色魂 無影客! - 3부 7장
본문
심환후의 독특한 수법과 장법에 당하여 온몸이 마비되고 불구자가 된 무림고수가 하나 둘이 아니었다. 그런데 심환후가 일 초식에 무너진 것이었다.
"네 놈을 우리 손에........!"
스 르릉!
방관하고 있던 흑백쌍사가 흑도와 백도를 빼들고 다가섰다. 이때 주저앉아 있던 심환후가 외쳤다.
"잠깐만~! 내 아들의 원수는 내가 갚겠소!"
그녀의 말에 흑백쌍사가 한발 물러섰다. 심환후가 벌떡 일어나 쌍심지를 돋우었다.
"내 아들을 죽인 네 놈을 죽이지 않고는 구천에서도 눈을 감지 않으마. 이 살인마!"
"난 살인마가 아닌데……!"
"이놈아! 네놈의 손에 죽어간 사람이 하나, 둘이 아닌데, 웬 변명이냐?"
"나는 선량한 사람은 살생하지 않는다.......!"
"바득! 내 아들은 왜 죽였느냐?"
심환후는 이를 갈며 설 무영을 노려보았다. 성무영의 무표정한 얼굴에 차가운 미소가 번졌다.
"아마도 내 목숨을 노렸겠지!"
"세치 혓바닥으로 괴변을.......! 너에게 죽은 사람들이 모두 너를 노렸단 말이냐?"
"난 단지 삼백년 묵은 원수를 찾을 뿐이다!"
"허…! 미친놈!"
삼백년이나 지난 원수를 찾는다는 말은 심환후가 듣기에 어처구니없었다. 강산이 바뀌어도 몇 번을 바꿨을 시기의 일을 그것도 약관의 젊은이가 내 뱉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녀의 눈빛에 오싹한 살기가 스쳤다.
"이번에는....... 죽여주마!"
일 초식에 패한 그녀는 공력을 극성으로 끌어올려 쌍장을 휘둘렀다. 그녀의 쌍장은 처음의 공격과는 그 위력 면에서 엄청난 차이를 보이고 있었다. 그녀의 장심에서 하얀 서리가 뿜어져 나와 설 무영의 가슴을 향하였다.
설 무영의 용수갑을 착용한 우수에서 무형의 기류가 쏟아져 나와 맞받아쳤다.
콰 콰…쾅! 꽈 광!
우레와 같은 소리와 함께 장력과 장력이 맞부딪치자 주위 십 장내에 나무와 돌이 회오리치며 날아갔다. 위력에 놀란 흑백쌍사는 급히 강기를 끌어올려 몸을 보호했다.
"아! 보통 녀석이 아니........"
심환후는 말끝을 맺지 못하고 울컥울컥 피를 토해 냈다. 십여 장을 날아간 심환후는 흰자위를 들어내고 설 무영을 쳐다보더니 고개를 떨어뜨렸다. 그리고 썩은 고목처럼 바닥에 나뒹굴었다. 숨을 거두고 만 것이었다. 갈기갈기 찢긴 그녀의 의복 사이로 피에 얼룩진 희멀건 피부가 들어나 있었다.
(몇 명의 영혼을 구천에 보냈지.......?")
설 무영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하루살이처럼 달려드는 살수들의 목숨을 거두어 구천을 헤매는 선조의 재단에 받친 숫자도 있었다. 아니 생각하기도 지겨워진 것이다.
흑백쌍사의 경악으로 치뜬 네 개의 눈이 설 무영을 바라봤다. 설 무영은 무심무동(無心無動) 변함이 없는 모습이었다.
"놈! 대단하다. 허나 네놈의 목숨을 기필코 거두어 주마!"
흑백쌍사가 설 무영의 앞뒤에서 다가서며 온몸의 기를 모았다.
스 스스!
흑사는 설 무영의 뒤에서 흑도를 하늘로 치켜들고, 백사는 앞에서 백도를 지면을 향해 비스듬히 비껴들었다. 순간 천지간에 맹렬하기 이를 데 없는 도강(刀剛)과 검강이 설 무영의 앞뒤를 에워싸며 몰려들었다.
"추천지혼(追天地魂)!"
흑백쌍사의 일갈과 함께 흑백의 도형이 설 무영의 몸을 참살(斬殺)하고 들어왔다. 한 치의 틈도 없이 설 무영의 몸을 에워싼 도강이 설 무영의 몸을 육시를 내며 피를 터트렸다.
"헉~!"
그 순간, 흑백쌍사는 기겁을 하였다. 설 무영은 온데간데없고 그들의 흑도(黑刀)와 백도(白刀)가 서로의 정수리를 내리치려고 있지 않은가? 그들은 급히 검과 도를 회수하며 일장을 물러났다. 그러나 생각일 뿐 그들은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이…이럴 수가.......!?"
그들은 기해열(氣海穴)이 뜨끔 한 것을 느꼈다. 그리고 격공 간에 그들의 주요 혈이 집히는 것이었다. 내공이 전혀 운집되지가 않았다.
"저…! 저승야차다!"
그들의 머리 위 이장 높이에서 설 무영은 팔짱을 끼고 싱긋이 웃고 있었다. 그들은 다시 눈을 치뜨고 다시 보았다.
격공과혈(擊空過穴)과 부공삼매(浮空三昧). 그들도 중원의 고수이지만, 감히 처음으로 보는 신기의 무공을 보고 있는 것이다. 설 무영이 검은 안개처럼 지면위에 내려서서 그들에게 물었다.
"추혼도법이라니...! 취혼도(醉魂導) 어른과 어떻게 되시오?"
"그…그것은.......!"
흑백쌍사는 또 한 번 놀랐다. 단번에 자신들이 사용한 무공도법을 알고 있고, 또한 근래 십여 년간 중원에 나오지 사부의 이름을 알고 있는 것이었다.
"취혼도 목주섭(牧珠燮)이 우리의 사부이거늘 어찌........?"
"음…!"
설 무영, 또한 의구심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천황혼마제의 노제 파슬(巴瑟)이 취혼도를 술친구라고 하였다. 그런데 흑백쌍사 같은 도적의 거두가 그의 무공을 사용하고 있는지 의문스러웠다.
"취혼도 어른은 어디 계시느냐?"
백사가 겁에 질린 모습을 억지로 감추며 호기를 부려 대답했다.
"노부의 추혼비파채(追魂琵琶寨)에 계시다!"
"......!"
잠시 생각에 잠기던 설 무영이 장엄하게 내 뱉었다.
"갑시다! 취혼도 어른에게.......!"
작은 목소리이지만 거부할 수 없는 위압감이 서려 있었다.
(이게 무슨 꼴이람.......!)
혈을 집힌 그들은 반항할 여지도 없이 투덜거리며 숲속을 앞서 나갔다.
숲속의 추혼비파채의 네 개 각 중 깊숙한 곳 비혼각(秘魂閣).
"......!"
설 무영은 백발이 성성한 노인과 마주 앉아 있었다. 취혼도 목주섭이었다. 나이가 이미 팔십이 넘은 취혼도에게는 범할 수 없는 강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아직 살아 있었구나! 파슬(巴瑟)......"
"네! 안부를 전해 달라고 하였습니다."
"파슬은 노부가 변황 출행 시에 사귄 친구지......! 좋은 친구야! 그런데 대협은 파슬의 제자인가?"
"아닙니다! 우연히........"
설 무영은 자초지종을 밝힐 수는 없었다. 목주섭이 그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대단한 잠룡을 제자로 키운 줄 알았더니... ! 대협의 속하(屬下)종파는......?"
"없습니다! 단지 혼자 기연으로 강호에 출도 한......."
취혼도 목주섭이 눈을 부릅뜨고 부복하고 있는 흑백쌍사를 가리켰다.
"저 아이들이 단 일초에 제압당하다니! 노부는 마도의 흉수를 제거하는데 도움이 되고자 백팔비파대(百八琵琶隊)와 저들을 단련시켜 추혼비파채를 세웠건만........"
"흉수라면 무엇을 말씀하시는지요?"
목주섭이 고개를 끄덕이며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아마도 파슬에게 들었을 것일세! 이건 변황과 중원을 통 털어 몇 사람만 아는 비밀이지......! 수라천! 그들의 음모는 적어도 삼백여 년 전부터 준비된 것이라 추측되고, 아직 실체를 들어 내지 않았지만, 곧 그들의 마각이 들어날 걸세........ 해남성 성주조차 무공연마를 위해 면벽에 들어갔다 하지만, 그들의 암계에 걸려 있는지도 몰라."
"......?"
목주섭은 말을 하다가 설 무영을 뚫어지게 처다 보았다.
“혹시 대협이 흑풍야차 또는 흑설매가 아닌지......?”
"세인들이 그렇게 부르고 있는 줄 압니다만, 소생은 무영이라는 강호무림에 초출입니다."
"그렇다면 흑설매라고 불리는 데는 무슨 특별한 뜻이라도 있는가?"
"뜻이라고 할 것까지는....... 단지 밝힐 수 없는 선조와 부모의 은원에 관한 단서를 얻고자......!"
"흠.......!"
취혼도는 무엇인가 깊은 생각에 잠겼다가 입을 열었다.
"노부가 대협에게 부탁을 한가지해도 될는지......?"
"저......?"
설 무영은 취혼도의 심각하고 건절한 표정에 쉽게 대답을 하지 못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취혼도가 품속에서 피리(簫)모양의 호각(號角)을 꺼내 설 무영에게 건넸다.
"이것이 무엇입니까?"
설 무영이 받아든 호각의 끝은 홍옥(紅玉)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이것은 본채의 채주 신표인 추혼용각(追魂龍角)일세! 대협이 이것을 받아주게나?"
추혼룡각을 소유한 자는 추혼비파채의 채주이기에, 추혼비파채의 모든 인원을 움직이는 신표였다. 교룡(蛟龍)의 뼈로 만든 추혼용각은 그 음파(音波)가 천리를 간다는 신호용 호각이었다. 허지만, 설 무영은 추혼룡각을 다시 취혼도에게 내밀며 말했다.
"소생이 어찌…! 이것을 거두십시오!"
그는 가당치 않다는 듯 거절하였으나 취혼도는 그의 손을 밀었다.
"이건 이제 늙고 병든 노부의 간곡한 부탁이자, 차후 무림의 안녕을 위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하는 노부의 뜻일세!"
"......?"
"상대의 혼을 잠시 어지럽히기도 하는 몇 가지 추혼비결(追魂秘訣)들이 그곳에 적혀있네."
"이것을 제가 어떻게........!"
설 무영이 추혼용각의 전후를 자세히 살펴보니 과연 깨알 같은 글씨가 적혀있었다. 벼락같이 취혼도가 흑백쌍사를 향해 고함을 질렀다.
"무엇들 하느냐? 새로운 채주에게 예를 다하지 않고~!"
취혼도의 불호령에 흑백쌍사가 설 무영 앞에 넙죽 엎드렸다.
"채주님!"
“채주님을 모십니다.”
설 무영은 황망지간에 추혼용각을 강제로 떠맡게 된 것이다. 취혼도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했다.
"어디까지 수라천에 대해 들었는지 모르지만, 변황에는 마종삼병(魔宗三兵)이 있고 중원에는 천병삼기(天兵三器)가 있지. 그것에 대해 먼저 알아야 돼......!"
설 무영은 산마혼경(産魔魂鏡)에 대한 것은 이미 파슬에게 들어서 알고 있었다. 취혼도가 삼병과 삼기에 대해 설명을 하였다.
마종삼병(魔宗三兵).
산마혼경(産魔魂鏡).
천축의 사악한 종교에서 흘러나온 것으로 사술을 시전 하는 거울이다. 수라천의 신비한 내력을 감추고 있기도 한다.
적혈치마도(赤血齒魔刀).
일백 명의 마귀의 피와 만금한철로 만들었고, 치아와 같은 괴기한 도날이 일백 개로서 날 하나하나에 마귀의 혼이 담겼다는 사악한 칼이다.
수라백령(修羅魄鈴).
석가세존의 수행을 방해하는데 사용하였던 아수라의 음성이 담겼다는 것으로 그 소리를 듣는 백장이내의 세인들의 혼을 빼앗는 전대미문의 방울이다.
천병삼기(天兵三器)
사라묵주(沙羅默珠).
부처의 열반지에서 가져온 사라성목으로 만들었다. 항마선경의 비밀이 감추어져 있다는 성물이다. 소림사에 보관되어 있는 걸로 알려져 있다.
패천도(覇天刀).
상고시대(上古時代)의 도신(刀神) 유백(兪栢)이 사용하였다는 애도(愛刀)로서 서천도성(西天刀城)의 성주 파천도군(破天刀郡) 구절승(俱絶昇)이 소유하고 있다.
용상검(熔霜劍).
삼백여년전 "쌍암(雙岩)의 변(變)"으로 무공을 전폐하기까지 무림의 신 같은 존재 신검성황(神劍聖皇)이 사용하던 검으로 알려져 있으나 신검성황이 죽은 이후로 그 행방이 묘연하다.
설 무영은 용상검에 대한 취혼도 목주섭의 설명을 듣고 내심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검이 용상검이라는 것을 알았다. 아울러 불망객(不忘客) 도성담(塗成曇)의 가솔의 원흉과 관계있는 칼이 적혈치마도인 것을 알았다.
취혼도는 숨을 고르고 다시 말을 이어서 하였다.
"그리고 나의 사부 추혼도제(追魂刀帝)께 들은 천축에서 불사(佛史)가 처음으로 열리던 시대의 이야기가 있지........"
추혼도제(追魂刀帝) 도준(陶遵).
일백여 년 전, 입선불신(入禪佛身)이라는 소림의 자허선사(慈虛仙師), 천검제신(天劍帝神)의 지경에 다다른 해남성의 신검무제(神劍武帝)와 더불어 아수라의 후예를 물리쳤다는 세 절세무인 중 한 사람이 취혼객의 사부였던 것이다.
아수라를 물리치는 데에는 불도와 소림의 항마선공(抗魔禪經)을 득한 자허선사의 무공 덕분이었다. 자허선사는 불법을 유포하러 중원을 다니던 중 천계산을 둘러싸고 있는 절경 백파호(栢坡湖)에 머물렀었다. 그곳에서 자허선사는 기연으로 달마대사께서 남기신 사라묵주를 얻게 되었다.
달마대사(達磨大師)와 백파호에 얽힌 이야기가 있었다. 달마대사는 천축 향지국(香池國)의 셋째 왕자로, 그 용모가 준수하고 학덕과 품위가 누구나 한 번 뵈면 우러러 받들지 않을 수가 없었다. 달마대사께서는 그의 스승 반야다라(般若陀羅)의 유시를 따라 중국으로 건너오게 되는데 처음 닿은 곳이 백파호 근방이었다. 백파호 근처는 큰 구렁이 대망(大蟒)이 죽어 썩는 냄새가 진동하였다.
달마대사는 유체이탈(流體離脫)의 신통력(神通力)으로 자신의 육신을 벗어놓고 대망의 몸속으로 들어가 바다에 던져놓고 다시 와보니 벗어놓은 육신이 사라져 버렸다. 알고 보니 인근에 사는 산령이 육신을 취해간 고로, 자비로운 마음에 주어버리고 근처에 버려진 반쯤 썩어가는 송장 속으로 대사의 영혼이 들어가 버렸다. 그리하여 썩어가는 육신이지만, 달마대사의 영혼은 선불(禪佛)이 될 수 있었던 것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사(邪)와 마(魔)를 제압하는 것은 정종무학(正宗武學)인 불무(佛武)였다. 석가세존이 열반(涅槃)에 드시던 시대에도 신통(神通)의 불무를 득하기 위해 많은 행자(行者)와
나찰(羅刹)들이 면벽(面壁)하였다.
심안(心眼)을 초월하는 지경에 이르면 무애자재(無涯自在)한 신통력을 이룰 수가 있다. 서술하면 신통력에는 시공을 초월하는 삼명육통(三明六通)이 있다. 삼명은 지난 시간을 볼 수 있는 숙명명(宿命明), 미래의 시간을 볼 수 있는 천안명(天眼明), 현재 일어나는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누진명(累進明)이 있다.
또한 삼명에다가 무인들이 천리를 들을 수 있는 천리청각(千里聽覺)보다 지극한 천이통(天耳通), 무인들의 심후한 내공이라야 이룰 수 있는 부공삼매나 신법을 초월한 유체이탈(流體離脫), 즉 신체를 떠나 혼만으로도 어디든 갈수 있는 신족통(神足通), 심령술의 근원인 남의 마음을 볼 수 있고 마음대로 조정하는 타심통(他心通)을 합하여 육통이라 한다.
아수라(阿修羅)라는 나찰이 득도하여 신통술을 얻었다. 신통은 불도를 득하는 과정이고 신통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구도망구(求道亡軀)하여야 선불(禪佛)에 이르건만 아수라는 사악한 욕망에 사로잡혀 신통력을 기반으로 한 사공(邪功)인 사라마혈경(邪羅魔血經)을 연마하였다.
사라마혈경(邪羅魔血經)에는 요음강시(妖陰 屍)를 만드는 요음밀랍공(妖陰蜜蠟功), 생체사물(生體事物)에 마혼을 불어넣는 영혼부첨공(靈魂附添功), 사공을 병기에 불어넣는 사혼잠병공(邪魂潛兵功)등 사음마공(邪陰魔功)이 담겨 있었다.
아수라가 요음강시를 만드는 요음밀랍공을 창안한데에는 연유가 있었다. 천축에는 아수라외에도 마희사(磨喜邪)라는 파괴와 어둠의 신이 존재하였다. 마희사는 전쟁을 일으켜 온 세상을 파괴와 어둠으로 만들어 버렸다. 이때 천축 빈다야(斌爹爺)산에 기거하는 두루가(兜蔞嫁)라는 여전사가 있었다. 천축의 신들은 두루가에게 협조를 요청하였다. 두루가는 마희사를 제거하고 연이어 아수라도 격퇴시켰다. 같은 사음마공이지만 극음지기 여체에서 나오는 요음마살(妖陰魔殺)을 견디지 못하였던 것이다. 이에 아수라는 요음강시를 만드는 사공을 연공하였던 것이다. 이후 사악한 악마의 나찰등과 함께 아수라는 영(靈)과 육신(肉身)이 분리되어 석가세존의 항마법화경(抗魔法華經)에 갇히고 만 것이었다. 그 후 아수라의 육신은 주화입마하여 썩어 없어지고 말았고 영혼은 호시탐탐 부활을 꿈꾸었다.
천축에는 선기(禪氣)로 이루어진 기보(奇寶)중에 불면경(佛綿鏡), 팔면경, 십이면경 등의 불경(佛鏡)이 있었다. 아수라는 긴 세월을 절치부심하다가 불면경을 얻어 어디에인가에 자신의 혼령(魂靈)을 불어 넣고 안착하였다. 그 거울이 바로 산마혼경이고 긴 세월 동안 여러 번 산마혼경(産魔魂鏡)으로 타인의 육신을 빌려 부활하곤 하였다.
"알려진 바로는 수라천의 사기는 산마혼경과 수라백령(修羅魄鈴)에서 나오고, 대라신선이라도 상대할 수 없는 수라천을 파괴할 수 있는 비밀은 사라묵주에 있다는 것이야. 자허선사께서 사라묵주의 비밀을 풀었는지는 소림의 천선대사(天宣大師)를 찾아가면 더 소상히 알 수 있을 거야!"
백여 년 전에 수라천과 혈투를 하였다는 자허선사가 살아있다는 데에 설 무영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아직도 자허선사께서 살아 계시다는 말인가요?"
"아직 생불로 천수를 누리고 계시다고 들었네......."
듣고 있던 설 무영은 적혈마도의 행방에 대한 의구심도 감출 수 없었다.
"한 가지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채주는 무슨 의문이 있는지.......?"
"혹시 적혈마도에 대한 행방에 대해서 아시고 계시면 소제의 견식을 높여 주십시오."
"그건 노부도 잘 모르지만........! 수라천에는 그들이 지천부(支天附)라 부르는 각지부가 있고 부에는 지존이 있는데 적혈마도는 수라천의 지존 누군가가 갖고 있는 것은 확실하네!"
"........?"
"당금 무림은 혈난지세이네. 정도의 정도련맹이 있다지만, 자신들의 앞가림에 급급하고 와중에 마도의 문파가 득세를 하는 중이지. 마도의 하늘이라 지칭하는 라마흑사천(喇麻黑邪天)을 위시해서 천마성(天魔城), 북두마궁(北斗魔宮), 옥천막(獄天幕), 미라혈전(彌羅血殿) 등도 마도련맹을 구성하려는 움직임이 있네......."
"아! 네~!"
중원무림에 대한 취혼도와 설 무영의 대화는 밤이 깊어가는 줄 모르고 계속되었다. 이것으로 무림 신화를 만드는 설 무영에게는 또 하나의 목표가 되는 시발점이 되는 것이었다.
칠흑 같은 어둠이 찾아오고 있다.
숲과 계곡은 밀려드는 밤의 색깔로 어둡게 변하고 있었다.
"........!"
설 무영은 삼아현(三亞縣)에 인접한 오지산(五指山) 계곡을 오르고 있다. 취혼도는 수라천의 남해지부 남혈부(南血附)가 옥천막(獄天幕)일 가능성이 높다고 하였다. 옥천막은 철저히 흑막에 가려진 신흥 무림종파였다. 그 옥천막이 오지산(五指山) 계곡에 있다는 것이다.
스 스스슥!
돌연 잡목이 우거진 양쪽 숲 위로 십여 개의 시커먼 흑영이 솟아올랐다. 미풍과 함께 낙엽이 떨어지며 솟구친 흑영은 순식간에 설 무영을 행해 섬광처럼 날아들었다.
츠 르르...!
극쾌의 살기를 띠고 설 무영의 숨통을 끊고자 다가오는 검기들! 그들의 기습은 너무나도 빨랐고, 그들의 흔적은 은밀하기 그지없었다. 절대 절명의 그 순간이었다.
"푸 훗!"
설 무영의 입가에 슬며시 조소가 흘러 나왔다.
"악착같이 쫓아다니는군. 야래향의 들개들.......!"
스르릉!
그의 용수갑에서 용상검이 빛살을 발하며 튀어나오자 검은 섬광이 허공 그득히 퍼져 나갔다.
(하나, 둘, 셋......)
설 무영은 기척을 느끼는 살수들의 머리 숫자를 헤아리고 있었다.
"모두 열이군!"
그 순간 설 무영의 몸이 흑무로 변해 흘렀다.
"컥!"
최초의 숨넘어가는 비명은 제일 먼저 설 무영의 뒤를 노리는 흑의인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
흑무가 지난 자리에 몸뚱이로 부터 떨어져 나간 목이 피를 뿜으며 잡초 위에 뒹굴었다.
촤르륵!
흑풍이 지나는 자리에는 검은 밤 빛깔만큼이나 진한 선혈로 물든 피 보라가 일어났다. 허나 그것은 일부분일 뿐이다.
츠르르…! 촤악!
"으헉!"
"크윽!"
흑무가 지날 때마다 작렬하는 검강이 죽음을 부르고 있었다.
"야래향! 나를 죽이려는 자는 먼저 죽는다.!"
검은 살기를 내 뿜는 설 무영의 한마디는 잔인하였다. 천하제일의 살수조직 야래향의 향기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살수로 살아온 그들은 마지막 살수첩을 자신의 목숨과 바꾸고 있었다.
"으 아아~악!"
유난히도 겁에 질린 비명이 밤공기를 가를 때 마지막 남은 자객의 몸이 두 동강 나고 말았다.
"......!"
무심한 표정을 짓고 있는 설 무영의 용수갑 안으로 용상검이 사라졌다. 설 무영의 흑립 속의 눈이 주위를 살폈다. 분시 되어 흩어져 있는 시체에서 꾸역꾸역 피가 흘러나오더니 푸슥! 연기를 일으키며 시체들은 사라지고 찢긴 흑의들만이 널려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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