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天上)의 향기 - 67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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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天上)의 향기 67(낙화유수(落花流水))-5
초벽하와 하후소가는 무림맹의 정문에서 초조하게 안의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때 무림맹을 감시하던 은마마령대 무사하나가 마차로 달려왔다.
“지금 십이사와 무림맹 사이에 전투가 벌어졌습니다.”
“뭐야?.........십이사가 확실해.”
“예~ 확실합니다. 일사는 남색무복을 입은 무사와 대치 중이고, 나머지 일행은 붉은 무복을 입은 무사들에게 포위당한 상태입니다.”
“지금 상황이 어때........십이사가 밀리는 상황이야.”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보고를 받은 초벽하는 하후소하에게 의견을 물어본다.
“소하야........어떻게 할 거야. 조금 더 기다려 볼까?”
“나는............갈 거야. 철기군 대장..........대장.”
소하의 부름에 사사철기군 대장이 마차 앞으로 달려왔다.
“부르셨습니까?”
“무림맹으로 쳐들어간다. 모두 준비하라.”
“존명.........사사철기군.........깃발을 높이 들어라.”
“자.........잠깐만!...............저........정말 쳐들어 갈 거야.”
“나는 다른 건 몰라. 나는 군랑을 돕기 위해 이곳에 왔어.”
초벽하는 하후소하의 단호한 말에 한숨을 쉰다. 평소 하후소하는 말없고 조용한 편이라 처음 보는 사람들은 그녀가 유약한 성품이라고 알겠지만 그녀는 전형적인 내유내강형의 여인이었다. 그런 그녀가 한번 하겠다고 결정했으니 무슨 말을 해도 고집을 꺾지 못할 것이다.
“휴~ 알았어. 우리도 간다...........가서 천명염라님을 불러와~”
“알겠습니다.”
엎드려 있던 은마마령대 무사가 바로 달려가서 천명염라를 불러왔다.
“무림맹으로 쳐들어갑니다.........은마마령대에게 성문을 열라고 하세요.”
“공자님.......한번만 더 생각해 주세요. 우리가 무림맹을 공격하면 무림에 피바람이 불게 됩니다. 신중하게 생각해 주세요.”
“우리는 이미 영장평원에서 무림맹을 공격했었습니다. 한번이나 두 번이나 결과는 변하지 않습니다.”
“하지만...........휴~ 정말 쳐들어가시겠습니다.”
“모든 책임은 제가 지겠습니다. 준비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천명염라는 지금 자신들의 행동이 무림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일지 알고 있지만 감히 초벽하의 명령을 거역하지는 못하고 무림맹에 잠입한 무사들에게 연락해서 성문을 열도록 지시했다.
“구구구구구구............쿵~~”
무림맹에 잠입했던 은마마령군은 천명염라의 명령에 따라 성문을 지키던 무사들을 제거하고 무림맹의 성문이 열렸다.
“사사철기군 창을 들어라..........전원 진격한다.”
“두두두두두두두~~ 두두두두두~”
온몸을 철갑으로 두른 사사철기군이 흙먼지를 일으키며 무림맹을 향해 진격하고 은빛 무복을 입은 은마마령군도 철기군의 뒤를 이어 무림맹으로 진격했다. 마차에 있는 하후소하는 마령사령을 불렸다.
“부르셨습니까?”
“사사비연대에게 십이사를 공격하는 무사들을 공격하라고 하세요.”
“존명.”
사사비연대를 지휘하는 마령사령이 품속에서 작은 깃발들을 꺼내서 신호를 보내니 무림맹의 하늘을 날고 있던 비연대 무사들은 마령사령의 신호를 보고 혈영대의 머리위로 날아갔다.
“전면에 적이 나타났습니다.”
“혹시 연무장에 모여 있는 사람들 아닙니까?”
“예~ 맞습니다.”
“그들은 상관하지 말고 우회하세요.”
“알겠습니다.”
철기군은 연무장에 모여 있던 무림맹의 식솔들을 우회하여 아군일행이 싸우고 있는 후원으로 달려갔다. 연무장에 있던 사람들은 사사철기군과 은마마령대를 보고 겁을 집어먹고 사방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들은 어차피 인간방패에 지나지 않았다. 자신들을 감시하는 혈영대도 없는 지금,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도망치는 일밖에 없었다. 목숨은 소중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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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주의 집무실에 있던 반각대사에게 무사한명이 달려왔다.
“무슨 일이냐.”
“사사천교와 천마마련이 쳐들어왔습니다.”
“뭐..........뭐야. 사사천교와 천마마련이 우릴 공격했단 말이냐.”
“예~ 성문은 이미 돌파 당했고, 지금은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후원으로 진격하고 있다는 전갈입니다.”
“놈들이...........총관을 공격하기 위해서.............음~”
반각대사는 잠깐 생각하더니 서찰을 작성하여 무사에게 전했다. 서찰에는 사사천교와 천마마련이 무림맹을 공격했다는 것과 중원 각대문파는 이러한 사실을 인지하고 사사천교와 천마마련을 응징해야 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너는 당장 이 서찰을 필사하여 각대 문파에 전신구를 날리도록 해라.”
“알겠습니다.”
무사가 다시 밖으로 나가자 반각대사는 후원으로 달려갔다. 혁린영에게 천마마련과 사사천교가 쳐들어왔다는 사실을 알려야 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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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원망하던 귀신들이 살라지고 주위가 다시 어둠에 속에 잠기더니 이번에는 여기저기에서 붉게 타오르는 불길이 보인다. 아군은 입술을 깨물었다. 이번에는 또 무슨 환상일까?
“흐흑~ 아군 살려줘.......아~........아악~........하흐흑~”
“살려줘.........죽기 싫어.........아군 제발.........아군 살려줘~”
활활 타오르던 불길이 사람의 형상으로 변하고 희미하게 보이던 사람의 형상이 수혜의 형상으로 변해간다. 수혜는 남자들에게 능욕당하고 있었다. 엎드린 수혜의 뒤에는 희미한 형상의 사람이 수혜의 엉덩이를 붙잡고 연신 허리를 움직이고 있고, 그녀의 앞에도 희미한 형상의 사람이 수혜의 머리를 잡고 허리를 움직이고 있었다. 또한 수혜의 반대쪽에서는 궁아라가 온갖 뱀들과 괴물들에게 둘려 쌓여 온몸에 피를 흘리고 있는 처참한 광경이 보인다. 혁린영이 만들어낸 환상의 결계가 아군의 가장 약한 부분을 공격하는 것이다. 아군은 눈앞에 보이는 모든 것이 환상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수혜가 능욕당하고 궁아라가 처참하게 고통당하는 장면을 보자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과 더불어 분노가 부글부글 끌어 오른다.
“아군........아군........흡.......흡..........아흑~~..........하이.........하이........하이.”
“더러운 창녀 같은 년.........너는 남자만 보면 환장하는 년이지.......좀더 자극적으로........좀더 소리를 지르란 말이야. 쌍년아~”
“아아악~ 살려줘........살려줘........아악~~ 아아악~”
수혜의 뒤에 있던 형상은 수혜의 젖가슴을 주무르며 음탕한 말을 지껄이고, 수혜의 앞에 있던 남자도 히죽히죽 웃으며 수혜의 머리칼을 잡고 그녀의 입으로 음탕하게 번들거리는 물건을 빠르게 왕복하고 있었다. 또한 반대쪽에서는 거대한 덩치의 괴물들이 못이 박힌 몽둥이로 궁아라를 내리치고 있으니 궁아라의 몸은 망신창이가 되어 온몸에서 피가 솟구치고 있었다. 궁아라는 바닥에서 꿈틀거리며 슬픔이 가득한 눈으로 살려달라고 애원하고 있다. 아군은 자신도 모르게 한발 다가가려다가 멈추었다. 이건 환상이다. 이건 실체가 아니다. 아군은 자신의 귀를 막고 눈을 감았다. 하지만 눈을 감고 귀를 가려도 환상은 살라지지 않는다. 혁린영은 아군을 보면 마안신공을 더욱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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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도치일행을 공격하고 있는 혈영대의 머리위로 무림맹의 하늘을 날고 있던 사사비연대가 날아온다. 오백 명의 사사비연대가 혈영대를 향해 화살을 날린다.
“피우~ 피우~ 피피피피피피우~~~”
“화살이다........피............피해.......크아아악~”
“크아악~”
하늘에서 떨어지는 화살들 그 숫자가 엄청날 뿐만 아니라 활대의 힘과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힘까지 실려 있어 혈영집마대진을 펼치고 있는 혈영대라도 화살들을 모두 막기란 불가능해 보였다. 성질 급한 도치와 사우는 혈영집마대진이 흔들리며 한쪽이 무너지자 혈영대을 공격하려 했다.
“멈추세요..........저들이 누군지 모르겠지만 우릴 돕고 있습니다. 우리가 끼어들면 저들이 마음 놓고 공격하지 못합니다..........자 모두들 위로 물러나세요.”
마수는 혈영대를 공격하려는 도치와 사우를 말리고 나머지 일행을 한곳으로 모이게 했다. 도치일행이 한곳으로 피하자 하늘에서 혈영대를 향해 떨어지는 화살들이 장마철 장대비처럼 솟아지기 시작한다.
“펑~..........크아아악~~”
“크악~~~~”
하늘에서 솟아지는 화살들 중에 화살촉에 화약이 장전된 화살도 있는 모양이다. 어떤 화살은 혈영대의 검에 부디 차자 펑하고 터지며 주위에 있던 혈영대를 날려버린다.
“당황하지 마라.........우리도 공격해........화살을 날려라.”
혈영대 중 한명이 소리를 지르자 혈영대들도 화살을 준비하여 사사비연대를 향해 화살을 날린다. 하지만 밑에서 올라가는 화살과 위에서 떨어지는 화살의 위력에는 많은 차이가 있다. 더구나 사사비연대는 화살이 날아오자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며 화살들을 피해버린다.
“지금입니다. 모두 한번에 공격하세요.”
마수는 혈영대가 비연대를 공격하기 위해 빠르게 회전하던 진형이 무너지자 공격을 명령(?)했다. 그동안 참고 있던 도치일행의 분노가 한번에 터지며 혈영대 무사들을 향해 달려간다.
“막아라........놈들이...........놈들이........공격.........크아아악~~”
“크윽~”
도치는 양 때를 습격한 한 마리 늑대 같았다. 도치의 도끼가 혈영대 무사의 머리통을 부셔버리니 머리에서 하얀 뇌수가 튀며 뒤로 넘어가는데 도치는 그것으로 분이 풀리지 않는지 넘어가는 무사의 목을 잘라버린다. 사우가 도를 위에서 아래로 직선으로 내리치자 앞에 있던 무사의 몸이 반으로 갈라지며 피가 분수처럼 솟구친다. 냉정한 승부사인 이막수도 이번에는 흥분한 모양이다. 이막수는 평소 사용하던 단검을 사용하지 않고 혈영대 무사의 검을 빼앗아 절정마검을 펼치고 있었다. 바로 수혜가 펼치던 배화교 십대마공 중의 하나인 절정마검이다. 수혜가 익히고 있던 절정마검은 검을 기본으로 하는 쾌마관과 검마관에 공통적으로 있었던 검법으로 쾌마관을 출관한 이막수도 절정마검을 익히고 있었던 것이다. 다만 이막수는 자신가문의 가전무공에 대한 애정과 긍지가 높아 잠마동에서 익힌 무공들보다는 가전무공을 더욱 자주 사용하고 있었을 뿐이다. 이막수의 손에 들린 검이 붉은 검영들을 토하니 검영들이 혈영대 무사들의 가슴과 배를 두부 베듯 자르고 지나간다. 이막수의 절정검법은 수혜의 절정검법에 비해 투박하고 거칠다. 수혜와 이막수의 성격과 검을 수련한 정도의 차이 때문일 것이다. 거대한 제방도 단 하나의 작은 구멍을 시작으로 무너지는 법이다. 혈영대의 혈영집마대진은 비연대의 공격에 틈이 벌어졌고, 도치일행은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 혈영대를 도육하니 혈영대 무사들은 변변히 반항도하지 못하고 도치일행에게 도육당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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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를 파고드는 수혜와 두 남자의 신음소리 그리고 궁아라의 비명소리에 아군은 울컥하고 피를 토한다. 모든 것이 허상이라 알고 있지만 수혜가 다른 남자에게 능욕당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얼마 전에 보았던 장기와 수혜와의 정사 그리고 악무룡과 수혜와의 정사가 생각나며 그때의 격한 감정이 올라와 기가 역행하며 발생하는 증상이다. 아군은 자신도 모르게 수혜에게 눈을 돌렸다. 수혜를 능욕하던 사람들의 모습이 점점 선명해지더니 악무룡과 장기로 변한다.
“이.........이런...........우..............욱~..........크으으윽~”
수혜를 능욕하고 있는 놈들은 바로 악무룡과 장기였다. 악무룡은 수혜의 젖가슴을 주무르며 비열한 웃음으로 아군을 바라보고 있었고, 장기는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수혜의 머리칼을 잡고 그녀를 억지로 움직이게 만들고 있었다. 애절함, 분노, 안타까움, 죄책감.......아군의 마음이 실타래처럼 복잡하게 엉켜버리고 아군의 몸에 흐르던 기도 흐트러진 마음과 마찬가지로 몸속에서 엉켜버리니 아군은 한사발이 넘는 피를 토하며 비틀거린다. 혁린영의 양쪽 팔이 옥빛으로 변하고 아군의 단전과 심장을 향해 옥수인을 날린다. 옥수인 또한 배화교의 십대마공 중 하나로 바위도 부셔버리는 엄청난 위력을 가진 무공이다. 더구나 아군은 지금 기가 흐트러져 몸을 감싸고 있던 호신강기도 흐트러진 상태다.
“펑~~~...........펑~~~ 크아악~”
옥빛으로 빛나는 두 줄기의 강기가 아군의 심장과 단전을 가격하니 아군은 실 끓어진 연처럼 건물 벽을 뚫고 저 멀리 날아가 버린다. 혁린영은 자신의 팔을 내려다보면 얼굴 근육을 씰룩거린다. 아군을 공격한 팔에 은은한 통증이 밀려오기 때문이다.
“휴~ 지독한 자식.”
“총관님.............총관님...........사사천교..........놈들이 쳐들어옵니다.”
“두두두두두두~ 두두두두두~”
혁린영이 아군을 격퇴하고 주변을 돌아보니 멀리서 반각대사가 허겁지겁 달려오는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혈영대가 도치일행에게 일방적으로 도육당하고 있었고, 혈영대의 머리 위에는 사사비연대가 도망치는 혈영대를 척살하고 있었다. 또한 멀리 않은 곳에 대지를 울리는 말발굽소리가 울리며 오백의 사사철기군이 자신들을 향해 진격하고 있었다.
“사사철기군과 사사비연대.........놈들이 무림맹을 공격하다니.........급하다........혈영대 퇴각하라.......모두 퇴각해.”
“이쪽으로.........이쪽으로 피하세요.”
반각대사의 말에 혁린영은 급한 마음에 혈영대를 버리고 반각대사가 있는 곳으로 도망치려 했다.
“크아아악~ 죽일 거야............죽여 버린 거야.”
갑자기 하늘에 금빛으로 찬란하게 빛나는 빛의 덩어리가 솟구치더니 금빛의 덩어리가 반각대사에게 도망치려는 혁린영을 향해 날아온다. 혁린영은 옥수인을 끌어올려 빛의 덩어리를 공격했다.
“콰아아앙~~~~ 크윽~”
혁린영이 뒤로 주르륵 밀려나는데 입에서는 한줄기 피가 새어나온다. 금빛덩어리가 혁린영의 앞으로 떨어졌다.
“헉~ 너.........너는 일사.......어떻게 죽지 않고..........어떻게.........”
빛의 덩어리는 아군이었다. 아군의 상의는 옥수인에 의해 터져나가 상체가 모두 드려났는데 그의 가슴과 단전에는 옥빛의 손도장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옥수인에 단전이 파괴되고 심장이 파열되어 죽어야 정상인데 어떻게 놈이 살아있는 것일까? 하지만 혁린영은 고민할 시간이 없었다. 아군의 공격이 다시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혁린영이 뒤로 물러나며 마안신공을 극성으로 끌어올리니 세 개의 눈동자가 붉게 물들며 환상의 결계를 친다. 그래도 믿을 것은 마안신공밖에 없다.
“크아아악~~ 죽어........죽어..........죽으란 말이야.”
혁린영의 눈동자를 본 아군은 미친 사람처럼 날뛰며 허공과 땅을 공격한다. 아군이 가진 힘의 원천은 일반 무림인들처럼 단전이 아니라 5개의 사크라와 온몸을 흐르는 선천강기다. 아군에는 예초부터 힘의 원천이며 내공을 갈무리하는 단전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이런 사실을 모르는 혁린영이 아군의 심장과 단전을 공격했지만 아군은 심장에만 타격 받았을 뿐이다. 하지만 심적 고통과 엉켜버린 기(氣) 때문에 괴로워하던 아군은 작은 충격에도 극심한 내상을 입을 밖에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고통 때문에 환상의 결계가 깨졌다는 것이다. 아군은 흥분했다. 자신이 혁린영에게 당했다. 더욱이 놈은 사랑하는 수혜와 궁아라에 대한 나쁜 환상으로 자신을 제압했다. 아군이 수라기를 끌어올린다. 십성의 수라기를 끌어올린 아군은 분노했고, 마음속의 울분을 혁린영을 향해 토해냈다. 혁린영도 만만치 않았다. 그는 다시 마안신공을 펼쳤고, 이미 이성의 끈을 반쯤 놓아버린 아군은 마안신공이 만들어낸 환상에 결계에 너무나도 쉽게 빠져 자신을 공격하는 허상들과 처절한 싸움을 시작했다.
“펑~..............쾌아아앙~~............쾅~~”
아군이 날린 장에 지축을 울리는 과음과 함께 바닥에 갈라지고 깨지며 돌들이 사방으로 날아오른다. 혁린영을 그 틈을 이용하여 반각대사가 있는 곳으로 도망쳤고, 반각대사는 혁린영과 함께 무림맹의 뒷문을 향해 도망쳤다.
“삼공자가 도주합니다. 놈을 잡아야 합니다.”
아직까지 살아남은 혈영대를 처리하고 있던 마수가 삼공자와 반각대사가 도주하는 것을 보고 소리쳤다. 이막수는 마수의 말을 듣고 삼공자를 잡기 위해 몸을 날렸다. 그때 이막수의 몸을 향해 무시무시한 강기가 날아왔다. 이막수는 날렵한 신법으로 강기를 피하고 바닥에 차지했다.
“콰아아앙~.........모두 죽일 거야.........으아아악~~”
“일사.........정신 차례..........일사 나다.......이막수다..........정신차례.......”
이막수의 고함소리에 아군의 멈칫거린다. 환상의 결계를 만든 혁린영은 도망쳤다. 아군은 지금까지 자신이 만든 환상과 싸우고 있는데 이막수의 고함소리에 환상이 깨진 것이다. 하지만 환상이 깨졌다고 해도 모든 것이 끝난 것이 아니다. 수라기를 장시간 사용한 아군은 끌어 오르는 분노와 울분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크으으윽~~ 크악~”
금색으로 빛나는 아군이 하늘 높이 솟구치더니 밑을 향해 장을 날리니 아군의 손이 거대하게 변하며 땅으로 떨어진다.
“모두 피해.........피해라.”
이막수는 아군이 날린 장에 엄청난 위력을 실린 것을 보고 아군의 장을 피하며 나머지 일행에게 소리를 질렸고, 이막수의 고함소리를 들은 마수와 나머지 일행도 이막수와 함께 몸을 날렸다. 다만 아직까지 아무것도 모르는 혈영대는 아군의 장을 피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콰.........아..............앙~”
지축을 울리는 폭음과 함께 흙먼지가 버섯구름을 만들며 하늘로 솟구치고.......미처 몸을 피하지 못한 혈영대 무사들은 장의 여파에 휘말려 갈가리 찢겨져 사방으로 튀겨져 나간다.
“끼이이이잉~.........끼이이잉~”
엄청난 폭발 앞에 멀리서 아군을 돕기 위해 달려오던 사사철기군의 준마들이 앞발을 들고 일제 멈추고..........사사철기군의 뒤를 따르던 은마마령군도 할말이 잊고 모두들 멍한 표정으로 아군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것이 과연 인간의 능력이란 말인가?
혈영대의 시체와 함께 위로 솟구쳤던 흙과 돌들이 떨어진다. 아군의 위용에 사람들은 아무 말도 못하고 아군을 주시하고 있었다.
“크아아악~”
천지를 진동하는 사자후가 들린다. 아군이 분노와 울분을 토해내듯 자신의 모든 힘을 모아 사자후를 터트린 것이다.
“끼이이잉~~ 끼이이잉~”
“크윽.............아군.........그만해..........그만하란 말이야.”
도치가 자신의 귀를 막고 아군에게 소리를 지른다. 아군의 사자후에 내장이 진탕되고 기가 역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도치뿐만 아니다. 아군과 멀리 떨어진 철기군의 말과 철기군도 아군의 사자후에 괴로워하기는 마찬가지다. 한동안 사자후를 터트린 아군이 분노와 울분이 어느 정도 진정되는 모양이다. 아군이 천천히 바닥으로 내려왔다.
“빌어먹을 자식.........아군............아군 정신이 들어.”
도치는 내려오는 아군에게 달려갔다. 마수는 도치를 잡으려 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마수만은 수라마령신공에 대해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군은 지금 심신이 불안한 상태다. 잘못하면 수라기의 마성이 터질 것이다. 바닥에 내려온 아군은 주변을 한번 살펴보더니 허리를 숙이고 피를 토한다. 엉켜버린 기를 무리하게 사용하여 내상이 심해진 것이다.
“아군..........아군..........”
“욱~.........욱~ 괜찮아. 견딜만해..........그것 보다 잠마동주.........잠마동주 놈은 어떻게 됐어.”
“지금 잠마동주 놈이 문제야..........어떻게 된 거냐........부상이라도 당한 거냐.”
“잠마동주는...........그놈은 어떻게 됐어.”
“그놈은 도망갔다.”
“뭐........도망.........이.............이~..........욱~”
아군은 잠마동주가 도망쳤다는 말에 울분이 올라오는 것을 억지로 참다가 기가 역류하여 피를 토하고 혼절해 버린다.
“아군........아군 정신 차려..........아군!”
“도치님.......도치님........... 일사님을 그냥 두세요. 건드리면 위험합니다.”
마수가 도치와 아군에게 달려오며 아군을 흔들고 있는 도치를 말린다.
“뭐~ 무슨 말이야.”
“일사님은 수라기의 마성을 억지로 참다가 기가 역류한 겁니다. 일사님이 깨어나면 위험해요. 잘못하면 수라기의 마성이 폭발할 수도 있단 말입니다.”
“그...........그래.”
“이사님..........잠마동주는 도망친 겁니까?”
“지금이라도 추적하면 잡을 수 있을 거야.”
“음~..........일단 우리도 무림맹에서 빠져나가야 합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각대문파의 무사들이 무림맹으로 들이 닫칠 겁니다. 그전에 우린 무림맹에서 최대한 멀리 도망쳐야 합니다.”
그때 흙먼지를 일으키며 사사철기군과 함께 마차 한대가 아군을 향해 달려왔다. 도치 일행은 철기대를 보며 다시 긴장한다. 철기대의 정체를 모르기 때문이다. 철기대가 아군 일행과 조금 떨어진 곳에 멈추고 마차는 계속 달려와 도치 일행의 앞에까지 달려왔다.
“벌컥~~~”
“군랑..........군랑~”
마차의 문이 열리자마자 하후소하가 뛰어나와 아군에게 달려온다.
“멈춰~.........당신은 누구지.”
도치의 말에 하후소하는 발걸음을 멈추고 도치일행을 둘려보았다. 도치일행은 경계의 눈으로 자신을 보고 있었다. 하후소하에 이어 초벽하도 마차에서 내렸다.
“제가 말씀드렸던 하후소하입니다........그리고 이들이 바로 사사철기군이고........저기 하늘을 날고 있는 무사들이 사사비연대입니다. 소하는 일사님을 돕기 위해 왔어요.”
“아~ 저기 하늘에 있는 무사들이 사사비연대입니까?”
“예~ 상황이 급해 미리 여러분에게 말씀드리지 못했어요.”
“저.......저기.......군랑이 무사하신 겁니까?”
도치는 아군을 내려놓고 뒤로 물러났다. 초벽하는 영장평원에서 자신을 도와주었던 사람이며 하후소하와 사사철기군에 대해서는 초벽하에게 들은 기억이 있다. 도치가 물려나자 하후소하가 아군에게 다가와 아군을 살펴보았다. 아군의 얼굴은 핏기하나 없이 창백했고, 숨소리도 미약하기 그지없다.
“일사님은 기가 엉켜 잠시 혼절한 겁니다.........그것보다.......우리가 저기 하늘을 날고 있는 무사들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겠습니까?”
“마도사령님..........마도사령님.”
하후소하 부름에 마도사령이 대령했다. 하후소하는 침착하고 사례가 깊은 여인이다. 그녀는 마수의 의도를 단번에 알아차리고 마령사령을 부른 것이다.
“부탁하실 일이 있으면 마도사령님께 말씀하세요..........마도사령님.......이분들의 부탁을 들어주세요.”
“알겠습니다...........우리가 뭘 도와주면 되겠나.”
“조금 전에 삼공자........아니 잠마동주.........아니다. 무림맹주인 반각대사와 총관이라는 놈이 도망쳤습니다. 저기 하늘을 날고 있는 무사들이라면 그놈들이 어디로 도망쳤는지 보셨을 것 같은데........”
“그거라면 걱정하지 말게.........조금 전에 무림맹을 도망치는 놈들이 있다는 보고가 들어와서........사사비연대의 일부에게 놈들의 뒤를 추적하라고 했네. 사사비연대가 나선 이상 놈들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을 거야.”
“음 그래요.”
마수와 마도사령이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하후소하는 아군을 진맥하더니 품속에서 작은 상자를 꺼낸다. 사봉(麝鳳) 하후소하는 의술에도 능통한 재녀였다. 소하는 상자를 열어 금침을 꺼내더니 아군의 혈도에 금침을 꽂는다.
“지금 뭐하는 거죠.”
“소하는 어려서부터 체계적으로 의술을 익힌 여인입니다. 소하를 믿어보세요.”
유미림의 질문에 아군의 겉에 있던 초벽하가 하후소하 대신 대답했다. 소하는 십여 개의 금침을 아군의 혈도에 꽂더니 품속에서 또 다른 상자를 꺼낸다. 그녀가 상자를 열자 상자에서 향기로운 향기가 피어난다. 상자는 두개의 금빛 환이 들어있었다.
“서.......설마 복령단(茯笭丹)..........소하........혹시.......그 귀한 것을........”
“군랑을 위해 준비한 거야.”
“아버님은 아시니........복령단은 일년에 한개 밖에 만들지 못하는 사사천교의 영약이잖아.”
“군량은 심적 타격을 받아 기가 역유한 상태야. 이대로 방치하면 몸이 상하실수도 있어.”
소하는 상자에서 단약을 꺼내 아군의 입에 넣어주었다. 하지만 혼절한 아군은 단을 넣어주어도 삼키지 못한다. 복령단의 주요성분은 약초들이다. 때문에 단을 꼭 씹어 삼켜야 한다. 잠깐 망설이던 하후소하는 자신의 입에 단약을 넣어 오물거리며 씹더니 고개를 숙여 자신의 입술로 아군의 입술을 덮는다. 초벽하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하후소하의 행동에 자신이 당황하여 얼굴이 붉어지며 고개를 돌렸다. 고개를 돌리기는 사사철기군과 은마마령군도 마찬가지다. 사사철기군과 은마마령군은 초벽하를 초하벽으로 알고 있다. 초하벽과 하후소하는 정혼한 사이가 아니가? 그런데 하후소하가 초하벽을 앞에 두고 다른 남자와 입맞춤을 하고 있으니.........현재 하후소하가와 아군이 의원과 환자사이라고 하지만 정혼자까지 보고 있는데 이건 너무하지 않는가? 다만 하후소하와 몇 개월 동안 동행했던 사사철기군은 하후소하가 저기 쓰려져 있는 사내를 사모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들도 눈치가 있기 때문이다.
하후소하의 입술이 바짝바짝 마른다. 아군의 입술은 차갑다. 하후소하는 혀를 내밀어 아군의 입술을 벌린 다음 혀을 이용해 자신의 입속에 있는 단약을 아군의 입속으로 넣어주었다. 하지만 아군은 단약을 삼키지 못한다. 하후소하는 아군의 목을 잡고 일으켜 고개를 뒤로 젖혀 기도를 열고 자신의 혀로 단약을 아군의 식도로 인도했다. 마수가 힐긋힐긋 아군과 하후소하의 모습을 훔쳐보고 있자니 가운데 다리에 힘을 불끈 들어가며 약한 상상이 떠오른다.
“험험~..........마수야. 악무룡 일행을 불려와야지.”
“아차.........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제가~”
마수가 악무룡일행을 불려오기 위해 출발하려는데 멀리서 악무룡이 궁아라를 않고 자신들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악무룡의 옆에는 곽지향이 마양을 끌고 오고 있다. 악무룡 일행은 전투상황을 지켜보고만 있다가 상황이 어느 정도 정리되자 건물에서 빠져나온 것이다.
“아군은 복도 많군.............쩝~............다들 수고 많았다.”
“죄송합니다. 제가 모시려 가야하는데.......”
“괜찮아...........부상당했다는 핑계로 펑펑 놀고 있었던 거도 미안한데........쩝~.”
“아니...........궁아라님은 왜.........궁아라님도 부상당했어요.”
초벽하는 악무룡이 궁아라를 안고 오자 궁아라를 살펴보았다. 궁아라는 지금도 의식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우선 부상당하신 분들은 마차로 옮기세요. 빨리 무림맹을 빠져나가야 합니다.”
아군의 치료를 끝낸 하후소하가 아군을 마치로 옮기며 다른 사람들에게 말했다.
“그래요. 빨리 나가요.”
“그래 일단 무림맹을 빠져나가서 생각하자...........악무룡은 궁아라님과 함께 마차에 올라. 곽지향 마차에 타고..........나머지는 그냥 간다. 다들 불만 없지.”
금막비가 상황을 정리하자 악무룡은 궁아라를 안고 마차에 올랐고, 눈치를 보던 곽지향도 초벽하와 함께 마차에 오른다.
“모두 철수하세요.”
하후소하의 명령에 사사철기군을 선두로 해서 십이사들과 은마마령군도 무림맹을 빠져나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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