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 올림푸스 - 2부 11장
본문
먼저 댓글에 감사드립니다. 그래도 누군가 함께 상상의 길에 같이 있다는 것이 참 좋네요. 뭔가 반전을 만들어야 하는데, 영 머리가 돌아가지 않네요. 어떤 분 말씀하신 것 처럼 너무 먼치킨이 되지 않도록 하려고 합니다. 일단 주인공을 조금 더 키워야 하는데...ㅠㅠ 자, 다시 무림으로 가겠습니다.
올림푸스 나머지 12 장로 - 아레스 (1)
설산. 중원의 지붕이다. 아니 당시의 사람들은 땅의 끝으로 알았다. 더 이상 오를 곳이 없는 곳. 지금도 역시 이곳 히말라야 산맥 지역은 지구의 지붕이다. 만년설에 덮인 인류의 발걸음을 허락하지 않는 곳. 올림푸스에서 내려다보이는 설산은 정말 옷깃을 여미게 했다. 운남성, 지금의 티벳 북부 쪽을 지나며 이어지는 끝없는 산의 자락들은 어느 틈엔가 이 계곡 저 계곡이 높다란 침엽수림 사이에서 길게 얼음의 계곡이 나타나더니 이제는 완전히 눈과 얼음 밖에 보이는 것이 없다. 구름을 밑에 두고 솟아 있는 얼음과 눈의 산. 정말 설산이라고 밖에는 부를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올림푸스의 속도가 서서히 줄어들며 정지한 곳은 유독 안개가 자욱하여 계곡의 밑을 내려다 볼 수도 없는, 사방으로 얼음의 절벽이 둘러싼 곳이었다. 도저히 그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안개가 짙었고, 안개는 사방 얼음 절벽에 부딪히며 도는 바람에 의해 회오리까지 만들어 지고 있었다. 정말 날아가는 새도 넘어가지 못할 곳이었다.
“진식이군요.”
“역시, 취걸이군. 양의육합구궁몽혼진을 아나?”
“양의몽혼진은 알고 있습니다만... 그럼, 음과 양의 조화 이외에 육합과 구궁까지 합하여 하나의 진을 만들었단 말입니까?”
“황궁 서고에서 본 천외기문진보라는 책에 의하면...”
“처~~천외기문진보라고 하셨습니까, 형님?”
“왜? 아는 책인가?”
“기문진식을 아는 사람에게는 꿈같은 책이지요. 천외기문진보가 모르는 기문진은 없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모든 기문진은 천외기문진보에서 나온 것이지요.”
“그런가? 그렇게 중요한 것이라면 나중에 자네에게 알려주지?”
“아니, 그럼 그 내용을 다?”
“그러지 뭐?”
“예!!!???? 정말입니까?”
“글쎄 알았다니까? 어쨌든, 천외기문진보에 의하면 양의육합구궁몽혼진은 음과 양, 동서남북과 하늘과 땅, 그리고 팔괘와 그 중앙을 완전히 시전자에 의해 조절할 수 있는 진이지. 살아있는 진이라고 할 수 있어. 시전자가 수시로 진의 흐름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지. 작은 힘으로 무한의 힘을 무찌를 수 있고, 방어 할 수 있어. 더구나 이곳처럼 천연적으로 구름과 바람이 항상 있는 곳에서는 가히 천하제일의 진식이라고 할 수 있지. 누구도 이 진을 파훼할 수 없다고 했지.”
“그럼, 가가도 할 수가 없는 것인가요?”
“천외기문진은 파훼법이 없다고 했는데, 무엇인지 아는데, 파훼 방법이 없겠어? 내 생각에 한 가지 방법은 음과 양을 동시에 같은 힘으로, 육합을 동시에 같은 힘으로, 구궁을 동시에 같은 힘으로 타격하며 진의 핵인 구궁의 중앙인 중궁을 장악하면 진은 힘을 잃게 되지. 음양, 육합, 구궁의 사문과 생문이 아예 움직이지 못하도록 정지를 시키면서 진의 핵을 부수는 거지.”
“말로는 쉬운 것 같지만, 그런 식으로 진을 파훼한다는 말은 처음 들었습니다.”
“그러니 양의육합구궁몽혼진이 최고의 절진이라고 하는 것이지. 사실, 이 진이 현세에 나타났다는 기록도 없으니 말이야. 일반적인 무공의 능력으로는 불가능하지, 하지만, 우리가 가지고 있는 우주만력은 그것을 가능케 할 수 있어.”
“우주만력으로...?”
“자, 시간을 아끼자. 취걸은 타르서스에 혼천강룡신공을 십이성 주입하여 구궁의 중앙인 중궁을 공격하고, 설은 현무구절편에 뇌룡마영신공 12성을 주입하여 구궁을 동시에 공격하고, 티파니는 주작일향과 피닉스(공작모양의 귀걸이)에 주작천무신공 12성을 주입하여 양의, 즉 음과 양을 공격해. 나는 육합을 맡을테니. 제일 중요한 것은 정확히 같은 시간에 모든 곳을 공격해야 해. 시간차가 생기면, 진은 완전히 벌집이 되 버릴 거야.”
“형님. 그런데... 서로의 12성 공력이라는 것이 같은 12성이라도 서로 다를 것 같은데...”
“역시 취걸이군. 걱정하지 마. 내가 이곳의 우주만력을 조정하여 서로의 12성이 같은 힘으로 균등해 지도록 조절할 테니...”
“맙소사!!! 도대체 형님의 능력은... 상상이 안 가는 군요. 어떻게 12성의 공력을 사용하면서 동시에 다른 사람의 공력까지 도움을 준단 말입니까?”
“알려고 하지 마, 다친다. 흐흐. 서두르자. 너무 시간을 허비했어.”
취걸의 혼천강룡신공, 설비의 뇌룡마영신공, 티파니의 주작천무신공이 12성 끌어올려지자 주변은 오색의 찬연함이 가득했다. 서로 다른 유형의 기들이 부딪히며 신비한 색깔을 만들어 내었던 것이다. 더구나 절곡의 냉기와 운무가 침입자(?)들의 무형강기와 부딪히며 더욱 조화로운 색을 만들어 낸 것이다. 진이 주변의 초상에너지, 즉 우주만력을 끌어 모았다. 그리고 동시에 세 명에게 같은 양의 만력을 분배했다.
“자, 지금이다. 모두 자신의 강기로 목표를 강타하라!”
“구그그그그긍!”
네 가지의 강기가 서로의 목표를 향하여 나아갔다. 느릿하게 가는 것 같았지만, 그 힘의 강도를 느낄 수 있을 정도의 무게가 느껴졌다. 그러나 정작 소리는 묵직한 바퀴가 굴러가는 듯 한 소리였다.
“틱!”
그리고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다만, 주변의 사물이 순식간에 나타났다. 얼음. 모두가 수정 같은 얼음뿐이다. 그러나 그 수정 같은 얼음들이 여기저기에서 참으로 기묘한 형상의 건물들로 이어져 있었다. 둥그런 아치 모양의 천장 부분과, 네 방위를 지키는 장정 서너 명이 둘러쌀 정도의 기둥들, 수정의 투명함이 건물 내부를 비췰 정도로 맑았다. 여기저기에 박혀있는 어린이 머리만한 야명주들의 형형색색이 반사되어 투명한 수정 얼음들 표면에는 설명할 수 없는 빛의 향연이 일어나고 있었다.
“어머~~~~ 정말 아름다워요.”
“오~~ 환상의 세계에 와있는 것 같아...”
“우와~~~~~~”
그때 돌연 어디에서 나타났는지 모르게 예닐곱 명의 인영이 네 명 앞에 나타났다. 모두들 놀랐지만, 진은 마치 알고 있었다는 듯이 희미한 미소를 입에 흘렸다. 일곱 명의 사람들은 특이하게 중원인은 한 명뿐이었고, 나머지는 색목인들이었다.
“어떤 고인들이시기에 본궁에 허락도 없이 입궁을 하신 것이오?”
마치 신선같이 은발의 수염이 무릎까지 내려오는 사람이 정중하게, 그러나 노한 음성으로 물었다.
“죄송합니다. 허락도 없이 귀 궁에 발을 들여 놓아서... 사람을 찾고 있습니다.”
“허허. 사람을 찾는다? 이곳이 어딘 줄 알고 갑자기 나타나 사람을 내놓으라는 것이오?”
“이곳이 설산의 천빙궁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무에라! 공자는 이제 겨우 약관을 벗어 난 것 같은데, 강호에서도 알지 못하는 천빙궁을 어찌 알았단 말이오?”
자신도 모르게 신선 풍의 노인은 이곳이 천빙궁임을 말해 버린 것이다. 그만큼, 천빙궁은 비밀에 가려져 있었기에 감히 누가 알고 이곳에 들어왔을 것으로 생각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진은 노인의 실수에 미소를 흘렸다.
“천빙궁이 맞긴 맞군요. 그렇다면 저희가 제대로 찾아왔군요.”
노인은 자신의 실책을 깨닫고 신음을 삼킨다.
“흐음.”
“태상장로님도 실수를 하실 때가 있군요. 하하하!”
“죄송합니다, 궁주님.”
궁주라 불린 사람은 청년이었다. 이제 갓 이십이 넘었을까? 얼굴은 파리할 만큼 희었고, 눈은 마치 수정을 박아놓은 것처럼 투명했다.
“나는 천빙궁을 맡고 있는 마르스요. 당신들은 누구이기에 감히 본궁의 진을 파훼하며 침입한 것이오!”
색목인답게 중원 사람의 이름이 아니었다.
‘제우스. 그의 이름이 마르스라고 하네요. 아레스의 로마식 다른 이름이 마르스예요. 어쩌면 저 사람이...’
‘그럴지도 모르지...’
“미안합니다. 이곳에 이런 절진인 양의육합구궁몽혼진이 있을 줄을 몰랐기에 호승심으로 진에 도전을 해 본 것입니다.”
“이런! 양의육합구궁몽혼진을 알고 있단 말이오? 호승심에 도전을 했다고? 강호에 과연 양의육합구궁몽혼진을 알고 있는 사람이 하나라도 있을까 했는데, 공자는 이미 이름을 알고 파훼 방법을 안단 말인가? 파훼 방법은 우리도 모르는데...?”
“태상 장로님!”
태상 장로라 불린 노인은 또 다시 자신의 실책을 알고 얼굴이 붉어졌다.
“죄~ 죄송합니다, 궁주님.”
“허허. 우리 태상 장로님을 이토록 흥분시키다니... 그래, 본좌가 직접 설치하고 시전하고 있는 양의육합구궁몽혼진을 파훼한 실력만 봐도 결코 하수는 아닐터. 이곳을 찾은 이유는 무엇이오?”
그랬다. 천빙궁은 이곳에 존재한지 천년이 넘는 조직이었다. 아직 단 한 번도 강호와 충돌한 적은 없지만, 강호에 겁란이 있을 때 혹은 궁의 필요에 의해 몇 십 년, 혹은 백 수 십 년에 한 번 씩 강호에 이름을 흘린 적이 있었고, 작금에 와서는 잦은 강호의 외출로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있었다. 그러나 아직 누구도 궁의 위치를 알지도 못했고, 궁주나, 궁의 위력을 모르고 있었다. 그것은 자신들을 추적했던 강호의 절대 고수들조차 이곳 계곡에 와서는 양의육합구궁몽혼진 때문에 길을 찾지 못하고 돌아갔기 때문이다. 물론 이곳에 진이 설치되어 있다고 생각했던 사람도 없었다. 그러데, 지금 이남이녀의 사람들은 진을 알아보았고, 파훼까지 하였던 것이다. 자신들도 파훼 방법은 모르고 있는데 말이다. 그러니 당연히 진을 설치한 궁주와 장로들이 출동한 것이다. 사실은 이미 천빙궁 전체에 일급 위기령이 내려져 있었다. 궁이 생긴 이례로 일급 위기령이 내린 적은 없었다. 그것은 단 한 번도 양의육합구궁몽혼진이 깨지지 않았었다는 것을 반증하기도 하는 것이다.
궁주의 질문은 차분한 듯 했으나, 태상 장로의 계속되는 실수와 상대들의 너무도 태연한 모습에 오히려 약간의 분노가 깃든 목소리였다.
“사람을 찾고 있습니다.”
“이런! 고작 사람 하나 찾으려고 남의 궁을 이렇게 침입한단 말이오!”
목소리가 높아졌다.
“하지만, 그것이 사실이오.”
“갈! 무엄하다. 감히 천빙궁의 궁주님께...”
“후후. 귀하들에게는 궁주님일지 모르제만, 우리 형님에게는 아니지. 더구나 형님이 누구인지 안다면 당신이 지금 그렇게 말하는 것이 더 큰 문제가 되겠지!”
“무어라? 저 어린 녀석이 황제라도 된단 말이냐?”
“황제 폐하는 아니지만, 거의 맞았소이다.”
“무어라? 이~~ 이런~~~~~ 괘씸한!”
“진정하십시오. 수 장로님.”
궁주의 뒤에 선 사람들은 태상 장로와 천빙궁의 오대장로인 수, 금, 지, 화, 토 장로들과 총관이었다. 오대장로와 총관의 얼굴도 울그락 붉을락 해졌다.
“우리 형님은 폐하의 부마이시오.”
“무엇? 부마라고?”
“여기 계신 분은 황제 폐하의 금지옥엽인 설비 공주님이시오!”
“서~~설비 공주?”
“흐음~~~ 공주와 부마 마마를 몰라 뵙고 실례를 범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부마 마마라 할지라도, 천년 천빙궁의 불법 침입은 묵과될 수 없는 일입니다.”
“태상장로님. 일단은 안으로 들어가지요. 어찌되었건, 천빙궁을 찾은 최초의 강호인이니 천빙궁이 대접은 해야지요. 더구나 공주 마마 등에게 실례를 범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끄응~~~ 알겠습니다, 궁주님. 총관은 손님들을 모시게.”
“알겠습니다.”
**********
천빙각. 천빙궁의 대소사가 결정되는 대회의소다. 규모는 그리 크지 않았지만, 적어도 50 명은 넘게 들어가 회의를 할 수 있을 공간이었다. 역시 이곳도 수정 같은 얼음으로 지어져 있었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빙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더구나 안에서는 밖이 보였는데, 밖에서는 안쪽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기다란 타원형의 수정 탁자에 궁주와 태상 장로, 오대 장로들, 진과 설, 티파니가 앉아있고, 총관과 취걸이 각자 궁주와 진 뒤에 서 있다.
“지금 그 말은 나더러 믿으라는 말이오? 고작 남의 궁에 불법으로 침입해 들어와 자신들은 다른 세계에서 왔다하고, 아레스라는 사람을 찾는다? 지금 본좌를 데리고 장난하는 것이오?”
그랬다. 진은 아예 처음부터 본론을 솔직하게 이야기 했다. 그들이 믿건 말건 그냥 직접 부딪히기로 한 것이다. 사실 그것이 가장 빠르고 안전한 길이었다.
‘우~~ 이건 좀~~ 아무리 진 형님이라지만, 너무 무모하게 접근한다.’
취걸의 생각을 알기라도 한다는 듯이 진이 입을 열었다.
“물론 황당할 것이오. 그러나 나의 말은 사실이고, 나의 정보로는 귀 궁주가 바로 내가 찾고 있는 사람일 가능성이 가장 농후하오.”
“이~~ 이런~~~ 지금~~ 뭐라고~~~~?!!!!”
탁상 위에 있던 태상 장로의 손이 부르르 떨리는 것으로 보아서 그가 얼마나 황당해 하는지 짐작 할 수가 있었다. 그러나 궁주가 먼저 입을 열기에 그가 입을 열 기회를 얻지 못했다.
“그리 자신 있다면, 내가 그 아레스라는 증거는 무엇이오?”
“궁주의 칼과 창과 전차를 보여주시오.”
“무~~~ 무엇이라????”
천빙궁의 사람들은 까무러칠 듯이 놀랐다. 궁주는 단 한 번도 궁을 벗어 난 적이 없다. 그런데 부마라는 이 청년은 마치 궁주의 무기가 무엇인지, 그에게 전차가 있다는 것 까지 알고 있었다. 검이야 모든 무림인들이 하기에 그리 놀라울 것이 없다하겠지만, 창은 그렇지 않다. 그것을 주 무기로 사용하는 자도 드물뿐더러, 칼과 함께 사용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더구나, 천빙 궁주의 온갖 비밀 암기들이 장착된 이륜의 특수 전차를 타고 펼치는 천붕비폭뢰는 천빙궁주의 최고의 살초 중 하나였다.
“도~~도대체 당신은 누군데...”
“흐음. 좋소. 따라 오시오.”
마르스는 진 등을 데리고 천빙궁주의 연공실로 갔다. 연공실은 더 깊은 지하에 있었다. 크기는 그리 크지는 않았지만, 한쪽에는 얼음으로 된 침상이 있었고, 그 반대쪽에는 이상한 조그마한 연못이 있었다.
“비~~ 빙염혈!”
“호! 취걸 당신의 안목이 제법이구려. 빙염혈을 다 알아보다니.”
“천지에 빙기와 열기를 동시에 뿜어낼 수 있는 연못이 빙염혈 외에 무엇이 있단 말이오? 이것이 정말 전설의 빙염혈이 맞는 것이오? 그렇다면 만년빙어와 만년화린어도?”
“호오~~ 정말 견식이 풍부하군요. 만년빙어와 만년화린어까지?”
그랬다. 빙염혈. 천지에 극빙의 한기와 극열의 열기를 동시에 품어내는 연못. 그곳에는 만년빙어와 만년화린어가 동시에 산다. 이곳 빙염혈에 수십 마리의 만년빙어와 만년화린어가 떼를 지어 움직이고 있었다. 한 마리의 만년빙어나 만년화린어만 먹어도 무림인이라면 절대 고수에 이르는 내공을 얻을 수 있다고 하는데, 그런 물고기가 떼를 지어 살고 있다. 이곳은 오직 천빙궁의 궁주만을 위한 곳으로 천빙궁의 가장 중요한 곳이다. 그만큼 마르스는 지금의 방문객에게 놀라고 있었다. 자신의 연공실까지 보여줄 정도로 말이다.
그리고 한 쪽에는 이륜의 전차가 세워져 있었다. 전차는 온통 은색이었다. 정면에는 독수리가 활짝 날개를 편 모습이 새겨져 있었다. 그런데 그 독수리의 날개가 그냥 부조로 새겨진 것이 아니라, 어찌 보면 실물인 것처럼 보였다. 전차가 달리면 이 독수리의 날개가 바람에 맞아 공포스러운 소리를 내게 되어있었다.
취걸의 타르서스나 아프로디테의 케스토스 처럼, 에로스의 검과 창과 전차는 근본적으로 헤파이스토스에 의하여 만들어지고 전해지고 있었기에, 초상에너지에 반응하게 되어있었다. 특히 이곳 무림의 세계에서는 사신, 즉 주작, 현무, 청룡, 백호의 관계로도 우주만력과 반응하게 되어 있었다.
“천빙검, 천빙방천극, 천붕거. 이것들은 본좌의 신물이며, 대대로 천빙궁주의 신물이기도 하오. 진 공자께서는 이것으로 어찌 저의 신분을 확일 할 것이오? 언제 이것을 보기라도 했단 말이오? 아직 본인조차도 이 물건들과 함께 강호를 활보하지 않았거늘...”
“궁주가 믿건 못 믿건, 이것이 제가 찾고 있는 아레스와 관련된 물건이라면 나의 우주만력에 반응하게 되어 있소. 나는 그렇게 확인할 것이오.”
“우~~~우주만력? 당신이 우주만력의 주인이라도 된단 말이오? 아니, 진정 우주만력이 존재하기라도 한단 말이오?”
진은 그저 미소와 함께 머리를 끄덕였다.
“이런. 정말로 우주만력이 존재하였군. 그렇다면 천빙조사의 말씀이 사실이란 말이었군...”
천빙궁에는 궁주에게만 전해지는 비밀이 하나 있었다.
‘우주만력의 주인이 찾아오는 날, 천붕거가 창공을 날리라.’
그러나 마르스는 아니 그 이전의 궁주들조차 우주만력이 무엇인지, 존재하는지,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조차 몰랐다. 그저 알 수 없는 전설로만 치부되어 왔었던 것이다.
‘흐음. 내 대에 와서 우주만력의 주인이 나타났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궁을 우주만력의 주인에게 넘겨야 한다는 것인가? 으~~ 정말 알 수 없군.’
“그래 당신이 정말 우주만력의 주인이라면, 당신이 본궁을 찾은 이유가 무엇이오? 본 궁을 접수하기라도 할 것이오?”
“하하하. 아니오. 아까도 설명하였지만, 나의 동지가 필요하오. 우리가 알 수 없는 안배자에 의해 우리는 중원뿐만 아니라, 아니 이 세계뿐만 아니라, 우주를 평화롭게 만들 책임이 주어진 것이오. 12 명이 모여야 하오. 그 중 한 명이 당신이 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지.”
“그럼, 나더러 그 올림푸스의 12 신인지 장로인지 하는 이야기를 정말 믿으란 말이오?”
“믿어야 하오. 그것이 우리의 운명인 것을 어쩌겠소.”
“좋소. 어디 그 우주만력을 보여주시오. 확인한 후에 결정을 합시다.”
진은 빙그레 미소 지으며 서서히 초상 에너지, 즉 우주만력을 끌어 올렸다. 사실 우주만력은 인체의 상중하 단전 중 어느 곳에도 모여지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내단 즉, 인체 안에 머무는 내력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체 밖에 흐르는 모든 생명의 기운이 바로 우주만력이다. 이것은 외단 이라고도 불릴 수 있고, 마나라고도 불리 울 수 있는 것이다. 우주에 가득 차 있는 에너지이기에 그것은 우주가 존재하는 한 무한대인 것이다. 진이 우주만력을 모으자 마르스의 신물들, 천빙검, 천빙방천극, 천붕거에서 빛이 뿜어지기 시작했다. 천빙검은 얼음으로 만들어진 듯 투명하였고, 천빙방천극은 극이라 하기에는 다소 짧은 느낌이 있었고, 얇기가 마치 연검 같았다. 전체적인 색깔은 차가운 청색이었다. 천붕거는 전체적으로 은색 빛이 감돌았고, 정면의 독수리 문양만 금빛과 묵빛이 감돌았다. 이것들이 각각 은은한 자신의 빛을 발출하고 있었다. 그것은 한마디로 환상적인 색의 조화였다.
“우~~~”
“아름다워~~~”
천빙검은 거의 수정처럼 빛이 반사되며 더욱 투명해졌다. 마치 유리검 처럼 보였다. 천빙방천극의 푸른빛은 더욱 맑고 투명하게 빛났다. 극 끝의 날 부분이 은은한 푸른 강기가 뻗어나고 있었다. 천붕거의 반응이 가장 뚜렷했다. 천붕거가 공중으로 일장 가량 떠올랐고, 천빙검과 천빙방천극이 천붕거 주변으로 끌려 올라갔다. 천붕거 전면의 독수리의 날개가 정말 퍼덕이는 것처럼 보였고, 그 날개 짓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우우우우웅!!!!!’
그 소리는 제법 묵직하고 어떻게 들으면 공포스럽기도 하였다. 금방이라도 독수리가 날아오를 것 같아 보였다.
“세 가지 모두가 반응을 보이고 있어요, 가가.”
그 순간 날아오를 것 같던 독수리가 정말 날아올랐다. 금빛과 묵빛의 독수리가 나는 모습은 마치 환상 속의 새가 나는 모습 같았다. 머리 쪽의 묵빛과 대비되어 몸통과 꼬리부분의 금빛은 길게 금빛 꼬리를 만들며 날고 있었다.
“와~~ 정말 아름다워요.”
마치 설비의 소리를 듣기라도 한 듯이 독수리는 길게 장소를 내었고, 곧 이어 마르스에게로 날아 내렸다. 그리고는 마치 마르스의 몸에 흡수되듯이 사라져 버렸다. 아무도 예기치 못한 현상에 깜짝 놀랐다.
“!!!!”
자연스레 천빙검과 천빙방천극이 마르스의 양 손에 들렸고, 천붕거가 그의 옆에 내려섰다.
‘아레스예요, 제우스. 전쟁의 신 마르스가 맞아요.’
“아레스!!!”
누구의 외침인지 모르게 터진 소리였다. 독수리가 흡수된 마르스의 몸이 허공에 떠오르기 시작했고, 마치 삼화취정이나 오기조원의 경지에 들듯이 마르스는 일장 여에 떠올랐고, 그의 주변에는 묵빛과 금빛의 광휘에 휘말려 있었다. 그렇게 차 한 잔정도 마실 시간이 지나자, 그의 몸이 서서히 내려앉았고, 그의 주변의 광휘들이 사라졌다. 입고 있던 옷은 사라지고 은색과 붉은 색의 엷은 막 같은 것이 그의 몸을 감싸고 있었다. 은빛의 막은 강한 냉기를, 붉은 빛의 막은 강한 열기를 포함하고 있었고, 이세상의 어떤 것 보다 강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마치 갑옷을 입고 있는 것 같았다. 그 모습은 정말 전쟁의 신 마르스의 모습이었다. 그의 눈빛은 놀람과 기쁨의 빛이 서려 있었다.
“제우스에게 아레스가 인사드립니다.”
“아레스! 반갑습니다.”
독수리가 스며드는 순간, 마르스는 마치 수천 년의 시공을 초월하는 느낌이 들었고, 전혀 모르던 세계의 모습들이 영화처럼 지나갔다. 그리고 올림푸스의 12 장로로서의 자신의 정체성이 느껴졌고, 12 장로로서의 연대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의 내단 속에 있던 내력들이 알 수 없는 외단의 무한한 힘들과 합쳐져서 무한한 내력이 충만함을 느꼈다. 나아가 자신이 여지껏 얻지 못하였던 자신의 무공들의 성취도가 달라졌다는 것이다. 자신의 고유 무공 이외에도 천빙검, 천빙방천극, 그리고 천빙거에 대한 친근감도 달라졌다. 이제는 자신이 아레스라는 것을, 진이 찾고 있는 인물이 아니라는 것을 거부할 수 없었다. 결국 제우스를 인정하게 된 것이다.
“드디어 열 번째 12 장로를 찾았군요, 형님.”
“그래요, 이제 아르테미스와 데메테르만 찾으면 되는군요.”
백호각. 천빙궁의 궁주인 마르스의 거처였다. 진, 티파니, 설비, 취걸, 마르스, 그리고 태상장로가 함께 하고 있었다.
“궁주님, 그럼 곧 성을 떠나시겠다는 말씀이십니까? 현재 강호는 이상한 기류에 휩싸이고 있습니다. 천빙궁은 지난 천년 동안 강호에 이상 기류가 나타나면 그것을 미연에 방지하는 일을 암암리에 하여 왔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궁주님께서 사라진다면 이것은 궁으로서도 강호로서도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아닙니다. 태상 장로님. 저는 지금 당장 떠나지 않습니다. 저는 천빙궁의 궁주입니다. 누구보다도 천빙궁을 사랑하지요. 삼백여명의 천빙궁도들은 저의 아버지이고 어머니이고 형제이고 누이들입니다. 당연히 궁을 맡길 인물을 먼저 찾아야 하고, 강호의 현안도 정리할 것입니다. 더구나, 부마 역시 강호의 일을 최우선으로 처리하시려고 하고 있습니다. 다만, 태상 장로님께는 저의 거취를 미리 알려 드리는 것입니다. 저는 다만 일대 조사이신 마르스님의 지시대로 하늘을 날을 것입니다. 그러나 천빙궁은 영원히 존재할 것입니다.”
“후우~~ 정말 어찌 돌아가는 것인지 노부는 알 수 가 없습니다. 어쨌든 궁주의 뜻이 그렇다면 저는 궁주의 뜻을 받들겠습니다. 그러나 강호의 현황과 후계 문제를 해결해 주시길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강호의 현황에 대하여 일단 이야기를 해보지요. 일단 중원 최고의 정보망인 개방의 소방주이신 취걸 형님께서 그동안의 정보를 종합해 주시지요.”
“그러겠네, 마르스 동생.”
어느 새 마르스와 취걸은 형 동생으로 호칭이 바뀌었다. 한 살 많은 취걸이 형이 되기로 했다.
“작금 강호의 정세는 하나의 거대한 마의 구름이 몰려오고 있습니다. 수라궁이지요. 이미 남궁세가와 진주언가가 봉문을 당했고, 곤륜, 아미, 청성, 점창이 봉문 당했습니다. 화산은 하룻밤 사이에 멸문 당했구요. 화산에서 아수라파천교의 아수라혈번이 발견되었으므로 이들 수라궁은 아수라파천교의 후신이든지 어떤 관련을 맺고 있을 듯합니다. 황궁에서 암약하고 있던 청탑쌍마라는 허수아비가 형님에 의해 척결 되었지만, 이들이 누군가의 사주를 받은 것이 확실합니다. 결국 현 상황에서 우리가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은 수라궁을 찾아내 강호의 안정을 찾아야 하는 것입니다.”
“저희 천빙궁에서도 수라궁을 좇고 있습니다. 궁의 정확한 위치는 찾지 못했지만, 남해의 어느 지역인 것까지는 알아냈습니다.”
“남해라고 했는가, 마르스 동생? 설마 남해까지...”
“그렇습니다, 취걸 형님. 저희 정보 조직이 남해의 한 고도에서 그들의 흔적을 놓첬습니다.”
"고도에서?“
“예. 대륙의 남단인 절강성까지 수라궁 사람들을 쫒았는데, 동쪽 바다의 보타산 근처에서 놓쳤습니다.”
“흐음. 보타산 근처라. 절강성 동쪽의 보타산 근처에는 근 500여개의 섬이 있는데, 그 중 어디에서...”
“직접 가보지요. 우리가 직접 확인하면 됩니다.”
“제우스, 우리의 정보망은 사실 개방의 정보망의 세 배 이상입니다. 취걸 형님은 기분 나쁘시겠지만, 천빙궁의 정보망은 천년을 넘도록 비밀리에 강호를 섭렵하고 있었습니다. 저희들이 더 자세히 조사해 보겠습니다.”
“천빙궁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직접 가서 확인하고 처리하는 것이 더 빠를 것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남은 두 명의 12 장로도 찾아야 하고, 강호도 속히 정상화해야 합니다. 특히 강호의 문제는 우리의 궁극적인 상대와도 관련이 있는 듯 하기 때문에 직접 가보려고 하는 것입니다. 청탑쌍마가 비록 하수인이라고 하였지만, 티파니와 설비 공주가 직접 그들의 능력을 보았기에 그들의 능력을 압니다. 그렇다면 그들을 수하로 부린 인물들의 능력은 일개 방파 정도로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흐흠! 진 상공의 말은 우리 천빙궁을 굉장히 과소평가 하는 듯 한 느낌이 강하외다. 그렇다면, 진 공자 혼자의 능력이 다른 어떤 방파보다 더 강하단 말이오?”
모두들 태상장로의 말에 반응은 하지 않았지만, 어느 정도 동의는 하는 눈치였다. 특히 취걸과 마르스는 고개를 끄덕이기까지 했다.
“기분 나쁘셨다면 용서하십시오. 하지만, 단언하건데 현재 태상장로님의 내력으로 마르스 궁주에게는 아무런 해도 끼치지 못하실 것입니다.”
“흐흠. 그건 좀...”
“그렇습니다, 형님. 태상장로님은 본 궁의 최고 배분이시면서 동시에 최고의 무력을 지니고 계십니다. 감히 궁주인 저도 함부로 말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물론 그전의 궁주 같았다면 그럴 수 있겠지만, 현재 아레스로서의 마르스의 능력은 전혀 다르다고 할 수 있지.”
“그건 형님 말씀이 맞을 듯 합니다. 저 역시 개방에서 최고의 기재라고 하였고, 최고의 무력을 가졌다고 했지만, 막상 디오니소스로서 각인하고 나서의 능력은 그전과 비교도 되지 않았습니다.”
“가가, 그럼 이렇게 하시지요. 태상장로님께서 마르스 궁주를 시험하시고 결정하시도록 말이예요.”
“그거 좋은 생각인거 같아요.”
“어떠신지요, 태상장로님?”
“궁주께 감히 노신이 어찌 무례를...”
“아닙니다, 태상장로님. 그렇게 해보시지요. 저도 저의 능력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궁금합니다.”
“흐음. 다들 그리 말씀하신다면 노신이 무례를 범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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