色魂 無影客! - 6부 2장
본문
설 무영과 유끼꼬의 검강이 일어날 때마다 수라군의 절단된 시신들이 털썩! 털썩! 소리를 내며 우수수 갈대밭에 떨어져 내렸다. 문득 유끼꼬는 수라군의 우측을 주살하던 설 무영이 그녀의 곁으로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
"........?"
"나의 여인…!"
그녀에게 다가온 설 무영이 다정한 말과 함께 그녀의 어깨를 손으로 감쌌다.
"주군…!?"
문득 유끼꼬는 이상한 느낌에 설 무영을 주시했다. 설 무영이 평상시 사용하는 말투와 달랐던 것이다. 그는 여러 사람이 있을 때는 그녀의 이름을 부르지 않았으며 필요시만 그녀의 이름을 불렀던 것이다. 허나 그녀가 이상한 느낌으로 그를 바라보는 순간 이미 그녀는 혈도를 제압당하고 만 것이었다.
"헉! 속았다…!"
허지만 그녀는 혈이 찍힌 상태이니 저항을 할 수도 없었다. 설 무영으로 변모한 상대는 수라천의 차도살계(借刀殺計)를 명령받은 천마비랑이었다. 눈빛이 사악하게 변한 천마비랑이 득의의 괴소를 터트렸다.
"으흐흐…! 네 년이 주군이라 부르는 놈의 손에 사라져라!"
일갈과 함께 유끼꼬는 천마비랑의 천마장을 맞고 오장이나 날아가 갈대밭 속에 나동그라졌다. 천마장을 맞은 가슴을 붙잡은 그녀는 죽음이 촌각에 달렸으면서도 설 무영이 걱정되었다.
"주…! 주군.......!"
가슴과 입에서 선혈을 쏟아내는 유끼꼬는 마지막 기력을 다해서 주군을 외쳤다. 설 무영으로 변한 천마비랑은 희소를 터트리며 좌측의 사자군단으로 신형을 날렸다. 그는 사자군단 단원을 주살하기 시작하였다. 갑자기 설 무영의 독수에 핏덩이가 되는 사자단원들이 죽어가며 외마디를 질렀다.
"주, 주군이 어찌…?"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사자군단 진중이 우왕좌왕 일대 소란이 일어났다. 다가오는 정무맹의 맹주이기에 무심하다가 돌발적인 독장을 받아 암습을 당하니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이때 설 무영은 사자군단이 어수선한 것을 보고 신형을 날려 다가가다가 흠칫 놀라서 멈추었다. 온통 선혈을 쏟으며 쓰러져 있는 유끼꼬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 온 것이다. 분기 당천한 그는 달려드는 수라군 무리를 한꺼번에 주살하고 유끼고에게 달려갔다.
"유끼꼬…!"
그는 황급히 쓰러져 있는 그녀를 끌어안았다.
"어찌된 거야?"
"주… 주군! 주군으로 변한 역용에 그만......."
가슴과 입에서 피를 콸! 콸! 쏟으며 유끼꼬가 숨을 헐떡거렸다. 숨을 쉴 수없는 그녀는 뿜어내는 선혈을 들이 마시느라고 꺼져가는 소리를 냈다.
"안 돼! 살아야 돼. 유끼꼬~!"
설 무영은 사시나무 떨 듯이 몸을 떨며 유끼꼬를 흔들었다. 그러나 이미 그녀는 선혈을 한 움큼 토해내고는 마지막 숨을 거두고 있었다. 흐릿한 눈동자로 설 무영을 올려다보는 그녀는 입가에 미소를 띠우며 속삭이는 목소리를 흘려냈다.
"주군을 만나 행복… 했어요! 사랑 했… 어… 요......."
소류진은 결국 몸을 부르르 떨더니 고개를 떨어트리고 말았다.
"안~! 돼…!"
축 늘어진 유끼꼬를 가슴에 안고 일어선 설 무영은 사자후를 질렀다. 그것은 목소리가 아니라 절규였다. 그의 두 눈에서는 굵은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선혈로 얼룩졌던 얼굴에 흐르는 눈물은 핏물이었다.
오직 자신의 애정을 줄 수 있다는 것만이 행복인줄 알았고, 그런 애정을 갈구하다가 생사지간을 넘나드는 온갖 고초 속에 오갈 데 없는 신세가 되어 이국 하늘에서 목숨을 다한 그녀였다.
진정한 행복을 받아 보지도 못하고, 헌신적인 애정과 희생적인 봉사를 행복으로 알고 현세에서의 영혼을 달리한 그녀였다. 설 무영이 모든 은원이 밝혀지면 이름 없는 촌부가 되자고 약속한 그녀였다.
"유…! 끼…! 꼬…!"
설 무영은 하늘이라도 무너트릴 듯 하는 절규를 뿜어낸 채 푸른 대해 같은 갈대밭에 그녀의 시신을 안고 우뚝 서있었다. 불연 듯 그의 눈에서 핏빛이 쏟아져 나왔다. 그는 분노와 증오로 이글거리는 눈빛을 쏟아내며 슬그머니 유끼꼬를 내려놓고 분연히 일어섰다.
스 릉! 스 르릉! 우르릉!
설 무영은 우수에 용상검을, 좌수에는 어깨에 메고 있던 검풍일군(劍風一君)의 유성검(流星劍)을 뽑아들었다. 흙빛 검기와 붉은 혈빛 검기가 동시에 하늘을 치솟았다. 고개를 돌린 설 무영의 시야에 멀리 그와 똑같은 모습의 괴마가 정무맹의 사자군을 주살하고 있었다.
그는 두 눈에 격렬한 파문을 일으키며 상처받은 맹수처럼 앞으로 나아갔다. 그의 두 검에서 흑강(黑剛)과 혈강(血剛)이 동시에 번뜩였다. 이를 악물고 굳게 닫힌 입은 침묵을 일관하고 그의 몸은 검이 되어 나아갔다.
스르륵! 스~아아!
으 헉! 크악! 하 악! 으~악.......!
설 무영이 내닫을 때마다 수라군의 머리와 팔, 다리가 허공에서 춤을 추듯 떨어져 내렸다. 그와 동시에 설 무영의 후미에서 군마의 말발굽소리가 굉음을 울리며 지천을 울려 퍼졌다. 군마는 불원만리 대막을 건너온 유라혼빙천의 유라비마대(琉羅飛馬隊)와 유라혈사대(琉羅血死隊)였다. 그들의 선두는 소류진과 하루미였다.
보봉호의 수면을 가르고 검은 인영들이 솟구쳤다. 야래향의 살수 인자(忍者)와 수공에 강한 해남성의 해남수귀군(海南水龜軍)이다. 그들 속에는 착 달라붙는 방수무복(防水武服)을 착용한 전도련의 모습도 보였다.
그들은 모두 눈에 불을 키고 입술을 굳게 깨물어 피를 묻히고 있었다. 오늘이 아니면 영원히 아수라의 뿌리를 잘라낼 수 없다는 설 무영의 사생결단을 알고 있던 탓이었다. 그들은 힐끔거리며 갈대분지의 중앙에 시선을 두었다. 갑자기 들이닥친 정도 무림 종파의 위력에 수라천은 낭패의 기색을 띠우고 있었다.
갈대밭, 아니 수라군의 한가운데가 파도가 갈라지듯 갈라지고 있었다. 그것은 인간이 만들어내는 돌풍이었다. 반야태양심공까지 최상승의 무공을 익힌 설 무영이 감정이 격해 혈살(血乷)까지 끼었으니 그 위력은 하늘을 무너트리고 땅을 가를 듯하였다.
설 무영의 일수일족에 하늘이 흔들리고 땅이 진동한다. 내뻗는 검형마다 기초(奇抄)요. 휘젖고(打). 끊으며(切), 내려치고(擊), 베어가는(斬) 검강의 초식은 하늘도 놀라는 신기묘초가 가득했다.
뒤로 밀리면서도 맞서던 수라군들이 우뚝 걸음을 멈추고 정신을 잃었다. 아니 멈추었을 뿐만 아니라 대항해야하는 의식자체를 잃어버리고 있었다. 멍하니 벌린 입으로 부터 탄성(歎聲)이 흘러 나왔다.
"오……."
"저럴 수가......."
사람들의 탄성에 이어 수라군의 진중에서 폭갈하는 고함이 들려왔다.
"강시들로 척살하라!"
폭갈에 이어 요음강시들이 요기스런 미소를 흘리며 설 무영의 앞을 막아섰다. 속이 훤히 비치는 나의를 걸친 요음강시들이 음탕한 눈빛과 뇌쇄적인 염기로 다듬어진 여인의 반라가 설 무영 앞에서 유연한 굴곡을 흔들었다. 사람의 혼을 흔드는 요사스러운 여인의 웃음소리
"호호호......!"
“히히히......!”
설 무영의 눈에는 사음(邪淫)의 덩어리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설 무영의 표정은 무섭도록
냉막하고 안개 같은 무거움만이 있을 뿐이다.
"천(天)!"
설 무영의 몸이 허공으로 치솟아 오르며 그의 전신과 하늘에서 수많은 검날이 솟아났다. 수많은 검날은 검강을 일으켜 요음강시들의 나신위로 쏟아져 내렸다. 강시 여인들의 피륙이 잘려 허공에 뿌려졌다.
크~웨액! 크 왝!
괴음을 흐리며 요음강시들이 피투성이로 쓸어졌다. 허지만 그들은 또 다시 피로 나의와 나신을 적신 모습으로 일어섰다. 그때 궁장을 한 여인이 설 무영과 강시들 사이에 푸르륵! 날아들었다. 정무맹의 수호군 진중에서 누군가 외쳤다.
"정…! 정랑공주(精浪公主)다!"
설 무영은 힐끗 여인을 바라보았다. 피부가 희디흰 여인은 고혹적인 자태와 뇌쇄적적인 염기를 뿜고 있었다. 설 무영은 익히 황실의 호검시위 은금자련으로부터 들은바가 있다.
"음! 결국은 공주도 강시가 되었구나. 허지만 요음 덩어리......."
설 무영의 몸이 다시 부상하여 허공으로 떠올랐다.
"살(乷)!"
폭갈과 함께 설 무영의 용상검에서 반야태양공의 초식이 시전 되었다. 허공으로 치솟은 설 무영의 용상검에서 강렬한 태양의 빛살과 태양열이 요음강시들에게 빗살처럼 퍼져 나갔다. 마와 사를 멸살하는 불사선공이 아니던가!
끄아~악! 아 윽!
몸을 흔들어 사람들을 혼란시키며 살수를 펼치던 정영공주를 포함한 요음강시들의 시신이 허공에서 조각나 추풍낙엽처럼 떨어져 내렸다.
스 슥! 쓰 으윽!
강시를 요절낸 설 무영의 용상검은 지칠 줄 모르고 전진을 계속하여 피를 불렀다. 이에 사기가 오른 정무맹 산하 무인들이 수라군의 혼을 제압하고 도륙하는데 가속하였다. 피에 굶주린 야수처럼 맹렬한 설 무영이 흑무로 변해 좌충우돌할 때마다 시신이 쌓여갔다.
주위의 무인들은 생전에 이렇듯 다양하고 신묘한 무공의 행렬이란 본적은 물론 상상도 해 본적이 없었다. 설 무영은 마치 수많은 혈검을 휘두르는 검신(劍神)의 모습이었다. 그의 전신으로 폭풍처럼 쏟아져 나오는 것은 살기가 가득하고 힘찬 가운데 장엄함이 숨은 양강지공이었다.
설 무영의 검과 몸에서 전개되는 초식에 주살되는 수라군의 시신을 주변의 갈대가 잘려져 덮어버려 삽시에 그가 지나는 곳은 황폐한 들녘으로 변할뿐더러 근 오십 장 밖까지 휘몰아치는 강기에 비틀비틀 물러나는 수라군과 강시들은 어찌할 바를 몰라 혼란에 빠졌다.
이를 어찌 속세의 인간이 펼치는 무예라고 할 수 있을지. 환상 같은 강기가 엄청난 폭풍우로 쏟아지는 강기는 모두 검으로 변하였다. 설 무영의 전신에서 일어난 가공할 무형의 기류가 수천수만의 검날이 되어 천지를 휩쓸며 나아가고 있었다.
알만 여의 수라군은 돌발적으로 나타난 정무맹의 여러 종파에 의해 태반이 목숨을 잃고 그나마 남은 수라군도 전의를 잃어갔고 있었다. 문득 설 무영 앞에 그와 닮은 모습으로 천마비랑 궁철상이 우뚝 서 있었다. 궁철상은 설 무영의 돌풍 같은 모습을 보고 어정쩡한 태도이었다. 마주하기는 너무나 강한 강기이고 물러서자니 위신이 말이 아니었다.
궁철상이 어물정하는 사이에 마치 빗발치듯 몰아닥친 수천 가닥의 무형검기가 주변을 휩쓸었다. 다만 설 무영의 불꽃을 일으키는 눈동자가 검막 사이로 나타났다. 궁철상이 위급함을 느꼈을 때 그의 전신으로 검날이 쏟아져 내린 후였다.
"으악…!"
단발마의 비명이 울려 퍼지는 동시에 실로 끔찍하고 가공할 광경이 벌어졌다. 궁철상의 육신이 수많은 조각으로 쪼개져 붉은 꽃잎처럼 허공에서 추락하는 것이었다.
"놈! 미쳤구나.…! 잠 재워주마!"
벼락같이 여섯 개의 인영이 설 무영을 에워쌌다. 오 두마와 천황혼마전의 천황마제였다. 돌풍처럼 몰아쳐 나가던 설 무영이 우뚝 서서 그들을 노려보았다. 이때 우측에서는 십천간룡과 삼흑호(三黑虎)의 합세에 도마살과 혈마살이 궁지에 몰리고 있었다.
쿠~르릉! 쓰악!
십천강룡의 천간태원공(天干太原功)의 연합검진에 혈마살이 전신에 검흔을 당하고 갈대밭에 처박혔다.
"크~아 악!"
외마디마저 괴성을 지르며 혈마살의 전신에서 분수처럼 피가 솟구쳤다. 거마가 하나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순간 오 두마와 천황마제가 설 무영의 주위를 맴돌다가 장과 검, 도강을 한꺼번에 설 무영에게 날렸다. 살기에 둘러싸인 설 무영의 눈동자가 핏빛으로 번쩍거렸다.
콰르릉! 콰쾅! 쩌 정!
천지를 진동하는 폭음이 들리고, 설 무영의 전신에서 맹렬한 잠경이 일어나 삽시에 수많은 빛의 칼날로 뒤덮이다. 마치 온몸에 눈부신 빛의 검날을 품은 듯하였다. 전설의 최 상승 검술들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너무나 빨라 인간의 시력으로 검의 방향과 실체를 볼 수가 없을 지경이다.
으 웩! 캇! 크 어억!
피 보라가 일어나 허공을 물들였다. 흑무에 감싸였던 설 무영은 우뚝 서 있었다. 늘어트리고 있는 두 개의 검에서 선혈이 뚝! 뚝! 흘러내렸다. 그를 둘러싸고 있던 천황마제와 오두마중 네 명의 시신이 핏덩이로 나뒹굴고 있었다. 피가 흘러나올 때마다 시신이 꿈틀거렸다.
갑자기 적막이 흘렀다. 그리고 적막을 깨고 또 한 차례 비명이 울렸다.
크 아~악! 쩔렁!
십천간룡과 세 불구무인들의 협살에 도마살이 적혈치마도를 팽개치고 갈대밭 진흙탕에 머리를 처박았다. 일대가 피로 물든 갈대밭이 되었다.
"두… 두렵다!"
아직도 목숨을 부지하고 중얼거리던 오 두마중 검마가 뒤늦게 풀썩! 쓸어졌다. 한쪽에서는 두 사람이 마주보고 있었다. 이미 내상으로 목숨을 부지할 수 없는 혼마와 하루미와 같이 달려온 소류진, 두 여인이었다. 팔죽지에 검상을 입은 소류진의 어깨에서는 피가 흘러 내렸다. 그녀는 숨을 몰아쉬고 있는 혼마를 노려보며 내심 부르짖었다.
"저 요마가 나의 생모란 말인가?"
혼마, 그녀는 소류진의 생모인 초가연이 아닌가? 소류진을 쳐다보는 초가연의 두 눈에는 주르륵 눈물이 흘러 내렸다.
(진아야! 어미를 용서해다오.......)
혼잣말을 중얼거린 초가연은 벼락같이 스스로 자신의 천령개를 내리쳤다.
"어 멋!"
소류진의 입에서 비명이 흘러나왔다. 졸지에 초가연의 두 개골이 퍽! 소리를 내며 갈라지고 골수가 흘러 나왔다.
"하 하하하.......!"
갑자기 광천대소가 터져 흘렀다. 붉은 적포를 걸친 수라천의 음사한 웃음이 보봉호와 보봉산에 울려 퍼졌다. 그것은 가공할 내력을 담은 고성이었다. 설 무영은 몸을 돌려 수라천과 마주 보았다. 설 무영과는 십여 장 사이에 서있던 수라천이 어금니를 부드득! 갈더니 말했다.
"천룡! 네놈 때문에 아수라의 천년 꿈과 본존의 백년대망이 허물이 되어 버릴 줄이야…! 허지만 내가 아니어도 수라천은 다시 태어난다. 이제 꿈도 허망하게 사라지고 본존이 사라지더라도 네 놈의 목숨을 거두고 가마!"
수라천의 전신에서 음사한 사기가 물씬 물씬 풍겨 일어났다. 주위에서는 정무맹의 연합대에 의하여 죽거나 달아나지 못한 수라천의 잔당들이 처참한 단발마의 비명과 함께 척살되고 있었다.
보봉호의 수면을 가로질러오는 바람 속에 역한 피비린내가 진동하였다. 때를 만난 듯 까마귀 때가 하늘을 배회하며 울부짖었다. 어느덧 주위의 비명소리는 잔잔해지고 모든 사람이 석상처럼 서서 수라천과 설 무영을 주시하였다.
설 무영과 수라천은 병기를 들지 않은 채 두 손을 늘어트리고 부동의 자세로 마주보고 있었
다. 누가보아도 무공을 펄칠 자세는 아니었다. 그들의 옷깃이 나부끼는 이외에는 천지가 침묵 속에 빠져든 것 같았다.
".......!"
그러나 세인들이 보기에는 그들이 허허실실의 자세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들은 심오한 내공의 대결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불연 듯 수라천의 전신에서 붉은 혈무가 피어올랐다. 그러나 설 무영의 전신에서는 무형의 투명한 기류가 흐를 뿐이다. 순간 서서히 두 사람 사이에 잔잔한 바람이 일어나기 시작하더니 거센 돌풍이 휘몰아쳤다.
"으 읏~!"
돌풍의 위력에 세인들은 놀라 이십여 장을 물러섰다. 분지의 갈대들이 사방으로 흔들리고 지면의 습기가 수많은 물방울이 되어 흩어졌다. 그 위력은 더욱 거세어지더니 설 무영의 몸에서는 투명한 강기가 수라천의 몸에서는 붉은 혈강이 쏟아져 나가 마주쳤다.
우 우웅! 콰~르르! 콰쾅!
보봉호와 보봉산이 흔들리고 천지가 무너지는 굉음이 들렸다. 갈대가 뿌리 채 뽑혀 날아가고 습진 지면이 움푹 파였다. 굉음이 사라지고 시야를 가리는 흙먼지가 가라앉은 그들의 주위는 삼장이나 되는 웅덩이가 생겼다.
"우~욱!"
"컥!"
설 무영과 수라천은 각기 쿵! 쿵! 소리를 내며 다섯 걸음이나 뒤뚱거리며 물러섰다. 그들은 입에서 왈칵! 시뻘건 선혈을 쏟아내고는 마주보았다.
"아.......!"
“주 군.......”
“안 돼.........”
설 무영의 안위를 걱정하는 소류진을 비롯한 여인들의 입에서 외마디가 흘러나왔다.
"수라천의 마공이 이렇도록…!"
"놈! 대단하구나......."
설 무영과 수라천은 각기 한마디씩을 뱉어냈다. 돌연 수라천이 몸을 뒤집어 허공에 멈추며 붉은 혈무장을 설 무영을 향해 쏟아냈다. 그 누구도 처음 보는 아수라의 사라암혈장(邪羅暗血掌)이었다.
쿠~르르르…!
"헐…!"
설 무영이 황급히 몸을 회전하여 우뚝 서면서 우수를 내저었다. 어느새 그의 우수에는 용상검이 탈검되어 있었다.
"공(功)!"
일갈과 함께 설 무영의 주변 지면에서 수많은 흑검이 하늘을 향해 솟아나와 허공에 부동하고 있는 수라천에게 폭사되어 갔다. 그것은 마치 지상의 모든 물체가 검날로 변해 하늘을 치뚫는 듯 하였다. 검은 묵광이 빗발치듯이 솟아올랐다.
"으하하하…! 과연......."
그러나 수라천은 허공에서 괴소를 흘리더니 일갈하였다.
"수라류(修羅流)!"
순간, 하늘이 붉게 물들이는 형광의 마기(魔氣)가 수라천에게 쏟아져 나와 지면으로부터 솟아나는 묵광을 물 녹이듯 녹이는 것이었다. 설 무영이 이맛살을 모으고는 수라천이 머문 허공을 향해 솟아올랐다.
"태양살(太陽乷)!"
“오호~!”
“앗!”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외마디를 지르며 눈을 가렸다. 설 무영의 용상검에서 눈부신 태양의 빛과 열기가 폭뢰처럼 퍼져 오르는 것이었다.
콰르릉!
뇌성과 함께 수라천의 전신은 불길과 눈부신 백광(白光)에 휩싸 산산이 부서져 흩어졌다.
부~ 스스!
수라천의 시신 조각이 지면에 흩어져 내렸다. 돌연 광천대소가 들려왔다. 사람들의 시선이 소리가 들리는 설 무영의 우측을 바라보았다. 붉은 혈무가 피어오르고 혈무 속에서 소리가 흘러나오는 것이었다.
그런데 경천동지할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지면에 흩어져 있던 수라천의 시신조각들이 후르륵! 혈무 속으로 사라지는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혈무속으로 빨려 들어간 조각들이 모여서 하나의 인영이 나타났다. 수라천이었다.
"저......! 어…헛!"
“우........”
경악한 주위의 사람들이 손가락질을 하며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였다. 수라천은 유체이탈과 마신분합술(魔身分合術)을 사용한 것이었다. 설 무영이 다시 훌쩍 허공으로 까마득하게 치솟았다가 유성처럼 낙하하였다.
"참(斬)!"
태양을 가리고 낙하하는 그의 용상검에서 태양을 대신하는 광열(光熱)이 쏟아져 내렸다. 그가 낙하하는 것인지, 주위 백여 장이 그의 검망에 빨려 들어가는지 모를 괴이한 소리가 들리고 지면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흔들렸다.
우르르…! 콰 아아......!
"크~크큭…!"
수라천은 괴이한 비소를 흘리며 두 손을 마주치며 내저었다.
콰쾅! 콰르릉!
지척이 흔들리고 검강과 장강이 부딪쳐 천지가 무너지는 광폭음이 울려 퍼졌다. 그러나 수라천의 모습은 사라지고, 오장을 벗어난 곳에서 홀연히 지면이 솟아오르고 있었다.
"참(斬)! 살(乷)!"
설 무영이 연속적인 공경을 펼쳤다. 변화막측(變.化幕測)한 검형과 장력이 마주치고 정도와 사도의 무공 초식이 전개되어 천붕지멸(天崩地滅.)의 광음이 흐르는 격전장이 계속되었다. 주위 사람들은 천세고금에 볼 수 없는 정과 마의 절기의 극랄함에 혀를 내두르며 넋을 잃었다.
두 사람의 공방전은 가히 용호상박의 혈전으로서 그 위력은 천군만마의 격전보다 더한 사투였다. 순간 두 사람은 땀과 피로 범벅이 되어 마주보고 섰다. 실로 두 사람의 형태는 사람이라 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의복은 모두 갈래갈래 찢겨 너덜거리고 온몸의 상흔에서 피가 흘러내리는 모습은 죽음을 앞둔 혈인(血人)이었다.
문득 설 무영은 두눈을 고요히 감고 가부좌를 하였다. 그의 뇌리에 사부인 불망객의 말이 떠올랐다.
"상대가 너의 살기를 알았을 때는 이미 실패다. 너의 왼쪽 오른쪽을 구분할 수 있을 때도 실패........"
서로의 무공이 극상에 이르렀을 때, 이치는 하나였다. 수라천이 그의 공격을 알고 있는 반면에 그는 수라천이 피하는 모습을 볼 수 없는 것이었다. 아수라를 이 땅에서 없애려면 그의 심장을 꺼내 반야태양공으로 사멸시켜야한다는 것이 자허선사의 가르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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