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天上)의 향기 - 277부
본문
중원상권의 절반이상을 장악한 대륙상회 회장의 집무실이라고는 하기에는 아담하고 소박한 방이다. 풍운과 금산반은 차를 사이에 두고 마주앉았다.
“그동안 잘 지내셨습니까?”
“저야! 별일 있습니까? 장로님께서 고생하셨죠.”
“이렇게 불쑥 찾아와서 죄송합니다.”
“우리가 남입니까? 편안하게 생각하세요. 그건 그렇고 군산에 계신다고 알고 있었는데, 조금 놀라기는 했어요.”
“오늘 새벽에 나왔어요. 비밀리에 해야 할일이 있어서 몰라 나왔죠.”
“총채주는 안녕하시죠.”
“안녕하세요.”
“그래 무슨 일로 저를 보자고 하셨습니까?”
“군산에서 많은 분들과 새외세력에 대해서 논의(論議)했어요.”
금산반도 배화교나 새외세력들의 움직임에 대해 알고 있다.
“총채주는 어떻게 하겠다고 했습니까?”
“이번 일을 저에게 일임하시고 총채주님은 뒤에서 힘을 실어주시기로 했습니다.”
“하하하~ 그 친구보기보다 똑똑하네. 은근슬쩍 장로님께 장강수로십팔채을 넘겨버렸군요.”
“.............”
“장로님은 앞으로 어떻게 하실 겁니까?”
풍운은 장강수로십팔채에서 논의되었던 내용을 설명했다. 금산반은 설명이 끝나자 잠시 침묵을 지켰다.
“우내십기를 설득하는 한편, 군소문파들을 끌어 모으시겠다. 그리 나쁜 방법은 아니군요. 그래! 우리가 해야 할일은 뭡니까?”
“가장 중요한 것은 정보입니다. 상대방의 의도를 빨리 알아차리고 거기에 맞는 작전을 세워야만 아군의 피해를 줄이고 승리할 수 있는 겁니다. 대륙상회는 장강수로십팔채와 연락체계를 곤고히 하시고 새외연합군의 동향에 대해 파악해 주세요.”
“장강수로십팔채와 공조하란 말씀이죠. 어려운 일은 아니군요. 바로 시행하겠습니다.”
“다음으로 물자를 준비해 주세요. 넉넉잡고 삼십만 대군정도가 무장할 무기와 그들이 무리 없이 전쟁을 소화할 수 있는 물자를 준비해 주시면 됩니다. 가능하겠습니까?”
“저희보고 공짜로 주란 말씀입니까?”
“왜요? 어려운 부탁입니까?”
금산반은 입맛을 다시며 앞에 있는 차를 조금 마신다.
“우린 장사꾼입니다. 이런 기회가 언제 다시 오겠습니까? 돈을 쓸어 담을 수 있는 기회 아닙니까?”
금산반의 반응이 의외다. 틀린 말은 아니다. 전쟁을 치루기 위해서는 엄청난 군수물자가 필요하니 장사꾼에게 다시없는 기회라고 할 수 있다.
“대륙상회 텃밭이 어딥니까? 바로 중원입니다. 힘들게 가꿔놓은 텃밭이 망가지는데 장사만하겠다는 것은 어리석은 짓입니다. 또한 소탐대실(小貪大失)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모든 일이 끝나고 사람들이 대륙상회를 어떻게 보겠습니까? 당장의 이익보다는 미래를 대비하는 투자라고 생각하세요.”
“푸하하하~ 역시 대단하십니다.”
풍운의 말이 끝나자 금산반이 크게 웃는다.
“장로님은 장사를 하셔도 대성(大成)하실 겁니다.”
“갑자기 말씀인지?”
“장로님의 말씀이 백번 지당합니다. 장사란 물건을 파는 것이 아니라 신용(信用)을 파는 것이며, 돈이 아니라 사람을 얻는 장사를 해야 진정한 장사꾼이라고 할 수 있죠.”
“돌리지 마시고, 쉽게 말씀하세요.”
풍운이 미간(眉間)을 찌푸리며 말하자 금산반이 빙그레 웃는다.
“태상장로님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이미 준비하고 있었으니 어렵지 않을 겁니다.”
“고맙습니다. 준비가 끝나시면 기본 물자를 군산으로 보내주세요.”
“군산이 중심입니까?”
“여러 가지를 고려해보니 군산만한 곳이 없더군요.”
“장소가 중요한 것은 아니죠. 알겠습니다.”
풍운은 목이 마른지 차를 조금 마신다.
“장강수로십팔채와 공조하는 문제는 대충 정리가 끝났군요. 이제 우내십기에 대한 문제가 남았는데, 혹시 우내십기에 대해 정리해 놓은 자료가 있나요.”
“정리한 자료는 없지만 대충은 알고 있습니다.”
“그분들이 어디 계신지 아세요.”
“대부분 알고 있습니다.”
“말씀해 주세요.”
“마마검제와 사인마도는 따로 설명할 필요 없겠죠. 저보다 장로님이 더 잘 아시잖아요. 물론 금정신니도 얼마 전까지 같이 계셨으니 잘 아시겠고..........무혜성승, 태청진인, 태화상인, 성수천검, 천외자은 각각의 문파에 있습니다. 자세한 위치는 나중에 별도로 정리해서 드리겠습니다. 문제는 취걸개와 천무일룡인데...........천무일룡은 은하대전 이후 행방이 묘연(杳然)해서 찾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취걸개는 한곳에 머물지 않고 중원전역을 싸돌아다니는 늙은이라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10명 중에 8명의 위치는 확실하다는 거죠. 나머지 두 분에 대해서도 조사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천무일룡은 몰라도 취걸개는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이제 제가 할 말은 끝났습니다.”
“허허허~ 모처럼 오셔서 일거리만 잔뜩 주시는 군요. 근데. 얼굴이 어둡습니다. 무슨 고민이라도 있으세요?”
“.............”
풍운이 말이 없자 금산반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풍운을 바라본다.
“장로님. 이번 일은 장로님 혼자일이 아닙니다.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마련하고 있으니 좋은 결과가 나올 겁니다.”
“저도 믿고 있어요. 그게 문제가 아니고...........휴~ 회장님. 개인적인 부탁이 있어요.”
“말씀하세요.”
“천려실의 열매를 찾아주세요.”
“천려실? 그게 뭡니까?”
“세상의 모든 독(毒)을 정화(淨化)시켜주는 열매에요”
“전설의 약초인 모양이네요. 그럼 찾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그런데 왜 필요하신 겁니까?”
“제가 사랑하는 여인들이 천려빙백강시가 됐어요.”
풍운은 궁아라와 벽궁수혜가 어떤 사람들이며, 그녀들이 천려빙백강시가 된 사연을 설명하고, 천려실에 대해서도 간단하게 설명했다.
“천려실의 열매만 찾으면 정상으로 돌아오는 겁니까?”
“모르겠어요.”
“더 필요한 것이 있단 말씀이세요?”
“그녀들은 대부분의 이지(理智)를 상실했고, 과거의 기억까지 잃어버렸습니다. 천려실의 열매로 독(毒)을 정화시킨다 해도 한번 잃어버린 과거와 이지(理智)까지 되살리긴 힘들겠죠.”
“그럼 천려실의 열매를 찾아도 헛일 아닙니까?”
“지금.......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천려실의 열매를 찾는 겁니다. 그녀들을 위해 제가 해줄 수 있는 일이 지금 상황에서는 그거밖에 없어요.”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찾아보죠. 아니 반드시 찾아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또 하실 말씀 있습니까?”
“없어요.”
“그럼 저도 몇 가지 말씀드리겠습니다.”
금산반이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일까? 풍운이 긴장하는 빛이 역역하자 금산반이 웃으며 말한다.
“긴장하실 필요 없어요. 특별한 일은 아닙니다.”
“..........”
“명옥이 아시죠. 그놈이 요즘 근질근질한 모양입니다.”
“그게 무슨 말씀인지........”
“남들이 보긴 철없고 어리게만 보이지만 사실은 속이 알찬 놈입니다. 나이도 장로님과 별반차이 없어요.”
“...........”
“지금까지는 그놈에게 대륙상회가 전부였습니다. 대륙상회에서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다고 믿었죠. 하지만 놈에게 변화가 생겼습니다. 장로님을 보면서 대륙상회가 좁다고 느껴진 모양입니다.”
“.........”
“서론이 길었습니다. 결론만 말씀드릴게요. 명옥이에게 일을 맡겨주세요. 놈은 장로님처럼 높이 날고 싶어 합니다.”
“높이 나는 새가 떨어지면 크게 다치는 법입니다.”
“위험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모험을 즐기는 놈들이 많죠. 명옥이가 그런 놈입니다. 좀 전에 명옥이가 장로님께 무례(無禮)했던 것도 따지고 보면 자신의 존재를 장로님께 각인시켜주기 위한 행동이었을 겁니다.”
“편안한 삶을 버리고 고난의 길을 선택하겠다는 건가요.”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고 했습니다.”
“회장님은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요. 먼저 회장님 생각부터 말씀해 주세요.”
“명옥이는 앞으로 대륙상회를 이끌어갈 놈입니다. 강하게 키우고 싶어요.”
풍운은 찻잔을 만지작거리며 고민한다. 명옥이는 금산반을 보좌하며 대륙상회의 대소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나이도 17살로 자신과 한살차이 밖에 나지 않는다.
“이렇게 하시죠. 대내업무는 금산반님이 하시고, 대외업무를 명옥이에게 일임하세요. 새외세력들에 대한 일도 당연히 명옥이에게 맡겨야겠죠.”
“명옥이는 장로님과 함께 싸우길 원합니다.”
“앞으로 많은 사람들이 군산으로 모여들 겁니다. 장강수로십팔채를 중심으로 하는 녹림, 천마마련, 사사천교...........그뿐만 아닙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지 몰라요. 정보와 물자는 전쟁의 승패를 좌우합니다. 쉽게 말해 대륙상회가 중추적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걸 명옥이에게 맡기자는 겁니다.”
“음~ 나쁘지 않네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참~ 오늘은 여기서 주무세요. 내일 아침에 우내십기에 대한 자료를 정리해서 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풍운은 식사를 끝나자 금산반이 마련해준 숙소에서 잠을 청했다. 풍운이 나름대로 분주한사이 배화교도 놀고 있지만은 않았다. 혁린강은 본진을 10개로 나누어 주력이 빠져나간 백도문파들을 공격하기로 했다. 일마(一魔)가 소림, 삼마(三魔)가 무당, 사마(四魔)가 화산, 오마(五魔)가 개방, 육마(六魔)가 종남, 칠마(七魔)가 점창파로 향했으며, 팔마(八魔)가 제갈세가, 구마(九魔)가 벽력세가로 출발했다. 그리고 혁린강과 십마(十魔)가 지휘하는 나머지는 무림군이 주둔하고 있는 섬서성으로 향하고 있었다. 대륙상회 사천지부와 개방의 사천분타는 급박한 소식을 상부에 보고했다.
냉하상을 찾기 위해 사천으로 출발한 천인살막에 냉하상에 대한 소식이 전해졌다. 냉하상이 십이사(十二死)들과 함께 악양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사영(死影)과 총관은 오영(五影)과 의논하여 악양으로 기수(騎手)를 돌렸다.
금산반은 밤사이 풍운에게 줄 우내십기들에 대한 자료를 정리했다. 대륙상회가 파악하고 있는 우내십기의 신상명세에서부터 현재의 위치까지 세세하게 기록한 것이다. 새벽이 되서야 정리를 끝낸 금산반이 풍운을 찾아가려는데 명옥이 달려왔다.
“사부........사천지부에서 급보(急報)가 왔어요.”
“무슨 소식인데, 새벽 호들갑이야.”
“배화교 놈들이 제각각 갈라졌답니다.”
“뭐야? 그게 무슨 말이야.”
“이걸 읽어보세요.”
명옥이가 사천지부에서 올라온 서찰을 금산반에게 내밀었다. 금산반은 심각한 얼굴로 서찰을 읽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흘려가는군. 명옥아. 따라와.”
금산반은 정리한 자료와 서찰을 가지고 풍운을 찾아왔다.
“기침(起寢)하셨습니까?”
금산반이 부르는 소리에 풍운이 문을 열어준다. 평소에도 잠이 없는 편이지만 최근에는 고민이 많아 새벽부터 깨어있었던 모양이다.
“벌써 정리를 끝나신 겁니까?”
“일단 들어가서 말씀드리죠.”
방안에 있는 탁자에 돌려 앉자 금산반이 사천지부에서 올라온 서찰을 건네준다.
“이게 뭡니까?”
“한번 읽어보세요.”
서찰을 읽던 풍운의 표정이 굳어진다. 내용은 간단했다. 배화교가 제각각 나누어져 중원각지로 흩어졌다는 것이다.
“명옥아. 서찰 언제 왔어.”
“방금 도착해어요. 받자마자 달려온 겁니다.”
“알았다. 장로님. 무슨 속셈인지 모르겠네요. 지금까지와 다르지 않습니까?”
“글쎄요. 좀더 알아보아야겠지만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놈들이 갈라진 방향을 보세요. 섬서성 쪽으로 가장 많은 놈들이 몰려가고, 호북성과 운남성쪽으로도 갈라졌습니다.”
“섬서성에 놈들이 노릴만한 것이 뭐가 있을까요?”
“섬서성이라?.............일단 화산과 종남파가 섬서성에 있습니다. 또한 사천으로 가던 무림군도 섬서성에 머물고 있습니다.”
“그래요. 호북성에는 뭐가 있죠.”
“무당과 제갈세가가 있습니다. 그리고 운남성 쪽에는 점창파가 있습니다.”
“불안과 공포에 어어 빈집털이를 하겠다는 건가?”
“예? 그게 무슨 말씀인지...........?”
“공동파가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초토화 된 것은 무림맹으로 주력이 빠져나갔기 때문입니다. 아미와 청성파도 마찬가지죠. 우리 이렇게 한번 생각해 볼까요. 네가 혁린강이라면 어떻게 할까? 공동파가 불바다로 되고, 아미와 청성를 비롯한 사천무림 전체를 초토화되었다. 불안과 공포에 질린 무림인들은 무림맹을 중심으로 모여들겠죠. 혼자 힘으로 감당할 수 없으니 힘을 모으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고.........그렇게 되면 주력이 빠져나간 문파들은 노약자와 건물들만 남는 빈집이 되는 겁니다.”
“무당, 화산 등 구파일방과 칠대세가를 한번에 쓸어버리겠다는 의도란 말씀입니까?”
“제가 혁린강이라면 그렇게 할 겁니다.”
“전쟁은 사람이 하는 겁니다. 본진에 있는 건물을 쓸어버린다고 해서 주력이 건재한데 무슨 이익이 있단 말입니까? 오히려 일가족들을 잃어버린 사람들의 공분(公憤)만 살뿐입니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죠. 그럼 이렇게 말씀드릴까요? 내가 몸담고 있는 문파와 가족들이 위기에 쳐해 있습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당장 달려가겠죠. 무림맹은 다시 껍질만 남게 되는 겁니다. 쉽게 말해 힘을 모아도 시원 찾을 판에 모래알처럼 흩어지게 되는 겁니다.”
“그건 배화교도 마찬가지 아닙니까? 배화교 놈들도 힘이 분산(分散)됐어요.”
“냉정하게 말해서 중원 무림인들 중에 일대일로 싸워서 배화교 무사들에게 이길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그놈들은 개개인이 일당백의 용사들이죠. 하지만 중원 무림은 다릅니다. 모이면 모일수록 힘을 발휘하지만 쪼개면 쪼갤수록 힘을 잃게 됩니다.”
“장로님 말씀을 정리하면, 중원 무림을 모래알처럼 쪼개서 각개격파(各個擊破)를 하려는 의도라는 말씀입니까?”
“다른 사람들 의견도 들어보아야겠지만 저는 그렇게 판단됩니다.”
“음~ 심각하군요.”
“서둘러야겠어요. 놈들 의도대로 흘러가면 중원 무림은 끝장입니다. 회장님께서는 이 소식을 군산에 알려주세요.”
“알겠습니다. 각 문파와 세가에도 모두 알려주겠습니다.”
“그건 하지 마세요. 알려서 좋을 것이 없어요. 그리고 우리가 나서지 않아도 개방이 할 겁니다. 우리까지 나설 필요 없어요.”
“알겠습니다.”
“그건 그렇게 조치하면 되고, 우내십기에 대한 자료정리는 끝나신 겁니까?”
“아참~ 내 정신 좀 보게.........여기 있습니다.”
금산반이 정리한 자료를 내밀자 풍운은 빠르게 책장을 넘기더니 다시 금산반에게 내밀었다.
“왜요? 미흡하세요.”
“아닙니다. 충분해요.”
“그런데 왜 다시 주시는 거죠.”
“모두 암기했어요.”
“예? 그 짧은 시간에 모두 외우셨단 말씀입니까?”
금산반과 명옥은 놀란 눈으로 풍운을 바라본다. 그 짧은 시간에 방대한 분량의 내용을 모두 암기했다고 하니 믿어지지 않는 모양이다. 풍운은 차크라가 각성되면서 한번 본 것은 절대 잊어먹지 않는 기억력을 가지고 있다.
“할말이 없네요. 어떻게 그게 가능합니까?”
“저도 몰라요. 언제부터인지 그런 능력이 생겼더군요.”
“하여튼 장로님은 대답하세요. 이제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바로 출발하실 겁니까?”
“혹시 림산에 사해맹룡님이 계십니까?”
“사해맹룡? 이번에 사해방주가 된 친구 말씀하시는 겁니까?”
“예! 한번 만나보려고요.”
“명옥아. 그 친구 있어.”
“어제 밤에도 있었으니까 지금도 있겠죠.”
“들으셨죠.”
“잘 됐군요. 사해맹룡을 만나고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회장님께서는 장강수로십팔채와 수시로 연락하시며 놈들의 움직임을 파악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런데 여긴 다시 안 들리고 바로 출발하실 겁니까?”
“시각이 촉발하니 바로 출발해야죠.”
“음~ 바쁘시니 어쩔 수 없죠. 알겠습니다. 참~ 이걸 가지고 가세요.”
금산반이 품속에서 종이 뭉치를 꺼냈다.
“이게 뭡니까?”
“전표에요. 대륙상회가 보증하는 전표이니 중원 어디에서도 돈처럼 사용하실 수 있을 겁니까?”
“이런 걸 왜 주시는 겁니까?”
“여기저기 돌아다니시려면 돈이 필요하시잖아요.”
“하하하~ 뜻은 고맙지만 사양하겠습니다. 혼자 다니는데 돈이 얼마나 필요하겠습니까.”
“사람일이란 모르는 겁니다.”
“장로님 얼른 받으세요. 대륙상회 재산의 삼분지 이가 장로님 겁니까? 평생 놀고먹어도 다 못쓰실 돈이 쌓여 있는데 이정도 돈은 아무것도 아니죠. 안 그래 사부.”
옆에 있던 명옥이 한마디 거들자 금산반이 찌려본다. 일부러 강조할 필요는 없지 않는가?
“알겠습니다. 그럼 부담 없이 받겠습니다.”
풍운이 웃으며 전표를 받아 갈무리 했다. 금산반 말대로 세상일이란 모르는 것이니 돈을 가지고 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필요 없으면 다음에 반납하면 되지 않는가? 풍운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만 일어나야겠군요.”
“언제 또 언제 만나죠.”
“천녀실의 열매를 찾으시면 연락주세요. 만사(萬事)를 제처 두고라도 바로 달려오겠습니다. 또 그게 아니라고 해도 멀지 않아 다시 만나게 될 겁니다.”
“알겠습니다. 멀리 나가지 않겠습니다. 조심해서 다녀오세요.”
“참~ 어제 밤에 말씀드린 대로 이번 일은 명옥이에게 일임하세요. 아시죠.”
“알고 있습니다. 명옥아. 뭐해. 사해방까지 안내해 드려라.”
“알았어요. 따라오시죠.”
풍운은 명옥과 함께 사해방이 있는 마을로 갔다. 그동안 사해방에는 커다란 변화가 있었다. 반역을 꿈꾸던 육철량 전임 방주와 반역에 참여했던 핵심인물들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고, 사해방 무사들의 절반 이상이 사망하거나 불구의 몸이 되었다. 사해방 전력의 절반이상이 림산전투에서 연기처럼 사라진 것이다. 하지만 사해방은 지금도 대륙상회 해상물류를 담당하며 상처를 빠르게 치유하고 있다. 그건 방도들 모두가 신임 방주인 사해맹룡을 중심으로 똘똘 뭉쳤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저기 보이는 집이 사해맹룡의 집입니다.”
“육철량 집은 없어진 건가요?”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말자는 의미로 방도들이 철거했다고 합니다.”
“음~ 그래요. 이제 돌아가세요. 저는 사해맹룡을 만나고 바로 출발할게요.”
“한번 경험하셨죠. 지금 모습으로 들어가시면 아무도 못 알아봅니다. 제가 안내해 드릴게요.”
무림고수들은 무공의 높고 낮음에 따라 겉으로 들려나는 특징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풍운은 겉으로 보아서는 평범한 사람에 지나지 않는다. 더구나 볼 때마다 다른 모습이니 사람들이 알아보지 못하는 것도 당연할 것이다.
“그래서 어제 그걸 상기시켜준 겁니까?”
어제 명옥이가 한바탕 소란을 피운 것을 말하는 것이다.
“꼭 그건 아니지만 그런 이유도 있었어요.”
“고맙다고 해야겠군요.”
“말이 나왔으니 물어보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말씀하세요.”
“사부와 헤어지실 때, 전권을 전에게 일임하셨는데 그게 무슨 말입니까?”
“앞으로 배화교를 비롯한 새외세력들과 많은 일이 벌어질 겁니다. 그에 대한 모든 일을 일임하라고 한 겁니다.”
“그, 그래요. 사부가 그렇게 하겠답니까?”
“예! 맡기겠다고 하셨어요.”
“영감탱이가 평소에 안하던 짓을 하네. 죽을 때가 된 건가?”
“그게 무슨 말이죠.”
“아닙니다. 하여튼 고맙습니다. 장로님 덕분에 답답한 림산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군요.”
“좋아하기만 할만한 일은 아니데.........권한에 비례하여 그에 따르는 책임도 따르는 법입니다.”
“저도 알고 있습니다. 저를 추천해주신 장로님께 해가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리고 천려실의 열매 어쩌고 말씀하신 것 같은데 그건 무슨 이야기입니까?”
풍운은 잠깐 망설인다. 개인적으로 부탁한 것인데 명옥이에게 이야기해도 되는지 판단이 서질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망설임은 잠깐이었다. 찬밥, 더운밥 따질 때가 아니다. 풍운은 천려실을 찾는 이유와 천려실이 어떤 물건이지 자세히 설명했다.
“장로님께도 아픔이 있군요.”
“.............”
“천려실의 열매라? 천년에 한번 피는 꽃으로 5백년 전에 한번 피었다. 그럼 앞으로 5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말인가?”
“세상에 천려실이 한포기만 있지는 않을 겁니다. 분명히 세상 어딘가에는 또 다른 천려실이 있을 겁니다.”
“있겠죠. 분명히 있을 겁니다. 잠깐만요! 영감탱이가 찾겠다고 했다면 집히는 곳이 있다는 말인데........?”
“방금 뭐라고 하셨죠.”
“사부는 가망성 없는 일은 입 밖으로 꺼내지도 않아요. 무언가 믿는 구석이 있으니까 찾겠다고 했을 겁니다.”
“정말입니까?”
“제가 거짓말을 하겠어요. 참내! 어딜 믿고 찾겠다고 했을까? 물품 목록에 천려실이라는 말은 없는데.......혹시 거기. 맞아. 그곳이라면 있을지도 몰라.”
명옥이 혼자서 중얼거린다. 풍운은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명옥이가 무언가 알고 있는 것 같은데 자꾸 뜸을 들이기 때문이다.
“사부 보다는 제가 알아보는게 빠를지도 모르겠네요. 제가 알아볼게요.”
“거기라고 하셨는데, 거기가 어디죠.”
“지금은 말씀드리기 힘들어요. 확인하고 그곳에 있는 것이 확실하면 그때 말씀드릴게요.”
“휴~ 답답하군요. 그냥 말씀해 주세요. 제가 확인해 볼게요.”
“확인도 안해 보고 말씀드렸다가는 사부에게 죽습니다. 조그만 참으세요.”
풍운은 뛰는 가슴을 진정하고 길게 한숨을 쉬었다. 목을 비틀어서라도 알아내고 싶지만 지금은 참고 기다릴 수밖에 없다.
“시간이 많이 지났네요. 들어가시죠.”
명옥이 앞장서니 정문을 지키던 무사들이 명옥을 알아보고 인사한다.
“방주님 계세요.”
“예! 계십니다. 안에 연락할 가요.”
“그렇게 해주세요.”
무사가 안으로 들어가고 조금 지나지 않아 삼국지에 등장하는 장비처럼 생긴 사해맹룡이 달려왔다.
“아이고! 이게 누구신가? 어서 오게.” “안녕하셨어요. 오늘은 방주님께 소개시켜드릴 분이 있어서 왔어요.”
“누구?”
“인사하세요. 본회의 태상장로님이세요.”
명옥이 풍운을 가르키며 말하자 사해맹룡은 얼굴빛이 변하며 풍운의 위아래를 살펴본다. 대륙상회에서 태상장로는 오직 한명뿐이다. 바로 마수마랑 풍운이다.
“이분이 태상장로.........!”
“왜요. 아닌 것 같으세요.”
“그건 아니지만!”
“태상장로님이 천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는 소문 못 들으셨어요.”
사해맹룡도 귀가 있으니 소문은 듣고 있었다.
“이런 누추한 곳까지 찾아주시다니, 영광입니다.”
사해맹룡이 의심의 걷어내고 풍운에게 인사한다.
“안녕하세요. 마수마랑 풍운입니다.”
“밖에서 이럴게 아니라 들어가시죠.”
“방주님. 저는 그만 가볼게요.”
“어디가? 같이 들어가자.”
“다음에 시간나면 올게요. 그럼 이만.”
명옥은 풍운과 사해맹룡에게 인사하고 돌아갔다. 자신이 끼어들 자리가 아닌 것 같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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