色魂 無影客! - 3부 9장
본문
해남성 안에는 사기(邪氣)가 흐르고 있었다.
교묘하고 사악한 오황살마진(五荒殺魔陳)의 진세(陳勢)가 설치되어 있는 것이다. 생문(生門)이 닫히고 사문(死門)이 열려있었다. 생문 안으로는 삼방의 함정으로 된 진세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좌우의 협살문(協殺門)이 기다리고 있었다. 수라천이 해남성을 멸각(滅却)하고 남혈부를 만든 데에는 천연요새(天然要塞)를 이용코자 함이다.
설 무영이 진세를 살피고 있을 때 숲속으로 부터 많은 인영들이 나타났다. 그 중에서 앞선 두 명의 인영이 설 무영 앞에 부복하였다.
"채주(寨主)!"
그들은 추혼비파채(追魂琵琶寨)의 흑백쌍사(黑白雙蛇) 흑사(黑蛇)와 백사(白蛇)였다. 설 무영은 그들과 약조를 하였었다. 각자 수라천의 남혈부 위치를 확인하고 해남성에서 만나기로 한 것이다.
"채주님! 옥천막(獄天幕)도 그들의 남혈부(南血附)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알고 있소! 이미 멸문 당한 해남성이 그들의 남혈부(南血附)요."
"저희들도 몰랐던 것인데......!"
같은 남해에 있는 무림종파도 그들의 동태를 모르고 있었다니 얼마나 악랄한 음계에 의해서 해남성이 몰락했는지 짐작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음…! 적은 너무나 방대하고, 원수를 코앞에 두고 물러날 수도 없고........ 그렇다면 속전속결로 적의 급소를 찾아야 하는데.......?)
설 무영은 흑의를 바람에 날리며 암벽 끝에서 전각들을 내려다보았다. 한 채의 거각에 시선이 간 그의 눈이 빛을 발했다.
(그 자들의 말에 의하면 저곳이 분명 사존(邪尊)이 있다는 청사각(淸邪閣), 그리고 그 옆이 오위령이 있다는 위령각(衛領閣), 그들을 잡아야 한다.)
심중을 굳힌 설 무영은 암벽 끝을 벗어나 백사에게 다가갔다.
"모두 몇 명이나 왔소?"
"혹시나 몰라서 백팔비파대(百八琵琶隊) 전원이 왔습니다."
다행이라고 생각한 설 무영은 빠르게 지시를 하였다.
"흠…! 그렇다면 오 방향에서 그들을 격멸시킬 것이오. 비파대를 넷으로 나누어 본주의 신호가 있으면 네 방향에서 신속하게 쳐들어가시오. 저곳에는 진이 설치되어있는데 설명하자면 복잡하고, 단지 은밀하고 쾌속하게 먼저 좌로 삼장 우로 삼장을 공격하고 다시 중앙을 오장, 그렇게 삼회를 전진하면 진이 파해(破解) 될 것이오! 그리고 중앙에 있는 연무장으로 오시오!"
"복명(復命)!"
흑백쌍사가 포권을 하고 물러났다. 물러나는 그들의 뒤를 향해 설 무영이 다시 말했다.
"시간이 없소! 조속히 장소로 이동하여 은신하고 대기 하시오! 그리고......."
설 무영은 자신의 뒤편에서 검은 소묘(小猫) 그림자처럼 서 있는 은비살에게 시선을 옮겼다.
"은비살은 나를 따르라!"
"주군!"
은비살은 더소곳이 설 무영 앞에 좌궤(左跪)하였다. 그리고 일어서던 은비살은 급히 숨을 들이마셨다.
"헛!"
벌써 은비살의 시선으로부터 설 무영이 멀어지고 있었다. 은비살은 재빠르게 경공을 펼쳐 그를 쫓아가기 시작했다. 암벽 위를 떠난 두 개의 흑점이 해남성 안으로 사라져갔다.
야심(夜深)한 미시(未詩).
한 가닥 날카로운 각음(角音)이 울려 퍼졌다. 수라천 남해지부 위수당주(衛守堂主) 벽라호괴(碧羅虎傀)는 성안을 순찰하다가 오늘따라 해남성의 밤이 갑갑한 정막과 숨 막히는 살기로 덮여 있는 느낌을 받았다.
벽라호괴 뿐만 아니라 함께 순찰을 하던 위수 부당주(副堂主) 살굉마(乷宏魔)도 똑같은 느낌이었다. 같은 불안한 느낌을 받은 두 사람의 시선이 무의식적으로 마주쳤다. 벽라호괴가 입을 열었다.
"동편으로 가 보세."
획! 휘 익!
두 사람은 절정의 경공술로 적색도포를 날리며 날아갔다. 잠시 후, 해남성 동문 근처에 그들의 모습이 나타났다.
"헛! 이럴 수가........"
살굉마의 입에서 경악하는 소리가 흘러 나왔다. 시신들이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었다. 십여 구의 시체가 피를 흘린 채 나뒹굴어 있는 모습에 경악하였다. 누군가 남혈부의 오황살마진을 파해하고 들어와서 많은 살생을 한 것이었다.
"누가 감히........"
살굉마가 떨리는 음성으로 뇌까리자 벽라호괴가 급히 부르짖었다.
"다른 곳으로 가보자."
회리리릭!
그들은 급히 어둠 속으로 신형을 날렸다. 그들이 옮겨 간곳의 광경에 그들은 또 다시 경악하였다.
"앗! 여기도 모두 당했다."
"허 헉!"
서쪽의 진세도 무너지고 삽 십여 구의 처참한 몰골의 시신들이 뒹굴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붉은 적삼을 입고 있어 흘러나온 선혈은 교교한 달빛을 받아 더욱 처참한 지경이었다. 고목위에 은신해 있던 무사들도 시체로 변해 주렁주렁 걸려있었다. 벽라호괴는 공포에 질려 새하얗게 안색이 변했다.
"이럴 수가....... 소리 없이 이곳의 고수들이 당하다니.......?"
"혈…! 혈존께 알려야하오."
살굉마가 말을 더듬었다.
"가자!"
그들이 황급히 몸을 날려 연무장 쪽으로 날아갔다. 누각 모서리를 돌아 연무장으로 다가갈 때 괴인이 느닷없이 그들의 앞을 가로 막았다.
"어른이 여기 있다."
"허 헉~!"
그들은 오금을 펴지 못하고 주저앉아 버렸다. 연무장 앞은 피로 얼룩진 시체가 가득하고 단발마의 비명소리와 함께 남혈부의 수라군(修羅軍)이 괴인들과 악전고투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 앞에 선혈이 뚝뚝 흘리는 백도(白刀)를 들고 육척장신의 괴인이 서 있었다.
"너는 추혼비파채의 백사......!"
"저 저자는 흑사…! 감히 추혼비파채의 흑백쌍사 따위가........!"
그들은 급히 흑백쌍사에게 쌍장을 휘둘렀다. 괴이한 음파를 내며 마력의 장풍이 흑백쌍사를 덮쳐갔다.
"어딜…!?"
허나 백사의 일갈과 함께 달빛을 받은 백색도광이 횡으로 번쩍이며 춤을 추었다.
휘이이잉!
"으으…억!"
"커~억!"
두 개의 외마디 비명과 함께 벽라호괴와 살굉마의 가슴에서 분수처럼 피가 솟았다.
"어찌 백사 따위에게.......!?"
땅바닥에 나뒹구는 그들 시신의 눈은 의구심으로 부릅떠 있었다.
"크 하하하....!"
백사는 득의로 가득한 웃음을 뿜어냈다.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었다. 원래 그들의 추혼도법은 추혼비도(追魂琵刀)와 추혼파도(追魂琶刀) 두 개의 도결(刀訣)이 있었다. 그러나 흑백쌍사는 무골(武骨)의 지체이지만 지혜가 모자라는 탓에 취혼도는 그들에게 각각 한 도결씩을 가르쳐 주었다. 추혼도법은 한 도결만으로도 능히 무림종파의 고수들과 대적할 수 있는 패도였다.
그런데 설 무영이 그들에게 만년설삼(萬年雪蔘) 한 뿌리를 주었던 것이었다. 그들은 희색이 만연하여 반 뿌리씩 나누어 먹었다. 지금 그들의 몸은 솜같이 가볍고, 적을 주살하는 도강(刀剛)은 태산(太山)도 베어낼 만큼 강력하다. 아마도 그들은 족히 오백년 이상의 내공이 이루어진 것을 알 수 있었다.
"오래간만에 살맛난다.…! 크 하하!"
그들은 자신들의 위력에 흡족하였다. 흑백쌍사의 흑도 백도 아래 수라군의 사지가 베어 나갔다. 허나 수라군의 숫자는 점점 더 불어나고 있었다. 죽어가는 숫자보다 어디선가 나타나는 수가 더 많았다.
"헉! 헉! 너무 힘들다......."
흑사도 신명(神明)나게 흑도를 휘두르다가 땀으로 범벅이 되어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그때였다. 쏜살같이 회색 점이 성벽을 넘어왔다. 그 형태는 마치 유성처럼 허공을 날라 연무장으로 다가오더니 수라군의 후면을 척살하는 것이었다. 회색도포를 펄럭이는 사람들이었다.
모두 똑같은 복장의 회색인. 그들은 회색 죽립과 회색 의복으로 천편일륜적인 행동이었다. 그들의 무공은 마치 회색 공에서 번개가 일듯 수라군을 쓸어 트리는 것이 아닌가? 갑자기 나타난 똑같은 모습, 똑같은 무공의 수법에 수라군들은 우왕좌왕하며 피를 토했다. 흑사는 넋이 나간 사람처럼 회색인들을 바라봤다.
"저런 무공이 있다니.......!"
"헉!......"
흑사는 호흡이 멋을 것처럼 놀라는 충격을 느꼈다. 어느새 회색인 하나가 하늘에서 뚝 떨어지듯 자신의 앞에 서 있었다. 흑사는 부지불식간에 도를 비켜들고 지횡폭(地橫暴)의 초식을 전개할 태세를 지었다.
"주군(主君)은 어디 계시오?"
"주…! 주군? 너는 누구냐?"
"주군의 십천간룡(十天干龍)!"
회색인은 흑사의 공격태세에 무관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십천간룡이라는 이름은 듣도 보지도 못했던 지라 흑사가 되물었다.
"주군이라면.......?"
"흑풍영존(黑風影尊)이라면 알아듣소?"
회색인의 되묻는 말에야 흑사는 채주를 뜻하는 것을 알았다.
"아…! 채주! 나도 모르오. 어딘가 계실 거요."
"주군을 뵈면 십천갑룡이 왔다고 전해주쇼!"
한마디를 뱉어 놓은 회색인은 벌써 수라군의 중앙을 파헤치며 핏빛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위령각(衛領閣)
이곳은 수라천 남혈부의 오위령(五衛領)의 처소였다.
그 중 하나의 침실(寢室), 침실은 백색 휘장으로 매우 사치스럽게 꾸며져 있었다. 방안은 남녀 정사의 열기로 가득하여 후덕지근하다. 침대 위에는 속이 훤히 내비치는 나삼을 걸친 여인과 한 사나이가 정사를 치루고 있다.
"아.......!"
"허…억!"
거의 벌거벗다시피 하고 있는 두 남녀는 서로를 부둥켜안고 하나가 되어 있었다. 화려한 정상을 헤매고 있는 그들은 쾌감에 못이기는 탄성을 지르며 전신을 꿈틀거렸다.
으악! 쿠 당탕!
갑자기 문밖으로부터 비명소리와 함께 집기들이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슬그머니 사나이가 몸을 일으켰다. 침대 앞에 일어선 사나이는 키가 크고 대꼬챙이처럼 마른 사십대 후반이었다. 광대뼈가 불룩한 얼굴은 말상이고 입 언저리의 붉은 점은 음사한 느낌을 주는 인상이다.
사나이의 밑에 허우적대던 삼십대 여인의 풍염한 몸매와 옷이 찢어질 듯 농익은 젖가슴이 그대로 노출되었다. 여인이 못내 아쉬운 듯 일어나 앉는 바람에 젖가슴이 출렁이고 나신이 꿈틀거렸다.
그 순간이다.
쾅!
돌연 문이 박살나며 두 줄기의 흑영과 한줄기의 섬광이 쏘아 들어왔다.
"엇!"
사나이는 호흡을 멈추었다.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한줄기 섬광에 무서운 예기가 담겨있다. 갑자기 당한 상황, 그는 도저히 들이닥친 살기를 피할 수 없음을 간파했다. 그는 수라천의 남천혈 오위령의 한 사람, 갖가지 풍파를 다 격은 거마(巨魔)다운 행동이 이어졌다.
"내 대신 네가......!"
사나이는 침대에 있는 여인을 잡아 일으켜서 방패를 삼았다.
"허 윽~!"
여인이 졸지에 헛바람 새는 소리를 지르려는 찰나였다. 한줄기 섬광은 여인의 가슴에 적중하였다.
스 스퍽!
"아 윽!"
사나이의 방패막이가 된 여인의 가슴에서는 피 보라가 일었다. 차마 눈 뜨고 보지 못할 잔인하고 끔찍한 광경이 일어난 것이다. 사나이는 여인의 몸에서 튀긴 피로 지옥의 저승사자처럼 붉게 물들어 있었다. 그는 축 늘어진 여인을 구석으로 밀어 붙였다.
"누구냐?"
그가 바라보는 입구 쪽에는 두 흑객이 서 있었다. 두 흑객의 어깨 너머로는 통로가 보이고 오위룡 중에 하나가 선혈과 함께 죽어 넘어져 있었다. 검을 날렸던 흑두건이 입구 쪽에 서있는 석상처럼 흑립을 눌러쓴 흑객의 뒤로 그림자처럼 물러 섰다. 그들은 설 무영과 은비살이었다. 넋이 나간 사나이는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동영의 어검술(馭劍術), 은비검법(隱飛劍法)이다. 우리의 청탁을 받는 동영의 자객이 거꾸로
나에게 살수를 펴다니....... 결코 만만히 볼 자가 아닌데.......)
사나이는 일순 적지 않은 공포로 긴장하였다. 경비가 삼엄한 위령각에 침입자가 있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뚜벅…! 뚜벅!
설 무영이 사나이에게 다가가 흑립을 치켜 올렸다. 설 무영은 사나이의 왼손을 바라보고 있었다. 네 개의 손가락! 사나이는 남혈위령(南血衛領) 색면제군(色面帝君)이었다. 설 무영의 냉엄한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나를 기억하는가? 색면제군!"
“이 어른이 네 놈을 어찌 아느냐?”
“후~! 감숙성(甘肅省) 천수현(天水縣)에서 돌아가신 설진탁 어른을 모른다고.......?”
“헛! 네…! 네놈은 그 꼬마 놈!"
"......."
설 무영은 의외로 담담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잔잔한 호수의 물결처럼 사나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색면제군은 부르르 몸을 떨었다. 설 무영에게서 어둠의 사자 같은 죽음의 냄새가 흘러 나왔다.
부모님의 원수를 마주하고 있는 설 무영의 마음은 오히려 차분했다. 인간에게 분노나 살기, 또는 심정이 극에 달하면 오히려 무감각해지는 법이다. 설 무영의 입에서 감정이 없는 차갑고도 무심한 음성이 흘러 나왔다.
"타야소(陀也所) 거지 촌을 기억하겠지?"
"그때…! 네 놈은 망혼애(忘魂崖)에서 죽었을 텐데........"
색면제군의 한마디는 그가 부모를 죽인 원흉임을 자백하는 것과 같은 것이었다. 설 무영의 뇌리에는 부모가 참살 당하던 순간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그러나 설 무영은 전혀 감정이 실리지 않은 말투를 내뱉었다.
"그날을 잊지 못하니 죽을 수 없지!"
"잘 왔다. 오늘 아주 무덤을 만들어 주마. 애송아!"
음소(陰笑)를 발하며 색면제군이 양손을 들어 가슴에 모았다. 그의 손에서 붉은 운무가 피어올랐다.
적마신장(赤魔神掌). 설 무영에게 낯익은 무공이며 꿈에도 못 있던 것이었다. 그러나 설 무영은 말없이 지켜 볼뿐이다. 방어의 태세도 없는 그를 보고 색면제군이 비소를 흘렸다.
"흐흐흐! 애송이놈, 죽음을 자초하는구나!"
색면제군의 장에서 피어난 적운이 뭉클뭉클 사기를 띠우며 혈무로 변해갔다. 그때서야 설 무영은 우수를 검같이 비껴들었다. 타인은 분간이 가지 않지만 그의 우수에 착용한 용수갑에서 검기가 일었다.
설 무영의 우수를 바라본 색면제군이 경악스런 눈동자로 바뀌었다.
(손에서 검기가 한자나 뻗치다니........ 검을 들었다면........)
색면제군은 마음을 고쳐먹었다. 천혼적마신장의 최극강의 마장(魔掌)의 초식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설 무영은 색면제군의 심중을 읽고 있었다. 설 무영은 항마선공(抗魔仙功)인 건곤반야심공(乾坤般若心功)을 십성 끓어 올려 호신강기를 일으켰다. 그리고 우수를 가슴에 천지간을 그렸다.
우주(宇宙)는 곧 원(圓)이요. 나는 곧 점(點)이요 우주이니, 나는 곧 원안에 머무는 점이로다. 불타(佛陀)의 깨달음이랄까? 이를 깨닫는 자는 무념무상(無念無想)이요, 무위진리(無爲眞理)이거늘 누가 있어 우주를 하나의 점이라 하리오.
설 무영은 마음의 눈을 떠 색면제군을 바라봤다. 색면제군은 내공을 최대한 끌어올린 무공을 극강 극쾌의 수법으로 설 무영의 몸을 파괴하러 오건만, 설 무영의 눈에는 한없이 약하고 느리게 다가오는 것이었다.
설 무영의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흘렀다. 색면제군의 사악한 표정이 갑자기 전의를 상실하는 낯빛으로 변했다. 그가 바라보는 설 무영은 온 몸에 광채가 흐르는 선인으로 바뀌어 침범할 수 없는 태산과도 같았다.
(이건 말도 안 돼......! 그 꼬마가 이렇게 변하다니.......)
피식!
비소를 흘린 설 무영이 우수를 천(天)으로 향해 들었다.
우 우웅!
그러자 그의 우수에서 검명(劍鳴)이 울렸다. 색면제군이 또 한 번 놀란 눈으로 설 무영을 쳐다보았다.
(검명이 울리다니? 제기랄......! 손에서 검명이 울고 검강이 일다니........)
색면제군은 믿을 수 없지만 눈앞의 광경은 현실이었다. 색면제군의 두 눈에 핏기가 돋아나고 혈광이 일어났다.
"언제고 네놈을 죽여야 한다면 오늘 끝을 보여주지.......!"
콰~아아!
스스슥~ 번쩍!
신검지경(身劍之鏡)이고, 무형어검술(無形馭劍術)이었다. 실내에 온통 가득 찬 검날이 색면제군의 몸을 꿰뚫고, 그에게서 일어난 장력과 검강이 부딪쳐 천지가 개벽하는 소리가 들렸다. 천장이 무너지며 우수수 떨어졌다. 실내의 모든 가구들은 부딪쳐 깨지고 선혈이 실내를 온통 벌겋게 물들였다.
꽈~광!
화산이 폭발하듯이 굉음이 들리고 폐부를 뒤집는 소리가 들렸다.
"크 아아악!"
붉은 피를 온통 뒤집어 쓴 색면제군은 동공이 열린 상태로 앞을 주시하고 있었다. 이글이글 타는 설 무영의 눈빛이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설 무영은 장력에 찢긴 옷은 색면제군이 쏟은 피로 범벅이 되어 있었고, 그의 손은 색면제군의 가슴 속에 깊숙이 박혀 있었다.
"말하라! 본 좌의 부모를 살해한 까닭이 무엇인가?"
이제 목숨이 경각에 달린 그였지만 분근착골의 고문보다도 더한 고통이었다. 차라리 목숨을 끊어 주는 것이 나을 듯 했다.
"나…! 나도 잘 모.......모른다. 존(尊)! 존을 위한 그들의 지시에 의해서 수라천(修羅天)........천의 천년대계(千年大計)를 위해서.........했던 일 중 하나........."
색면제군의 숨이 끊어지는 듯 목구멍에서 끄륵 끄륵! 혈이 역류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들이 누구냐?"
"정…정 사 마 무림과, 화…화…황실에......."
끄르륵!
마지막 혈이 넘어가는 소리와 함께 색면제군은 목숨을 다한 듯 목이 꺾이고 말았다. 색면제군의 뒤에는 수라천과 정, 사, 마 모든 무림과 황실까지도 관련되어 있다는 말이었다. 설 무영은 자신의 혈족의 원한과 중원무림의 변괴가 관계가 있고, 그 관계의 원인은 안개 속 같은 근원에 있다는 것에 아연자실(俄然自失)할 수밖에 없었다.
쓰윽!
설 무영이 색면제군 가슴에 박힌 손을 뽐아 들었다. 피가 분수처럼 뻗혔다.
"큭!"
사자(死者)의 시체가 반사작용을 하고 색면제군이 풀썩! 쓸어졌다. 그리고 참혹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설 무영의 우수에는 색면제군의 심장이 뽑혀 있었다. 살아서 꿈틀거리는 붉은 심장에서는 더운 김이 무럭무럭 일어났다.
"어~머님! 크 으흐흑!"
설 무영은 선혈이 흐르는 붉은 심장을 침대에 올려놓고 무릎을 꿇었다. 그는 가슴 속으로부터 끓어오르는 울음을 터트렸다. 절치부심! 오랜 시간을 그가 기다렸던 순간이었다.
"크 으흐흑~!"
"주군!"
은비살이 그의 뒤에 좌궤(左跪)하면서 읊조렸다. 설 무영의 잔인함을 보고 그런 것일까, 아니면 그의 무한한 무공을 감탄하는 것일런가? 아니면 그의 애잔함을 위로하는 것일런가? 설 무영은 굳이 오열(嗚咽)을 감추려 숨을 들이켜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설 무영은 이내 흑립을 눌러 쓰고 일어났다.
"가자!"
그는 부리나케 실내를 빠져 나와 통로로 나아갔다. 설 무영과 은비살의 손에 죽어간 오위령은 모두 세 명이다. 그는 아직 마수나찰을 찾지 못했다. 그러나 설 무영이 마수나찰을 찾는 시간은 오래지 않았다.
설 무영과 은비살이 다른 통로에 접어들었을 때이다. 통로 끝에 신체가 건장한 오십대 사나이가 불쑥 다른 침실에서 나왔다. 사나이는 한쪽 눈을 가린 외눈박이였다. 잠결에 소란한 소리를 듣고 통로로 뛰어나온 마수나찰이었다.
외눈박이의 사나이를 마주한 순간, 갑자기 설 무영의 온몸에 핏줄과 근육이 우두둑! 곤두섰다. 설 무영을 바라보는 은비살이 두려움과 함께 의구심이 생겼다. 그가 어찌하여 이토록 분노하는지 궁금하였다.
"우~우~~!"
포효하는 소리와 함께 설 무영의 몸이 지면을 박차고 튀어 올랐다. 그렇게도 침착하든 그의 모습은 마치 상처받은 맹수처럼 변해 있었다. 내면 깊숙이 참았던 분노와 복수심이 폭발한 것이었다.
색면제군과의 혈투로 피로 물들은 찢긴 옷자락을 나부끼며 허공을 나르는 모습은 성난 야차의 모습이었다. 설 무영의 몸 전체에서 혈무와 함께 혈검이 튀어나오고 통로를 메운 혈검이 폭우처럼 마수나찰에게 쏟아져 갔다.
소란스런 소리에 무심코 침실 문을 열고 나왔던 마수나찰은 기겁을 하였다. 그도 감히 수라천 남혈부에 침입자가 있으리라고는 생각 못했던 일이었다. 그런데 통로 한끝에서 온몸을 검막으로 휘감긴 혈인이 번개처럼 날아오고, 통로를 가득 메운 검날들이 자신을 향해 쏘아지고 있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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