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天上)의 향기 - 214부
본문
세상은 이미 봄을 지나 여름의 문턱에 다다랐지만 골이 깊고 험준한 산맥으로 둘려 쌓인 계곡은 아직까지도 초겨울 같은 날씨를 유지하고 있었고 늦봄의 따뜻한 햇살에 녹아내린 폭포는 두꺼운 얼음 갑옷을 벗고 시원을 물줄기를 퍼붓고 있었다.
언제부터인가 폭포수 밑에 솟아지는 물줄기를 온몸으로 맞으며 부려진 도(刀)를 들고 있는 여인이 있었다. 아직까지 발가락 끝만 살짝 담가도 온몸에 전율이 느껴질 만큼 차가운 폭포수는 여인의 몸을 부셔버릴 듯이 솟아지지만 여인은 작은 미동(微動)조차 없이 자신이 들고 있는 도(刀)를 바라보고만 있다.
“이앗~”
여인의 입에서 계곡을 쩌렁쩌렁 울릴 정도의 기함소리가 터지고, 그녀가 들고 있던 도(刀)가 하얀 광체를 뿜어내며 쏟아지는 폭포수를 반으로 가르며 날아오르고, 그와 때를 같이하여 석상처럼 미동도 없던 여인도 반으로 갈라진 폭포를 치고 올라가 반대편 숲을 향해 도(刀)를 뿌리니 하얀 도영(刀影)들은 마치 백룡(白龍)처럼 꿈틀거리며 아름드리나무가 빽빽한 숲으로 날아갔다.
“콰아아앙~”
수많은 아름드리나무가 공중으로 솟구치고, 백룡(白龍)처럼 변한 도영(刀影)은 솟구친 나무들을 한바퀴 휘감아 돌아가니 나무들은 폭죽이 터지듯 터져버린다. 여인은 폭포수 밑에 있는 바위에 내려앉아 자신이 만든 작품을 바라보며 거칠어진 숨을 고르고 있었다.
“헉~ 헉~ 헉~ 이제 팔성인가?...........조금만..........조금만 더.”
여인은 땀과 폭포수에 흠뻑 젖은 옷을 말릴 생각도 하지 않고 다시 폭포수 밑으로 가더니 가부좌를 트고 앉아 부려진 도(刀)를 자신의 무릎위에 올려놓았다. 여인과 멀리 않은 나무위에 검은 무복을 입은 무사가 검(劍)을 가슴에 품고 폭포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무엇이 당신을 그렇게 힘들게 합니까? 무엇이 당신을 그렇게 밀어붙이죠?”
검은 무복을 입은 사내는 입에 물고 있는 나무 잎을 질겅질겅 씹고 있었다. 여인은 가장 은밀하고 신비한 천인삭막의 냉하상이었으며, 그녀를 지켜보며 안타까워하는 사내는 냉하상의 그림자 사영(死影)이었다. 냉하상은 도치와의 일이 있을 이후 이곳 폭포 옆에 움막을 짓고 남들이 보기에는 학대에 가까게 자신을 몰아붙이며 광천천인도을 수련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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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당가의 당순기는 사면초가(四面楚歌)의 위기에 빠져 있었다. 자신이 아끼고 사랑했던 당령은 가문의 원수이자 무림공적인 금막비을 따라갔다. 당순기는 가문의 원로들이 이 사실을 알기 전에 금막비를 죽이고 당령을 잡아오기 위해 자신이 가장 신뢰하던 귀왕사영을 보냈으나 오히려 금막비에게 생포되어 그들의 종의 되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당순기는 살수조직인 천인살막에 금막비를 포함한 십이사들의 청부를 의뢰했으나 무슨 일인지 몰라도 가장 신뢰도 높던 천인살막이 청부를 철회(撤回)해 버렸다. 더욱이 무림군에서 활동하던 칠대세가의 자제들이 십이사와 함께 있던 당령을 발견하고 무림맹에 조사를 의뢰하고 무림맹에서는 다시 사천당가에 해명(解明)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그동안 당순기와 몇몇 측근들만 알고 있던 사실이 무림맹에 의해 공론화되면서 세가의 원로들의 귀에까지 당령의 소식이 전달되었고, 세가의 원로들은 당순기의 직접적인 해명을 듣겠다고 나서기에 이르렀다.
사천당가 가주의 집무실에 당순기는 양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앉아 있었다. 이일을 어떻게 하면 좋은가? 딸년은 가족과 가문을 배신하고 원수를 따라갔고, 세가의 원로들은 이번 일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고 있다. 그들에게 무슨 변명을 한단 말인가? 세가의 배신자이자 원수인 금막비를 따라간 딸년의 행동은 어떤 변명을 한다 해도 정당화 될 수 없을 것이다. 더구나 원로들은 금막비와 관련된 사건을 손바닥 보듯 환하게 알고 있어 금막비에 대한 악(惡)감정이 골수에 사무쳐 있기에 절대 당령의 행동을 용서치 않을 것이며 당령의 아버지인 자신에게까지도 당령의 죄를 물을 것이다.
당순기는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이제 올 것이 왔다. 더 이상 원로들을 속일 수 없을 것이다. 당순기는 밖에 있는 무사를 불렸다.
“밖에 아무도 없느냐?”
“부르셨습니까?”
“가서 원로님들께 회의실로 오시라고 전해라.”
“알겠습니다.”
될 수 있으면 감추고 싶었다. 딸과 자신 그리고 가문의 위신을 위해 모든 것을 본래대로 되돌려 놓고 싶었다. 하지만 세상일이란 자신의 뜻대로 되는 것이 아니었다. 이젠 피하지 않으리라. 피할 수 없다면 부딪쳐야 한다. 당령은 자신의 딸이므로 딸의 잘못은 교육을 잘못시킨 자신의 책임이라고 할 수도 있다. 책임질 것은 책임져야 한다. 당순기가 회의실에서 원로들을 기다리고 있으니 하얀 수염이 가슴까지 내려온 원로들이 하나둘씩 회의실로 모여들었다.
“가주.........이게 어떻게 된 거요. 무림맹의 말이 사실이요.”
평소 친하게 지내던 원로 한명이 개인적으로 찾아와 당순기에게 속삭였다.
“모두 오시면 그때 말씀드리겠습니다.”
당순기의 말에 원로는 쓰게 웃으며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회의실에 당가의 원로들이 한사람도 빠짐없이 모여들었다. 당순기는 장내를 둘려보고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숙여 인사한다.
“먼저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가주! 당령이 금막비와 어울려 다닌다는 말이 있는데 사실이요.”
성질 급한 원로한명이 당순기가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질문을 한다.
“사실입니다.”
당순기는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힘들게 대답했다.
“웅성.......웅성.......웅성”
당순기의 짧은 대답에 장내에 모인 원로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한다.
“가주.........가주도 그놈이 어떤 놈인지 알 것이요. 그놈은 본가를 배신하고 본가의 비전인 유성우를 훔쳐간 원수이자 요즘 무림을 어지럽히고 있는 무림공적이요. 그런 놈과 당령이 어울려 다닌다는 것이 말이 된다고 생각하시오. 이 문제는 당령뿐만 아니라 가주에게도 책임이 있는 겁니다.”
“저도 책임을 통감(痛感)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가주라는 사람이 일이 이렇게 될 때까지 뭐하고 있었던 겁니까? 당장 금막비를 처단하고 당령을 끌고 와야죠.”
“이번일은 본가의 위신(威信)이 걸린 문제라 외부에 알려지기 전에 조용히 처리하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귀왕사영을 보냈으나 실패했습니다.”
“가주가 직접 나서도 신원 찾을 판에 귀왕사영만 보냈단 말이요. 가주도 금막비 놈과 그놈이 가지고 있는 유성우가 얼마나 위험한 물건들인지 알지 않소. 그리고 말이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그런 중단한 문제가 생겼다면 먼저 우리 원로들과 상의하는 것이 순서 아니요.”
“모든 일이 해결된 다음에 보고 드리려 했습니다.”
“그런 말은 누가 못해요. 아니다. 이미 지나간 이야기는 그만합시다. 이젠 어떻게 할 거요. 본가의 위신(威信)은 땅에 떨어졌고 당령년은 아직도 돌아오지 않고 있소. 무슨 대책이라도 있는 거요.”
당순기는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대답을 못한다.
“가주! 입만 다물고 있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요. 무슨 말을 해야 할 거 아니요.”
“휴~ 당령은 금막비가 포함된 십이사들과 림산에 있습니다. 원로님도 아시겠지만 십이사는 무림공적입니다. 무림맹에서는 놈들을 처단하기 위해 무림군까지 조직하여 뒤쫓고 있지만 지금까지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십이사가 신출귀몰(神出鬼沒)하다는 뜻이겠죠.”
“................”
“제가 어떻게 할까요? 당장 무사들을 끌고 가서 십이사를 칠까요? 무림군도 어쩌지 못하는 놈들이 우리에게 잡힐까요? 우리가 당령을 잡아들이기 위해 세가의 무사들을 동원한다면.........세상 사람들의 웃음거리밖에 되지 않을 겁니다.”
당순기가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이야기하자 한쪽에서 탁자가 부셔지는 듯한 큰 소리가 났다.
“지금 그걸 변명이라고 합니까? 처음부터 웃음거리가 될 일을 만들지 말았어야죠. 이번 일은 당령에게도 책임이 있지만 자식교육을 잘못시킨 가주의 책임도 커요.”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책임을 통감(痛感)하고 가주에서 물려 날까합니다.”
“흥~ 가주에서 물려난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 같소. 이번 일은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요.”
원로들은 자기들끼리 다시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당순기는 말없이 원로들을 바라보고만 있을 뿐이다. 입이 열개라도 무슨 할말이 있겠는가?
“가주.........우리끼리 의논한 것이 있으니 가주는 밖에서 기다리세요.”
자기들끼리 웅성거리던 원로 중에 가장 나이가 많은 원로가 당순기를 나가라고 했다. 당순기는 쓰게 웃으며 밖으로 나왔다. 봄이 지나고 초여름이 다가왔지만 밖에 나온 당순기는 춥게만 느껴졌다. 당순기가 밖으로 나가자 가장 나이가 많은 원로가 당순기의 자리에 앉았다.
“대충 여러분의 의견을 들어보니 당순기일가를 파문(破門)하자는 쪽으로 모아지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당순기는 본가의 비밀을 너무 많이 알고 있습니다. 파문하기는 힘들어요. 혹시라도 그가 외부에 본가의 비밀을 발설하면 본가는 치유하기 힘든 치명적인 손실을 입을 수도 있습니다.”
“그럼 어떻게 했으면 좋겠습니까?”
“당령 이외에 제갈세가의 제갈무경이라는 아이도 십이사놈들과 어울려 다닌다고 하더군요.”
“그래요. 제갈세가에서는 어떻게 처리했다고 합니까?”
“제갈무경을 파문하고 이번 일을 마무리했어요. 우리도 당령을 파문하고 이번 일을 마무리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당순기는 이번 일에 대한 책임을 지고 가주에서 물려나야 하며 죄에 합당한 벌을 받아야겠죠.”
“그게 좋겠군요. 이번 일은 시간을 끌며 끌수록 세상 사람들의 웃음거리밖에 되지 않아요.”
원로들의 회의가 끝났다. 가문을 배신한 당령은 당가에서 제명(除名)하고 당순기는 가주의 직을 박탈(剝奪)하고 뇌옥에 수감(收監)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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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운과의 만남을 뒤로하고 제갈세가로 돌아가던 란은 지우려 노력해도 지워지지 않은 풍운에 대한 기억 때문에 괴로워하고 있었다.
“당신이 내면세계에서 만났던 정령들은 또 다른 형태로 존재합니다. 언젠가 그 정령을 만나게 될 겁니다.”
풍운의 말이 귀가를 떠나지 않는다. 무슨 뜻일까? 어떻게 자신의 내면세계에 있던 정령이 다른 형태로 존재한단 말인가? 란은 마차를 멈추게 하고 창밖으로 바라보았다. 관도에 있는 나무들은 겨울의 잔재를 털어버리고 푸른 잎의 새 옷으로 갈아입었다. 란은 마차 밖으로 나와 하늘을 바라보았다. 아가씨는 풍운과 자신이 하늘이 정해준 운명이라고 했다.
“하늘의 운명?............하늘은 그 사람을 나의 남자로 정해두었단 말인가?”
란은 남들이 알아듣기 힘들 정도의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아가씨..........시간이 많이 지체되었습니다. 그만 출발하시죠.”
말을 몰던 마부가 하늘을 바라보는 란에게 말했다. 란은 림산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작은 마을에 있었다. 마음이 심란했던 란은 이곳 마을에 있는 작은 객점에서 하루를 보냈다.
“그래 가야지. 그런데 세가에 돌아가서 뭐하지.”
란은 자신이 무척이나 외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서 유일하게 믿고 의지하던 무경이 떠나고 자신의 겉에는 아무도 남지 않았다. 란은 가슴을 움켜잡고 허리를 숙인다. 무경을 생각하자 답답하고 숨이 막혔기 때문이다.
“헉~ 헉~ 헉~”
란은 한손으로 머리를 짓누르며 힘들게 허리를 폈다. 그때 희미한 란의 눈에 바쁘게 움직이는 사내들이 보였다. 그들은 마치 패잔병(敗殘兵)처럼 힘없이 마을을 가로질려 서쪽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저놈들은 혈영대?..........맞아. 저 복장은 배화교의 혈영대가 확실해.”
란은 자신의 눈을 비비고 멀어져가는 사내들의 뒷모습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저놈은 혁린무?”
붉은 무복을 입은 무사들 틈에 다른 색깔의 옷을 입은 사내들이 있었는데 그중에서 가장 젊은 놈은 란도 잘 알고 있는 혁린무였다. 란은 반사적으로 그들의 뒤를 쫓으려다가 씁쓸하게 웃었다. 자신은 이제 무림군의 군사가 아니다. 란은 고개를 흔들고 마차에 올랐다.
“세가로 출발하겠습니다.”
란이 마차에 오르자 마부는 세가를 향해 힘차게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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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서성에 있는 무림맹에 대륙상회 상인들이 찾아왔다. 현재 무림맹주는 소림사의 방장인 반인대사가 맡고 있는데 그는 무림맹을 찾아온 대륙상회 상인들을 자신의 집무실로 불렸다.
“아미타불. 어서오세요. 그래 무슨 일로 저를 보자고 하셨습니까?”
반인대사가 안으로 들어온 상인들이 반인대사에게 인사를 했다.
“저희 상회의 회장이 무림맹에 전해달라는 물건이 있어왔습니다.”
인사를 마친 상인한명이 재빨리 문을 열자 집무실 앞마당에 있는 마차들이 보였다. 상인은 마차 옆에 있던 하인들에게 손짓을 하니 하인들은 마차에 실린 상자의 뚜껑을 열었다. 반인대사는 허리를 펴고 고개를 내밀어 상자를 바라보니 상자 속에는 금은보화(金銀寶貨)들이 가득했다.
“험험~ 저게 뭡니까?”
“이번에 무림군께서 저희 상회일로 곤혹을 치루셨다고 들었습니다. 그것에 대한 작은 성의표시라고 생각해 주세요.”
“조금 전에 나도 연락받았소. 사해방과 대륙상회에 소속된 상관장로라는 분의 무사들 때문에 무림군에 약간의 피해가 있었다고 하더군요.”
“사해방과 상관장로는 저희 대륙상회의 반역자들입니다. 저희 대신 무림군께서 놈들을 처리해 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있습니다.”
“하하하~ 그래요? 알겠습니다. 보내 준신 돈은 무림의 평화와 안녕을 위해 쓰겠다고 전해주세요.”
반인대사는 단한번의 사양도 없이 대륙상회가 보내온 돈을 받아 챙긴다. 상인들은 서로 눈짓을 보내다가 한명이 입을 열었다.
“저기! 저희 회장님께서 특별히 부탁하신 내용이 있습니다.”
“부탁이요. 무슨 부탁입니까?”
“무림군께서 저희상회의 반역자들을 생포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놈들을 저희들에게 넘겨주실 수는 없는지요.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놈들은 저희 상회의 반역자들이라 저희 상회의 회칙대로 처리하고 싶습니다.”
“그런 부탁이라면 어려운 부탁도 아니지요. 제가 바로 전서구를 보내 대륙상회에 포로들을 넘겨주라고 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저희들은 이만 물려가겠습니다.”
대륙상회 상인들은 마차에 실고 온 상자를 내려놓고 무림맹을 떠났고, 반인대사는 서찰을 작성해서 무림군에게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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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이 되자 흑도연합군은 출발준비를 서두르고 있었다. 초하벽은 아침식사를 마치고 무사들의 준비상태를 점검하고 있는데 어제 밤에 혁린무일당의 뒤를 추적하라고 보낸 무사들 중에 한명이 달려왔다.
“공자님 다녀왔습니다.”
“수고 많았네. 그래 갔던 일은 어떻게 됐나?”
“배화교 놈들은 야산을 넘어 서쪽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지금 나머지 분들이 놈들의 추적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서쪽이라면 악양이 아니가? 놈들이 악양으로 가고 있단 말입니까?”
“그건 확실치 않습니다.”
“좋아. 서두르세. 놈들이 악양 같은 대도시로 숨어버리면 찾기가 쉽지 않아.”
초하벽과 흑도연합군은 말에 올라 혁린무일행의 뒤를 쫓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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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린무일행을 돕기 위해 신강을 출발한 배화교무사들이 악양에 도착했다. 그들은 이곳 악양까지 오는 동안 풍문(風聞)으로 떠돌고 있는 림산의 상황에 대해들을 수 있었다. 배화교무사들을 지휘하는 사람은 오산인 중의 한명인 북천홍안이라 불라는 사람이었다. 그는 악양에 도착하자마자 천상루를 찾았다. 천상루의 정문을 지키던 무사들은 육척장신에 붉은 눈동자를 가진 북천홍안을 보자 오금이 지질 정도였다.
“나는 북천홍안이라고 한다. 해어화를 만나려왔다. 불려 와라.”
거대한 덩치의 사내는 무사들을 밀치고 안으로 들어가 일층 탁자에 자리했다. 무사들은 서로 눈치를 보다가 7층에 있는 해어화에게 북천홍왕의 말을 전했다.
“북천홍왕?......이곳으로 모셔 와라.”
해어화의 말에 무사는 일층에 있는 북천홍왕과 함께 해어화의 방으로 왔다.
“들어오시죠.”
해어화가 북천홍왕에게 인사하자 북천홍왕은 고개만 까닥거리고 해어화의 방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해어화는 방문을 닫고 북천홍왕의 앞에 앉는다.
“내가 누군지는 알고 있을 것이니 따로 설명하지는 않겠다. 공자님은 현재 어디에 계시냐?”
“이공자님을 말씀하시는 거라면 지금 림산에서 이곳 악양 쪽으로 오고계시다고 알고 있습니다.”
“악양으로 오고 있다! 림산의 일은 어떻게 됐지.”
“그건 저희들도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공자님께서 20여명의 혈영대와 이쪽으로 오고 계신다고만 알고 있습니다.”
“20명? 200명도 아니고 20명이란 말이냐?”
“저희들이 파악할 수 있는 정보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자세한 것은 직접 알아보시죠.”
“알았다. 좋은 정보 잘 들었다.”
북천마왕은 미련 없이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북천홍왕이 나가자 해어화는 길게 한숨을 쉬었다.
“배화교에서 이공자를 돕기 위해 출발했다고 하더니 북천홍왕까지 온 건가?”
해어화가 창문을 통해 천상루를 떠나는 북천홍왕을 바라보고 있으니 다정화가 방으로 들어왔다.
“북천홍왕이 왔다고 하더니........어디 가셨니.”
“방금 떠났어.”
“내가 조금 늦었네.”
“북천홍왕까지 보낸 걸보면 배화교가 급했던 모양이야.”
“한물간 노괴물(老怪物)인데 얼마나 대단하다고.”
“하긴 배화교가 전시체제로 바뀌면서 오산인은 별 볼일이 없어지기는 했어.”
“요즘 배화교는 광명좌우사와 10대마왕의 세상이야. 그건 그렇고 무슨 일 때문에 오거야.”
“이공자의 소식이 궁금했던 모양이야.”
“그런 거라면 시안에 물어보지 왜 우리한테 물어봐~”
“글쎄~ 악양에 온 김에 이곳에 한번 들려볼 수도 있겠지. 그건 그렇고 이공자가 풍운님께 엉청 당한 모양이더라.”
해어화와 다정화는 북천홍왕에 대한 이야기는 잊어버리고 림산전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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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운일행과 금산반이 있는 곳으로 무사한명이 급하게 달려왔다.
“섬서성에서 전서구가 도착했습니다.”
“그래. 어떻게 됐어.”
“여기 있습니다. 직접 읽어보시죠.”
금산반은 무사에게 서찰을 받아 빠르게 읽어보았다.
“하하하~ 잘 됐군.”
금산반은 서찰을 풍운에게 전해주었다. 풍운이 서찰을 펼치자 옆에 있던 무경도 함께 읽었다.
“역시 무경의 예상대야. 무림군이 포로들을 넘겨주기로 했어.”
풍운이 옆에 있는 무경을 돌아보았다. 무경은 입을 굳게 다물고 미간(眉間)을 찌푸리고 있었다.
“무경! 어디 불편해. 표정이 안 좋다.”
“아니에요. 잘 됐네요.”
“....................”
“금산반님...........이제 이곳에 숨어있을 필요가 없겠네요. 밖으로 나가셔서 포로들을 끌고 오세요.”
“풍운님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계속 이곳에 계실 겁니까?”
“무림군이 우릴 찾고 있으니 우린 이곳에 있는 편이 좋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10여명의 대륙금위들을 남기고 가겠습니다. 필요한 것이나 연락할 일이 있으면 대륙금위들에게 말씀하세요.”
“그렇게 하죠.”
“잠시만..........혹시 모르니 림산 외곽에 있는 통로를 이용해서 빠져나가세요.”
“알겠습니다. 외곽에 있는 창고와 연결된 통로로 빠져나가면 무림군도 의심하지 않을 겁니다.”
금산반은 풍운일행과 함께 있을 10명을 제외한 나머지 대륙금위들과 그동안 답답한 지하대전에 숨어있던 나머지 사람들을 이끌고 림산 외곽에 있는 비밀통로를 통해 지하대전을 빠져나갔다. 금산반을 선두로 대륙금위들과 상인들이 림산으로 들어왔다. 금산반은 상인과 가족들을 각자의 집으로 돌려보내고 대륙금위들을 이끌고 무림군의 주둔지로 향했다.
홍인과 현원자에게 무림맹의 전서구가 도착했다. 홍인은 무림맹의 서찰을 읽고 씁쓸하게 웃었다.
“무슨 내용인데 그래요.”
“포로들은 대륙상회에 넘기라고 하는 군요.”
“잘 됐네요. 골칫덩어리들을 계속 끌어 않고 있는 것보다는 백번 낮죠.”
“현원자님은 그렇게 생각하세요. 저들 때문에 죽어간 무사들 생각은 안하시는 모양이죠.”
“무림맹에서 어련히 알아서 했겠어요. 대륙상회에서 그만한 댓가를 지불했으니 넘기라고 했겠죠.”
“그런가?”
홍인과 현원자가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 무사한명이 달려왔다.
“대륙상회에서 찾아오셨습니다.”
“빨리도 왔네. 자~ 가시죠. 포로들을 넘겨줘야죠.”
현원자와 홍인이 밖으로 나가보니 금산반과 명운을 선두로 대륙금위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대륙상회의 회장으로 있는 금산반이라고 합니다.”
금산반이 인사하자 홍인과 현원자도 인사를 했다.
“무림맹에서 연락받았습니다. 이곳에서 잠시만 기다리세요. 포로들을 데려오겠습니다.”
간단한 인사가 끝나고 현원자는 무사들을 이끌고 포로들이 있는 군막으로 가서 포로들을 끌고 왔다. 무림맹에 생포된 포로들의 숫자는 사백명 정도였다. 2천이 넘던 사해방 무사들과 상관장로 무사들 중에서 사분의 삼이 죽은 것이다. 금산반은 무림군에 끌려오는 포로들 중에서 육철량과 상관장로를 찾아보았다. 육철량은 팔이 하나밖에 남지 않았고, 다리에 부상을 입었는지 잘 걷지도 못하고 있었고, 상관장로는 가슴과 허리에 하얀 천을 감고 있는 것으로 보아 상처에 부상을 입은 모양이다. 금산반은 육철량과 상관장로의 모습을 확인하자 그들의 앞으로 갔다. 육철량은 금산반을 보고도 별반 놀라는 표정이 아니다.
“내가 죽인 놈은 가짜였던 모양이군.”
육철량이 금산반을 힐긋 쳐다보고 고개를 돌려버린다. 상관장로는 금산반과 육철량을 번갈아 바라보더니 역시나 고개를 둘려버린다.
“확인해 보시죠. 대륙상회의 반역자들이 확실합니까?”
“예! 확실합니다. 어떻게 감사를 드려야할지 모르겠군요.”
“감사는 필요 없고, 빨리 놈들이나 데려가세요.”
포로들이 귀찮게만 느껴졌던 현원자는 금산반일행보고 빨리 포로들을 끌고 가라고 했고, 금산반은 대륙금위에게 명령해서 포로들을 끌고 갔다. 홍인은 멀어지는 포로들과 금산반일행을 보면서 마음 착잡했다.
금산반은 포로들을 이끌고 자신이 머물던 집으로 돌아왔다. 금산반은 대륙금위들에게 명령에 점포에 딸려 있던 창고를 비우고 포로들을 창고에 감금했다.
“사부. 이제 어떻게 할꺼유.”
“포로들 말하는 거냐. 풍운님 말씀도 있고 하니 핵심반역자들만 처단할 것이다. 너는 지금까지의 진행사항과 포로들을 점검하고, 죄의 경중에 따라 등급별로 정리해라.”
“죄질이 나쁜 놈들은 죽이고, 아무것도 모르고 날뛰던 놈들은 살려주겠다는 겁니까?”
“그건 내가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 놈들에 대한 정리가 끝나면 풍운님과 상의할 것이다.”
명운은 의아한 시선으로 금산반을 바라본다. 금산반 같은 고집불통이 다른 사람과 상의하겠다고 하지 이상한 모양이다. 명운은 머리를 긁적이며 창고로 갔다.
“킥킥킥~ 오래살고 볼일이군. 고집불통 사부에게도 천적이 있었네.”
명운은 대륙금위들과 함께 창고에 들어가 포로들을 심문(審問)해서 죄의 경질에 따라 등급을 결정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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