내가 천강성에게 주는 작은 선물이다.
천강성은 사사연무심공의 정화를 흡입하므로 사사연무심공이 12성이 이르렀을 것이다.
사사연무신공이 신인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
그리고 상자에 함께 들어있는 사황단과 사황경은 천강성과 함께 들어온 본인의 후손에게 주는 선물로 사황단은 본인의 내공을 모아 놓은 내공의 정화(精華)다.
천강성은 내공의 정화와 사황경을 본인의 후손에게 전해주기 바란다.
아마 천강성 본인에게는 사황단을 먹어도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본인의 후손은 보아라.
너는 사황단을 복용하고 사황경의 무공을 익히기 바란다.
즉 너는 본인의 제자가 되는 것이다.
어떤 죽일 놈이라도 본인의 제자를 업신여기지는 않을 것이다.
너는 본교의 교주가 되어 천강성을 도와주기 바란다.
그리고 내가 본교의 신물을 두개를 남겼을 것이다.
두 가지는 너도 알다시피 설비와 사황홀(蛇黃惚)이다.
그중에서 설비를 천강성에게 전해주기 바란다.
설비에는 내가 만년에 깨우친 사사무량도법(邪邪無量刀法)의 후 삼초가 새겨져 있다.
그걸 천강성에게 전하는 것이다.
뭐~ 아깝다고 생각지는 말아라.
너는 어차피 익히지도 못할 무공이고..........천강성 그놈도 고마워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놈에게 사사무랑도법의 후 삼초 정도는 우습게 보이겠지.
그래도 일단 주는 거다.
그래야 본교의 위상이 올라가잖아.
그리고 관 앞에 있는 석상의 오른 팔을 부러트리면 두 개의 문이 나타날 것이다.
하나의 방은 본인이 평생동안 좆빠지게 모아놓은 재물이 들어 있는 방이고 나머지 문은 석실 위에 있는 연무관으로 통하는 문이다.
그리고 또 한명의 다른 이에게는 석벽에 새겨진 무공을 남기니 너무 섭섭하게 생각지 말기 바란다.
너에게 그 정도 무공을 남겼으면 심심하지는 않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천강성에게 남긴다.
내가 준 선물이 별 도움은 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본인의 성의를 생각해서 무림을 구하는데 써주기 바란다.
사사천황 하후원상이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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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운은 서찰을 읽어보며 빙그레 웃음을 짓는다. 사사천황 하후원상은 생전에 무척 유쾌한 사람이었던 모양이다. 글의 표현이 근엄하기 보다는 유쾌한 문장이었기 때문이다. 풍운은 두루마기를 소하에게 전해주었다. 소하도 서찰을 꼼꼼히 읽어보더니 벽하에게 전해주었다.
“사사천황님도 소하가 교주가 되기를 원하시는군요.”
“운랑도 원하고 천황님의 말씀도 있으니 할 수 없군요. 제가 교주가 되겠습니다.”
“잘됐네요. 그런데 어떡하죠. 석실 위에 연무관이 있다고 하는데........저기 보시는 것처럼 제가 연무관을 부셔버렸거든요.”
풍운이 손가락으로 천장을 가르치며 말하니 소하는 피식 웃는다.
“괜찮아요. 연무관이 없어도 상관없잖아요. 운랑이 도와주시면 됩니다.”
“예~ 제가 도와요. 어떻게 도와드리죠.”
“운랑이 제 상대가 되어 주시면 되죠.”
“하하하~ 저보고 소하의 연무(硏武) 상대가 되라........하하하 좋아요. 제가 상대해 드리죠.”
“쩝~ 천왕님도 너무 하시네. 혼자 있기 심심하니까 석벽에 있는 무공이나 익히라는 말이잖아.”
벽하가 두루마기를 모두 읽어 보더니 혼자말로 투덜거린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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