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SF

중원견문록 - 29부

본문

불꽃같은 짧은 사랑! 


후회!


이별!


원치 않은 임신!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아이! 


...........그게 바로, 나였다..... 




고1 열여섯 철부지 어린 소녀의 나이에, 어머니는 갓 대학에 입학한 열아홉 살의 소년과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어머니에겐 첫 사랑이자 불꽃같은 사랑이었다. 




‘ 아.....! 아, 아파.....! ’


‘ 미... 미안......! ’




사귄 지 채 하루도 안되서 첫 사랑에게 순결을 바친 어머니는 생리기간을 제외하고는 매일을....... 나에겐 아버지뻘 되는 남자와 섹스를 했다. 그리고, 당연하다면 당연하달까....? 나를 임신하게 되셨다. 




‘ 어, 어떻해........ ’




뜻하지 않은 임신에 당황한 어머니는 남자와 상의하면서 서로의 부주의했던 점을 책망하면서 자주 다투게 되었다. 서로의 집안에서 이 사실을 알게 되면서 둘의 다툼은 점점 잦아지게 되었고, 그러면서 불꽃같았던 사랑은 점차 식어가면서 서로 후회를 하기 시작했고, 결국엔....... 이별로 이어지게 되었다. 




‘ 늦었습니다. 자칫하면 산모까지 위험해 질 수 있습니다. ’




하지만, 때늦은 이별이었다. 원하지 않은 임신과, 후회, 자책에, 아이를 낳네, 마네 하면서 다투다 이별을 하고 중절수술을 받기위해 병원을 찾았었지만, 이미 너무 늦은 뒤였다. 




‘ 부모님께 죄송합니다만, 이 학생을 더 이상 받아들일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




원치 않은 임신으로 학교까지 자퇴하게 된 어머니는 더욱더 절망하셨다. 




‘ 아... 안...녕...?! 하하하........! ’




그런 어머니에게 두 번째 사랑이 찾아왔다. 상대는 첫 사랑의 친한 친구이자 가끔 셋이 만나서 놀면서 오빠 동생하곤 했던 남자였다. 


그는 집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어머니를 신부로 맞이했다. 뱃속에 있던 나까지 말이다. 


달콤해야 할 신혼의 첫날밤은 산달을 앞둔 어머니로 인해 그럭저럭 지나가게 되었고, 행복해야 할 신혼생활도 곧바로 태어난 나로 인하여 허겁지겁 바쁜 나날로 이어지게 되었다. 




‘ 제 자식입니다, 어머니, 아버지! ’




그는..... 적어도 나를 사랑하려고 노력했었다. 


그러나, 어머니는 아니었다. 원치 않은 임신에 원치 않은 아이였다. 더군다나, 남편이 그로 인하여 집안에서 찬대를 받게 되자, 더욱더 나를 사랑할 수 없었다. 




‘ 축하드립니다. 아들입니다. ’




그는..... 적어도 나를 사랑하려고 노력했었다. 아니, 그렇게 생각했었다. 씨 다른 내 동생이 태어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나와는 달리, 동생은 엄마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그의 사랑도 듬뿍 받았다. 할아버지, 할머니의 사랑도.....


동생이 태어난 뒤로, 집 안의 일이라든지 하는 모든 것들이 너무나 순조롭고 잘 풀려서 더더욱 그러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 누가 네 할아버지 할머니라는 거냐! ’


‘ 저리 가거라! 여긴 동생의 방이다. 네가 올 곳이 아니야! ’


‘ 흐흠! 저기, 진아! 그건 동생꺼란다. ’




어렸을 때는 그러한 점들이 특별히 다가오지 않았었다. 그저, 동생이 부러웠을 따름이었다. 그의 목마를 타고 있는 동생이 부러웠었고, 어머니 품에 안겨 있는 동생이 부러웠었다. 단지...... 그 뿐이었었다. 


하지만, 다시 여동생이 태어나고 점차 자라면서 알게 되었다. 




‘ 아.....! 난... 사랑받지 못하고 있구나....... ’




그래도 가끔 날 안아주었던 그는 동생이 태어난 후로는 한 번도 안아주질 않았다. 정감어렸던 눈길도 동생이 태어난 후로는 냉정하게 변해 버렸다. 


여동생이 태어난 이후로, 난 더더욱 가족으로부터 외면 받게 되었다. 


그래도........




‘ 형아...! 형아.....!! ’




동생은 무척이나 날 잘 따랐다. 나도 동생과 노는 것이 무척이나 즐거웠다. 그 순간에는 그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 어머니가 날 사랑하지 않고 있다는 것도 모두 잊을 수가 있었으니까.....




‘ 짜악~! 남의 자식 키워봐야 소용없다더니?!!! '




아아....그게 언제였더라.........




‘ 너 같은 건....... 너 같은 건............ ’




아아.....! 일곱 살 때의 일이었구나. 지금도 너무나 생생히 떠오르는 기억............


그 날, 다섯 살의 동생은 무척이나 들떠 있었다. 그가 선물해준 세 발 자전거때문이었다. 




‘ 형아! 이거타고 놀자, 응?! 응?! ’




자전거를 타고 놀자는 동생의 성화에 못이긴 척 하며, 자전거를 타고 동네 놀이터에서 신나게 놀았었다. 그러다, 동생의 실수로 자전거가 넘어지는 바람에 동생이 무릎이 까지고 얼굴을 긁힌 상처를 당하게 된 적이 있었다. 


그때, 처음으로 그에게서 뺨을 맞았다. 


그때, 처음으로...............




‘ 너 같은 건........ ’




어머닌.........




‘ 너 같은 건........... ’




눈물을 흘리시면서............




‘ 죽어야 해! ’




두 손으로....... 두 손으로.............! 






“ 허억~~! ”




격한 숨을 내쉬며, 침대에서 벌떡 몸을 일으킨 진은 목을 매만졌다. 




“ 허억....! 허억.......! 허억......! ”




금방이라도 숨 넘어 갈 듯한 격한 숨소리가 연이어 터져 나왔지만, 목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하지만...........




“ .................!! ”




옆방에서 들린 진의 격한 숨소리에 놀란 함백은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진의 방문을 열었다. 




“ 자....네............. ”




하지만, 이내 아무 말도 못하고 조용히 방문을 닫고 말았다. 고개를 숙이고 있어 자세히 보진 못했지만, 진은 울고 있었다. 






‘ 어째서.........?! ’




이미 잊어버린 기억이라 생각했었다. 고3 때까지 수시로 꿈속에서 나타나 밤잠을 못 이룬 날이 수두룩했었지만, 어느 날인가부터 꾸지 않게 되어 이제는 훌훌 털어버렸다 생각했었다. 




‘ 그런데, 어째서...........?! ’




진은 다시 한 번 목을 매만져 보았다. 아직까지도 어머니의 손길이 남아있는 듯 했다. 힘껏 목을 조르던.....




‘ 이젠 잊었다 생각했었는데...... ’




이제 와서 다시 악몽이 떠오르다니........ 




진은 고개를 젓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수건을 들고 방을 나섰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찬물로 세수와 간단히 샤워를 한 후, 마당 중앙에 서서 천천히 태극권을 시연하기 시작했다. 




[ ........ 어머니에게 있어서 나는 짐 덩어리였다. 철없던 어리섞은 첫 사랑에 대한 부산물이요, 증오의 대상이었다. 결코 사랑할 수 없는 자식이자, 떨쳐 내버리고 싶은 후회요, 미련과 원망의 대상이었다. 열 달이나 품에 안고 있었지만, 결코 사랑할 수 없는 아이였다. 


동생이 자전거를 타다 상처를 입은 날 밤, 어머니는 울면서 내 목을 힘껏 조였다. 




‘ 너 같은 건..... 너 같은 건.......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어...... 죽어버려야 해........... ’




희미해지는 의식 속에서 난... 어머니가 날 죽이려 한다는 것보다는....... 처음으로 본 어머니의 눈물이 너무나 슬퍼 덩달아 울고 말았다. 


내가 의식을 다시 찾은 것은 다음 날, 차가운 새벽녘 무렵이었다. 




‘ ...........!! ’




눈을 떴을 때, 맨 처음 본 것은 어두운 천장과, 차가운 새벽의 기운이었다. 


그리고, 그 날 난.... 마음을 잃어버렸다. 


]




“ ................ ”




동작 하나하나마다 절도 있고, 형에 맞게 움직이는 것 같았지만, 내 뻗는 주먹의 끝은 흔들리고 있었고, 보법조차 흐트러져 있었다. 마음이 산란하거나 집중이 흐트러져 있다는 증거였다. 


하지만, 함백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조용히 진의 모습을 지켜보기만 했다. 






「 천부경 진해론 」




“ ..........!! ”




의혹과 묘한 호기심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진을 보면서 함백은 지난 일을 떠올려 보았다. 


자신도 그랬었다. 내심 스승으로 여기고 있는 분이 난데없이 천부경진해론이라 적힌 책을 툭! 던졌을 때, 자신도 의혹과 묘한 호기심이 어린 눈으로 그분을 보았었다. 그때 그분이 뭐라고 말씀하셨었더라........?!




[ ........언젠가 그대 앞에 이놈과 인연이 닿는 자가 나타날 걸세. 그럼, 그자에게 던져주기만 하면 돼. 그걸 어떻게 아냐고?! 그냥 알게 된다네. ]




“ ....라고 하셨었다네. 뭐, 처음엔 믿지 못했지만 오늘에서야 그 말을 알겠더군. 그 책의 주인은 이제부터 자네일세. 그걸 태워버리든 팔아버리든 이제부터는 자네 마음일세. ”




책을 집어들고 조금은 곤혹스러워 하는 진을 향해 함백은 조금은 사악한 웃음을 지어보이며 말을 이었다. 




“ 그리고, 오늘은 푹 쉬게. 내일부터는 조금 고단한 수련이 시작될테니, 푹 쉬어두는 게 좋을 거야. ”




.........라고 그랬었다. 




“ 헉....! 헉.....! 헉..! 이것이....조금 고단한 수련이라고?! 헉...! 헉...! 헉.....! ”




마당에 대자로 누워서 하늘을 보며 연신 숨을 헐떡이고 있는 진은 그동안 자신이 너무 안일하게 무공을 수련했던 게 아닌가 생각해 보았다. 


이른 아침부터 시작된 함백과의 조금 고단한 수련은 다름 아닌 실전을 가미한 대련이었다. 하지만, 말이 대련이지 일방적으로 맞기만 했다. 마치 샌드백이 된 듯했다. 


이른 아침부터 시작된 함백과의 대련은 반시진마다 반각정도의 휴식을 취하면서 저녁무렵까지 계속되었다. 그 결과, 진은 만신창이가 되어 마당에 대자로 누워서 연신 숨을 헐떡이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 오늘은 이 정도로 하지. 아들놈에게 가면 잘 치료해 줄 걸세. 그럼 내일 보세나. ”




그렇게 말하고 가버린 함백의 모습이 처음으로 사악해 보이기도 했었다. 




“ 흠! 아버지께서 본격적으로 자네에게 무공수련을 시키실 모양이군. ”


“ 네?! ”




침실에 누워서 함연으로부터 침을 맞고 있던 진은 그의 말에 기겁을 했다. 




“ 그럼, 그동안 제가 했던 것은.......?! ”


“ 그거야 가장 간단한 기초중의 기초를 수련한 것일세. 굳이 말한다면 아주 간단한 기본운동이라고나 할까...”




진의 물음에 대꾸를 해주면서 함연은 진의 등과 허리에 연신 침을 놓았다. 




“ 하...! 아무래도 제가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




자책어린 진의 음성에 함연은 미소를 짓고는 조금은 따끔하게 침을 놓으며 말했다. 




“ 그렇게 자책하지 말게. 자네는 아주 잘하고 있다네. ”




남들은 1년이나 2-3년 걸리는 것을 진이라는 청년은 불과 두 달 만에 그 이상까지 하고 말았다. 무림인들이 이 사실을 알면 부럽다 못해 질투하고 시기할 것이다. 




“ 윽! 그런데, 침이 이렇게 아픈 거였습니까?! ”


“ 하하! 조금은 따끔하다네. ”




일각 후, 침을 모두 뽑아낸 함연은 진에게 약사발을 내밀었다. 




“ 윽....! ”




무심코 받아서 입에 댄 진은 자기도 모르게 잔뜩 인상을 쓰고 말았다. 그룻에 입을 데기만 했는데도 불구하고 너무 쓰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 하하! 그래도 원기를 회복시켜주는 약이니 꾹 참고 한번에 들이키는 게 좋을 걸세. ”


“ ......네.... ”




마지못해 대답하며 진은 그릇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굳은 결심을 하고는 약을 들이켰다. 하지만......




“ 으윽.....! ”




쓴 건 쓴 거였다. 것도 너무나도......... 


방으로 돌아온 진은 천부경진해론을 펼쳐들었다. 




♣ 一始無始一(일시무시일) ♣ 




"우주는 시작됨이 없이 시작된 우주이니




♣ 析三極無盡本(석삼극 무진본) ♣


하늘과 땅과 사람으로 나 뉘어도 근본은 변함이 없고




♣ 天一一地一二人一三(천일일 지일이 인일삼) ♣ 




♣ 天二三地二三人二三(천이삼 지이삼 인이삼) ♣


하늘 땅 사람은 모습은 다르되 근본은 같으니라




♣ 一積十鉅無櫃化三(일적십거 무궤화삼) ♣ 


하늘의 정기가 충만해지건만 담을 상자 없어 사람으로 변하노라




♣ 大三合六生七八九(대삼합육 생칠팔구) ♣


삼극이 돌고돌아 24절기를 만들고




♣ 運三四成環五七(운삼사성 환오칠) ♣ 


삼극의 조화로 기가 몸과 마음을 감싸노니




♣ 一妙衍萬往萬來(일묘연 만왕만래) ♣ 


하늘의 움직임은 묘하도다 삼라만상이 가고 오는구나




♣ 用變不動本(용변 부동본)♣


만물의 쓰임은 변해도 근본은 변치않고




♣ 本心本太陽(본심 본태양)♣


근본마음이 본래 밝은 빛이니 




♣ 昻明人 中天地一(앙명인 중천지일)♣


사람을 우러러 비추어라. 천지간에 으뜸이니라.




♣ 일종무종일(一終無終一)♣




우주는 끝남이 없이 끝나는 우주이니라.




무협지에서 가끔 등장하곤 했던, 81문으로 이루어진 천부경이다. 해석까지 자그마한 글씨로 덧붙여져 있어 읽기에도 수월했다. 


우리 민족의 사상이자 경전이라 할 수 있는 천부경! 


인내천 사상의 기반인 천부경! 




‘ 그리고........ 에, 또 그리고.............. ’




.......거기까지가 진이 알고 있는 천부경에 대한 모든 것이었다. 무협지를 읽을 때마다 가끔 등장하곤 했던 천부경에 대해서 호기심이 일곤 했지만, 굳이 천부경에 대해 깊이 알려하지 않았었다. 언제라도 인터넷을 검색하면 바로 그에 대한 정보를 접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이것저것 찾아본다는 것이 조금은 귀찮았었기 때문이었다. 한데.........




‘ 그 천부경을 이렇게 마주 대하다니........... 이런 것이 ’인연‘ ..... 이란 건가..... ’




왠지 실소가 나왔다. 




이른 새벽부터 함백과의 대련과 휴식, 함연의 치료, 그리고 저녁이후로는 천부경을 읽는 것! 그것이 진의 일과가 되어 버렸다. 






일황삼제사왕사선칠기! 




당금 강호를 아우르는 최강의 고수들을 일컫는 말이다. 






“ ................!! ”




그 중, 사선이자 독선이라 칭해지는 나부경! 


그는 지금 자신이 보고 있는 광경이 도무지 믿기지가 않았다. 그래서 자기도 모르게 입을 떡~! 하니 벌리고서 멍하니 눈앞의 광경을 지켜보았다. 누군가가 자기를 보고 있다는 것조차 모를 정도로 말이다. 




“ 뭘 그렇게 멍하니 보고만 있는 건가?! ”




그 누군가의 주인공인 함백이 다가와 독선 나부경에게 말을 건넸다. 




“ 자... 자, 자네....... 저, 저.......”




오랜 지기이자 둘도 없는 친우가 말을 건네자, 독선 나부경은 함백과 마당에서 무아지경에 빠져 있는 진을 가리키며 뭐라 말을 하려 했다. 하지만, 너무나 당황해서인지 목구멍에서 턱! 걸린 체 나오질 않았다. 




“ 아하! 제자이냐구?! ”




지기가 자신이 하고픈 말을 해주자, 나부경은 손바닥을 탁! 치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 아닐세. 제자를 들였다면 진즉에 자네들한테 연편을 보냈을 걸세. ”


“ 그럼, 그렇지! ”




그제서야 말이 튀어나온 나부경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진을 보자마자 당황한 것은 다름 아닌 함백이 아무 말도 없이 제자를 들였구나 하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또한, 제자를 들이기로 마음먹었다면 서로 연편을 보내기로 약조하였었기 때문에, 그에 관해 아무런 연편도 없었던 함백에 대해 일종의 작은 배신감까지 느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뒤이어 튀어나온 함백의 말에 놀란 두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 하지만... 제자라면 제자일수도 있다네. ”


“ .........!! ”


“ 기초적인 수련법과 시중에 알려진 무공... 정도를 가르쳐 준 것이라면 말일세. ”




나부경은 잠시 함백과 진을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 하긴.... 저 같은 인재라면 나라도 욕심낼 걸세. ”




한 눈에 보기에도, 진의 자질은 너무나 탐나다 못해 질투가 날 정도였다. 




“ 쩝......! ”




만약 자신이 저런 자질과 재능을 타고 났었다면, 진즉에 독으로써 일황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을 지도 모를 일이었다. 




“ 하면, 대체 누구인가?! ”




그가 알기론, 함백의 손녀에겐 창천룡 남궁천이란 정혼자가 있으며, 눈앞의 젊은이는 결코 그가 아니었다. 




“ 허허......! 그냥, 내 스승과 인연이 닿아있는 청년일세. ”




함백은 그렇게 얼버무렸다. 아무리 둘도 없는 친우라지만, 진에 관해선 친우가 알아서는 안 될 해로운 비밀이었다. 




“ 허....! ”




함백의 말에 나부경은 또 한번 놀랐다. 함백이 스승으로 여기고 있는 인물이 동방인이라는 것밖에는 모르지만, 오늘날의 함백을 만들어 낸 것은 다름 아닌 그 동방인이었다. 한데, 그 동방인과 연이 닿아있는 자라면, 필시 범부는 아닐 것이다. 




“ 그럼, 뭐야?! 그냥 식객이란 얘기잖아! ”




누군가가 곁으로 다가서며 퉁명스레 말을 내뱉었다. 




“ 쩝쩝....! 하지만, 정말 탐나는 놈이로세. ”




입맛까지 다셔가며 말이다. 


사선 중, 퉁명스런 말투와 약간은 경박한 듯한 어조를 쓰는 인물은 검선 곽검뿐이다. 




“ 호오! 자네도 왔는가?! 그렇담, 그도 왔겠군. ”




함백이 검선을 반기며 말하자, 누군가가 허공에서 뚝! 떨어지듯 나타나며 말을 받았다. 




“ 그렇잖아도 이렇게 왔다네. ”




사선 중 화선 화무영이었다. 




“ 이렇게 넷이서 만나는 것도 무척 오랜만이군. ”


“ 오랜만은 무슨! 작년 구구절에 만나서 술에 쩔은 냄새가 아직 가시지도 않았구만... ”




나부경이 약간은 감회에 젖은 듯 말하자, 곽검이 퉁명스레 말을 받아쳤다. 




“ 흥! 그러니깐 오랜만이라 한거지. 그리고, 냄새는 무슨 냄새가 난단 말인가?! 이틀이 지난 후에 사라져 버린 것을!! ”




사선 중에서 유독 서로 말다툼이 잦은 것이 나부경과 곽검이었다. 젊을적부터 그랬었다. 자주 다투고 싸웠었다. 하지만...... 




“ 사흘이었네. ”




화선 화무영이 나직한 어조로 나부경의 말을 수정했다. 사선 중 가장 점잖은 편이자, 입이 무거운 편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그가 한 번 말을 꺼내면 나부경과 곽검은 꼼짝도 하지 못했다. 


지금도 그가 한마디 하자, 나부경과 곽검은 꿀먹은 벙어리가 되어 서로를 노려보다 고개를 돌려버렸다. 




“ 하지만.... 정말이지 탐나는 인재로군. ”


“ 그렇지?! ”


“ 그렇지?! ”




화무영이 다시 한마디 하자, 나부경과 곽검은 금새 화색이 되어 화무영을 보며 말했다. 하지만, 동시에 같은 말이 나오자, 서로를 노려보다 다시 또 고개를 돌려버렸다. 


이럴 때, 가장 필요한 게 무엇인지 함백은 잘 알고 있었다. 




“ 자자, 그만하고 들가세나. 내 금존청을 마련해 놓았다네. ”




서로 자주 다투고 싸우지만, 술에 관해선 검선과 독선은 둘도 없는 친우였다. 




“ 하하....! 그럴까나...”


“ 자자, 모하는가?! 어서 들가자구! ”




술 중에서도 금존청은 고급술이자 비싸기에 좀처럼 구경하기 힘든 술이다. 그런 술을 준비해 놓았다고 하자, 둘은 언제 그랬냐는 듯 서로를 챙기며 건물안으로 들어갔다. 




“ 쯧쯔... 하여간 술만 나왔다 하면....! ”




화무영이 나직히 혀를 찼지만, 그런 그의 발걸음도 조금은 빨라지고 있었다. 
























p.s: 늦어서 지송함당.


일주일동안 대타로 교육받느라 죽는 줄 알았습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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