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원견문록 - 41부
본문
41. 폭풍속으로...........(8)
[ 시작하기에 앞서서..........
야설은 야설일 뿐! 현실과 혼동하지 마십시오!!
만약, 야설이나 기타 등등을 접한 이후로 자신이 뭔가 달라졌다 싶으신 분은
잠시 야설이나 기타 등등을 멀리하시고, 운동으로 좀 더 마음과 정신을 가다듬으신 후에
다시 찾아 주십시오. ]
“ 크고 넓구나........! ”
그리고..... 황량했다.
이른 아침, 성수산장을 나설 때까지만 하더라도 몰랐었다. 성수산장에서 남쪽으로 조금만 내려오니, 커다란 마을이 보이길래, 꽤 큰 마을이구나 하는 생각만 들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마을을 벗어나니, 가도 가도 끝없는 황량한 벌판만 나왔다. 간혹, 비교적 험한 산세를 이룬 산들이 보이곤 했지만, 대체적으로 너무나 황량하기만 했다.
그때, 처음으로 진은 새삼 중원이 넓고 크다는 것을 깨달았다.
감숙성은 중국 북서부에 있는 성으로, 성도(省都)는 난주[蘭州]이다. 황허강[黃河] 상류부를 차지하는 내몽고[內蒙古]고원, 황토[黃土]고원, 청장[靑藏]고원의 접촉지대에 해당되며, 가장 낮은 룽시 서쪽의 분지도 해발고도 1,000 m를 넘는다. 룽시분지 남쪽은 진령[秦嶺]산맥, 동쪽은 육반[六盤]산맥, 서쪽은 기련[祁連]·서경[西傾]산맥 등의 산지이고, 북쪽의 오령[烏嶺]을 넘으면 북서쪽으로 너비 50∼70 km, 길이 1,000 km에 달하는 좁고 긴 하서회랑(河西回廊)이 뻗어 있다.
하서회랑(河西回廊)은 일부의 오아시스를 제외하면 거의 사막지대를 이루나, 옛날부터 중국 본토와 서역(西域)을 잇는 주요 교통로가되어, 무위[武威]·장예[張掖]·주천[酒泉]·옥문[玉門]·돈황[敦煌] 등 고대 실크 로드 이래의 역사적인 도시가 줄을 잇는다.
황허강은 성(省)의 남서에서 북동으로 흘러 청해성[靑海省]과의 경계에 류가협[劉家峽]의 협곡을 이루고 유역에 국부적인 소평원을 형성한다. 또 남부에는 가릉강[嘉陵江] 상류를 이루는 백룡강[白龍江]이 흘러, 황허강과 더불어 주요 농업용수원이 되며, 이 중 하서회랑(河西回廊)의 소륵하[疏勒河]와 약수강[弱水江]은 내륙하천이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강 유역쪽에 자리한 초원지대보다는 황량한 벌판이 많으며, 사막지대가 많은 곳이 바로 감숙성이다.
진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한 두점의 구름외엔 청량한 하늘은 여전히 변함없는 듯한데, 두 발로 딛고 서 있는 이 땅덩어리는 국토의 70%가 산으로 둘러 쌓여있는 한국의 땅보다도 무척이나 드넓어 보였다. 사방으로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벌판이라 더욱 그러한지도 모른다.
진은 하늘을 올려다보다, 그 상태 그대로 깊이 들이쉰 다음 천천히 내쉬었다. 그리고.....
“ 자..... 가 볼까나! ”
남쪽으로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내 걸음은 조금씩 빨라지기 시작했고, 그러다 뛰게 되었으며, 어느 순간, 진은 경공을 전개해 달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 아....! ”
그래도, 보이는 것은 황량한 벌판뿐! 사람은 고사하고 동물의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 마치, 이 세상에 홀로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 좋아! ”
진은 처음으로, 공력을 극성으로 끌어올려 경공을 전개했다. 의선 어르신을 비롯한 나머지 세 어르신들과 비무를 할 때에도 공력을 극성으로 전개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극성으로 전개했을 때, 어떻게 될까 하는 막연한 두려움과 함께, 마음속에서 뭔가가 자꾸 그걸 가로막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 자신의 두 눈에 보이는 것은 황량한 벌판뿐이었다. 자신을 가로막을 것도 없었고, 누군가를 상처 입힐 염려도 없었다. 그 무엇 하나 거리낄 것이 지금은 없었다.
“ 아.......! ”
가장 빠른 동물인 치타의 시속이 120km요, 인간은 60km라 했다. 하지만, 진은 그 생각을 바꿔야 했다.
‘ 이렇게 빠를 수가........!! ’
저 멀리 있던 지평선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싶은 순간, 뒤로 사라지면서 또 다른 지평선이 눈앞으로 다가와 뒤로 사라져 버린다. 그건, 상식을 뛰어넘는 엄청난 속도였다.
“ 아.........!! ”
달리면 달릴수록, 진은 묘한 기쁨과 함께 엄청난 쾌감을 느꼈다. 그것은 진이 무공을 익힌 후로, 처음 느껴보는 일종의 해방감이었다.
얼마나 달렸는지도 모른다. 도중에, 진은 서쪽으로 방향을 틀어 한참을 달리다가 다시 북쪽으로 방향을 잡고 신나게 달렸다. 그렇게 달리다가, 공력이 딸리고 호흡이 가빠질 쯤에야, 진은 비로소 달리는 것을 멈추었다.
“ 후우.....! 후우........! ”
숨을 가다듬으며 잠시 하늘을 올려다 본 진은 다시 한 번 놀랐다.
이른 아침, 성수산장을 나서서 마을을 벗어나 달릴 때쯤이 아무리 못해도 오전 열시정도였다. 그런데. 지금은 해가 서산에 걸리려 하고 있었다. 해시계로 어림잡아 짐작해 보아도 오후 다섯 시 정도다. 그렇다면 못해도 자신은 일곱 시간 동안이나 줄곧 달리기만 했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별다른 이상 없이 그저, 조금 공력이 딸리고 호흡만 가쁠 뿐이었다.
“ 대단하구나. 무공이란 것은...... ”
진은 새삼, 무공이 대단하는 것을 느꼈다.
“ 아니, 내공..... 인 건가...... ”
어쩌면, 진정 대단한 것은 ‘내공’ 인지도 모른다. 현대에도 극히 드물지만, 무공은 전수되어왔다. 하지만, 가끔 기공이니, 기공침술이니 하면서 뉴스에 잠깐 보도된 적은 있긴 하지만, 세간이 떠들썩하도록 보도되거나, 누가 얼마만큼의 내공을 쌓았네 어쩌네 하면서 알려진 적은 없었다. 생각해 보면, 그 모든 것이 어쩌면 ‘내공을 쌓는 방법’을 잃어버렸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 그나저나 오늘은 이쯤에서 쉬어볼까나...... ”
다행히 쉴 곳을 찾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얼마 멀지 않은 곳에, 산 정상에 이를수록 암벽만 보이는 산이었지만, 그래도 제법 울울창창한 산림을 가진 산이 있었고, 그 바로 밑에 관제묘로 보이는 듯한 건물이 한 채 있었기 때문이었다. 관도에서도 그다지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다.
가까이 가보니, 아니나 다를까, 미염공 관우를 모신 관제묘였다.
“ 흠..... 과연.... 정말 이런 곳이 있긴 있구나..... ”
무협지를 읽다 보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곳이 바로 관제묘다. 그런 관제묘에 막상 자신이 머물게 되다니.... 진은 왠지 기분이 묘해지는 것을 느꼈다.
[ 항상 조심하게! ]
안으로 들어서려다 진은 문득, 의선이 당부하고 당부한 말이 떠올라 잠시 주위를 둘러보며 청력을 집중해 보았다. 하지만, 주위는 고요했고, 관제묘 안에서도 벌레소리처럼 들리는 소리 외엔 이렇다 할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안심하고 안으로 들어서니, 오랫동안 손질하지 않은 듯, 마당에는 잡초가 우거져 있었다. 하지만, 사당 안은 의외로 깨끗해 하루나, 이틀 정도는 묵을만 해보였다.
“ 이만하면....... ”
사당안이 마음에 든 진은 한쪽 구석에다 어깨에 메고 있던 짐을 풀어, 깔개와 모포를 펼쳐 잠자리를 마련해 놓고는, 만일을 위해 방문의 빗장을 걸어 놓았다. 그리고는 잠시 운기조식에 들어갔다.
“ 후우.......!! ”
5분 정도의 짧은 운기조식을 마쳤을 뿐인데도, 진은 온 몸에 새로운 활기가 넘치는 것을 느꼈다.
“ 역시나...... 대단해! ”
이제는 무공이라든지 내공에 대해 어느 정도 익숙해질 만도 한데, 알면 알수록 더욱더 새로워지는 듯한 느낌이다.
진은 자리에서 일어나 빗장을 풀고 밖으로 나왔다. 5분 정도의 짧은 시간이긴 했지만, 그때까지도 누군가가 왔다거나 오고 있는 듯한 흔적이나 기척은 없었다.
“ 여기가 인적이 드문 곳인가... 아님 아직 시간이 안되서 그런가...... ”
인적이 드문 곳인지 어떤 곳인지는 몰라도, 해가 지기까지는 아직도 두 세시간 정도나 더 남아있는 상황이다. 굳이 바삐 길을 서두르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 정도라면 여기서 머물고 가느니, 좀 더 가다가 머물 곳을 찾기에도 충분한 시간이다.
“ 음... 너무 일찍 자리를 잡은 건가.... ”
그래도, 이미 머물기로 마음먹었으니.......
진은 가볍게 숨을 들이쉬고는 가벼운 몸짓으로 몸의 근육을 편 다음, 공력을 끌어올리면서 눈앞에 무수히 우거져 있는 잡초를 향해 손가락을 활짝 펼친 두 손을 내밀었다.
이내 손가락 끝에서 영롱한 푸른빛이 맴돈다 싶더니만, 1m 정도의 가느다란 강기를 형성했다.
“ 흐음......! ”
강기 또한 보면 볼수록 익숙해지기는커녕, 볼 때마다 감탄하게 된다. 그것이 자신이 만든 것이라 해도 말이다.
“ 그래도 열개면... 음....... 너무 많은가? ”
진은 열개의 강기와 잡초를 번갈아 보면서 잠시 고민했다.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열개는 좀 많아보였다.
“ 뭐, 그래도 이왕 만들었으니....... ”
이내, 고민을 마친 진은 각각 손가락 끝에 형성된 열개의 강기로 ‘제초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한개도 아닌 열개씩이나, 것도 세 자 정도나 되는 강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형성하더니만, 그걸로 겨우 한다는 것이 ‘잡초’를 제거하는 일이라니......
지나가는 무림인이 보면 ‘아! ’ 하고 감탄하다가, 너무나 어이없어 자신도 모르게 화를 낼지도 모를 상황이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잡초를 제거하고 그걸 한쪽에 잘 정리해 놓을 때까지도, 사람은커녕 동물조차 나타나지 않았다.
“ 괜찮군. ”
잡초가 제거된 마당은 훨씬 깨끗하고 넓어보였다.
“ 이제는........ ”
마당 한 가운데에 선 진은 심호흡을 하고는 천천히 천부신공을 시전하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 머릿속에 떠오른 천부신공을 처음 익힐 때만 하더라도, 검법과 도법, 봉 그리고, 권, 장, 지, 의 구분이 뚜렷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 경계는 모호해져 갔고, 어느 순간부터는 자신이 지금 무얼 시전하고 있는지 헷갈릴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 만류귀종이라네. 그저 몸이 가고 마음이 흐르는대로 놔두게나. ]
그럴 때마다, 함백은 그렇게 충고했었다. 그 의미를 조금 알게 된 것은 본격적으로 함백과의 대련을 통해서였다.
‘ 아, 만류귀종, 만류귀종하더니....... 이게 이런 거였구나.....! ’
함백과 본격적으로 대련하면서 검법을 펼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간혹 가다가 불쑥 도법과 봉법이 튀어나와, 종종 낭패를 당한 게 한 두 번이 아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짜증이 나서 될대로 되라 하는 심정으로 그저 아무 생각도 없이 몸이 움직이는대로 놔뒀더니, 어느 순간에는 검법을, 어느 순간에는 도법이나 봉법을 펼치면서 지가 알아서 척척 공격과 수비를 하는 것이었다.
‘ 아! ’
그 순간, 진은 만류귀종의 의미를 조금이나마 깨달을 수 있었다. 얼마 후에 찾아온 나머지 세 삼선과의 대련은 그런 진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기연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로 인하여, 진은 그야말로 비약적인 무공의 상승을 이룰 수가 있었고, 좀 더 만류귀종의 의미를 깨달을 수가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이렇게 아무런 구분 없이 그저 손만으로도 자유로이 몸과 마음이 원하는대로 천부신공을 시전할 수 있는 경지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 후우.........! ”
한바탕 몸을 풀고 나니, 어느덧 해가 저물어 있었다. 그래도 여름이라 그런지 그렇게 어둡지는 않았다. 진은 관제묘 뒤쪽으로 자리한 산으로 들어가, 낙엽과 나뭇가지 등을 주워 와서는 마당 중앙에 불을 피웠다. 만일을 위해, 누군가가 관제묘에 머물고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한 표식으로 불만큼 좋은 것은 없다. 누군가 불빛을 보고 찾아와 귀찮게 될지, 어쩔지는 나중 일이다.
또한, 한여름이라곤 하지만 중원의 북쪽지역에 위치한 감숙성은 일교차가 심해, 밤이 되면 제법 쌀쌀해서, 노숙한다면 모닥불은 필수나 마찬가지다. 짐승을 쫓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다시, 사당안으로 들어간 진은 배낭에서 한끼 식사만큼의 건량을 꺼내, 밖으로 나와 모닥불 근처에 앉아서 천천히 씹기 시작했다.
“ 아........!! ”
문득, 올려다 본 밤하늘엔 무수히 많은 별들이 영롱한 빛을 발하며 밤하늘을 수놓고 있었다. 이제는 밤하늘조차 탁해져, 진짜 시골의 산골짜기 외엔 밤하늘의 별조차 보기 힘든 현대에선, 머나먼 추억으로만 여기게 된 광경이 지금 진의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가만히 보고 있노라니, 의선 어르신과 세 어르신을 비롯한 얼굴들이 하나, 둘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 시대로 떨어져 처음으로 눈을 뜨던 날도 떠올랐다. 처음으로 본 낯선 천장도, 탁자도....말을 배우고 무공을 익히던 날들도.....그리고, 처음으로 소소를 본 날도.....
이제, 성수산장을 나선 지, 채 하루도 지나지 않았는데, 머나먼 과거의 일처럼 느껴지면서 그곳이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 그러고 보니...... ”
무척이나 오랜 세월이 흐른 것 같지만, 불과 넉 달밖에 안 된 시간이다. 그런데도, 이렇게 오랜 시간이 흐른 것처럼 느껴지면서 성수산장이 그리워지다니.....
“ ‘정 붙이고 사는 곳이 고향이다’ 라더니..... ”
그렇게 밤은 깊어만 갔다.
p.s: 지송합니다. 주말에 올릴려고 급하게 쓰다 보니, 분량이 생각보다 안나왔습니다.
다음엔 좀 더 긴 분량으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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