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SF

무공이 가장 쉬웠어요 - 1부

본문

야문에서 이 글을 보신 분이 계실 겁니다.


이 무협 소설은, 무협을 좋아하는 집사람을 위해 처음 쓰기 시작한 글입니다. 


야문을 탈퇴하며 함께 지웠던 글입니다.


등장인물 총 수는 280여명인 무늬만 대하소설이라고 할까요. -_-;




최대한 북송의 역사적 흐름에 따라 흘러가고 싶은 욕심이 있는 글이기도 합니다.


이 글은 아직 완결이 나지 않은 관계로 한 주에 한 편씩 올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전 요즘 다른 글을 쓰고 있어서 소설 감기나, 무협 소설을 계속 쓸 시간도 없네요. 




미리 말씀드리지만 전 작가가 아닙니다. 


이 말을 하는 이유는 너무 높은 퀄리티를 요구하신다면 제 능력밖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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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공이 가장 쉬웠어요. -01. 탈출








독충과 독초가 우글거리는 월국 오지를 한 남자가 숨을 헐떡이며 뛰어가고 있


다. 벌써 며칠째인지 모를 시간을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뛰어가던 이는 커다


란 나무의 그늘에 몸을 숨기고 겨우 숨을 돌리고 있다. 




"후욱 후욱.. 이제 쫒아오는 놈들이 없겠지? 씨발.. 밥 한번 훔쳐 먹었다고 지랄


하기는.."




2년전, 5만의 남로정벌군과 함께 황명을 받들어 이곳으로 보내졌던 도패수 선우


영. 지난한 전투가 이어지던 어느 날. 갑작스런 적의 기습과 함정에 빠져 출정했


던 남로정벌군이 모두 전멸하고 혼자 살아 남아 도망가고 있는 중이었다. 아니, 


혼자 살았다고 말을 하기도 어쩌면 틀린 말일지도 모른다. 정확하게 선우영도 죽


었었으니까. 그는 불화살이 날아오고 주둔지가 화염에 휩싸이게 되었을 때 죽은 


척을 해서 겨우 살아났었다. 




월국인들의 복수는 끝장을 보자는 듯이 처절하기만 했다. 그들의 삶의 터전을 


앗아갔던 것에 대한 복수인지, 죽은 자들을 하나씩 확인하며 목을 베고, 나무창


으로 찌르며 다가오던 것이 느껴지자 선우영은 시체더미 속에 스며들어 며칠을 


죽은 척 했다가 겨우 빠져나왔던 것이다. 




그 뒤로 이어진 힘겨운 탈출. 남로정벌군의 후군이 있는 전림을 향해 며칠째 뛰


어가고 있지만, 굶주린 배는 죽음의 위기도 느끼지 못하는지, 도망가는 그의 발


목을 늘 잡아채서 당혹스럽게만 만들었다. 생소한 식물들과 동물들. 어느 것을 


먹어야 안전한지 알 수 없는 그로써는 눈이 뒤집힐 정도로 배가 고픈 이 상황에


서도 주변에 널려있는 빨간 열매들에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처음 출정해서 몇


몇 이국적인 과일에, 정력에 좋다며 먹었다가 입에 거품을 물고 죽어갔던 멍청한 


동료들의 싸늘한 모습이 보이는 듯 했다. 그리고 그때 부터 시작된 군관의 잔소리. 




"이곳에는 우리가 모르는 독충과 독초가 지천으로 깔려있다. 의관이 확인할 때 


까지 그 어떤 것도 입에 넣지 마라. 손에도 닿으면 안된다. 만약 이를 어길 시에


는 군법에 따라 엄히 다스리겠다... 참고로 죽고 싶은 자는 먼저 먹어도 좋다. 어


차피 어떻게든 이것들을 파악해야 할 테니까."




그 후로 군관들이 병졸들을 모아 놓고 모르는 것을 먹지 말라고 얼마나 잔소리


를 했던지. 그들은 이미 다 죽어버렸지만 그 잔소리만은 메아리가 되어 이국의 


산골짜기를 가득 메우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그래서 며칠 전 발견한 작은 부


락에 숨어들어 밥을 훔쳐 먹다가 들켜서 이렇게 복날에 개 쫒기듯 이렇게 도망가


고 있는 중이다. 




"씨바.. 배고파 못가겠다. 배만 채워준다면 웃으며 목을 내밀건데... 어디 먹을 거 


없나?"




물고기에도 독이 있고, 나무 껍질에도 사람이 죽을 수 있는 독이 있다는 이국의 


땅 월국. 도망을 다닌지 몇개월 째. 이제 슬슬 중원의 그 냄새를 느낄 수 있을 법


한데, 어떻게 된 것인지 이 놈의 월국은 자신을 품어놓고 대체 놓아줄 생각을 안


하는 듯 하다. 마치 월국인들을 괴롭힌 정벌군 마지막 한명까지 모두 죽여야 놓


아줄 듯 한 월국의 억센 산자락에서 그렇게 선우영은 쫒기는 무서움보다 더한 배


고픔의 무서움과 싸우고 있었다. 




월국에서 길을 잃을 경우 군관이 가르쳐 주었던 방법을 기억해서 달아나던 그에


게 엄청난 위기가 닥쳤다. 눈앞에 펼쳐진 밑바닥이 보이지 않는 벼랑과 거대한 


폭포. 군관이 병졸들을 모아 놓고 했던 말이 떠오르며 힘없는 그의 두 주먹에 분


노가 스며들기 시작했다.




"야이 새끼야. 여기서 길 잃으면 강자락을 따라 가라고!! 씨발! 눈앞에.. 이게 나


타났는데.. " 




허탈했다. 처음에 남로정벌군에 들어왔을 때는 이런 것을 전혀 상상도 못했었는


데, 화려한 전공까지는 생각지도 않았다. 그저 군량은 매일 빠지지 않고 나온다


는 것이 엄마의 손에 팔려온 그에게 유일한 위로가 되어 주었을 뿐이었다. 배만 


주리지 않는 다면 월국이든, 토번이 든 가라고 하면 웃으며 갈 수 있다고 생각했


다. 하지만 이름도 모를 곳에서 알아주는 이도 없이 쓸쓸하게 죽게 생겼다고 생


각하니 너무나 씁쓸했다. 더구나 배가 너무 고팠다.




"엄마는 잘 있겠지. 그렇게 좋아했었으니까. 아들 팔아서 챙긴 돈으로 고깃국 먹


고 몸조리나 잘하시구려. 다음에 태어나면 내가 엄마를 팔아버릴 거요. 걱정마시


오. 내 양심이 있지 어찌 엄마를 주곽에 팔겠소. 그저 돈 많은 부잣집에 식모로 


팔거요. 원하는 고깃국을 매일 끓여보시구려. 큭큭. 가끔 이 놈이 생각나거든 제


사상에 고깃국이나 올려주시던지. 큭큭"




마을에 온 징집관에게 은 5냥을 받고 아들을 넘겨 버린 엄마가 생각난 선우영은 


왠지 이 상황이 웃기기만 했다. 갈수기에 찾아온 메뚜기떼에 마을안에 먹을 것이 


없어 아이들을 팔아 살아가던 마을 사람들. 그 틈에 찾아온 황실의 명을 따른다


는 관복을 입은 징집관. 어머니는 단지 은 5냥을 준다는 이유만으로 하나 뿐인 아


들을 그들에게 넘기고 끌려가는 아들에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 주었었다. 




"우영아 잘 다녀와야 한다~"


"배가 고프면 인심도 사라진다더니.. 입가에 흐르는 침이나 닦고 말을 하지.. "




정벌군으로 팔려 올 때의 상황이 떠오른 선우영이었다. 나이 15살에 은 5냥에 


월국으로 끌려와서, 모두가 죽어 간 사지에서 탈출하고 배고픔과 싸워 여기까지 


도망왔지만, 군관의 말을 들은게 실수인지 이 폭포 위에서 죽어가게 된 상황이 


너무나 웃기기만 했다. 




"큭큭.. 엄마. 자식 팔아서 먹은 고깃국은 얼마나 맛있었는교? 아들은 여기서 죽소." 




배가 고파 더이상 움직일 수가 없는 선우영은 잠시 눈을 붙여 잠을 잤다가, 폭포


가에 다가가서 굶주린 배를 물로 채우기 시작했다. 뿌연 흙탕물. 그리고 무엇이 


이 물속에 있는지 입안을 잔뜩 걸끄럽게 만드는 묘한 물맛. 그 어떤 것도 중원과 


같지 않았다. 공기마저 다르고, 물마저 다르고, 그리고 그 물과 공기속에 살아가


는 모든 것들이 다른 이 월국 오지에서 선우영은 월국 병사들의 성난 칼이 아닌 


배고픔에 죽어가고 있었다. 




"살아가면 엄마한테 그 고깃국맛이 어땠는지 물어봐야지. 그리고 마을 사람들 


모두 보란 듯이 엄마를 팔아버리자. 나도 똑같이 5냥을 받고 팔아야지. 5냥을 받


아서 우족탕을 해 먹을까. 사태를 사서 국을 끓여 먹을까.. 배고프니 별 생각이 


다 나네. 일단 소면은 사리로 넣어야지."




물을 먹다가 몸에 붙었는지 팔에 달라 붙은 거머리를 손으로 떼며, 선우영은 배


고픔을 환상으로 이겨내고 있었다. 살아 남아 마을로 돌아가 엄마를 만나고, 고


깃국을 배부르게 먹는 자신의 모습을.. 




배가 고프면 감각이 예만해진다고 했던가. 폭포 끝자락에 몸을 눕히고 언젠가 


끝없이 펼쳐져 있는 저 무저갱같은 바닥으로 떨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선우


영의 코에 향긋한 내음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흠흠.. 어디서 과일 냄새가.. 배가 고프니 별 냄새가 다 느껴지네."




모르는 것은 절대 입에 넣지 말라던 군관의 잔소리가 다시 한번 메아리 쳤지만, 


그들도 다 죽어 버린 상황. 그리고 자신도 이제 곧 죽을 운명인데, 향긋한 과일을 


찾아 굶주린 배를 채우고 죽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바닥에 붙


은 엉덩이가 떨어지지 않으려 했지만, 먹을 것을 찾으려는 의지가 더 강한 탓인


지 한동안 버둥거리다 겨우 몸을 일으켰다. 




주춤거리며 숲으로 들어서서 향긋한 냄새를 쫒아 한동안 걸어갔을 때, 아름들이 


나무라고 말을 하기에도 모자란, 자신이 지금까지 본 월국의 그 어떤 나무보다 


굵고 커다란 나무가 눈앞에 우뚝 서 있었다. 




"이거 하나 팔아도 몇 년은 먹고 살겠다. 이 놈 참 크네.."




나무 주위에서 향긋한 과일 냄새가 나는데, 도통 어디서 나는 것인지 찾을 수가 


없었다. 과일 나무는 아닌 것 같고, 근처에 과일이 떨어져 있는 것 같은 느낌에 


나무 주위를 꼼꼼히 뒤지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나무 뿌리가 바위를 부수고 들어


간 곳에서 향기를 내 뿜는 것을 발견했다. 마치 칡덩쿨처럼 나무 뿌리와 엉겨서 


바위를 감싸고 있는 그것은, 정체가 무엇인지 모르지만 향긋한 냄새를 풍기는 것


으로 보아 독이 있던 없던 일단 맛은 좋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죽을 건데.. 먹고 죽자. 뿌리도 먹고 줄기도 먹고, 다 먹고 죽자." 




남로정벌군이 되었을 때 부터 옆구리에 달려 있던 쓸모도 없는 군도를 꺼내 덩


쿨을 자르고, 나무 뿌리 틈에 자라고 있는 알 수 없는 뿌리를 캐내기 시작했다. 


사람의 손모양을 닮았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남자 성기 5개가 한 줄기에 메달려 


있다고 해야할까. 




"월국땅에는 요상한 것들이 많다고 하더니 이것도 참... 좆같이 생겼네."




잔뿌리 하나 상할까 조심스럽게 캐어낸지 1시진 무렵. 몇날 며칠을 굶었는지 모


를 시간 끝에 겨우 먹을 수 있는 것, 아니 어쩌면 배부르게 먹고 웃으며 죽어갈 


지도 모르는 독초를 캐낸 선우영은 그것을 손에 들고 하늘을 바라보며 외쳤다. 




"아들 팔아 먹은 고깃국이 그렇게 맛있었소? 강따라 가면 후발대를 만난다고.. 


이 씨발놈아!" 




자신을 이렇게 만들어 놓았다고 생각되는 그 두 명에게 한 차례의 원망을 퍼부


은 선우영은 눈을 딱 감고 그것을 먹기 시작했다. 칡뿌리를 소금에 재웠다가 꿀


을 바르고, 숯불에 구으면 이런 맛이 날까? 묘한 맛이 입안을 펴지고 온 몸이 뜨


거워지기 시작하는 것이, 독초에 대해 전혀 상식이 없는 선우영으로써도 자신이 


먹은 것이 평범한 뿌리가 아니라는 것을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몸이 간지럽고 뜨거워지고, 메스껍고 어지럽고.. 아 효과 직빵이네. 모르는 것


을 절대 먹지 말라더니.. 군관나리, 난 알고 먹었거든. 큭큭. 혹시나 복귀하게 되


면 내 꼭 의관에게 보고하리다. 큰 나무 밑에 덩쿨진 뿌리를 먹으면 죽는다고.. 


큭큭 크후욱 우웩."




코와 입에서 피가 쏟아지기 시작하고, 온 몸이 갈라져서 핏줄이 눈에 보이기 시


작했다. 그리고 나무 뿌리 사이에서 숲속에서 들을 수 없었던 처절하고 끔찍한 


비명이 들리기 시작한건 그리 많은 시간이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2편에서 계속...


다음주 이 시간에 만나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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