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SF

천상(天上)의 향기 - 79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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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天上)의 향기 79(설비(雪匕)의 비밀)-4




기화요초가 우거진 화원에 바퀴달린 의자에 앉은 여인과 그녀의 뒤에서 의자를 밀어주고 있는 여인이 있었다. 의자에 앉은 여인은 이제 잘해야 18세 정도로 보이는데 평생 한번도 햇빛 한번 못 본 사람처럼 피부가 투명할 정도로 하얀고 핏기가 없는 것이 무척이나 병약해 보인다. 다만 입술이 가늘고 분홍색으로 빛나고 오뚝한 콧날과 심연처럼 깊고 검은 눈동자가 그녀를 무척이나 신비하게 보이게 했다. 의자에 앉은 여인은 화원에 핀 꽃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며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고, 그녀의 뒤에서 의자를 밀어주는 여인은 무언가 불안한 표정으로 의자에 앉은 여인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그녀를 보라. 과연 그녀가 사람인가? 눈처럼 하얀 피부와 밤하늘의 별처럼 빛나는 눈동자, 초승달처럼 아름답게 휘어진 검은 눈썹, 약간은 도톰하고 윤기가 흐르는 붉은 입술, 박속같이 하얀 치아, 달걀형으로 보이는 윤곽 등 그녀는 인세의 사람이 아닌 천상의 여인 같았다. 보이기에 따라서는 근접하기도 힘들 정도로 근엄하게 보이고, 어머니처럼 친근하게도 보인다. 하지만 그녀를 보고 느끼는 첫 감정은 성스러운 아름다움이다.




“아가씨 바람이 차요. 그만 들어가요.”


“쿨럭~ 쿨럭~.........조금만 더.......조금만 더 있다가자.”


“휴~ 알았어요. 그럼 조금만 더 있다 가요.”




의자에 앉아 있던 여인은 잠시 기침을 하다가 다시 하늘을 올려다본다. 그녀들이 있는 화원은 사시사철 봄과 같은 기온을 유지하는 곳이라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없는 곳이다.




“란~ 조그만 있으면 봄이 되겠지.”


“예~ 원단이 지난 것이 어제 같은데 벌써 시간이 이렇게 지났네요.”


“란아~ 내가 올해를 넘길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아가씨! 그런 말씀하지 마세요. 잘 견뎌오셨잖아요. 왜 약한 말씀을 하세요.”


“올해로 19살........정해진 운명대로라면 올해가 내 삶의 마지막이 될 거야.”


“아가씨가 정해진 운명이란 없다고 하셨잖아요. 자신의 의지와 노력으로 개척할 수 있다고 하셨잖아요. 그런데 왜 그런 말씀을 하세요.”


“란.......너는 천기를 읽을 수 있다는 것이 가끔은 불행하다고 느낀 적 없니.”


“왜요. 천기에 아가씨가 올해를 넘기지 못한다고 해요.”


“그런 건 아니야. 나 같은 하찮은 인간의 운명을 하늘이 알려주시겠어. 다만 앞으로 일어날 일을 미리 알 수 있다는 거........결코 좋은 일만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글쎄요. 남들이 지니지 못한 능력을 지녔으니 행복해야 하지만........세상일이란 것이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법이죠.”


“호호호~ 이제 란이가 제법 어른스러운 말도 할줄 아네. 하긴 따지고 보면 란이와 한살차이밖에 안 나지.”


“제가 무슨..........아직 멀었어요. 아가씨에게 배울 것이 아직도 많은 걸요.”


“나는 더 이상 가르칠 것이 없어. 란이는 이미 나를 뛰어 넘었어.”


“무슨 말씀이세요. 제가 어떻게..........아가씨에 비하면 한참 멀었죠.”


“란이는 이미 제가세가의 모든 것을 이어받았어. 이제 제갈세가는.......”


“그만........이제부터 저보고 제갈세가를 책임지라는 말씀은 하지 마세요. 저는 아직 아가씨에게 배워야 할 것도 많고 부족한 것도 많아요. 그런 이야기는 그만하시고.......최근에 천기가 혼란스럽던데.......아가씨는 무슨 일이지 아시겠어요.”




란은 일부러 화재를 다른 곳으로 돌린다. 의자에 앉은 여인은 입가에 엷은 미소를 짓더니 란이를 돌아본다.




“란이가 날 시험하려하는구나. 이미 너도 짐작하고 있잖아.”


“제가 감히 어떻게 아가씨를 시험해요. 천강성의 기운이 강해지고 천강성 주위로 별들이 모여들고 있다는 것은 알겠는데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모르겠어요. 그래서 여쭈어보는 겁니다.”


“천강성이 드디어 하늘로 비상할 준비를 하는 거야. 그리고 천강성의 겉으로 모여드는 별들은 천강성을 돕는 영웅호걸들이라 보면 돼.”


“천강성이 비상(飛上)한다?.......그럼 그동안 잠자고 있던 천강성이 무림에 나타났다는 말씀이세요.”


“천기대로라면 천강성은 작년에 무림에 출사했어.”


“아가씨는 천강성의 기운은 받은 사람이 누구인지 아시나요.”


“글쎄. 최근 무림에 신진고수들이 대거 등장했어. 소림의 홍인, 무당의 현원자, 화산의 화원명 그리고 칠대세가의 후지기수들도 하나둘 모습을 드려내고 있지.”


“그럼 그들 중에 한명이 천강성이라는 말씀이세요.”


“아니 천강성을 자세히 살펴보면 붉은 빛을 뿌리고 있어. 잘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천강성이 아니라 천살성으로 오인할 정도지. 천강성을 운명을 타고난 사람이 백도 무림의 인물이라면 그렇게 진한 살기를 풍기지는 않을 거야. 다시 말하면 천강성은 백도 무림인이 아니라 마도나 사도 인물일 가망성이 많아.”


“큰일이군요. 천강성이 마도나 사도 인물이라면 무림이 피에 잠기겠군요.”




란의 걱정스러운 말에 의자에 앉은 여인은 피식 웃더니 말을 이어갔다.




“란아.........내가 왜 인피면구를 쓰는 걸 포기했는지 알지.”


“갑자기 무슨 말씀인지.........면구를 쓰는 것이 건강에 좋지 않고.........또.......그러니까?”


“그냥 말해. 란이가 갑자기 변한 이유도 있지만 너무나 아름답기 때문에 면구 만드는 장인이 면구 만드는 것을 포기했잖아. 내가 면구를 벗은 것에는 또 한 가지 이유가 있어. 아무리 껍질을 뒤집어쓰고 속이려 해도........언젠가 진실은 밝혀지는 법이야. 천강성도 마찬가지야. 천강성은 마(魔)를 멸하고 세상의 질서를 바로잡은 별이야. 천강성의 운명을 타고난 사람이 마도에 속해있던 사도에 속해있던 상관없어. 왜~ 그는 본질적으로 천강성의 운명을 타고난 사람이기 때문이야.”


“음~...........본질은 변하지 않는다는 말씀이죠. 그래도 마도나 사도에 속한 인물이 천강성이라면 백도 무림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되지 않을까요.”


“백도 무림에는 네가 있잖아. 천강성이나 천귀성이나 둘 다 하늘의 운명을 타고난 사람들이야. 그리고 이런 말 하면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난 천강성의 운명을 타고난 사람이 백도 무림 보다는 흑도나 사도 무림에 속한 인물이길 바라고 있어.”


“그건 무슨 말씀이죠. 제갈세가는 백도에 속해 있잖아요. 왜~ 천강성이 흑도 무림인이 좋다고 생각하시죠?”


“천마성의 운명을 타고난 사람이 몰고 올 혈겁(血劫)은 50년 전 은하대평원의 혈겁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거야. 그런데 한심한 백도무림인들은 이런 사실도 모르고 오로지 자신들의 사리사욕(私利私慾)을 체우는 데만 급급하고 있어. 40년 동안 너무 안일하게 살았기 때문이지. 반대로 흑도 무림인들은 40년 전 정사대전이후 와신상담(臥薪嘗膽)하며 힘을 키워왔어. 그들이 나서지 않은 이상........천마성이 몰고 올 혈겁은 막지 못할 거야.”


“그래요?.......아가씨는 마치 천강성이 누구인지 아시고 계신 듯한 말투네요.”




란의 말에 의자에 앉은 여인은 빙그레 웃는다.




“란아.........우리말이야. 무림으로 나가보지 않으려.”


“예? 무림이요?........안돼요. 이곳을 떠나면 아가씨의 병세가 약화되시잖아요.”


“넌 천강성이 누군지.......무림이란 세계가 어떤 곳인지 궁금하지도 않아.”


“물론 저도 궁금하기는 하지만.......가주님이 허락하지 않으실 겁니다.”


“할아버지나 아버지는 내가 설득할게. 할아버지가 만드신 약이면 한동안은 버틸 수 있을 거야. 란~ 우리 세상 밖으로 나가보자. 너도 알지만 난 태어나서 이곳을 떠나본 적이 없어. 죽기 전에 내가 태어난 세상이 어떤 곳인지 알고나 죽어야지.”


“제발 죽는다는 말씀은 하지 마세요.”


“알았어. 알았어. 그 말은 취소.........어때 란이도 좋지. 우리 한번 나가보자.”




란은 아가씨를 측은한 눈으로 바라보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제갈무경.......나이 열 살이 되기 전에 제자백가는 물론 의학, 기관토목학, 진법 등 모든 학문에 통달한 재녀(才女)지만, 하늘의 시기심 때문인지 몰라도 원인을 알 수없는 희귀한 병에 걸려 시한부인생을 살고 있는 불쌍한 여인이다. 




“알았어요. 제가 모시고가겠습니다.”


“그래.......가보자. 무림이란 곳으로 가는 거야........쿨럭쿨럭~”




제갈무경은 의자에 기대며 기침을 한다. 




“아가씨.......아가씨. 아무래도 안 되겠어요. 우리 들어가요.”


“쿨럭쿨럭~ 음~~ 그래 들어가자.”




란은 무경의 의자를 밀며 빠른 걸음으로 처소로 돌아간다. 다음날 아름답게 장식한 거대한 마차와 마차를 보호하는 백여 명의 무사들이 제갈세가의 정문을 빠져나갔다. 드디어 칠대세가 중 제갈세가도 무림에 모습을 드려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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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마련에 있는 련주의 집무실에 붉은 수염이 가슴까지 내려와 붉은 의복과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나이를 추측하기 힘든 노인과 40대 후반의 중후한 인상의 중년인이 앉아 있었다. 바로 초벽하의 할아버지이자의 천마마련의 련주인 마마검제와 그의 아들이 탁자를 사이에 두고 마주앉은 것이다.




“방금 벽하가 누구랑 어디로 간다고 했지.”


“하후소하가 이끄는 사사철기군과 십이사라는 놈들과 함께 사사천교로 향하고 있습니다.”




마마검제는 그동안 아들에게 련의 일을 맡기고 손자인 초하벽의 치료를 위해 손자가 잠들어 있는 비밀장소에 있다가 조금 전에야 련으로 돌아와 아들의 보고의 받고 있는 중이다.




“십이사라면 그 배화교 나부랭이들이 키운 애들 아니냐. 벽하가 왜 그런 놈들과 어울려 다니는 거지.......아비 너는 뭐하고 있었어.”


“벽하가 말도 없이 뛰쳐나가는 바람에 손쓸 시간이 없었습니다.”


“그게 말이 돼. 벽하년이 말을 듣지 않으면 강제로라도 잡아왔어야지.”


“안 그래도 은마마령군을 보내서 벽하를 잡아오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잡으려갔던 놈들이 빈손으로 돌아왔습니다. 벽하가 자신이 모두 책임지겠다고 하면서 끝내 말을 듣지 않았다고 합니다.”


“고얀 것. 오냐오냐 했더니 마구 기어오르는군..........가만있지. 하후소하라면 하벽이의 정혼녀 아니냐. 그 아이도 십이사와 동행하고 있단 말이냐.”


“예~ 그 아이는 아예 사사철기군까지 대동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사인마도 그 친구는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소하는 하벽이의 정혼녀야. 집안에서 얌전하게 시집올 준비나 할 것이지 사사철기군까지 이끌고 싸돌아다니고 있다는 것이 말이 돼. 혹시 이친구가 하벽이가 일어나지 못하다고 딴 마음을 품었나.”


“사사천교와 본련은 지금도 끈끈한 유대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설마 교주님이 그런 마음을 품기야 하셨겠습니까?”


“모르지.......그 친구는 자식이라고는 그 아이 하나밖에 없어서 그런지 몰라도 그 아이의 말이라면 무엇이든 들어주는 친구가 아니냐. 그리고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만 그 친구에게 살아가는 낙은 딸년하나 잘되는 거야. 아비 너는 모르겠지만 우리 나이가 되면 명예나 권력 따위는 모두 허망하게 보이는 법이다. 죽으면 싸가지고 갈 것도 아니지 않느냐. 우리 같은 늙은이들이야 그저 자식새끼들 잘되는 것이 유일한 낙이지.”


“아버님 요즘들에서 이상한 말씀을 하세요.”


“하벽이도 그렇고 벽하도 그렇고........휴~ 벽하 년도 이해는 간다. 얼마나 답답했으면 도망쳤겠어. 그동안 참아준 것도 고마워해야겠지.”


“하하하~ 아버님이 많이 부드러워지셨습니다. 옛날 같으면 불호령이 떨어져도 몇 번은 떨어졌을 테데 말입니다.”


“후후후~ 나이를 먹다보니 그런 모양이다. 그건 그렇고.......벽하나 소하가 왜 십이사 나부랭이들과 함께 다니고 있는 거냐.”


“글쎄요.......벽하를 만나고 온 천명염라의 말을 들어보면 소하가 일사라는 아이를 군랑이라고 부른다고 하더군요. 그것으로 보아 둘 사이가 보통사이는 아닌 모양입니다.”


“일사라면 얼마 전에 본련에 잠입에서 난동을 부린 그놈을 말하는 거냐?”


“예~ 그놈이 일사입니다.”


“소하가 일사라는 아이를 군랑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벽하는 그들과 함께 있고.......허허허~ 대체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구나.”


“제가 보기에 소하가 사사철기군까지 동원해서 일사를 보호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일사라는 아이와 보통사이는 아닌 것 같습니다. 예전에 일사는 사사천교에서도 난동을 부린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사로 알게 되었는지도 모르죠.”


“이거야 원~ 젊은것들이 불장난이라도 한다는 거냐.”


“우리들이 보긴 불장난이지만 그들은 아닐 수 있습니다. 아버님도 아시지만 소하는 결코 경망스럽거나 가벼운 아이가 아닙니다. 그런 아이가 일사를 군랑이라 부른다면.......그냥 가볍게 넘어갈 문제는 아닙니다.”


“하벽이가 저모양이니 혼례를 서두르자고 할 수도 없고........이거 참~ 난감하군. 소하가 고집은 부리면 사인마도 그 친구도 어쩔 수 있을 건데........그건 그렇고 벽하는 왜 그들과 함께 다니는 거나.”


“저번에 벽하가 저를 찾아와 십이사를 도와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유는 십이사 중에 천독마주의 자식을 있으니 그녀를 돕자는 거였습니다. 물론 저는 거절했고 그길로 련을 뛰쳐나갔습니다.”


“그럼 뭐야. 지향이를 돕기 위해 그들과 함께 있다는 거냐.”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벽하가 련을 떠나기 전에 소하와 연락을 주고받았는데 풍마가 벽하의 심부름을 했습니다.”


“그래. 풍마라는 놈은 뭐라고 하더냐.”


“벽하가 소하에게 서찰을 전해주었다고 하다군요. 물론 풍마는 서찰 내용은 모릅니다. 다만 제 짐작에...........소하는 당시 향주에서 어떤 사람을 찾고 있었고, 벽하의 서찰을 받자마자 바로 십이사들에게 달려갔습니다. 서찰에 무슨 내용이 있었기에 소하가 십이사들에게 달려갔을 가요? 제가판단하건데 소하와 벽하는 같은 목적으로 십이사를 찾아갔습니다.”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그럼 벽하도 일사라는 놈 때문에 련을 뛰쳐나갔다는 말이야.”


“은마마령군의 일부가 벽하의 뒤를 밟고 있습니다. 그놈들의 보고에 의하면 현제는 십이사들 중에 일사의 모습밖에 보이지 않고 일사와 소하 그리고 벽하가 마차에 함께 타고 이동중이라고 합니다.”


“이~ 이~ 이런 우라질~ 그년이 미쳐도 단단히 미쳤군. 넌 그런 사실을 알면서도 뭐하고 있었던 거야. 당장 머리끄덩이를 끌고라도 벽하년을 잡아왔어야 할 거 아니야.”


“지금 무림 전체가 그들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벽하를 잡아오기 위해나선다면 백도무림인들의 오해를 살수 있습니다. 더구나 무림에 십이사와 우리가 한패라는 소문까지 난 상황입니다.”


“이런 우라질 놈을 봤나. 남들 눈이 무서워서 자식새끼가 잘못돼도 ‘나 몰라라’ 하겠다는 거냐. 당장 잡아오지 못해.”




마마검제의 입에서 욕이 튀어나오지만 중년인은 빙긋 웃더니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아버님이 이렇게 역정 내시는 모습을 오랜만에 보는군요........아버님........천천히 생각해 보세요. 우리가 서두른다고 될 일이 아닙니다. 일이 잘못되었다면 이미 쌀이 익어서 밥이 되었을 겁니다. 그리고 벽하년 성격에 우리가 잡으려간다고 순순히 따라올 년도 아니지 않습니까?”


“뭐야~ 쌀이 익어서 밥이 돼. 허허허~ 기가 차는군. 그래서 애비는 벽하녀를 저대로 내버려 두겠다는 말이냐.”


“일단 돌아가는 상황을 지켜보는 편이 좋습니다.”


“이거야 원~ 아비라는 놈이 태평하구나. 애라 나도 모르겠다. 네 마음대로 해라. 대신 벽하가 잘못되면 모든 책임은 아비가 져야한다.”


“알겠습니다.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휴~ 피곤하구나. 난 좀 쉬어야겠다.”




마마검제는 심신이 피로하지 집무실을 나갔다. 벽하의 아버지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그는 요즘 들어서 일사라는 인물을 주시하고 있었다. 영장평원이나 무림맹 전투에서 보여준 일사의 능력은 엄청난 것이었다. 소문에 의하면 일사는 무림맹이 자랑하던 팔방현원대진을 한방에 무너트렸고, 그와 십이사들은 무림맹을 초토화시켰다. 그거뿐이 아니다. 최근의 보고에 의하면 남궁벽이나 황보명이 일사에게 잡혔다가 풀려났다고 한다. 일사와 나머지 일행은 콧대 높던 백도 무림의 자존심을 짓밟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중원 각지에 숨어있는 흑도의 고수들은 십이사들의 활약을 지켜보면 환호성을 지르고 있다고 한다. 일사라는 놈에게 흑백양도의 모든 무림인들의 이목이 집중되어 있는 것이다. 




“그래~ 그동안 너무 잠잠했어. 이런 일도 있어야 재미가 있지. 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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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천교의 대전에 십대사황과 교주인 사인마도가 앉아있었다. 사인마도는 하얀 백발을 휘날리는 70대 후반의 노인이었다. 대전에 모여 있는 십대사황 중에 삼목사령은 바퀴달린 의자를 타고 있는데 얼굴빛이 누런 것이 무척이나 불편해 보인다.




“지금 철기군과 소하가 본교로 오고 있다고 했지.”


“예~ 지금까지의 속도로 보아 오늘 중으로 절강성에 도착할 겁니다.”


“우리가 마중이라도 나가야하지 않을까?”


“험험~ 교주님.......아가씨는 지금 천마마련의 초하벽 그리고 일사라는 놈과 동행하고 있습니다. 초하벽공자야 천마마련의 대공자이니 상관없지만 일사라는 놈을 본교에 들일 수는 없습니다.”




삼목사령이 인상을 쓰며 교주에게 말했다. 삼목사령은 아군에게 암습을 당해 다행히 죽음은 면했지만 아직까지도 부상의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으니 아군에게 원한이 있는 것이 당연했다. 사인마도는 삼목사령을 힐긋 쳐다보더니 인상을 쓴다.




“뭐야. 소하도 들이지 말자는 말이냐.”


“아니 그런 뜻은 아닙니다. 교주님.......일사는 현재 모든 무림인들이 주목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무림인들은 우리와 십이사 놈들이 한패라고 알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놈을 받아들인다면 무림인들의 오해를 살수 있습니다.”


“오해는 무슨 얼어 죽을 오해야. 백도 놈들 무서워서 몸을 사리자는 말이냐.”


“교주님.......우리는 이제야 40년 전의 피해를 복구하고 무림에 출사할 기회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일사라는 한 놈 때문에 백도 무림인들의 공분을 살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잘못하면 우리가 40년 동안 준비한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닫쳐라. 우리가 무엇 때문에 지금까지 힘을 키웠는지 생각하느냐. 너희들 말대로 한다면 백도 놈들과는 한판 붙어야겠구나. 그럼 무엇을 망설여. 오늘 싸우나 내일 싸우나 결과는 마찬가지 아니냐. 오히려 구실이 생겼으니 좋겠군..........하지만.......우리가 백도 놈들이나 상대하게다고 힘을 키웠느냐.............우리는 말이야........세상 사람들에게 멍청한 백도 놈들하고는 틀리다는 걸 보여주어야 한다. 너희들도 알지 않느냐. 배화교 놈들은 50년 전의 원한을 갚고자 칼을 갈고 있어. 우리의 상대는 백도 놈들이 아니라 바로 배화교 놈들이야. 멍청한 백도 놈들이 지랄을 하든 말든 우리하고는 상관없는 일이야.”


“교주님~ 배화교와 일사 놈이 무슨 상관입니까?”


“너희들도 뇌옥에 있는 놈들의 이야기를 들었을 것이다. 배화교 놈들은 50년 동안 중원을 침공하기 위해 치밀한 준비를 해 왔다. 다행이 우리 흑도는 40년 동안 봉문 비슷하게 대외활동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배화교의 간세들이 없지만 구파일방과 칠대세가에는 배화교의 간세들 천지야.”


“교주님.......돌리지 마시고 그냥 속 시원하게 말씀하세요. 아가씨가 일사를 감싸고 있으니 놈을 받아들이시겠다는 말씀 아닙니까?”


“너희들이 일사를 본교에 들이는 것을 반대하는 이유가 뭐지.”


“일사가 단지 아가씨의 손님으로 본교에 들어오는 것은 반대하지 않습니다. 예전에 난동을 부린 것도 용서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거기까지 입니다.”


“하하하~ 다들 너무 앞서가는구나. 일사라는 아이나 보고나서 이야기하자. 그리고 말이 나왔으니 솔직하게 하겠다. 소하는 내 딸이다. 소하가 어떤 놈을 데리고 오던 나는 받아들일 것이다. 여기에 불만 있는 놈은 지금 이야기해라.”




사인마도가 단호하게 말하니 십대사황은 서로 눈치만 보더니 다들 입을 다물었다. 




“좋아........다들 말이 없으니 불만 없는 것으로 알겠다. 참~ 요즘 온주일대에 무림인들이 모여들었다는데........어떤 놈들인지 파악은 하고 있겠지.”


“대부분 백도 놈들입니다. 눈에 띄는 놈들은 무당오검과 현원자라는 놈과 벽력세가의 대공자라는 놈입니다. 그밖에는 어중이떠중이 들입니다.”


“그놈들이 온주에 있는 목적이 뭐야.”


“뻔하지 않습니까? 사사철기군과 일사가 본교로 향하고 있으니 미리 기다리고 있다가 치겠다는 거죠.”


“이놈들이 우리 사사천교를 너무 무시하는군. 온주는 본교의 앞마당인데 온주까지 와서 행패를 부리겠다는 거냐. 무사를 보내 쓸어버려.”


“공개적으로 놈들을 몰아내는 것은 곤란합니다. 그냥 비밀리에 비연대를 보내 아가씨와 철기군을 모셔오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뭐야.................쩝~ 알았다. 그럼 바로 비연대를 출발시켜라.”


“알겠습니다.”




사사비연대가 사사천교에서 날아올랐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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