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양도 - 1부 10장
본문
한적한 오솔길을 걷는 것도 그 나름데로 맛이 있다. 이름 모를 산새들 지저귐에 마음까지 흥겨워진다. 상관 소연은 사람들의 기척이 없자 내 팔을 붙잡은 체 옆에 거의 붙다시피 하여 걸었다. 조용하고 보는 눈이 없으니 쓸데없는 망상이 고개를 자꾸 드는 것이였다.
내가 원하기만 하면 상관 소연은 내게 안겨올 것이다.(하지만 난 엄연히 17세 청소년이라구 - 항창 성에 대해 호기심이 왕성한 나이란 이 말씀!!!) 그럼에도 당장 그녀를 안지 못하는 것은 그녀에 대한 나의 작은 마음이랄까. 암튼 비록 음강시인 인간 아닌 인간이지만 따뜻하게 아끼고 싶은 맘에서다.
“켈켈켈. 이거 오랜만에 사냥감이군!!”
어디선가 들러오는 낯선 목소리. 그와 동시에 수 명의 사람이 우리 앞 길 가로 막았다.
(역시 이런 분위기에 어김없이 나타나는 그분들. 그렇다 산적들의 출현이였다.)
“살고 싶으면 가진 돈 다 내놓아라!”
산적치곤 제법 중후한 모습을 한 남자가 소리쳤다.
‘오늘도 일진 드럽네!!’
(곤충 삼형제 한테 걸린지 얼마 됐다구 다시 산적이냐고~)
난 상관 소연에게 눈짓 했다. 전음으로 거듭 사람을 죽여서는 안 된다고 당부, 또 당부 하면서 저들에게 약간의 겁만 주라고 말했다. 소연은 알았다고 했다.
“사람이 말을 했으면 뭔가 대꾸가 있어야 할 것 아냐.”
중년인 옆에 있던 험상궂게 생긴 남자가 칼을 휘두드며 말했다.
“이보게. 거친 행동은 삼가게!”
중년인은 그 남자를 조심스레 나무랬다.
“나 참. 이보슈. 우린 지금 산적이란 말이요. 저들에게서 돈이던 뭐던 뺏어야 우리 입에 풀칠을 할 게 아니유. 댁도 모시는 그 주모님인가 뭔가한테 먹을건 줘야 하지 않소!”
험상궂은 남자는 중년인에게 뭔가 따지듯이 말을 했다. 그러자 중년인은 표정은 바꾼 체 살기를 뿜어냈다.
“험험. 그렇게 인상 쓸 것 까진 없지 않소. 다 잘되자고 하는 짓인데. 알았소. 난 뒤로 물러나 있을테니. 당신이 알아서 하슈!”
험상궂은 남자는 중년인의 기도에 눌렸는지 다시 자신이 있던 자리로 돌아갔다.
“이보게 젊은 친구. 지금 우리가 사정이 있어서 이렇게 비적질을 하고 있으니. 가지고 있는 것 중 값나가는 물건이 있으면 그 자리에 놓고 왔던 길로 돌아가게나!”
중년인은 다시 우리에게 말했다.
‘뭔가 사정이 있는 듯 하구나! 그렇담’
나는 상관 소연에게 나서지 말라고 전한다음 한 발짝 앞으로 나섰다.
“무슨 사연인지는 모르나. 저도 제 물건을 함부로 남에게 주고 싶은 생각이 없군요.”
난 느긋하게 말했다.
이번 기회에 내가 지닌 무공을 한 번 시험해 보고 싶었다.
“말이 안 통하는 친구로구만. 어디서 주워 배운 무공이 있나 본데. 그렇담 실력 행사를 할 수 밖에!! 추후 날 원망하지는 말게나. 이보게 내가 저 친구와 대결을 할 테니 자네들은 나서지 말게!”
중년인은 서서히 내가 서있는 쪽으로 내려왔다. 다른 산적들이 나서지 않는 것을 보니 아마 눈 앞에 중년인이 실력이 제일인 듯 하다.
“젊은 친구. 가진 실력을 한 껏 발휘 하게나. 잘못하면 목숨을 잃게 될지도 모르니! 자 먼저 손을 쓰겠네!”
말을 마치는 동시에 중년인은 내게 손을 뻗어왔다. 난 급하게 발을 뒤로 빼어 옆으로 한 바퀴 돌면서 중년인의 주먹을 피했다. 하지만 중년인은 계속 해서 나를 향해 권풍을 날리며 달려들었다.
난 정신이 없었다. 내가 실전 연습을 한 것은 이 시대에 오기 전 태권도장에서 대련 한 것이 다이다. 때문에 현재 내가 중년인을 권각으로 막기에는 역부족이였다. 난 묵검을 빼들었다. 그러자 중년인이 흠칫 하면서 순간적으로 동작이 끊기는 것이 아닌가! 난 때를 놓치지 않고 남궁세가의 창룡 검법을 펼쳤다. 그러자 조금 전 보다 내게 여유가 생겼다. 내가 잠시 딴 생각을 하는 사이 중년인은 뒤로 두 바퀴를 돌더니 내게서 거리를 두었다.
“자네가 남궁 세가 사람인 줄은 몰랐네. 오늘은 득보다 실이 더 많은 날이구나! 휴 이미 엎질러진 물이니 할 수 없군. 자 또 가네. 이번엔 방금처럼 그리 쉽게 되지는 않을 걸세!”
중년인은 재차 공격해 왔다. 하지만 이번에 그의 공세는 아까와는 차원이 달랐다. 중년인의 주먹이 눈에서 사라졌다고 느꼈을 무렵 옆구리가 묵직한 느낌이 들었다. 순간 내 몸은 공중에 떠서 옆으로 날아가 나무에 부딪혔다.
“가가!!”
상관 소연은 내가 쓰러지는 것을 보고는 중년인에게 일장을 날렸다. 중년인은 소연의 일장을 두 팔을 교차하며 막았다. 하지만 온전하진 못했다. 입고 있던 호피가 얼어 하얗게 변했으며 소연의 장풍을 완전히 막아내진 못하였는지 뒤로 밀려나며 입에서 피를 토했다.
“소연! 물러서!”
소연은 피를 토하는 중년인에게 다시 빙장을 날리려 했다. 그러나 내 말에 행동을 멈추고 내게 달려왔다.
“가가! 괜찮아요!”
그녀는 곧 울상이 되어 내 옆구리를 만졌다.
“이건 나와 저 사람의 싸움이야. 함부로 나서선 안돼. 알았지!”
“하지만 가가!”
“아. 이건 주인으로서 내리는 명령이야!”
그녀는 걱정스런 표정을 지으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난 옆구리를 움켜쥐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고통이 심했지만 소연이의 일장을 맞은 중년인에 비하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였다.
“크억! 세상 참 넒군! 아직 어린티도 못 벗은 여자애에게 이런 꼴이라니! 이런 추한 모습을 보였군. 다시 시작하자구!”
전신에 하얀 서리가 내린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중년인은 몸을 일으켰다.
일어선 그는 이상한 손동작을 했다. 그러자 그의 손이 빨갛게 변하면서 열기를 뿜어냈다.
“핫!”
한 번의 기합 소리와 함께 그의 손에서 불덩어리 같은 기운이 쏟아져 나왔다.
“이 에는 이, 눈 에는 눈! 열에는 열이다!!”
난 동굴에서 본 책의 내용을 생각했다. 그 속에 음양열강지를 장법으로 변형시켰다. 그러자 내 손도 중년인처럼 빨갛게 변했다. 이것을 보자 중년인은 다시 두 눈을 크게 떴다.
두 개의 장력이 부딪치자 주위가 후끈 달아올랐다. 가까이에 있는 나무 잎들이 타들어가기 시작했다.
“두 분 모두 그만 두세요!!”
난 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거기엔 한 여인이 서 있었다.
“주모님!”
나와 중년인은 둘이 약속이나 한 것처럼 좌우로 몸을 피했다.
콰광!
굉음이 울리며 장력이 부딪힌 곳은 새까만 재만 남아 있었다.
“아!”
그 여인은 나와 상관 소연을 보더니 작은 탄성을 지었다. 그리고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맺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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