色魂 無影客! - 5부 2장
본문
설 무영은 나름대로 정도맹과 마도맹이 정무맹을 만들려는 의도를 깊숙이 개입하여 알아보려는 계책이었다. 헌데 들어나는 암계를 알 수는 없었으나 기이한 것을 발견할 수는 있었다. 오년 전에 행방이 사라졌다는 정, 마도의 고수들의 모습이 나타난 것이다.
화산의 송백도인(松伯道人), 혈왕문 혈사신군(血蛇神君)을 비롯한 마도의 오두마(五頭魔)였다. 그들의 모습은 분명히 마도맹의 종사가 앉아 있었던 우측열의 뒤에서 나타났었다.
그리고 마도의 오두마(五頭魔).
한때 중원을 피로 물들이다가 정도맹의 정혈열사대에 분시(分屍)가 되어 태산(泰山)의 단애 태산유(泰山幽)의 혼이 되었다는 악마들이었다.
혈마(血魔) 혈수장(血手掌).
검마(劍魔) 마강살(魔 乷).
풍마(豊魔) 비마류(飛魔流).
환마(幻魔) 섭환괴(攝魂怪).
혼마(魂魔) 음혼귀(陰魂鬼).
그들의 모습이 하필이면 이곳에 모습을 보인다는 것 자체가 정무맹을 만들려는 취지와는 걸맞지 않은 석연치 않은 면이 있었다. 또한 미라철마가 사용한 무공이 검마 마강살의 마혼강살검(魔魂 乷劍)이라는 것도 무심하게 넘길 것은 아니었다.
둥! 둥~두 둥!
성산비무와 정무맹의 하루 일정을 마치는 대명고가 울려 퍼졌다. 이제 성산비무의 하루 일정을 마치고 이틀의 일정을 남겨 놓고 있었다. 정무맹에 참여한 세인들은 곤륜에서 준비된 접객소에서 머물던지 마을로 내려가 객잔에 투숙하던지 결정을 할 시간이었다. 연단의 종사들도 앉았던 자리를 분분히 일어서려고 하였다.
그때였다.
휘이익! 스르륵!
전각 뒤와 옆의 광장의 주변에서 각각 흑, 백, 녹, 황색의 가면과 복장을 한 괴인들이 불쑥 불쑥 나타났다. 괴인들은 일제히 장소성을 터트리며 대회장을 포위하며 대 암습을 감행한 것이었다. 이어서 파공성의 음향과 비명이 터져 나왔다.
꽈르르! 스 스슥! 으~악!
괴인들은 질서정연하게 노도와 같은 물결을 이루며 정무맹에 모인 세인들에게 무차별한 살수를 펼치기 시작했다. 대회장 곳곳에 숨어있던 괴인들은 대명고를 신호로 하여 튀어 나온 것이다.
꾸~르르 꽈광! 콰쾅!
한쪽에서는 우레와 같은 폭음이 들리고 좌측석단이 무너져 내렸다. 암습자들에 의한 폭뢰가 터져 오른 것이었다. 누군가의 비명과 함께 폭갈이 들려왔다.
"으아악! 아수라의 수라군이다.......!"
"크악! 변황의 살수까지........."
부지불식간에 악귀처럼 떠오르는 살인마들, 대회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차~ 앙 창! 츠 읏!
요란한 검성(劍聲), 그리고 현란하게 피어오르는 검화(劍花), 혈귀처럼 다가오는 흑, 백, 청, 홍의 두건을 두른 살수들이 혈무(血霧)를 일으켰다. 급박해진 대회장의 참석자들은 괴인들에게 맞서 자신을 방어하기 급급하였다.
설 무영의 눈빛이 형형히 빛나고 있었다. 그는 문득 연단을 바라보았다. 정도맹의 종사자들은 갑자기 들이닥친 괴인들과 암습으로 인해 우왕좌왕 갈피를 못 잡고 있었다. 한편 마도맹의 종사자들은 당황하는 모습보다는 큰 소리로 외치고 있었다.
"수라천이다! 모두 힘을 합칩시다."
정도맹의 종사들은 피하기 급급하건만, 마도맹의 종사들은 의외로 태연한 모습이었다.
"암계다!"
설 무영은 입술을 질근 물었다. 설 무영은 바람처럼 앞으로 내 달려 지면을 박차고 허공으로 솟구쳤다. 그의 좌수에는 유성검(流星劍)을 빼어들고 우수에는 용상검이 탈검되었다. 소류진은 경악의 눈망울을 굴리며 요대에서 연검을 빼어들고 설 무영의 뒤를 따랐다. 설 무영이 그녀에게 주었던 연화신후(蓮花神候)의 설련검(雪蓮劍)이다.
획!
그들이 동시에 허공에 오르자 발아래 장원의 건물들이 일목요연하게 드러났다. 설 무영은 다가오는 흑의 괴인들을 향해 검강을 일으켰다.
크악! 컥!
그가 검형을 이룰 때마다 황혼을 받은 핏빛 무지개가 더욱 붉게 시야를 가렸다. 설 무영을 뒤쫓아 소류진의 설련검(雪蓮劍)에서 빙강이 일어 은하수처럼 퍼져나갔다. 연화신후의 태화연형검결(太花軟形劍訣)이 시전된 것이다.
크~크큭! 커컥!
빙강에 얼어붙어 잘려지는 수라군의 육신에서 피 보라가 일어났다. 설 무영의 눈이 부지불식간에 연단의 마도맹의 종사들을 쳐다보았다. 설 무영과 눈이 마주친 그들은 자리를 피한다기보다는 전황을 살핀다는 것이 더 오른 판단이었다. 그들은 설 무영을 바라보는 그들의 눈동자는 놀라고 있었다.
"악귀들…!"
설 무영은 이를 악물고 연단으로 방향을 바꿔 괴인들을 베어갔다. 정도맹의 사람들의 안전이 염려되었던 것이다.
아악!
그가 연단으로 다가가는 것을 막으려 허공으로 솟구치든 괴 인영들이 낙엽이 스러져가듯 분시를 당하여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연단으로 다가가자 그를 눈치 챈 천마성주 천마귀존이 소리쳤다.
"도화성주! 이곳은 염려 마시오! 수라군을 막아주시오........"
"......!?"
이때 또 다시 설 무영과 소류진은 그녀의 가친인 소상확(昭翔確)의 뒷모습을 확인하였다. 그리고 설 무영은 괴이한 천마귀존의 언변에 더욱 의구심을 자아냈다. 허지만, 일단 수없이 밀려드는 수라군을 제어해야하는 순간이었다.
돌연 설 무영이 호각을 품안에서 꺼냈다. 추혼비파채의 신표 추혼용각(追魂龍角)이었다.
삐~이익!
삼장을 도려 낼 듯 하는 각음이 곤륜산 계곡을 흔들었다. 세인들이나 기인들은 갑자기 들리는 각음에 귀를 막고 섰다. 귀막이 터질 것 같은 내공이 실린 것이었다.
"놈! 정말 대단한 내공의 소유자다."
흠칫 천마귀존은 놀라며 눈에 살기를 띠었다. 아울러 마도의 하늘이라는 라마사존의 표정이 일그러지더니 유심히 설 무영을 살폈다.
그때였다.
휘~리릭!
숲속에서 세 명의 묵인이 유성처럼 나타나 괴인들을 주살하며 설 무영이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묵인들은 실로 번개 같이 괴인들의 물결을 헤치고 설 무영의 앞에 와서 좌궤(左跪)하였다.
그들 묵인 삼인은 외눈박이 우막(優莫), 절름발이 낙일조(駱壹照), 외팔이 곽용수(郭傭秀)였다. 혜성처럼 나타나 미친 듯이 살생을 하는 그들 삼인을 중원무림에서는 삼흑호(三黑虎)라는 별호를 부쳤다.
"존명(尊命)!"
"수라군을 주살하고 무림인들을 보호하라."
"존명(尊命)!"
그들이 괴인들을 향해 몸을 날렸다. 연이어 단상 뒤쪽, 숲 뒤에서 검은 야수 같은 무리들이 폭죽처럼 솟아올랐다. 야수 같은 무리들은 두 명씩의 묵인을 앞세우고 흑, 백, 청, 황의 괴인들 뒤편을 갉아먹듯 유린하며 밀쳐 오고 있었다.
그들은 신형을 교차하면서 순식간에 대회장을 포위한 수라군을 또 다시 포위하는 격이 되었다. 그들은 설 무영의 사전 안배로 은둔하고 있던 십천간룡과 백여 명씩 다섯 곳의 방향에서 조여 오고 있는 도화사자단(桃花獅子團)이었다.
소류진이 미소를 머금고 힐끗 설 무영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모든 안배를 마치고 태연자약한 그가 자랑스러웠고 그의 여자가 된 것이 가슴 뿌듯하였다.
대반격(大反擊), 모든 것은 탄지지간에 벌어졌다.
대회장의 혈투는 치열하게 전개되었다. 아수천의 습격에 이제 발족한 정무맹의 결투가 아니라 도화성과 수라천과의 혈투였다. 정무맹에 참여한 무림인들도 죽기 살기로 수라천의 괸인들을 막아가고 있지만, 삼삼오오 소소로 모인 종파가 단결되기는 시기상조였다.
도화사자단과 수라군의 싸움은 용호상박이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인가 성난 야수무리처럼 변한 사자단이 폭풍으로 변해 불어 닥쳤다.
위이잉! 스 슥! 콰쾅!
귀청을 찢을 듯 하는 파공성, 허공을 새까맣게 뒤덮은 수백 수천 개의 강기들과 핏빛 무지개가 곤륜산을 물들여 갔다. 종횡무진으로 날뛰는 사자단은 지칠줄 모르고 수라군을 참살해갔다.
대체 이들은 산사람들이란 말인가? 진정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수적으로는 수라군에 미치지 못하나 사자단은 점차 포위망을 좁혀 그들을 한곳으로 몰아내기 시작했다. 대 암습을 시도한 수라군은 그들이 감히 추종하지 못할 정도로 숙련된 사자단에 의해 잇따라 패하면서 뒹굴었다. 도처에서 터져 나오는 단발마의 비명, 비검술(飛劍術)에 육신이 훌훌 떨어져 내리는 자들, 대회장 일대는 시야를 분간할 수 없는 난장판이었다.
톱니바퀴가 맞 물려가듯 질서정연하던 수라군에 구멍이 생기고 그것은 걷잡을 수 없는 붕괴가 시작되었다. 처절하고 참혹하게 무너져갔다.
"아아악!"
"크악!"
귀를 틀어막고 싶도록 처절한 비명성, 때맞춰 튀어 오르는 시뻘건 피 보라와 살 조각들이 춤을 추었다. 이미 수라군의 광란하는 춤은 멈춘 지 오래였다.
흑, 백, 청, 홍의 물결대신 허공을 메우는 것은 섬뜩한 검광과 비명, 숲과 계곡이 질퍽한 핏물로 적셔지고 있었다. 살육도 이처럼 잔혹한 살육이 있을까? 흑색 무복을 선혈로 뒤집어쓴 사자단은 흑검을 휘두르면서 이미 전의를 상실한 수라군의 고수들을 도살하고 있었다.
휘~! 이이잉!
한줄기 바람이 불어오자 짙은 피비린내가 후각을 마비시켰다. 곤륜의 계곡은 그야말로 시산혈해였다. 깨어져 부서진 병기와 그와 함께 널브러진 시신들만이 푸른 숲과 곤륜의 전각 주위를 덮고 있을 뿐이다.
급기야 암습을 펼쳤던 수라군들은 모조리 전멸한 것이다. 너무도 빠르게 수라군의 천라지망은 철두철미하게 분쇄되어 버렸다. 그 시체들 속에서 설 무영과 소류진이 백의자락을 펄럭이며 의연히 서 있었다.
그들 주변으로 광살삼귀(狂煞三鬼)와 십천간룡 그리고 사자단이 일사분란하게 날아와 부복을 하였다. 장엄한 그들의 움직임.
"존명(尊命)!"
우렁찬 목소리가 곤륜산에 울려 퍼졌다. 그 광경을 모든 무인들은 넋을 잃고 쳐다보고 있었다. 무인들 중에는 상처를 입은 자도 있고, 넋이 빠진 듯 검을 거꾸로 잡고 서있는 자도 있었다. 그들은 분명 한세대를 풍미할 종사자의 풍모를 보고 있는 것이었다. 순식간에 이루어진 참사이고 혈투였다.
연단에 서 있던 라마사존(喇麻邪尊)과 천마성주 천마귀존이 전음을 주고받았다.
"이…! 이게 어찌 된 일이야?"
"크 으…! 수라군이 도리어 포위되어 멸살을 당하다니........"
"음~! 이런 막강하고 강력한 무리들이 있다니........"
"갑시다! 천룡이 너무 컸어.......!"
라마사존은 도화성주가 흑설매와 동일 인물임을 직감하였다. 라마사존을 위시한 천마귀존과 북두마존, 미라제황 등 마도들이 연단을 빠져나가 사라져갔다. 설 무영에게 모종의 지시를 받은 광살삼귀(狂煞三鬼)와 십천간룡에 이어 사자단도 밀물같이 광장을 빠져나갔다.
그 누구도 말을 잃은 채 스며들기 시작하는 어둠속에서 넋을 잃고 서 있었다. 세인들마저 투숙할 곳을 찾아 각자 헤어진 것은 설 무영과 소류진의 모습이 사라진 연후였다.
객점(客店).
곤륜산을 내려와 작은 숲을 등지고 작은 내(川)가 흐르고 있다. 작은 내를 사이에 두고 옹기종기 주루와 객점 그리고 주택들이 형성되어 있다. 이곳이 하륜현(河輪縣)이라는 작은 마을이다.
설 무영과 소류진은 객점으로 들어섰다. 그리 크지는 않지만 아담하고 고아한 정취가 흐르는 객점이었다. 그들이 들어서자 사람들의 이목이 두 사람에게 집중되었다. 그들 거의가 수라군을 격퇴시킨 설 무영의 무용담을 하고 있던 중이었다.
존망의 눈초리로 설 무영을 바라보던 사람들의 시선은 아름다운 소류진의 자태에 못이 박혔다. 백라궁의를 걸친 그녀의 미모는 뭇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그런 눈길을 전혀 의식하지 않았다.
그들은 자리를 잡고 음식을 주문했다. 소류진은 다정한 미소를 입가에 머금은 채 설 무영을 바라보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행복한 그런 시선이었다. 문득 그녀는 붉은 입술 사이의 하얀 치아를 드러냈다.
"가군! 도화성으로 가는 길에 꼭 모란장원에 들려야 해요."
"알겠소. 어차피 지나가는 길인걸........"
그녀가 설 무영의 눈동자 속에 빠져들 듯 바라보며 매혹적인 미소를 흘리며 말했다.
"다시 모란장원을 일으키고 싶어요."
"내가 도우리다."
소류진은 오랫동안 생각했던 말이었다. 힘겹게 하는 그녀의 말에 설 무영이 고개를 끄덕이어 동의를 하였다. 잠시 후 그들은 주문한 음식이 나오자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두 사람이 대화를 하며 식사를 할 때였다. 돌연 귓전으로 웃음소리와 함께 투덜거리듯이 게걸스런 말소리가 들려 왔다.
"허허허…! 참으로 좋은 광경이군. 한 쌍의 백학이라…! 나긋한 암컷과 잠룡의 수놈이라!"
그 음성은 비록 나직했으나 두 사람에게 들으라고 하는 말투였다. 두 사람은 움찔하면서도 신경 쓰지 않으려 했다. 그러나 예의 음성이 다시 들려왔다.
"듣지 않으려 해도 들리거늘 못 듣는 척함은 무엇인고! 꽃에 취한 영웅 벌인가? 영웅 벌에 취한 꽃이런가? 어찌 꽃이 벌을 찾게 되었지........"
분명히 여인을 빗대어 하는 말에 소류진의 안색이 변하였다. 그러나 저분을 놓고 뒤를 돌아본 그녀는 도리어 환하게 웃었다.
"호호호…! 난 또 어느 분 입담이 걸쭉하나 했더니 공숙(恭叔)이셨군요."
"알았으면 아는 체를 할 것이지. 벌에 홀려 정신이 없더냐?"
순간 설 무영은 고개를 돌려 말소리가 들리는 뒤쪽으로 시선을 던졌다. 나이를 짐작할 수 없는 봉두난발의 노인이 탁자에 앉아 있었다. 때가 덕지덕지 뭇은 남루한 의복에 취기가 어린 퀭한 눈길의 눈빛이 그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노인의 등에 지고 있는 목함에는 만사무지(萬事無知), 제행무상(諸行無常)이라고 쓰인 깃발이 꽂혀 있었다. 설 무영은 노인이 결코 범상한자가 아님을 직감했다.
(기인이다…! 세태를 초월한 눈빛.......)
힐긋 설 무영과 눈을 마주쳤던 노인이 대뜸 호통을 쳤다.
"요놈의 파리! 어딜 노려보느냐? 꽃도 아닌 늙은 고목의 정기마저 취하려 하느냐?"
노인이 탁자위의 날 파리를 잡는 모습을 보는 설 무영의 입가에 실소가 번졌다.
(켁! 내가 무슨 버러지로 변할지 모르겠군.......)
설 무영은 어이없는 노인의 비유와 해학에 어이가 없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노인에게 포권을 취했다.
"노 선배님, 불편하지 않으시면 동석하시지요."
노인은 히죽 히죽 웃었다.
"크 크~! 그래도 어른 모실 줄 아는구먼. 그럼 늙은 게 주저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지........"
스 슥!
어느새 노인은 설 무영의 옆자리로 옮겨 닭다리를 움켜쥐고 있었다. 신기에 다다른 보법이었다.
"커 억! 거참 벌거벗은 영계는 보기만 해도 좋군."
참으로 안하무인격인 언사와 행동이었다. 노인이 돌연 점소이를 향해 소리쳤다.
"이봐! 내 술을 이리로 옮겨주게. 그리고 회과육(回鍋肉)과 단유반(團油飯) 한 접시씩 냉큼 가져오게."
노인은 말하면서도 계속 고기를 입안에 집어넣고 어기적거리며 씹었다. 어느새 노인은 뼈만 남은 닭다리를 탁자에 집어 던지고 있었다. 노인은 쩝쩝거리며 고기를 씹으면서 다른 닭다리 하나를 쭉 떼어냈다. 그리고는 불쑥 설 무영의 코앞에 내밀었다.
"자! 들게. 어찌 객이 혼자 다 먹을 수 있겠는가?"
선심 쓰듯 내미는 노인의 손에는 때가 더덕더덕 묻어있었다. 닭 냄새인지 손에서 나오는 악취인지 모를 냄새가 묘하게 어우러져 풍겼다. 소류진의 눈동자에 잔잔한 물결이 요동을 쳤다.
"공숙~!"
앙칼진 목소리를 들은 노인은 느물느물한 표정을 지으며 이죽거렸다.
"어~쿠! 벌에 쏘인 것 같으이. 알았어. 나 혼자 먹을게."
우 드득! 노인은 집어든 닭다리를 입안으로 쑤셔 넣었다.
“후후! 너무 좋은걸 벌이 먹으면 꽃 하나로 만족 못하지.........”
우 득! 쩝쩝........!
참으로 목불지경이었다. 부끄러움에 소류진의 봉옥이 빨개지건 말건 닭다리를 쥐고 게걸스럽게 먹어치운 노인은 닭 날개 하나를 또 집어 들고 있었다.
"날개도 내가 먹어야 하잖아? 이걸 벌이 먹으면 설난미화(雪蘭美花)를 젖혀두고 다른 꽃샘을 찾아 날아 갈 테니........"
"공 숙! 체면 좀 지키세요."
소류진이 눈에 불을 켜고 시근덕거렸다. 그때 설 무영이 만면에 웃음을 띠우고는 소류진에게 말했다.
"진매, 선배님의 존함이 어찌되시는지........"
소류진은 그때서야 아차 싶은지 노인을 쳐다보며 소개를 하였다.
"아버님의 바둑 친구 되시는 천통기설(天通奇舌) 공망(恭忘) 어르신이고요. 이쪽은 설 무영이라고 해요."
설 무영은 움찔 놀라며 경이로운 눈초리로 노인을 바라보았다.
"선배님이 중원기인이라는........"
노인이 설 무영이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는 말을 가로막고 손을 내저었다.
"기인은 무슨 기인, 미친개지........! 탁류에 영웅의 기개가 있는 잠룡을 만나 반가우이."
"......!"
공망 노인은 낮에 있었던 혈투를 익히 알고 있는 말투였다. 그러나 설 무영은 도리어 기이한 언사와 행동을 서슴지 않는 노인에게 호감을 느꼈다.
천통기설(天通奇舌) 공망(恭忘).
스스로 천기를 읽고 세상의 모든 일에 달통했다는 신통력으로 중원을 방랑하는 점복술사이다. 그러면서도 스스로 천기를 누설한 탕인이라 칭하는 그였다. 또한 근원을 알 수 없는 기이한 무공을 소유한 기인이기도 하였다. 그러나 누구도 그를 가까이도 멀리도 하지를 못하였다.
공명 노인은 기이한 행동과 거침없는 언변으로 세인들의 과거와 장래의 운명을 토설하기에 남의 비밀을 서슴없이 말할 경우도 있었다. 장래의 운명에 대해서 길한 점을 말할 때는 좋지만 살(乷)이 끼었다니 객사를 한다거나 비밀이 누설되는 말을 좋아할 사람은 없었다. 하기에 그에게는 친구도 많지만, 그에게 살수를 가하려는 사람도 많았다.
그의 소문은 강호는 물론 황실에도 알려져 있어 한때는 조정에서 그를 죄인 취급하여 잡으려고 할 때도 있었다. 민심을 흉흉하게 만든다는 이유에서였다. 허나 그는 신출귀몰 중원을 누비고 다니며 기이한 언사와 행동으로 세인들을 울리고 즐겁게도 하였다.
설 무영은 또 다시 공명 노인을 향해 정중하게 포권을 하였다.
"노 선배님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소출이 권주 한잔을 올리겠습니다."
"후훗! 암 그래야지. 난 미친개라 꽃밭을 망가트릴 수도 있으니까!"
소류진이 고운 눈동자를 굴려 눈을 흘겼다.
"공숙은 허언(虛言)을 시작하면 끝이 없으세요. 그만 하시라니까요."
"허 엇! 얌전한 요조숙녀가 벌침 맛을 보더니 벌을 감싸려 드는군. 키킥.......!"
"어 멋........!"
소류진의 두 뺨이 빨갛게 물들었다. 노골적으로 남녀 간의 음밀한 애정행각을 빗대어서 하는 말들이 거침없이 쏟아지는 것이었다. 그러나 설 무영은 느긋한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들은 공노인의 짓궂은 말을 들으며 몇 순배의 술잔을 기울였다. 얼굴과 콧등이 불에 달군 것처럼 붉어진 공 노인이 시침을 떼며 설 무영에게 말했다.
"자네의 오늘 행동은 만인을 감동시키는 영웅의 기개야. 내가 다시 젊어진다면......."
"과찬이십니다."
소류진이 문득 낯빛을 고치며 물었다.
"공숙! 그런데 오늘 이상한 일을 봤어요. 분명히 아버님을 본 것 같은데 없어졌어요."
"흠! 언젠가는 진아가 알아야 할 것이지만......."
공노인이 낯빛을 고치며 소류진의 표정을 살폈다. 그녀가 공노인에게 바짝 다가앉았다.
"공숙이 뭔가 알고 계신 거예요?"
"야망과 애정에서 비롯된 일이었지........."
묘한 말로 서두를 꺼낸 공노인은 눈을 지그시 감았다. 설 무영이 의구심으로 물었다.
"무슨 연고라도.......!?"
"삼십년 전 세마두가 있었지........."
공노인은 감았던 눈을 떠 허공을 바라보며 눈을 껌벅거렸다. 그리고는 흘러간 과거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삼십 년 전 당(唐)황조를 무너트리고 새로운 왕조 후량(後梁)을 세웠던 주전충(周全忠)은 후계자 문제에 얽혀 있었다. 이때 일곱 아들 중 셋째인 주연상(周煙常)이 아버지를 살해하는 부도덕한 천륜(天倫)을 어기는 행위를 하고 후당(後唐)왕조를 세웠다.
그때 주전충과 후량 왕조의 고관들을 살해하고 주연상에게 도움을 준 것은 마삼살(魔三乷)이라는 젊은 세 마두였다.
도마살(刀魔乷) 고인기(高刃氣)
혈마살(血魔乷) 고로하(高露河)
혼마살(魂魔乷) 고재령(高宰零)
그들은 형제지간이었고, 남만(南彎)을 유랑 시에 잠마혈경(潛魔血經)이라는 극악무도한 마공비급을 얻게 되었다. 세 가지 마공으로 이루어진 잠마혈경은 워낙 심후한 무공인지라, 고인기는 마검의 극상이라 할 수 있는 잠마검공(潛魔劍功)을, 고로하는 독랄한 공력의 장력을 발산하는 잠마혈공(潛魔血功)을, 고재령은 색혼술과 섭혼술을 다루는 잠마혼공(潛魔魂功)을 각각 달성할 수 있었다.
그들이 중원무림으로 나와 양민을 살육하고 아녀자 강간으로 일시에 중원을 유린할 때 주연상은 그들에게 부귀를 보장해 주겠다는 명목으로 손을 내밀었던 것이다. 후당왕조를 세운 후 주연상은 그들에게 대가로 귀주성(貴州省) 홍풍호(紅楓湖)의 주변에 있는 고성(古城)과 황금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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