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SF

천상(天上)의 향기 - 44부

본문

천상(天上)의 향기 44(혈풍(血風)의 서막)-2




무림맹의 구성은 오당오향이다. 오당오향을 구성하는 무사들은 구파일방과 칠대세가에서 파견한 무사들이 대부분이지만, 오당을 구성하는 대부분의 무사들은 구파일방의 제자들로 구성되어 있고 오향의 주축은 칠대세가의 무사들로 구성되어 있다. 사실 지금까지 무림공적을 처리하는 일은 오향이 아니라 오당 중의 감찰당이 전담하던 임무였다. 오향은 평소에는 무림맹의 수비에 전념하고 비상시 무림맹의 주력부대로 활약하도록 조직된 부대였다. 그런데 이번에 새로 임명된 무림맹주는 무림공적인 십이사를 처리하는데 오향 전부를 출동시킨 것이다. 오향에 속한 무사들은 맹주의 명령이 탐탁지 않았지만 맹주의 명을 어기면 하극상(下剋上)으로 처벌 받기 때문에 불만이 있어도 겉으로는 말도 못하고 속으로만 욕을 해대고 있었다. 오향 중 금향의 향주는 모용세가 출신의 날수서생이었다. 그는 개봉으로 이동 중 잠깐 휴식시간이 되자 말에서 내려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고 있었다. 겨울인데도 계속되는 강행군에 땀이 나는 것이다. 날수서생의 겉으로 무사하나가 다가왔다. 부향주 중 한명이다.




“저기~ 향주님........향주님은 혹시 십이사라는 놈들은 누군지 알고 계십니까?”


“그걸 왜 물어보는 거지.”


“얼마나 대단한 놈들인지 궁금해서 말입니다. 무림공적을 처리하기 위해 오향 전부가 출동한 경우는 무림맹이 생기고 처음 있는 일입니다.”


“글쎄. 나도 잘 몰라. 위에서 어련히 알아서 하겠어.”


“그럼 위에서 향주님에게도 아무 말도 없었다는 겁니까? 참내~ 얼마나 대단한 놈들인지 몰라도 단 12명을 처리하기 위해 이천오백이 넘는 인원이 출동한다는 것이 말이 됩니까? 그놈들이 무슨 괴물이라도 되는 겁니까? 참내~~”




본래의 날수서생은 이미 수혜의 검에 죽었고 지금 부향주와 함께 있는 날수서생은 배화교에서 파견한 그의 분신이었다.(차라리 괴물이면 편하지. 그놈들은 악마야. 악마!) 날수서생은 부향주를 불상한 눈으로 바라보면 속으로 혀를 찼다. 날수서생은 십이사가 얼마나 무서운 놈들인지 알고 있다. 그들은 잠마동에 설치된 죽음의 관문을 모두 이겨낸 악귀 같은 놈들이다. 부향주는 이천오백명이 많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날수선생의 생각은 틀리다. 이천오백명중 과연 몇 명이나 살아남을 수 있을지가 걱정된다. 다시 출발시간이 되었다. 날수서생은 무거운 마음으로 말에 오른다. 개봉이 가까울수록 죽음이 다가오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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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맹은 산서성에 있는 오대산이란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오대산은 중국 불교 굴지의 성지로서 산서성 북동부에 망해봉, 계월봉, 금수봉, 염두봉, 취암봉 등 다섯 봉이 연봉이어서 오대산이라 불린다. 최고 전성기인 당대에는 오대산 곳곳에 360여 개의 절이 세워져 있다. 무림맹은 바로 오대산의 금수봉에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이다. 




개봉을 출발한 아군과 나머지 십이사들은 무림맹이 있는 산서성으로 향하고 있는데 이들은 남의 이목에 띄지 않도록 대로보다는 산길을 이용하고 있었다.




“아주~ 기어가라 기어가. 거북이가 널 보면 형님이라고 하겠다.”


“나도 최선을 다하고 있는 거야. 좀 빠르다고 너무 구박하지 마라.”


“내가 구박하지 않게 생겼냐. 너 하나 때문에 늦어지고 있잖아.”


“닝기미~씨.........그렇게 불만이면 먼저가면 될 거 아냐. 누가 같이 가지고 사정했냐.”




도치와 악무룡이 달리며 싸우고 있었다. 그들이 싸우는 이유는 도치의 느린 발걸음 때문이다. 십이사는 산길을 이용하기 때문에 말을 이용하지 않았다. 말이 없으니 한 가지 문제가 생겼다. 도치의 경공 실력은 다른 십이사에 비해 형편없이 떨어지는 편이였고, 도치의 느린 발걸음에 다른 십이사들이 발을 맞추자니 전체적인 이동속도가 현저히 떨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한시가 급한 십이사에게 도치의 형편없는 경공실력이 짐이 되고 있었다. 앞서가던 아군은 도치와 악무룡의 싸움을 돌아보다가 도치의 곁으로 갔다.




“내가 도와줄까?”


“앵~ 무얼 도와주겠다는 거야.”


“내 손을 잡고 내공을 용천혈(발바닥)로 집중해봐.”




아군은 도치에게 손을 내밀었다. 도치는 아군이 무슨 짓을 하려는 건지 모르겠지만 아군의 말대로 용천혈로 내공을 집중하며 아군의 손을 잡았다. 아군은 도치를 잡은 손에 힘을 주고는 공중으로 솟구친다. 도치는 깜짝 놀랐다. 갑자기 몸이 공중으로 날아오르고 주변에 있던 나무들이 빠른 속도로 밀려난다. 아군은 도치를 잡고도 한 마리 새처럼 나뭇가지를 밟아가며 날아갔고, 다른 십이사들도 속도를 높여 아군의 뒤를 따라갔다. 십이사들의 움직임이 빨라지자 주변이 있던 수풀들도 크게 흔들리며 검은 그림자들이 십이사의 뒤를 추적한다. 그들이 떠나고 다시 수풀이 흔들거리며 일단의 무리들이 나타난다. 마지막에 나타난 사람들은 바로 개방의 거지들이었다.




“조금 전에 그놈들은 누구지.”


“누구 말이야.”


“십이사 놈들의 뒤를 쫒는 검은 그림자들 말이야?”


“누가 그러는데 무림맹의 감시자들이라고 하더군. 무림맹에서도 십이사 놈들을 감시하고 있는 모양이야.”


“쩝~ 무림맹 놈들이 감시하고 있으면 우리가 따로 감시할 필요도 없잖아.”


“잔소리하지 마라. 나도 날씨도 추운데 어디 가서 잠이나 잤으면 좋겠다. 하지만 어떻게 하냐. 위에서 까라면 까야지.”


“쩝~.......그런데 십이사라는 놈들은 누구야. 무림에 저런 놈들이 있다는 소문도 못 들었어........어디서 갑자기 나타난 거야?”


“글쎄 말이야. 무림맹에서 저놈들을 무림공적이라고 하는데........죄명이 뭐야.”


“그냥 무림을 어지럽히는 놈들이라고만 했지 확실한 죄명은 밝히진 것이 없어. 지금까지의 무림공적들은 누구누구를 강간했다든지..........누구누구를 죽었다든지........뭐~ 이런 구체적인 죄명이 있었잖아. 그런데 이번에는 그럼 죄명이 없어.”


“새로 바뀐 지도부가 일처리 하는데 서투른 모양이지. 그리고 무림맹하는 일이 향상 그 모양이었잖아. 어디 하나 똑~ 부러지게 처리한 일이 있었어. 몇 년 전에 발생한 실종사건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잖아.”


“하긴..........자자~ 그만하고 빨리 보고나하고 어디 가서 자빠져 잠이나 자세.”




거지들은 품속에서 작은 피리를 꺼내 공중을 향해 불었다. 앞에 있는 동료들에게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아군의 뒤를 따르는 십이사들은 아군의 경공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아군은 거대한 덩치의 도치를 대동하고도 한 마리 새처럼 선두를 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십이사인 마수는 무공보다는 진법이나 계책을 위한 계마관을 출관한 사람이다. 그는 앞서 달리고 있는 궁아라의 곁으로 다가왔다.




“헉~ 헉~ 일사 말입니다............무슨 사람이 저렇게 빨라요.”


“저것도 느린 거죠. 아군이 다른 사람을 생각해서 쉬엄쉬엄 달리고 있는 겁니다.”


“예? 저것도 최선을 다하는 것이 아니란 말입니까? 하~ 정말 할말이 없네. 그럼 최선을 다하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지금 일사가 실천하는 것은 청풍비행이라는 경공이고 저거보다 빠른 음양비라는 경공이 있어요. 일사가 음양비를 실천해서 달리면 우리 중에서 일사를 쫒아갈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그래요. 쩝~ 일사가 왜 일사인지 알겠네요..........참~ 우리의 이동경로에 대해 천상루에는 보고했습니까?”


“그걸 왜 물어보시죠.”


“제가 오면서 보니까 주변을 살펴보니 우리를 감시하는 놈들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배화교의 시안 놈들 같아요. 싸움에서 정보는 곧 승부와 직결됩니다. 상대방은 우리에 대해 환히 알고 있는데 우리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으면 힘든 싸움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마수님 말씀은 천상루을 통해 무림맹의 움직임에 대해 파악할 수 있었으며 좋겠다는 말씀이죠.”


“맞습니다. 적에 대해 알아야 무슨 대책을 세우죠. 멍청하게 있다가 기습이라도 당하면 큰일 아닙니까?”


“알았어요. 제가 연락을 취해 보죠. 하지만 너무 기대하지는 마세요. 마수님도 알겠지만 천상루는 북해빙궁이 만든 곳이고, 북해빙궁은 배화교와 손을 잡고 있어요.”


“하하하~ 그건 저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천상루가 우릴 도와줄 거라고 믿습니다. 북해빙궁은 포달랍궁이나 흑독애하고는 틀려요. 빙궁은 배화교처럼 중원 무림을 정복하기 위해 오래전부터 치밀한 준비를 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중원에 천상루를 만든 것만 보아도 알 수 있죠. 다시 말해 빙궁과 배화교는 같은 목적을 가지고 있는 동업자 관계지만 언제라도 서로의 이익을 위해 갈라설 수 있는 불안한 동업자 사이라는 거죠.”


“냉철하게 보면 마수님의 말씀이 맞아요. 그런데 그게 지금 상황과 무슨 관계가 있죠. 중원 무림이 혼란에 빠지는 것은 북해빙궁도 바라는 일이에요. 또한 우리가 배화교의 음모를 만천하에 밝히게 되면 배화교도 타격을 받겠지만 북해빙궁도 곤란해지죠.”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죠. 남 잘되는 꼴을 못 보는 것이 사람 심리입니다. 더구나 서로 경쟁하는 사이라면 더욱 그렇죠. 빙궁도 우리가 배화교의 음모를 밝히는 것은 원치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우리가 허무하게 죽는 것도 바라지 않겠죠. 그건 우리가 배화교의 적이기 때문입니다. 빙궁 입장에서는 우리가 배화교에 어느 정도의 타격을 주길 은근히 바라고 있으며, 또 우리를 이용할 수 있으면 이용하려 하겠죠.”


“음~ 그럴 수도 있겠군요. 아니 그 말씀이 맞길 바라야겠네요.”




궁아라는 품속에서 단검을 빼내며 잠깐 멈추더니 나무에 다른 사람이 알아볼 수없는 이상한 글자를 새겼다. 바로 천상루의 암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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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맹을 출발한 오향을 총체적으로 지휘하고 있는 사람은 월향을 맡고 있는 소리신군이였다. 소리신군도 날수서생과 마찬가지로 모용세가 출신으로 수혜에게 목이 날아간 사람이다. 지금 이곳에 있는 소리신군 역시 배화교가 바꿔치기 한 사람이다. 소리신군은 날이 어두워지자 부대의 진군을 멈추고 무사들에게 휴식을 취하도록 했다. 소리신군은 오향의 나머지 향주들과 함께 막사에 앉아있고 그들의 앞에는 중원 지도가 펼쳐져 있었다.




“그러니까 십이사 놈들이 우리들이 자신들을 잡으려 간다는 사실을 알고 도망치고 있단 말입니까?”


“여기 검은 선이 우리의 이동경로고 여기 붉은 선이 놈들의 이동경로입니다.”


“어라~ 이게 이상하지 않아요. 도망간다는 놈들이 하필이면 왜 우리 쪽으로 달려오죠.”




지도에는 오대산에서 개봉으로 향하는 오향의 이동경로가 검은 색으로 표시되어 있고, 개봉에서 도망쳤다는 십이사의 이동경로는 붉은 색으로 표시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두개의 선이 서로를 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연이겠죠. 놈들이 설마 무림맹이 있는 쪽으로 도망치겠어요.”


“음~..........모르는 일이죠. 어쩌면 놈들이 우리를 향해오는지도 모릅니다. 그놈들이 어떤 놈들인지 다들 아시잖아요.”


“쉬~ 누가 듣겠습니다. 다시는 그런 말씀하지마세요.........맹에서 별다른 명령은 없었습니까?”


“없어요. 그냥 십이사의 이동경로와 현재의 위치만 알려왔습니다.”


“자자~ 그만합시다. 우리야 시키는 대로 하면 그만 아닙니까?”


“그렇게 쉽게 넘어갈 문제가 아닙니다. 만일 십이사가 우리를 향해오고 있다면 내일 저녁때쯤에는 그들과 마주치게 됩니다. 무슨 대책을 세워야죠.”


“대책은 무슨.........마주치면.......싸우면 그만 아닙니까?”


“그만들 합시다. 우리끼리 이야기해야 답도 없고.........그냥 내일이 되면 어떻게 되겠죠.”




회의는 흐지부지 끝나고 말았다. 오향의 향주들은 모두 다른 사람의 껍질을 쓰고 있는 배화교 사람들이다. 그들은 무림맹을 출발하기 전에 군사의 방에 불러갔다. 군사는 자신들에게 최대한 빠른 시간에 개봉으로가 십이사를 죽이라고 했으나 어떤 방법으로 십이사를 상대하라는 구체적은 방법은 알려주지 않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꼭 살아서 돌아오라는 말을 했다. 군사의 마지막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정확하게는 모른다. 다만 눈치가 빠른 오향주들은 십이사와의 전투가 시작되면 후방에서 지휘만하고 절대 전투에는 나서지 말라는 뜻으로 알아들었다. 오향주들이 아무리 완벽하게 다른 사람들로 행세하고 있다고 해도 본래의 사람들이 익히고 있는 무공과는 많이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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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루에 있는 다정화와 해어화는 궁아라의 연락을 받았다. 궁아라는 십이사들과 함께 무림맹으로 향하고 있으며 무림맹과 오향의 동향에 대해 알려달라고 부탁을 했다.




“이........이게 지금 무슨 말이야. 피하라고 했더니 무림맹으로 가고 있어.........미쳤다........아주 죽으려고 발악하는 거야 뭐야.”


“음~ 꼭 그렇게 만은 볼 수도 없어.......어쩌면 그게 십이사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일수도 있어. 사실 무림공적으로 몰린 이상 그들이 도망칠 곳은 없어. 생각해봐~ 중원은 무림맹이 장악하고 있지. 북해, 남만, 신강, 서강은 배화교의 세력권에 있어. 정말 그들이 마음 편하게 살겠다면 멀리 대월국이나 달단(몽고)으로 밖에 도망칠 곳이 없어. 물론 그곳으로 도망친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겠지. 무림맹의 추적자들이 가만두지 않을 테니까?”


“그럼 살기 위해 무림맹으로 간다는 말이야. 무림맹으로 가서 뭘 어쩌겠다는 거야.”


“현재의 잠마동주인 삼공자를 잡아서 그로 하여금 배화교의 음모를 실토하게 하겠다는 거겠지.”


“하~ 정말 꿈같은 이야기군. 운이 좋아서 오향을 모두 처리하고 무림맹으로 간다고 쳐. 하지만 무림맹에는 배화교의 흑풍대와 혈영대가 들어와 있어. 그거뿐이야. 내가 알기로 삼공자도 호락호락한 상대는 아니야.”


“나도 알아.........하지만 십이사도 만만한 사람들은 아니잖아. 지옥 같은 잠마동에서도 살아남은 사람들이야. 불가능해 보이는 도전 같지만 그들이라면 해낼 수도 있어.”


“좋아~ 그렇다고 차자. 그럼 우린 어떻게 하면 좋겠어. 막내는 우리 보고 무림맹의 동향에 대해 알려달라고 해잖아.”


“얼마 전에 우리가 약속한 걸로 아는데........우리는 막내를 도와주기로 약속했어. 설마 잊지는 않았겠지.”


“하지만 십이사가 배화교의 비밀을 폭로하면 우리 빙궁도 곤란해져. 그것도 생각해야지.”


“십이사가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어. 설사 성공하다고 해도 우리보다는 배화교의 타격이 크겠지.........아~ 모르겠다. 일단 도와주기로 했으니 끝까지 도와주자.”


“음~...................알았어. 나중일은 나중에 생각하고 지금은 막내가 위험하니까 도와주는 걸로 하자.”




천상루에서 붉은 매가 날아올랐다. 붉은 매는 무림맹과 오향의 정보를 가지고 궁아라에게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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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깊었다. 십이사는 이름 모를 야산에서 모닥불을 피우고 건량으로 식사를 대신했다. 식사를 마친 그들은 각 조별로 불침번을 정하고 잠을 청한다. 궁아라는 아군과 함께 나뭇가지위에 앉아있었다. 아군과 궁아라가 첫 번째 불침번을 맡은 것이다. 아군은 밑에서 잠을 청하는 수혜의 모습을 보고 있었다. 수혜는 다른 사람들과 약간 떨어진 곳에 홀로 떨어져 잠을 정하고 있다. 마음이 무겁다. 옛날 같으면 어떻게 해서든지 아가씨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궁아라가 옆에 있다. 자신이 수혜만 챙기려 들면 궁아라가 슬퍼할 것이다.




“아군.........무슨 생각해.”




궁아라가 멍하니 수혜를 바라보는 아군에게 질문을 했다. 아군은 수혜에게 눈을 돌려 하늘을 본다. 하늘에는 구름이 잔뜩 끼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또한 살갗을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은 차가운 습기를 머금고 있었다. 아무래도 눈이나 비가 올 모양이다.




“그........그냥.........아무 생각 없어요.”


“아군은 천성적으로 거짓말을 못하는 사람이야.......지금도 말을 더듬고 있잖아........수혜아가씨 생각하는 거지. 아군 얼굴에 쓰여 있어.”


“쩝~..............그냥 아가씨가 불쌍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아군이 겉을 지켜주지 못해서 속상한 모양이지. 지금이라도 아가씨에게 가면 되잖아.”


“제가 다가가려해도 아가씨가 절 거부해요........아가씨의 눈빛만 봐도 알죠........ 휴~ 시간이 지나면 아가씨도 제 마음을 알아줄 때가 있겠죠.”


“.........그래...........하긴............진실은 언젠가는 밝혀지는 법이니까? 나는 괜찮으니까 아군이 하고 싶은 데로 해............나 때문에 바보 같이 마음에도 없는 짓은 하지 마. 아군의 마음이 가는 데로 하라는 말이야. 알았지.”




아군은 궁아라를 돌아보며 그녀의 손을 잡아주었다. 겨울이라 그런지 궁아라의 손이 차갑다. 아군은 궁아라의 손을 입가로 가져와 호호~ 불어주었다. 




“누님.......누님에게는 향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요. 누님은 저 같은 놈에게는 너무 과분한 분이세요.”


“바보.........아군이 얼마나 괜찮은 남자인지 모르는구나. 내가 부족한 여자지.”




아군과 궁아라는 서로의 눈을 보고 있었다. 아군의 눈이 반짝인다. 궁아라의 눈은 아군을 향한 한없는 애정을 품고 있었다. 그때 하늘에서 매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궁아라는 하늘을 보다가 팔을 내밀었다. 하늘에서 붉은 매가 날아와 궁아라의 팔에 앉는다. 




“천상루의 연락이야. 내가 무림맹과 오향의 동향에 대해 알려달라고 부탁했거든......”




궁아라는 매의 발에 묶인 죽통에서 쪽지를 꺼냈다. 쪽지에는 무림맹의 동향과 오향의 현재 위치 그리고 예상경로까지 적혀 있었다.




“무림맹에 배화교의 흑풍대와 혈영대가 들어와 있다고 하네.........흑풍대 하나도 만만치 않는데 혈영대까지 들어와 있다니...........쉽지 않겠는데......”


“방금 흑풍대라고 하셨습니까?”


“응~ 흑풍대 전원이 있는 것은 아니고 일부가 들어와 있는 모양이야. 혈영대도 마찬가지고........”


“우두둑~ 흑풍대.......흑풍대라.......”




아군의 머릿속에 벽궁세가에서 보았던 처참한 광경들이 떠오른다. 사지가 토막토막 잘리고 몸통은 칼에 난자당한 가주의 시체.........침상에 사지가 결박당한 체 검게 타버린 가모의 시체........그리고 연무장에 널려있던 여인들의 처참한 시체들이 떠오른 것이다. 궁아라는 아군이 차가운 살기를 풍기자 아군의 손을 잡아주었다.




“지정해 아군........무슨 일이야.”


“옛날 벽궁세가의 일이 생각나서요........흑풍대는 벽궁세가를 멸문시킨 놈들입니다.”


“아~~ 그렇지.........이번 기회에 복수하면 되겠네. 곧 있으면 만날 수 있을 거야.”


“휴~ 죄송합니다. 저도 모르게 흥분했네요. 어떻게 할까요. 모두 깨울까요.”


“아니야. 아직 시간이 있어. 내일 아침에 이야기하자.”


“그게 좋겠군요. 먼 길을 달려왔으니 모두 피곤하겠죠. 아침에 이야기하도록 하죠.”




궁아라는 간단한 쪽지를 적어 죽통에 넣고 매를 날려 보냈다. 밤이 깊었다. 무림맹을 출발한 오향과 십이사의 만남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계속>>




-----------------------------작 가 주--------------------------------




오태산 : 중국 불교 굴지의 성지로서 산서성 북동부에 망해봉, 계월봉, 금수봉, 염두봉, 취암봉 등 다섯 봉이 연봉이어서 오대산이라 불린다. 최성기 당대에는 360여 개의 절이 세워졌으며 현재는 태회진을 중심으로 47개의 절이 있으며 중국 각지로부터 신도들이 참배하려 몰려든다. 볼거리로는 절밖에 없는데, 태원에서 태회진으로 가는 도중에 있으며 목조 건축으로서는 중국 최고의 정전이 있는 남선사(南禪寺)와 당의 건축이 지금도 남아있으며 망상, 벽화, 묵적 등이 있는 불광사(佛光寺),석가모니의 사리탑, 문수보살 등 네 보살과 석가상이 안치되어 있는 탑원사(塔阮寺), 문수보살이 살았다는 보살정(菩薩頂) 등 불교와 관련된 것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본래 신선도(神仙道)의 신도에 의해서 개발되어 5세기 무렵부터 화엄경에 나오는 문수보살(文殊菩薩)의 거주지인 청량산(淸凉山)에 해당한다고 믿어 어메이산[峨嵋山:普賢의 靈地]·푸퉈산[普陀山:觀音의 靈地]과 함께 중국 불교의 3대 영산(靈山)으로 숭상되어 중국 외에 인도나 그 밖의 지역에서도 불교도가 순례 하는 영지가 되었다. 원대(元代)에는 라마교가 들어왔으나 청대(淸代)에 이르자 몽골족과 티베트족에 대한 대책으로 특히 라마교를 중시하여 이곳을 중심지로 삼았다. 우타이산의 불교는 선종(禪宗)·라마교 외에 19세기 말부터 일어난 선제(善濟)화상 등의 불교회(佛敎會)의 세력도 크다. 


현재 산중에는 100여 개의 사묘(寺廟)가 있으며, 그 중 특히 유명한 것은 라마계의 전하이사[鎭海寺]와 포광사[佛光寺]이다. 포광사의 본전(本殿)은 857년 건립된 것으로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축이다. 특히 신라의 혜초(慧超)가 이 산의 건원보리사(乾元菩提寺)에서


여생을 보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곳은 중국 목화재배의 북한(北限)에 해당하며, 밀·수수·조·채소 등을 생산하고, 석탄·규석·연석(硯石) 등을 산출한다. 그 밖에 양모직물과 도자기공업이 활기를 띠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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