色魂 無影客! - 4부 5장
본문
잠시 귀를 기우리던 은금자련은 다시 동굴 입구로 나갔다. 그녀는 주변의 암석들을 옮겨 쌓아서 동굴입구가 눈에 뜨이지 않게 눈속임을 해놓았다. 그녀로서는 나름대로 고육지책(苦肉之策)을 쓴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노력도 수포로 돌아갔다. 단애의 동굴을 세세히 추적하고 다니던 그들의 인기척이 동굴 입구로부터 들려왔다. 은금자련의 봉옥이 하얗게 변했다. 육십 대 초반의 녹포를 걸친 괴인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하하하…! 잘도 숨어 있었구나!"
"죽기 살기로 달아나더니 겨우 여긴가?"
"어디 있느냐? 어린놈은........"
"순순히 내놓으면 목숨은 살려주지. 흐흐흐.......!"
네 명의 녹괴들은 제마다 한마디씩 하였다. 반항을 해봐야 자결하는 쪽이 더 나을듯한 은금자련은 바들바들 떨며 악을 썼다.
"모른다! 악마들아. 본녀가 미련하게 여기까지 왕자님을 데려 왔을 것 같으냐? 이미 남경 가까이 갔을 것이다."
"......?"
그녀의 발악하는 한마디에 그들은 어안이 벙벙하여 서로 마주 보았다.
"그럼, 우리가 당했단 말 야?"
"그럴 리가.......!"
녹괴들은 서로를 마주 보다가 한 녹괴가 누군가와 전음밀을 하였다. 그러자 동굴 밖으로 부터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럴 리 없다. 본주가 북경 방향으로 가보마. 여우의 잔꾀인지 모르니, 너희들은 그 계집을 닦달하여라.……!"
내공이 심후한 자의 음성이었다. 네 녹괴들은 동굴입구를 향하여 음을 하였다.
"복명! 소성주님"
녹괴들은 분명, 입구를 향하여 소성주라고 하였다.
"네 년의 속임수에 당할 우리인줄 알았느냐? 흐흐흐..."
"요사한 년이 구만……."
그들은 음사한 미소를 뿜으며 뒷걸음치는 은금자련에게 천천히 다가섰다.
(아! 안 된다. 그들이 내말에 속지 않으면.......)
은금자련은 궁장의를 풀어 헤쳤다.
"날 차라리 가지고 목숨을 살려다오! 난 정말 모른다......."
그들 중 큰 키에 나비눈을 한 녹괴가 음침한 표정으로 그녀의 머리채를 잡아끌었다.
"항아(姮娥)와 같은 계집도 많은데, 네년을.......!?"
나비눈의 녹괴는 머리채를 쥔 채 은금자련을 소담 안에 담금질을 하였다.
풀썩!
"아~악!"
그녀는 물속에서 사지를 저으며 외마디를 질렀다. 몇 번인가의 담금질을 한 후 녹괴는 은금자련을 꺼내 바닥에 팽개쳤다.
"어떠냐? 이제 말을 할 테냐?"
"으 읍! 나…!난, 할 말이 없다. 아는 게 정, 정말 없다."
은금자련은 허겁지겁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그녀가 숨을 몰아 쉴 때마다 젖가슴이 출렁거렸다. 그녀의 전신은 물에 흠뻑 젖어 나신이나 별반 차이가 없었다. 궁장이 벗겨진 채 나삼의 내의가 전신에 달라붙어 여인의 풍만한 자태가 그대로 들어나 있었다.
육감을 자아내는 젖가슴에 붉고 진한 유두, 무르익은 둔부와 허벅지 사이에 무성한 방초가 젖은 나삼이 착 달라붙어 더욱 괴인들의 춘심을 불러일으키기에는 부족하지 않았다. 허지만 녹괴들은 냉담한 표정으로 비소를 흘렸다.
키가 큰 녹괴만이 그녀를 핍박하고 고문을 행하고 있었다. 그는 은금자련의 완맥을 잡고 분근착골수(分筋着骨手)라는 악독한 수법으로 그녀에게 자백을 강요하였다.
“어린놈은 어디 있느냐?”
"으…악!"
은금자련은 뼈를 깎는 고통에 온몸을 활처럼 휘었다. 그녀의 비명이 동굴 밖으로 퍼져 계곡 안에 울려 퍼지고 있었다. 아울러 온몸이 경직되는 그녀의 허리가 하늘로 치솟자, 둔부 아래의 은밀한 부분이 활짝 열리고 들어날 정도였다. 그런 지경에도 그녀는 이를 악물고 견디려고 노력 하였다.
(참아야 한다. 혼절하면 안 된다! 왕자님을....... 지켜야 한다.)
은금자련이 자백을 하려는 기미가 보이지 않자 녹괴는 은금자련의 두 군데 완맥을 쥐고 비틀었다.
"네년이 고통을 재촉하는구나. 어디......?"
"악! 크 어~억!"
은금자련이 머리를 툭 떨어뜨리고 말았다. 고통을 이기지 못해 혼절 한 것이다. 녹괴는 침을 바닥에 뱉어 내고는 그녀의 머리채를 끌고 소담으로 향했다.
"독한 년!"
은금자련을 집어던지듯 소담 안에 담갔다.
"으윽…! 허~윽!"
혼절에서 깨어난 은금자련이 숨을 몰아쉬고는 물속에서 허우적거렸다. 녹괴는 다시 그녀를 끌고 나와 넝쿨을 이용하여 두 손을 묶고, 동굴 윗부분의 돌출 암석에 붙들어 매었다.
"본좌가 네년에게 자백을 받고야 말 것이다."
다른 녹괴들은 유유작작하게 처다만 보고 있었다. 키가 큰 녹괴의 고문에 자백치 않은 자는 없었다. 그만큼 그 녹괴의 고문수법은 악랄한 것이었다.
"안 돼…! 안....... 안 돼!"
은금자련이 급박한 외마디를 질러댔다. 그녀의 은밀한 부분으로 녹괴가 비썩 마른 손을 쑤욱 밀어 넣은 것이었다. 그녀는 골반이 토지는 고통에 비명을 질렀다.
"우~! 아…악!"
"이래도.......!?"
음흉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는 녹괴의 입가에는 희소가 흐르고 있었다. 은금자련은 온몸을 비틀었다. 암석에 매달린 그녀의 나신이 비비꼬며 발버둥 쳤다. 은금자련은 고통에 못 이겨 몸부림치는 것이지만 괴인들에게는 음탕한 몸짓으로 보였다.
"아…흑! 아 으, 하 읍.......!"
은금자련의 입에서 비명인지 교음인지를 모를 교성이 흘러 나왔다. 녹괴의 손이 묘하게 은금자련의 치부에서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다. 녹괴의 손이 그녀의 비소 속을 헤집고 있었다. 그녀는 비소속의 살갗이 밖으로 끌려 나오는 묘한 통증에 자지러 질 것만 같았다.
그때였다. 박쥐같은 두 개의 흑점이 동굴 안으로 날아들었다. 괴인들의 눈동자가 크게 떠졌다.
"뭐…! 뭐야?"
바람이 부는 소리인가! 기척을 느낀 그들의 시선이 황급히 입구 쪽을 향했다.. 흑포를 착용한 두 명의 묵객이었다. 묵객들은 온통 흑색으로 일괄한 의복을 걸치고 있었다. 검은 흑의(黑衣)에 흑삼(黑杉), 그리고 검은 흑장화(黑長靴), 뿐만 아니라 허리에 두른 요대(腰帶)까지도 흑색이었다.
다른 것이라고는 검은 흑립(黑笠)을 쓴 묵객의 흑검과 검은 복면을 한 흑객의 은검이었다. 흑립을 쓴 묵객은 팔짱을 낀 채 서 있고, 한 걸음 뒤에 흑색복면의 묵객이 서 있었다. 앉아있던 녹괴가 불쑥 일어나며 일갈하였다.
"뭐냐? 네놈들은......."
"악랄하군!"
흑립의 사나이가 대답대신 그들을 핀잔하였다. 피부가 쭈글쭈글한 다른 녹괴가 불쑥 나섰다.
"건방진 놈! 넌 누구야…?"
"나…! 무영(無影)!"
그렇다. 그들은 설 무영과 은비살, 아니 유끼꼬였다.
"무(無)… 영(影)…!? 미친놈! 유령이냐? 그림자가 없다니....... 어른들은 바쁘니 길을 잘 못 들어왔으면 목숨은 살려 줄 테니 사라져라!"
말을 끝낸 녹괴가 별 볼일 없다는 듯 암석위에 앉았다. 그때 흰 수염을 한 녹괴가 불쑥 나섰다.
"잠깐! 그렇다면 네놈이 흑풍야차(黑風夜叉)!? 아니 흑풍영존(黑風影尊)? 아니지 흑설매(黑雪梅)......?"
흥분한 흰 수염의 녹괴의 입에서 연달아 이름이 흘러 나왔다.
"뭐 얏?"
나머지 녹괴들이 동시에 화들짝 놀라며 자리를 박차고 일장을 물러섰다. 표정을 읽을 수 없는 흑립 속의 설 무영이 혼잣말처럼 뱉어냈다.
"떠그럴…! 맘 데로 이름을 불러......."
흑색복면 속의 유끼꼬는 긴장을 해야 할 상황인데도 설 무영의 한마디에 미소를 짓고 있었다.
(주군도 웃길 때가 있네........)
그러나 유끼꼬는 괴인들의 험상궂은 표정을 보고 이내 바짝 긴장을 하였다.
"잘 됐다. 네놈까지 잡으면 일거양득이다. 하하하........!"
흰 수염의 녹괴, 한마디가 신호인양 녹괴들이 설 무영과 유끼꼬를 둘러쌌다. 유끼꼬는 설 무영과 등을 마주대고 양 손에 공력을 집중했다. 허나 설 무영은 무심한 자세로 서 있었다. 녹괴들의 몸이 허공으로 일장을 높이 떠 올리더니 그들을 향해 녹색 강기를 날렸다.
"타~앗!"
"뭐가 타?"
설 무영은 한마디 흘릴 뿐 허허실실(虛虛實實) 반응이 없다.
"큭~!"
설 무영의 또 한 번의 괴변에 결국은 유끼꼬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바람 빠지는 소리를 냈다. 그러나 설 무영은 녹괴들의 내공과 무공이 높아 쉽게 상대할 수 없음을 간파하고 있었다. 그는 은연중에 건곤천무신공(乾坤天武神功)을 극성으로 끌어올려 호신강기와 반탄강기로 자신과 유끼꼬를 보호했다.
녹괴들의 장력이 회오리를 일으키며 그들의 전신을 감아왔다.
우르르..! 콰콰쾅!
계곡이 무너지는 진동 소리와 함께 동굴의 암석들이 부서져 난무하고 뿌연 먼지가 가득하였다.
"허 억! 역시 소문대로 대단한 놈.......!?"
그들이 발출한 강기보다 더한 반탄강기가 그들에게 되돌아가고 있었다. 그들은 급히 손을 거두고 뒷걸음쳤다. 그러나 유끼꼬의 좌수에서 다섯 가닥의 번쩍이는 은빛 비늘들이 녹괴를 향하여 유성같이 쏟아져 갔다.
"뭐야? 이건?"
유끼꼬의 손에서 쏟아져나간 은빛비늘이 녹괴의 앞에서 정수리를 향하여 파고들었다.
"이 크! 어기어살(馭氣馭殺)......."
녹괴는 간신히 몸을 뒤집어 암강을 피했다. 녹괴의 이마에 진땀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동료의 위급함을 본 두 명의 녹괴가 장심에 녹색 투명한 운구를 만들어 유끼꼬에게 날렸다. 복면 속의 유끼꼬의 눈이 반짝였다. 유끼꼬의 손이 요대를 스치는 순간, 무수한 은광이 강기를 일으키며 녹괴들을 향하였다.
"뭐야! 이건......."
시야를 가린 은광이 그들의 강기를 뚫고 맹렬한 속도로 쏘아 오는 것이었다. 그들은 간담이 서늘하여 장력으로 막아가며 제각기 몸을 틀어 삼장을 물러섰다.
설 무영이 유끼꼬에게 흑봉황(黑鳳凰)의 유물인 어린살비조(御麟殺飛爪)를 주고 어린살음공(御麟殺陰功)의 구결을 전수하여 줄뿐만 아니라, 연화동(蓮花洞)에서 연마한 연화신후(蓮花神候)의 탄공은투결(彈空銀投訣)을 유끼꼬에게 전수하여 준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설 무영이 준 영약으로 그녀는 적어도 오백년 이상의 내공을 더 상승시킨 것이다.
유끼꼬 자신도 어린살비조의 위력과 자신의 공력에 놀라고 있었다.
"무…! 무슨 무공들이야.......?"
녹괴들의 두 눈이 놀란 토끼처럼 희번덕거리고 있었다. 누구에 못지않은 강호경험이 있는 그들인데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토끼 무공!"
그들의 눈동자를 바라본 설 무영이 비소를 흘리며 뱉어냈다.
"크크…큭!"
결국은 유끼꼬의 허리가 흔들리며 입술사이로 웃음이 삐쳐 나왔다. 설 무영은 힐끗 거의 나신의 상태로 암석에 매달린 여인을 바라봤다. 설무영은 유 끼꼬의 웃음을 자초해 놓고는 기실은 조속히 그들을 제압할 방도를 생각하고 있었다.
"태룡폭(太龍暴)!"
속으로 뇌까리며 설 무영의 몸이 암동 천장에 떠올랐다. 순간적으로 설 무영의 전신에 흑검이 튀어나오고, 삼라만성에 흑화가 피어올랐다. 암동 전체가 흑광이 번뜩이고 산지사방에서 녹괴들을 향하여 검강과 수 천 수만의 예리한 검날이 그들의 심장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녹괴들은 극성으로 끌어올린 마공의 강기로 막아갔다.
스 스스… 쩌 저쩡! 그 르르르........
녹색의 강기는 흑색 검강에 이르자 눈 녹듯 녹아버리고 검날이 번뜩이는 흑무가 피어났다. 아울러 흑무가 피어나는 속으로 유끼꼬의 은검에서 찬란한 은화가 피어나 그들의 머리위에 쏟아지는 것이었다.
"으흐흐…! 이건 무....... 무공이 아냐! 귀…! 귀신......."
그들의 녹의가 갈기갈기 찢기고 온몸의 검흔의 상처마다 피가 흘렀다. 녹괴들의 피투성이 몸뚱이가 암동 벽에 부딪치며 둔탁한 소리를 냈다. 녹괴들은 상처투성이의 상태인데도 불구하고 전력을 다해 암동 입구로 몸을 날렸다.
"소…! 소 궁주에게 알려야 돼........"
녹괴들은 두려움에 이를 딱딱 맞추는 소리와 함께 악취를 풍기며 사라졌다. 사라지는 그들의 뒤 모습을 보며 설 무영이 중얼 거렸다.
"방귀나 가져가지........"
"호호호.......!"
드디어 입을 가린 유끼꼬가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웃었다........!)
설 무영은 유끼꼬의 표정을 훔쳐보았다. 그에게는 유끼꼬의 표정을 훔쳐보는 것이 유일한 낙이 되고 말았다. 유끼꼬는 안개 속의 살쾡이 같은 여인이다. 허나 설 무영은 그런 그녀에게 숨겨지고 억눌린 마음을 꺼내보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혀 있다.
애초에 유끼꼬 자신이 억압되어 있는 마음을 열려고 하지 않았다. 아니 가슴을 열줄 모른다는 말이 더 정확할 것이다. 그러나 차츰 그녀는 마음을 여는 방법을 배워가고 있었다. 설 무영 또한 살아있는 자체가 오직 선조와 부모의 원한이자 대업만을 위해 사는 생활 뿐이 모르기에 무엇인가 필요한 것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자신의 말과 행동에 조금씩 가슴을 열어가는 유끼꼬를 바라본다는 것이 낙이 되고 있었다.
설 무영과 부딪친 검은 복면 사이로 들어난 유끼꼬의 눈빛에는 잔잔한 미소가 흐른다. 서로의 눈빛 속에는 무한히 숨겨진 마음이 있다. 그것은 서로가 가슴에 담았으나 표현치 못하는 감정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그녀의 눈에는 안개 속 같은 침묵이 흘러 나왔다.
한편 유끼꼬는 설 무영의 눈치를 살피며 부끄러웠다. 암석에 매달린 여인의 거의 벌거벗은 모습 때문이었다. 여인의 하복부에는 무성한 방초와 은밀한 비역까지 들어나 보였다. 얼굴이 화끈거린 그녀는 얼핏 혼절해 있는 은금자련에 다가가 넝쿨줄기를 풀어 주었다. 그리고 맥없이 바닥에 쓰러지는 은금자련의 기혈을 주무르고 흩어져 있는 궁장의를 걸쳐주었다.
"음…. 왕자! 왕자님을 살려야 돼........"
정신이 든 은금자련이 후다닥! 일어나면서 초지일관 용운왕자를 걱정하는 마음으로 외쳤다. 헌데 낯선 흑의의 괴인 둘이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었다. 그녀는 다시 질겁하였다. 그녀는 왕자에게 살수를 하려는 또 다른 괴인이라고 생각했다.
"모…! 몰라요! 왕자님을......."
"염려 마십시오! 부인. 부인을 헤치지 않습니다."
설 무영이 앞으로 나서며 안심을 시키며 자신의 신원을 밝혔다. 은금자련인들 모를 리 없었다. 중원무림가에서는 그에게 자객까지 붙여서 살수를 펼치지만, 세인들 사이에서는 의적이라고 소문난 흑설매 무영의 행적에대해서 황실도 알고 있었다.
"무, 무서워. 그들은 가공할 사술과 마공의 음계로 황실도 손아귀에 넣으려 하고 있어....... 헛! 용운 왕자님은........?"
그때서야 정신이 든 듯 은금자련은 말을 꺼내놓고는 황급히 일어섰다. 은금자련은 부리나케 동굴 안쪽으로 발길을 옮겨 암석사이에서 용포에 쌓인 어린왕자를 안고 나왔다.
"왕자님…! 흐흑! 용운 왕자님........"
"......!"
흐느끼는 은금자련은 설 무영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였다.
자밀위부사(刺密委副使) 갈제면(葛帝綿)이 정랑공주(精浪公主)를 납치하여 강시로 만들고, 혜련왕후가 낳은 용운왕자를 암살하려는 동시에 송희비(松姬妃)가 낳은 태현왕자(太峴王子)를 황태자에 올려서 황실을 손아귀에 넣으려는 것을 알게 된 동기와 그간의 고충을 소상히 말했다.
설 무영은 그녀의 말에 그렇지 않아도 혼란에 빠져 있는 황실의 내막을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자밀위부사의 직책에 있으면서 여강시를 만든다는 것은 황실에도 수라천의 손이 뻗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갈제면이라는 자는 과연 수라천과 어떤 관계가 있는 자일까?)
또 하나의 의구심이 설 무영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또한 왜 그가 막강한 권력을 쥐었으면서도 그런 음모를 저질렀는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설 무영이 불쑥 은금자련에게 물었다.
"자밀위부사에게는 그럴만한 무슨 연고가 있습니까?"
"지금 황실은 용운왕자와 태현왕자중 누구를 황태자로 하느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소. 태현왕자를 황태자로 내세우는 것은 갈제면과 송희비 일파예요. 그런데 문제는 갈제면과 송희비는 정을 통하고 있는 사이라는 것을 궁내에서는 은밀하게 알고 있었다오. 허지만 심증은 있으나 확증할만한 게 없어서 황제께서는 고심 끝에 갈제면을 절도사로 좌천만을 시킬 수밖에 없었지요. 이에 불만을 품은 갈제면은 황제의 명을 거역하고 자취를 감추었다가 나타난 것이지요........"
"흠........!?"
설 무영은 황실의 변고가 하루 이틀에 이루어진 것이 아님을 직감하였다. 은금자련이 다시 말을 이었다.
"용운왕자를 보호하려면 남경에 가야 됩니다. 남경의 하동절도사(河東節度使) 조광윤(趙匡胤)만이 왕자를 보호할 수 있어요........"
"하동절도사......!?"
"그렇소......! 황실의 운명이 걸린 일, 대협께서 도와주십시오."
설 무영은 팔짱을 끼고 궁리를 하였다. 은금자련이 황실의 운명이 걸린 일라고 하는데 모른 체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설 무영은 한 가지 일로 해남에서 북상하는 중이었다. 그는 해남성을 나오면서 그에게 무술을 사사받기를 원하던 세 명의 불구 친구들, 기용수(綺傭秀), 문안상(聞岸象), 우타결(優駝潔)에 대한 소식을 접했다.
설 무영은 그들에게도 영약으로 내공을 쌓게 하고 천지현동(天地玄洞)에서 신폭쾌선공(神瀑快仙功)과 각각 그들 체질에 알맞은 무공비급을 연마케 하였다.
곽용수(郭傭秀)에게는 무당(武當)의 실전된 진천철장(震天鐵掌)과 연환탈명검(連環奪命劍).
우막(優莫)에게는 곤륜(崑崙)의 극상무공인 도룡신장(屠龍神掌)과 추명도법(追命刀法).
낙일조(駱壹照)에게는 우족으로만 무림을 종횡하던 우호검황(右虎劍皇)의 자혼투장(紫魂鬪掌)과 자혼쇄검법(紫魂碎劍法).
그들이 출관을 하였다는 말에 반신반의(半信半疑) 설 무영은 놀랐다. 사실 설 무영의 속마음은 그들이 무공을 익히기를 원할 때 꺼려하였다. 불구의 몸이기도 하지만, 무학에 대하여는 전무하고 무골이 아닌 그들에게는 무리한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하기에 연마하기 힘든 상승무공을 그들에게 주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들의 투혼(鬪魂)일는지 오성을 이루었다는 것이었다.
설 무영은 십천간룡과 그들에게 모종의 지시를 하였다. 설 무영 자신의 모습으로 정사마의 무림종파를 흔들어 놓으면서 아수라의 추종자들과 강시제조에 관한 것을 탐문하라고 하였다. 이것은 아직까지 강호에 마각을 들어 내지 않고 있는 수라천의 흔적을 알려고 하는 고육지책이었다.
설 무영은 좌충우돌하며 그를 추살하려고 혈안이 되어 있는 수라천의 모습이 들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그런데 그들로부터 항주(杭州) 주변에서 그들의 흔적을 발견하였다는 소식을 접하였던 것이다. 어차피 그는 안휘(安徽), 화동(華東)과 산동성(山東星) 일대를 둘러보려고 가는 중이었다.
유끼꼬도 여인간의 동정일는지, 은금자련을 도와주었으면 하는 눈빛으로 설 무영을 바라보았다. 설 무영이 은금자련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힘이 된다면 도우리다!"
"은공은 잊지 않겠소.! 하지만 그들이 닥치기 전에……."
아직도 그들의 사악함을 잊지 못하며 은금자련은 용운왕자를 안고 벌떡 일어나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들은 부리나케 동굴을 빠져 나왔다. 그들은 이내 경신술을 펼쳐 북경성으로 질주하였다. 그런데 그들이 사라진 동굴 입구에 때 아닌 회오리바람이 일어났다.
펑!
갑자기 한 가닥의 붉은 증기가 땅속으로 부터 피어올랐다. 그런데 누가 있다면 혼비백산(魂飛魄散)할 일이 일어났다. 땅속으로부터 하나의 혼령이 살아나듯 금의도포를 걸친 괴인이 솟아올라 오는 것이었다. 허지만 사람이기는 한데 금의도포 외에는 형체를 알아 볼 수가 없었다. 손발은 투명하여 보이지를 않고, 얼굴은 아수라의 형상을 한 가면을 쓰고 있었다.
"천룡이......."
금포괴인은 아수라의 가면 속에서 묘한 의미의 말이 흘렸다. 그는 사라져 가는 설 무영의 일행을 뒤쫓고 있었다. 황산의 단설봉 중턱을 어린아이를 안은 여인을 앞뒤를 오락가락하는 흑점이 사라져 가고 있었다.
"천룡이 날개를 얻기 전에......."
펑!
다시 붉은 증기가 퍼지고 금포괴인은 스르르 땅속으로 스며들어 사라졌다. 그들이 사라져간 계곡에는 까마귀 때가 높이 날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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