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天上)의 향기 - 54부
본문
천상(天上)의 향기 54(영장평원의 혈투)-5
아군은 십이사에게 밀려오는 무림맹 무사들을 보며 전진속도를 높인다. 전면에 10여명의 무사들이 바닥에 쌓인 하얀 눈을 휘날리며 아군을 향해 날아오른다. 아군은 수라기를 끌어올려 수라마령신공의 환(幻)결을 펼쳤다. 하늘에 아군의 손 그림자가 날아오르고 나비처럼 유유히 날아가던 그림자들이 급격하게 요동치기 시작한다.
“봉(封-봉하다)”“
“전(輾-구르다)”
아군을 향해 솟구치던 무사들이 공중을 날던 그림자들에 감싸이더니 무사들의 동작이 순간적으로 멈추고, 파도가 갈라지듯 좌우로 날아간다. 아군은 최대한 살초를 쓰지 않고 무사들에게 간단한 부상만 입하고 있었다.
도치의 양손에 들린 도끼가 무사들을 향해 붉은 강기를 뿌리니 도치에게 달려들던 무사들의 잘려진 살덩이가 하얀 눈밭에 떨어지며 붉은 피가 사방으로 튀어 오른다. 혈무부법의 혈섬(血閃)에 이어 펼쳐진 혈파(血破)라는 초식은 주변에 있는 모든 것을 단번에 부셔버리는 무시무시한 초식이었다.
“도치님 손에 사정을 두세요. 죽이면 안 됩니다.”
“연병~ 나도 알고 있어. 하지만 내가 알고 있는 무공들은 이것밖에 없단 말이야.”
마수가 도치를 말려보지만 도치는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다. 도치도 손에 사정을 두어 무림맹 무사들을 죽이고 싶지 않다. 하지만 배운 것이 혈무부법이고, 혈무부법은 극히 패도(覇道)적이고 파괴적인 무공으로 오직 상대를 철저하게 부셔버리는 무공이니 도치도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자신을 죽이려하는 놈들을 바라만 볼 수는 없지 않는가? 그건 사사(四死)인 사우의 입장도 비슷했다. 사우의 도가 하늘을 반으로 갈라버리니, 땅을 박차고 솟구친 무사가 머리끝에서 가랑이까지 갈라지며 붉은 피가 나무한다.
“아니 사우님까지.......제발 사우님이라도 자중하세요.”
마수의 말에 사우는 얼굴만 찡그린다. 사우도 도치와 마찬가지다. 그가 익히고 있는 마령월광도법도 혈무부법과 비슷한 패도(覇道)인 도법이다. 한마디로 사사인 사우와 오사인 도치가 맡은 왼쪽은 무림맹 무사들의 피로 혈로(血路)가 되고 있었던 것이다.
수혜를 향해 10여명의 무사들이 무더기로 공격한다. 수혜가 검을 잡은 손에 내공을 집중한다. 수혜가 잡은 검이 붉은 색으로 반짝이더니 일자나 늘어나고, 수혜가 검을 휘두르자 검의 그림자가 수백 개로 늘어나며 무사들을 향해 날아갔다.
“쨍..........팍~”
“..........크아아악”
“............크윽~”
허공에 무사들의 잘려진 팔다리와 목이 나무한다. 처참한다. 지옥이 있다면 이런 모습일 것이다. 수혜가 펼친 것은 절정마검이었다. 절정마검을 상대를 철저하게 파괴해 버린다.
“이봐~ 너무 심하잖아.”
이막수가 수혜을 말려본다. 하지만 수혜는 대답도 하지 않고, 또 다시 검을 휘둘려 자신의 앞에 있던 무사의 목을 베어버린다. 이막수는 한숨을 쉬고 품속에서 다량의 수라검을 꺼냈다. 수혜에게 맡겨 두었다가는 살아남을 무사들이 없을 것이다.
곽지향은 가죽장갑을 끼고 있었다. 그녀는 십이사를 추적하는 무사들에게 독을 뿌리고 있었다. 곽지향이 뿌린 독에 흡입한 무사들은 한없이 쓰려져 버린다. 무림맹 무사들은 아군이 독을 풀었던 국을 마시고 대부분 탈진해서 몸이 약해진 상태였다. 여기에 곽지향이 뿌린 다른 독까지 흡입하니 독을 견디지 못하고 쓰려져 버리는 것이다. 곽지향의 겉에 있는 악무룡은 묵묵히 아군의 뒤를 따르고 있었다. 악무룡의 특기는 화기와 양(陽)의 성질을 가진 무공이다. 독(毒)과 화(火)는 상반된 성질을 가지고 있다. 아무리 극악한 독이라 해도 불 앞에서는 힘을 쓰지 못한다. 또한 악무룡이 가지고 있는 벽력탄은 위력이 무시무시한 화기이다. 한번 터지면 주위 일대가 불바다가 되는 화탄인 것이다. 유미림이나 궁아라도 아직까지 손을 쓰지 않고 있다. 자신들이 나설 만큼 상황이 급박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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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이사 일행이 오당이 설치한 군막에 있는 영장평원 끝에 이르렀다. 단목신검은 오당의 당주들과 함께 협의하여 최후의 방어선을 만들기로 했다. 소수의 인원으로 십이사를 공격하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십이사는 한곳에 힘을 집중하고 있고, 자신들은 평원에 매복한 분대별로 공격을 하다보니 모두 각개격파를 당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가다가는 전멸합니다. 모두 퇴각하게 하세요.”
“그게 좋겠어요. 부당주.........부당주.”
단목신검의 부름에 부당주가 허겁지겁 달려왔다.
“지금 남아있는 인원이 얼마야.”
“현재 군막에 남은 무사는 400명 정도 입니다. 하지만 100여명은 탈진증세를 보이고 있어 전투에 참가할 수 있는 인원은 300명 정도입니다.”
“그들을 모야 팔방현원대진을 펼쳐라.”
“3개의 진을 만들라는 말씀입니까?”
“어서 서둘러 적(敵)이 코앞까지 왔잖아.”
부당주는 바로 달려가서 군막 주위에 3개의 팔방현원대진을 펼쳤다. 팔방현원대진은 100명의 무사들로 만들어지는 진법으로 무림맹이 사용하는 필살의 진법이다. 무림인들은 무림맹의 팔방현원대진이 소림사의 백팔나한진에 필적하는 진법이라고 알고 있다. 세 개의 진형이 완성되자 오당의 당주들이 직접 나서 십이사가 오는 방향으로 무사들이 이끌고 갔다. 드디어 오당의 당주들까지 전투에 나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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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장평원의 급박한 상황은 무림맹에도 전달되었다. 혁린영과 마양은 허수아비 무림맹주인 반각대사와 함께 맹주의 집무실에 모여 있었다.
“이게 무슨 말이야. 오당의 무사들이 탈진을 해. 이거 어떻게 된 거지.”
혁린영은 단목신검에게 온 서찰을 마양에게 건네주었다. 서찰을 읽던 마양의 얼굴이 탁탁하게 변한다.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음~ 아무래도 육사나 구사가 독을 푼 모양입니다.”
“뭐~. 독(毒)? 그놈들이 어떻게.........”
“육사는 사천당가 출신으로 독에 대한 조예가 깊고, 구사는 천독마가 출신으로 독마관을 출관한 사람이기 때문에 독에 대해서는 상당한 경지에 올라있습니다. 그들이 아니면 이런 짓을 할 사람이 없습니다.”
“이놈들이 당나라 부대도 아니고.......대체 경계를 맡은 놈들은 뭐하고 있었던 거야.”
“십이사 개개인의 능력은 삼공자님도 알고계시지 않습니까? 아무리 경계를 철저하게 했다해도 그들을 막을 수는 없었을 겁니다.”
“빌어먹을..........어차피 죽으라고 보낸 놈들이지만 이건 너무 어의가 없군.”
“오당의 무사들이 죽는 거야 아까울 것이 없지 않습니까?”
“참~ 오향은 어디쯤 온 거야.”
“서두르면 오늘 저녁때쯤 영장평원에 도착할 겁니다.”
“마양.........영장평원이 뚫리면 무리맹까지는 반나절 거리도 안돼. 잘못하면 오늘 중으로 놈들이 무림맹까지 들이 닫친다는 말이야.”
“놈들이 무림맹까지 오는 것은 막아야합니다.”
“어떻게 막자는 거야. 오당 놈들은 독에 중독 되어 힘을 쓰지 못하고 있고, 오향 놈들은 빨라야 오늘 저녁에나 도착해. 이대로 두며 영장평원이 뚫리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말이야.”
“흑풍대가 있지 않습니까?”
“흑풍대?..........그놈들에게 십이사를 공격하게 하란 말이야. 그건 너무 위험해.”
“놈들의 길목만 차단하면 됩니다. 자~ 지도를 보세요. 지금 흑풍대는 영장평원과 떨어진 이곳 절벽에 진을 치고 있습니다. 이곳은 영장평원의 입구와 마찬가지로 호리병 모양의 지형을 가지고 있습니다. 흑풍대에게 연락해서 양쪽 절벽에 화약을 설치하라고 하세요. 그 후 양쪽 언덕에 매복하고 있다가 십이사가 도착하면 화살과 바위로 공격하라고 하세요.”
“그놈들이 어떤 놈들인지 자네도 알잖아. 화살과 바위 따위로 놈들을 처리할 수 있겠어.”
“죽지는 않겠죠. 정신만 혼란시키는 겁니다. 화살과 돌로 정신을 빼놓은 다음 양쪽 절벽을 폭파해 버리면 놈들에게도 상당한 타격을 줄 수 있고 길을 막아 시간도 벌 수 있을 겁니다. 오늘만 넘기면 오향이 도착합니다. 오당, 오향과 흑풍대라면 놈들을 상대하는데 문제가 없을 겁니다. 다만 문제는 사사천교와 천마마련의 움직임 입니다.”
“사사천교나 천마마련이 전투에 끼어드는 것이 우리가 바라는 것이 아닌가?.........맹주~ 바로 흑풍대에게 전신구를 날려.”
“알겠습니다.”
반각대사는 서찰을 써서 바로 흑풍대에게 전신구를 날렸다.
“늦지 않아야 하는데...........답답하군! 우리가 가볼까?”
“답답하셔도 참아야합니다. 우리까지 갈 필요는 없습니다. 그리고 오당당주들에게도 전신구를 날리세요. 모두 죽어도 좋으니 십이사를 막으라고 하세요.”
“알았네.”
무림맹에서 오당에게 전신구가 날아간다. 하지만 전신구가 도착하기 전에 이미 싸움이 끝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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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군이 이끄는 십이사가 군막이 있는 영장평원의 끝에 다다랐다. 이제 조금만 더 가면 영장평원을 벗어나는 것이다. 아군은 전면에 날아든 무사들을 장풍으로 날려버리고 앞으로 나아갔다.
“일사님 잠깐만.......... 전면을 보세요.”
마수의 다급한 목소리에 아군이 전면을 바라보니 거대한 원을 형성한 세 개의 무리가 전면과 좌우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리고 원의 중앙에는 아군도 눈에 익숙한 단목신검과 목정신니 등이 포진하고 있었다. 바로 자신이 죽인 사람들(?)이 다시 나타난 것이다.
“저건 무림맹이 자랑하는 팔방현원대진입니다.”
“어떻게.........뚫어버려. 이대로 있을 수는 없잖아.”
“지금 팔방현원대진 세 개가 톱니바퀴처럼 돌며 접근하고 있습니다. 진과 진 사이를 통과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가장 선두에 있는 진으로 돌격하세요. 다른 분들도 정신 바짝 차리시기 바랍니다. 팔방현원대진은 만만한 진이 아닙니다.”
“좋아.........선두에 있는 진을 박살내란 말이지.”
아군은 수라기를 8성 수준까지 끌어올려 양손에 집중했다. 현제 아군의 수라기는 9성 수준이다. 하지만 수라기를 극성까지 끌어올리면 수라기의 마성이 발동하게 된다. 아군이 팔성의 수라기를 끌어올리니 아군의 몸이 붉은 색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아군의 하늘로 솟구친다. 아군은 붉게 물들어 있는 양팔을 앞으로 내밀었다.
“수라마령신공.........벽파(劈破)~”
눈이 쌓인 하얀 대지가 붉게 물들며 아군의 손에서 붉은 색 강기가 가장 선두에 있던 팔방현원대진을 향해 날아갔다.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아군에게 향했다. 아군의 모습은 마치 아수라 같았다. 몸은 붉게 빛나고 있었으며 머리카락은 몸에서 발산되는 강기에 의해 사방으로 나풀거린다. 그의 손을 떠난 붉은 강기는 너무나도 느린 속도록 팔방현원대진을 이루고 있는 무사들을 향해 날아갔다. 하지만 이건 착각이었다. 강기가 날아가는 속도가 너무나 빠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느리게 보이는 것이다. 아군의 전면에 있던 무사들은 시간이 정지한 것 같은 착각에 빠졌다. 몸은 움직이지 않고, 붉은 강기는 자신들의 머리위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장사평원의 갈대들이 먼지처럼 날아가고 땅이 갈라지고 주위에 쌓여있던 눈들이 사방으로 날아간다. 그건 마친 해일 같았다. 거대한 해일 앞에서 인간의 힘은 너무나 미약했다. 사람들이 종이인형처럼 날아오르고 그 뒤를 이어 귀청을 찢는 거대한 폭음과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메아리친다.
“콰~~아~~~아~~~앙”
“크아아악~”
아군은 자신이 만든 작품(?)을 스스로 놀라고 있었다. 자신이 상상했던 결과는 이게 아니었다. 자신은 사람들을 상하지 않기 위해 땅을 향해 장을 날렸다. 무림맹의 무사들이 당황하는 사이 그 틈을 노리고 진형을 돌파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결과는 끔찍했다. 수라마령신공의 벽(劈)결을 대지뿐만 아니라 대지에 발을 밟을 붙이고 있던 사람들까지 한번에 날려버린 것이다. 아군이 익힌 수라마령신공이 구성을 넘어 십성의 경지까지 올라간 것일까? 아니면 아군의 몸에 축적된 선천강기가 높아진 것일까? 수라마령신공의 위력이 배가 된 원인을 찾으려면 최근 아군의 상황을 뒤집어 볼 필요가 있다. 최근 들어서 아군은 극심한 심적 변화를 겪어야 했다. 오매불망(寤寐不忘) 그리워하던 수혜를 만날 수 있다는 희망에 가슴을 졸여야 했고, 수혜가 빨리 나타나지 않아 안타까움에 떨어야 했다. 수혜를 만나 기쁨에 겨워 감정이 폭발했고, 수혜의 오해로 괴로워했다. 수혜의 변화와 장기와 악무룡의 정사를 보며 분노가 폭발할 지경이었고 가슴은 깐만 재가 되어버렸다. 아군은 최근 들어서 희노애락(喜怒哀樂) 오욕칠정(五慾七情)의 극한을 달린 것이다. 수라마령신공은 인간의 감정을 극한으로 끌어올려 그 힘을 자양분으로 삼아 향상되는 무공이다. 또한 아군의 몸속에는 아직까지 용해되지 않고 잠자고 있는 마황단이 있다. 그 마황단이 아군의 극심한 감정변화에 따라 천천히 용해되어 아군의 몸으로 흡수된 것이다. 이것이 아군이 무공이 향상 이유였다.
“이........이게 사람의 무공이야.”
이막수가 멍하닌 한마디 한다. 하지만 멍해진 것은 이막수 뿐이 아니다. 나머지 십이사들도 십이사를 공격하던 무림맹 무사들도 아군의 위용을 보고 멍해지기는 마찬가지였다.
“일사님 앞으로 전진 하세요.”
마수가 정신을 차리고 아군에게 소리친다. 아군은 공중에 뜬 상태에서 마수의 고함소리를 들었다. 아군도 정신을 차린다. 어떻게 된 일이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니다. 아군이 앞으로 달려간다. 무림맹 무사들은 아군에게 겁을 먹고 분분히 물러난다.
“물러나지 마라. 막아............다들 뭐하는 거야. 막으란 말이야.”
단목신검이 무사들을 독려하니 무사들도 정신을 차리고 다시 십이사들에게 달려들었다. 십이사가 형성하고 있는 추진진형의 왼쪽과 오른쪽으로 톱니바퀴처럼 회전하는 팔방현원대진이 몰아친다. 수혜의 검이 빛을 뿌리고, 이막수의 단검이 허공을 가른다.
“크아악~~”
“.............크윽~”
수혜의 검에 무사들의 팔다리가 날아간다. 이막수의 단검은 무사들의 다리를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도치의 도끼와 사우의 도가 날자 하늘에 피안개가 피어나며 고깃덩어리로 변한 무사들의 시체가 날아간다. 마수는 전장의 상황을 살펴보았다. 무림맹 무사들은 모두 기진맥진한 모습들이다. 그들은 평소 힘의 절반도 쓰지 못하고 있었다. 아마 곽지향의 독 때문일 것이다. 또한 아군과 십이사의 위용에 겁을 먹어 누구하나 먼저 나서려는 사람이 없었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계속 혈로를 뚫고 가야하는가? 십이사의 좌우를 공격했던 무림맹 무사들은 사우, 도치, 수혜에 의해 병신이 되거나 죽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 무림맹 무사들을 죽이지 않겠다고 맹세했지만 그게 뜻대로 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거기다가 조금 전 아군의 일장으로 수십 명의 무사들이 한방에 날아가 버렸다. 이 상태에서 시간을 끌면 끌수록 무림맹 무사들의 희생만 켜진 뿐이다. 이젠 강력한 한방이 필요하다. 적(敵)의 사기를 완전히 꺾어버려야 한다. 그게 피해를 죽이는 방법이다.
“일사님 전속력으로 전진하세요.............십사님 좌우의 진을 벽력탄으로 날려 버리세요.”
“뭐~ 벽련탄?.........좋아.”
악무룡이 품에서 어린아이 주먹만한 구슬을 꺼내 십이사의 좌우에 포진한 팔방현원대진을 향해 던졌다.
“아군........앞으로 달려. 다른 사람들도 전속력으로 달려.”
악무룡이 바닥에 착지하며 자신이 먼저 앞으로 달렸다. 십이사들은 아군을 선두로 해서 있는 힘을 다해 앞으로 달린다.
“콰~~아~~ 아아아아아~”
“크아아아악~~” “크악”
영장평원 전체가 흔들리는 폭음과 함께 거대한 불기둥이 솟구치고 팔다리가 잘리고 머리가 날아간 무사들의 시체가 사방으로 날아간다. 벽력탄이 터지면 엄청난 폭발이 일어난 것이다. 아군과 나머지 십이사들은 군막을 지나 영장평원을 벗어나고 있었고 무림맹 무사들은 멀어지는 그들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뭐하는 거야. 쫒아라...........놈들을 쫒아.”
단목신검이 무사들을 독려한다. 하지만 누구하나 십이사의 쫓으려 하는 사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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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풍대는 높은 절벽 위에서 영장평원의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오당이 마지막으로 준비했던 팔방현원대진이 무참하게 깨져버렸다. 십이사들은 무림맹의 무사들의 포위망을 뚫고 영장평원의 끝에 다다르고 있었다. 무림맹에 있는 삼공자은 십이사의 발목을 잡아 두라고 했다. 흑풍대을 이끌고 있는 사람은 백발염라는 불라는 40대 중반의 사내였다.
“어떻게 됐어. 화약설치는 끝났어.”
“조금만 더 시간을 주세요. 모두 끝나갑니다.”
“서둘러라. 우리가 시간을 끌 동안 모두 끝내도록 해라.”
“알겠습니다.”
백발염라는 화약을 설치하는 무사를 빼고 흑풍대 전원을 이끌고 절벽초입으로 달려갔다. 그들은 삼공자의 연락을 받고 미리 절벽에 바위와 화살을 준비해 놓고 있었다. 십이사들이 절벽 초입으로 들어선다. 백발염라는 반대편에 있는 무사들에게 준비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십이사들이 입구에 들어선다. 백발염라가 신호를 보냈다.
“모두 바위를 굴려라.”
“구쿠쿠궁~ 구룽”
아군과 십이사들은 무림맹의 무사들이 추적하지 않자 긴장이 풀렸다. 이제 영장평원 벗어난 것이다. 마수도 긴장이 풀어졌다. 이젠 앞에 보이는 협로(峽路)만 벗어나면 영장평원을 완전히 벗어나는 것이다. 선두에 있던 아군이 협로로 들어선다. 그때 양쪽 절벽에서 거대한 바위들이 떨어진다. 아군이나 마수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공격이다.
“피해~ ”
아군은 머리위로 떨어지는 바위를 수라마령신공으로 박살내며 뒤를 따르는 십이사에게 소리쳤다. 십이사들은 모두 당황했다.
“이런 빌어먹을~ 혈파~”
도치의 도끼와 사우의 검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바위를 부셔버린다. 하지만 떨어지는 바위가 너무 많다. 일일이 부셔버리기에는 너무 많은 돌이다.
“절벽으로 붙으세요. 어서요.”
마수의 급박한 소리에 십이사가 오른쪽 절벽을 향해 달려갔다. 하지만 바위들은 눈이 달린 것처럼 십이사의 머리 위로 무더기로 떨어져 내린다.
“헉~ 너무 많아.........모두 흩어져.”
도치의 말에 십이사들이 대형을 이탈하며 흩어져 버린다. 십이사들이 떠난 자리에 거대한 바위가 떨어진다. 이대로 있으면 모두가 위험하다. 대책을 세워야 한다. 아군은 공중으로 솟구쳤다. 적(敵)은 절벽위에 있을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백발염라는 흑풍대를 지휘하여 십이사에게 집중적으로 바위를 날리고 있었다. 백발염라의 눈에 아군이 솟구치는 모습이 보인다.
“궁수들........저놈을 향해 쏘라.”
“피우~ 피우~ 피우~”
하늘에서 비가 내리듯 수천 개의 화살이 아군의 향해 날아온다. 아군은 수라마령신공의 착(捉-잡다)결로 화살들을 잡아보지만 화살의 숫자가 너무 많아 다시 밑으로 떨어졌다. 이번에는 이막수가 솟구쳐 본다. 이막수에게도 화살이 비 오듯 솟아진다.
“모두 벽에 바짝 붙어서 가세요.”
마수는 벽에 붙어서 이동하며 다른 십이사에게 고함을 질렀다. 하지만 머리위로 바위가 떨어지고 화살이 날아오는 소음에 마수의 말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수혜는 홀로 떨어져 있었다. 사람들은 위기의 순간이 되면 이것저것 생각하지 못하고 평소 행동양식이 나오기 마련이다. 잠마동을 출관한 십이사들은 2명씩 조를 이루어 활동했고, 생사를 같이 했던 조원들은 서로에게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장기는 평소와는 다르게 수혜의 겉에 있지 않았다. 수혜에게 겁을 먹고 있기 때문이다. 수혜는 위기의 순간에 외롭다는 생각을 한다. 다른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 서로를 위해 주는데 자신은 홀로 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수혜의 눈이 무의식적으로 아군을 찾는다. 아군은 십이사들을 이끌고 가장 선두에 달리고 있었다. 아군의 머리위로 화살들이 비 오듯 솟아진다. 적(敵)은 아군만을 집중적으로 공격하고 있었다. 수혜는 자신도 다른 사람들을 제치고 선두에 있는 아군에게 달려갔다.
“아가씨 위험해요. 뒤로 물러나세요.”
아군은 자신의 옆으로 다가온 수혜를 뒤쪽으로 밀쳐냈다. 아군은 아직도 자신을 아가씨라고 부른다. ‘아가씨’라는 말이 이렇게 따뜻하게 들리기는 처음이다.
“됐어. 상관하지 마.”
수혜의 목소리가 싸늘하다. 마음과는 다르게 차가운 말투가 나온 것이다. 자신이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수혜가 잠시 딴 생각을 하고 있는데 그녀의 머리 위에 거대한 바위가 떨어진다. 아군은 바위를 발견하고 수혜의 머리위로 솟구쳤다.
“위험해요..........크윽~”
상황이 다급했던 아군은 자신의 등으로 바위를 막아내고 수혜를 한쪽을 밀쳐 내었다. 수혜는 뒤로 밀려났다. 비틀거리는 아군에게 화살들이 날아온다.
“슈우우우욱~”
아군의 겉에 있던 궁아라의 단검이 차가운 검영을 토해내니 아군 주위에 검막(劍幕)이 형성되며 아군에게 날아오던 화살들이 튕겨 나간다.
“아군 조심해.”
“쿨럭.......쿨럭~ 감사합니다. 다시 가죠.”
아군은 기침을 몇 번하고는 다시 선두로 달린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수혜가 아군과 궁아라를 지켜보았다. 아군의 겉에는 궁아라가 붙여 있었고, 아군이 달려가자 궁아라도 함께 달려간다. 수혜는 마음 한쪽에 짜릿한 통증을 느낀다. 무엇 때문일까? 무엇이 자신을 아프게 하는 것일까?
백발염라는 십이사들이 협로의 중간을 달리고 있자 화약을 매설하는 놈들에게 달려갔다.
“어떻게 됐어.”
“끝났습니다. 지금 막 철수하고 있습니다.”
“불 붙여.”
“예~ 지금이요. 아직 매설반이 철수하지 않았습니다.”
“당장 붙이라는 말 안 들려.”
“아.........알겠습니다.”
무사는 백발염라의 명령에 불을 붙인다.
“이봐~ 모두 피~”
불은 붙은 무사는 화약을 매설하고 막 절벽을 기어오르는 무사들에게 피하라는 말을 하려 했다. 하지만 백발염라는 무사의 목을 베어버린다. 무사의 말이 혹시라도 십이사의 귀에 들어가면 안 되기 때문이다. 백발염라는 궁수들과 바위를 굴리고 있는 무사들에게 손으로 퇴각신호를 보냈다.
절벽위에서 떨어지던 바위들이 줄어들고 화살도 날아오지 않는다. 적(敵)이 준비한 바위나 화살들이 바닥난 모양이다. 십이사들은 절벽에서 떨어져 빠른 속도로 달린다.
“콰~과~ 과......과...........쾅~~~”
“우르르~”
거대한 폭음과 함께 절벽이 흔들거리더니 양쪽 절벽이 무너지며 십이사들의 머리 위로 거대한 바위들이 떨어진다. 아군과 십이사들은 머리위로 떨어지는 엄청난 양의 바위들을 멍하니 보고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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