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天上)의 향기 - 270부
본문
먼지를 뒤집어 쓴 관들을 실은 마차들이 이제는 배화교의 사천지부로 바뀐 사천당가를 향해 들어왔다. 먼 길을 달려왔는지 마차를 끄는 말들과 마부들이 힘겨워하는 모습들이 역역하다. 마차들이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는 혼류환령이 달려와 관들을 내리라고 명령하고, 바닥에 내려진 관 뚜껑을 열어보았다. 관이 열리자 시독(屍毒) 냄새와 함께 백지장처럼 하얀 피부의 시체가 보인다.
“역시 때깔부터 틀리군. 이제야 제대로 된 놈들이 왔어.”
환류환령은 강시를 보고 흡족한 미소를 머금었다. 일차강시들은 살이 뭉그러지고 뼈까지 드려나 토악질이 나오는 흉한 놈들이었으나 이차 강시들은 역한 냄새만 아니라며 살아있는 놈들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생동감이 넘치는 놈들이다. 환류환령 관들을 모두 내리자 품속에서 방울을 꺼냈다.
“딸랑~ 딸랑~”
“영혼(靈魂)의 주인으로 명령한다. 모두 영면(永眠)에서 깨어나 주인을 영접(迎接)하라.”
“꽈아앙~”
“콰앙~”
혼류환령의 명령이 떨어지자 관들이 박살나며 죽은 듯이 누워있던 강시들이 벌떡 일어나 환류환령 앞으로 모여들었다. 환류환령은 강시들의 움직임을 면밀하게 관찰하며 방울을 흔들어보니 강시들이 신법과 경공을 발휘하여 이리저리 움직인다. 살아있을 당시의 실력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몸에 익는 무공을 발휘하는 것이다.
“하하하~ 됐어. 이놈들만 있으면 이제 두려울 것이 없다.”
혼류환령이 미친놈처럼 혼자서 웃고 있는데 혁린강과 십대마왕이 나타났다.
“십마(十魔)의 웃음소리를 들어보니 이번에는 제대로 된 놈들이 왔나보군.”
“오셨습니까? 보세요. 드디어 무적(無敵)의 강시들이 도착했습니다.”
“어디 봅시다. 일마(一魔)님께서 한번 시험해보세요. 백문(百聞)이 불어일견(不如一見)이라고 직접 확인해보는 것이 좋겠군요.”
“알겠습니다. 한번 해보죠.”
일마(一魔)가 쌍륜(雙輪)을 꺼내 중앙에 서니 혼륜환령이 방울을 흔들었고, 십여 구의 강시들이 일마(一魔)을 포위했다.
“차압~ 혈륜(血輪)무위”
두개의 쌍륜(雙輪)이 회전하며 강시들을 향해 날아간다. 일마(一魔)가 마음먹고 공격했기에 무림에서 제법 한다는 놈들도 피하기 힘든 공격이다. 하지만 강시들은 쌍륜(雙輪)을 가볍게 피하며 일마(一魔)의 허점을 파고들었다. 열명이 손발을 맞추어 합공(合攻)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각자의 무공으로 동시에 공격하는 것이다. 일마(一魔)는 강사들의 공격을 어렵지 않게 피하며, 돌아온 쌍륜(雙輪)을 잡자마자 원을 그리니 무수한 륜(輪)의 그림자들이 피어나 강시들에게 날아간다.
“퍽~ 퍽~ 퍽~”
쌍륜(雙輪)의 그림자들이 강시들을 강타한다. 하지만 강시들은 잠깐 비틀거리더니 일마(一魔)를 향해 돌격한다. 일마(一魔)의 오성 내공이 실린 공격에도 끄떡도 하지 않은 것이다.
“멈추세요.”
혁린강의 명령에 강시들과 일마(一魔)가 공격을 멈추었다.
“어때요. 쓸만합니까?”
“움직임도 좋고, 오성내공이 실린 공격에도 끄덕도 없습니다. 이정도면 무림에서 적수(敵手)를 찾아보기 힘들 겁니다.”
일마(一魔)의 평가에 혼류환령이나 혁린강이 빙그레 웃음 짓는다. 강시들이 도착하고 평가까지 끝났으니 모든 준비는 끝났다. 혁린강은 십대마왕들과 혈영대와 흑풍대 대장을 소집했다. 거대한 화원에 임시로 마련된 군막(軍幕)에 십대마왕들과 대장들이 모여들었다. 혁린강은 중원지도를 탁자를 펼치고 몇 개의 붉은 깃발과 검은 깃발 그리고 주황색 깃발을 준비했다.
“모두들 모이세요.”
혁린강은 사람들이 지도주위로 모여들자 붉은 깃발들을 사천에 올려놓고, 검은 깃발들을 중원전역에 배치했다.
“붉은 깃발은 본교를 표시하고 검은 깃발은 중원 무림의 핵심세력들을 표시한 겁니다.”
“숭산이나 무당산 등은 알겠는데, 군산이나 절강성에 있는 깃발은 뭡니까?”
“장강수로십팔채와 천마마련입니다.”
“그럼 호남성에 있는 것은 사사천교겠군요.”
“맞습니다. 우리가 상대해야 될 놈들은 백도(白道) 놈들만이 아닙니다. 정말 무서운 놈들은 천마마련이나 사사천교 같은 놈들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일일이 찾아가서 박살내려면 시간 좀 걸리겠군요.”
“지금까지의 전투는 잃어야 합니다. 본격적인 싸움은 이제부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를 주목하세요.”
혁린강은 섬서성(陝西省)에 있는 깃발을 가르쳤다.
“무림군입니다. 숫자는 많지 않지만 각대문파에서 뽑은 정예들이라 만만치 않은 전력(戰力)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선적으로 박살내야 할 놈들이라고 할 수 있죠. 다음으로 우리가 경계해야 될 놈들은 흑도(黑道) 놈들입니다. 지금이야 쥐 죽은 듯이 엎드려 있지만 언제든지 우리들 뒤통수를 칠 수 있는 놈들입니다.”
“지금까지 형태로 보면 우리가 백도(白道) 놈들을 쓸어버릴 때까지 움직이지 않을 겁니다. 은근히 백도 놈들을 쓸어버리길 바라고 있는지도 모르죠?”
“환요님 말씀도 일리가 있어요. 하지만 그렇게 진행되지는 않을 겁니다.”
“왜죠? 시안의 판단이나 본교 수뇌부의 판단이 틀렸다는 건가요?”
오랜 동안 중원을 감시하고 분석했던 시안은 흑도와 백도가 손잡을 확률은 희박하다고 보고했으며, 배화교의 수뇌부들도 시안의 판단이 적절하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혁린강의 판단은 다르다. 비록 40년 전의 흑백대전으로 흑도와 백도가 물과 기름처럼 갈라져 있지만 중원이라는 같은 테두리에 살고 있는 흑도가 언제까지 방관만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백도(白道)가 무너지면 다음차례가 자신들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또한 시안이나 배화교 수뇌부가 간과(看過-큰 관심 없이 대강 보아 넘김)한 부분이 있다. 바로 십이사(十二死)라는 존재들이다.
50년 전에도 중원은 흑백양도로 갈라져 물과 기름처럼 갈라져 있었다. 지금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끝내 흑백양도뿐만 아니라 군소문파들까지 하나가 되어 새외연합군에 맞서 싸웠다. 무엇 때문일까? 무엇이 그들을 하나로 뭉치게 만든 것일까? 중원이라는 같은 터전에 살고 있으니 공동의 적(敵)을 물리치자고 뭉친 것일까? 아니다. 바로 우내십기(宇內十奇)라는 기인들 때문이다. 중원 무림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열명의 기인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뭉쳤기에 중원이 뭉칠 수 있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모두가 믿고 따를 수 있는 자가 나타난다면 흑백양도뿐만 아니라 중원이 하나가 될 수 있다.
“십이사(十二死)를 주위 깊게 보아야 합니다. 놈들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중원 무림의 대응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놈들을 너무 높게 평가하시는 것은 아닐까요. 놈들은 무림공적입니다. 흑도는 모르겠지만 백도는 놈들을 믿지 않습니다.”
“여러분도 보셨겠지만 십이사(十二死)가 아미파와 사천당가 놈들이 구해갔습니다. 비구니들 중에는 금정신니도 끼어있었죠. 그녀가 누구라는 것은 여러분도 아실 겁니다. 이번 일로 백도 놈들도 십이사를 보는 눈이 달라졌을 거라는 겁니다.”
“무슨 말씀인지는 알겠습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가정에 불과합니다.”
“일마(一魔)님 말씀이 맞습니다.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미리부터 걱정할 필요는 없어요. 하지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서 나쁠 것은 없습니다. 시안보고 면밀하게 관찰하라고 했으니 십이사(十二死) 이야기는 이걸로 종결하죠. 다음으로 이걸 보세요.”
혁린강은 분홍색 깃발을 악양과 운남 그리고 신강에 올려놓았다.
“악양에 빙궁의 주력이 모여 있습니다. 아무도 모르게 악양까지 진출했죠. 홍교는 사천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곳에 도착할 겁니다. 마지막으로 운남에 있는 흑독애의 주력은 동쪽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해남도나 청조각을 장악하여 황하를 거쳐 중원으로 넘어올 계획입니다.”
“빙궁이 겁도 없이 깊숙이도 들어갔군요.”
“천상루라는 기반이 있으니 가능한 겁니다.”
“천상루? 중원 놈들은 아직도 천상루의 정체를 모르는 모양이죠.”
“극소수는 알고 있을 겁니다.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고, 빙궁에 대해서 여러분이 알고 계서야 할 것이 있어요. 빙궁은 우리와 연합하고 있지만 가슴속에 비수를 감추고 있습니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비수라니요?”
“자기들끼리 중원 무림을 도모할 야욕(野慾)을 가지고 있다는 말입니다.”
“말도 안돼? 빙궁도 연합군의 하나 아닙니까? 더구나 전대 궁주가 본교의 주모님으로 계시는데........?”
“공동의 적(敵)과 싸울 때는 협력하겠죠. 하지만 공동의 적이 없어지면, 우리를 공격할 겁니다.”
“주모님도 계시는데 설마..........혹시 공자님께서는 주모님도 믿지 않으시는 겁니까?”
“어머니는 믿어야겠죠. 하지만 빙궁은 믿지 않습니다.”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알 수가 없네요.”
십대마왕들이 머리를 긁적거리며 짜증나는 표정을 짓는다.
“중원이 무너지기 전까지는 배반하지는 못 것이니 빙궁이야기는 그만하죠. 하여튼 빙궁을 믿지 마세요.”
“..............”
“다음으로 홍교는 떡고물이나 얻어먹으려는 놈들이니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되고, 흑독애는 무가 있으니 믿어야죠.”
“............”
“지루하신 모양이군요. 요점만 말씀드리겠습니다.”
혁린강은 사람들이 지루해하자 요점만 설명하기로 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백도(白道) 놈들은 무림맹을 중심으로 뭉치려 할 겁니다. 이번 작전의 요점은 속전속결(速戰速決)로 주요 문파를 초토화시켜는 겁니다. 쉽게 말해 놈들의 본거지에 핵심전력(戰力)이 빠진 껍데기만 남았으니 본진을 쓸어버리자는 것이죠.”
“중원 각지에 산제(散劑)한 놈들을 무슨 수로 단시간 내에 박살냅니까?”
“그래서 본진을 9개로 나눕니다. 십마(十魔)님을 제외한 나머지 마왕님들께 혈영대 2백과 흑풍대 2백씩을 드리겠습니다. 일마(一魔)님께서는 소림, 삼마(三魔)님은 무당을 공격하세요.”
혁린강이 이미 본진이 초토화된 공동, 아미, 청성파와 설이 부탁한 곤륜파를 제외하고 구파일방을 배정하니 팔마와 구마(九魔)가 남게 되었다.
“팔마(九魔)님은 제갈세가, 구마(九魔)님은 벽력세가를 쓸어버리세요."
“제갈세가와 벽력세가?.......남궁세가부터 쓸어버려야 하지 않을까요?”
“전력(戰力)이나 무림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놓고 보면 당연히 남궁세가를 먼저 공격해야 하지만 뱀을 잡을 때도 머리부터 쳐야 합니다. 제갈세가는 백도(白道)무림의 머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무슨 말씀인지 알겠네요. 그럼 벽력세가는 뭡니까?"
"그놈들은 벽력탄을 비롯한 각종 화기(火器)를 다량을 가지고 있습니다. 화기는 무공의 높고 낮음에 관계없이 대량상실이 가능한 무기입니다."
"음~ 이제야 이해가 되는 군요. 알겠습니다."
“십마(十魔)님은 저와 함께 섬서성으로 갑니다. 무림군을 정리해야죠.”
“이렇게 되면 중원전체가 전장(戰場)이 되는 건가?”
“근거지를 마련하기 위해 사천과 감숙성을 점령했지만 무림이라는 특성상 전선(戰線)의 개념은 무의미합니다. 무공이라는 것이 하루아침에 익힐 수 있는 것도 아니며, 문파라는 것도 하루아침에 세울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쉽게 말해 주요문파와 사람들만 굴복시키면 전쟁은 끝나는 겁니다.”
“알겠습니다. 오늘 출발하는 겁니까?”
“내일 출발하세요. 그리고 명심하셔야 할 것은 최소한 삼일에 한번씩은 본진과 연락하셔야 합니다. 그래야 각개격파(各個擊破)을 당할 위험을 줄이고, 유기적인 작전을 수행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무리한 공격은 하지 마세요. 상대가 너무 강하다고 판단되시면 미련 없이 후퇴하세요.”
“알겠습니다. 저희들도 준비해야 겠군요.”
한동안 침묵했던 배화교가 다시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혁린강은 지금까지의 전투방식에서 탈피하여 주요문파만을 공략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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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맹의 대회의실에 구파일방과 칠대세가의 대표들이 모여 있었다. 공동파의 몰락과 사천의 소식이 전해지며 회의가 소집된 것이다. 맹주가 들어오기 전에 회의장에 모인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공동이나 아미의 소식에 충격을 받은 모습들이 역역하다. 맹주가 회의장에 들어서자 모두들 입을 다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앉으세요.”
맹주에 자리에 앉으니 사람들이 착석했다.
“미리 자료를 배포했으니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 감숙성과 사천성이 무너지고, 공동, 아미, 청성 및 사천당가의 본진이 초토화되었습니다. 또한 지금 이 시간에도 군소문파들이 썰물 빠지듯 도망지고 있어요.”
“맹주님. 무림군이 섬서성에 있다고 하던데, 그게 사실입니까?”
공동에서 파견나온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따지듯 질문한다.
“아미와 사천당가의 생존자들이 무사히 탈출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별도의 명령이 있을 때까지 대기하라고 했습니다.”
“당장 달려가서 복수해야죠. 미적거릴 틈이 어디 있습니까?”
공동파 대표는 자파(自派)가 쑥대밭이 되었으니 원한이 뼈에 사무쳤을 것이다.
“앉으세요. 흥분하실 때가 아닙니다.”
“자파(自派)의 일이 아니라고 너무들 하시는 군요.”
“이번 문제는 공동파에 국한된 문제가 아닙니다. 중원무림 전체의 생사(生死)가 걸린 문제라는 말입니다.”
맹주가 버럭 소리를 지르니 옆에 있던 사람이 공동파 대표를 잡고 자리에 앉혔다. 평소 자애로운 미소로 일관하던 맹주가 이렇게 분노(忿怒)하는 것은 처음 본다.
“제가 흥분했군요. 죄송합니다. 여러분도 들으셨겠지만 공동이 하루를 버티지 못했고, 아미와 청성도 하룻밤 사이에 쑥대밭이 되었습니다. 이게 무엇을 말하는지 여러분도 아실 겁니다. 배화교가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전력(戰力)을 가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맹주님.........말씀 중에 죄송한데 제가 잠깐 발언해도 되겠습니까?”
개방의 대표가 손을 들며 말하자 맹주가 이야기하라고 허락한다.
“회의 시작 전에 들어와서 아직 맹주님께 보고도 드리지 못했습니다. 회의하시는데 꼭 아셔야 할 것 같아서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당가와 아미의 소식부터 알려드리겠습니다.”
“.............”
“아미와 당가식솔들이 장강수로십팔채 배편을 이용하고 있다는 것은 모두 아실 겁니다. 오늘 밤에 악양에 도착한다고 합니다. 물론 이곳 무림맹까지 오려면 열흘이상은 더 있어야겠죠. 다음으로 배화교의 움직임이 포착되었습니다. 폐허로 변한 당가에 머물려 있던 배화교 놈들이 10개의 부대별로 나누어져 흩어졌다는 보고입니다.”
“흩어져?...........어디로 갔단 말이죠.”
“자세한 것은 더 알아보아야겠지만 대부분 섬서성 쪽으로 갔고, 일부가 귀주성쪽으로 갔다고 합니다.”
“이건 또 무슨 소식인가? 놈들이 흩어졌다. 도대체 의도를 알 수가 없군.”
“맹주님. 놈들의 의도가 무엇이든 간에 우리가 뭉쳐야 한다는 것은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잠깐만 놈들이 흩어졌다고 하셨죠? 혹시 각대문파를 공격하려는 것이 아닐까요?”
구파일방과 칠대세가의 대표들은 밤이 깊도록 회의에 열중했으나 마땅한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 배화교의 의도를 모르니 무슨 결론이 나겠는가? 하지만 몇 가지 성과는 있었다. 배화교에 맞서 구파일방과 칠대세가가 하나로 뭉치자는데 동의했다. 다시 말해 무림맹을 중심으로 구파일방과 칠대세가가 한대 뭉치는 것이다. 두 번째, 배화교와 함께 흑독애나 빙궁의 움직임과 의도를 파악하여 공동대처하기로 했다. 세 번째, 섬서성에 있는 무림군을 후퇴시켜서 전력(戰力)을 보강하기로 했다. 무림군의 핵심이었던 소림의 홍인이나 무당의 현원자등을 다시 무림군에 편입시켜 별동대를 만들자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중원 각지에 흩어져있는 기인이사들을 무림맹으로 불려 들이기로 했다. 실제적으로 허울뿐이었던 무림맹이 배화교의 침입에 따라 백도무림의 중심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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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돼..........가지마세요. 흐흐흑~ 제발~”
침상에 누워있는 란이 구슬프게 울부짖는다. 온몸은 땀에 젖어 얇은 속옷이 달라붙고, 머리까락 또한 얼굴에 달라붙어 있다.
“가지 마세요. 이렇게 가시면 안 됩니다.”
란이 손을 휘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헉~ 헉~ 헉~ 여기가 어디지. 설마.........아~”
란이 엎드리며 손으로 얼굴을 가린다. 가슴이 찢어지는 아픔에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란은 손가락 사이로 흘려내리는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며 상념 속에 잠겼다. 평소와 다르게 너무나 피곤하여 책을 정리하고 침상에 누웠다. 잠들자마자 이제는 익숙한 곳이 되어버린 내면세계에 들어갔다. 어둠이 갈라지고 천상의 아름다움을 가진 남자들이 나타났고, 그들의 손에 이끌어 기화요초들이 만만한 들판에 아담하게 세워진 건물로 들어갔다. 검(劍)을 찬 남자는 이번에도 밖에서 기다렸고, 향상 부드럽고 화사한 미소를 머금은 남자의 손에 이끌어 밤으로 들어갔다.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향상 똑같죠. 뭐~ 그런데 오늘은 무슨 일로 저를 부르신 거죠?”
“예정된 시기에 되었기에 주인님의 마지막 차크라를 각성시켜 드리기 위해 모셨습니다.”
“벌써 그렇게 됐나요.”
“다음 달만 지나면 주인님께서 18살이 되세요. 그전에 주인님의 금제를 모두 풀어드려야 합니다.”
“그럼 또...........?”
란은 말을 잊지 못하고 얼굴을 숙인다. 차크라를 각성시켜 준다는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다. 또다시 몸을 섞어야 한다는 말이다. 눈앞에 있는 남자는 자신의 순결을 가져갔으며, 차크라을 각성시켜 줄때마다 몸을 섞었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하늘이 정해준 안배이기에 거부할 수도 없었다.
“지금도 부끄러우세요.”
“당연하죠.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어요.”
“치~ 저는 좋은데........주인님은 저가 싫으세요.”
“아, 아니요. 좋아요.”
란이 정색을 하며 부정한다. 비록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지만 자신의 첫 남자이며, 죽도록 사랑하는 남자다. 그의 품이 그리워 밤잠을 설친 경우도 많았는데 무슨 말을 하는 것인가? 남자는 빙그레 웃으며 란의 뒤에 앉으며 부드럽게 안아준다. 란도 거부하지 않는다. 이미 남자에게 길들어지지 않았는가?
“주인님........오늘 밤은 특별한 밤이에요.”
남자가 속살이며 부드러운 손길로 젖가슴을 애무한다. 남자의 손길이 닿자마자 불처럼 올라오는 열기에 남자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남자는 분홍색 젖꼭지를 희롱하며 사슴처럼 가느다란 목에 입맞춤을 하였다.
“하이.......하이........하흑~”
내면세계에서 이성이라는 껍질은 필요 없다. 처음부터 알몸으로 만났으며, 자신의 모든 것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사람이 있다. 남자의 한손이 미끄러지며 수풀이 무성한 계곡으로 들어가니 란은 스스로 다리를 벌려준다. 남자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구멍 주위를 애무하며 란을 바닥에 눕혔다. 란은 눈을 감았다.
“쩝~ 쩝~”
젖가슴과 밑에 구멍에서 흥분의 파도가 밀려온다. 남자는 악기를 연주하듯 부드럽고 강한 애무로 란의 흥분을 자극한다.
“눈을 뜨시고 저를 보세요.”
남자의 달콤한 속삭임에 란이 눈을 뜬다. 서로의 눈빛이 엉키며 입술이 가까워진다. 향상 느끼는 것이지만 남자와의 입맞춤은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달콤함을 선사한다. 혀와 혀가 하나가 되니 란이 다시 눈을 감는다. 남자의 입술이 턱을 지나 목을 애무하다가 손가락으로 이동한다. 남자의 애무는 집요했다. 손가락 하나하나를 깨물어주고, 손등을 지나 젖가슴에 이르더니 반대편 손가락으로 이동하고, 이제는 젖가슴을 빨아주겠지 하였으나, 매정한 남자는 발가락으로 이동하여 발가락 하나하나를 애무한다. 신체부의의 가장 끝에서부터 시작된 애무가 젖가슴에 이르니 란의 허리가 활처럼 휘어진다. 남자는 애무만으로 란을 절정에 이르게 만들 모양이다. 남자의 혀가 동굴로 들어왔다. 뱀처럼 질벽을 자극하는 혀의 느낌에 란이 참지 못하고 물을 토한다.
“쩝~ 쩝~ 홀짝~ 홀짝~ 주인님........이제 올라갑니다.”
남자가 부들부들 떨고 있는 란의 위로 올라왔다. 육중한 무게감과 함께 한없는 달콤함이 밀려온다. 계곡 주위를 맴도는 단단하고 뜨거운 물건........란은 참지 못하고 남자의 물건을 자신의 동굴로 인도했다.
“들어갈게요.”
“아흑~ 너무 좋아.”
“주인님. 사랑해요.”
오늘 따라 사랑한다는 말을 자주한다. 하지만 란은 그때까지 나중에 찾아올 아픔을 알지 못했다. 남자는 기계적으로 세 번은 짧게, 한번은 길게 동굴을 찌르니, 란은 남자에게 매달려 쾌락에 떨어야 했다.
“시작할게요.”
남자의 물건을 통해 노도(怒濤) 같은 진기가 몰려오고, 두 사람의 몸이 광명(光明)의 빛덩이가 되었다. 진기가 빠지면 남자의 모습이 변하고 있다. 하지만 란은 눈을 감고 있기에 그것을 알지 못했다.
“아흑~ 나 미쳐.........란이 죽어요.”
란이 절정에 이르니 남자가 포근하게 감싸준다.
“주인님........이제 헤어져야 할 시간입니다.”
“하이..........하이...........그, 그래요.”
향상 있었던 일이다. 정사가 끝나면 현실세계로 돌아가야 한다. 그런데 남자의 모습이 흐려지며 온몸이 물방울처럼 변하고 있다.
“왜..........왜 그래요.”
“주인님은 이제 제7차 차크라까지 각성하셨습니다. 저의 임무가 끝난 겁니다.”
“그게 아니라. 갑자기 왜 그런 모습으로..........”
“주인님께 모든 진기를 전해드리고 소멸(消滅)하도록 예정되어 있었어요. 그 시간이 온 겁니다.”
“안돼.......안돼요. 가지 마세요.”
“이것도 안배입니다.........주인님. 행복하셔야 합니다.”
“가지 마세요. 저를 버리지 마세요.”
“주인님. 슬퍼하지 마세요. 이제 곧 주인님의 진정한 짝을 만나실 겁니다.”
란이 필사적으로 남자를 붙잡으려하지만 물방울처럼 변한 남자가 창문으로 날아간다. 란은 눈가의 눈물을 훔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면세계의 남자는 그렇게 떠나갔다. 자신의 모든 것을 아낌없이 전해주고 이슬처럼 사라진 것이다.
“흐흐흐흑~ 나쁜 사람.........그냥 가면 어떻게........남겨진 나는 어떻게 하라고.”
란이 다시 침상에 쓰려진다. 진정하려 노력했지만 이별의 상처는 쉽게 치위되지 않는 모양이다. 비록 그가 현실세계의 남자가 아니었지만 진정으로 사랑했던 사람이 아닌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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