色魂 無影客! - 5부 7장
본문
삐이익!
설 무영이 철문을 밀어내니 소름끼치는 괴음이 일어났다. 철문 안에는 의외로 넓고 호화로운 밀실이었다. 사방에는 흑백청홍의 사색 운무가 피어오르고 있었고, 한쪽 벽면에는 깊은 심연의 수심 속 같은 연초록의 휘장 안에 침대가 놓여있었다.
설 무영과 유끼꼬의 신영이 소리 없이 다가가 검강을 일으켰다.
"......?"
허지만, 침대에는 아무도 없었다. 설 무영의 시선이 침대 맞은편을 향했다.
"산마혼경(産魔魂鏡)......?"
그곳에는 해남성에서 보았던 또 하나의 거대한 경대가 놓여 있었다. 설 무영의 우수에서 강력한 검강이 일고, 전신에서 검날이 튀어나와 거경을 향해 폭사해갔다.
쩌 저정! 짜 르릉!
그러나 거경은 소리만 요란할 뿐 흔들거렸다.
".........?"
설 무영과 유끼꼬는 의외의 상황에 의아함을 느끼며 마주 보았다. 이어서 그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강력한 검강을 싫은 검기를 산마혼경을 향해 날렸다.
꾸르릉! 꽈광!
산마혼경은 여지없이 산산조각으로 부서져 내렸다. 허지만 바닥에 떨어진 파쇄들은 푸스스 연기로 변해 사라지는 것이었다.
그들은 다시 오던 길을 되돌아 통로로 나갔다.
그 시간, 귀주성(貴州省) 홍풍호(紅楓湖)의 주변 범정산(梵淨山) 안의 침침한 전각 안.
"으아~악!"
흑무의 신비하고도 음사한 흙빛 휘장 안에 잠들어 있던 한 괴인이 비명을 지르며 벌떡 일어났다. 나이에 비해 온몸이 근육질로 다듬어진 괴인의 용모는 학자풍의 모습이나 풍기는 기도는 음사하기 짝이 없었다. 괴인은 가슴을 쥐어뜯으며 몸부림을 쳤다.
"누…! 누가 산마혼경을....... 크악!"
괴인이 몸부림치는 바람에 침구들이 마구 흐트러지고 검은 휘장이 뜯겨 나갔다. 그도 모자라 괴인은 침대에서 떨어져 바닥을 굴렀다. 그러기를 얼마만인가, 괴인의 발작이 잠잠해지고 홀연히 일어나 앉아 중얼거렸다.
"우욱! 누가 또 산마혼경을 지키지 못하고... 멍청한 놈들! 아수라 혼강(魂 )이 담긴것을...."
괴인은 선혈을 한 움큼 토해 내고는 운기 조식에 들어갔다. 잠시 후 괴인의 전신모공에서 붉은 혈무가 피어올랐다. 그 광경은 지옥을 방불케 하는 것이었다. 괴인은 누구이기에 아수라 혼강을 내력으로 하는 내공의 운기조식을 한다는 말인가? 괴인이야말로 천하 중원무림을 마의 지옥으로 만들려하는 수라천이었다.
천마성의 석굴 안.
설 무영과 유끼꼬는 들어온 통로를 벗어나 두 갈래의 통로 중 우측 통로로 접어들었다. 얼마를 희미한 서굴 통로를 지났을 때인가? 석굴 안쪽으로부터 신음성이 들렸다.
아…! 으…!
통로 끝에는 여러 개의 석동으로 이어졌다. 그들은 신음성이 들리는 안쪽으로 다가갔다. 신음성이 가까운 통로 양쪽에는 철창으로 가려진 텅 빈 석실들이 있었다.
"........?"
두어 걸음 발걸음을 옮기던 설 무영이 멈추어 섰다. 철창 넘어 석실 안에 봉두난발의 괴인이 웅크리고 있었다. 그를 바라보는 퀭한 눈길의 괴인, 어딘가 낯이 익었다. 대괴신왕(大怪神王) 뇌광(雷胱), 개봉 감숙분타에서 만난 오마괴도중의 일인이 아닌가?
"괴마(傀魔)! 만개 어른의 원수를 값아 주마!"
일갈과 함께 강력한 장력이 설 무영의 우수에서 쏟아져 뇌광의 전신을 휩쌌다.
쏴아! 으악!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단발마의 비명과 함께 넋을 놓고 바라보던 뇌광은 영문도 모르고 석벽에 부딪쳐 나동그라졌다. 설 무영은 냉엄한 표정으로 통로 끝에 있는 석동으로 들어섰다.
"헉!"
설 무영은 급히 숨을 몰아쉬고 경악하였다. 석동 안은 피비린내가 진동하고, 처참하고도 기이한 광경이 벌어져 있었다. 석동 중앙에는 네 개의 석반이 놓여 있고, 석반위에는 입에 선혈이 낭자한 괴이한 형상의 발가벗겨진 나녀(裸女)들이 석반 기둥에 발목이 쇠사슬로 묶인 채 실신해 있는 것이었다.
또한 석반 좌우측 석벽에는 나신들이 매달려 있었는데 좌측에는 동안의 소년들이 가슴이 뻥 뚫린 곳에 응고된 피가 엉겨 매달려 있었고, 우측 석벽에는 여인들이 나신으로 거꾸로 매달려 있는 것이 아닌가! 헌데 설 무영은 다시 한 번 기겁을 하고 말았다.
쭈주죽! 쩝쩝!
석반 기둥에 쇠사슬로 발목이 묶인 나신의 괴녀가 석벽에 매달린 소년의 가슴에 매달려 흡혈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괴녀는 흡혈마녀(吸血魔女)로서 요음강시가 되기 전에 동안의 소년에게서 흡혈로 사악한 혼강의 내력을 돋우고 있었던 것이다.
수라천이 어느 곳에서 어느 정도의 요음강시를 제조하고 있는지 모를 일이고, 그 결과는 어마어마한 혈겁을 만들어 내는 것이었다.
크아악!
순간 괴성과 함께 기척을 느낀 나신의 괴녀가 이글거리는 눈동자로 설 무영과 유끼꼬를 노려보았다. 괴녀의 광기가 흐르는 두 눈에서는 핏빛처럼 붉은 혈광이 쏟아져 나왔다. 입과 두 손에 선혈을 뚝뚝! 흘리며 괴녀가 그들을 향하여 발걸음을 옮겼다.
철크덕! 철크덕!
괴녀가 발걸음을 땔 때마다 괴녀의 발목에 매달린 쇠사슬이 둔탁한 소리를 내어 석동에 울려 퍼졌다.
"사악한 악마들! 이 지경으로 무고한 생명을 마귀들로 만들다니......."
옆으로 다가온 유끼꼬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설 무영은 이를 바드득! 갈았다.
"불행의 불씨가 되기 전에 황천으로 보내주마!"
일갈과 함께 설 무영의 우수에서 강력한 장력이 발산되어 괴녀에게 폭사되었다.
쏴아아... 콰쾅! 크~커컥!
장력에 부딪친 괴녀는 괴음을 내며 휘청거리더니 다섯 걸음을 뒤로 물러나 바닥에 뒹굴었다.
끄 르르륵! 크 억!
허나 피부가 갈래갈래 찢기고 뼈골이 앙상한 괴녀의 핏덩이가 다시 뭉쳐 홀연히 본래의 모습으로 일어나는 것이 아닌가!
스르릉!
설 무영이 용상검을 빼어들었다. 용상검에서 묵빛 검강이 일어 핏덩이 괴녀를 베어갔다.
크웨액! 크르르르....
핏덩이 괴녀의 몸이 두동강이 나고 검붉은 피가 터지며 폭발하였다. 설 무영과 유끼꼬는 석반에 누워있는 요음강시가 되기 전 괴녀들에게도 차례로 검강을 일으켜 베어갔다.
크악~! 카윽~! 크~윽!
석반에 누워있던 나신의 괴녀들은 졸지에 당하는 주살에 음사한 괴음을 내지르고 두 눈에 혈광을 내뿜으며 파괴되어갔다. 낭자하게 선혈이 얼룩져 있던 석대 아래로 내장과 핏덩이가 흩어졌다. 설 무영은 우측 석벽에 있는 소년들이 묶인 쇠사슬을 모두 잘라 버렸다. 이미 숨이 끊어진 소년들의 핏덩이 시신들이 힘없이 바닥에 떨어져 내렸다.
그는 다시 좌측 석벽 앞으로 다가섰다. 거꾸로 매달린 나신의 여인들은 방초와 치부가 선연하게 들어나 있었다. 신음성을 흘리는 열 명의 여인들은 거꾸로 매달린 탓에 얼굴로 피가 몰려 시퍼렇게 피부가 변하고 있었다. 여인들 중에는 곤륜에서 자취를 감춘 진소이와 진소랑 등 네 여인의 모습도 있었다. 허지만 수여빈(壽汝嬪)과 모용란(慕容蘭), 두 여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발가벗겨진 그녀들의 치부가 적나라하게 들어나 있었다.
"......!"
설 무영과 눈이 마주친 유끼꼬는 얼굴을 붉히며 시선을 돌렸다. 청백지신의 같은 여인으로서 분노와 부끄러움이 동시에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족쇄를 풀어 여인들을 끌어 내리고 임시변통으로 의복을 걸쳐 주었다.
스스슥! 스슥!
순간, 석동 입구로 검은 인영들이 날아들었다. 설 무영이 흠칫 놀라서 용상검을 감아쥐고 돌아보았다. 분분히 날아든 검은 인영들은 십천간룡들이었다. 검강을 일으키려던 그가 착검을 하였다.
"조속히 여인들을 데리고 빠져 나가자!"
"복명!"
그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여인들을 들쳐 엎은 그들은 금쇄옥의 곳곳에 벽력신탄(霹靂神彈)을 던져 넣으며 신영을 날렸다.
꾸르릉! 콰쾅!
스슥! 스르륵!
천지가 진동하는 굉음과 함께 금쇄옥에서 빠져나온 한 무리의 인영들이 천마성의 북단 단애를 넘어 사라지고 있었다. 아울러 천마성의 북단이 폭발하며 뿌연연기를 일으키며 무너져 내렸다.
꽈 르르릉! 콰쾅… 꽝!
천마성의 마두들이 들이 닥쳤을 때는 이미 설 무영과 그들의 흔적은 어느 곳에도 찾아 볼 수 없었다.
하북성(河北省).
두 두등! 콰르르!
천계산(天桂山)으로 이르는 평산(平山) 등선을 요란한 소리와 함께 뽀얀 먼지를 일으키며 군마가 달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망해산(望海山), 청룡곡(靑龍谷), 한산(寒山), 산해관(山海關)등 천계산으로 이르는 네 곳에서도 일대의 군마의 말발굽 소리가 요란하다.
그들이 각기 다다른 곳은 천계산 주변의 백파호(栢坡湖)였다.
크르릉!
먼 길을 달려온 말들이 콧김을 내뿜으며 부르짖었다. 뿌연 먼지가 가라안고 무리의 맨 앞에서 적마위에 늠름한 오체가 늠름한 기백을 나타낸 것은 정무맹의 수호단장 남궁종(南宮宗)이다.
무리들은 전위대령(前衛隊領) 범호진성(梵虎眞星), 좌룡대령(左龍隊領) 황성옥(黃聖鈺), 우호대령(右虎隊領) 도천패혼(刀天覇魂), 중화대령(中花隊領) 아랑비화(娥浪飛花)가 이끄는 일천의 정무맹 수호단과 우막(優莫), 낙일조(駱壹照), 곽용수(郭傭秀)등 삼흑호(三黑虎)가 이끄는 도화사자단 오백이다. 멀리 천계산 계곡을 바라보는 남궁종의 형형한 눈빛이 빛을 발했다.
"가자!"
일갈과 함께 말과 한 몸이 된 그의 신형이 앞으로 내딛었다. 다시 군마의 요란한 소리와 함께 주변 일대는 온통 안개 같은 먼지 속으로 묻혔다. 그들이 천마산 계곡에 이르렀을 때였다. 숲속에서 수많은 인영들이 소리 없이 튀어나왔다.
그들은 백마궁의 수라백마군(修羅白魔軍)이었다. 그들 선두에는 오두마(五頭魔)의 혈마(血魔) 혈수장(血手掌)과 검마(劍魔) 마강살(魔 乷)의 모습도 보였다. 혈마가 앞으로 나서서 고소성을 질렀다.
"예의 없이 백마궁을 방문한 너희들은 누구냐?"
남궁종이 비소를 흘리며 대답했다.
"잘 알고 있으면서 엉뚱한 소리 말고 납치한 여인들을 내놓으시오!"
혈마가 귀청을 울리는 광소를 터트렸다.
"하하하…! 백마궁이 기녀들 모아두는 기루인줄 아는 모양이구나!"
"무든 것이 명명백백하거늘, 농담을 듣자고 먼 길을 온줄 아시오?"
"정무맹의 애송이들! 정의를 앞세운다는 가면을 쓰고 지엄한 곳에 와서 핍박을 하려 하느냐?"
혈마는 천연덕스럽게 반문을 듣고, 분기당천 한 남궁종이 얼굴에 핏줄을 세우며 외쳤다.
"무관하다면 우리가 들어가서 찾아보겠다."
"노부가 애송이들의 무례함을 받아 줄 것 같으냐?"
뚫어지게 혈마를 응시하던 남궁종이 사자후(獅子吼)를 내 뿜어 공격명령을 내렸다.
"저항하는 자들은 모두 주살하고 들어가랏!"
남궁종의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검과 도, 장이 난무하였다.
으아악! 어~흐흑! 쩌 정~! 콰쾅!
남궁종의 천풍검(天風劍)과 능서문의 비천류검(飛天流劍)이 검강을 일으키고, 범호진의 쇄비장(鎖飛掌)과 진이화의 나한린장(羅漢隣掌)이 수라백마군을 폭사하며, 도천패혼과 범호진성의 묵도에서 맹룡한 도형이 일어나는 곳에 비명과 파성이 일어났다.
또한 혈마의 혈수마장과 검마의 마명검 또한 악랄하기 그지없었다. 허나 얼마가지 않아 수라백마군은 계곡 안으로 쫓겨 가기 시작하였다. 헌데 재빨리 도망가든 수라백마군은 뒤돌아서서 반격하다가 또 다시 신형을 날려 계곡 안으로 들어가기를 반복하는 것이었다.
어느덧 무림맹의 수호군과 사자단이 백마궁의 입구에 도착했다. 그런데 저항하던 수라백마군의 모습이 갑자기 사라졌다.
"정지(停止)! 모두들 멈추어라!"
남궁종이 일갈하여 수호군과 사자단의 진격을 멈추게 하였다. 황성옥이 불끈 범과 같은 눈을 부라리며 남궁종 앞으로 나섰다.
"속전속결(速戰速決), 백마궁을 멸살합시다!"
"아니 되오! 맹주께서 지시한바가 있소."
남궁종이 검미를 치켜뜨며 황성옥을 만류했다. 하지만 황성옥은 맹룡한 목소리로 부르짖었다.
"소뿔도 단김에 빼라고 하지 않았소. 제 놈들이 지형지물을 이용하는 잔꾀를 부린들, 우리 천오백의 결사들을 막지는 못하오!"
그때 중화대령 진이화가 나섰다. 그녀는 몸에 착 달라붙는 무복을 입은 탓에 여인의 굴곡이 완연히 들어났다.
"일단은 맹주께서 무슨 안배가 있을듯하니 지시를 따릅시다."
"헛…! 참."
황성옥은 못마땅한 듯 눈을 부라리며 돌아섰다. 남궁종이 힐끗 황성옥을 바라보고는 삼흑호(三黑虎)의 우막을 불렀다.
"우 대협! 우선 본좌와 같이 사자단이 먼저 궁 안으로 들어갑시다."
"네~!"
우막이 결연한 자세로 품속에서 호각을 꺼내 불었다.
삐~빅! 삐이익!
신호음이 들리자 사자단의 검은 인영들이 솟구쳐 올라 백마궁 안으로 날아들었다. 백마궁 곳곳의 전각 사이에서 은둔해 있던 수라백마군이 튀어 나왔다.
크악! 켁!
사자단의 인영과 수라백마군이 마주칠 때마다 시신이 동강나고, 선혈이 핏빛 무지개를 그렸다. 사자단이 백마궁 안으로 짓처 들어갔을 때였다.
콰르르릉!
요란한 소리와 함께 전각들마다 검은 연기와 함께 시뻘건 불기둥이 솟았다. 수라백마군의 정수리를 향해 검을 그어가던 남궁종이 흠칫 놀라서 멈추어 섰다. 동시에 수라백마군이 신형을 날려 사라지는 것이 아닌가?
"퇴각(退却)하라! 퇴각!"
남궁종은 일갈과 함께 백마궁 밖으로 신형을 날렸다. 종횡무진으로 진격하던 사자단은 백마궁을 벗어나 이백 여장을 물러섰다.
"맹주의 안배를 알겠다.…!"
수호단과 사자단의 수장들은 치를 떨었다. 남궁종은 몸서리치며 불타오르는 백마궁을 처다 보았다. 그들은 자신들의 백마궁에 광폭뢰(鑛爆雷)를 설치해 놓고 정무맹을 유인하였던 것이다. 자신들의 본거지를 폭파하면서까지 멸살하려는 사악한 음계이었다.
꽈 르르릉! 콰콰쾅!
천지개벽을 하는 소리와 함께 백마궁의 전각들은 산산조각으로 무너져 내리고, 그 불기둥은 하늘로 치솟아 오르고 있었다. 수라천의 잔악함만큼이나 무서운 광경이었다. 천계산의 울창한 삼림과 기묘한 봉우리들을 삼킬 듯이 검은 연기가 치솟아 오르고 있었다.
소림사(少林寺).
정종무림의 태산북두로서 불무(佛武)의 정통성을 잃지 않는 소림파가 소재하는 절로서 하남성(河南省) 등봉현(藤峰縣)에 있는 숭산(崇山)의 소실봉(小室峰) 중턱에 위치하고 있다. 소림사는 효문제 때 천축에서 온 발타선사가 창건하였고, 삼십이 년 후 달마대사는 이곳에 와서 면벽 좌선 십년 만에 득도를 하여 중원대륙에 불도의 발원지가 된 곳이다.
소림의 무승들이 당나라 태종 이세민을 도와 소림사의 명성이 널리 퍼진 바도 있었다. 소림사의 객방에 한곳에는 천선대사와 설 무영이 마주하고 앉아 있었다. 설 무영의 뒤편으로는 유끼꼬가 소리 없이 앉아 두 사람을 주시하고 있다.
"자신들의 지부천마저 없애다니.......!?"
장삼위에 황색 가사를 걸친 천선대사의 검미가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그들이 자신들의 지부천을 붕괴시키면서까지 흉수를 펼치는 것을 보아 머지않아 어느 곳에선가 이루어낸 요음강시를 대동한 수라군을 중원으로 이끌고 나올 것입니다."
"그것을 맹주는 어찌 알았소?"
설 무영은 품안에서 한통의 서찰을 꺼내 놓았다. 그것은 공령하문이 수라천이 산하 하수인들에게 보내는 전서구에서 탈취한 전서였다.
승이영월(昇二盈月). 낙삭월지(來朔月之). 귀라마천(歸喇麻天).
활요강시일즉(活妖 屍日卽). 재림아수라천(再臨阿修羅天).
보름달이 두 번지고, 그믐달이 두 번질 때까지 라마천으로 돌아오라. 요음강시가 태어나는 날인즉 아수라의 하늘이 다시 열리리라.
"그렇다면 그들이 라마흑사천(喇麻黑邪天)에 모였다는 것인데......!"
"그렇습니다!"
"그러나 수라천의 사혼을 뿌리 뽑을 수 있는 비밀은 천년의 세월 속에 잠들어 있고…!"
"......!"
"하여튼 당대에 수라천의 내막을 가장 많이 알고 있는 것은 자허선사이시네........"
"........!"
천선대사는 염주를 굴리며 허공을 응시하였다. 수라천의 중원 사개 지부 중 유일하게 본거지가 흑막에 가려있는 것은 라마흑사천뿐이었다. 남천부는 설 무영에의해 철저히 파괴되어 해남성으로 재건되었고. 북천부인 백마성은 그들 스스로 간계에 의하여 붕괴시킨 것이다.
아울러 공령하문에서 보내온 전서구에 의하면 동천부인 천마성은 금쇄옥과 요음강시가 진행되고 있는 시설이 파괴되자 수라천의 마괴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폐성이 되어 버렸다는 것이다.
둥! 두두두...! 둥!
어디선가 경판(磬板)과 범종(梵鐘)을 두드리는 소리가 장엄하게 들려왔다. 천선대사가 슬며시 감았던 눈을 떴다.
"이제 곧 자허선사(慈虛禪師)께서 면벽에서 나오실 것이오! 가십시다."
설 무영과 유끼꼬는 천선대사의 뒤를 따라 객방을 나섰다. 산으로 거슬러 오르는 바람에 흔들리는 풍경(風磬)소리가 은은한 전각들 사이를 돌아 원로들이 기거하는 원무전(圓霧殿)중 하나의 방으로 들어갔다.
가재도구 하나 없이 검소하기만한 방안에는 나이를 확인할 수 없도록 연로한 고승이 고고(考古)하게 가부좌(跏趺坐)를 하고 두 눈을 지그시 감고 있었다. 이미 백 오십 세에 가깝다는 고승은 설 무영이 접견해야하는 자허선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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