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SF

일격평천하(一擊平天下) - 3부 3장

본문

일격평천하(一擊平天下) 






3부 생사기로(生死岐路) 3장






어느새 새벽이 찾아오고, 태양이 고개를 내밀려 하고 있었다. 






서문기는 바람처럼 날아갔다. 그는 마치 하늘의 새처럼, 거센 바람처럼, 한줄기 빛처럼 신법을 펼쳤다. 그의 머리 속에는 오만 가지 생각이 마구 엉클어져 얽힌 실타래 처럼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그가 처음 천년만화수의 실마리를 잡은 것은 바로 하나의 낡은 고서(古書)에서였다. 그는 당시 어떠한 이유때문에 세상의 모든 진기한 환단이나 약초, 영물의 내단 등을 찾고 있었는데 그러던 중 발견한 것이 바로 천년만화수였다.


천년만화수는 바로 백영묘(白英苗)가, 구궁신선수(九宮神仙樹)에서 나오는 열매를 먹고 씨앗을 삼킨후, 대왕백영묘(大王白英苗)의 시체에 배설하면 그 씨앗이 성질이 변하게 되 자라는 나무였다. 그리고 대왕백영묘는 거대한 동굴 속 공동에서만 자라는 는데, 그 공동은 반드시 천장에 무수한 구멍이 촘촘히 뚫어져, 빛과 빗물을 얻을수도 있지만 동시에 완전한 햇빛을 막을수도 있어야 했다. 그리고 이 천년만화수와 불생불사목을 접목 시키면 거기서 육갑자 내공을 증진시킴과 동시에 만병을 치료하고 온 몸을 만독불침, 금강불괴로 만드는, 마치 전설상에나 존재할 만한 재료를 얻을 있다는 것이었다. 서문기는 처음에 물론 터무니 없다고 하여 믿지 않았으나, 이내 백용묘가 실제로 조재함을 알게 되었다. 불생불사목(不生不死木)은 서장의 황토에서만 나는 희귀한 나무이지만, 고생을 하면 구하지 못할 만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불생불사목을 간신히 구한 다음 백영묘의 흔적을 따라 이곳까지 오게 되었다. 그는 이 벽지의 숲에서 마침내 백용묘의 모습을 확인하고, 백용묘의 자취를 따라가게 되었는데 거기에는 과연 고서에서 묘사한 그러한 동굴이 존재했던것이 아닌가? 그리고 서문기는 쿵쾅거리는 마음으로 동굴안으로 진입하려 했으나 그곳은 너무나 입구가 좁아 들어갈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 후 방법을 모색하던중, 발견한 것이 바로 이 나무꾼의 아이 월진이었던 것이었다. 




그는 이 모든것이 하늘이 내려준 행운이라고만 생각했었고, 심연수가 나타날 때까지만 해도 그저 공교롭다고만 생각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내 막광세가 나타나고, 자칭 천하제일 풍류공자라고 하는 자가 요괴같이 등장해 자신이 바로 그 나무의 주인이라 칭하자 자신이 밑을 알수없는 거대한 음모에 빠졌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한번 그렇게 생각하자 자신이 모두 기연이라고만 생각햇던 것이 사실은 누군가의 안배에 의해서 철저히 계획된게 아닌가 의심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지금 와서 그런 생각을 해봤자 이미 너무나도 늦었음을 또한 알고 있었다. 정작 지금 그에게 중요한 것은 바로 지금 생사기로에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였다. 그는 생각했다. 누가, 무슨 이유로, 무엇때문에 이런 짓을 했는지 몰라도, 자신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반드시 천년만화수와 손에 넣어 보이겠다고. 그것이 어떤 댓가를 치르게 되든.....






서문기가 도착한 곳은 숲속 한 가운데 하나의 우거진 나무 그림자 아래였다. 그 나무 근처에는 하나의 사람 크기 만한 바위가 있었다. 서문기가 월진을 내려놓고 나무에 기대어 앉자마자 울컥 한줌의 핏물을 쏟아냈다. 심한 내상을 당한 가운데 무리하게 경신을 운용한 탓이었다. 그 바위 밑을 가르켰다. 




"저 바위 그늘 아래에는 바로 불생불사목이 있다."




월진이 쳐다보니 과연 바위 그늘 아래 자그마한 묘목이 심겨져 있었다. 그것은 처음 보는 종류의 작은 나무그루였지만 그 묘목은 별달리 특별해 보이지 않았다. 불생불사라는 특이한 이름에 비해 무슨 특이한 효능이 있어보이지는 않았다. 




서문기는 말을 이었다. 




"우리에겐 시간이 없다. 너는 그저 내 말을 듣기만 해라 . 어떤한 질문도 받지 않겠다."




월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월진과 처음 만났을 때도 그런식으로 말한 적이 있었다. 




"너는 곧 그와 일장을 겨루게 될것이고, 나는 네게 부탁이 있다. 네가 그의 일장을 받고 무사한다면, 천년만화수는 너의 것이 될것이다. 지금 천년만화수는 4분의 1정도 패여 있는데, 조금만 더 파고들어가면 나무의 가장 진한 수액이 흐르는 부분에 이르를 것이다. 그 부분은 황금색빛깔을 띠고 있기 때문에 쉽게 알수 있을 것이다. 너는 거기까지 파고 들어가게 된다면 저 불생불사목의 가지를 잘라 천년만화수와 접목을 시켜라. 불생불사(不生不死)목은 세상 천하 어떤 식물에도 쉽게 접목해서 생식할수 있기 때문에 너는 거기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접목하고 어느 정도 지나면 불생불사목은 천년만화수의 수액 빨아들이며 성장하여 마침내 황금빛깔의 꽃을 피울 것이다. 그 시간이 도대체 얼마나 걸릴지 나도 모른다. 며칠이 될수도 있고 몇달이 될수도 있고 혹은 그 이상이 될 수도 있다. 어쨋든 꽃이 피게 된다면 너는 그 꽃가루를 채취하여 하북(河北)의 이화궁을 찾아가 해정(海正)이란 노파를 만나 꽃가루를 건네주면서, 이 꽃가루는 제십이궁녀(第十二宮女)서문주영(西門澍榮)의 것이라 말해다오. "




여기서 서문기는 말을 잠시 멈추었다가, 감회어린 빛을 눈가에 띤채 말했다. 




"그녀는 내 딸이고, 5년 안에 그 꽃가루를 이용해 만든 환단을 먹지 못하면 죽게 될것이다. 따라서 너는 이 모든 것을 5년안에 이루어야 한다."




서문기는 월진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았다. 이 아이가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말할지라도, 그에게는 어떠한 선택의 여지가 없었고, 반대로 하겠다고 말해도 자신은 그에게 어떤 댓가도 보답해주지 못하며, 그것을 확인하지도 못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저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이 아이가 무슨 일이 있더라도 살아남게 만드는 일 뿐이고, 그 이후의 이 아이의 선택이든 무엇이든 그것을 그냥 받아들일수 밖에 없으리라. 물론 살아남았을 경우의 이야기이다. 




이윽고 그는 다시 몸을 일으켜 세우며, 




"너는 아까 내가 심연수와 노인에게 펼쳤던 이 동작을 기억할 것이다."




그러면서 한쪽 다리를 살짝 굽히고, 손으로 원을 그리며 가볍게 미는 동작을 펼쳤다. .월진은 이미 이 전에도 두번이나 이 동작을 바로 곁에서 생생히 본적이 있다. 




"이 초식은 항룡유회(亢龍有悔)란 것이다. 너는 이 동작으로 그 노인과 맞수하게 될것이다"




이 동작은 실제로 커다란 변화를 주지 않고, 한 점에 힘을 집중을 하여 적을 격중(擊中)시키는 초식이었다. 이 초식의 운용에 있어 가장 어려운 점은 바로 순간적으로 힘을 끌어올릴수 있게 하는 점이지, 동작 자체를 흉내내기는 쉬웠다. 




월진이 그를 흉내네어 몇번 따라 했다. 서문기가 자신에게 말한 것들은 온통 의문 투성이었고, 무엇보다도 자신이 노인의 일장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는지는 전혀 감도 잡히지 않았다. 그러나 월진은 이번엔 서문기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서문기는 월진이 금방 제법 틀을 잡고 초식을 펼치는 것을 보고 속으로 미소 지으며 만족해했다. 




"너는 자질이 나쁘지 않다."




서문기는 개방의 장로로써, 그리고 팔신(八神)의 한명으로써 오랫동안 정명한 명성을 쌓아 왔다. 하나 그는 실제로는 겉으로는 협객인 척 하면서 뒤로는 수많은 배신과 음모를 일삼으며 자신의 적이 되거나, 또는 자신의 명성을 더럽힐만한 존재는 가차없이 말살시키곤 하는 위선자로 살아오기도 했다. 그러나 오늘, 몇시진 내내 험난한 생사지로 위에서 허우적거리는 가운데, 자신의 죽음이 임박해 오고 또 이제 자신의 마지막 남은 소망의 성사여부는 바로 이 벽지의 한 나무꾼의 어린 남자아이에 달려있음을 쓰디쓴 마음으로 곱씹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이 왜 그토록 악착같이 살아오고, 헛된 명예나 재물에 집착해 왔나, 후회가 밀물처럼 몰려들었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지만, 결국 가죽도 이름도 모두 시간이 지나면 죽거나 퇴색이 되어 결국에 흔적조차 남지 않을 것이 아닌가?그가 죽고 나면 이제 그의 명성은 시간이 지나면 잊혀질 것이며, 남는 것은 오직 한줌의 재 밖에 없으리라. 


그는 자신의 귀여운 딸을 생각했고, 이내 오늘 검맹한 검초를 펼치던 허난묘를 기억해냈다. 일찍이 자신은 그런 제자를 훌륭히 길러낸 멸절사태를 부럽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아 나는 왜 제자를 거두려고 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이내 자신의 눈앞에서 자신이 가르친 초식을 진땀 흘리면서도 열심히 연습하는 월진이 있음을 알게 되자, 이내 그런 생각을 지워버리게 되었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희미한 웃음을 지으며 눈을 감고 낭랑히 말했다. 




"공자, 오래 기대리게 했구려. 이제 준비가 된 듯 하오"




그에 화답하듯 클클 거리는 듣기 싫은 그 늙은이의 웃음소리가, 바로 지척에서 들려왔다. 그 늙은이는 마치 하늘에서 뚝 떨어진 듯, 순간이동이라도 한 듯 그들의 곁에 어느새 바짝 다가와 있었다. 




"본 공자는 천하제일 풍류공자이니라. 그래 꼬마야, 너는 이제 내 일장을 받을 준비가 되었느냐?"




월진이 서문기를 바라보자, 서문기가 비장한 눈빛으로 말했다. 




"우리 한번 그를 이겨보자"




월진은 그가 처음 만났을 때 했던 말을 기억했다. 




"우리 한번 그 나무를 이겨보자" 




그 한마디가 불러 일으키는 호승심은 얼마나 큰것이었는가. 


월진이 침을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노인이 터벅터벅 걸어왔다. 그리고 일장을 스윽 내밀기 시작했다.




월진은 몸을 진중히 자리 잡고, 자신의 혼신의 힘을 다해 그 일장을 항룡유회 초식으로 맞받아쳤다. 


드디어 그들의 손이 맞부디치는 순간, 월진이 일으킨 한줌의 보잘 것 없는 기운은 노인의 손바닥을 통해 들어오는 너무나도 거대한 해일같은 기세에 밀려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 기운이 월진의 온몸을 뒤덮으려는 그 찰나, 월진은 자신의 등에 갖다대어지는 커다란 손을 느꼈다. 바로 서문기의 손이었다. 그는 자신의 등을 통해서 서문기의 강맹한 기운히 힘차게 들어오는 것을 느꼈다. 그 기운은 힘차게 용트림 치더니, 용맹하게 그 해일같은 기운을 가르고 적에게 대항했다. 굉음이 천지를 가르며 이들 세명의 주위에 진한 무형강기가 형성되었다. 월진의 자신의 몸속에서 용쟁호투 하는 두개의 기운을 느꼈다. 그것은 하나는 늙은이의 거이었고, 또 하나는 서문기의 것이었다. 놀랍게도 서문기의 손을 통해 들어온 그 날카로운 창같은 기운은 늙은이의 기세를 늦추더니만 마침내 그것을 밀어내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월진은 속으로 놀라움과 기쁨을 금치 못했다. 




서문기는 일찍이 노인과의 대진에서 항룡유회 수법으로 강하게 받아치는 가운데, 한줌의 진기를 이용해 자신의 단전을 감싸며 충격에 대비했었다. 즉 모든 힘 을 다했던 것이 아닜었다. 그러나 이 늙은이의 일장이 어찌나 센지, 그는 그만 내상을 입고 말았다. 그러나 그것은 생각보다 무거운 내상이었지만 치명적인 것은 아니었다. 허나 이후 심연수는 동귀어진의 초수를 펼치고 깊은 내상을 입고 몸을 못가눌며, 허난묘는 자포자기의 몸을 돌보지 않는 일격 후 기절까지 햇다. 이윽고 막광세는 자신의 모든 생명진기를 불살라 대항했는데, 그는 몸은 마치 미라처럼 변해 죽어버렸다. 서문기는 그러한 장면들을 차례차례 보면서 깨달은 것이 있었다. 




"이 노인은 상대의 강맹함에 따라 자신도 그에 맞는 일격을 펼친다"




만약 자신의 추측이 맞다면 이 노인이 월진을 상대할때는, 이 노인의 일장은 가장 약한 위력을 발휘 할 것이다. 그래서 그는 먼저 월진을 혼자 이 늙은이와 일장을 맞부디치게 한후, 바로 뒤에 자신은 월진의 몸에 자신의 모든 진기를 일으켜 불어넣었던 것이다. 그는 지금 자신의 목숨을 버리고, 그 지푸라기 짚는 심정으로 참으로 가느다란 실날같은 기회를 잡으로겨 몸부리치기로 마음먹었던 것이다. 실제로 이 노인이 자신의 추측대로 단지 월진을 피를 쏟고 무릎을 끓게 할만한 정도의 공력만을 불어놓느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었다. 어쩌면 그는 이게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완전히 쓸어버릴 생각으로 강력한 일장을 날릴지도 몰랐다. 이것은 하나의 도박일뿐, 확신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 실날같은 구멍의 자신의 모든 것을 맡기는 도리밖에 없었다. 




월진은 자신의 서문기를 통해 들어온 기운이 마침내 적을 밀어내려는 것을 느꼈지만, 이내 노인네는 이에 맞서려는지 처음 내보냈던 공력과는 비교할수도 없는 커다란 기세로 반격을 펼치기 시작했다. 그것은 간신히 승기를 잡은 서진기의 방어진기를 꿰뜷고 다시 월진의 전신을 강맹하게 뒤덥고 혈맥을 침투하기 시작했다. 서문기는 노인의 2차 맹공을 느끼고는 즉시 다른 한손을 원진의 허리 쪽 단전에 얹고 한줌의 진기를 불어넣었다. 




서문기는 월진의 몸에 심연수가 심어놓은 옥녀심공의 내공이 숨어 있는 것을 알고 있었다. 옥녀 심공은 대대로 여자에게만 전수되어는 것이 규칙이었는데, 그것은 이 내공이 극음지기의 특성을 지녔기 때문에 남자가 사용하면 양기와 부딛혀 극히 불안정한 상태를 유지하기 때문이었다. 서문기는 일찍부터 극강(極彊)의 특성을 지니는 항룡십팔장에 더욱 강맹함을 덧붙이기 위해 양기의 내공을 익혀왔다. 그가 월진의 단전에 불어놓은 소량의 양기는 월진의 단전 깊숙이 자리잡은 음기와 만나 급작스런 폭발을 일으켰다. 단전 내에서 극양지기와 극음지기를 결합시키는 행위는 무공을 익히는 이들에게 있어서 절대 금기시 하는 상황이다. 극양지기와 극음지기가 만나 일으키는 기운은 절대 스스로 제어할수 없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화약에 불을 붙이는 것과도 같았다. 그 양은 극히 일부였지만, 그 위력은 상상도 할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월진의 몸에서 이미 노인의 강맹하기 짝이 없는 진기에 진탕되어 그 폭발을 누르고 있었다. 즉 서문기는 옥녀심경의 극음직기와 극양지기와의 폭발을 이용해 늙은이의 두번째로 몰려오는 내력에 대항하고자 한 것이었다.




서문기는 이것이 얼마나 터무니 없는 짓인지 본인도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의 이러한 수법이 대체 원진의 몸속에서 어떠한 작용을 하게 될지 전혀 짐작도 못했다. 몇십년간 무공을 일으켜 오면서 이러한 상황을 한번도 상상조차 해본 적 없었기 때문이었다. 어쩌면 이 일장이 있은 후 월진은 폐인이 될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리고 그가 예상치 못한 전혀 다른 작용을 할수도 있다. 그가 지금 하고자 하는 것은, 요행에 요행을 얻고 또다시 그위에 요행을 바라는 짓이었다. 한번도 일어나기 어려운 기적을 몇번씩이나 반복되어 일어나기를 바라는 덧없는 몸부림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단 하나밖에 남지 않은 선택지이라면 나아갈수 밖에 없으리라. 그리고 지금, 옥녀심경과 극양지기가 폭발한 기운과, 서문기 본원진기와 생명진기를 함께 불사른 내력, 그리고 노인의 강맹한 내력이 마치 펄펄 끓는 용광로처럼 월진의 몸이 마치 마구 엉킨채 휘몰아치고 있었다. 




한편 월진은 자신의 단전이 순간 미친듯이 펄펄 끊는 열탕속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그것은 순식간에 마치 몸에서 커다란 폭탄이 폭발하든 전신의 모든 혈맥 구석구석 침투해가고, 뇌수에까지 튀쳐나갈만큼 미친듯이 날뛰기 시작했다. 월진은 자신이 엄청난 고통, 지옥같은 불길 아래서 괴로움에 몸부림 치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 지금 세상은 어떻게 변하고 있는걸까?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건지? 자기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아무것도 인지 할수 없엇다. 눈 앞이 오색창연하고 정신이 아늑해짐을 느꼈다. 이윽고 그는 진공의 우주속 혼자 떨어진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곳에서 악마의 얼굴을 보았다. 그 악마의 웃음 소리가 귓전을 때려쳤다. 




[낄낄낄낄! 애송아, 너는 어찌하여 이곳에 있는고?]




월진이 뭐라고 대답도 하기 전에 그 악마는 갑자기 모습이 천천히 변화하기 시작하더니, 어린 동자의 얼굴로 변했다. 월진은 지금 몸 혈맥혈맥, 피 마디마디가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듯한 극렬한 뜨거움 속에서 그 동자의 말소리가 희미하게, 들리다가 말았다가 머리속을 휘저어되었다. 




[격[擊](치고),


중[中](명중 시키고) ,


집[集](모으며),


다[多](반복하며), 


변[變](변화시키며 ),


속[速](빠르게 한다). 


무릇 천하의... 모든 무공에 있어서... 적을 제압하는 데는 각기 이 여섯가지 구결이 적용해...........]




그 소리는 작아졌다가 커졌다가, 낭랑해졌다가 탁해졌다가 했다. 그것은 자신의 머리속에 직접 새겨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러나....이 구결들은......많이....모두....할것이다....이에..무의미한....]




그 목소리는 이윽고 점점 굵어지더니 청년의 낭랑한 목소리로 바뀌기 시작했다. 그것은 좀더 분명하게 들리기 시작했다. 




[진정 마지막에.... 남는 것은 결국 격(擊), 다(多), 집(集)이 세가지 구결이니라....그리하여....]




그리고 목소리는 점점더 나이들어가더니..이윽고 늙은이의 목소리로 변했다. 그것은 완전히 쉰 듯한 목소리였다. 




[......만약 그대가 세가지 구결만을 사용해 적을 제압한다면 세번의 내지름으로도..... 세상에 못 이길 자가 없을 것이며....만약 이격만으로 적을 제압할수 있다면 이는 다(多)를 뺀 것이니, 또하나의 번거로움을 제(除)한 것이라, 대군(大軍)을 이길수 있다. 그리고 더 나아가 다(多)와 집(集)마저 뺄수 있다면,모든 족쇄를 버리고 오로지 하나의 공격(一擊)만이 남은 경지에 이르렀으니....... 능히 천하(天下)를 평정하수 있으리라...] 


- 삼격무적수(三擊無敵手),


이격승대군(二擊勝大軍),


일격평천하(一擊平天下) -




월진은 그 목소리를 알고 있었다...그것은 미치광이 늙은이의 목소리였다...




여기는 대체 어디란 말인가? 이 알수 없는 말들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왜 그는 내게 이런 말을 들려주는 거지? 이윽고, 자신주위가 환하게 변하면서 저 빛 무리 한 가운데에서 한명의 미공자가 부채를 들고 서 있는 것을 보았다. 


월진은 꿈과 현실을 넘나드는 이 비현실적인 감각속에서, 금방이라도 끊어질 듯한 가느다란 마음을 줄의 놓지않으려 애쓰면서, 자신도 모른게 외치고 말았다




[당신은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요!]




순간 월진은 모든 것이 갑자기 어두워짐을 느꼈다. 다시 눈을 떳을 때, 월진은 여전히 자신을 사이에 두고 늙은이와 내력으로 처절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서문기를 보았다. 서문기는 월진의 몸속에 엉키고 있는 진기들이 마침내 형태를 갖추고 본질화되더니, 늙은이의 거대한 기운에 승기를 잡아가는 것을 알았다. 또 한번의 기적이 일어난 것이었다. 하지만 서문기는 그게 끝이 아님을 알고 잇었다. 뒤이어, 늙은이의 세번째 강력한 내력이 급작스러 밀려옴을 알았다. 이것은 앞을 첫번째와 두번째의 내력과는 거의 비교도 할수 없는, 마치 세상의 모든 천지조화를 단숨에 집어삼킬 듯한 기세였다. 서문기는 자신이 지금, 천지고금 그 누구도 경험하지 못했던 불가사이한 존재와 맞닫드렸음을 실감했다. 어떤 무림인도 이와 같은 조화와 대면하지 못했으리라. 속으로 무공을 익힌 자만이 느끼는 알수없는 환희를 느끼며, 서문기는 자신이 제어하고 있던 모든 기운의 방향을 틀어 오히려 자신에게 돌려세웠다. 그때까지 월진의 몸속에서 그것을 덮쳐왔던 노인의 무시무시한 진기는 단숨에 탄력을 받고 월진의 몸을 지나 서문기의 몸으로 흘러들어갔다. 서문기는 그것에 전혀 대항하지 않았다. 이것이 바로 그가 노리던 것이었다. 그는 얼굴의 모든 구멍에서 피를 뿓어내면서 기쁨이 서린 채 앙청대소했다. 




"크하하하하! 공자! 남아일언 중천금이외다!!"




그리고는 그의 몸의 갑자기 풍선처럼 온몸이 부풀어오르더니 펑! 하고 터져버리고 말았다. 그의 흔적은 오로지 사방으로 튕겨나가는 살점과 핏물로만 남았을 뿐이었다. 




서문기는 늙은이의 첫번째 내력에 대항하기 위해서 자신의 생명진기를 사용했고, 두번째 내력에 대항하기 위해 월진의 옥녀심경의 극음지기를 폭발시켰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늙은이의 마지막 세번째 내력에 이끌어내기 위한 것이었다. 그는 처음부터 이 요괴같은 늙은이의 일장을 힘으로 대항하는 것은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는 이 세번째 내력이 이 노인의 진정한 마지막 내력임을 직감하고는, 그에 대항하지 않고 월진이 받아야 할 충격을 자신이 모조리 흡수했다. 중요한 것은 이 노인의 내력을 이겨내는 것이 아니라, 월진이 무릎을 끓지 않으면 되는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만약 늙은이의 진짜 내력을 끌어내지 못하고 도중에서 충격을 흡수했다면, 자신이 산산조각이 난 후에도 남겨진 노인의 내공이 월진을 휘몰았을 것이다. 




월진은 자신의 입가에서 피가 울컥 쏟아져 나오고, 두 다리가 휘청 거림을 느꼈다. 그러나 결국 월진은 끝내 무릎을 꿇지 않았다. 지금 온몸이 마비되어 있을지언정, 두 다리만은 굳게 자리를 자리를 잡고 두 눈은 부릎뜬채 늙은이를 바라보았다. 서문기는 마침내 월진으로 하여금 피는 쏟아낼지언정, 무릎은 끓지 않도록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늙은이는 한참동안이나 무표정하게 그러한 월진을 바라보다가, 




"갈(喝)!"




하고 외치고는 지팡이로 월진의 머리를 딱! 하고 내리쳤다. 월진은 아득히 정신이 멀어지며 쓰러지는 가운데, 늙은이의 말을 어렴풋이 들었다. 




"본 공자는 물론 천하제일 풍류공자(天下第一 風流公子)이니라.........."












3장 생사기로(生死岐路) 끝 




4장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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