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天上)의 향기 - 60부
본문
천상(天上)의 향기 60(영장평원의 혈투)-11
일사일행이 많이 지친 모양인지 꾸벅꾸벅 졸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안심할 수 없다. 일사가 아직 잠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백발염라는 아군이 잠들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맹수를 잡기 위해서는 끈기가 필요하다. 밤이 깊어진다. 하늘에 떠있던 달이 서서히 모습을 감추고 붉은 빛이 영장평원을 붉게 물들인다. 새벽이 다가오는 것이다. 이제 일사도 잠든 모양이다. 일사의 고개가 떨어졌다. 백발염라는 흑풍대에 신호를 보내고 최대한 조심스럽게 아군일행에게 접근했다. 백발염라가 다시 신호를 보내 흑풍대를 멈추게 했다. 너무 가까이 접근하면 일사에게 들킬 염려가 있다. 흑풍대 중 궁수들이 화살을 준비했다. 그들이 준비하는 화살촉은 푸른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화살촉에 극독을 바른 것이다. 일사일행과의 거리는 멀리 않다. 이정도 거리에서 화살을 날린다면 아무리 십이사라도 피하지 못할 것이다. 궁수들의 화살이 준비되자 백발염라의 손이 내려갔다.
“피우~~ 피우~............피우~........피우~”
붉은 빛으로 붉게 물든 하늘에 수백 개의 화살이 날아올라 졸고 있는 아군일행에게 날아간다. 아군은 잠결에 공기가 찢어지는 날카로운 소리를 펴듯 정신이 차렸다. 등줄기에 싸늘한 살기가 느껴진다. 아군은 고개를 돌려보았다. 붉게 물든 하늘에 수십개의 화살들이 벌때처럼 날아오고 있다.
“헉~~ ”
아군은 벌떡 일어나며 방탄강기를 끌어올린 사이도 없이 맨손으로 화살들을 막았다. 하지만 화살이 날아온 거리가 너무 가깝고 속도가 빠른 뿐더러, 그 숫자가 어마어마해서 손으로 막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아군은 손으로 안되자 몸으로 화살들을 막았다. 화살들이 금강불괴인 아군의 몸을 뚫지 못하고 바닥에 떨어진다. 하지만 아군이 몸을 날려도 모든 화살을 막을 수는 없었다.
“아악~~”
“아~~”
두 발의 화살이 궁아라의 등에 박히고, 한발의 화살이 수혜의 어깨를 뚫어버린다. 궁아라와 수혜도 무기를 빼고 자리에서 일어나 화살을 막았다. 하지만 화살이 꼽힌 궁아라나 수혜의 움직임 둔하다. 움직일 때마다 통증이 전해오기 때문이다. 아군은 궁아라와 수혜가 다친 것을 보고 불같은 분노가 치밀었다.
“아가씨~.........누님~............이놈들~ 용서하지 않겠다.”
아군의 몸이 황금색으로 물들었다. 십성의 수라기를 끌어올린 것이다. 황금색으로 빛나는 아군이 흑풍대을 향해 날아갔다.
“궁수들 후퇴..........돌격대........돌격하라. 놈을 막아.”
백발염라의 명령에 수십 명의 흑풍대가 검을 들고 아군을 향해 진격했다. 흑풍대는 배화교가 중원정복을 위해 준비한 5개 부대 중 하나로 개개인이 웬만한 문파의 당주급에 해당하는 무공을 익히고 있었다. 하지만 상대는 십이사의 우두머리인 아군이다. 더구나 아군은 두 눈이 붉게 물든 만큼 분노한 상태였다.
“수라마령신공 벽파(劈破)~”
아군의 팔에서 황금색으로 빛나는 강기가 달려오는 흑풍대를 향해 날아간다. 달려오던 흑풍대는 진형을 이루어 힘을 합쳐 아군의 공격에 대응했다.
“쾅아아아아앙~”
“크아아악~”
“크악~”
거대한 폭음과 함께 흙 먼지가 피어오르고 흑풍대가 있던 자리에 거대한 구덩이가 생기며 그곳에 있던 흑풍대는 갈가리 찢어져 사방으로 튀어나간다. 십성의 수라마령신공은 더 이상 인간의 무학이 아니었다. 백발염라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 버린다. 일사의 무공이 대단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정도 일줄은 몰랐다.
“궁........궁수들 쏴라..........저놈을 고슴도치로 만들어 버려.”
뒤로 물러났던 궁수들이 아군을 향해 화살을 날리니 수십 개의 화살이 아군을 향해 날아온다. 하늘위에 떠 있던 아군이 가슴을 손을 모으고 한바퀴 회전하다가 앞으로 쭉 내밀었다.
“도(挑-휘다), 접(接-붙이다)”
아군을 향해 날아왔던 화살들이 아군이 만든 강기에 의해 방향을 바꿔 궁수들을 향해 날아간다. 아군이 수라마령신공의 도결로 화살들의 날아오는 방향을 바꿔 접결로 궁수들에게 화살을 날린 것이다. 궁수들은 자신들이 날린 화살들이 반대로 자신들에게 날아오자 어찌할 바를 모르고 도망치기 급급했다. 그들은 화살촉에 극독이 발라져 있어 스치기만 해도 죽음을 면치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도망쳐~~~ 크아아악~~"
“크아아악~”
“크으~ 아~ 아아아아악~”
끔찍한 비명소리가 절벽위에 메아리친다. 화살을 맞은 궁수들의 몸이 진흙처럼 흐물흐물 흘러내리더니 뼈조차 남기지 못하고 푸른 독물로 변하며 내지르는 비명소리다. 아군이 흑풍대의 중앙으로 떨어지며 밑에 있는 두 명의 흑풍대의 머리를 천근추 신법으로 밟아버린다.
“우두두두둑~”
“크아아악~”
뼈가 부러지는 끔찍한 소리가 들리고 두 명의 흑풍대 다리가 땅으로 파고 들어가고 머리가 터지며 하얀 뇌수가 사방으로 튀어나간다. 아군이 내려서자 두 자루 검이 아군의 등을 향해 날아왔다. 아군은 등으로 날아오는 검을 무시하고 앞에 있던 두 명의 가슴에 주먹을 날리니 주먹은 무사들의 가슴을 관통하고 등판으로 삐져 나온다.
“크윽~ 컥~~ 컥~~”
“깡~ 깡~”
아군을 공격했던 두 자루 검은 아군의 몸에 이르지도 못하고 방탄강기에 튀겨나간다. 아군은 가슴을 관통당하고 붉은 피를 토하고 있는 무사들의 팔을 비틀어 검을 빼앗았다.
“인의천검류~”
아군의 손에 들린 검이 금색으로 물들다가 부르르 떨리더니 수라기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터져버리며 사방으로 파편이 날아갔다.
“크아악~~”
“크악~”
아군의 주위에 있던 무사들은 검의 파편에 의해 가슴과 머리등에 동전만한 구멍들이 뚫려버린다. 아군은 나머지 한 자루 검으로 비틀거리는 무사들을 하나도 남김없이 베어버린다. 이건 싸움이 아니다. 이것 도륙(屠戮)이다. 백발염라는 턱이 탁탁~ 부디 칠 정도로 공포에 떨고 있었다. 일사는 인간이 아니다. 일사는 악마였다. 일사 일행을 공격했던 삼백 명의 무사 중에서 지금까지 살아남은 무사는 백 명도 되지 않는다. 잠깐 사이에 삼백명 중 이백명의 무사들이 아군에게 도륙당한 것이다.
“후........후퇴.”
백발염라는 흑풍대에게 후퇴하라고 명령했다. 하지만 그의 말은 너무나 미악해서 흑풍대의 귀에 들어가지 않았다. 한편 궁아라와 수혜는 몸에 펴지기 시작한 극독을 참으며 힘들게 버티고 있었다.
“아~ 수혜님은 어때요.”
“모르겠어요. 속이 타는 느낌입니다. 이게 뭐죠.”
“흑풍대 놈들이 화살에 독을 바른 모양입니다.”
“독?........그런데 바........방금 뭐라고 하셨죠.”
“흑풍대가 화살에 독을 발랐다고 했어요.”
“우릴 공격한 놈들이 흑풍대가 확실해요.”
“확실해요. 놈들의 복장을 보면 무림맹 놈들이 아닙니다. 저 복장은 흑풍대가 중원무림에서 활동할 때 입는 복장입니다.”
“흑풍대..........흑풍대.”
수혜가 자신의 손으로 어깨에 박힌 화살을 뽑아버리니 살덩이가 엉겨 붙은 화살이 뽑혀지며 어깨에서 피가 솟구친다.
“그냥 뽑으면 어떻게........”
궁아라는 수혜의 어깨에 있는 혈도를 눌려 피를 멈추게 했다. 화살을 뽑은 수혜가 앞으로 달려가려 했다.
“안돼요. 지금 움직이면 위험해요. 우린 지금 독에 중독된 상태에요.”
“놔요. 저놈들은 세가의 원수들 입니다.”
수혜는 궁아라의 손을 뿌리치고 흑풍대에게 달려갔다. 궁아라도 할 수없이 등에 박힌 화살을 뽑아내고 수혜의 뒤를 따른다.
“합~ ”
수혜의 손에 들린 검에 하얀 강기에 쌓이고 검이 일자나 늘어나더니 흑풍대를 향해 하얀 그림자들을 토해낸다.
“크아아악~~”
“검강이다 피해...........크악”
흑풍대는 아군 하나도 벅찬 상황에서 수혜까지 공격에 가담하니 손도 써보지 못하고 붉은 피를 대지에 뿌린다. 흑풍대 중 일부가 도망치기 위해 공중으로 도약한다. 하지만 그들에게 두 자루 단검이 날아와 심장을 쪼개버린다. 궁아라가 파사혈검을 펼친 것이다.
“으~~ 도망쳐.........도망쳐.”
백발염라는 그나마 남아있는 십여 명의 무사들과 함께 필사적으로 도망간다. 아군은 백발염라 일행을 향해 수라마령신공의 벽결로 권을 날려버린다.
“쾅아아아앙~”
“크아아악~~~”
“크윽~”
도망치던 무사들이 갈가리 찢어지며 살덩이들이 사방으로 튀어 나간다. 하지만 아군의 권을 피해 도망치는 놈도 있었다. 바로 흑풍대의 대장인 백발염라였다.
“거기 서라.”
“아군 멈춰~”
백발염라를 쫒아가려는 아군을 궁아라가 저지했다. 수혜는 주위를 둘려보다가 더 이상 움직이는 놈들이 없자 바닥에 주저앉았다. 아군은 수혜에게 달려왔다.
“아가씨.........아가씨.........”
“헉~ 헉~ 다 죽은 거야.”
“예~ 한 놈을 놓쳤지만 다른 놈들은 모두 죽었습니다.”
“헉~ 헉~ 흑풍대 놈들은 한 놈도 남김없이 죽어야 해.”
“알겠습니다. 그놈은 제가 꼭 처리하겠습니다. 아가씨~ 많이 다친 겁니까?”
아군이 수혜를 걱정스러운 눈으로 지켜보는데 궁아라도 바닥에 주저앉는다. 무리하게 내공을 끌어올려 독이 급속도록 펴진 것이다.
“헉~ 헉~ 수혜님 독을 한곳으로 몰아요. 아군 우릴 지켜줘~ 우린 극독에 중독 됐어.”
“도..........독~.........누님도 중독 된 겁니다.”
“둘 다 중독 됐어. 호법을 부탁해. 수혜님도 서두르세요."
궁아라는 눈을 감고 내상요법에 들어갔다. 수혜도 궁아라와 마찬가지로 반듯하게 앉은 다음 내공으로 독을 한곳으로 몰아넣기 시작했다. 아군은 초조한 심정으로 수혜와 궁아라를 보녀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들이 다친 것이 모두 자신의 잘못 같다. 자신이 지켜주겠다고 큰소리치지 않았는가? 그런데 이게 무엇인가? 궁아라와 수혜는 화살을 맞고 독에 중독까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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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위의 상황과는 상관없이 새벽이 되자 오향의 무사들이 도치일행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오향의 무사들 중 궁수들이 선두에 나서 활에 화살을 메긴다. 화살을 준비하는 무사는 600명이 넘는다. 그들은 1조에서 6조까지 조를 만들어 순서대로 도열했다.
“제1조 준비...........발사~”
“제2조 준비...........발사~”
제1조부터 제6조까지의 화살이 도치일행을 향해 날아갔다. 도치와 사우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모두 일어나. 공격이 시작됐어.”
“빌어먹을 자식들 드디어 시작했군.”
나머지 일행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늘이 화살들로 가득하다. 화살들은 마치 가을철 메뚜기 같이 하늘을 까맣게 메우며 도치일행에게 날아왔다.
“후퇴.......모두 영장평원의 입구로 후퇴해요.”
마수가 부체로 날아오는 화살들을 쳐내며 장기를 부축하고 영장평원 입구 쪽으로 달렸다. 마수의 앞에는 이막수와 유미림이 있었고, 가장 후미에는 사우와 도치가 화살들을 막으며 후퇴하고 있었다.
“악무룡......곽지향은 내가 부축해라. 나도 나서야겠다.”
“알았어요. 제가 부축하죠.”
악무룡은 곽지향을 부축했고, 금막비는 품속에서 작은 원반을 꺼냈다. 금막비가 드디어 사천당의 비밀병기인 유성우를 꺼내든 것이다.
“나도 나선다.”
“도와주겠다면 선두를 맡아요. 이곳은 우리 둘이 충분해요.”
도치가 도끼를 화살들을 막으며 소리쳤다. 금막비가 보기에도 후미 보다는 선두가 힘들 것 같다. 그는 선두로 달려갔다.
“유미림님은 부상자들을 보호해 주세요. 이곳은 제가 맡도록 하겠습니다.”
“괜찮아요.”
“미림아. 그렇게 해. 빨리.”
이막수의 말에 유미림은 마지못해 중간으로 빠진다. 이막수는 사랑하는 유미림이 위험한 선두보다는 중간에서 부상자들을 보호하는 편이 안전하다고 생각했다. 유미림도 이막수의 마음을 알기에 군소리 없이 물러난 것이다. 금막비는 손에 들고 있던 원반에 튀어나온 단추중 하나를 두르니 원반 주위로 날카로운 톱니바퀴가 튀어나온다.
날수서생이나 무극심검은 전투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역시 화살로는 십이사 놈들을 처리할 수 없다. 수천발의 화살을 날렸지만 놈들에게 상처하나 주지 못하고 있다.
“저놈들이 어디로 가고 있는 거죠. 혹시 도망치려고 하는 것은 아닐까요.”
“놈들이 영장평원 입구 쪽으로 도망치고 있어요. 아무래도 도망칠 속셈인 모양입니다.”
“잡아야 합니다. 놈들을 놓치면 안 됩니다.”
“잡아야죠........후환을 남기면 안 됩니다.”
“전군 놈들을 추적하라. 놓치면 안 된다. 모두 놈들을 향해 돌격하라.”
향주들의 명령을 받은 오향의 무사들이 일제히 도치일행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오향의 무사들은 사기가 올랐다. 무시무시하던 십이사 놈들이 도망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십이사 놈들에게 죽은 동료들의 복수를 하기 위해 도치일행을 필사적으로 추적하는 것이다. 개미 때처럼 몰려가는 오향무사들의 발자국소리가 영장평원에 울려 펴지며 땅에 쌓인 눈들이 들썩거리다가 공중으로 날아오른다. 오향의 무사들이 도치일행이 머물던 장소를 지나고 있었다.
“흡~ 이게 뭐야.........크윽~~”
선두가 지나가고 잠시 후에 도착한 무사들이 목을 붙잡고 쓰려지며 흐물흐물 녹아내린다. 곽지향이 매설한 극독이 눈과 함께 날아올라 오향무사들을 중독 시킨 것이다.
“독이다.........피해라.”
하지만 오향이 무사들이 독의 존재를 알았을 때는 이미 수십 명의 무사들이 중독된 다음이었다. 백여 명의 무사들이 차가운 대지에 녹아내린다. 하지만 오향 무사들의 추적은 멈추지 않았다.
“윙이이이이익~”
무섭게 회전하는 유성우가 도치일행을 가로막는 무사들을 향해 날아간다. 오향의 무사들은 원반을 막기 위해 검으로 내려쳤다. 하지만 원반은 검을 자르고 무사들의 목을 베어버린다. 한바퀴 회전한 원반이 금막비의 손으로 돌아온다.
“그게 뭐죠. 무서운 암기군요.”
“유성우라는 암기죠. 조심해요.”
금막비의 소리에 이막수가 머리 위로 떨어지는 무사의 다리를 베어버린다. 양쪽 다리가 잘린 무사는 바닥에 떨어져 꿈틀거리니 이막수가 무사의 목을 밟아 버린다.
“우두둑~”
“갑시다.”
도치의 도끼에서 일어난 강기가 땅을 가르며 날아가 달려오던 무사들을 반으로 쪼개버린다. 사우의 도가 거대한 반원을 그리니 사우의 앞으로 달려오던 무사들의 허리가 동강나면 피를 뿌린다.
“달려요.........조금만 더 가만 협로입니다.”
마수의 말에 도치일행은 힘을 얻고 속도를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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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장평원에서 도치일행과 오향무사들과의 싸움이 한창일 때 영장평원의 초입에 두 명의 사내가 나타났다. 한 명은 곰처럼 거대한 체구을 가지고 있고, 한명은 여자처럼 희고 고운 얼굴과 호리호리한 몸매를 가진 사내였다. 바로 천마마련을 뛰쳐나온 초벽하와 거패가 영장평원에 도착한 것이다.
“거패. 이거 무슨 소리지. 싸우는 소리 아니야.”
“예~ 함성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것으로 보아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 모양입니다.”
“혹시 십이사가 싸우고 있는 거 아닐까? 아~ 어떻게 혹시 우리가 늦은 것은 아니겠지. 거패 빨리 가자.”
“안됩니다. 잘못하면 우리까지 싸움에 말려듭니다.”
“바보야~. 우리는 십이사를 돕기 위해 이곳에 온 거야.”
“무조건 안 됩니다. 저는 무슨 일이 있어도 아가씨를 보호해야 합니다.”
“거패가 안가면 혼자라도 가겠어.”
초벽하가 혼자서 협로로 들어서라하자 거패가 앞을 막는다.
“은마마령대가 도착할 때까지 기다리세요. 늦어야 한시진 안에 도착합니다. 그들과 함께 가세요. 그럼 저도 말리지 않겠습니다.”
“안돼~ 군랑이 위험하단 말이야.”
초벽하는 거패를 돌아서 협로로 달려갔다. 거패는 아가씨를 잡으려다가 머리를 긁적거린다. 감히 아가씨를 잡을 용기가 없는 것이다.
“아가씨.........아가씨.........같이 가요.”
거패도 초벽하를 따라 협로로 들어선다. 그때 도치일행이 협로로 들어서는 모습이 보인다. 선두에 부상자들을 부축한 악무룡과 곽지향 일행이 보이고, 그들 후미에는 거대한 도끼를 든 도치와 도를 든 사우 등이 보인다. 협로에 들어선 도치 일행은 선두에 있던 이막수와 금막비까지 후미로 가서 오향을 무사들을 상대하고 있었던 것이다. 초벽하가 악무룡이 부축하고 있는 곽지향 보았다.
“지향님이야.........거패 가자.”
초벽하는 곽지향을 향해 달려갔고, 거패는 등에서 거대한 도를 빼내 손에 들고 초벽하의 옆을 따른다. 곽지향도 초벽하와 거패를 보았다. 부상자들을 보호하던 유미림이 체직으로 달려오는 초벽하를 공격하려 했다.
“멈추세요. 저분은 천마마련의 초하벽공자님입니다. 적이 아닙니다."
곽지향은 초벽하를 초하벽으로 알아본다. 초벽하가 초하벽으로 변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향언니..........지향언니.”
“하벽님 도망쳐요. 이곳으로 오시면 안 됩니다.”
곽지향이 말이 끝나기 전에 초벽하는 곽지향의 겉으로 다가왔다.
“거패 너는 저분들을 도와줘~”
초벽하의 명령은 받은 거패는 초벽하의 겉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거패에게는 다른 사람의 안위 따위는 관심이 없다. 오직 아가씨만 지켜드리면 되는 것이다. 곽지향이 초벽하 일행과 함께 후퇴한다.
“하벽님이 이곳은 어떻게 오셨죠. 설마 절 돕기 위해 천마마련이 출동한 겁니까?”
초벽하는 아군을 찾고 있었다. 아군의 모습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군랑........군랑은 어디 있죠.”
“예? 군랑이라니 누구 말씀하시는 거죠.”
“아군..........아군 말이에요.”
“아군이라면 일사님..........일사님은 이곳에 없어요. 아마 반대쪽 협로에 있을 겁니다.”
“예? 반대쪽..........그럼 뭐해요. 빨리 군랑을 구하려 가요.”
곽지향은 초하벽이 동문서답을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그는 무슨 이유로 이곳에 온 것일까? 왜 아군을 찾는 것일까? 하지만 지금은 그런 질문을 할 시간도 없다.
“일단 저희들을 따라 오세요. 저희들도 곧 반대쪽으로 갈겁니다.”
초하벽 일행도 도치일행과 합유한다. 초벽하는 악무룡 대신 곽지향을 부축했다. 악무룡은 절벽을 살펴보았다. 이곳이 벽력탄을 매설한 절벽이다.
“마수 다 왔다. 바로 이곳이다.”
“그럼! 조그만 더 후퇴해서 놈들을 끌어들인 다음 벽력탄을 터트려 버리세요.”
악무룡은 품속에서 벽련탄을 꺼낸다. 그때 마수에게 의지하고 장기가 손을 내밀었다.
“뭐야.”
“벽력탄을 터트리는 것은 제가 하겠습니다.”
“부상당한 몸으로 무리야.”
“저에게 맡겨 주세요. 저도 여러분에게 도움을 드리고 싶어요.”
악무룡은 장기를 보았다. 장기는 간절한 눈빛으로 자신을 보고 있었다. 악무룡은 벽력탄을 장기에게 넘겨주었다. 장기의 간절한 눈빛을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제 조금만 더 가면 협로가 끝났다. 이제부터 다시 돌격해야 한다.
“지금입니다. 돌격. 앞으로 돌격하세요~”
마수의 말에 도치의 도끼와 사우의 도가 엄청난 강기를 토해내며 앞으로 달려오던 무사들을 베어버리고, 도치와 사우의 공격을 피한 무사들에게 금막비의 유성우와 이막수의 단검이 날아가 베어버린다. 오향의 무사들이 당황하는 사이 금막비와 이막수가 선두로 치고 나가고 나머지 일행은 금막비와 이막수의 뒤를 따라 오향무사들의 무리 속으로 돌진했다. 얼마나 갔을까? 마수에게 의지하고 있던 장기가 마수의 팔을 뿌리치고 후미로 쳐진다.
“장기형님~ 장기형님~”
“가라........빨리 가~ ”
장기가 공중으로 솟구친다. 장기는 밑에 있는 무사들을 향해 빙백장을 날리고 손에 들고 있던 벽력탄 두개를 양쪽 절벽을 향해 힘껏 던졌다.
“형님~~”
“가~ 빨리 도망쳐~ 마수아~ 나머지 십이사들에게 고마웠다고 전해줘~”
장기가 힘을 다했는지 바닥으로 떨어진다. 장기는 마지막 힘을 몰아서 밑에 있는 오향의 무사들에게 장을 날리니 주위에 있던 무사들이 차가운 얼음덩어리로 변하며 쩍쩍 갈라진다. 벽련탄이 날아간다.
"벽력탄이다.........얻드려."
오향의 무사들 중에서 장기의 손을 떠난 벽력탄을 발견한 무사가 있는 모양이다. 오향의 무사들은 벽력탄에 몇번 당해 보았기 때문에 벽력탄이 얼마나 무서운 화기인지 알고 있다. 그들은 벽력탄을 보고 바닥에 엎드렸고,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도치 일행이 전속력으로 협로를 빠져나갔다.
“콰아아아아아앙아앙~~..........콰앙~.............콰아아아앙~”
"콰아아아앙~”
절벽에 매설된 벽력탄들이 연속으로 터지며 양쪽 절벽이 무너진다. 오향의 무사들 중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다.
“절벽이 무너진다. 도망쳐라.”
오향의 무사들은 자신들을 향해 떨어지는 거대한 바위덩어리들을 보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달려요..........무조건 앞만 보고 달리세요.”
마수의 눈에 눈물이 흐른다. 그는 전력을 다해 협로를 달렸다.
“거패........곽지향을 안아.”
거패는 초벽하의 명령에 곽지향을 안았고, 도치 일행은 바위가 떨어지는 협로를 지나기 위해 전속력으로 달려갔다.
장기는 자신의 머리위로 떨어지는 바위를 보고 있었다. 이제 나이 24살........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세월이다. 장기는 바위를 피하지 않았다. 자신은 이곳에서 오향의 무사들과 뼈를 묻기로 했다. 자신은 다른 십이사들에게 짐만 될 뿐이다. 이렇게 멋지게 오향의 무사들과 함께 가는 것이 장기가 선택한 길이였다. 장기는 눈을 감았다. 이제 편안해 질 것이다. 싸움도 없고, 다툼도 없는 세상으로 가는 것이다.
“콰앙~~”
장기의 머리 위에 거대한 바위가 떨어진다. 엄청난 양의 바위들이 오향무사들을 향해 떨어진다. 오향의 무사들은 절벽이 무너질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그들은 떨어지는 바위들을 피하려 했지만 좁은 협로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기 때문에 피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도치일행은 그 사이를 놓치지 않고 협로를 벗어난 것이다
ps : 오늘로써 60부네요.........이거 언제 끝나나.........영장평원의 혈투나 끝내든지 해야지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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