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SF

중원견문록 - 10부

본문

이왕 나온 거, 함백은 아들 내외를 찾아가기로 했다. 손녀와 사내에 관한 일도 알려줄 겸 오랜만에 아들 내외랑 차 한 잔 하고 싶어서였다. 분주히 움직이는 하인들의 인사를 뒤로 하고 아들 내외의 처소에 당도한 함백은 헛기침을 하려다 당황해서는 자리를 벗어났다. 아들 내외가 일(?)을 치루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늘 높이 치켜 든, 새하얀 엉덩이 사이로 보이는 보지에 자지가 나타나더니, 쓰윽~! 깊숙히 들어간다. 




“ 아……… ! “


“ 음….! “




질벽을 헤집으면서 보지 깊숙히 들어오고 있는 자지의 그 생생한 느낌에 여인은 절로 신음을 흘렸고, 입구에서부터 자지를 끊임없이 조여대는 그 부드러우면서도 말랑말랑한 보지의 느낌에 사내는 억눌린 신음을 흘렸다. 




“ 아아…..! 역시 당신 보지는 최고요. “




금방이라도 쌀 거 같은 기분을 간신히 억누르면서, 사내는 천천히 보지에서 자지를 귀두부분까지만 빼내었다. 그러다 다시 여인의 허리를 잡고는 천천히, 그러나 좀 전보다 더욱 깊숙히 삽입하면서 부드럽게 자지를 조여오는 느낌을 음미했다. 




“ 흐윽………! “




온 몸이 꽉 차면서도 자궁 깊숙히 와 닿는 그 느낌에, 여인은 억눌린 신음을 토했다. 부끄럽고 수치스러운 자세지만, 그러한 감정들이 오히려 더욱 흥분을 불러일으켰다. 


사내가 다시 자지를 천천히 귀두 부분까지 뺐다가 천천히 넣기를 반복하기 시작한다. 




‘ 찌걱…! 찌걱….! ‘




애액이 많아지면서 찌걱이는 소리가 흐르기 시작한다. 




“ 아……..! 음…..! 아아…….!! “




여인이 억눌린 신음을 터뜨리며, 사내의 움직임에 맞추어 엉덩이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자지가 깊숙히 들어올 때는 조임을 풀고, 나갈 때는 꽉 조이면서 보지 속을 드나느는 자지를 생생하게 맛보았다. 




“ 음……..! 아아………! “




억눌린 듯 하면서도 고혹적인 여인의 신음소리 마저 사내를 더욱 흥분시킨다. 


보지 속으로 천천히 드나들기 시작하던 자지의 움직임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세번은 짧게! 한번은 길게~! 박자까지 맞추어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에 맞추어 여인의 허리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 찌걱! 찌걱! 탁탁탁! ‘




살과 살이 부딪치면서 흘러나오는 찌걱이는 소리는 여인의 흥분을 더욱 부채질했다. 




“ 음…! 아~! 아흑…….! 가가…….! 음…..! 아아….!! “




여인은 비단 베게에 고개를 깊숙히 파묻고는 억눌린 신음을 터뜨리며, 침대보를 꽈악~! 움켜쥐었다. 점점 정신이 나른해지고 온 몸이 붕~! 떠오르며, 몸 속 깊은 곳에서부터 피어오른 쾌락이 빠르게 절정을 향해 치닫기 시작했다. 




“ 아흐…..! 아…..! 아아……….!! 가가………!! “


“ 우으……….! “




앞으로 한고비! 한고비만 더 ! 


여인은 마지막은 정상위로 맞고 싶었다. 이렇게 부끄럽고 수치스러운 자세로는 절정을 맞이하고 싶지 않았다. 여인은 동작을 멈추고는 고개를 뒤로 돌려 사내를 바라보며 애원했다.




“ 아….! 가가. 마지막은…. 음….! 정상위로…가가…..! “




여인의 애원에, 사내는 동작을 멈추고는 보지에서 자지를 뺐다. 여인은 등 뒤로 누워, 다리를 들어올리고는 좌우로 활짝~! 벌렸다. 허벅지가 벌어지면서 역삼각형으로 자리잡은 수풀과 보지가 나타났다. 




“ 가가..! 어서……….! “




여인은 두 손으로 보지를 좌우로 활짝 벌리고 사내를 재촉했다. 음란하면서도 매혹적인 여인의 모습에, 사내는 나직히 신음을 흘리며, 여인에게 다가갔다. 사내가 다가오자 여인은 한 손으로 사내의 자지를 잡아 보지에 인도했다. 사내가 허리를 낮추자, 자지가 보지의 입구를 가르면서 천천히 안으로 들어갔다. 보지의 속살들이 자지를 열렬히 환영하며 따스하게 감싸고 조여왔다. 




“ 아…..! 가가….!! “




잠시 허전해졌던 몸이 사내의 자지가 다시 들어오면서 꽈악 채워졌다. 사내의 자지를 좀 더 깊숙히 받아들이기 위해, 여인은 두 발을 활짝 더 열어 제치고, 두 손으로는 사내의 엉덩이를 꽉 움켜쥐으며 끌어안았다. 그리고는 자지를 부드럽게 조이면서 사내의 행동을 재촉했다. 




“ 음….! “




사내는 여인의 목에 얼굴을 파묻고는 부드럽게! 그러나 끊임없이 자지를 조여대는 보지를 잠시 맛보았다. 그러다 이내, 허리를 움직여 삽입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사내의 허리가 움직이자, 그 움직임에 억눌린 신음을 흘리며 여인도 같이 허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 아….! 으음…..! 아…..! 아아…….!“




잠시 가라앉았던 흥분이 거세지면서 여인의 온 몸을 달아오르게 만들었다. 자지가 들락날락할 때마다 여인은 주체할 수 없는 흥분을 느끼면서, 어떻게 해서든 자지를 더욱 깊숙히 받아 들이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했다. 




“ 후우….! “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한계였다. 사내는 마지막 안간힘을 다하여 허리를 격렬하게 움직여갔다. 사내의 허리의 움직임이 격렬해지자, 억눌린 듯한 여인의 신음소리도 점점 커져갔다. 




“ 아……! 가가……..! 가가……! 아아…..! 가가………..!! “




순간, 몸 깊숙한 곳에서 뭔가가 터지는 듯한 격렬한 쾌감과 절정이 여인의 온 몸을 엄습했다. 여인은 자신도 모르게 허리를 활처럼 휘고, 두 손으론 사내의 엉덩이를 꽈악 움켜쥐고는 온 힘을 다해 자신의 허리를 향해 끌어 당기면서, 자신도 엉덩이를 들어 환영해 주었다. 수풀과 수풀이 하나로 합쳐지면서 치구와 치구가 한치의 빈틈도 없이 맞물렸다. 그 상태에서, 여인은 자지를 격렬하게 조이면서, 허리를 움직여 자신의 치구를 사내의 치구에 격렬하게 비벼댔다. 한치의 틈도 없이 맞물린 치구와 치구가 격렬하게 비벼지면서 여인은 연달아 강렬한 절정을 느꼈다. 




“ 아흐….! 가가….! 가가……!! 아아………….!! “




오랜만에 느껴보는 환희이자, 절정이었다. 여인은 눈물까지 살짝 글썽였다. 




“ 윽….! 연매! 미안하오. 더 이상 못참겠소. ”




자지가 뜨거운 액에 감싸이면서 갑자기 수축하면서 급격히 조여대는 질벽의 움직임에, 사내는 더 이상 견디기 힘들어 자지를 빼려 했다. 그런 사내의 움직임에, 여인은 사내의 엉덩이를 잡고 있는 손에 더욱 힘을 주면서 사내의 엉덩이를 끌어당겼다. 




“ 연매…..! “




사내가 놀란 얼굴로 여인을 바라보았다. 여인은 사내를 마주 바라보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이젠 안에다 싸주세요. 더 이상 기다리는 건 싫어요. “


“ 아… 연매….! “




새삼, 여인에게 더할 나위 없는 사랑스러움을 느끼며, 사내는 여인에게 입을 맞추었다. 여인은 엉덩이를 쥔 손을 풀어 사내의 목을 감싸고는 혀를 내밀어 사내의 입 안으로 집어 넣었다. 혀와 혀가 만나 얼키고 설키면서 달콤한 타액이 흐르기 시작했다. 




‘ 아…..! ‘




어느 새, 공세에서 수비로 바뀌어 자신의 입안으로 들어온 사내의 혀를 살살 달래던 여인은 자신의 몸 속 깊은 곳에서 뜨거운 뭔가를 느꼈다. 더 이상 참지 못한 사내가 드디어 사정을 한 것이다. 두 번, 세 번….. 연달아 사내의 뜨거운 사정을 느끼면서 여인은 똑같이 작은 절정을 느꼈다. 그러면서,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 이미, 각오한 일이었지만, 막상 사내의 사정을 느끼자 마음이 복잡해지면서 절로 눈물이 흐른 것이다. 




“ ……!! 연매, 미안하오. 내가 그만 욕심을 부려서…… “




여인의 눈물을 느낀 사내는 여인의 눈물을 닦아주고는 자신을 자책하며, 서둘러 여인의 보지에서 자지를 빼내려 했다. 




“ 아, 아니예요, 가가. “




여인은 두 팔로 사내의 목을 끌어안으면서 두 발로 사내의 허릴 꼬옥 껴안았다. 




“ 그냥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와서………… 그러니깐, 빼지 말아 주세요. “




그래도 사내가 자신을 걱정스런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자, 여인은 활짝 미소를 지으면서 사내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 바보 같은 사람. 당신은 내가 택한 사람이예요. 당신은…..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나를 마음대로 만지고, 가질 수 있는 사람이예요. 그러니깐, 걱정 마시고 좀 더 당신이 원하시는 대로 저를 마음껏 다뤄주세요. 




여인은 진심을 다하여 사내의 입에 입을 맞추었다. 사내의 입 안에 혀를 넣어 사내의 마음을 달래듯 사내의 입 안 구석구석을 어루만지면서, 사내의 혀와 하나가 되었다. 그러면서 자신의 몸 속에서 점점 작아지고 있는 사내의 자지를 부드럽게 조였다 풀었다 했다. 




“ 음….! “




여인의 자극에 더 이상 참지 못한 사내는 거칠게 여인의 입술을 탐했다. 죽어가던 자지도 거세게 되살아났다. 




“ 아…..! “




몸 속에서 급격하게 커지는 자지를 느끼면서 여인은 허리를 부드럽게 움직였다. 가라앉았던 흥분이 다시 서서히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 음..! 연매. “




사내는 여인의 허리가 움직이지 못하게 꼭 붙잡았다. 




“ 더 하고 싶지만, 이제 일어날 시간이오. 더 했다가는 장원의 모든 사람들이 우릴 보게 될지도 모르오. “


“ 아….. “




여인은 창피하고 부끄러운 마음에 얼굴을 붉히고 말았다. 오랜만에 느낀 절정감에 그만 시간을 잊어버린 것이었다. 그런 여인의 입술에 부드럽게 입맞춘 후, 사내는 여인의 보지에서 자지를 빼내고는 몸을 일으켰다. 사내의 자지가 빠지면서 활짝 벌어진 여인의 보지에서 주르륵 정액이 흘려 내렸다. 상체를 들어 물끄러미 그 모습을 본 여인은 자신이 비로소 이 사내의 진정한 여자가 되었음을 깨달았다. 


사내는 한쪽에 놓아 둔 비단으로 여인의 보지를 부드럽게 닦았다. 그리고는 자신의 자지도 닦으려 했다. 그런 사내의 손을 여인이 붙잡았다. 




“ 연매? “




여인은 대답 대신, 침대에 엎드려, 얼굴을 숙여 정액과 자신의 애액으로 범벅이된 사내의 자지를 입에 물었다. 여인은 온 마음과 정성을 다하여 사내의 자지에 묻어 있던 정액과 자신의 애액을 깨끗하게 핥아 먹었다. 그 동안, 사내의 정액을 입으로 받긴 했어도 삼킨 적은 오늘이 처음이었다. 자신의 애액도 오늘 처음 먹어보았다. 진한 밤꽃 냄새가 풍기긴 했지만, 비릿하거나 하진 않았다. 아니, 오늘따라 왠지 달콤한 맛마저 들었다. 




“ 아……! 연매. 그만하면 됐소. “




사내는 여인을 일으켜 세우고는 부드럽게 껴안으면서 여인의 입에 입맞추었다. 




“ 아… 가가. “


“ 오늘 밤, 그 어느 때보다도 더 당신을 뜨겁게 해주겠소. “


“ 아…..! “




여인은 생각만으로도 온 몸이 짜릿하게 달라 올라, 얼굴을 붉게 물들였다. 




“ 이제 그만 준비합시다. “


“ 네. “




사내와 여인은 자리에서 일어나 침대 한 쪽에 잘 개놓은 의복을 입었다. 그 때, 인기척과 함께 창노한 음성이 들려왔다. 




“ 가주! 일어나셨는가?! “




전 가주이자 사내의 아버지요, 여인에겐 시아버지 되는 자, 함백이었다. 


사내, 함영은 서둘러 문을 열어주었다. 




“ 오셨습니까, 아버지. 저희가 곧 문안인사 드릴 터인데…. “


“ 신경쓰지 말거라. 내 긴히 할 말이 있어서 온 것이다. 어멈아, 차나 한 잔 다오. “


“ 예, 아버님. “




여인, 목연연에서 함연연이 된지 20여 년정도 된 여인이 침상 한쪽에 놓인 줄을 잡아 당겼다. 잠시 후 시종 한 명이 다기를 놓고 사라졌다. 함연연은 세 개의 잔에 차를 따르고 자신도 남편의 옆에 앉았다. 




“ 다름이 아니라….. “




차를 한 모금 마셔 입을 축인 함백은 소소에게 일어난 일을 간략하게 전해주었다. 




“ 크나큰 기연이로군요. “


“ 세상에, 그런 기연이 다 있다니….! “




함연과 함연연은 서로를 보며 기뻐했다. 자식의 기쁨은 부모의 더 없는 기쁨이기도 하다. 




“ 해서 말인데, 별채 하나를 비워두고 너희가 친히 신경 좀 써줬으면 싶구나. 맘 같아선 내가 곁에서 지켜보고 싶지만, 내일부터 그 동안 미뤄두었던 의서를 집필해야 하기 때문에 여의치가 않을 것 같구나. 어멈에겐 미안한 일이지만, 친히 신경 좀 써다오. “


“ 당연한 일을. 너무 심려치 마세요, 아버님. 제가 특별히 신경쓰도록 하겠습니다. “


“ 또 하나, 남궁공자에게도 사정을 좀 설명해줘야겠더구나. “


“ 그 점은 걱정 마십시오, 아버지. 제가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 하지만, 남궁공자가 실망하지나 않을까 걱정입니다. 곧 다가 올 소소의 생일을 축하 해주기 위해 어렵사리 걸음한 건데, 소소가 생일 전까지 폐관을 끝마치지 않는다면… “




의술을 배운다는 목적으로 남궁천이 그의 누이와 함께 성수산장을 찾아왔지만, 실은 그가 어렵사리 성수산장을 찾아온 진정한 목적은 약혼녀인 함소소의 생일을 축하해 주기 위해서였다. 




“ 그도 무인이라면 실망하기보단 기뻐해 주겠지. 그보다 조반 좀 신경 써다오. 내 그 사내를 데려올 테니 말이다. 같이 식사나 하면서 얼굴이라도 익혀두려무나. “


“ 예. “


“ 내 다시 한 번 당부하마. 특별히 신경 좀 써다오. 소소에게 크나큰 은혜를 베풀어 준데다가 내 스승님과 같은 동방인이다. “


“ 예, 아버님. 하인들에게도 특별히 당부하겠습니다. “


“ 그럼, 이따가 보자꾸나. “




함백은 자리에서 일어나 아들 내외의 처소에서 나와 자기 처소로 향했다. 






의원이라는 노인에게 말은 그렇게 했지만, 진의 머릿속은 여전히 뒤죽박죽! 도저히 정리가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아니, 정리가 가능한 지도 의문이었다.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도저히 불가능해 더 답답하고 미치고 환장할 거 같았다. 




‘ 이런 것이 신의 장난이란 걸까..? 운명의 장난…? ‘




‘장난’ 이라는 것쯤으로 치부하기엔 너무나 어이없고 황당무계한 일이다. 


진은 다시 한 번 차분히 생각을 해보았다. 


‘ 그러니깐, 저녁 6시 좀 넘어서 백년문에 도착했고, 10미터도 채 안되는 동굴안으로 들어갔었고. 그러다 동굴을 나오기 위해서….. 위해서?! 뭐였지? 그 다음에 분명 뭔가…… ‘




하지만, 그 이상은 생각나지 않았다. 단지, 눈을 떠 보니 자신은 목조 침대에 누워 있었고, 지금 자신이 있는 곳이 과거 중국이라는 믿지 못할 현실뿐이었다. 




‘ 그럼 난, 동굴을 나오려다가 그대로 기절한 것인가? 눈을 떠보니 여기고?! 하! ‘




진은 탄식했다. 




‘ 이제 난 어떻게 해야 하나……’




앞 일을 생각하니, 갑자기 두려움과 알 수 없는 내일에 대한 공포가 엄습해 왔다. 


길을 잃어버렸다면, 표지판을 보고 길을 찾으면 된다. 대로로 나가서 아무나 붙잡고 물어 물어 찾으면 그만이다. 외국 여행 중일때도 마찬가지다. 슬럼가나 불량해 보인다 싶은 이들-이마저도 실상 쉽게 만나지지 않는다.-만 잘 피해서 물어보면 된다. 오히려, 관광객이기에 더욱 친절히 대해주기도 한다. 하다 못해, 돈, 지갑 등 모든 걸 잃어버렸어도 경찰에게 도움을 청하면 그럭저럭 해결이 된다. 


그러나, 지금 ‘현재 있는 곳’ 은 그렇지 않다. 길? 말이야 통한다 치고, 찾아서 어떻게 할 것인가? 길을 안다 해도 지금이 어느 시대인지도 모르는 한국에 가서 무얼 한단 말인가? 집도, 가족도, 친구도 없다. 하다 못해 조금의 면식이라도 있는 사람조차 없다. 


무엇보다도 지금 당장 시급한 사항은 무얼 어떻게 해서 살아가야 하는가! 다. 지금 있는 곳이 의원이라 하는데, 의원이면 최소한 비용이 든다. 일면식이라도 있다면야 한 번쯤은 공짜로 치료를 받을 수 있겠지만, 자신은 생판 남 모르는 사이다. 


솔직히, 이렇게 계속 있어도 좋을지 걱정이었다. 하지만, 무작정 여길 나가서 어떻게 한단 말인가?! 




‘ 하! 내가 생활력이 약한 건지… 아님 소설속의 주인공들이 억척스러운건지…. ‘




진은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보았다. 문을 나오자 마자 넓은 마당이었는데, 마당이라기엔 저원같아 보였다. 한쪽엔 작은 연못과 관상용 잉어까지 있었고, 그 연못 주위로는 화단이 조성되어 있었다. 




“ 멋지구나~! “




멋있긴 멋있었다. 무슨 꽃인진 모르겠지만 꽃은 예뻤고, 향기로웠다. 햇살은 따스하고, 바람은 솔솔 불어왔지만, 도무지 현실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에 있는 거 같았다. 


진은 그냥 땅바닥에 주저 앉아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하늘조차도 구름 한 점 없이 맑았다. 




‘ 나는………….. ‘




그냥 아무런 생각없이 그러고 멍하니 앉아 있는데, 갑자기 뱃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천둥처럼 진의 귓가에 들려왔다. 




“ 하하……. ! “




진은 너무나 어이없어서, 그리고 너무나 허탈해져서 그만 헛웃음을 짓고 말았다. 생각해 보면,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모르겠지만, 백년문에 가기 전부터 아무것도 먹지 않았었다. 




“ 죽은 자는 죽은 자고,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 이 말인가?! “




굶주린 배가 마치 이제 그만 현실을 직시하고 어여 밥부터 먹으라고 말하는 거 같았다. 배고픈 줄을 몰랐다가 배고픔을 인식했더니, 오히려 더 배가 고파왔다. 


때마침, 노인이 멀리서 다가오고 있었다. 노인을 보고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진은 주춤거렸다. 




‘ 뭔가….. ‘




몸이 이상했다. ‘소설’ 속에서나 일어날 법한 일을 당해서 경황이 없어 몰랐었는데, 정신을 좀 차리고 보니, 자신의 몸이 뭔가 달라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진은 천천히 자신의 몸을 살펴보았다. 연못에 얼굴도 비춰보았다. 




“ 이건 대체……….?! “




아주 크게 달라진 건 없었지만, 그래도 예전의 자신의 모습과는 너무나도 달라져 있었다. 피부가 여자 피부는 저리가라 할 정도로 뽀얗게 변해 있었고, 키도 10cm 정도 더 커진 거 같았다. 왜소해 보였던 체격은 적당한 근육들이 붙어 있어서 자신이 생각해도 꽤나 괜찮은 몸이 되어 있었다. 


무엇보다도 가장 놀라운 것은 온 몸에서 넘쳐 흐르는 생동감과 안경을 쓰지 않으면 잘 보이지 않았던 시력이 너무나 좋아졌다는 것이었다. 




‘ 설마, 이게 소설 속에서 주인공들이 겪던……. 허허…..! ‘




진은 어이가 없었다. 이걸 기뻐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 혹, 소설 속의 주인공처럼 한 갑자 이상의 내공도 있을까? ‘




진은 혹시나 싶어 주먹을 쥐고 심호읍을 한 다음, 왼쪽의 벽을 향해 오른발로 진각을 내딛으며 오른손을 힘차게 뻗었다. 바닥에 내딛은 힘은 오른발을 타고 허리로 올라와 오른팔을 거쳐 주먹을 통해 허공으로 뿜어졌지만, 예전에 비해 주먹을 뻗는 소리만 들렸다 뿐이지, 내심 기대했던 일, 즉, 벽이 무너진다거나 권풍이 인다거나 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 그럼, 그렇지. 그런 일들이 쉽게 일어날 리가…… 있을라나. “




소설 속에서나 일어날 법한 일을 이렇게 직접 겪고 있는데, 그런 일이 일어나지 말란 법도 없다. 진은 혹시나 싶어 벽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하지만, 벽은 여전히 굳건하기만 했다. 




“ 자네, 괜찮은가? “




어느새 진의 곁으로 다가온 함백이 조심스레 물었다. 




“ 예, 괜찮습니다, 어르신. 그저, 뭔가 확인해 보고 싶어서 그랬습니다. “




진은 얼른 자세를 바로 했다. 




“ 괜찮다니, 다행이군. 어떤가? 식사라도 같이 하는 것이… “




함백의 제안은 진에게는 대환영이었다. 하지만, 그 전에 진은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먼저 상의하고 싶었다. 믿지 못한다 해도 상관없었다. 다만, 그저 이 기막힌 일을 누군가에게 말함으로써 답답한 기분을 조금이나마 훌훌 털어버리고 싶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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