色魂 無影客! - 4부 6장
본문
천마성(天魔城).
기암괴석의 오운산(五云山) 절곡의 천마성의 깊숙한 밀실.
한쪽벽면에는 대리석으로 된 단위에 비어있는 태사의가 놓여있고, 태사위 뒤로는 거대한 거울(鏡)에서 스멀스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단 아래에는 녹의의 청년과 녹의의 중년이 좌우에 서 있었다. 청년과 중년의 사이에는 혈포의 괴인이 부복을 한 채 머리를 조아리고 있었다. 그런데 그가 빈 태사의를 향해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쓸~모 없는 인간.......! "
거대 거울 속에서 역겨운 파상음이 흘러 나왔다. 거대 거울은 또 하나의 산마혼경이었다.
"천주(天主)…! 소존(小尊)의 불찰로......."
혈포의 괴인의 몸은 공포에 젖은 듯 사시나무 떨 듯 흔들리고 있었다. 그런데 이런 일이? 거울 속에서 영혼이 살아 나오듯 그림자가 흐르더니 괴인이 나오고 있었다. 유리를 두들기는 듯 예성(銳聲)이 들리며 점점 윤곽이 뚜렷해지는 괴인은 금포를 걸치고 있었다.
황산에 나타났던 손발이 투명하여 보이지 않는 아수라 가면의 금포괴인이었다. 육체와 영혼을 분리하는 유체이탈(流體離脫)로 영혼만으로 공간이동을 하는 아수라의 사라마혈경(邪羅魔血經)의 사술이 아니면 이룰 수 없는 사공들이 아닌가?
순간 단위의 금포괴인을 바라보는 혈포의 괴인의 얼굴이 들어났다. 그는 남천부의 적혈존이었다.
"아수라의 힘인 산마혼경을 파괴시키다니.......!?"
"처…! 천주! 용서를......."
"남천부를 잃은 것도 모자라서 산마혼경까지.......? 쓸모없는 사귀(邪鬼)를 키웠군......."
"주....... 죽을죄를……."
사시나무 떨듯 덜덜 떠는 적혈존이 부복한 자리에 물이 줄줄 흘렀다. 아니 물이 아니라, 인간의 생리작용(生理作用)이었다. 이때 금포괴인의 빈 소매자각이 펄럭이며 무형의 사기가 적혈존을 향해 쏟아져 갔다.
스 스스…!
끙!
적혈존은 비명도 없이 숨을 들이키고는 풀썩! 쓸어졌다. 그리고는 한 가닥 연기와 함께 형체가 녹아 사라지고 생리작용으로 흐른 물과 함께 선혈로 변해버렸다.
사류소혼장(邪流燒魂掌).
혼까지도 녹여 없앤다는 아수라의 사음마공(邪陰魔功)인 사라마혈공(邪羅魔血功)의 장법이었다. 그를 바라보고 있던 녹포의 괴인들이 공포에 질려 부르르 몸을 떨었다. 누구인들 이 어마어마한 사공에 공포를 느끼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녹귀존(綠鬼尊)은 남천부까지 역할을 하라! 야래향에서는 소식이 없느냐?"
"천…. 천주! 야래향은 흑설매에 대한 살수를 포기하였다 합니다."
녹귀존이라 불리는 녹포의 중년인은 겁에 질린 어투로 대답을 하였다.
"왜! 설 무영을 잡는 청탁금이 적다하느냐?"
"모....... 모르겠습니다."
천(天)!, 그가 누구이기에 설 무영의 이름을 알고 있는 것인가? 그야말로 유체이탈(流體離脫)등 시공을 초월하는 삼명육통(三明六通)에 버금가는 사술을 할 수 있는 사마(邪魔)의 천(天)이며, 수라천의 지부를 관장하는 지존이 천이라 부를 자는 아수라의 영혼을 빌려 존재하는 수라천(修羅天)일 수밖에 없다.
"모르다니.......?"
노기를 띤 음사한 눈빛이 녹귀존과 마주쳤다. 그들은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설 무영은 유끼꼬를 위하여 세 개의 생사관을 걸치고 야래향의 수석자가 된 것이었다. 유끼꼬가 정당하게 중원에 정착하기 위한 야래향의 향주로 추대하기 위해서였다. 허지만 정작 그가 유끼꼬를 향주로 추대하려 하였으나 도리어 그가 향주로 추대되어 있었다.
유끼꼬가 설 무영을 향주로 추대하는 절차를 이미 끝내 놓은 상태였다. 생사관을 돌파하고 마지막으로 열 명의 인자 고수와 대련하는 그의 상승무공을 직접 관람한 야래향의 자객들은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결국은 설 무영은 암호명이 해당화인 야래향의 최고살수이자 향주로 추대된 것이었다. 일단 해당화로 추천되면 거절할 수 없는 야래향의 규율이었다.
수라천의 눈치를 살피며 주저하던 녹귀천이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
"다만 야래향이 착수금을 반환해 왔습니다."
"그들도 역부족이란 말인가........!? 그렇다면 서둘러 요음강시(妖陰 屍)들을......."
수라천은 혼잣말처럼 뇌까렸다. 요음강시라고 하였다. 불사지체이며 천음강살이라는 생혼(生魂) 여강시를 말하는 것이 아닌가? 요음강시에 위력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녹귀존은 부르르 떨며 여전히 수라천의 눈치만을 살폈다.
"......?"
"수라군을 동원해서라도 흑설매 설 무영을 잡아라! 그리고 남천부와 같은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다른 천부에도 연락하여 사옥쇄혼진(邪沃鎖魂陳)과 지옥뇌망관(地獄雷網關)을 설치하도록 하라! 그리고 반금화(潘琴花)에게 옥골지체가 아니더라도 여인들을 빨리 보내라고 하여라."
지옥에 설치되었다는 한 발자국만 나서도 영원히 지옥을 맴돈다는 지옥진과 기관전체가 폭뢰로 이루어져 있다는 지옥기관을 말함인가? 한마디 파음을 남긴 수라천은 한 가닥 안개로 변해 산마혼경 속으로 사라졌다. 그런데 그가 어떻게 매화반점(梅花飯店) 궁철상의 부인 반금화를 알고 있으며 여체를 더 보내라함은 무엇을 뜻하는 것인가?
수라천이 사라진 후, 녹뇌존은 녹포청년에게 한마디 지시를 하였다.
"상(象)아! 네가 너의 내자(內子)에게 다녀오너라. 다른 것은 이 아비가 조처를 하마!"
"네. 아버님!"
그들은 부자간이라 하고 반금화가 청년의 내자라고 하였다. 그렇다! 그들은 수라천의 준비된 꼭두각시이며 매화반점에서 자취를 감춘 궁조민(宮朝敏)과 그의 양자 궁철상(宮哲象)이었다. 아울러 매화루(梅花樓)는 요음강시의 자원이 되는 여체를 공급하는 수라천의 사악한 수하기관이었던 것이다. 수라천의 하늘, 그리고 수하기관은 무림 곳곳에 스며들어 있던 것이다.
석두성(石頭城).
동오(東吳), 동진(東晉), 송(宋), 제(齊), 양(梁), 진(陳)등 육 개의 왕조가 있었던 남경(南京).
남경(南京)에서 장강으로 유유히 흐르고 있는 태회하(泰淮河)가 감싸고 있는 고성(古城)이며 당금 하동절도사(河東節度使)가 관할하는 성이다.
하동 절도사 조광윤(趙匡胤)은 절도사 중에서 가장 후덕하고, 군부 또한 기개가 당천하여 천하대장군이라고 칭송이 자자하였다. 안개 속 같은 중원대륙에서 가장 군율이 엄하고 경비가 삼엄하여 도적 때들도 돌아서 간다는 석두성이다.
그런 석두성을 향하여 질주하여 오는 세 개의 그림자가 있다. 세 개의 그림자는 석두성에 다가와 신기에 가까운 경공술을 발휘하여 경비병들의 시선을 따돌리고 성벽을 넘는 것이었다.
스 스스… 스윽!
두 명의 흑객과 한명의 궁장여인이었다. 성벽을 넘어간 그들의 그림자는 거침없이 절도사가 기거하는 용미각(龍眉閣)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용미각 안에는 군포(軍袍)를 걸친 중년 군장(軍將)이 태사의에 앉아 있었다. 기골이 장대하고 용의 형상을 한 검미와 범의 골격을 지닌 중년 군장(軍將)은 하동절도사 조광윤이었다. 조광윤은 한 장의 지도를 펼쳐 놓고 있었다. 그것은 중원 황실의 움직임을 표시한 중원대륙의 오 대 십국의 세력 판도였다.
"누구시오?"
그는 문득 기척도 없이 들어온 흑가면을 쓴 흑객을 처다 보았다. 뒤이어 유아를 안은 궁장차림의 여인과 흑립을 쓴 흑객이 동시에 들어왔다. 그들의 의복은 모두 검흔과 검상으로 뒤덮여 있었다. 그들의 모습만으로도 많은 결전을 치루고 온 흔적이 역력하였다. 조광윤의 두 눈이 경악으로 치 떠졌다.
"아니…! 은금자련(隱琴紫蓮)이 웬일로?"
"조(趙) 절도사님! 크 으흑!......"
은금자련은 안도의 한숨과 함께 눈물을 비 오듯 쏟았다. 하동절도사의 시선이 은금자련의 품안에 잠 들어있는 유아에게 향했다. 용운왕자임을 알아 본 그는 다시 한 번 경악하였다.
"용… 용운왕자께서........!?"
그는 급히 자리에 일어나서 용운왕자를 공손히 안아 들었다.
"크 으흐......!"
은금자련의 입에서 또 한 차례 흐느낌이 흘러 나왔다. 그리고 그녀는 다시 용운왕자를 되돌려 받아 안고는 황궁서부터 일어난 일들을 낱낱이 말하였다. 그녀의 말을 들은 하동절도사의 눈에 형형한 안광이 폭사되어 나왔다.
"놈! 갈제면(葛帝綿). 드디어 본색을 드러냈구나!"
"......!"
탁자를 누르는 하동절도사의 두 주먹에 굵은 힘줄이 들어났다.
"평로절도사(平盧節度使) 황문하(黃汶夏)도 태현왕자를 황태자로 천거하는 자인데 그와도 관계가 있다는 말인가........?"
".........!"
조광윤의 아미에 깊은 주름이 패었다. 그가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생각에 잠기자, 잠시 적막이 흘렀다. 적막을 깨고 은금자련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리고, 여기까지 살아올 수 있었던 것은 모두 흑설매, 저분의 은공입니다......."
은금자련은 진정 고마움을 표시라도 하려는 듯 설 무영에게 읍을 하였다. 그녀는 황산에서 이곳까지 설 무영과 유끼꼬의 도움 없이는 살아 있을 수도 없었다. 그들이 그녀의 앞뒤를 호위하면서 남경으로 오는 동안에 죽인 녹의 괴인들의 수는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정도였다.
하동절도사가 설 무영을 바라보았다. 모든 무림과 금의군의 표적이 되어 있지만, 세인들은 의적이라고 하는 희대의 기인이 아닌가? 그러나 의외로 뚜렷한 오관과 청기한 용모를 지닌 의협심(義俠心)의 풍도를 지닌 청년이었다. 또한 그 깊이를 분별할 수 없을 정도의 내공이 스민 기도를 지니고 있었다. 결코 한때 중원을 휩쓸고 있는 도적이나 마도의 무리는 아니었다.
설 무영이 보는 하동절도사의 풍위 또한 대단한 것이었다. 하동절도사에게는 일국의 재상과 장군의 위상이 흘러 넘쳤다. 하동절도사가 설 무영에게 다가와 두 손을 굳게 잡고 흔들었다.
"고맙소! 중원의 평화를 위하여 대협이 도와주시오! 대협을 의제로 맺고 싶소!"
영웅은 영웅을 알아보는 것이었다. 그들은 눈빛만으로도 상대의 호기를 느낄 수 있었다.
"과찬의 말씀입니다. 다만, 우연히 소출이 도움이 되었을 뿐 입니다."
"하하하…! 아니오! 내 일찍 대협과 같은 무인을 의제로 삼고 싶었소. 내치지 말고 받아 주시오."
하동절도사는 호탕하게 웃으며 청을 하였다. 설 무영이 그를 마주하여 공손하게 양손을 모아 읍을 하였다.
"절도사께서 그리 아량을 베풀어 주신다니 감히 대형이라 부르겠습니다. 다만 대형에게 부족하지 않는 소제가 되지 않을까 두렵습니다."
그들은 의미 있는 눈빛을 교환하였다. 그리고 안개 속 같은 중원 황실과 무림을 정도로 이끌 대화가 오고갔다. 의기투합한 그들의 대화는 그치지 않고 이어졌고, 용미각의 밤은 깊어 가고 있었다.
항주(杭州) 서호(西湖)의 오운산(五云山) 절곡.
천마성(天魔城)으로 이르는 절곡이다. 절곡에는 무슨 연고인가, 태양이 중천에 걸렸건만, 음사한 기운이 맴돌고 있었다. 원래부터 세인들의 기척이 드문 곳이기도 하지만, 유난히 정적이 흐르고 있었다.
이제 한파가 물러가고 삼림의 새싹이 피어나고 산새들이 지저귀련만, 적막감속에 알 수 없는 운무와 안개마저 짖게 깔려있다. 마치 폭풍전야와도 같은 긴장감이 돌았다. 이때 두 개의 그림자가 소리 없이 날아들었다. 그들은 무척 조심스럽게 은신술과 귀식대법을 전개하여 재빠르게 이동하고 있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그들은 흑립과 흑가면의 묵객, 설 무영과 유끼꼬였다. 설 무영은 해남의 남천부에서 수라천의 지천부마다 무슨 연고인가에서 똑같은 복색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은금자련을 도와주다가 만난 녹포인들이 오운산 절곡에서 보았다는 십천간룡으로부터의 전서구를 받고 달려 온 것이다.
문득 설 무영의 귓전에 앞서가던 유끼꼬의 속삭이듯이 작은 전음이 들려왔다.
“주군! 앞에 좀 보실래요?”
죽은 자의 해골들이 고송에 여기저기 걸려 있었다. 아울러 대죽, 나뭇가지와 칡넝쿨이 기괴한 모습으로 엉키어 있었다. 그 연결은 마치 바둑판 같이 빈틈없이 절곡 안으로 이어져 있었고, 기형지물은 어렴풋한 진세를 이루고 있었다. 설 무영이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앞을 보니 유끼꼬의 하얀 방치가 보인다."
"어 맛!"
유끼꼬는 황급히 손으로 둔부를 감추고 뒤돌아보았다. 허지만 그녀는 이내 설 무영의 짓궂은 장난임을 눈치 챘다. 설 무영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이 묘하게 미소를 짓는다. 허나 정작 설 무영은 태연한 표정으로 앞을 내다보았다.
(지옥에나 설치된다는 쇄혼진과 뇌망기관! 이것은 개인의 힘으로는 파해할 수 없는 것이 아닌가.........)
설 무영은 아연실색 실망스런 표정을 지었다. 한참을 진세와 매복기관 장치를 바라보던 그가 숨을 길게 내쉬고는 유끼꼬에게 전음을 보냈다.
"가자! 유끼꼬......."
"어디로요?"
흑색 복면 안에 눈빛을 반짝이며 유끼꼬가 전음으로 물었다. 아수라의 지부천을 확인하고자 이곳으로 온 설 무영이었다. 혼자의 힘으로는 패해하지 못할 지경이기에 낙심한 그였다. 허지만 기문둔진과 기형기관으로 그들의 지부천임은 확인한 샘이다. 설 무영은 좌수에 찬 팔찌를 내려다보았다.
공령하문의 문주신표인 공령하영환이었다. 그는 문득 공류하문의 본거지가 멀지 않은 안휘(安徽)에 있다는 생각을 하였다.
"구화산(九華山)으로........"
공령화영환을 돌려주어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였던 것이다. 곧이어 설 무영과 유끼꼬는 절곡을 빠져 나갔다. 곧이어 그들은 두 개의 검은 유성이 되어 오운산을 벗어났다.
안휘성의 서부 청양현(靑陽縣)에서 구화산으로 향하는 계곡을 오르는 두 명의 흑객이 있다. 그들이 가는 앞에는 거송이 빽빽하게 들어차 우거진 송림이 있다. 앞서가던 흑객이 가던 걸음을 멈추고 노송 아래에 기대앉았다. 뒤따르던 흑객도 노송 아래에 다가서 앉았다. 설 무영과 유끼꼬였다.
"힘들지…!?"
"......!"
설 무영이 유끼꼬를 슬며시 바라보았다. 복면 속의 반짝이는 눈이 미소를 짓고 있었다.
"갑갑한데 복면을 잠시 풀지......?"
"......!"
유끼꼬가 복면을 풀고 머리를 흔들었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검은 흑발이 출렁거렸다. 복면 속의 그녀는 모습을 역용하지 않은 상태였다. 볼그레한 도화색이 도는 앙증맞은 봉옥이 나타났다. 설 무영을 바라보는 그녀의 보석같이 빛을 발하는 그녀의 눈에 정감이 가득 담겨 있었다. 설 무영이 그녀의 어깨를 살며시 감아 안았다.
"주군.......!"
감흥에 젖은 유끼꼬는 입속으로 설 무영을 되내여 본다. 이름 모를 산새가 푸드덕 날아올랐다. 노송의 갈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이 은하수처럼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마음이 편 하군……."
설 무영은 무심코 한마디 뱉었다. 그가 중원을 돌아다닌 시간이 일 년여를 지나고 있다. 그만큼 심신을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지도 모른다. 그가 바라보고 있는 천(天)과 지(地), 산과 들, 나무와 흙, 바라보이는 모든 것이 태고로부터 그 자리에서 변함없는 생명으로 살아 숨 쉬고 있었다.
설 무영은 문득 그 자신은 왜 이 자리에 있고, 그의 영혼과 생명은 왜 존재하는가? 라는 자문자답을 해 본다. 선조의 유훈을 지키기 위해서 생명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면 유훈을 마무리한 그 후의 그 자신의 생명은 무엇인가?
천지의 영기(靈氣)가 한데 합친 것이 인간이요, 우주의 온갖 정수분자(精粹分子)의 오묘한 결정체가 사람이거늘, 어찌 은원에 매달리는 삶에 그친다면 너무 무의미한 것이다. 비록 그가 피붙이 하나 없이 원혼을 안고 잉태된 사고무친(四顧無親)의 한낱 버러지에 지나지 않는 생명이라 하지만, 자신을 사랑하는 애기애타(愛己愛他)의 마음으로 자신을 갈고 닦아 절차탁마(切磋琢磨)하고 백련천마(百練千磨)하여 악을 징벌하고 선을 사랑하면 죽어도 한이 없는 사무여한(死無餘恨)일 것이었다.
한 동안 사색의 침묵 속에 설 무영과 유끼꼬는 구화산 봉우리를 넘어가는 흰 구름을 바라보고 있었다. 무아의 명상에 빠져있던 설 무영이 분연(奮然)히 일어나는 모습을 보고 유끼꼬가 다시 복면을 했다. 설 무영이 유끼꼬의 손을 잡아끌었다.
"가자! 유끼고."
유끼꼬는 자신의 손을 쥔 설 무영에게서 전달되는 따스한 정감을 느꼈다. 그들은 다시 구화산 계곡을 향하여 앞으로 나아갔다. 송림 사이를 헤치고 나아갔을 때 분지를 이루고 있는 계곡 끝에 고풍 전각들이 멀리 보였다.
그들이 공령하문(空靈蝦門)이라는 현판이 걸린 입구로 다가가니 두 명의 장한이 앞을 가로 막았다.
"어느 고인이 이 깊은 곳을 방문하셨소?"
"문주를 뵙기를 청합니다."
설 무영은 두 손을 모아 예를 다하였다. 장한들은 두 눈을 부라리며 그들의 아래 위를 훑어보았다. 황포의 장한이 한발 앞으로 나섰다.
"사전에 무슨 약조라도……?"
"약조는 없소이다만........"
"그렇다면 우선 신원과 용무를 밝히시오."
외래객의 방문도 제한하는 공비하문의 규율이 이토록 엄격한 줄은 미처 몰랐다. 설 무영은 머뭇거리다 말하였다.
"무영이라 하는 소출입니다. 잠시만 뵙고 전달할 것이 있습니다."
"무영? 어딘가 낯설지 않은 이름인데......!"
황포의 장한은 고개를 갸우뚱 하였다.
"잠시만 기다리시오!"
황포의 장한은 힐끔힐끔 설 무영을 뒤돌아보면서 전각 사이로 사라졌다. 오래지않아 황포의 장한이 모습을 나타냈다. 황포의 장한 뒤에는 회포를 두른 육십 세가량의 두 무인이 뒤따라 나왔다.
한 무인이 날카로운 눈빛을 발하는 사목(蛇目) 옆으로 깊은 검흔이 있고, 다른 무인은 눈두덩이 두둑하고 턱에 두터운 살이 잡혀 두 턱이 진 사람이었다. 검흔이 짙은 무인이 설 무영에게 다가왔다.
"노부들은 공령하문의 좌 호법 토혼사(土魂蛇) 시혼채(是魂采)와 우 호법 철륜광마(鐵輪廣摩) 원부구(阮富邱)입니다. 문주 야투일왕(夜偸一王)께서는 묵객을 접견할 수 없는 처지입니다. 묵객께서 하실 말씀이 있으시면 이 노부들에게 하시지요."
검흔이 짙은 토혼사는 정중하게 말하면서 예의를 보였다. 허지만, 그들은 설 무영을 경계하는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설 무영이 단호하게 말했다.
"그렇게는 할 수가 없고 직접 뵙고 전해야 합니다."
사태를 추이하던 두 턱이 진 철륜광마가 앞으로 나서더니 무뚝뚝한 목소리를 흘렸다.
"그렇다면 지금은 곤란하고 후일을 기약하시오!"
"......?"
설 무영은 그렇다고 공령하영환을 전달하러 다시 온다고 기약할 수 없었고, 문주의 신표를 호법에게 전달하기도 안심이 되지 않았다. 설 무영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렇게는 할 수가 없소. 오늘 꼭 전달해야만 하오."
".........?"
설 무영의 단호한 말에 그들의 눈빛에 살기가 돌았다. 그때 입구를 지키던 두 황포의 장한이 흉음한 눈초리로 설 무영을 에워쌌다.
"두 호법께서 정중히 대접을 하거늘 공비하문을 업신여기느냐? 보두게(甫頭傀) 어른께 혼이 나봐야 알겠느냐?"
보두괴란 황포의 장한이 나서자,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던 황포의 장한이 일갈과 함께 앞으로 나섰다.
"우선 인내하고 있는 팽호(彭虎) 어른의 가르침을 받아 랏!"
황포의 팽호라는 자가 쌍장을 휘둘러 왔다.
"음......!"
설 무영은 흠칫 놀랬다. 일개 문파의 위수자(衛守者)의 손속이 의외로 악랄하였기 때문이었다. 설 무영은 슬그머니 반탄강기를 일으켰다.
콰쾅!
팽호의 쌍장에서 나온 장력이 반탄강기와 부딪쳐 광음을 일으켰다.
"헐.......!?"
팽호는 두 눈을 부릅떴다. 자신이 반출한 강기보다 세배나 더한 반탄강기가 되돌아오는 것이었다. 그는 급히 몸을 뒤로 날렸다. 그러나 그는 오장이나 튕겨나 쓸어져 피를 토한 후였다.
"으 헉~!"
두 호법을 비롯한 그들은 경악스런 눈빛으로 설 무영을 바라봤다. 아무리 팽호가 위수자의 신분이지만, 단 일초에 그것도 반탄강기에 의해 쓸어졌다는 것에 놀란 것이었다. 물론 팽호가 무공에 대한 깊은 견해가 없어 설 무영을 경시한데에도 원인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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