色魂 無影客! - 3부 10장
본문
마수나찰은 순간적으로 등골이 으스스하고 지옥에 떨어진 것처럼 정신이 혼미하였다. 그러나 그는 간악한 마공과 음모술수로 강호를 누빈 마두답게 급히 쌍장을 모아 맞서 나갔다. 하지만 이미 항거불능의 사태였다.
우 우웅! 크 르르!
"우 웩!"
단발마의 비명을 지르며 쓰러진 마수나찰은 사지가 갈래갈래 찢긴 채 나동그라졌다.
"이…런! 저, 저승야차........."
그의 부름뜬 눈이 자신을 보고 있는 묵인을 처다 보았다. 증오의 눈길이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마치 지하에서 들려오는 듯 울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의 영혼도 가져가마!"
설 무영의 한마디와 함께 마수나찰의 눈이 극도의 공포로 일그러졌다.
허 억!
숨을 채 들이키지 못하고 마수나찰이 경련을 일으켰다. 어느새 그의 가슴에 설 무영의 손이 깊이 박힌 것이다. 손이 깊숙이 박힌 가슴에서는 피가 울컥거리며 흘러 나왔다.
"아~버~지!"
심장을 뽑아 두 손을 번쩍 든 설 무영은 온통 피로 얼룩진 모습으로 사자후(獅子吼)를 내질렀다. 그의 눈에서는 두 줄기 피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감정을 가다듬기 위해 입술을 깨물었다. 그의 입술에서 피가 흘렀다.
은비살은 그림자처럼 그의 옆에 좌궤(左跪)하고 있었다. 은비살은 원한에 사무친 설 무영의 행동을 모른다. 하지만 은비살은 두려움보다는 피눈물을 흘리는 설 무영에게 가슴을 저미는 아련함을 느낀다. 순간의 시간이지만, 억겹의 시간처럼 느껴진다.
은비살로서는 어떤 조치도 할 수 없기에 바라보며 설 무영의 고통스러움을 같이 느낄 뿐이었다. 두 눈에 격렬한 파문을 일던 설 무영의 표정이 무섭도록 냉막해졌다. 잠시 후, 설 무영에게 안개 같은 무거움이 흘렀다. 그리고 결연한 태도를 지은 설 무영이 은비살에게 담담한 어조로 말을 했다.
"가자! 청사각(淸邪閣)으로......."
은비살은 피비린내 나는 위령각을 벗어나 설 무영을 따라 출구로 발길을 향했다. 위령각 바깥은 이미 무너지고 있는 수라군의 나머지 잔당을 열 명의 회색인과 추혼비파대원들이 추살하는 중이었다.
설 무영과 추혼비파대가 남혈부를 멸살하는 시간은 속전속결에 의한 짧은 순간이었다. 설 무영과 은비살이 위령각을 나서는데 회색인 하나가 빠른 신법으로 날아왔다. 회색인은 설 무영 앞에 무릎을 꿇었다.
"주군!"
의외의 인물이 나타남에 설 무영은 놀랐다.
"아! 정룡(丁龍)이 아닌가......!?"
"네. 주군!"
"어떻게 여기를.......?"
"미화(美花)와 월후(月后)께서 주군의 안위(安危)를 보호하라고 해서......."
미화라면 설난미화(雪蘭美花) 소류진을 말함이고, 월후는 도화월후(桃花月后) 전도련을 일컬음이었다. 그녀들은 설 무영이 걱정되어서 회색인을 보낸 것이다. 허나 회색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설 무영이 역정을 냈다.
"너희들이 관여할일이 아니거늘......!"
지금 그는 촌각의 여유가 없었다. 색면제군에게서 밝히지 못한 내막을 알아내야 한다. 내막을 추궁하기 위해서는 남혈부의 수괴 적혈존이 다른 방도를 취하기 전에 청사각(淸邪閣)으로 가야한다.
그러나 회색인을 보자 설 무영은 염려되는 것이 있다. 소류진과 전도련의 배려에 고맙기는 하지만, 다른 사안을 암중에 추진하고 있을 자가 그 앞에 나타났기 때문이다.
정룡(丁龍).
설 무영에게 목숨을 바치기로 했던 천황혼마전(天荒魂魔殿) 혼마지옥(魂魔地獄)의 다섯 무인과, 유라혼빙천(琉羅魂氷天)의 다섯 유라혈사대(琉羅血死隊) 대원들 중 한명 길정학(吉丁鶴)이다. 설 무영은 그들 열 명의 이름에서 기상천외의 생각을 하였다.
그들의 이름은 우연의 일치일까? 갑(甲), 을(乙), 병(丙), 정(丁)....... 등의 십천간(十天干)이 들어 있는 것이었다. 천지(天地)간의 이치는 계절의 변화, 동식물의 생장 등 천라만상의 변화는 천기의 변화와 상호관계가 있는 것이다. 고대로 부터 내려온 불가사의 이치(理致)였다. 십천 간은 십이 지지와 육십 화갑자(花甲子)를 형성한다.
만류는 십천 간으로 부터 이루어짐으로 그들이 십천간룡(十天干龍)이 되는 것이 하늘의 뜻임을 설 무영은 알게 되었다. 또한 그는 십천간룡이라는 천군만마(天軍萬馬)를 얻게 되는 것이었다.
설 무영은 그들을 위하여 신폭쾌선공(神瀑快仙功)과 환영비혼신공(幻影秘魂神功), 그리고 천상무형검결(天上無形劍訣)중에 필요한 구결을 연공하여 천간태원공(天干太原功)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들에게 연화동(蓮花洞)에서 가져온 만년설삼(萬年雪蔘) 한 뿌리씩을 복용하게하고, 불망객(不忘客) 도성담(塗成曇)에게 사사(師事)를 부탁하여 천지현동(天地玄洞)에 머물며 연무토록 하였던 것이다.
그러하거늘 그들이 설 무영 앞에 나타난 것이었다. 정룡(丁龍)은 무릎을 꿇은 채 설 무영을 올려다보았다. 설 무영은 잠시 생각에 잠겨 눈을 감고 있었다. 그의 뒤편에는 검은 무복에 검은 복면을 질끈 묶은 묵객이 서있었다.
"인자…! 동영의 인자가 주군의 수호객이란 말인가?"
정룡은 아리송한 의구심에 다시 한 번 묵객을 쳐다봤다. 그림자같이 흔들림이 없는 묵객에게서는 미증유의 잠강이 흐르고 있었다.
"대단한 잠력의 소유자다.......!"
설 무영이 눈을 뜨고 정룡을 내려다보았다. 그의 깊은 눈동자에서 정룡에게로 안광이 T아져갔다. 정룡은 그의 허락을 받지 않고 감히 움직일 수 없어 미동도 하지 않고 시선을 아래로 향하고 있었다. 무슨 질책이 있을 것만 같았다.
"천간태원공(天干太原功)은 달성 하였느냐?"
"네. 주군! 팔성을 달성 하였습니다."
"음.......!"
설 무영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설 무영의 현재 모습은 흡혈마귀(吸血魔鬼)와도 같았다. 갈기갈기 찢긴 의복에 온통 선혈로 물든 복장이었다. 정룡은 두려움으로 감히 얼굴을 처 들지도 못하고 이마를 땅에 조아렸다. 그들에게 설 무영은 신(神)일 수밖에 없고 생사여탈권(生死如奪權)을 쥔 주군이었다.
그림자 같이 부동으로 서 있지만, 은비살도 그의 눈치를 살피고 있다. 그에게는 설 무영이 천정무심(天井無心)의 기도(氣道)를 지닌 태산이요, 폭풍이 일기전 침묵의 대해(大海)와 같았다. 침묵을 깨고 설 무영이 십천간룡과 흑백쌍사를 불러 각각 모종의 지시를 했다. 지시를 받은 십천간룡과 흑백쌍사가 사라진 후, 설 무영과 은비살은 청사각으로 향했다.
청사각의 지하 석실(石室).
족히 사방 오장은 됨직한 온통 적색의 대리석으로 이루어진 곳이다. 적색 대리석은 반들반들하게 윤이 흐르고 혈광이 번쩍이고 있었다. 한쪽에는 투명한 붉은 휘장이 늘어져있고, 휘장에는 종자문(種子紋)이 새겨져 있어 호화로움을 더 하였다.
휘장 안으로는 자단목(紫檀木)으로 된 침대가 놓여 있다. 지금 침대위에는 삼십 세를 갓 넘은 여인과 괴인이 정사의 열기에 후끈 달아올라 있었다. 뇌쇄적으로 전라를 들어 내놓고 엎드려있는 여인은 농익은 젖가슴을 늘어트리고 무르익은 뽀얀 둔부를 뒤틀며 묘한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마치 짐승처럼 엎드려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여인의 뒤에 있는 괴인 또한 기괴한 모습이었다. 온통 몸을 감싸고 있는 것은 적색 피혁(皮革)으로 된 붕대를 감고 있는 것이다. 지하석실은 적혈존의 침실이고, 그들은 남혈부의 적혈존과 중관위령(中官衛領) 요화신녀(妖花神女)였다.
"아 읍, 흐 으......!"
적혈존의 손이 요화신녀의 젖가슴을 움켜쥐었다. 희열에 젖은 그녀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허지만 적혈존의 얼굴은 볼 수가 없다. 다만 붕대 사이의 사악한 눈빛만이 음사하게 뿜어져 나온다.
"혈존! 제발 저 좀........"
희열의 열기에 잠긴 요화신녀는 간절하게 애원하고 있었다. 하지만, 적혈존의 손은 집요하게 요화신녀의 나신을 주물렀다. 붕대 사이로 희색이 만연한 눈빛을 들어낸 적혈존은 요화신녀의 은밀한 비소를 주물렀다. 붕대 사이로 희색이 만연한 비소가 흘렀다.
"조, 존! 연조(姸鳥), 그 계집은 이제 가까이 안 하실 거죠? 허…읍. 못 견디겠어요. 하 읍!"
요화신녀는 연신 교성을 지르며 말을 했다.
"흠…음! 질투는 금물."
적혈존은 거친 숨소리와 함께 목이 잠긴 목소리를 흘리며 요화신녀의 부풀은 유실(乳實)을 비틀었다. 그녀의 들어 올려진 둔부가 꿈틀거렸다.
"허 윽! 제, 제발…! 그 가죽 붕대 좀 풀....... 허 억! 풀어요........"
"그럴 수 없다는 거 알잖아........"
그렇다. 그들의 무공은 어둠의 무저지하로부터 받는 음기에서 오는 사라암혈공(邪羅暗血功)이었다. 빛이 있는 상태보다는 암흑의 상태에서 내공이 갑절 이상 상승하는 것이었다.
"제~! 제발 존께서 저를 좀........ 허 윽!"
요화선녀는 욕화를 참지 못해 온몸을 비틀며 애원을 하였다.
"그럼........."
적혈존은 불끈 일어서서 손을 한 번 내저었다. 경천동지할 수법이 전개되었다. 그의 몸을 감고 있던 피붕(皮繃)이 순식간에 회전을 하며 풀렸다. 풀려나간 피붕은 침대 밑에 고스란히 쌓이는 것이었다.
피붕이 풀린 적혈존의 모습은 단정한 학자풍의 사십오 세 정도 사나이 모습이었다. 단지 피부의 혈색에 핏기가 없고, 눈초리가 뱀 꼬리처럼 치켜 올라가 있어 사악함이 더 하였다. 피붕이 풀린 적혈존의 하체에는 우람한 살덩이가 하늘을 치받듯이 솟아있었다.
남자의 실체를 보고 눈동자가 몽롱해진 요화신녀는 혀를 내밀어 아랫입술을 핥았다. 그녀는 아득한 전율을 참지 못해 선정적으로 둔부를 흔들었다. 그 순간 이미 적혈존의 돌출부는 엎드린 그녀의 옥문을 짓이기며 비소 속을 꿰뚫고 밀려들어갔다.
"아 학!"
고통과 희열이 교차되는 충격으로 그녀의 몸이 바들바들 떨렸다. 적혈존의 얼굴이 시뻘겋게 상기되고, 피부와 피부가 마찰하는 야릇한 소리가 흘러 나왔다. 끈적이는 마찰음! 적혈존의 몸이 흔들리고 풍염한 여체가 요동을 치는 쾌락의 파도가 두 사람을 휘감았다. 적혈존의 엉덩이가 치받을 때마다 요화신녀의 입에서 규칙적으로 신음이 터져 나왔다.
"흐 억! 하 읍, 으 읍, 하아......."
요화선녀가 상체를 굽힐수록 젖가슴이 침대에 일그러졌다. 일그러진 젖가슴은 적혈존의 손아귀에서 주물러졌다. 그녀의 옥문 속을 헤집던 적혈존이 갑자기 미간을 찌푸렸다.
"......?"
적혈존은 요화신녀의 옥문 속에 틀어박혀 용솟음치던 음경을 멈추고 청각을 곤두세웠다.
"더…! 더......."
요화선녀는 희열을 참지 못하고 둔부를 흔들었다. 순간 적혈존으;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누군가 있다.....!)
허지만 적혈존은 신경을 곤두세운 채 부동자세이다. 그는 침실 내에 그들을 제외한 또 다른 기척을 느낀 것이었다. 그 순간 살기가 번뜩이는 암기들이 그의 요혈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핫!"
적혈존은 순간적으로 요화신녀의 옥문 속에 박힌 남성을 뽑아내며 동시에 침대를 박차고 몸을 날렸다.
파 파팍!
"으…악!"
비명이 터져 나온 것은 요화신녀의 입에서였다. 무수히 날아온 암기는 발가벗은 요화선녀의 나신에 박혀 들었다. 부지불식간에 그녀의 나신은 암기로 벌집처럼 되어 버렸다. 욕정에 들떠 있던 그녀는 교음대신 단발마의 비명을 질렀다.
요화신녀는 엎드린 나신의 모습 그대로 목숨이 끊어진 것이다. 암기가 박힌 피부에서는 샘물처럼 선혈이 흐르고, 그녀의 둔부가 부들부들 떨렸다. 살수를 모면한 적혈존은 벌거벗은 채 침실 문 쪽을 바라보았다. 그의 하체의 살덩이는 놀람으로 보기 역겨운 흉물로 변해 축 늘어져 있었다.
침실 문 쪽에는 두 명의 묵인이 서있었다. 흑립과 흑두건, 설 무영과 은비살이었다. 그들은 적혈존의 침실이 지하석실인줄 모르고 청사각에 들어와서 찾아다니다가 은밀한 지하 입구를 발견하고 들어와서 암기를 날린 것이었다.
은비살은 석실 안을 바라보다가 참혹한 광경에 시선을 외면하였다. 발가벗겨져 피를 흘리고 쓰러진 여인내의 모습. 여인의 허벅지 사이에 들어나 있는 음모와 비소, 뿐만 아니라 적혈존의 하복부에는 남자의 실체가 흉측스럽게 발기되어 있었다. 비록 인자로 냉혹한 생활을 했던 은비살이지만 여인이었다. 은비살은 급히 숨을 들이마시며 설 무영의 등 뒤로 다가서며 시선을 돌렸다.
황망한 가운데 경악한 적혈존은 그들을 모른다. 감히 이곳에 침입할 자가 있으리라고는 예측하지 못할 일이다. 해남성을 지키는 수라군을 비롯한 고수만도 이천이 넘고, 누구도 통과하지 못할 오황살마진을 뚫고 침입하였다는 것은 꿈에도 생각 못한 일이었다.
"누구냐? 감히 이곳에......."
역시 적혈존 다운 태도였다. 휘장을 잡아당겨 온몸에 걸치면서 침착한 말투로 말하는 것이었다. 적혈존의 몸에서는 기괴하고도 무섭도록 냉기가 서린 기도가 흘러 나왔다. 설 무영에게서 냉막한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난 설 무영이라 하오. 황천길로 가기 전에 한 가지 이실직고 하시오!"
설 무영은 처음으로 자신의 신분을 밝혔다. 상대에게 자신의 신분을 밝힘으로서 무엇을 묻고자 하는 것인지 전달하고자 의도였다. 그러나 적혈존으로서는 어이가 없는 상황이었다. 알지도 못하는 자가 나타나 느닷없이 살수를 펼치고는 감히 이실직고하라는 것이다.
"강호 무림이 뒤숭숭하니 미친개들이 날뛰는구먼! 하여튼 여기까지 숨어 들어온 재주가 비상하다는 것만은 칭찬하마!"
말을 마친 적혈존은 벽에 매달린 오색 줄을 잡아 다녔다. 수하를 부르는 초인(超人) 줄이었다. 설 무영이 비소를 흘렸다.
"아무도 올 사람이 없을 거요."
"뭐라고......!?"
당황한 적혈존은 설무영을 뚫어지게 마주봤다. 그 많은 수하들이 모두 당했다는 것이 믿어지지가 않았다.
"올 사람이 없다고 했다."
"네놈이 누구라고.......?"
경악스런 표정으로 적혈존이 다시 물었다.
"귀가 잘 안 들리는 모양이군. 설 무영이라고 했는데........“
"네놈은 흑설매(黑雪梅)…!? 흑설매가 신검성황(神劍聖皇)과 백골마인(白骨魔人)의 후예란 말이냐?"
"그렇다! 구천을 떠도는 원혼의 묵은 빚을 받으러 왔다."
"흐흐흐…! 묵은 빚을 받는다고…? 지나가는 개도 웃겠다. 네놈의 목이나 내놓고 가라."
"묵은 빚뿐만 아니라, 나는 우리 부모님이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똑똑히 보았다. 가문의 원수를 갚기 위해서는 아수라의 비밀을 꼭 파해 칠 것이다. 수라천은 어디 있느냐?"
"으 흐…! 하하하.......!"
".......?"
적혈존은 사악한 미소를 띠우며 광소를 터트렸다.
"가문의 원수를 갚기 위해 본존도 영체를 보지 못한 천이 계신 곳을 알려달라고........?"
"그렇다! 수라천의 행방과 수라천에 가담한 자를 알고 싶다."
적혈존의 입술이 일그러지며 괴이한 미소를 자아냈다.
"정말 딱한 애송이군. 그깟 설가의 멸문은 조족지혈인 것을. 쯧…! 이놈아! 무림에서 천께 복종하지 않은 자보다 천을 숭배하는 자가 더 많은 걸, 본존이 어찌 다 말을 하느냐? 미련한 놈......."
"........!"
설 무영은 천을 숭배하는 자가 더 많다는 적혈존의 말에 또 한 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허지만, 적혈존은 귀찮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어쨌든 여기까지 들어올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하다. 어차피, 천의 대망에 거추장스런 방해물은 제거하는 것이 본존의 임무이거늘, 제 발로 찾아온 네놈을 살려둘 수가 없지........"
말을 마친 적혈존은 손을 가볍게 움직였다.
스윽!
침대 옆에 있던 혈검이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적혈존의 손아귀로 날아들었다. 고도의 허공접인(虛空接引) 수법이었다. 그러나 설 무영은 그가 검을 잡는 모습을 지켜보고만 있었다.
찌~징!
적혈존의 혈검에서 혈무가 피어나며 검강이 울렸다. 적혈존과 혈검이 합일하여 무시무시한 사기(邪氣)가 일어났다. 그 모습을 본 설 무영은 그 위력에 움찔하였다. "대단한 검강이다. 생전 처음으로 느끼는 극강의 사기."설 무영은 건곤자전강(乾坤紫電氣)을 끓어 올려 호신강기를 일으키고, 용수갑의 장심에 있는 단추를 눌렀다.
철컹!
흑색검기가 뻗쳐 나왔다. 은비살은 밤의 야차 모냥 은비검을 혈존을 향해서 들고 몸을 웅크렸다.
"흐흐흐...! 용상검(熔霜劍)이 아니냐?"
설 무영은 긴장하였다. 아직까지 용상검을 알아보는 사람이 없었다. 헌데 적혈존은 단번에 알아보는 것이었다.
"혈존, 역시 식견은 있구나."
"본존이 오늘 운이 좋구나. 용상검을 얻게 되었으니. 흐흐...!"
"그럴까?"
말을 마친 설 무영은 천상무형검결(天上無形劍訣)의 구결을 읊조렸다.
"태룡폭(太龍暴)!"
설 무영의 몸이 지면에 길게 뻗어 누우며 용이 울부짖는 검명과 함께 웅대한 검강이 적혈존의 몸을 향해 폭사해 갔다.
"훗…!"
적혈존은 입술 가에 웃음을 띠우며 가볍게 혈검을 내리쳤다.
우우웅!
그런데 용상검에서 일어나는 흑강이 혈강에 의해 산산이 부서지는 것이 아닌가. 설 무영은 검에 팔성의 강기를 불어 넣었다.
콰르르...쾅!
검강과 검강이 부딪쳐 천둥치는 소리가 울렸다.
"이런…!? 고수였구나."
적혈존이 쿵쿵쿵! 세 걸음을 물러나며 중얼거렸다. 적혈존은 상대를 경시하였던바 창졸지간에 강력한 위력에 대경질색 하였다.
"헐! 이런 위세라니........"
설 무영도 삼족을 뒷걸음치고는 급히 몸을 틀어 호신강기를 일으켰다. 그 상황을 지켜보던 은비살이 적혈존의 허리를 향해 비호같이 은비검을 휘저어 갔다. 가만히 있을 설 무영이 아니었다. 그는 몸을 한 바퀴 돌려 비키며 탄호비(彈虎飛)의 수법으로 적혈존의 하체를 주살해갔다.
검풍이 일어나 적색 비단으로 침실 벽에 드리워진 벽사(碧紗)가 흔들렸다. 문득 벽사가 너풀거리는 사이로 번쩍이는 빛이 설 무영의 시야에 들어왔다. 빛을 발산한 것은 네 개의 홍옥이 박힌 대형 은거울이었다.
(저것이 산마혼경(産魔魂鏡)이란 요물인가.......?)
설 무영은 우수로 적혈존을 주살해 가면서 좌수로 산마혼경을 향해 장력을 발산하였다.
"안 돼!"
협공 당하는 것에만 신경을 썼던 적혈존은 뒤늦게 설 무영이 산마혼경에 장을 휘두른 것을 보고 황급히 몸을 뒤집어 날았다. 호신강기를 일으킨 그가 설 무영의 장력을 막으려 했으나 이미 때는 늦었다.
찌지징…! 쩌~정! 쾅!
날카로운 파음(破音)을 남기며 산마혼경이 부서져 내렸다. 부서져 내린 산마혼경은 푸시시! 연기를 뿜으며 내리 녹더니 형체가 사라져 갔다. 오히려 은비살의 검강에 의해 갈라진 적혈존의 좌측 무릎의 의복 사이로 피가 흘러 내렸다. 차마 산마혼경을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을 미처 못 했다가 적혈존은 일격을 당한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쉽게 상처를 입을 적혈존이 아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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