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SF

천상(天上)의 향기 - 246부

본문

무당산은 호북성(湖北省) 균현(均縣)에 있는 산으로 도교(道敎)의 영지(靈地)이며 산상(山上)과 산하(傘下)에 27봉(峯), 36암(巖), 24연(淵), 5정(井), 5대(臺), 3천(泉), 3담(潭) 등의 경승지가 유명하다. 하지만 무림인들은 무당산이라고 하면 무림의 태산북두인 무당파를 먼저 떠올리게 된다. 무당산에 있는 작은 암자에 태청진인과 현원자가 마주앉아 있었다. 현원자는 아직 해체되지 않는 무림군과 함께 있다가 태청진인의 부름을 받아 무당산으로 돌아왔다. 




“이제 저를 부른 연유를 말씀해 주세요.”


“장문인에게 너의 활약상을 들었다. 그동안 고생이 많았더구나?”




태청진인의 말에 현원자는 얼굴이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 창피하고 부끄러워 사부의 얼굴을 볼 면목이 없다. 무당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포부도 당당하게 무림에 출두했으나 십이사(十二死)에게 농락(籠絡)당하고 일사(一死)에게 몇 번이나 패배의 쓴잔을 마시며 사문(師門)과 사부(師父)의 얼굴에 먹칠을 했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사부의 질책(叱責)을 받는 것은 두렵지 않으나 혹여 자신에게 실망하여 낙담하시지나 않을까 걱정된다.




“왜 고개를 숙이느냐? 내가 그렇게 가르쳤느냐? 어떠한 상황에서도 당당하고 위엄(威嚴) 있게 행동하라고 가르치지 않았느냐?” 


“사부!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사문과 사부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명예를 실추시킨 제자를 죽여주세요.” 


“사내가 그만한 일에 기가 죽어서야 되겠느냐? 너는 누가 뭐라 해도 우리 무당의 희망이며 전부라고 할 수 있다. 너의 뒤에는 우리 무당이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자신감을 가지고 향상 당당하게 행동해라.”




현원자는 못난 제자를 책망(責望)하기보다는 힘을 불어넣어주는 사부의 따뜻한 마음에 눈물이 앞을 가린다. 사부는 향상 나약하고 소심한 제자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주며 당당하게 살라고 가르치셨다. 




현원자는 역적으로 몰린 가문에 태어나 나이 5살에 부모님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져 천애고아(天涯孤兒)가 되었다. 만일 아버지가 관원들이 오는 것을 미리 알고 빼돌리지 않았다면 그도 죽음을 면치 못했을 것이다. 홀로 세상에 버려진 5살 꼬마가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현원자는 거리를 방황하다가 거지소굴에 살게 되었으나 마침 제자를 찾고 있던 태청진인을 만나 그의 제자가 될 수 있었다. 태청진인은 현원자의 자질을 알아보고 단번에 제자로 삼았으나 어릴 적부터 손가락질만 받고 살아온 현원자는 매사에 소심하고 나약하여 사내다운 씩씩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태청진인은 현원자의 성격을 고치기 위해 아낌없는 친찬과 격려로 훈육(訓育-의지나 감정을 함양하여 바람직한 인격의 형성을 목적으로 하는 교육)했으며 현원자는 사부의 기대에 부응하여 어릴 적의 나약함을 벗고 약간은 독선적일 만큼 자신감이 넘치는 사내로 변모하였다. 현원자가 승리에 집착하는 것은 사부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자신에 대한 책망과 발버둥이었는지도 모른다.




“너도 그동안 많은 것을 느꼈을 것이다. 세상에 절대강자란 없다. 노력하지 않으면 나보다 앞서가는 놈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나는 너를 믿는다. 너는 우리 무당의 희망이며 노력만 한다면 세상누구보다 앞서갈 수 있는 놈이다.”


“사부.........사부님의 제자로써 부끄럽지 않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그래 잘 생각했다. 오늘 보자고 한 것은 너를 책망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태화상인이 제자 놈에게 독고구검을 알려주겠다고 하더구나. 그래서 나도 너에게 마지막 비기(秘記)를 전해주고자 보자고 한 것이다.” 


“제가 아직 배우지 못한 것이 있습니까?” 


“화산에 독고구검이 있다면, 우리 무당에도 태극검(太極劍)이 있다. 태극검은 장삼봉조사께서 말년에 창조한 검술로, 오직 원을 그리는 일초밖에 존재하지 않지만 그 검의(劍意)를 깨달으면 자기의 마음이 가는 대로 무궁무진하게 펼쳐낼 수 있는 검(劍)이다.”


“............”


“하지만 독고구검이 오직 공격일변도의 선발제인(先發制人)의 검(劍)이라면, 태극검은 이정제동(以靜制動), 후발제인(後發制人)에 목표를 두는 검법으로 정(定)으로서 동(動)을 제압하고, 느림으로서 빠름을 제압하는 검법이라고 할 수 있다.” 


“장상봉조사님의 태극검은 이미 실전(失傳-잃어버림)된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지금도 전해지고 있었단 말입니까?” 


“후진들의 자질이 부족하여 익힌 자가 없었을 뿐이다. 하지만 너라면 태극검의 진의(眞儀)를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사부. 감사합니다. 사부의 기대에 어긋남이 없도록 뼈가 부셔지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태극검을 익히게 습니다.” 




화산의 화원명과 같이 무당의 현원자도 사부로부터 사문에 전해오는 마지막 무공인 태극검을 배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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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령의 말대로 풍운도 한계가 있는 모양이다. 하루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두 사람을 치료한다는 것은 풍운으로써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무경은 풍운의 겉에 앉아 있었다. 일살(一殺)의 치료를 끝난 풍운은 그때부터 잠들어 하루가 지난 지금까지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어나세요. 운랑이 치료한 일살(一殺)님도 운랑을 보고 싶어 합니다.” 




치료가 끝난 일살(一殺)은 삼살(三殺)과 마찬가지로 모든 것이 정화(淨化)된 깨끗한 몸으로 다시 태어났다.




“음~ 물~” 




풍운이 눈을 비비며 물을 찾는다. 무경은 얼른 물을 내밀었고, 물을 마신 풍운은 머리를 흔들며 일어났다. 




“일어나셨어요. 몸은 어때요. 괜찮은 거죠.” 




무경의 걱정스러운 질문에 풍운은 무경을 보며 빙긋 웃어준다. 




“걱정했어.” 


“하루 동안 주무시기만 해서 얼마나 걱정한지 아세요.” 


“내가 하루나 잤어.”


“어제 오전부터 지금까지 꼬박주무시기만 하셨어요.”


“피곤했던 모양이군. 걱정하지 마. 한숨자고 났더니 이제는 개운해졌어.”


“다음에는 절대 무리하지 마세요.”


“알았어. 일살(一殺)은 어때. 치료는 잘 됐어?”


“정상으로 돌아왔어요.” 


“다행이군. 일살(一殺)은 지금 어디에 있지.” 


“나머지 분들과 함께 있어요.” 




풍운은 몸을 한번 움직여보더니 침상에서 내려왔다. 




“가보자.” 


“먼저 역용부터 하세요. 일살(一殺)님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역용이 풀렸더군요.” 


“그래. 역용까지 풀렸단 말이야.” 




풍운은 거울로 얼굴을 보더니 쓰게 웃었다. 천면역용술은 기(氣)의 힘으로 골격을 변화시켜 천의 얼굴로 변할 수 있지만 기(氣)가 풀리면 역용술도 풀리는 단점이 있다. 일살(一殺)의 치료가 얼마나 힘들었으면 천면역용술까지 풀렸단 말인가? 풍운은 다시 30대 초반의 남자로 역용하고 일행이 모여 있는 곳으로 갔다. 풍운이 들어가자 이막수와 도치부부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기침(起寢)하셨어요. 다들 걱정했는데 몸은 어떠세요.” 


“걱정해주신 덕분에 이제는 괜찮아요. 그런데 안 보이는 사람들이 있네요.”


“이막수님 내외와 도치님 내외는 객점 주위를 감시하고 계세요.”


“그래요. 우선 모두 앉으세요.” 




풍운이 먼저 자리에 앉자 나머지 사람들도 자리에 앉았다. 풍운은 한쪽에 앉은 일살(一殺)과 삼살(三殺)을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비록 힘은 들었지만 두 사람이 정상적으로 돌아온 모습을 보니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두 분! 그동안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풍운의 말에 일살(一殺)과 삼살(三殺)이 자리에서 일어나 풍운에게 큰절을 올렸다. 




“저희들을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은혜는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일어나세요. 은혜랄 것도 없어요.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입니다.” 




풍운이 가볍게 손을 흔들자 일살(一殺)과 삼살(三殺)은 자기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때요. 몸에 이상은 없나요.”


“일사(一死)님께서 치료해주신 덕분에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왔습니다.”


“다행이네요. 다른 분들과 이야기는 많이 해보셨어요.”


“예~ 십이사(十二死)님들과 배화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좋습니다. 다른 분들을 통해 모두 들었을 것이니 쓸데없는 말을 빼고 제가 두 분께 드리고 싶은 말을 하겠습니다.”


“말씀하세요.”


“이제 두 분은 자유의 몸입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실지 생각은 해 보셨나요?” 


“십이사(十二死)님들께서 배화교와 싸우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저희들이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저희들도 함께 싸우고 싶습니다.” 


“삼살(三殺)님도 같은 의견입니까?” 


“저도 함께 싸우고 싶어요.” 




풍운은 걸연한 표정의 두 사람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흔들었다. 일살(一殺)과 삼살(三殺)은 마령단의 독기(毒氣)가 빠지며 약해졌다. 지금 상태로는 같은 십이살(十二殺)들과 싸워도 상대도 되지 않을 것이다. 




“두 분은 뜻은 잘 알겠습니다. 하지만 현재 두 분 상태로 저희들과 함께 싸우기는 힘들어요. 물론 제가 임독양맥과 생사현관을 뚫어드리며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저도 두 분을 치료하며 약해진 상태라 도와드리기도 힘든 상태입니다.” 


“그럼 저희들이 어떻게 하라는 겁니까? 말씀을 해주세요.”




일살(一殺)과 삼살(三殺)의 표정이 심각하다. 풍운의 의도를 모르겠다. 자신들이 별반 도움도 되지 않고 짐만 되니 떠나라는 말일까? 




“일사(一死)님. 두 분은 우리와 함께 싸우길 원하고 계십니다.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같이 싸우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마수가 일살(一殺)과 삼살(三殺)을 대변하여 풍운을 설득하려 한다. 




“마수님의 뜻은 잘 알겠습니다. 두 분께서는 정말 우리와 함께 싸우길 원하십니까? 이미 들어서 알고 게시겠지만 우리와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도 백척간두(百尺竿頭)에 있는 것처럼 위험합니다.”


“저번에 일사(一死)님께서 말씀하셨어요. 포기하고 도망치고 싶었지만 억울하고 분해서 배화교와 싸우신다고 하셨어요. 저희들도 마찬가지에요. 실력이 부족하여 여러분께 짐만 될지도 모르겠지만 여러분과 함께 싸우고 싶습니다.” 




삼살(三殺)이 힘들게 입을 열었다. 풍운은 말없이 두 사람을 바라보고만 있었고 긴 침묵 시간이 흐르며 삼살(三殺)과 일살(一殺)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풍운의 다음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저는 두 분께 특별한 부탁을 드리고 싶어요. 어쩌면 우리와 함께 싸우는 것보다 더 어렵고 위험한 일이지도 모릅니다.” 


“무슨 일인지 말씀해 주세요. 저희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슨 일이든 하겠습니다.” 




풍운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일살(一殺)이 재빨리 대답했다. 




“저는 우리와 같은 희생자들이 늘어나는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희생은 우리들만으로도 충분합니다. 하지만 지금 이 시간에도 잠마동에는 또 다른 희생자들이 생사(生死)의 갈림길에서 신음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들을 구하고 다시는 우리 같은 희생자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잠마동을 부셔버리고 싶어요. 하지만 문제는 아무도 잠마동의 위치를 모른다는 겁니다. 제가 두 분께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 잠마동을 어디 있는지 찾아달라는 겁니다.” 




풍운의 말에 일살(一殺)과 삼살(三殺)은 잠시 고민했다. 풍운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 것 같다. 풍운은 자신들과 같은 희생자들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잠마동을 부셔버릴 생각이다. 문제는 잠마동이 배화교영역인 신강에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 생각하면 십이사(十二死)와 함께 싸우는 것보다 더욱 위험한 일인지도 모른다. 일살(一殺)은 옆에 앉은 삼살(三殺)과 눈빛을 주고받았다. 




“맡겨주세요. 목숨을 걸고 잠마동의 위치를 알아내겠습니다.” 


“힘들고 어려운 일입니다. 정체가 발각되는 날에는 죽음을 면치 못합니다. 그래도 하시겠다는 말입니까?”


“저도 우리와 같은 희생자들이 다시는 없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겠습니다. 목숨이 끊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잠마동의 위치를 찾아내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잠마동은 신강 탑리목분지(塔里木盆地) 어딘가에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저도 어렵푸시 생각나는 것이 있습니다. 수라섭혼으로 제압한 우리들을 누군가가 탑리목분지로 데려갔고, 우린 그곳에서 며칠을 지내다가 쌍마(雙魔)와 누군가를 만나 배화교 본진과 합류한 것으로 기억합니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잠마동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부탁합니다. 꼭 찾아주세요.”


“저희들이 언제 떠나면 되겠습니까?” 


“빠르면 빠를수록 좋습니다.” 


“그럼 오늘 밤에 떠나겠습니다. 그런데 잠마동을 찾으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여러분께 연락할 방법이라도 있습니까?” 


“신강에도 대륙상회지부가 있다고 알고 있어요. 저희들에게 연락할 일이 있으면 대륙상회를 이용하세요.” 


“알겠습니다.” 


“출발하시기 전에 저를 보고 가세요. 두 분께 전해드릴 것이 있습니다.” 




풍운이 일살(一殺)과 삼살(三殺)과 이야기를 끝내고 일어나자 무경과 마수가 따라왔다. 풍운은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 자리에 앉으니 무경과 마수도 풍운 앞에 앉았다.




“일사(一死)님께 놀랬습니다. 제가 생각하지도 못한 것을 일사(一死)님께서 생각하실 줄은 몰랐습니다.”


“저도 그런 부탁을 하실 줄은 몰랐어요.”


“잠마동이 존재하는 한 우리와 같은 희생자들이 계속 늘어날 겁니다. 배화교는 우리나 십이살(十二殺)로 만족하지 못하고 더욱 악독한 방법으로 새로운 살인기계를 키우고 있습니다.”


“저도 알고 있습니다. 다만 잠마동이 호랑이굴이라고 할 수 있는 신강에 있어 감히 찾아야 한다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일살(一殺)님과 삼살(三殺)님을 죽음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는 것이 아니가 걱정입니다. 차라리 우리가 찾는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중원에서도 할 일이 너무 많습니다.”


“오히려 우리랑 같이 있는 것보다 더 안전할지 모릅니다. 잠마동과 천마연무는 배화교내에서도 최고위층만 알고 있는 기밀사항으로 그곳을 출관한 십이살(十二殺)들도 기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더구나 그들이 신강으로 들어갈지 누가 상상이나 하겠습니까?


“저도 마수님과 같은 생각이에요.”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보내긴 합니다만 걱정되는 것은 어쩔 수 없네요.”


“잘 하신 겁니다. 잠마동을 찾으면 강시들을 만들고 있는 천마연무도 찾을 수 있으니 일석이조(一石二鳥)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잠마동과 천마연무는 겨의 같은 장소에 있다고 알고 있거든요.”


“그렇다면 더더욱 하루빨리 잠마동의 위치를 알아내야겠네요.”


“일살(一殺)님과 삼살(三殺)님이 가신다고 하셨으니 일단 그분들을 믿고 기다려야죠.”


“휴~ 그래요. 기다려야죠. 저는 잠시 할 일이 있어요.”




풍운은 무경과 마수을 내보내고 검마관을 출관한 일살(一殺)과 삼살(三殺)이 익히기 적합하게 절정마검과 화령마검을 손질했다. 절정마검과 화령마검이 본래를 위력을 발휘하려면 배화교 무공의 기본인 화령심공이 일정수준 이상이어야 한다. 하지만 일살(一殺)과 삼살(三殺)은 마령단의 독기(毒氣)가 빠지는 과정에서 내공도 약해졌기 때문에 본래의 위력을 발휘하기 힘들다. 풍운은 일살(一殺)과 삼살(三殺)이 떠나기 전에 자신이 수정한 검법(劍法)심결과 악무룡에게 받은 벽력탄 몇 알을 전해주었고, 두 사람은 다른 사람들의 눈을 피해 난주를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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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마(雙魔)와 나머지 십이살(十二殺)이 머물고 있는 비밀지부로 검치독인(劍癡獨人)이 찾아왔다. 검치독인은 먼저 마위를 만나 그동안의 경위를 들어본 다음 치료에 전념하고 있는 쌍마(雙魔)를 찾아왔다. 




“아니. 자네가 웬일인가?” 


“대공자께서 보냈네. 부상이 심하다고 하던데 몸은 괜찮은가?” 


“끙~ 대공자가 우릴 믿지 못해 자네까지 보낸 모양이군.” 


“믿지 못해서야 아니네. 대공자는 중원정복에 가장 걸림돌이 되는 놈들이 십이사(十二死)라고 생각하시네. 그래서 최대한 빠른 시일에 십이사(十二死)을 처리하라는 뜻으로 보낸 거야.” 


“없는 말 하지 말게. 우리도 알고 있어.”


“따지긴........그냥 넘어가세. 왜 내가 온 것이 싫은가?”


“쩝~ 우리가 먼저 잘못했으니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잘 됐어. 자네가 오니 천군만마를 얻는 기분이군.” 


“하하하~ 고맙네. 오는 길에 마위에서 들으니 이틀 정도는 더 쉬어야 한다고 하더군. 내가 왔으니 편하게 쉬게.”


“고맙네.”


“참~ 그런데 마위에게 들으니 두 사람모두 일사(一死)에게 당했다고 하던데 정말인가?”


“빠드득~ 사실이네. 우리가 너무 방심했어.”




일마(一魔)는 풍운이야기가 나오지 이를 악물었다. 풍운에게 쌓인 원한이 많아 생각만 해도 이가 갈린다. 검치독인은 일마(一魔)의 반응을 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쉬는데 방해만 하는 것 같군. 편히 쉬게. 나는 나머지 십이살(十二殺)을 살펴보겠네.”




검치독인(劍癡獨人)은 처음에 마위의 말을 믿지 않았다. 아니 믿을 수가 없었다. 쌍마(雙魔)가 일사(一死)한명에게 당했다고 한다. 쌍마(雙魔)가 누군가? 배화교가 자랑하는 십대마왕 중에서도 서열 일이위의 절대고수들이다. 그런데 한명도 아닌 두 명이 일사(一死) 한명을 당하지 못하고 도망쳤다. 더구나 이마(二魔)는 치료하긴 힘든 부상을 입어 불구자(不具者)가 되었고 일마(一魔)도 극심한 부상을 입었다. 검치독인을 자신의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쌍마(雙魔)을 만나보니 마위의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대체 일사(一死)라는 놈이 얼마나 대단한 놈인데 쌍마(雙魔)을 저렇게 만들었단 말인가? 검치독인은 쌍마(雙魔)을 만난 이후 나머지 십이살(十二殺)에게 가보았다. 십이살(十二殺)은 의원의 말대로 마령단만 먹고도 대부분의 부상이 회복된 상태였다. 




“놈들의 상태는 어때. 다들 괜찮은 건가?” 


“외상은 아직 남았지만 내상은 말끔하게 치료됐습니다.” 


“빠르군. 좋아. 혹시 십이사(十二死) 놈들이 어디 있는지 알고 있나.”


“난주시내에 있는 영관객점에 머물고 있습니다.” 


“허허허~ 객점에 있어. 꼭꼭 숨어 있어도 부족할 판에 나보라는 듯이 객점에 머물고 있단 말인가?” 


“정확한 의도는 모르겠지만 연관객점에 머물고 있는 것은 확실합니다.” 


“그래. 대체 어떤 놈들인지 상판대기라도 한번 보세.” 


“지금 놈들에게 가시겠다는 말씀입니까?” 


“왜~ 무슨 문제라도 있나?” 


“놈들의 감시망이 워낙 철저해서 가까이 접근하기 힘듭니다.” 


“괜찮아. 놈들은 나를 모르니 혼자서 다녀오겠네. 자네는 객점까지만 안내해 주게.” 


“혼자가시겠다는 말씀입니까? 위험합니다.”


“그냥 살펴만 보고 올 거야. 설마 혼자서 싸우겠다고 하겠는가?”


“알겠습니다. 그럼 저를 따라오시죠.” 




마위는 검치독인과 함께 풍운일행이 머물고 있는 객점으로 향했다. 멀리 난주에서 가장 크고 화려한 연관객점이 보인다. 




“더 이상 접근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저기 보이는 객점 후원에 놈들이 머물고 있습니다.” 


“알았네. 자네는 그만 가보게~ 지금부터 혼자서 다녀오겠네.” 




검치독인은 마위를 두고 혼자서 객점으로 들어서니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손님들이 북적거린다. 검치독인은 점소이의 안내를 받아 안쪽 깊숙한 곳에 자리했다. 




“자네에게 물어볼 말이 있네.” 




검치독인이 점소이의 손에 은자를 쥐어 주며 묻자 점소이는 은자를 확인하고 머리가 땅에 닫도록 허리를 굽힌다.




“감사합니다. 궁금하시게 뭡니까?” 


“후원에 단체손님이 머물고 있다고 하던데. 그 사람들은 어떻게 지내나?” 


“젊은 분들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래 그 젊은이들 말하는 거네.”


“그분 들은 후원을 통째로 빌리셨는데 밖으로 나오는 경우가 겨의 없어요. 식사도 대부분 방에서 주문하시고 다른 사람들의 출입까지 통재하고 계십니다.” 


“참~ 그렇게 통째로 빌려주면 손해 아니가?” 


“미리 선불을 받았기 때문에 손해는 아닐 겁니다. 저희 주인나리가 어떤 분인데 손해 보면서 장사하시겠습니까?” 


“그런가? 저기 혹시 말이야. 몰래 후원에 들어갈 방법은 없겠나?” 


“어려워요. 저희 점소이들도 그분들이 정한 사람들 외에 들어가지 못합니다.” 


“방법이 없게나.” 




검치독인이 은자를 탁자에 내려놓으며 은근슬쩍 물어보자 점소이는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며 잽싸게 은자를 챙겨 호주머니에 집어넣었다.




“한 가지 방법은 있습니다.” 


“좋은 방법이라도 있나?” 


“마침 후원에 장작이 떨어졌는데 장작을 나르는 정노인이 몸이 아프다고 나오지 않았어요. 손님께서 정노인대신 오셨다고 하시면 들어가실 수 있을 겁니다.” 


“허허허~ 그래. 자네가 힘 좀 써주게.” 




검치독인이 은자를 또 내밀며 말하자 점소이는 입이 찢어져 잠시만 기다리라고 하고 달려간다. 




“참~ 내가 하인노릇까지 하며 그놈들을 보아야 하는 건가?” 




검치독인은 내키지 않았지만 십이사(十二死)가 어떤 놈들인지 궁금해서 미칠 것 같았다. 특히 쌍마(雙魔)를 격퇴(擊退)시킨 일사(一死)가 궁금하다. 얼마나 대단한 놈이기에 쌍마(雙魔)가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당했단 말인가? 잠시 후에 점소이가 달려왔다. 검치독인은 점소이의 안내를 받아 객점 뒤편으로 가보니 장작이 쌓여 있었다. 




“이걸 들고 저기 문으로 들어가시면 누군가 길을 막을 겁니다. 그냥 정노인이 아파서 대신 오셨다고 하세요. 제가 미리 말씀드렸으니 의심하지 들여보낼 겁니다.” 


“고맙네.” 




검치독인은 검(劍)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장작 속에 감추었다. 생명 같은 검(劍)을 놓고 간다는 것이 내키지 않았던 모양이다. 장작을 들고 후원으로 통하는 문으로 들어가니 바람은 가르는 파공음과 함께 날카롭게 생긴 젊은 놈이 길을 막는다. 




“누구십니까?” 


“정노인이 아파서 대신 왔습니다.” 




검치독인의 앞을 막은 사람은 이막수였다. 이막수는 점소이에게 미리 들었기 때문에 길을 비켜주었다. 그런데 검치독인의 행동이나 복장이 수상하다. 비록 남루하지만 허드렛일이나 하는 사람의 복장치고는 너무나 깨끗하고 정갈하며 걸음걸이나 행동에 절도가 베여있다. 검치독인이 반박귀진의 경지에 올라 겉으로 보기에 무공을 익힌 흔적이 없다고 하지만 풍기는 기도까지 감출 수는 없는 모양이다. 더구나 상대는 중원제일의 살수가문출신의 이막수다. 살수는 상대의 세세한 부분까지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다. 하나하나가 그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소중한 정보가 되기 때문이다. 이막수는 검치독인 수상하여 뒤를 따른다. 검치독인은 장작을 들고 후원 뒤뜰로 가면서 후원을 힐끗거렸다. 




어제 밤에 일살(一殺)과 삼살(三殺)을 보내고 마음이 심란한 풍운은 아무도 없는 뒤뜰을 서성거리고 있었다. 마음이 무겁다. 두 사람에게 너무 무거운 짐을 맡긴 건 아닐까? 그들은 호랑이 굴이나 다름없는 신강으로 들어갔다. 할 수만 있다면 자신이 가고 싶었다. 그들이 아니라 다른 십이사(十二死)들을 보내고 싶었다. 하지만 자신과 십이사(十二死)는 할일이 많다. 




뒤뜰로 들어선 검치독인이 풍운을 발견했다. 검치독인은 자신을 따라오는 이막수의 눈치를 보며 풍운을 살펴보았지만 평범하기 그지 않는 사내 같다. 




“이막수님께 여기까지 웬일이죠?” 




이막수는 대답대신 전음을 보냈다. 




‘아무래도 노인이 수상합니다. 한번 살펴보시죠.’ 




풍운은 의아한 눈으로 검치독인을 살펴보다가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이막수님 그만 물려가세요.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그럼 이만 물려가겠습니다.” 




이막수는 살짝 고개를 숙이더니 자신이 있던 자리로 돌아갔다. 풍운이 있으니 안심하는 모양이다.




“고생이 많네요. 제가 도와드릴게요.” 




이막수가 돌아가자 풍운은 검치독인에게 다가가 들고 있는 장작을 빼앗으려 하니 검치독인을 깜짝 놀라 뒷걸음쳤다. 장작더미에 검(劍)이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손님에게 감히 어떻게.......제가 할 수 있습니다.” 


“말짱한 놈이 팔까지 하나 없는 분을 부려먹으면 안 되죠. 이리 주세요. 제가 할게요” 




풍운의 말에 검치독인의 얼굴이 구겨진다. 세상에서 가장 듣기 싫은 말이 병신이라는 말이다. 비록 풍운이 정중하게 말했지만 속뜻을 보면 병신이라고 놀리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생각 같아서는 단칼에 베어버리고 싶다. 하지만 여기서 난동을 부리면 위험하다.




“사양하실 것 없습니다. 힘드신데 이리 주세요.” 




풍운은 검치독인의 표정을 보고도 애써 무시하고 계속하여 장작을 뺏앗으려 하니 검치독인은 신경질적으로 풍운의 손을 뿌리쳤다. 




“괜찮다는데도 그래요. 혼자 할 수 있습니다.” 


“참~ 자존심하나 세내. 도와주겠다고 해도 싫다고 하네.”




풍운의 비꼬듯 한 말투에 검치독인은 순간적으로 솟구치는 살기(殺氣)를 억지로 참았다. 이곳은 일사(一死)를 비롯한 십이사(十二死)이 모여 있는 곳이다. 자신이 아무리 뛰어난 무공을 갖고 있더라도 그들을 모두를 상대하긴 힘들 것이다.




“할일 끝났으면 그만 가보세요. 아참 갈 때, 점소이에게 저녁을 준비해 다라고 전해주세요. 이건 수고비에요.” 




풍운은 품속에서 엽전하나를 꺼내 검치독인에게 던져주며 자기의 방으로 올라가버린다. 검치독인을 바닥에 떨어진 엽전을 보고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은자나 금자도 아닌 엽전하나? 자기를 얼마나 무시했으면 엽전하나를 던져주고 가겠는가? 생각하면 할수록 분하고 원통하다. 




“죽일 놈..........기필코 네놈은 내손으로 죽이고 만다.” 




검치독인은 상대가 누군지도 모르고 이를 갈며 후원을 빠져나왔다. 더 있다가는 솟구치는 분(忿)를 참지 못하고 사고를 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검치독인이 떠난 자리에 풍운이 돌아왔다. 풍운은 바닥에 떨어진 엽전을 보고 검치독인의 뒤를 밟았다. 이막수의 말대로 노인은 평범한 사람이 아니다. 분명 정체를 감추고 접근한 고수가 분명할 것이다. 풍운은 일부러 노인의 약을 올려 흥분하게 만들었다. 사람이 흥분하면 조심성을 잃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검치독인은 풍운의 미행을 눈치체지 못하고 씩씩거리며 달려갔다. 쌍마와 십이살(十二殺)이 숨어 있는 곳은 시안의 비밀지부로 아담한 장원이었다. 검치독인이 장원으로 들어가자 풍운은 천이통과 천안통으로 장원주위를 면밀히 살펴보았다. 장원 곳곳을 감시하는 무사들이 많다. 역시 평범한 장원은 아니다. 누굴까? 아군(我軍)은 아닐 것이며 백도 무림인들은 아닐 것이다. 노인의 생김새가 중원인들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풍운은 음양비로 공중으로 솟구쳐 검치독인이 사라진 건물 지붕으로 사뿐히 내려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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