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SF

가을의 축복 - 27부

본문

행위의 뒤 끝이 감미롭지 않고 이렇게 허전한 것은 무엇일까? 




대성은 담배의 끝이 타들어가는 비아그라 구입방법 것도 느끼지 못한 체 뒤돌아선 여자의 몸을 바라보며 잠시 전에 치뤄진 둘 사이의 정사를 곰곰히 생각했다. 그리고 그 몸의 자태에서 초연이 떠오른 이유가 궁금했다. 




그녀 초연은 천성적으로 뜨거운 여자였다. 




언제나 자신의 손이 닿으면 움찔 떨었으며 안아들면 안아들수록 작아지기도 했던 여자였다. 




2년을 썩고 나온 감옥 안에서의 삶이 초연의 몸뚱이를 다시 안을 수 있다는 설레임으로 보낼 수 있었으나 감옥밖의 어디에서도 초연은 그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그런데 오늘 저 여자애의 몸에서 초연을 느꼈다. 




하릴없이 타들어가던 담배를 부벼끈 대성이 나직하게 입을 열었다. 




"아까....." 




흠칫 돌아보는 여자의 눈동자 속에 다시 초연이 들어 있었다. 




"잠깐 들으니.....경연이라고 한 것 같던데....??" 




"???" 




"그 놈의 이름이 경연인가?" 




"....?" 




"경연이.....경연이....경연이...." 




"그래 그애의 이름이 아마 경연이었을 것인데....경석, 초연....그래서 경연이라고 하라고 했었어. 그런데...만약 그놈이라면?.....아닐거야. 그 애의 성은 경석의 성을 따랐으면 정경연이지....근데 부하들은 그놈을 조경연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어이, 잠시 이리로 좀 앉지." 




물끄러미 바라보는 예령의 눈을 마주 받으며 대성이 말했다. 주춤주춤 예령이 대성의 눈꼬리를 따라서 소파 끄트머리에 엉거주춤 앉았다. 




"그 놈이 남편이야?" 




"....." 




"둘이 결혼을 했어?" 




"....." 




"말을 해봐. 내가 좀 궁금한 것이 있어서 그래." 




"......" 




"말하기 싫으면 하지 않아도 좋아. 그러나 이제 너는 이곳에서 내 허락이 없이는 어디도 갈 수 없어. 그러니 내 묻는 말에 대답을 하는 것이 좋을 거야." 




"....." 




"우선....이름이 뭐야?" 




"이름은 알아서 뭐하게요? 이제 당신의 그 욕심을 채웠으니 나를 보내줘야 하는것 아녜요?" 




"그래....이름을 알 필요도 없지......허나.....그 놈은 내 사업을 방해했어. 누구도....내 사업을 방해 하는 놈은 살려둘 수가 없지. 내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너도 마찬지야. 만약 놈이 죽지 않고 살아 난다면 그리고 우리의 감시망을 혹시라도 벗어난다면....." 




"그래서....내가 인질이란 거예요?" 




"그럴 수도 있지....허지만.....넌 몸이 아주 좋아. " 




"....." 




"아주 옛날에.....꼭 너만한 여자가 있었지.......어쩌면 오늘의 나를 만든 것이 그 여자의 혼일지도 몰라." 




"죽었어요?" 




"모르지....죽었는지 살았는지....아직 그 흔적도 없으니까." 




"....." 




"그 여자에게 딸이 하나 있었지. 지금쯤 살았으면 아마 열 여덟이 되었나?" 




"....." 




"너를 마주보고 있으면 문득문득 그 여자가 아닌가 싶을 만큼 오래전 그 여자의 모습이 보여." 




"......" 




"내 딸........예령이.....그래....그애 이름이 예령이었어." 




"네???? 누구요? 예령이요?" 




"그래....예령이었지. 예뻤어. 밤샘 도박으로 돈을 다 잃고 눈이 벌개져서 들어와 보면 방싯거리며 웃는 그 애...우리 예령이와 언제나 애처럽게 쳐다보는 그 여자...그 애의 엄마가 불쌍하기도 했지. 그들을 보고 나가서 다시는 도박을 하지 말아야지 하면서 배를 탓다가도 배에서 내리면....주머니에 돈이 좀 있으면 나는 또 우선 그놈의 화툿장이 어른거렸어." 




"배를 타요?" 




"그래....그 여자의 몸에 취해서....달랑 몸뚱이만 도망나와서 항구로 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배타는일 말고 또 뭐가 있었겠어?" 




"항구요????....거기가 어딘데요?" 




"목포." 




"네???? 목포요?" 




갑자기 찢어지는 앙칼스런 목소리에 흠칫 놀란 대성이 예령의 눈을 마주 보았다. 




"그래, 목표야....근데...너 왜 갑자기 소리를 질러?" 




쏘아보는 대성의 눈에 불빛이 이글거렸다. 그 불빛 속에 경연의 모습이 언뜻 스쳐 지나갔다. 예령은 울렁거리는 가슴을 제어하지 못해 소파의 끝 자락을 움켜 쥐며 숨을 몰아 쉬었다. 




"왜 그래?" 




"잠시만 요.....잠깐만 요." 




"????" 




"내 이름이.....내 이름이....예령이....예령이예요. 내가 ......내가.....지금....열 여덟이예요......내 고향이....고향이...목포예요." 




"뭐???뭐???뭐라구??? 예령이? 열 여덟? 목포? 그래서????그래서? 응?" 




벌떡 일어나 쏜살같이 에령의 앞으로 다가와 그녀의 어깨를 왈칵 움켜 쥔 대성의 손이 파르르 떨렸다. 




"더 얘기 해봐. 뭐가 어떻다구?" 




주르륵 눈물 방울이 예령의 볼을 타고 내렸지만 예령은 대성이 움켜 쥔 어깨가 더 아팠다. 




"이거 놓으세요. 놓고 말해요." 




무의식 중에 움켜쥔 대성의 손을 떼어 놓으며 예령은 대성의 눈을 다시 쳐다 보았다. 대성의 눈에도 어느샌가 눈물 방울이 맺혀 있었다. 




"목포가.....목포의 어떤 고아원이....집이었고.....내가 예령이며......내 나이가 열 여덟이라는 것...그리고.....고아원 원장의 첩이 되기 싫어서 도망쳤고 그 원장이 보낸 깡패들이 나를 잡아가려는 것을 그 학생이 구해줬으며....갈곳이 없는 나를 그 학생이 자기 집에서 살게 해줬고 그 집에 살았던 지난 몇 달간.....아니 어제까지만 해도 난 행복했다는 것, 내가 아는 것은 그것 뿐이예요." 




"고아원? 언제부터? 몇 살에?? 그리고...네 성은 뭐야?? 또 그 고아원 이름이 뭐야? " 




"유씨요. 유예령....아마 그 원장이...원래 천예령이었는데....어느날인가....호적에 엄마 성으로 올렸다고 한 것 같았어요. 다른 것은 몰라요. 철이 들어서 그곳이 고아원인 것을 알았을 뿐이죠. 그 고아원 이름이 해성 고아원이예요. 어렴풋한 기억은....내가 유치원 나이 또래 쯤일 때 까지 엄마일 것 같은 여자가 예쁜 한복을 입고 종종 그 고아원에 와서 원장 아버지를 만나고 갔고 그 뒤 며칠 동안 내가 다른 애들보다 더 원장 아버지가 예뻐하곤 그랬어요." 




".........." 




상하 입술을 앙 다문 대성의 눈에 다시 핏발이 서렸다. 파르르 떨리는 손으로 담배를 뽑아서 입에 문 대성이 불을 붙히고 연기를 한 모금 내 뿜으며 책상위에 붙은 부져를 눌렀다. 




"예, 회장님." 




눈을 감은 체 하염없이 담배 연기를 뿜어내던 대성이 나직히 입을 열었다. 




"이 애....내 보내고..." 




"예, 회장님." 




굳게 감은 눈을 뜨지도 않고 무거운 목소리로 지시하는 대성의 지시에 용호가 눈을 깜빡거리며 지시하자 같이 들어온 사내가 예령의 팔을 잡았다. 그 팔을 뿌리치며 예령이 발딱 몸을 일으키자 대성이 벌컥 소리를 질렀다. 




"그 애 몸에 함부로 하지마!!" 




흠칫 놀란 용호와 사내가 갑자기 굳어졌다. 




"우선 잠시 나가 있어라. 내 용호에게 할 말이 있다." 




갑자기 온화해진 목소리로 예령에게 말했으나 대성은 감은 눈을 끝내 뜨지 않았다. 




예령은 돌변한 대성의 태도를 의아하게 생각하며 문을 밀고 밖으로 나왔다. 언제부터인지 바깥 사무실은 말끔하게 치워져 있었고 도열한 사내들이 예령을 향해 허리를 굽혔다. 




"용호야." 




"예, 회장님." 




"너는 나를 알지?" 




"???" 




"내가 그동안 얼마나 내 가족을 찾아왔는지......" 




"예, 회장님." 




고개를 숙인 용호가 눈을 크게 뜨고 대성을 쳐다 보았다. 




"가까운 곳에 깨끗한 집을 하나 알아봐서 살게 하고.......빠른 시간에...." 




"예, 회장님." 




"아이들에게 각별히 지시해라. 누구도 그 어떤 놈도 저 애 몸에 손 끝 하나라도 대면 죽는다고......" 




"예, 회장님." 




"그리고....목포에....해성 고아원이라고 있다. 빠른시간에 거기 원장 놈을 잡아 오든지....아니면 유예령의 자료를 찾아오너라. 아니지...그 자료와 함께 원장 놈을 잡아오는 것이 더 빠르겠다." 




"예 회장님." 




"나가 봐. 어서. 시간은 빠를 수록 좋아." 




"예, 회장님." 




문을 밀고 용호와 사내가 나가자 대성은 다시 몸을 소파 깊숙히 묻었다. 




"바보 같은 놈, 지 딸인지도 모르고.....그렇게 초연의 애처러운 눈빛이 아른거렸건만....병신 같은 놈. 이제 내가 저 애의 눈을 어찌 본단 말인가?" 




"아니지....아닐 수도 있어.....아니야. 천예령이었다잖아? 그럼? 그 애 애미인 초연은? 죽었을까?.....모르겠다. 모르겠어. 아니야. 틀림없어. 저 애가 내 딸이야...." 




"으으으허허허헝" 




맹수의 울음 같은 통곡소리가 대성의 방에서 터져 나왔다. 영문을 알 수 없는 사내들은 더욱 몸을 움추리며 예령의 눈길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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