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자애가 - 2부 2장
본문
잠깐만. 거기까지만 하자. 참, 소식은 들었다. 혈천마참대가 이번에 화산파 여아를 두 명 납치했는데, 몰래 제령당에서 실험하다가 죽였다는 소식을.”
“너.. 너 어떻게..그걸.”
“내가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냐? 내가 괜히 악귀가 아니야. 혈교 제심당 제 1 수술실장이 바로 나라고. 괜히 소면악마라고 불리는 게 아니니까. 그나저나 뭐 하다가 죽여 버렸냐? 매청이가 준비한 걸 보면 혈심령주라도 시도해 보려고 한 것 같은데 말이야. 혈심령주도 포기해라. 실전된 아후라법문이 없으면 혈심령을 만들어 봤자거든. 사흘도 못 가.”
“너...그걸 어떻게....”
“해 봤거든. 내가 괜히 사람을 이렇게 많이 죽이고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됐다. 됐어. 너야말로 제령당주님이 꽤 신경을 쓰더라. 공개적으로 지옥악마 장로님께 네 진로문제를 꺼냈다고 하던데.”
“사부님께.. 하긴 네가 미덥지 않으니 믿음직한 나를 택하는 것도 당연한 건가. 좀 열심히 해라. 그나저나 걱정이네.”
“뭐가?”
“넌 눈이 없냐?”
수술대 위에 놓여 있어야 할 시체가 전 피부조직에 괴사를 일으키며 한 줌의 혈수로 녹아가고 있었다. 차가운 성질을 가진 청옥을 북해에서 겨우겨우 입수해서 만든 수술대인데. 독기가 퍼져서 머리가 어지러웠다. 절정고수 이상에서만 반응한다더니. 당청민은 황홀한 표정으로 녹아 없어지는 시체를 바라보며 가지고 다니는 작은 서책에다 지금의 상황을 세필로 적고 있었다. 변태같은 자식.
“일어나자. 가 봐야지.”
“어딜? 저것 어떻게 변하는 지 좀 관찰하자. 갈 데 있으면 너나 가라.”
“독기가 너무 세다. 피독주가 있는 나나, 독기로 가득찬 네 놈과는 달리 저기 잠탱순이는 좀 위험하단 말이다. 내공으로 누르고 있지만 독기가 어느정도 몸을 침탈한 표정이잖아. 자존심 때문에 버티고 있는 거라고. 그리고 위지형이도 걱정이다. 위험할지도 모른다.”
그제야 고개를 돌려 팽상아를 바라보는 당청민의 눈은 자책으로 가득했다. 잠탱순이 팽상아는 가공할 독기로 인해 목을 잡고 괴로워하고 있었던 것이다. 당황한 당청민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해서, 난, 운남성에서만 자생하는 진양귀비의 줄기로 짠 한삼으로 녹아버리고 있는 실험체를 덮어두고는 얼른 팽상아를 들쳐업고 밖으로 나와서 피독주를 목에서 풀어내어 걸어주었다.
그나저나 어쨌거나 꽤나 독했다. 어지간한 독으론 저 정도 위력이 나올 리가 없는데. 시체처리 때 쓰는 화골산이라는 것도 사실은 독이라기 보다는 극히 정제된 산성 물질이라, 어떤 식으로 저런 독단을 연단했는지가 궁금했다. 강렬한 산을 쓴 것 같긴 한데, 그런 산을 고체 상태로 응고시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자기의 목숨같은 연단비법을 당청민이 그냥 내놓을 리도 없고 해서, 일단 팽상아를 당청민에게 맡기고, 앵앵을 의약전에 보내서 의약전 부전주인 소편작 주휘를 불러, 아수라파천대의 막사로 불러오라고 한 다음에 아수라 파천대의 막사로 걸음을 옮겼다.
제심당은 교의 중심가에서 좀 벗어난 위치에 있다. 이른바 혐오시설이기 때문이다. 하루 평균 10명 일년에 한 3천명정도를 죽여나가고 있기 때문에 시체도 많이 나왔고, 실험을 빙자한 고문을 계속해오고 있어서, 비명도 심해서, 원래 입주해 있었던 중앙동에서 쫓겨났던 것이다. 하지만 언제고 자신도 우리 제심당에 입실할 지도 몰라서 다들 고양이 목에 방울걸기로 이전문제를 꺼내지 못했는데, 외당의 당주이자 우리 제심당의 당주인 내 사부 지옥악마 주세필 장로의 부인인 마부용 화용란 당주의 발의로 일사천리로 통과되어 지금은 비명을 질러도 적어도 중앙동에까지 들리지 않는 위치까지 쫓겨났던 것이다.
사람들은 혈교하면 다들 삼두육비의 괴물들만이 사는 곳인 줄 알지만, 혈교도 사람들이 살아가는 장소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높은 놈들은 안락함과 편안함, 청결함을 추구한다. 그런 면에서 아수라파천대 역시 혈천마참대와 혈랑군과 함께 혈교의 3대무력조직중 하나지만 혐오시설인 건 마찬가지다. 혈천마참대는 교의 중심부로 갈 수 있는 최고의 지름길이다. 실제로도 지금의 장로들과 당주들, 실세들의 대부분이 혈천마참대 출신이라, 일단 혈천마참대를 거치지 않으면 중앙직에 들 수 없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기도 하다. 그래서 혈천마참대의 입대시험날짜가 돌아오면 어떻게든 입대하기 위해 수많은 눈치작전이 발생하는 것이다. 혈랑군은 나이가 차면 누구나가 가야하는 의무병역조직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 숫자로 다른 조직들을 압도한다.
아수라파천대가 혐오시설이 된 것은 역시 흡혈 때문이다. 난 아수라파천신공의 원리를 과학적으로 규명하기 위해서 대장로와 위지형의 지원을 받아 2개월동안 아수라파천대의 대원들 스물을 데리고 900명정도를 죽여 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상승절학이 원래 그렇듯, 흡혈을 통해 상대방의 정기를 흡수할 수 있다는 것과, 아수라파천신공이 높은 경지에 달하면 흡혈을 통해 상대방의 무공의 운기방식을 깨달을 수 있다는 원래부터 알고 있던 사실을 제외하면 별다른 새로운 발견이 없었다. 마음먹고 피를 마셔볼까도 생각했었지만, 매일 피를 보는 나조차도 시체의 찐득한 피를 마시는 것은 비위가 상했다. 그래도 900명을 죽이는 동안, 아수라파천신공을 좀 더 쉽게 익히기 위한 편법들을 몇 가지나 내가 개발했기 때문에, 대장로로부터 큰 칭찬을 받았었다. 예를 들면 그 때의 연구를 바탕으로 만든 거머리 효소 항응고제같은 것이다. 이 실험 이후 난 다른 장로들에게도 연구를 목적으로 한다면 얼마든 실험체를 제공받을 수 있었다.
아수라 파천대의 막사에 다가가자 쿵쿵 거리는 소리가 났다. 앵앵의 걸음이라면 그리고 주휘녀석의 게으름이라면 아무래도 무공이 좀 강한 누군가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막사 입구를 지키고 있는 아수라파천대의 대원에게 인사를 건냈다.
“여어. 오랜만이야.”
“노실장님. 오랜만이십니다. 어쩐 일이세요. 참, 부대주님이 그러시던데, 이번에 대단한 개발을 하셨다면서요.”
“그래, 너네들이 교의 제일 무사들인데, 그래도 내가 신경을 써야 하지 않겠냐. 그리고 위부대주는 내 친구기도 하고 말이야.”
“감사합니다. 역시 과부사정은 홀아비가 알아준다고, 실장님 밖에 없습니다.”
“위부대주는?”
“사실 안 그래도 이실장님 모시러 가려던 참이었습니다. 종남파 장로 피를 빨아먹고 왔다고 하셨는데, 그 뒤로 속이 계속 안 좋으신지 뒤쪽 연무장에서 수련을 하고 계십니다. 자꾸만 트림을 하시는 게 피에 좀 문제가 있는 건 아닌가 싶어서요.”
“그래. 수고해. 난 가볼테니까.”
위지형은 발목에 쇠추를 달고 하늘로 뛰었다가 다시 떨어지고를 반복하고 있었다. 얼굴을 보니 그다지 문제는 없어 보였다. 그저 말대로 트림을 계속하고 있는 것을 제외하면 좀 붉어진 얼굴을 빼곤 괜찮아 보여서 일견 안심이 됐다.
“왔냐? 간다니까? 청민이랑, 상아는?”
“괜찮냐? 사실 아까 그 시체에 당청민이가 새로 만든 독을 풀었었거든.”
“어쩐지 피맛이 좀 씁쓸하더라니. 난 니가 만든 그 추출기로 뽑은 피라 그런 줄 알았거든. 속이 좀 더부룩하기도 하고. 그런데 무슨 독이라더냐? 괜찮은 것 같은데. 효과가 별로 없는 거 아니냐?”
“그건 잘 모르겠다. 절정고수 이상에서만 반응하는 독이라던데. 좀 실패작인가 봐, 방금 내 실험체 하나가 녹아버렸거든. 피부조직이 괴사하면서 녹아버리는 걸로 봐서 독기는 충분히 강하긴 한데...네가 멀쩡한 걸로 봐선, 절정고수 쯤 되면 참아낼 수 있는 모양이다.”
그 때 뒤에서 누군가가 경공으로 날아와서 무릎을 꿇어서 봤더니 당청민이었다. 하긴 위지형은 순수 무력으론 혈교의 후지기수들 중 누구도 따라올 수 없을 정도의 위력을 가졌고, 얍삽한 당청민과는 달리 성격도 우직해서 잘 화를 내지 않지만, 화가 나면 당청민 정도는 엄청난 곤욕을 치러야 했다. 그걸 아는 약삭빠른 당청민은 미리 사과를 해서 화를 피하려는 것이고.
“상아는?”
“일단 의약전에 입실시켰다. 괜찮은 모양이야. 미안하다 형아. 내가 독단을 완성하고 나서 눈이 뒤집혀서. 정말 미안하다.”
“됐어. 그런데 효과는 별론가 보다. 속이 더부룩한게 단데.”
눈에 띄게 어두워지는 당청민을 보고선, 그래도 일반인들에게 쓰기엔 충분히 극독이라는 소리를 해주고선, 약의 연단비법을 물었지만, 당청민은 그저 침울해 할 뿐 별다른 말을 하진 않았다.
위지형이 발목에 달린 쇠추를 풀고, 크게 트림을 한 번 한 후, 옆에 놓여있던 물병을 들어 물을 마시는데, 뭔가가 이상한 듯 얼굴을 붉히기 시작했다.
“왜 그래?”
“이거 이상하다.”
“뭐가? 뭐가?”
갑자기 일어난 일에 당청민이 흥분해서 뭐가뭐가를 연발했다. 하긴 신독을 만들었는데, 아무런 소용이 없다고 생각했다가 이상하다고 얼굴을 붉히니 당연히 궁금할 밖에, 나역시 궁금해서 위지형의 붉어진 얼굴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상해. 진짜. 물을 마셨더니, 발기가 멈추질 않아.”
나와 당청민은 동시에 위지형의 하복부 특정부위를 바라봤는데, 놀랄 수밖에 없었다. 거대한 육봉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머리를 쳐들고 있었던 것이다. 피쟁이 위지형은 고통스러운 듯 바지에다 손을 가져다 대지도 못했는데, 쓸데없이 손이 빠른 당청민이 재빨리 손을 써서 위지형의 바지끈을 잘라내 버렸고, 훌렁 내려간 바지 안의 물건은 정말 대단했다. 사람의 것이 아닌 것 같은 육봉은 힘줄이 튀어올라 있었고,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는데, 약간 김이 나오는 것 같은 착시현상을 불러 일으킬 정도였다. 위지형이 아파하던 것도 이해가 됐다. 저만한 것이 밀폐된 공간 속에서 옥죄이고 있다면 누구라도 고통을 느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미 당청민은 가지고 다니는 서첩에 세필로 위지형의 육봉을 그리고 있었고, 난 누구라도 이 모습을 봐선 안된다는 생각이 들어서 사람들을 밖으로 내보내려고 주위를 살폈다. 불행하게도 위지형의 모습을 뚫어지게 보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그녀는 아수라파천대 유이의 여자대원이었는데, 둘 중 얼굴이 그나마 예뻤기 때문에, 여자들로부터 기피대상인 아수라파천대 내에서는 절대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진서연이었다. 피쟁이의 말로는 나이는 어렸지만, 이미 삼성의 아수라파천공을 익혔을 정도로 대단한 인재였다, 대체적으로 정조관념이 약하고 자식은 많이 낳는 게 좋다는 풍조의 혈교 내에서도 몇 안되는 문란하지 않은 여자여서 더 인기가 많았다.
"에그머니나."
고개를 돌릴 생각도 못하고 위지형의 육봉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는 진서연의 입가에 살포시 침이 흘렀다. 당청민은 뭐가 신이 났는지 어쩔 줄 몰라하는 위지형의 앞에 아예 무릎을 꿇고 앉아서 육봉을 들어보고 고환을 만져보는 듯 미친 듯을 시작하더니, 곧 정말로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자기 이마에 한 손을 가져다대더니, 위지형의 터질듯한 육봉을 한 손으로 잡는 것이었다. 그러더니 나를 부르는 게 아닌가.
"야, 악귀 이리와서 형이 물건 좀 만져 봐.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은데?"
얼굴이 벌개진 위지형은 부끄러움으로 뒤로 넘어가게 생겼는데, 이상한 것은 내가 실험한 바에 따르면, 남자의 발기는 심리적인 요인에 따라 좌우되는 바가 커서, 저런 공황상태에 빠지면 당연스럽게 쪼그라들어야 하는데, 의지와 상관없이 발기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신기했던 것이다.
소편작 주휘가 도착했다. 주휘 역시 이런 강렬한 최음의 효과에 경악하더니, 곧 당청민과 이런저런 실험을 하기 시작했다. 벌써 시간이 꽤 지나있었고, 이미 연무장에는 소문을 듣고 찾아온 아수라파천대원들로 가득했다. 나는 위지형의 체면을 생각해서 격리를 생각했고, 곧 바지를 끌어올린 위지형은 자신의 방으로 향했고, 무려 삼각에 가까운 시간이 지나서야 쭈그러드는 육봉에 안심해야 했다. 온 몸에서 열이 올랐기 때문에 소편작 주휘는 열을 떨어뜨리는 탕약을 처방했고, 당청민은 소기의 성과를 거둔 독단을 사랑스러운 듯 쳐다보고 있었다.
별다른 여흥거리가 없는 혈교사람들은 수다가 많다. 그 때문에 소문도 몹시 쉽게 퍼진다. 당청민이 새로 만든 단약-누구도 독약이라는 소리를 하지 않더군.=에 대한 소문은 혈교를 강타했지. 누구나 복용하길 원했어. 당청민은 연단에 시간이 오래 걸리긴 하지만, 특수한 재료가 드는 게 아니라서 양산할 수도 있다는 말로 사람들을 엄청나게 흥분시켰다. 시체가 녹아버릴 정도로 강한 성분의 약을 양산한다는 것은 위험성이 너무 컸다. 난 그런 의견을 담은 보고서를 위에 올렸지만, 간단히 무시당했다. 약을 복용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서 절정고수 이상으로 한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상층부 사람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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