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SF

천상(天上)의 향기 - 206부

본문

천상(天上)의 향기 206(여리박빙(如履薄氷))-4




란은 화원명이 사라진 방향을 지켜보다가 천천히 풍운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할말 없으면 당신도 그만 가보세요.”




풍운은 복잡한 눈으로 란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흔들었다. 마음 같아서는 란의 면사를 벗겨 그녀를 얼굴을 확인하고 싶다. 란이 정말 내면세계의 여인인지 다시 한번 확인하고 싶다. 




내면세계의 여인은 풍운에게 어떤 여인일까? 그녀는 세상 사람이 아닌 정령이었다. 너무나 눈부시게 아름다워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여인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의 상상이 만들어낸 여인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자신의 모든 것을 전해주고 갔다. 그녀는 자신을 목숨보다 사랑했다. 그녀의 사랑은 맹목적인 사랑이었다. 누나처럼, 어머니처럼 풍운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며, 모든 것을 전해주고 갔다. 그녀가 없었다면 지금의 풍운도 없었을 것이다. 




풍운은 그녀를 잊을 수 없다. 그녀의 숨결이, 그녀의 영상이, 그녀의 부드러운 감촉이 풍운의 머리와 온몸에 날인(捺印)처럼 새겨져 있다. 그런데 란이 그녀와 똑같은 외모를 가지고 있다. 보기만 해도 가슴이 뛰고, 같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포근해지는 그녀가 란이라는 모습으로 세상에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다. 풍운은 혼란스러웠다. 운명을 믿지 않는다. 하늘을 믿지 않는다. 하늘이 정해준 운명이라는 말은 더더욱 믿지 않는다. 그런데 이젠 약간이나마 운명이란 말을 믿어야 할 것 같다. 란은 자신의 운명인지 모른다. 하늘이 정해준 여인일지 모른다. 




“란님........저번에 당신과는 풀어야할 숙제가 많다고 말씀드렸죠. 제가 왜 그런 말을 했을까요? 란님은 저를 싫어하신다고 알고 있습니다. 저를 미워하신다고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린.......”


“쓸데없는 말을 지껄이는 군요. 누가 누굴 싫어한다는 거죠? 누가 누굴 미워한다는 거예요? 저는 당신을 미워하지 않아요. 당신을 증오(憎惡)하지도 않아요. 저는 무림군의 군사로써 당신을 잡아들이라는 명령에 충실했을 뿐이에요. 그게 다에요. 하지만 이젠 무림군의 군사가 아니에요.


“.................”


“아가씨 때문에........무림군의 군사였기 때문에 당신을 만났지만...........아가씨가 저를 버리고 당신을 선택했고, 무림군의 군사라는 허울도 벗어버렸으니 이제 당신과 이렇게 만날 일도 없을 겁니다. 그러니까 쓸데없는 소리하지 말고 그만 물려가세요.”


“증오(憎惡)할 가치도 없다는 말씀이군요. 증오(憎惡)보다 무서운 것이 무관심이라고 하더니........란님은 저에게 무관심하기로 하신 겁니까?”


“당연하죠. 자신을 너무 과대평가하지 마세요. 남들이 모두 떠받들어주니까 자기가 잘난지 아는 모양인데........제가 보기에 당신은 그렇게 잘나지 않았어요.”


“제가 잘나지 않았다는 말씀은 백번 지당한 말씀입니다. 하지만 제가 스스로를 과대평가한다는 말씀은 틀렸습니다. 저는 한번도 제가 잘났다고 떠들어 본적도 없고, 그렇게 생각해 본적도 없습니다.”


“그만하죠. 내가 왜 당신과 이런 말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네요.”




란은 더 이상 볼 일도 없다는 듯이 차갑게 돌아선다. 풍운은 란의 싸늘한 태도를 보자 가슴 한쪽을 칼로 난도질하는 것처럼 아파온다. 예전에는 란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든지.........어떻게 대하든지 무덤덤했는데 란의 얼굴을 본 이후로 많은 것이 변한 것이다. 풍운은 자신도 모르게 란에게 달려가 그녀의 어깨를 잡으려 했다. 그런데 그때 미세한 파동과 함께 차가운 살기를 뿌리는 무언가가 풍운의 심장을 향해 날아왔다. 풍운은 반사적으로 몸을 비틀며 손을 내미니 날카로운 물건이 손바닥을 파고들었다. 바로 란의 손에 들려있던 단검(短劍)이다.




“잘도 막는군요. 하지만 다음에는 하나가 아니라 몇 개가 한번에 날아갈 게예요.”




뒤돌아선 란의 손에 어느새 네 자루 단검(短劍)을 쥐고 있었다. 풍운은 자신의 손바닥을 파고든 단검(短劍)을 씁쓸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금강불괴인 자신의 손바닥을 파고든 단검(短劍).........그녀도 자신과 마찬가지로 내면세계가 있고, 내면세계의 정령으로부터 선천강기를 되돌려 받았기 때문에 평범한 단검(短劍)으로도 자신의 몸에 상처를 입힐 수 있었을 것이다. 




“당신과는 쉽지 않겠군. 좋아요. 당신이 싫다면 저도 당신을 잊겠습니다. 하늘이 정해준 운명이라고 해도 결정은 본인들이 하는 거죠. 하지만 이건 알고 계세요. 당신이 내면세계에서 만났던 정령들은 또 다른 형태로 존재합니다. 언젠가 그 정령을 만나게 될 겁니다. 안녕히 가세요. 참~ 이건 돌려드리죠.” 




풍운은 손에 쥐고 있던 단검(短劍)을 허공섭물로 란에게 전해주려 했지만 란은 단검(短劍)을 받지 않는다. 풍운은 란이 단검(短劍)을 받지 않고 돌아서자 단검을 마차 안으로 던져버리고 하늘 높이 솟구쳤다. 풍운이 떠나자 마차에 오르려던 란이 하늘을 올려다본다.




“내면세계에 있던 정령이 또 다른 형태로 존재한다고........그게 무슨 말이지. 그분들이 세상에 존재한단 말인가? 말도 안돼. 거짓말 이야.”




란은 고개를 흔들며 가슴을 움켜잡았다. 가슴이 찢어지는 것처럼 아팠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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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과 헤어진 풍운은 곧바로 흑도연합군에게 돌아가지 않고 나무 끝에 매달린 나뭇잎을 밝고 멀어지는 마차를 바라보고 있었다. 풍운은 더 이상 마차가 보이지 않자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다가 나뭇잎을 차고 날아올랐다. 란이 비록 내면세계의 여인과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지만 그녀는 내면세계의 여인이 아니다. 란이 죽어도 싫다는데 굳이 미련(未練) 따위는 남길 필요 없다. 잠시간 마음이 아플지 모르겠지만 그녀를 잊는 것이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풍운이 초하벽의 군막에 도착한 시간은 날이 어두워진 이후였다. 풍운이 군막으로 들어가자 군막에 앉아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녀오셨어요..........어~........손이 왜?” 




무경은 재빨리 달려와 풍운의 손을 살펴보니 손바닥이 길게 갈려져 뼈까지 보일 정도다. 




“이게 어떻게 된 거죠.” 


“별일 아니야. 이사님도 돌아오셨군요. 가셨던 일은 어떻게 됐죠. 배화교일당을 찾으셨습니까?” 




풍운이 이막수에게 물어보자 이막수는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고개만 끄덕거린다. 




“손은 어떻게 된 거야. 누구랑 싸웠어?” 




초하벽이 풍운의 손을 보며 다시 질문을 하자 풍운은 씁쓸하게 웃으며 자리에 앉았다. 




“소리비도에 당했어.” 


“소리비도? 그럼 란을 만나신 거예요?” 


“란님이 떠나시기에 잠깐 만나보고 왔어.” 


“란이 떠나요? 갑자기 그게 무슨 말씀이죠? 




풍운은 무림군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해주었다. 무경은 풍운의 이야기가 계속되자 마른침을 삼킨다. 란은 자기 때문에 군사에서 해임된 것이다. 자신이 풍운과 같이 있다는 것을 누군가가 무림맹에 보고했고 그 사실을 안 무림맹에서 란을 해임한 것이다. 




“란님이 떠나자 화원명님도 격분(激忿)해서 화산으로 돌아가신다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마지막으로 그분들을 만나고 오는 길입니다.”


“만나서 무슨 말씀들을 나누신 거죠. 사실 두 사람 모두 일사님을 못 죽어서 안달하던 인간들이잖아요?”


“별다른 말은 없었어요. 그냥 인사나 나눈 정도죠. 하여튼 상대하기 가장 껄끄럽던 란님과 화원명님이 떠났으니 우리로써는 잘된 일입니다.” 




풍운이 마지막말을 마치자 무경은 길게 한숨을 쉬더니 밖으로 나간다. 마수는 밖으로 나가는 무경을 힐긋 바라보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잘 들었습니다. 일단 일사님도 오셨으니 무림군 이야기는 나중에 다시하고 하던 이야기를 마저 하죠.”


“................”


“일사님 사태가 심각합니다. 우리가 상상했던 최악의 상황입니다.” 


“무슨 일인데 최악이라는 거죠.”


“저보다는 이사님께서 직접 말씀하시죠.” 




마수가 다시 자리에 앉자 이번에는 이막수가 앞으로 나섰다. 




“배화교는 여기서 멀지 않은 상은계곡이라는 곳에 숨어 있었습니다. 시간이 많지 않으니 앞뒤 생략하고 제가 파악한 적(敵)의 전력(戰力)을 정리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배화교는 400명 정도의 흑풍대와 혈영대가 남았습니다. 하지만 악양에서 헤어진 100여명의 무사가 함유했으니 500명이라고 해야 정확합니다. 다음으로 사해맹룡이 1000명이 조금 넘는 무사들 이끌고 배화교와 함유했고, 상관장로 또한 1000명의 무사를 이끌고 함유했습니다. 이걸 합치면 우리가 상대해야 할 적(敵)의 수는 2500명이 넘은 것으로 파악됩니다.” 




이막수의 짤막한 설명이 끝나자 장내는 깊은 침묵 속에 잠겼다. 마수의 말대로 그동안 우려했던 최악의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배화교와 사해방 및 상관장로의 무사들이 하나로 합쳤다. 하나, 하나의 세력도 상대하기 벅찬 마당에 그들이 힘을 합쳤으니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이막수가 자리에 앉자 마수가 다시 일어났다.




“참고적으로 우리가 가지고 전력(戰力)을 말씀드리겠습니다. 금산반님이 지휘하는 대륙금위가 500명이고 흑도연합군이 100명 정도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있습니다. 도합 600명 정도라고 보시면 될 겁니다.”




풍운은 장내를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천오백 대 육백이라?.......이번 싸움도 쉽지는 않겠군요. 하지만..............우리는 스스로도 계란으로 바위치기라 했고,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했던 영장평원의 전투에서도 승리했습니다. 그때와 비교해면 지금상황이 오히려 더 좋다고 말씀 들릴 수 있을 겁니다. 우리 모두는...........일당백의 용사들입니다. 결코 적(敵)의 숫자에 주눅들 필요가 없습니다. 적(敵)이 아무리 많고, 아무리 막강한 전력을 가지고 있다 해도 우리는 승리할 겁니다.” 




풍운의 말에 초하벽이 입맛을 다시며 손가락으로 탁자를 두드린다. 




“일당백이라?.......우리가 육백 명이니까 육천 명은 능히 상대할 수 있다는 계산이네? 하하하~ 적(敵)군이 이천오백이라고 했으니 그럼 대충 상대해도 우리가 이긴다는 결론이네. 안 그래 매제.” 




초하벽이 웃으며 이야기하자 풍운도 빙그레 웃었고 심각한 표정이던 나머지 십이사도 빙긋이 미소를 짓는다. 




금산반은 풍운을 비롯한 십이사들의 웃음을 보자 가슴이 뭉클해진다. 그들의 웃음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기 때문이다. 풍운일행은 자신과 동료를 믿는 것이다. 아무리 어렵고 험난한 난관(難關)이 앞을 막아도 동료들과 함께라면 능히 해쳐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넘치는 것이다. 또한 풍운의 처남이라고 알고 있는 천마공자 초하벽도 풍운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를 가지고 있는 모양이다. 




무경은 언제 가져왔는지 작은 천으로 풍운의 손을 감싸주더니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닫았다.




“이렇게 하면 덧나지 않겠죠.” 




풍운은 손을 보더니 무경의 등을 가볍게 두드려 주었다. 걱정하지 말라는 뜻이다. 




“이제 놈들에 대한 전력(全力)파악은 끝났으니 그놈들을 상대할 계책을 세워야겠죠. 마수님.........좋은 계책이 없습니까?” 




풍운이 마수를 바라보며 물어보자 마수는 무경을 바라본다.




“그런 질문은 저보다 무경님께 하시는 편이 빠릅니다. 무경님께서 말씀하시죠.” 




무경은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닫더니 자세로 바로 잡았다. 




“사람의 많고 적음을 떠나 객관적인 전력(全力)에서 우리가 밀리는 것이 사실이에요. 배화교만 해도 그래요. 운랑을 비롯한 십이사 분들이야 배화교의 흑풍대와 혈영대를 상대해 보셨으니 그들의 실력을 알고 계시지만 나머지 분들은 잘 모르잖아요.”


“..............”


“운랑.........흑풍대와 혈영대의 실력은 어때요. 냉정하게 평가해 주세요.”




무경의 물음에 풍운은 턱을 받치고 잠시 생각하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알기 쉽게 설명해서........흑풍대 개개인의 무공을 구대문파에 속한 사람들과 비교하면.........조장쯤의 실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시면 될 겁니다. 벽궁세가가 단 20여명의 흑풍대에 의해 멸문(滅門)의 화를 당했다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하실 수 있을 겁니다. 혈영대는 구대문파의 당주들보다는 밑이고 향주들 보다는 약간 높은 실력을 가지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역시 제 예상대로군요. 운랑을 비롯한 십이사님들이 흑풍대와 혈영대 무사들을 가볍게 물리치는 것은 십이사님들의 실력이 뛰어나기 때문이지 흑풍대나 혈영대 무사들의 실력이 형편없기 때문이 아니에요. 그리고 사해맹룡이 지휘하는 무사들이 비록 해전(海戰)에 단련된 무사들이라고 해도 결코 무시할 수는 없어요. 또한 대륙금위들을 상대하기 위해 훈련시킨 상관장로의 무사들도 결코 만만치 않은 실력(實力)을 가지고 있을 것이 뻔하죠. 그럼 우리는 이들을 어떻게 상대해야 할까요? 정공법(正攻法)은 백전백패(百戰百敗)에요. 아무리 개개인의 실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숫자로 밀어 붙이면 당할 수밖에 없어요. 설혹 운이 좋아 이긴다고 해도 우리의 피해도 엄청날 거예요.” 


“무경.........그건 우리도 알고 있어. 그래서 무경에게 좋은 계책(計策)이 없는지 물어보는 거잖아.” 




무경은 깊은 샘처럼 맑게 빛나는 눈으로 풍운을 바라본다. 풍운은 무경의 눈빛을 보고 미간(眉間)을 찌푸린다. 




“왜 그런 눈으로 보지.”


“운랑!.......전쟁은 냉정한 겁니다. 패자(敗子)는 잊혀지고 승자(勝者)만이 기억되죠.”


“그건 나도 알아.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야.”


“전쟁에서...........아군(我軍)을 피해를 최소화하며 이기기 위해서는 때로는.........비겁한 방법도 써야 해요.” 


“답답하군. 그냥 시원하게 말해봐~ 무경이 시키는 일이라면 무슨 짓이든 할게.” 


“정말이죠. 무조건 제가 알려드린 계책(計策) 하실 거죠.” 


“알았다니까? 대체 무슨 계책인데 그래.” 


“다른 분들도 제 지시에 따라주실 겁니까?”




무경의 질문에 초하벽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고개를 끄덕거린다. 




“매제가 오기 전에 이미 끝난 이야기잖아요.” 


“무경님........그냥 말씀하세요. 일사님께 승낙하셨으면 끝난 겁니다. 다른 사람들 의견은 들어보나 마나죠.” 




이막수가 단언(斷言)하든 말하자 무경은 장내를 한바퀴 돌아본다. 




“여리박빙(如履薄氷)이란 말이 있죠. 얇은 얼음을 밟는 것 같다는 뜻으로, 몹시 위험하여 조심함을 이르는 말이에요. 제가 마련한 계책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여리박빙이에요. 조금만 잘못되어도 위태롭기 때문에 그때, 그때 상황에 맞추어 수많은 변화가 있을 거예요. 그래서 지금 ‘이런 계책이에요. 이렇게 하시면 돼요.’라는 식으로 말씀드릴 수는 없어요.”


“복잡하네. 그럼 어떻게 하라는 거야.”


“흑도연합군 중에 30명의 사사비연대가 있어요. 이분들은 바람만 있다면 하늘을 자유자재로 날아다니시는 분들이죠. 먼저 그분들에게 악무룡님의 벽력탄을 주세요. 다음으로 운랑과 이막수님께서는 금막비님과 곽지향님께 미리 독(毒)을 미리 받아 두세요. 그리고 악무룡님과 도치님을 제외한 나머지는 분들은 모두 적(敵)이 숨어있는 상은계곡으로 갈 겁니다. 계곡에 도착하면 상황을 보아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려드리겠습니다. 자~ 오늘이 아니면 기회가 없어요. 서두르세요.” 




무경이 자리를 털고 일어나자 풍운은 머리를 긁적거린다. 




“허허참~ 어떻게 할 건지 알려주면 안돼는 거야.” 


“운랑께서는 무조건 제 지시에 따르겠다고 하셨잖아요.” 


“쩝~ 한입으로 두말 할 수도 없고..........알았어. 일어나자. 일단 악무룡에게 벽력탄을 받아야겠네.” 


“잠시만............운랑과 이사님은 따로 하실 일이 있어요.” 


“무슨 일?” 


“이곳 일대를 수색하셔서 수상한 놈은 가차 없이 죽이세요. 절대 인정을 베푸시면 안돼요. 약간이라도 수상한 놈은 무조건 죽이셔야 해요.” 


“쩝~ 알았어. 이사님.........이사님은 동쪽으로 돌면서 찾아보세요. 저는 서쪽으로 돌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먼저 출발하겠습니다.” 




이막수가 먼저 출발하자 풍운도 기지개를 한번 펴고 출발했다. 풍운과 이막수가 출발하자 무경은 초하벽과 사우를 불렸다. 




“초하벽님께서는 이막수님의 뒤를 따라가시고 사우님께서는 운랑의 뒤를 따라가세요. 다른 뜻은 없고.........두 분이 혹시라도 놓친 놈들이 있을 지도 모르니 한 번 더 확인하자는 의미에요.”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가자는 말이군요. 알겠습니다. 분부대로 시행합죠.” 




초하벽은 빙긋 웃더니 바로 출발했고 사우도 천유를 힐긋 바라보고 출발한다. 무경은 이번에는 금산반을 불렸다. 




“금산반님도 대륙금위들과 함께 저희들을 따라오셔야 해요.”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연락하겠습니다.” 




금산반은 밖으로 나가서 신호를 보내니 림산에 있던 대륙금위들이 풍운일행이 머물고 있는 야산으로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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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경이 야산을 수색하라고 한 것은 사해방이나 배화교의 사안 혹은 무림군이 자신들을 감시하고 있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풍운은 천이통(天耳通)과 천안통(天眼通)으로 야산주위를 돌아보기 시작했다. 




멀리 숲이 우겨진 곳에서 사람의 인기척이 들린다. 풍운이 나뭇잎을 해쳐보니 검은 옷을 입은 사내가 깜짝 놀라 풍운을 향해 주먹을 날린다. 풍운은 수라마령신공을 금나수로 운용(運用)하여 사내의 팔을 잡는 것과 동시에 다른 손으로 사내의 목을 잡았다. 




“크윽~” 


“미안하다. 죽이고 싶지 않지만 마나님의 명령이라 어쩔 수 없다. 잘 가라” 




목이 잡힌 사내가 양손으로 풍운을 팔을 잡고 발버둥치고 있으니, 풍운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손가락에 힘을 주었다.




“우두두둑~” 




뼈가 부러지는 섬뜩한 음향과 함께 사내의 몸이 해파리처럼 늘어져 버린다. 풍운은 사내를 내려놓고 손을 떨었다. 란에게 당한 상처가 아련하게 아프기 때문이다. 




“쩝~ 아프군. 아무래도 무기를 사용하는 편이 좋겠어.” 




풍운은 사내의 허리에 있는 검(劍)을 뽑더니 다시금 달려간다. 이번에는 미세하게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풍운은 검(劍)에 약간의 수라기를 불어넣고 소리가 들리는 곳을 향해 검(劍)을 뿌리니 차가운 검영(劍影)이 아름드리나무를 향해 날아간다. 




“사각~”


“.......두드루루루~” 




짧은 음향과 함께 아름드리나무가 허리가 금이 가며 옆으로 넘어가고, 나무의 뒤편에 있던 사내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풍운을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풍운은 더 볼 것도 없다는 듯이 다른 곳을 향해 달려갔다. 풍운이 떠나고 약간의 시간이 흐르자 사우가 나타났다. 사우는 풍운이 베어버린 나무위에 올라 아직도 멍한 표정으로 있는 사내를 살짝 건들려보았다. 




“툭~ 푸하하하~” 




약간의 흔들림에 사내의 머리가 밑으로 떨어지며 붉은 피가 분수처럼 솟구친다. 




“잔인하리만치 깔끔한 실력이군. 역시 일사님이야.” 




사우는 천천히 넘어가는 사내를 뒤로하고 풍운의 뒤를 쫓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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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막수은 이가살수문 출신답게 주위에 있는 지형지물을 이용해 몸을 숨기며 이동하고 있었다. 이막수가 나무에 올라 밑을 내려다보더니 갈색무복을 입은 사내가 야산을 감시하고 있다. 이막수는 손을 한바퀴 돌려 소매에 감추고 있던 단검(短劍)을 빼내는 것과 동시에 귀신같은 신법으로 사내의 등 뒤로 접근해 한손으로 입을 막고 단검(短劍)으로 목젖을 베어버리더니 피가 튀기 전에 다른 곳으로 날아간다. 신속하고 깔끔한 살인이다. 




이막수가 바위틈에 숨어 있는 사내의 옆에 떨어졌다. 




“누구?” 




사내가 깜짝 놀라 검(劍)을 잡으려는 순간 이막수의 손이 번쩍하는 것과 동시에 차가운 단검(短劍)이 사내의 심장에 박혀 있었다. 이막수는 차갑게 웃더니 공중으로 날아올라 손을 흔드니 사내의 심장에 박혀있던 단검(短劍)이 순식간에 이막수의 손매 속으로 사라진다. 




이막수가 사라지고 잠시 후에 초하벽이 나타났다. 




“매제만 대단한지 알았더니 그게 아니로군. 저 친구 실력도 장난이 아니야. 그러나저러나 이걸 어쩌나.” 




초하벽은 양손을 잡고 손을 풀더니 허리에 있던 검(劍)을 뽑았다. 




“푹~” 


“윽~” 




초하벽의 검(劍)이 시체의 가슴을 뚫고 자루까지 들어가자 안쪽에서 짧은 신음소리가 들린다. 초하벽가 검(劍)을 비틀며 뽑아내니 이막수가 죽은 사내가 나무토막처럼 쓰려지고 그 뒤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초하벽을 바라보는 사내가 있었다. 




“짜식! 시체 뒤에 숨는다고 모를 줄 알았어. 계속 귀식대법을 펼치고 있었으면 혹시 몰라.........이막수가 떠났다고 안도의 한숨을 쉬어. 그러니까 당연히 죽지! 자식아.” 




초하벽은 검(劍)을 흔들어 핏물을 털어내고 다시 이막수를 쫓아간다. 밤이 깊은 시간.............흑도연합군이 숨어 있는 야산을 감시하던 놈들은 풍운과 이막수 그리고 그들의 뒤를 따르던 사우와 초하벽에 의해 한명도 빠짐없이 세상과 작별을 고해야 했다.






<<계속>>




ps : 이야기 전개가 빨라졌죠. 앞으로 묘사부분을 과감히 줄이고 줄거리를 빠르게 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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