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원견문록 - 11부
본문
어르신! 이야기 속이나 상상했던 일들이 진짜로 자신에게 일어난다면 그 사람은 어찌해야 하겠습니까? “
“ 그게 무슨 말인가? “
진은 차분이 자신에 관한 이야기와 자신에게 벌어진 일을 함백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 허허….! “
진의 얘기를 다 들은 함백은 잠시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진은 노인이 믿지 못하는 듯 싶어자신이 알고 있는 중국의 역사 즉, 대충 진, 당, 송, 원, 명, 청, 지금의 중국을 차례대로 나열했고, 그 밖에 전화라든지, 자동차, 비행기, 종교, 생활양식 등 대는 대로 설명하기 시작했다.
진의 말이 끝나자, 함백은 진과 하늘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담벽을 향해 오른 주먹을 내질렀다. ‘팡’ 하는 작은 소리와 함께 벽에 주먹만한 구멍이 뚫렸다.
“ 음…. 꿈은 아니라는 얘기로군. “
자신만의 독특한 방법으로 꿈과 현실을 확인한 함백은 다시 진을 바라보았다.
“ 그래, 진이라 했던가? “
“ 예, 어르신. “
무협 영화나 무협지에서 묘사됐던 일을 눈 앞에서 목격한 진은 놀라운 눈으로 함백과 구멍뚫린 벽을 번갈아 바라보며 대답했다.
“ 그래, 미래에서 왔다고? “
“ 예, 어르신. 믿기지 않으시겠지만 사실입니다. 이렇게 말하고 있는 저도 아직 꿈인지 생시인지조차 헷갈릴 정도입니다. “
“ 그럼, 미래의 사람들은 다 자네 같은가? “
“ 예? “
“ 알지 모르겠지만, 자네의 몸은 무인이라면 바라마지 않는 아주 이상적인 몸일세. 더불어, 자네의 단전에는 나조차 추측하기 힘든 내공이 깃들어 있네. 처음엔 영약을 먹고 그렇게 됐나 싶었었는데, 미래에서 왔다니…. 허허허… ”
미래의 사람들이 지금 눈 앞의 사내와 같은 몸과 내공을 가지고 있다니….. 함백으로선 감히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세계였다. 하지만, 듣고 있는 진의 놀람은 더욱 컸다.
‘ 내 몸이 무인의… 이상적인 몸이라고? 내 몸에 추측조차 힘든 내공이 깃들어 있다고? ‘
그거야 말로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래도 진은 믿기 힘들었다.
“ 저, 어르신! 말씀 중에 죄송하지만, 제 몸이 어떻다구요? “
“ 응?! 자네… 몰랐는가? “
함백은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꼈다. 하긴, 자신이 생각해도 뭔가 이상했다. 미래의 모든 사람들이 눈 앞의 이 사내처럼 무인의 이상적인 몸과 추측하기 힘든 내공을 지녔을리가 없잖은가?!
“ 지금 자네의 몸은 무인의 이상적인 몸일세. 그리고, 자네의 단전엔 나조차 추측하기 힘든 거대한 내공이 깃들어 있네. 인간의 몸에 이토록 거대한 내공이 깃들어 있을 수 있다니…. 의원으로써 인간의 몸에 대해 다시 한 번 놀라고 있는 실정이네. “
‘ 혹, 생사경을 이루었다면 가능할지도………. ‘
하지만, 함백은 이내 실소를 지었다. 당금의 천하제일인인 일황 조차 현경에 든 지 어언 30년이었지만, 현경에서 벗어났다는 소문을 들은 적은 없었다. 그러할진데, 눈 앞의 이 사내가 생사경을 이루었다?! 함백에겐 그거야 말로 미래에서 왔다는 말보다 더 믿기지 못할 일이었다.
“ 솔직히… 믿기지 않습니다. 지금 일어난 일만 해도 그러한데, 내 몸이 무인의 이상적인 몸이고, 막대한 내공이 깃들어 있다니….. “
“ 앞으로 생각할 시간은 많이 있네. 일단은 식사부터 하는 것이 어떻겠나. 지금 당장 고민해 보았자 답이 나오는 것이 아니잖은가?! “
‘ 전 가진 게 아무것도 없어요. ‘
‘ 자랑 같지만, 당신을 풍족하게 해줄 수 있는 능력이 있소. ‘
‘ 전…. 처녀가 아니예요. ‘
‘ 하하……! 당신을 만족시켜줄 수 있을지 걱정이군. 하지만, 너무 걱정마시오. 이래뵈도 정력에도 자신이 있다오! ‘
‘ 제 마음은 이미 모두 그 사람에게 줬어요. 당신에게 줄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
‘ 이래뵈도 인내심도 강하다오. 부끄럽지만, 초식 하나를 이해 못해 10년 동안 붙들고 있기도 했다오. ‘
‘ 제 안엔…. 이미 그 사람의 아이가 자라고 있어요. 그래도 좋아요? ‘
‘ 음….. 잠시 생각 좀….. 아! 아들이면 함호군, 딸이면 함소소 어떻소? 기왕이면 당신을 닮은 딸이면 좋을 듯 한데, 말이오. ‘
‘ 당신이란 사람은 정말……. ‘
‘ 당신을 사랑하오! 세상 그 누구보다도 당신을 사랑한다고 자신하오. 단지, 그 뿐이오. 사실, 나도 내가 이렇게 누군가를 죽도록 사랑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소, 하하하! ‘
문득, 20여 년전 별채의 작은 정자에서 지금의 남편과 나눴던 얘기를 떠올린 함연연은 의서를 배필(베끼는 작업)하고 있는 남편, 함연의 옆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20여 년전에 비해 수염도 기르고, 젊었던 모습은 기품 있는 중년인의 모습으로 바뀌었지만, 자신에 대한 사랑은 그 때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이 없었다. 아니, 오히려 더욱더 깊어졌다.
‘ 변함없는 사람….. 당신이라서 다행이예요. ‘
20여 년전,
목연연은 18세의 꽃다운 나이에 천하제일미라 불리며 뭇 남성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었다. 하지만, 목연연의 마음을 차지한 것은 막 이름을 떨치던 연씨세가의 장남이었다.
지금도 5년마다 한 번씩 벌어지고 있는 ‘영웅지회’에서 목연연은 연씨세가의 장남 연충소와 함연을 만났었다. 당시, 연충소와 함연은 각각 칠룡의 한 사람으로써 강호에 이름을 떨치고 있었고, 연충소 보다는 함연이 군자검으로 강호에 더욱 이름을 떨치고 있었다. 하지만, 목연연의 눈에 들어온 것은 연충소였다. 연충소도 첫 눈에 목연연에게 반하고 말았다.
서로 첫 눈에 반한 두 사람은 한 달동안 벌어진 영웅지회에서, 낮에는 주위의 눈치를 보며,밤에는 남몰래 매일 밤마다 만나 사랑을 키워가기 시작했다.
‘ 당신을 사랑하오. 알고 있소. 당신과 충소가 서로 사랑한다는 것을 말이오. 다만, 더 늦기전에 고백을 하고 싶었소. 충소, 내 친구이긴 하지만, 진짜 좋은 놈이오. 행복하시오. ‘
어느 날 밤, 언제나처럼 연충소를 만나러 가는 길목에서 만난 함연이 대뜸 한 말이었다. 그때, 자신에 대한 함연의 마음을 처음 알았다.
‘ 괜찮은 사람이구나. ‘
연충소와 몰래 만나다 들켜 부끄러운 마음보다도 그 생각이 먼저 떠올랐다.
‘ 이런 사람을 친구로 두고 있다면………. ‘
목연연은 연충소에게 모든 걸 주어도 아깝지 않다고 생각했다.
‘ 아…..! 연가가………! ‘
그리고, 그날 밤. 유난히 환한 보름달이 비치는 어느 숲 속에서 목연연은 연충소에게 ‘처녀’를 주었다. ‘파과’ 의 아픔을 겪고 여인이 되었다.
‘ 아아….! 연가가………!!
그 후, 목연연은 매일 밤 연충소와 뜨거운 성교를 나누었다. 희열을 느끼면서부터 성교의 쾌락을 알게 되었고, 점점 여자로서의 눈을 뜨게 되었다.
낮에 함연과 셋이서 만나는 일도 잦아졌다. 연충소의 둘도 없는 친구라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함연의 고백을 들은 터라 처음엔 어색했지만, 함연은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목연연을 부담없이 편하게 대했고, 덕분에, 목연연도 함연을 편하게 대할 수 있었다.
가끔은 둘이서 만나지게 되어, 그럴 때마다 담소를 나누곤 했었다.
그리고, 영웅지회 마지막 날 밤엔 연충소와 새벽까지 뜨거운 성교를 나누며, 미래를 약속하고 헤어졌다.
[ 천하제일미 목연연과 연씨세가의 장남 탈명검 연충소와의 혼담 ]
…..은 강호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선망의 대상이 사라지게 되자, 뭇 남성들은 아쉬워하며 한숨을 내쉬었고, 각 세가의 가주들과 구파일방의 장문인들은 이 혼담이 가져올 이익과 손해를 계산하느라 골머리를 앓아야 했다.
하지만, 호사다마라 했던가? 영웅지회가 끝나고 한 달 후, 마교에서 갈라져 나온 혈교가 준동을 했다. 훗날 ‘혈교지겁’ 이라 칭해진 60일에 걸친 혈교와의 대전은 일황삼제사왕사선칠기를 낳았지만, 수 많은 중소 방파와 이름난 세가들이 문을 닫아야 했다.
그 중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것은 목씨세가였다. 목씨세가는 목연연만을 남기고 멸문해 버렸다. 무림은 목연연을 동정했지만, 그 뿐이었다. ‘천하제일미’ 란 허울뿐인 이름만 남아 있는 여인을 받아주는 곳은 없었다. 혼담이 오가던 연씨세가도 마찬가지였다. 연씨세가를 이을 장남의 베필로, 아무것도 없는 여인을 맞아드릴 수는 없는 일이라며, 파혼을 하고는 그 전부터 혼담이 오갔었던 황보세가와 혼담을 추진해 버렸다.
‘ 미안하오. 하지만, 꼭 기다려 주시오. 내 반드시 아버지를 설득해서 첩으로라도 당신을 데려오도록 하겠소! ‘
그녀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파혼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힘이나 배경이 있을 땐, 주위에서 떠받들어 주지만, 그 모든 것이 사라져 버리면 고개를 돌려버리는 것이 세상이요, 무림이었다. 그래서, 혼담이 파기되었을 때, 목연연은 서운해 했지만, 이해를 해 주었다. ‘인심이란게 이런 거구나’ 하는 걸 뼈저리게 느끼면서 말이다.
하지만, ‘첩으로라도 데려오겠다’ 는 말은 목연연에겐 너무나 충격적인 말이었다.
‘ 걱정마시오! 내 당신을 꼭 지켜줄 것이오. 누가 뭐라 한들 내겐 당신뿐이오! ‘
연인에게 많은 걸 기대한 건 아니었다. 단지, 그와 같은 위로의 말을 원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 첩으로라도 데려오겠다…… 라니… ‘
너무나 섭섭하고 기막혀 당장이라도 나올 것 같은 눈물을 목연연은 간신히 참아냈다. 그래도 그를 사랑하는 마음이 너무나 컸다. ‘첩’으로라도 그의 곁에 있고 싶었다.
‘ 믿고…… 기다릴께요. ‘
하지만, 객잔에서 투숙한 지 한 달이 지나도록 믿었던 정인은 두 번 다시 얼굴을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혹시나 싶어서 참고 기다리던 중 임신한 것을 알게 되었다.
‘ 아…..! ‘
목연연은 마지막으로 자존심을 모두 버리고 연충소에게 서찰을 보냈다. 그렇게 해서라도 그에게 매달리고 싶었다.
‘ 내 안에 당신의 아이가 자라고 있어요. ‘
하지만, 온 것은 서찰이었다.
‘ 미안하오. 좀 더 시간을 주시오. ‘
목연연은 모든 걸 포기하고 객잔을 떠났다. 자살까지 생각했지만, 뱃속의 아이를 생각하면 도저히 그럴 수가 없었다. 한 달여 동안 세상을 떠돌던 그런 그녀에게 그래도 마음이 있어 다가 온 세가의 자제나 구파일방의 이름난 후기지수들도 몇몇 있었지만, ‘처녀’ 가 아니란 것과 뱃 속에 아이가 자라고 있다는 걸 알자마자 경멸 어린 시선으로 그녀를 보면서 떠나가버렸다.
그 중에는 그 사실을 알게 되자, 오히려 강간하려던 망나니까지 있었다. 다행이, 그녀의 무공이 낮지 않았거니와, 그 때 나타난 것이 함연이었다.
‘ 늦어서 미안하오. 당신의 걸음이 워낙 빨라서 따라잡기가 무지 힘들었다오, 하하! 일단은 우리 산장에 가서 쉬시는 것이 어떻겠소? 자랑 같지만, 경치가 괜찮아 지친 몸을 쉬기에는 더없이 좋다오. ‘
개망나니를 쫓아 보내고 나서 함연이 한 말이었다. 목연연은 못이기는 척 함연을 따라갔다. 그의 말대로 임신한 몸이라 온 몸이 너무 피곤했고, 이러다 혹 아기한테 안좋은 일이 생길까 걱정스러워서였다.
‘ 미안하오. 더 이상 내 마음을 참을 수 없어서 당신을 불렀소. 당신을 향한 내 마음은 그대로요. 아니, 갈수록 더 깊어져만 갔다오. 충소와 혼담이 오갔을 땐, 중이 되려 절까지 찾아갔었소. 하지만, 당신의 소식을 듣자마자 삭발식을 팽개치고 당신을 찾아 헤멨소. 당신에겐 미안하지만, 혼담이 파기됐다는 걸 듣자마자 난 솔직히 기뻤다오. 내게도 조금은 기회가 생겼구나! 하고 말이오.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소. 사랑하오. 당신을 사랑하오, 연매! 그 누구보다 당신을 사랑하오! 당신을 행복하게 해주겠소. 나와 혼인해 주시오! 당신이 후회하지 않도록 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오! ‘
성수산장의 별채에서 지내게 된지 한 달 정도 되던 어느 보름달 밤의 일이었다. 부끄러운 얼굴로 찾아와 별채의 정자로 불러내놓고서는 아주 진중한 표정과 뜨거운 눈빛으로 청혼을 해왔다. 목연연은 조금 마음이 흔들렸다. 그 절실한 사랑고백에 안흔들릴 여자는 없으리라.
하지만, 또 다시 실망하거나 상처받기는 싫었다. 아니, 그보다는 남자에 대한 불신이 너무 컸다.
‘ 이 남자도 사실을 알게 되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
문득, 그게 궁금해진 목연연은 입을 열었다. 반쯤은 놀리는 심정으로, 반쯤은 ‘ 이 남자도 다른 남자들과 별다를 바 없는 사내일거야’ 하는 자신의 마음에 확신을 가지며 말이다. 하지만………..
‘ 당신도 알다시피 전 가진 게 아무것도 없어요. ‘
‘ 자랑 같지만, 당신을 풍족하게 해줄 수 있는 능력이 있소. ‘
누구나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이 다음 말엔 어떻게 반응할까?
‘ 전…. 처녀가 아니예요. ‘
‘ 하하……! 당신을 만족시켜줄 수 있을지 걱정이군. 하지만, 너무 걱정마시오. 이래뵈도 정력에도 자신이 있다오! ‘
‘ ………….! ‘
하지만, 함연은 진짜로 조금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 말하기까지 했다. 처음이었다. 경멸어린 시선이 아닌 이렇게 따뜻한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남자는…………
목연연은 가슴이 뭉클해짐을 느끼며 계속해서 입을 열었다.
‘ 제 마음은 이미 모두 그 사람에게 줬어요. 당신에게 줄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
‘ 이래뵈도 인내심도 강하다오. 부끄럽지만, 초식 하나를 이해 못해 10년 동안 붙들고 있기도 했다오. ‘
‘피식~!’ 목연연은 자신도 모르게 실소를 지었다. 어쩌면 이 사내라면 자신을 받아줄지도 몰랐다. 하지만, 자신은 이미 다른 남자의 아이를 가지고 있는 상태였다. 그래도, 자신을 받아줄 수 있을까?
목연연은 함연에게서 등을 돌려 달빛에 비친 연못을 바라보며 힘겹게 입을 열었다.
‘ 제 안엔…. 이미 그 사람의 아이가 자라고 있어요. 그래도 좋아요? ‘
자신을 받아줄 듯 하던 세가의 자제나 구파일방의 후기지수들도 이 말엔 모두들 떠나가 버렸다.
‘ 하지만, 이 사람이라면 받아줄지도 몰라. ‘
목연연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놀랐으며, 이 사내가 자신을 받아줬으면 하고 내심 무척이나 기대하고 있는 자신에게 또 한 번 놀랐다.
‘ 음….. 잠시 생각 좀….. 아! 아들이면 함호군, 딸이면 함소소 어떻소? 기왕이면 당신을 닮은 딸이면 좋을 듯 한데, 말이오. ‘
잠시 고민하는 듯 하던 함연의 반응에, 목연연은 ‘역시나 그렇지’ 하면서 실망을 하면서도, 생각보다 그 실망감이 너무나 크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이어진 함연의 말은 그녀를 감동시키기엔 충분했다.
‘ 당신이란 사람은 정말……. ‘
목연연은 눈물이 나오는 걸 간신히 참아냈다.
‘ 당신을 사랑하오! 세상 그 누구보다도 당신을 사랑한다고 자신하오. 단지, 그 뿐이오. 사실, 나도 내가 이렇게 누군가를 죽도록 사랑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소, 하하하! ‘
목연연은 함연의 청혼을 받아들이기로 결심했다. 목연연은 뒤돌아서서 함연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당신과 혼인할께요.
하지만, 정작 입에서는 다른 말이 튀어나왔다.
‘ 나에게 남자는 오직 그 사람뿐이예요. ‘
연연아, 너 왜그러니?! 이 사람이라면 괜찮아.
아니, 확실히 그랬다. 함연이라면 자신의 인생을 맡겨도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함연에 비한다면 자신이 가진 것은 하나도 없었다.
‘ 그 사람으로 인해서 전 여자가 되었고, 성교의 쾌락을 알게 되었어요. ‘
너무나도 초라해, 그 점이 새삼 함연에게 미안해졌다. 더군다나, 다른 남자의 아이까지 가진 자신에게 이 바보 같은 사내는 너무 과분했다.
‘ 그 사람외에 다른 남자와의 성교는 생각할 수도, 생각하기조차도 싫어요. ‘
이 사내에겐 자신보다 더 나은 여자가 필요했다. 요 근래 자주 드나들고 있는 남궁세가의 남궁일미 남궁초, 그녀라면 자신보다 훨씬 나은 배필이 될 것이다. 하지만, 왠지 눈물이 나올 거 같아 목연연은 애써 냉정을 유지하고 계속해서 입을 열었다.
‘ 당신과 잠자리를 같이할 수는 있어도 성교는 할 수 없어요. 그 사람외엔 그 누구도 제 몸을 만지거나 할 순 없어요. 그래도…….. 좋아요? ‘
마지막 말은 우습지만, 그래도 자신을 붙잡아 줬음 하는 마음에 그렇게 말한 것이었다. 함연의 얼굴이 처연해졌다. 그 얼굴을 보고 목연연은 그 어느때보다도 커다란 실망감을 느꼈지만, 마음을 다잡았다.
그래, 이걸로 된거야.
하지만, 걱정스러운 듯한 어투로 묻는 함연의 말에 목연연은 끝내 함연의 품에 안기다시피하며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 저…. 정말 손끝하나 댈 수 없소? 손만이라도 잡고픈데 안되겠소? 내 맹세코 당신의 손 외엔 털끗하나 손대지 않겠소. ‘
‘ 당신이란 사람은 정말………… ‘
‘ 하하….! 당신을 너무나도 사랑하오. 나도 나 자신을 어찌할 수가 없다오. ‘
모든 사실을 알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시아버지인 함백은 흔쾌히 두 사람의 혼인을 허락해주었고, 한 달 뒤, 목연연은 산장 사람들의 축복을 받으면서 함연과 혼인을 올렸다. 그리고, 여섯달 뒤 목씨에서 함씨로 바뀐 함연연은 딸을 나았고, 이름을 ‘소소’ 라 지었다.
처음엔 어찌할까 궁금하기도 하고, 또 자신에게 맹세한 것도 있기도 해서 연연은 그저 가만히 지켜만 보았다. 하지만, 임신 기간이나 출산 후 석 달 동안 산후조리를 위해서 그렇다 치더라도, 그 후 석 달이 넘도록 함연은 함연연에게 맹세한대로 손만 잡았을 뿐, 그 외엔 손끝 하나 대지 않았다. 잘 때도 손만 잡고 잤다. 그래도 함연의 얼굴은 행복하다는 듯 미소짓고 있었다.
‘ 아……! 정말이지 바보 같은 사람…….. ‘
함연연은 그제서야 함연이 어떤 사람인지 아주 절실히 깨달았다. 더불어, 커다란 감동을 느끼고 눈물까지 흘렸다.
‘ 당신을 만나서 다행이야. ‘
함연연은 그때부터 함연을 유혹하기 위한 작전에 들어갔다. 그의 은혜에 조금이라도 보답하고자 였다. 함연은 그가 맹세한 대로 자신에게 손대지 않을 것이요, 또 자신이 먼저 나서서 함연에게 안아달라고 하기에는 그에게 너무나 미안하고 염치없는 일이었다.
함연연은 모유를 먹일 때, 함연에게 잘 보이도록 일부러 가슴을 활짝 내놓기도 했고, 잘 때는 야한 침의로 갈아입고 먼저 침대에 누워 함연을 기다리기도 했다. 하지만, 함연은 침을 꿀꺽~! 삼키면서 자지를 곧추 세우면서도 손만 잡고 잘 뿐, 그녀를 건드리지 않았다.
잠시 다른 여자가 있어서 그런 건 아닌 가 생각하기도 했었지만, 그건 결코 아니었다.
함연연은 좀 더 대담하게 나가기로 결심했다. 젖가슴 가리개와 하의 가리개를 모두 벗어버리고, 허벅지 중간 정도 밖에 안닿는 속이 환희 비치는 망사의를 입고, 침대에 다소곳하게 앉아 함연을 기다렸다.
하지만, 눈에 핏발을 세우고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것도 잠시, 함연은 이내 슬그머니 시선을 돌리고는 여전히 손만 잡고 잤다. 그래도 이렇게까지 입었으니, 자신이 잠든 사이에 조금이라도 만져보겠지 하고, 잠든 척 하면서 기다려 보기도 했다. 무려 일주일 동안이나 그 짓을 해보았지만, 역시나 헛수고였다.
함연연은 자신이 뭔가 크게 잘못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도 남자이니, 조금은 자신의 몸에 욕심이 있는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이 사람이 원하는 것은 육체가 아니라 자신의 마음이었다.
‘ 이깟 자존심이 뭐라고….. ‘
그 날, 함연연은 자리에서 일어나 망사의를 벗어 던지고는 함연의 바지속으로 손을 집어 넣어 그의 자지를 만졌다. 그리고는 함연이 뭐라 말하기도 전에 그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 연매….! 난 이런 걸 바란 게 아니오. ‘
‘ 바보 같은 사람같으니라구. 당신은 제 마음에 들어온 지 이미 옛날이예요. ‘
함연연은 함연의 온 몸을 애무하며 옷을 벗겼다. 함연의 자지도 처음 보았다. 그 사람외에 다른 남자의 자지를 보는 건 처음이었다.
이것이 이 사람의 자지………
그 사람의 자지보다는 조금 작은 거 같았지만, 굵고 뜨거웠다. 함연연은 손으로, 입으로 함연의 자지를 마음껏 느끼고 맛보았다.
이젠 정말 안녕이예요, 연가가……!
마음속으로 옛 정인과의 이별을 고하며, 함연연은 함연의 위로 올라가 다리를 벌려 함연의 양 허리옆에 무릎을 댔다. 그리고, 한 손으론 보지를 벌리고, 한 손으론 자지를 잡아 보지에 댄 다음 천천히 엉덩이를 내렸다. 자지가 보지 속살을 가르며 속으로 들어오는 게 느껴졌다.
‘ 아………! ‘
거의 2년 만에 자지를 받아들여서인 걸까? 약간의 통증이 느껴졌지만, 그것도 잠시 이내 온 몸이 꽉 찬 듯한 느낌에 함연연은 신음을 흘렸다. 몸 속 깊은 곳에서 뚜렷하게 전해져 오고 있는 함연의 자지의 느낌은 생각보다 자신의 몸에 너무 꼭 맞았다.
‘ 음……! ‘
함연연은 두 손으로 함연의 가슴팍을 짚고는, 천천히 엉덩이를 들어올려 자지를 귀두 부분까지 뺏다가 다시 천천히 엉덩이를 내리면서 보지 속살을 가르며 들어오는 자지를 맛보았다.
‘ 음……! 아아………! ‘
함연의 자지가 보지를 들락날락하면서 전해주는 쾌감은 생각보다 너무나 좋았다. 잊었던 감각들이 급격히 되살아나기 시작하면서 함연연은 열락의 늪으로 빠져들어갔다. 도중에, 소소가 잠에서 깨어 칭얼거리자, 함연이 상체를 일으켰지만, 함연연은 그를 꽉 안고 꼼짝도 못하게 했다.
‘ 지금 이 시간은 당신과 나만의 시간이예요. ‘
그리고는 그의 입에 입맞추고는 처음으로 그의 입 안에 혀를 넣어 그의 입 안 구석구석을 맛보며, 그의 혀와 어울렸다. 생각보다 그의 입맞춤 실력은 형편없었지만, 너무나 그녀를 기분좋게 만들었다.
‘ 아…..! 아아….!! ‘
상하로 움직이던 엉덩이가 앞, 뒤, 좌, 우로 부드럽게 원을 그리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움직임이 점차 빨라지면서 그녀의 쾌감도 점점 커져만 갔다. 하지만, 함연은 한계였다. 처음인 그가 함연연을 절정으로까지 이끌어 주기에는 조금 모자랐다. 여기까지 버틴 것만 해도 잘한 거였다.
‘ 연매…..! ‘
함연연도 그의 자지가 금방이라도 사정할 것 같은 상태라는 걸 느끼고는 동작을 멈추었다. 자지가 사정하기 직전이란 걸 느낀 건 처음이었다. 그 사람하고 할 때는 이렇지 않았었다.
아……….!
순간, 함연연은 자신이 이 사내의 씨앗을 받을지 말지 고민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이미 몸까지 섞긴 했지만, 그의 씨앗까지 받는다면 이제는 정말이지 정인과는 영영 이별이었다.
‘ 아……….. ! ‘
이제는 완전히 이별한 줄 알았었는데…. 이제는 완전히 묻어버렸다 생각했었는데, 아직도 옛 정인을 그리워 하는 마음이 남아 있었다니……..
‘ 무리하지 마시오. ‘
그녀의 마음을 눈치 챈 것일까? 함연이 부드럽게 자신의 몸에서 그녀의 몸을 떼어냈다.
‘ 내게 자식은 소소 하나뿐이오. 그 이상은 필요 없소. ‘
‘ 아……….. ! ‘
함연연은 옛 정인의 기억을 완전히 떨쳐버리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더불어, 함연에게 너무나 미안했다. 이러면 안되는데…. 이젠 이 사내의 여인이요, 부인인데…..
함연연은 함연의 씨앗을 받아들이기로 굳게 결심했다. 하지만, 막상 함연의 자지를 보니, 왠지 망설여졌다.
‘ 너무 무리하지 마시오. 내겐 소소 하나면 충분하다오. ‘
함연이 그녀의 얼굴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말했다.
바보 같은 사람…….
함연연은 그의 입술에 정열적으로 입을 맞추었다. 그리고 한 손으로 그의 자지를 잡고 얼굴을 숙여 자지를 입에 물었다.
‘ 연매…….! ‘
함연이 놀라 만류했지만, 함연연은 아랑곳 않고 자지를 깊숙히 입에 넣고, 머리를 상하로 움직이면서 혀로 기둥과 귀두부분을 살살 핥았다. 그 공격을 함연이 버텨낼 수 있을 리 없었다.
‘ 연매, 그러지 마오. 그러다 나……… ‘
‘ 괜찮으니깐 싸세요. ‘
함연연은 귀두 부분만을 입에 문 체, 얼굴을 들어 그의 눈을 바라보면서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머리를 상하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 으…. 연매, 미안하오. ‘
함연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그녀의 입에 사정하고 말았다. 두 번, 세 번… 연달아 사정한 정액의 양은 많았지만, 함연연은 그 많은 정액을 모두 삼켰다. 진한 밤꽃 냄새와 더불어 약간 비릿하긴 했지만, 참을 수 없을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입으로 정액을 받은 적은 있어도 그 정액을 먹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 사람과 할 때, 한 번 시도한 적은 있었지만, 비린내 때문에 포기한 이후로, 입으로 정액을 받아준 적은 몇 번 있었지만 먹은 적은 없었다.
이것으로…………..
함연연은 이 사내의 씨앗을 몸으로 받는 것 대신에 먹는 것으로 대신했다 생각하기로 했다. 그 후, 함연연은 지금까지 아니, 어제까지 함연과 성교할 때마다 온갖 정성과 기교로 그를 기쁘게 했으며, 창녀 같은 짓도 서슴지 않았다. 그리고 한 번도 빠짐없이 그의 정액을 받아 마셨다.
하지만, 이제 소소도 성혼할 나이가 되었고, 이미 든든한 짝이 생겼다. 이제는 더 이상 그를 기다리게 하기 싫었다. 아니, 이제는 그녀가 더 이상 기다리기 힘들었다. 그래서 오늘, 아들을 갖기에 좋은 시간대라는 새벽을 통해 함연을 유혹하여 성교를 하고 그의 씨앗을 받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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