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天上)의 향기 - 5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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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天上)의 향기 52(영장평원의 혈투)-3
아군과 궁아라는 다른 사람들의 배려로 마지막 불침번을 맡았다. 아군이 가장 먼저 일어나야하기 때문이다. 모닥불 앞에 앉아있던 아군이 고개를 들었다. 하얀 눈꽃이 핀 나뭇가지 사이로 밤하늘에 밝게 빛나고 있는 반달이 보인다. 어제 밤에는 폭설이 내리더니 오늘은 구름한점 없이 맑은 날이다. 궁아라는 모닥불과 떨어진 나무위에서 주위를 감시하고 있을 것이다. 아군은 하늘을 올려다보다가 모닥불 주위에 잠들어 있는 다른 십이사들의 얼굴을 살펴보았다. 이제 조금만 지나면 무림맹 무사들과의 전투가 시작될 것이다. 아군은 십이사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살펴보았다. 모두들 어두운 얼굴들이다. 스스로 죽음의 사지를 향해 가고 있으니 어두워 보이는 것도 당연하다. 아군의 시선이 수혜의 얼굴에 멈춘다. 수혜의 하얀 얼굴에 모닥불이 일렁거린다. 수혜는 잠든 상태에서도 요염한 기운을 발산하고 있다. 수혜는 흡정마녀의 무공을 익힘으로 몸과 마음이 스스로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예민하게 변해버렸다. 그녀는 장기나 악무룡을 사랑하지 않는다. 장기나 악무룡을 대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들을 사랑했다면 내공을 갈취하는 짓 따위는 하지 않았을 것이며 장기에게 몸을 허락한 상태에서 또 다시 악무룡에게 허락하진 않았을 것이다. 더구나 장기나 악무룡을 대하는 것을 보면 쌀쌀맞기 그지없다. 어떻게 보면 장기나 악무룡도 피해자라고 할 수 있다. 아군이 잠시 다른 생각에 빠져 있는데 아군의 옆으로 궁아라가 다가왔다. 궁아라는 아군이 멍하니 수혜를 바라보고 있는 것을 보고 아군의 어깨에 손을 얻었다.
“아군!...........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히 하는 거야.”
“아~ 누님이군요. 아무것도 아닙니다.”
궁아라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이제 시간이 됐어. 지금쯤이면 무림맹 군막(軍幕)에서 식사준비를 시작할 시간이야.”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군요. 너무 빠르지 않을까요.”
“늦으면 안 되잖아. 조금 일찍 출발해.”
아군은 잠들어 있는 다른 사람들을 한번 쳐다보고 자리에서 일어나 곽지향에게 받은 주머니를 점검해 보았다.
“알았어요. 출발해야겠네요. 다른 사람들은 제가 출발하면 깨워주세요.”
“조심해서 다녀와~”
“예! 다녀오겠습니다.”
아군은 궁아라를 포근히 안아주더니 그녀의 이마에 입맞춤을 하고 하늘로 솟구친다. 궁아라는 아군의 모습이 점이 될 때까지 지켜보고 있다가 다른 십이사들을 깨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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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군이 어둠을 뚫고 영장평원으로 향하고 있는 그 시간에 무림맹을 출발한 흑풍대는 영장평원과 떨어진 언덕에 도착하여 이제 막 군막(軍幕)을 설치하고 있었다. 그리고 십이사의 뒤를 쫒고 있는 이천오백명의 오향소속 무사들은 영장평원과 하루 반나절 거리를 두고 십이사를 쫒고 있었다. 흑풍대의 출현은 마수도 전혀 예상 못했던 것으로 그가 계획한 작전에 틈이 벌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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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높이 솟구친 아군은 지형지물을 이용하여 몸을 숨기며 절벽을 가로질려 영장평원으로 들어선다. 아직 동이 트지 않아 사방이 캄캄한 밤이지만 영장평원의 곳곳에 숨죽인 사람들의 그림자들이 눈에 띈다. 새벽인데도 경계가 삼엄한 것이다. 아군은 매복한 무사들의 눈을 피해 평원 끝에 있는 군막으로 향했다. 아군이 군막들이 모여 있는 곳에 도착했다. 아군은 먼저 각각의 군막을 지키던 무사들 중에서 홀로 떨어진 무사를 찾아보았다. 마침 소변이 급한지 무사하나가 한적한 곳으로 달려가는 모습이 보인다. 아군은 그의 뒤를 밟아 막 바지를 내리려는 무사를 덮쳤다.
“헉~ 누구..........음~”
아군은 무사의 마혈을 제압하는 것과 동시에 혼수혈을 찢어 무사를 재운 다음 무사의 옷을 벗겨내 자신의 옷과 갈아입었다. 아군은 무사의 체형과 얼굴을 자세히 살펴보고 천면역용술로 얼굴뿐만 아니라 체형까지 무사와 똑같이 역용했다.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역용한 아군은 다른 사람들의 눈을 피해 음식냄새가 나는 군막을 찾아보았다. 많은 군막들 중에서 눈에 띄는 군막하나가 보인다. 다른 군막에 비해 크기도 크고, 천장에 여러 개의 구멍이 뚫린 군막이다. 아군이 천장을 올려다보니 하얀 연기가 나오는 것이 보인다. 군막 안에서 음식을 만들고 있는 모양이다. 아군은 살며시 군막의 천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보니 안에는 많은 요리사들이 음식을 만들고 있었다.
“어이~ 자네는 뭐야.”
“추워서 따뜻한 국물이라도 얻어먹으려 왔습니다.”
“하하하~ 밖이 춥긴 추운 모양아군. 그런데 어쩌지. 아직 요리가 안됐어.”
“얼마나 더 기다리면 되겠습니까?...........다른 무사들도 궁금해 해서 여쭈어보는 겁니다.”
“다 됐어. 조금만 더 기다리면 될 거야.”
“알겠습니다. 다른 사람에게도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아군은 살며시 군막을 빠져나와 군막근처에 몸을 숨기고 군막을 감시하고 있었다. 아군이 잠시 지켜보고 있으니 요리사 복장의 한 사람이 군막을 빠져나오는 모습이 보인다. 아군은 수라기를 끌어올려 음양비를 최대로 발휘하여 막 군막을 빠져나오는 요리사를 향해 날아갔다.
“휘이익~”
“.............퍽............크윽~”
아군은 독수리가 병아리를 낚아채 듯 요리사를 낚아채고 요리사의 마혈과 아혈을 점했다.
“아니 누구.........”
아군이 요리사를 낚아채는 모습을 마침 그곳을 지나던 무사가 발견한 모양이다. 아군은 재빨리 손가락을 튕겼고 손가락 끝에서 강기가 날아가 무사의 머리를 관통해 버린다.
“쉬이익~”
“..........퍽~...........크윽~”
아군은 쓰려지는 무사를 옆구리에 끼고 어둠고 인적이 드문 곳으로 몸을 날린다.
“쩝~ 너무 급해서 죽이고 말았군.”
아군은 이마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무사를 한쪽구석으로 던져 버리고 요리사의 옷을 벗겨 다시 옷을 갈아입었다. 요리사는 30대 중반으로 얼굴이 길고 마른 체형을 가진 사내였다. 아군은 요리사의 얼굴과 체형으로 역용하고 잠든 요리사의 아혈를 풀어주었다.
“다..........당신은 누구죠.”
“휴~ 조용히!!!.......소리 지르면 저기 있는 놈처럼 될 거야.”
사내는 죽어있는 무사를 보더니 다시 아군에게 눈에게 눈을 돌린다.
“헉~ 다........당신은 누구지. 어떻게 나랑 똑같이........”
사내는 아군의 모습을 보고 입이 벌어지고 눈이 커진다. 아군이 자신과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내는 다시 아군을 살펴보고 표정이 이상하게 변한다. 꼭 귀신이라도 본 표정이다.
“내가 누군지 알려고 하지 마라. 몇 가지 묻는 말에 대답해 주면 죽이지는 않겠다.”
“다........당신 귀신이야. 내가 귀신에 홀린 건가?”
“자네는 무슨 요리를 하는 사람이지.”
사내는 아군의 말에도 대답이 없다. 너무 겁에 질려 입이 얼어붙은 모양이다. 아군은 쓰게 웃더니 사내의 혼수혈을 찍어버리고 죽은 무사와 함께 눈에 띄지 않는 곳에 던져버린다. 아군이 요리를 만드는 군막으로 들어왔다. 요리사 한명이 아군의 어깨를 때린다.
“아니 양념을 가지려 간다는 사람이 지금 오면 어떡해.”
“소변이 급해서 버리고 오느라 늦었어요.
“그래........근데~ 향료는 어떻게 하고 빈속이야.”
“방금 향료이라고 하셨어요.”
사내는 40대 중반의 사내였다. 그는 아군의 역용할 모습을 보고 전혀 의심하는 구석이 없다. 아군이 얼굴과 체형뿐만 아니라 목소리까지 완벽하게 역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젊은 사람이 벌써부터 건망증이라도 생긴 거야. 아~ 자네가 고향에서만 나는 특별한 향신료가 있다고 자랑해서 우리가 맛 좀 보자고 하지 않았나.”
“죄송합니다. 품에 넣은 걸 깜박했네요.”
(일이 풀리려니 이렇게 쉽게 풀리는군.)
아군은 속으로 미소를 짓고 품에서 곽지향에게 받은 주머니를 꺼냈다.
“아니 그게 다야. 그걸 가지고 누구 입에 붙인단 말인가?”
“이건 향신료입니다. 많이 넣는다고 좋은 것이 아닙니다.”
“그래?.........그럼 자네가 한번 넣어봐~ 대체 어떤 향이 난다는 거야.”
아군은 다른 사람들을 헤치고 국이 펄펄 끓고 있는 솥으로 갔다. 천명이 넘는 인원이 먹을 국이라 국을 끓이는 대형 솥단지만 30개가 넘는다. 아군은 각각의 솥에 곽지향에게 받은 독을 풀기 시작했다. 겉에서 아군을 지켜보던 요리사 하나가 국물을 냄새를 맡아본다.
“쩝~ 무슨 향이 난다는 거지. 난 전혀 모르겠는데........”
“어디.........”
다른 요리사 하나도 냄새를 맡아본다. 그도 고개를 기우뚱거린다. 아군이 향신료라고 넣었지만 별다른 냄새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아군은 그 사이 모든 솥단지에 독을 풀었다.
“아니 사람들이............잘 맡아봐요. 향기가 나지 않아요.”
아군이 손을 떨며 억지를 부리자 다른 요리사들이 억지로 고개를 끄덕거린다.
“자자~ 모두 준비가 끝났으면 음식이나 나르세. 다들 밖에서 고생하는데 밥이라도 따뜻하게 먹어야지.”
“제가 다른 사람들을 불러오겠습니다.”
요리사 하나가 무사들을 불러오기 위해 밖으로 나간다. 요리사들이 다시 분주해지기 시작한다. 아군은 일하는 척 하면서 한쪽 구석으로 이동해 슬며시 군막을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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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막수와 유미림이 오른쪽에 있는 절벽을 올라가고 있는데, 유미림의 경공실력이 부족해 두 사람은 벽호공(일명 도마뱀 신공이라고 불리는 것으로 아무런 받침 없는 벽을 타고 넘을 수 있는 무공의 일종)으로 절벽을 오르고 있었다.
“여기서부터는 내가 먼저 올라갈게. 조심해서 올라와~”
“예~ 조심하세요.”
절벽을 중간쯤 오르자 이막수가 유미림에게 전음을 보냈고 유미림도 전음으로 대답한다. 이막수는 속도를 높여 위로 올라갔다. 아직 여명이 밝지 않아 주위가 암혹 속에 잠겨 있지만 혹시 적(敵)이 절벽을 감시하고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이막수가 먼저 올라가는 것이다. 절벽위에 사람들의 그림자가 아른거린다. 이막수는 절벽에 달라붙어 소매에서 단검을 빼낸다. 혼자라면 모르겠지만 유미림까지 대동하고 있는 지금 적(敵)을 조용히 제압한다는 것은 불가능할 것 같다. 이막수의 단검이 허공으로 날아오라 무사의 목을 향해 전광석화(電光石火)처럼 날아가는 것과 동시에 이막수의 몸에 허공으로 솟구쳐 오른다.
“휘이이이익~”
“...............퍽~................그으윽~”
추위에 몸을 움츠리고 있던 무사의 목에서 더운 피가 분수처럼 솟구치고, 목을 잡은 무사가 기우뚱거리더니 절벽 밑으로 떨어지려 했다.
“이봐~ 무슨 일...........”
무사의 목을 베어버린 단검이 공중에서 방향을 틀어 절벽 밑으로 떨어지려는 무사를 부축하던 무사의 목을 향해 날아간다.
“쑹우웅~”
“카~아아악~”
무사의 목에서 붉은 피가 뿜어지며 두 명의 무사가 절벽 밑으로 떨어지려 한다. 이막수는 재빨리 바닥으로 내려와 떨어지려는 무사들을 바닥에 눕히고 주위를 살펴보았다. 주위에 더 이상의 적(滴)은 없는 모양이다. 잠시 후 유미림도 절벽으로 올라왔다.
“죽었어요?”
“어쩔 수 없었어.”
“죽이지 않기로 했잖아요?”
“알아. 지금부터는 조심할게”
“................”
“..........자자~ 서두르자. 어제 대충 살펴본 곳이라 놈들이 매복하고 있는 곳을 알고 있어. 저쪽 숲에 10명 정도가 매복하고 있을 거야. 미림이가 놈들을 처리해. 나는 반대쪽에 매복한 놈들을 처리할게.”
“알았어요. 10명은 제가 처리하죠. 조심해요.”
“미림이도 조심해.”
이막수는 유미림에게 밝게 웃어주며 자신이 맡은 놈들을 처리하기 위해 몸을 날린다. 유미림은 허리에 감고 있던 붉은 색의 허리띠를 풀어 팔목에 감았다. 그녀의 허리띠는 잠마동 편마관에서 가져온 것으로 ‘영사혈편(靈蛇血鞭)’이라 불라는 물건이다. 그녀는 하얀 눈꽃이 핀 나무사이로 몸을 숨기며 숲으로 접근했다. 숲으로 한참을 들어가니 조그만 공터가 보이고 검을 찬 무사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이 보인다. 아침밥을 준비하는 모양이다. 유미림은 사람들의 숫자를 세어보았다. 공터에 둘려 앉은 사람은 정확하게 8명이다. 이막수에게 듣기로 숲 속에 매복한 무사는 10여명이라고 했다. 그럼 두 명은 어디로 간 것일까? 유미림은 공터 주위에 있는 나무들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높은 나무위에 한명의 무사가 주위를 감시하고 있는 모습이 보이고 조금 떨어진 곳에 나뭇가지를 줍고 있는 사내가 보인다. 유미림는 먼저 나무위에 있는 감시자를 처리하기로 하고 숨을 죽이고 몸을 낮추어 사내가 있는 나무로 접근했다. 유미림의 몸이 한순간 허공으로 솟구치더니 그녀의 손을 떠난 체직이 뱀의 혓바닥처럼 꿈틀거리며 사내의 목을 향해 날아간다. 무사는 무의식적으로 자신에게 날아오는 체직을 잡으려했다.
“사삭~~~”
“..........크윽~”
무사의 팔목이 검에 베인 듯이 깔끔하게 절단되며 주인을 떠나 손이 붉은 피를 뿌리며 바닥으로 떨어지고 사내의 목에는 붉은 체직이 감겨 있었다. 유미림은 무사의 머리위로 떨어지며 그의 아혈과 마혈을 찍어버리니 그는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뻣뻣하게 굳어버린다. 유미림은 무사를 안고 밑으로 내려와 무사를 눈 속에 파묻었다. 유미림은 다음으로 나뭇가지를 줍고 있는 사내에게 접근했다. 붉은 체직이 다시금 허공으로 날아오른다.
“찌르르르~”
“칵아~”
체직은 무사의 옥침혈(뒤통수)로 날아가 혈도를 찍어버리니 한참 나뭇가지를 줍고 있던 무사가 힘없이 쓰려진다. 유미림은 무사에게 접근하여 그의 마혈과 아혈을 찍어 쓰러트리고 무사 위에 눈을 덮어 버린다. 이제 공터에 있는 8명만 처리하면 된다. 유미림은 한번 심호흡을 하고 공터를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추워 죽겠는데 나무하려 간 새끼는 왜~이렇게 늦은 거야.”
“글쎄 말이야. 대충 생나무라도 꺾어오지 말이야.”
“.........어라~ 저기.......저 여자는 뭐냐.”
“뭐~ 여자? 정말이야............ 정말이네. 저 여자 누구지.”
공터에 앉아 있던 무사들은 환한 미소를 머금고 자신에게 걸어오는 유미림을 보았다. 하지만 누구하나 유미림을 경계하는 녀석은 없다. 다들 유미림의 미모에 정신이 팔린 모양이다. 더구나 유미림이 같은 절세미녀가 천진난만한 미소를 머금고 엉덩이를 흔들며 걸어오고 있지 않는가?
“다..........당신은 누구지.”
무사하나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유미림에게 물어보니 대답대신 붉은 체직이 뱀처럼 꿈틀거리며 가슴으로 날아온다.
“저.............적이다.......크으윽~”
무사는 체직을 보고 몸을 돌렸지만 체직은 그의 오른쪽 어깨를 관통하고 지나갔는데, 체직 끝은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공중에서 방향을 틀더니 무사의 마혈을 찍어버린다. 공터에 앉아있던 무사들은 비명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검을 뽑으려 했다. 체직의 움직임이 빨라진다. 체직은 허공에 수많은 그림자들을 만들어 내며 막 일어나려는 무사들을 향해 날아갔다.
“막아~...........크윽~”
“크아악~”
“............짱~~.............크윽”
체직의 막은 놈들 중에 목을 잡고 쓰려지는 놈도 있고, 어깨를 관통당해 검을 떨어트리고 비틀거리는 놈들도 있다. 그중에서 비교적 고강한 무공을 익힌 놈은 유미림의 체직을 피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유미림이 눈을 밟으며 무사들에게 달려와 체직을 휘두르니, 체직이 허공에서 뱀처럼 꿈틀거린다.
“영사파파~”
체직이 허공에서 수십 개로 늘어나며 체직에서 피어난 그림자들이 허공에 가득 찬다. 허공에 떠있던 그림자들이 칼날처럼 변해 힘들게 체직을 막은 무사들을 향해 날아갔다.
“피해.........크윽~”
“크아아악~”
그림자들이 무사에게 떨어지니 무사들은 토하며 바닥에 쓰려진다. 쓰려진 무사들의 옷은 마치 걸레처럼 변해 있었다. 유미림은 체직을 휘둘려 무사들의 혈도를 제압하고 체직을 다시 허리에 감았다. 그녀는 무사들이 방심한 틈을 타서 10명의 무사들을 간단하게 제압해 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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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막수는 은신술로 몸을 숨기며 바위 뒤에 숨이 있는 무사들을 살펴보았다. 그들은 주먹밥을 먹으며 주위를 경계하고 있었다. 주위가 넓은 평지라 방심하지 않고 삼엄한 경계를 펼치고 있는 것이다. 이막수가 그들의 숫자를 세어보니 십여 명 정도이다. 그는 품속에서 수라검을 꺼냈다. 단검을 쓰면 수월하게 처리할 수 있지만 자신이 익히고 있는 이가섬라비검술(李家閃羅飛劍術)은 단번에 적의 숨통을 끊어버리는 일격필살의 검법이라 수라검을 사용하기로 한 것이다. 이막수의 몸이 허공으로 솟구치는 것과 동시에 그의 손을 떠낸 20자루의 수라검이 각각의 무사들을 향해 날아갔다.
“휘이이이익~ ”
“크윽~”
“헉~”
“쨍그랑~”
여기저기에서 비명소리가 들리고 무사들이 쓰려진다. 하지만 그중에서 한 명은 검을 뽑아 이막수의 수라검을 막아냈다.
“이놈~..........”
수라검을 막은 무사가 허공에서 떨어지는 이막수를 향해 검을 휘두르니 검에서 검화(劍花)가 피어나며 이막수의 다리를 향해 날아간다. 이막수의 소매에서 단검이 빠져나오는 것과 동시에 사내의 검을 향해 날아갔다.
“깡~ 깡~ 까까깡.”
허공에서 불꽃이 일어나고, 이막수는 단검을 회수하며 바닥에 착지한다.
“흠~ 제법 한 가닥 하는 놈이군.”
“너 놈은 십이사 중 한명이냐.”
“쩝~ 넌 아무래도 제명대로 살긴 힘들 것 같구나. 그냥 다른 놈들처럼 쓰려졌으면 죽지는 않았을 것을.........할 수 없지.”
“뭐야.........다들 뭐하고 있는 거야. 어서 구원병을 요청해.........”
“그렇게는 안돼.”
이막수의 손에서 단검이 날아오른다. 단검은 무사의 목을 향해 직선으로 날아갔다. 검으로 단검을 막기에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 무사는 신법으로 단검을 피하려 했다. 하지만 단검은 허공에서 방향을 틀어 무사의 목을 따라간다. 이막수의 단검은 손목과 연결된 눈에 보이지 않는 얇은 실로 조정되는 것이다.
“크윽~”
무사는 단검을 피하지 못하고 목구멍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 피를 뿜어내며 뒤로 넘어갔다. 이막수는 수라검에 맞아 신음하는 무사들의 혈도를 제압한 다음 마지막 땅속에 숨어있는 무사들을 향해 날아갔다. 땅속에 굴을 파고 숨어있는 무사들은 반대편 절벽을 지키고 있었다. 이막수가 귀에 정신을 집중하자 땅속에서 미세한 숨소리가 들린다. 땅속에는 7~8명의 숨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이막수는 허공으로 솟구쳐 품속에서 20여 자루의 수라검을 빼내 손에 들고 땅을 향해 천근추 신법으로 떨어진다.
“쿠우~ 웅~”
땅이 흔들리며 땅에 쌓여있던 눈들이 사방으로 날아오르고 땅속에서 붉은 핏물이 올라와 하얀 눈을 붉게 물들인다. 땅속에 숨어있는 무사들 중에서 고막이 파열된 놈들이 있는 모양이다.
“푸아아~ 쑹~”
땅이 흔들리더니 무사 몇 명이 땅속에서 솟구쳐 오른다. 이막수는 허공으로 올라오는 녀석들을 향해 수라검을 날렸다.
“휘이이이익~”
“..............크악”
공중으로 도약했던 녀석들이 힘없이 바닥으로 곤두박질친다. 이막수는 땅속에서 올라오는 놈들은 모두 제압하고 땅에 장을 날렸다.
“퍼.........퍼엉~”
이막수의 장력에 하얀 눈과 함께 흙들이 날아오르며 작은 웅덩이가 파인다. 땅속에는 아직까지는 멍하게 있는 3명의 무사들이 있었다. 이막수는 수라검을 날려 그들을 제압한 후 나머지 무사들도 모두 혈도를 제압하고 구덩이로 던져 버렸다. 영장평원의 오른쪽 절벽에 매복하고 있던 무사들이 이막수와 유미림에 의해 완전히 제압된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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