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SF

色魂 無影客! - 에필로그

본문

수라천은 번번이 설 무영의 멸사선공인 반야태양공을 피하고 있다. 수라천을 주살하려면 상대에게 가까이 다가가야 하는 데 그는 기회를 주지 않고 피하고 있다. 수라천은 유체이탈과 삼명육통으로 그의 마음을 읽고 있다.




아수라의 근원을 없애는 천고의 기회는 더 이상 존재할 수 없다. 그렇다면 방법은 단 한가지였다.




양패구사(兩敗俱死).




설 무영은 입술을 잘근 씹었다. 그는 반야태양심공으로 호신강기를 극상으로 끌어 올리고 무념무상의 무아지경에 빠져 들었다. 그는 무상기도의 대정지기에 빠져 들어갔다. 수라천이 설 무영을 바라보며 괴이한 비소를 터트렸다.




"크 하학…! 이제는 패한 것을 자인하느냐?"


“...................!”




그러나 설 무영은 묵묵부답 눈을 감고 있었다. 돌연한 설 무영의 태도에 사람들도 낙망하는 모습이었다. 허나 수라천이 누구인가? 오랜 세월을 천하를 손아귀에 쥐려고 음모술수를 자행한 그였다. 음모술수를 쓰는 자가 두려운 것이 음모술수라고 하였다. 수라천은 설 무영에게서 어떤 술수가 나올 것인지는 예측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본좌가 너를 살려둘 줄 알았느냐?"




말은 호탕하게 하면서도 수라천의 뇌리에는 새로운 희망과 의문이 떠오르고 있었다.




(반야태양공까지 익힌 이놈만 사라지면 수라천은 빠른 시일에 재건할 수 있다. 헌데 이놈에게 무슨 술수가 있는 것은 아닐까........?)




수라천은 다른 사람들은 안중에도 없었다. 그들은 수라천 혼자의 사술만으로도 제압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수라천은 의심을 거두지 않은 채 조심스럽게 한발자국씩 설 무영에게 다가서고 있었다.




저벅!




수라천의 발걸음이 옮겨질 때마다 선혈로 적셔진 흙에서 질척거리는 소리가 흘러 나왔다.




저벅!




설 무영은 무아지경에서 육신을 수라천의 살수에 맡기고 있다. 단지 설 무영의 이마에 있는 매화상흔(梅花傷痕)이 있는 홍화반점(紅花斑點)에서 백색 운무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고고하게 눈을 감고 있는 그는 오직 하나만을 감지하고 있다. 수라천의 심장소리!




저벅!




설 무영이 듣고 있는 발자국 소리, 그것 또한 수라천의 간계였다. 선명후동(先鳴後動)! 수라천은 먼저 소리를 울려 놓아 사태를 가늠하며 후에 몸을 움직이고 있다. 그 광경을 보는 사람들은 긴장과 초초로 불안에 떨고 있었다.




"제발…! 오라버니......."




하루미는 가슴에 모은 두 손을 바르르! 떨며 애원하였다.




"가군…! 믿어요."




몸에 달라붙는 피혁방무복을 걸친 전도련의 굴곡이 들어난 허리가 경련을 하였다. 전도련의 옆에서 생모를 잃은 슬픔에 젖었던 소류진이 설 무영의 안위를 걱정하는 두려움에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저벅!




설 무영은 자신의 바로 옆에서 발자국이 들려옴을 알고 있다. 허지만 그는 요동도 하지 않은 채 무아지경의 모습이다.




"흐흐흐…! 놈. 이제 목숨을 포기 했구나! 네놈 목숨은 본좌의 것이다."




수라천은 어느새 핏빛 둥근 혈구(血球)가 피어오른 우수를 들어 설 무영의 천령개를 번개같이 내리치고 있었다.




"죽어랏!"




내뿜는 사자후와 함께 수라천의 눈앞에 있는 설 무영의 정수리에서 피가 솟구쳤다. 그런데 수라천의 두 눈이 경악스런 놀람으로 치 떠졌다.




"참(斬)!"




일갈과 함께 동시에 번개같이 자신의 가슴을 뚫고 설 무영의 우수가 들어와 있는 것이 아닌가? 피가 솟구친 것은 수라천의 가슴이었다.




"어…! 어떻게......?"




수라천이 의문을 갖는 것도 과한 것이 아니었다. 동정남과 동정녀의 골수를 흡입하여 음강으로 단련된 그의 가슴은 철벽보다도 더 단단한 것이었다. 그러나 수라천은 설 무영이 극강의 양음지기였고, 우수에는 공력을 배가시키는 용수갑이 채워져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설 무영은 가부좌의 자세에서 검미를 치켜떴다. 그리고 몸을 기우리고 있는 수라천의 가슴에서 우수를 뽑아들었다. 설 무영의 용수갑이 뚫고 나간 수라천의 등과 가슴에서 검붉은 선혈이 분수처럼 뿜어져 나갔다.




쏴아아…!




수라천은 가슴을 붙들고 충혈 된 눈을 부릅뜬 채 뒤뚱거렸다. 설 무영의 우수는 수라천의 심장을 뽑아내 움켜쥐고 있었다. 핏덩어리의 심장이 살아서 움직이듯이 꿈틀거리고 뻥 뚫린 수라천의 가슴에서는 피가 뻗쳐 나왔다. 순간 설 무영이 흠칫 놀랬다.




"헛…!"




설 무영의 우수에 쥔 수라천의 심장이 연체동물처럼 꿈틀거리며 수라천을 향하여 빠져나가려 하는 것이다. 바로 허공에서 들리는 것처럼 자허선사의 말이 설 무영의 뇌리를 스쳤다.




"육신을 떠나 영혼만으로도 살아남는 아수라의 심장을 반야태양심공으로 멸사시켜야 된다........!"




설 무영은 재빨리 두 손으로 수라천의 심장을 움켜쥐고는 하늘을 향해 던졌다. 순간 청나빛 하늘이 붉게 변했다. 설 무영은 양손에 반야태양심강을 최 극성으로 끌어 올렸다. 수라천의 심장이 피 보라를 일으키며 낙하하였다. 설 무영이 양손을 저어 수라천의 심장을 향해 장력을 폭사하였다.




"태양참(般若太陽斬)!"




사자후와 함께 쏟아져 나간 장력에서 눈부신 태양의 빛과 열이 발산하여 수라천의 심장을 폭파하였다.




콰쾅! 구르르…릉!




요란한 폭음과 함께 수라천의 심장이 조각나고 녹아 흘러내렸다. 동시에 수라천이 온몸을 요동치며 갈대밭에 나동그라졌다. 눈을 홉뜬 세인들의 눈동자가 쓰러진 수라천을 향했다.




크아악! 크 르르...!




갈대밭에 핏덩이로 변해 뒹굴던 수라천의 시신이 가래 끓는 소리와 함께 홀연히 사라지고, 한줌의 재로 남았다. 천세의 세월동안 천하를 어지럽히던 악마의 신, 아수라의 본체가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우르르…! 쾅!




돌연 청명하던 하늘에 천둥이 치며 빗줄기가 떨어지기 시작하였다. 지면을 촉촉이 적실정도의 빗줄기는 점점 주룩! 주룩! 떨어져 세인들의 가슴을 적셨다. 빗속에 우뚝 서 있던 설 무영이 저벅! 저벅! 걸어가서 유끼꼬의 시신을 가슴에 안고 우뚝 일어섰다. 사람들이 각자의 상념에 잠긴 빗속은 침묵이 흐를 뿐이다.




주르륵! 주륵!




하염없이 내리는 비속에 유끼고를 안고 서있는 설 무영은 그림자 없는 석상이었다. 빗물이 흐르는 그의 머리는 산발하여 얼굴을 가리고, 갈가리 찢긴 그의 검은 무복 끝에서는 빗물이 낙수되어 흘러 내렸다.




"유~ 끼~ 꼬~!"




갑자기 침묵의 빗속에 그의 절규가 피를 토했다. 사람들이 상념에 깨어 설 무영의 모습을 찾을 때에 그는 유끼꼬의 시신을 안은 채 빗속으로 홀연히 사라지고 있었다.




송왕조(宋王朝) 건국(建國).


다음날 언제 비가 왔었는지 모를 만큼 청명한 날씨 속에 개봉의 황실에서는 새로운 황제가 등극하는 장엄한 등극식이 거행되었다. 새로운 왕조의 태조(太祖)로 등극한 조광윤(趙匡胤)은 설 무영의 공적을 인정하여 찾았건만, 그 어디에도 그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오년 후, 하루미가 천주로 있는 막북(漠北)의 유라혼빙천(琉羅魂氷天), 전도련이 성주가 되어 이끌어가는 해남성(海南城)도 존재하건만, 도화성(桃花城)은 잡초가 무성한 폐허로 변해 있었다.




감숙성(甘肅省) 동남부의 천수현(天水縣), 천수현에서 옥문관으로 이르는 수림(樹林)에는 목단살검(牧丹乷劍)이라는 독가무공을 기반으로 하는 무림가(武林家) 모란장윈(牧丹莊園)이 있었던 곳이었다. 한때 수라천의 암계에 의해 폐허가 되었으나 새롭게 변모되어 있었다.




모란장원의 현판은 사라지고 관원설원(菅原雪院)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었다. 이곳은 언제부터인가 무영진인(霧影眞人)이라는 학식이 높은 유학자가 주위 세인들의 추앙을 받으며 은거하고 있었다. 모란장원 중에서도 가장 깊숙한 야산 밑의 운몽헌(雲夢軒)은 예전의 모습을 되찾고 있었다.




운몽현 뒤편의 정결하고도 소담한 정원에는 온갖 화초들이 가지런히 피어있었다. 정원 옆에는 검소한 차림의 다홍빛 나의를 걸친 젊은 부인이 소매를 걷어붙이고 햇빛에 세탁물을 널고 있었다. 나긋한 허리로 움직이고 있는 그녀는 설난미화(雪蘭美花) 소류진이었다.




그녀 옆에는 다섯 살 남직한 개구쟁이 남아가 우물가에서 흙과 물을 반죽하며 장난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무척 애정이 깃든 눈빛으로 아이를 쳐다보다가 안쓰러운 표정을 지었다. 




"준(俊)아 야! 그러지 마!"


“엄마…!”




흙장난을 하던 아이가 천진난만한 눈동자로 소류진을 바라보았다. 아이가 그녀를 향해 다가오면서 뒤뚱거렸다. 그녀는 부리나케 아이에게 다가가 끌어안았다. 문득 그녀는 인기척을 느끼고 운몽현이 있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운묭현을 지나서 걸어오는 두 여인이 있었다. 여인들의 모습을 확인한 소류진의 얼굴이 화사하게 피어올랐다.




“언니!”


“미매(美妹)!"




동안으로 보이는 금발의 여인과 쪽머리를 얻은 단아한 자태의 여인이었다. 그녀들은 하루미와 전도련(顚挑蓮)이었다. 전도련은 열 살가량의 소년을 앞세워 걸어오고 있었다. 소류진에게 다가온 그녀들은 주위를 둘러보고 대뜸 물었다.




"가군(家君)은.......?"


“안 보이네........!?”




두 여인은 이구동성으로 입을 열고는 환한 웃음을 지었다. 그녀들은 번갈아 매달 한 번씩은 모란장원에 오고 있었다. 하루미는 입술을 뽀로통하게 내밀고 여전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소류진은 두 여인이 같이 온 것이 궁금했다.




“어찌 소식도 없이 같이 왔지?”


“가군 생일이 가까웠잖아. 그래서 같이 오기로 했지.”




전도련이 환한 미소를 지며 대답했다. 못마땅한 표정을 하고 있던 하루미가 소류진의 옷소매를 잡으며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다급하게 물었다.




“언니! 가군은 어디 갔어?”


“응! 묘소에......”




소류진의 대답에 하루미는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 유끼꼬의 묘**는 것을 짐작한 하루미는 코웃음을 치며 묘소가 있는 야산으로 발길을 옮기기 시작했다. 하루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인 전도련이 미소를 흘리며 소류진을 지그시 쳐다봤다.




"질투도 안 나우?"


“........!”




소류진은 전도련의 말에 화사한 미소를 지을 뿐이다. 그녀들은 오랜만에 만난 두 아이가 어울리는 모습에 흐뭇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전도련의 남아는 백도준(帛跳峻)의 아들이지만 설 무영의 성을 따라서 설 용준(渫龍峻)으로 개명했고 설 무영과 소류진 사이에 출생한 아들의 이름은 설 태준(渫太俊)이었다.




모란장원에 은거하며 세 여인을 거느린 설 무영은 무림중원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송 왕조의 태조는 오랫동안 설 무영을 수소문 하였으나 그의 종적은 오리무중이었다. 다만 세인들의 뇌리에는 "그림자 없는 협객(無影俠客)"이라는 새로운 전설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시대는 영웅을 만들고 영웅은 전설을 만든다. 전설은 역사 속에 기록으로 존재하지만 영웅은 단지 하나의 이름으로 세인들의 뇌리 속에 존재할 뿐이다. 하지만 전설과 역사 속에서도 욕망과 애정, 그리고 남녀 간의 다양한 성행위는 시대를 물문하고 삶의 중심에 존재한다. 다만 들어내지 못하고 감추어져 있을 뿐이다.-----------------------------------(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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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겨울! 건강 조심하시고, 한해 마무리 좋은 결실 맺으시고


새해는 더욱 알찬 행복과 행운으로 가득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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