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天上)의 향기 - 276부
본문
삶은 고뇌(苦惱)의 연속이라고 했다. 사람이 살아감에 수많은 문제에 봉착하게 되고, 스스로의 선택에 따라 삶의 방향이 달라진다. 누군가 대신 살아줄 사람도 없고, 자신의 선택에 책임져야 하며, 후회하거나 아쉬워하기 보다는 앞만 보고 달려가야 한다. 풍운은 가시밭 같은 삶을 살아왔다. 하인의 삶을 시작으로 잠마동에서 죽음의 관문을 통과해야 했고, 배화교의 사냥개로 살얼음판 같은 삶을 살아야했으며, 배화교에 맞서 바람 앞에 촛불처럼 위태롭게 살아왔다. 하지만 단 한번도 도망치거나 포기하지 않고 현실에 맞서 꿋꿋하게 살아왔기에 현재의 풍운이 있는지도 모른다.
이번 경우는 다르다. 자신이 아프고 고통스러워도 이렇게 힘들지는 않을 것이다. 희망이라도 있다면 이렇게 괴롭지는 않을 것이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천려실의 열매를 찾고 있지만 열매를 찾는다하여 아라와 수혜가 정상으로 돌아온다는 보장도 없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자신을 믿고 고난의 길을 선택한 아라와 수혜를 두고 볼 수만은 없지 않는가? 풍운은 붉게 떠오른 태양을 보며 상념(想念)에 젖어 있었다.
“저기, 마수마랑님. 조금만 있으면 악양입니다.”
풍운과 동행한 우당주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낸다. 풍운은 상념에서 깨어나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고 우당주를 바라본다. 가슴이 터질 지경이지만 자신 때문에 다른 사람들까지 불편하게 만들 수는 없지 않는가?
“빨리 왔네요. 그나저나 우당주님이 고생이 많으시네요.”
“당치도 않습니다. 마수마랑님에 비하면 고생이라고 할 것도 없죠.”
“저야, 제야 당연히 해야 할일이지만 우당주님은 저희들 때문에 괜한 고생을 하지 않습니까?”
“저도 중원 무림인입니다. 당연히 해야 할일을 하는 겁니다.”
“그렇게 생각해주시니 고맙습니다.”
“별 말씀을 다하세요. 참~ 어디부터 가실 겁니까?”
“림산으로 갈 겁니다. 대륙상회에 들려 장강수로십팔채와 공조하도록 해야죠.”
“금산반님을 만나시겠군요.”
“그래야겠죠.”
“혹시 시간이 허락되시면 사해맹룡를 한번 만나보세요.”
“사해맹룡?”
“사해방 전투선단의 단장이었다가 이번에 사해방주가 된 친구입니다. 저번에 만났는데 마수마랑님을 꼭 한번 만나 뵙고 싶다고 하더군요.”
“저를요? 알겠습니다. 우당주님은 어디로 가실 겁니까?”
“섬서성으로 갈 겁니다. 무림맹부터 방문하려고요.”
“무림맹이라? 그들을 설득하려하지 마세요. 그들 나름대로 계획이 있을 겁니다.”
“알고 있습니다. 우리의 존재만 알려주고 곧바로 녹림호걸들을 만날 계획입니다. 녹림호걸들은 반드시 우리에게 협력할 겁니다.”
“나머지 일은 우당주님께서 알아서 하세요.”
풍운과 우당주가 이야기하는 사이 배가 나루터에 도착했다.
“여기서 헤어져야하겠네요. 조심하세요.”
“우당주님도 조심하세요. 먼저 출발하겠습니다.”
풍운은 우당주에게 인사하고 자작거리로 들어섰다. 아직 새벽이라 그런지 오가는 사람도 별로 없고, 초겨울의 찬바람이 뼛속까지 시리게 한다. 풍운의 마음이 황무지처럼 황량하기에 더욱 차갑게 느껴지는 지도 모른다. 악양의 거리가 낯설지 않다. 멀리 보이는 객점은 아라와 사랑을 속삭이던 곳이고, 저기 멀리 보이는 곳은 무경과 만났던 객점이다. 아라와의 추억이 생각나며, 가슴이 더욱 절여온다. 풍운은 머리를 흔들고 림산으로 출발하려다가 악양을 내려다보듯이 하늘 높이 솟아있는 거대하고 화려한 건물을 바라본다. 어느새 악양의 명물이 되어버린 천상루다. 풍운은 입술을 깨물고 천상루를 바라보다가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성큼성큼 걸어갔다.
밤사이 불야성을 이루던 천상루도 새벽이 되면 조용해지기 마련이다. 장사를 끝내고 천상루 앞을 쓸고 있던 점소이가 새벽안개를 뚫고 걸어오는 사내를 발견했다. 하얀 무복을 깔끔하게 차려있는 30대 초반의 남자로 보인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새벽부터 술이나 푸자고 찾아오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다정화님을 찾아왔어요.”
“방금 뭐라고 하셨어요.”
점소이는 자기 귀를 의심하고 다시 묻는다.
“다정화님을 찾아왔다고 했어요.”
점소이는 눈을 가늘게 뜨고 사내의 위아래를 흩어본다. 다정화가 누군가? 천상루에서도 몇 명 안 되는 천급기녀가 아니가? 그녀를 끼고 술만 마시려고만 해도 한 가족이 몇 년은 먹고살 돈이 필요하며, 그녀와 하룻밤을 보내려면 황금 수백 냥은 족히 필요할 것이다. 사내의 차림새를 보니 돈 많은 한량(한량(閑良) : 돈 잘 쓰고 잘 노는 사람)같지는 않고, 어디서 다정화에 대한 소문을 듣고 어떻게 한번 얼굴이나 볼까하고 객기를 부리는 모양이다.
“다정화님이 누군지 아세요. 괜한 객기.......”
점소이의 말이 끝나기 전에 사내가 작은 동패를 내밀었다.
“이걸 다정화님을 전해주세요. 그럼 아실 겁니다.”
점소이는 사내가 내밀 동패를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안으로 들어갔다. 풍운은 점소이가 들어가자 습관적으로 하늘을 바라본다. 요즘 들어서 하늘을 바라보는 버릇이 생겼다. 인간은 한계상황(限界狀況)에 직면하면 절대자를 찾기 마련이다. 죽었다 깨어나도 안돼는 일이라면 마지막에 믿을 수 있는 존재는 절대자밖에 없지 않는가? 풍운은 요즘들어서 절대자라도 찾고 싶은 심정이다.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서라도 아라와 수혜를 구할 수 있다면 그 길을 선택하고 싶다. 풍운이 상념에 적어있는 사이에 다정화가 버섯발로 뛰어나왔다.
“어디. 어디 계셔?”
“저기 저분께서 전해달라고 하셨습니다.”
다정화는 하늘을 바라보는 사내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다정화입니다. 저를 찾아오셨다고요.”
풍운이 고개를 돌려 말없이 인사하니 다정화도 급하게 허리를 숙인다.
‘혹시 마수마랑님이세요.’
다정화가 인사하며 전음을 보낸다. 매화(梅花)패는 자신이 풍운에게 준 것이다. 앞에 있는 사내가 풍운인지 확인해야 한다.
‘예! 마수마랑입니다. 조용히 이야기 좀 할 수 있을까요?’
풍운이 고개를 들며 전음을 보내니 다정화가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거린다.
“따라오세요.”
다정화는 자신의 방이 아닌 손님들을 접대하는 방으로 안내했다. 자기 방으로 가면 남들이 의심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풍운이 자리에 앉자 다정화가 다시 밖으로 나가더니 조금 후에 들어왔다.
“술상을 준비하라고 했어요.”
“잠깐이면 됩니다, 술까진 필요 없어요.”
“남들이 의심합니다.”
풍운은 씁쓸하게 웃었다. 다정화의 입장도 생각해 주어야 한다.
“저번에는 궁주님을 모시고 있어서 제대로 인사도 못했어요.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아시잖아요. 다정화님이야 여기 앉아서도 천리(千里)를 보시는 분 아닙니까?”
“듣기는 했죠. 그런데 저기.........잠시만 역용을 풀어주실 수 있나요. 의심해서 그런 것은 아니고 확인차원에서.........”
“무엇이든 확실한 것이 좋겠죠.”
풍운이 역용을 풀고 다시 고개를 들자 다정화가 멍한 표정으로 바라본다. 언제보아도 아름답고 멋진 남자다.
“이제 확인하셨죠.”
풍운이 다시 역용하자 다정화의 얼굴이 아쉬움이 묻어난다.
“한번은 오실 줄 알았지만 이렇게 빨리 오실 줄은 몰랐어요.”
풍운이 대답하기 전에 문이 열리며 술상이 들어왔다.
“손님과 중요한 이야기가 있으니 아무도 들여보내지 마세요.”
“예!”
하녀들이 물려가자 다정화가 주전자를 내밀었다.
“한잔 받으세요.”
풍운은 잠시 망설이다가 술잔을 받고 다정화에게도 술을 따라주었다.
“그때, 궁주님과 무슨 나누셨어요.”
“무림 정세에 대해 이야기를 했어요. 물론 충격적인 이야기도 들었죠.”
“아라와 벽궁수혜님에 대해 들으셨어요?”
“예! 들었습니다.”
“그래서 몇 일전에 장원에..........”
“직접 확인하고 싶었어요.”
“...........드릴 말씀이 없네요.”
“원망하지는 않습니다. 그때는 그게 최선이었고, 우리들이 선택할 길이니까요.”
“말씀은 그렇게 하셔도 빙궁을 원망하시겠죠? 아라와 벽궁수혜님을 보면 저도 가슴이 아픈데, 마수마랑님은 오죽하시겠어요.”
풍운은 얇은 미소를 머금고 다정화를 바라본다. 상대방을 배려할 줄 아는 아름다운 여자다.
“다정화님은 참 예뻐요. 얼굴도 예쁘고 마음도 예쁘고, 세상에 다정화님 같은 분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어지러워요. 띄우지 마세요.”
“농담 아닙니다. 다정화님이 아니라면 빙궁을 원망하고 있을지도 몰라요. 다정화님이 계시기에 빙궁을 미워할 수 없어요.”
“마수마랑님. 미워하지 마세요. 빙궁은 남자들에게 버림받고 배신다한 불쌍한 여인들이 만든 문파예요. 마수마랑님 같은 분만 계셨다면 존재하지도 않았겠죠. 지금도 그래요. 남들은 빙궁이 여인천하(女人天下)를 꿈꾸고 있다고 오해하지만, 사실은 여인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소박한 꿈밖에 없어요.”
“여인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 그게 어떤 세상이죠? 싸우면 만들어지나요. 빙궁이 무림을 정복하면 그런 세상이 오나요.”
“...........”
“죄송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려고 온 것은 아닌데 저도 모르게 격해졌네요.”
다정화는 아랫입술을 깨물고 풍운을 바라보다가 앞에 있는 술을 마신다.
“마수마랑님의 말씀이 맞아요. 무림을 정복한다고 여인들이 꿈꾸는 세상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죠. 하지만 지금보다는 더 낮지 않을까요.”
풍운은 잠시 말을 멈추고 다정화를 바라보다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마지막으로 한 말씀드리고 끝낼게요. 행복은 마음에서 오는 겁니다. 돈이 많다고 행복한 것이 아니며, 권력이 있다고 행복한 것이 아닙니다. 욕심을 버리고, 마음의 평화가 있어야 행복한 겁니다. 이제 그만하죠.”
풍운이 술잔을 비우고 다정화에게 술을 따라준다.
“사실 다정화님을 찾아오려 한 것은 아니었어요. 악양에 돌아보다가 저도 모르게 이곳으로 온 겁니다.”
“잘 하셨어요. 제가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힘들고 괴로우시면 언제든지 찾아오세요.”
“말씀만이라도 고맙습니다.”
“............”
“다정화님............혹시 천려실의 열매는 찾아보셨나요.”
빙궁과 별개로 다정화와 해어화는 궁아라를 위해 천려실의 열매를 찾고 있었다. 하지만 천상루의 정보망을 총동원했지만 천려실의 행방은 알 수 없었다.
“열심히 찾고 있지만 쉽지 않네요.”
“휴~ 역시. 저도 장강수로십팔채까지 동원했지만 못 찾았습니다.”
“실망하지 마세요. 분명히 어딘가에 있을 거예요.”
“저도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다정화님. 다정화님께 부탁할 일은 아니지만 누님과 아가씨를 잘 부탁합니다.”
“죄송해요. 그건 제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에요. 아라와 수혜님은 오직 궁주님 명령만 따르게 되어 있어요.”
“궁주라면 저번에 만난 설초희라는 분?”
“예! 그분만이 천녀빙백강시들을 조정할 수 있어요.”
“그럼 오직 궁주님 명령만 따르는 겁니까?”
“그럼 샘이죠.”
초희는 마령종으로 천녀빙백강시들을 조정한다. 다시 말해 천녀빙백강시들은 초희를 따르는 것이 아니라 마령종의 주인을 따르는 것이다. 다정화도 그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빙궁의 기밀(氣密)이기에 풍운이라도 알려줄 수 없다. 풍운은 씁쓸하게 웃으며 술잔을 비웠다.
“염치없는 부탁이지만 계속 천려실의 열매를 찾아주세요. 또한 그녀들을 부탁합니다.”
“제가 약속한 겁니다. 빙궁의 사군자(四君子)가 아니라 다정화의 이름으로 약속한 거죠. 최선을 다할게요. 또한 나름대로 그녀들을 보살필게요.”
“고맙습니다. 그만 일어나야겠네요.”
“벌써 가시는 겁니까?”
“다정화님 얼굴을 보았으니 가야죠.”
“군산으로 가시는 거예요.”
“아닙니다. 군산은 이미 다녀왔어요?”
“그럼 어디로.......?”
풍운은 잠시 망설인다. 자신은 군산에 있는 것으로 해야 한다. 하지만 다정화까지 속이고 싶지는 않았다.
“림산으로 갑니다. 금산반님께 천려실의 열매를 찾아달라고 부탁하려고요.”
“그, 그래요. 그럼 더 이상 붙잡지도 못하겠네요.”
풍운은 다정화와의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림산으로 향했다. 다정화는 풍운이 떠나는 모습을 바라보며 긴 한숨을 쉬었다. 사랑이 뭔지 모른다. 풍운에 대한 감정도 모른다.
보고 있어도 보고 싶은 사람.
생각만 해도 두근거리는 사람.
너무 먼 곳에 있기에 바라만 볼 수밖에 없는 사람.
다정화에게 풍운은 신기루 같은 사람이다. 환상처럼 다가왔다가 다가가려면 사라지는 사람. 가끔은 궁아라가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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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운은 천상루를 뒤로하고 림산으로 향했다. 짐이 가득한 마차들의 행렬과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거리, 림산은 활기가 넘치고 있다. 풍운은 상점들이 즐비한 골목길로 접어들어 금산반이 운영하는 포목점으로 들어갔다.
“어서 오세요. 무엇을 찾으십니까?”
풍운이 들어서자 점원이 반갑게 인사한다.
“금산반님을 만나려왔어요.”
“예? 누구요?”
“주인어른을 찾아왔다고 했어요.”
“지금 안 계시는데.........급한 일이세요.”
“멀리 가셨어요.”
“그건 아니지만........근데 누구신데 우리 주인어른을 찾으시는 겁니까?”
점원이 의심스러운 눈으로 살펴보자 풍운이 막사검을 꺼냈다.
“혹시 이 물건 아세요.”
점원은 눈을 가늘게 뜨고 막사검을 바라보며 마른침을 삼킨다.
“호, 혹시, 태, 태상장로님?”
“막사검을 알아보시는군요. 예! 제가 마수마랑입니다.”
“자, 잠시만 기다리세요.”
점원이 눈썹이 휘날리게 안으로 뛰어가더니 잠시 후에 금산반의 제자인 명옥이 달려왔다.
“어느 분이야.”
“저기 저분입니다.”
점원의 말에 명옥은 풍운의 얼굴과 손에 들린 막사검을 번갈아 바라본다.
“누구신데, 막사검을 가지고 있죠.”
“마수마랑 풍운입니다. 제가 역용을 해서 못 알아보는 모양이군요.”
“당신이 장로님이라는 증거 있어?”
“예? 막사검을 보고도 모르겠어요.”
“그게 진짠지 가짠지 어떻게 알아. 당신 진짜 태상장로 맞아.”
명옥의 태도에 풍운은 황당했지만 이내 피식 웃으며 손가락을 튕겼다.
“휘이익~”
붉은 강기(剛氣)가 전광석화(電光石火) 같은 속도로 명옥의 이마를 향해 날아간다.
“이런 빌어먹을 자식.......”
명옥은 고개를 숙어 강기(剛氣)를 피하며 장(掌)을 뿌렸다. 풍운은 점포를 가득 메우는 금빛 장영(掌影)을 보고 점포 밖으로 후퇴했다. 그냥 싸우면 점포가 박살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흥! 어딜 도망가!”
명옥이 뒤를 쫓아오며 장(掌)을 뿌리니 금빛 장영(掌影)들이 풍운의 머리를 향해 떨어진다.
“콰앙~”
약간의 폭음과 함께 금빛 장영(掌影)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어느새 풍운의 손에 명옥의 목이 잡혀 있었다. 풍운이 음양장(陰陽掌)으로 금빛 장영(掌影)들을 날려버리고 금나수로 목을 잡은 것이다.
“칵~ 칵~ 이 새끼........죽어버린다.”
명옥은 대롱대롱 매달린 상태에서도 악을 쓴다.
“아직도 의심스럽나.”
“개새끼. 당장 놔. 대륙금위. 당장 이 새끼 요절내버려.”
명옥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자 금빛무복을 입은 무사들이 귀신같은 신법으로 나타나 풍운주위를 포위했다.
“참내. 살다보니 별꼴을 다 당하는군. 좋아. 끝까지 해보자는 거지.”
풍운은 잡고 있던 명옥을 던져버리니 명옥은 공중에서 한바퀴 회전하여 힘을 죽인다면 사뿐하게 착지한다.
“당장 저놈을 생포해.”
명옥이 풍운을 가르치며 명령하지만 대륙금위들이 머뭇거린다. 지금까지 상황을 지켜보았기 때문이다.
“뭐해. 당장 생포하란 말이야.”
“확인부터 해야 하지 않을까? 정말 태상장로님이면 어떻게 뒷감당을 하려는 거야?”
“내가 책임지면 되잖아. 당장 박살내버려.”
명옥이 다시 악을 쓰니 대륙금위들도 할 수 없다는 듯이 무기를 뽑았다. 풍운은 대륙금위들이 뿜어내는 압박감에 들고 있던 막사검을 뽑았다. 웬만하면 무기를 사용하지 않지만 명옥이나 대륙금위들에게 막사검이 진짜라는 것을 알려줄 필요가 있다. 대륙금위들이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풍운주위를 회전한다. 단검(短劍)을 잡은 상태에서 팔을 늘어트리고 있는데 곳곳이 허점투성이라 어디를 공격해야할지 모르겠다. 더욱 황당한 것은 자신들의 기(氣)가 마치 망망대해(茫茫大海)에 빠진 것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대륙금위들이 서로 눈치를 보다가 한번에 날아올라 검(劍)을 뿌린다. 풍운은 팔방(八方)에서 날아오는 검영(劍影)들을 보고 수라기를 막사검에 불어넣었다.
“지옥십팔검 역천역지.”
하얀 막사검의 검영(劍影)들이 팔방에서 날아오는 대륙금위들의 검영(劍影)들을 향해 날아간다. 일대다수(一對多數)의 대결에서 지옥십팔검은 엄청난 위력을 발휘한다.
“콰아아앙~”
지축을 울리는 폭음과 함께 자욱한 흙먼지가 피어나고, 흙먼지 속에 반짝거리는 쇳조각들이 날아다닌다. 흙먼지가 가라앉으며 주위광경이 들려났다. 대륙금위들은 오싹한 표정으로 자루만 남은 검(劍)을 바라보고 있었다. 상대는 자신들의 검(劍)만 수수깡처럼 베어버렸다. 상대가 마음만 먹었으면 검(劍)이 아니라 목이 날아갔을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이다.
“이런 빌어먹을.”
“이게 어떻게 된 거냐.”
명옥이 욕지거리를 하고 있는데 뒤에서 묵직한 음성이 들렸다.
“사, 사부 왔어.”
“묻잖아. 상황을 설명해봐”
“아니, 그게.........저기~, 저놈이 자기가 태상장로라고 박박 우기잖아.”
“그래서. 대륙금위들까지 동원해서 한판하고 있는 거냐?”
“당연하지. 어떤 잡놈이 태상장로라고 우기는데 가만있어야겠어.”
금산반은 주먹으로 명옥의 머리통을 쥐어박았다.
“에라 이 죽일 놈아. 네놈은 막사검도 몰라보냐.”
“십팔. 제가 진짠지 가짠지 어떻게 알아.”
“이런 처 죽일 놈의 새끼. 네놈이 내 제자 맞아. 어떻게 진품여부도 몰라봐~ 당장 가서 사과드리지 못해.”
금산반이 소리를 지르니 명옥은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풍운에게 다가왔다.
“저기. 태상장로 맞아.”
풍운은 피식 웃으며 막사검을 거두었다.
“지금도 의심스러워!”
“십팔. 똥 밟았군.”
명옥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풍운에게 넙죽 절을 한다.
“태상장로님께 인사드립니다.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아니야. 모처럼 즐거웠어.”
풍운은 명옥의 어깨를 두들겨주고 금산반 앞으로 갔다.
“그동안 잘 지내셨습니까?”
“악양에 오셨다는 소식은 들었습니다. 들어가시죠. 명옥아. 깨끗하게 정리해. 장로님이 오셨다는 것은 비밀이다. 무슨 말이지 알지.”
금산반과 풍운이 안채로 들어가자 명옥은 머리를 긁적거리다가 주변을 돌아본다. 구경꾼들이 많다.
“회장님 말씀 들으셨죠. 끝났으니 모두 돌아가세요.”
“허허허~ 하여튼 저놈은 물건이란 말이야.”
사람들은 껄껄 웃으며 각자의 업소로 돌아갔고, 거리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평상시대로 돌아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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