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야사 - 4부
본문
지존곡 4장 제왕밀부 1
사공혜는 완전히 넋이 나간 사람처럼 입을 벌리고 멍한 표정으로 앉아있었다. 그녀의 혈도는 이미 풀려있었으나, 그녀는 아무런 의식을 못한 채 마치 석상처럼 굳어 있었다. 무림각파, 각 고수 별로 독문 점혈법이 있어서 그의 독문 해혈법이 없으면 해혈을 할 수 없다고 알고 있지만, 사실 점혈을 당한 순간부터 얼마나 오랜시간을 유지하느냐의 차이일 뿐이지, 모든 혈도라는 것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풀리게 되어있는 것이다. 당연히 점혈법의 난이도 혹은 시전자의 내공의 차이에 따라 스스로 풀수 있느냐, 아니면 상대방이 풀어주든지, 그도 아니면 시간이 흘러 자연히 해혈 되기를 기다리던지의 선택이 있을 뿐이다.
비록 음약에 당해 강제로 몸을 허락하는 광경인 것을 알수 있었지만, 항상 자애롭고 우아한 엄마가 외간남자의 몸을 끌어안고 몸을 대주면서 쾌락에 발광하는 모습은 다분히 충격적이었다.
고귀한 엄마가 내뱉는 음탕한 신음과, 외설스런 말들, 처음에는 창녀와 같이 더럽고 추한 그런 엄마의 모습에 어찌할 줄 몰랐으나, 어느 순간부터 자신의 몸도 뜨거워 지는 것을 느꼈다. 눈을 감고 보고 싶지 않았으나, 이미 자신의 머리속엔 엄마의 행위들이 하나하나 마치 춘화도처럼 떠올랐다.
거울 밖
‘헉, 당신은, 당신은, 당신은 설마 사진악?’ 수란은 경악에 찬 외침을 토했다.
‘음, 당신은 알지 말아야 할 걸 알았군.’ 음마는 안타까운 침음성을 흘렸다.
수란은 20년전 까맡게 잊어 버렸던, 아니 꿈에도 기억하고 싶지 않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20년전 강남제일미인 진수란, 그녀에게는 항상 그녀를 쫒아다니는 젊은 무림 공자들로 인해 하루도 편히 쉴 날이 없었다. 그중에서도 기억에 남을 정도로 집요하게 그녀를 쫒아다니던 남자 소주 사가장의 대공자 사진악, 무공이나 외모나 가문이나 어느것도 부족함이 없는 남자였으나, 이제 17살의 그녀는 모든 소녀들이 그러하듯이 갑자기 나타난 백마 탄 왕자를 기다리며 주위에 그러저러한 부모잘만나 돈 펑펑쓰며 잘난체 하는 귀공자들을 경멸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만난다. 집을 나와 항주의 외숙부 댁에 놀러가던 그녀는 산길에서 사진악을 만나게 된다. 사진악은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스토킹하면서 그녀를 차지할 기회만 넘보고 있었던 것이다.
사진악은 사실 그녀를 강제로 취할 생각은 없었다. 다만, 그녀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할 단둘만의 시간을 원했을 뿐인데, 자신을 경멸하는 듯한 쌀쌀한 태도로 일관된 그녀를 보자, 갑자기 분노가 치밀었다.
‘니년이 잘나면 얼마나 잘났다고……., 오늘 내 사진악의 진정한 무서움을 너에게 알려주겠다. 네년을 오늘 내 여자로 만들지 않으면, 내 다시는 ‘사’씨 성을 쓰지 않으마’
그렇게 맹세하며 그녀를 무력으로 제압했다. 그녀도 무가의 출신이나, 소주제일장의 장손에게는 한참 미치지 못하는 무공으로, 10초를 채 넘기지 못하고 제압되었다.
그러나 사람의 일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것, 사진악은 마침 강호 유람길에 올랐던
강남기협 사공 도를 만나게 된 것이다. 당시 젊은 후기지수 중 하나로 떠오르던 강남제일장 사공가 의 대공자 사공도, 그의 무공은 사진악으로서 감당할 수 없는 것이었다.
사진악은 5초만에 사공도에게 패하여 언젠가 다시, 강남에 돌아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떠나갔다.
그 후 실제로 강남에 다시 돌아오지 않았고, 늘그막에 얻은 독자, 사가장 의 기대를 한몸에 모았던 소공자가 행방불명되자 사가장주는 백방으로 아들의 행방을 수소문 하였고 몇 년 후 음산의 절곡에서 아들의 유품을 발견한 후, 절망에 차 병으로 앓아 누웠다. 그렇게 시름시름 앓다가 결국 몇 년이 넘기지 못하고 세상을 하직한 후, 한때 소주제일무가였던 사가장은 가솔들도 뿔뿔이 흩어지고 페허만 남게 되었다.
수란은 그 꿈대로 백마탄 왕자 같은 사공도 와 결혼하여 딸도 낳고 행복한 생활을 했지만, 한편으로 이제 인생을 알만큼 나이가 들면서, 사진악에 대해 미안한 마음도 있었다. 그때 내가 좀 더 다정하게 혹은 좀 더 현명하게 사진악을 대했더라면, 사가장이 망하진 않았을텐데 …. 하는 자책감을 때때로 느꼈다.
‘당신, 당신은 죽었다고 들었어요. 사실 당신의 사망 소식을 듣고 죄책감에 시달렸어요.
어쩌면 나로인해 당신 가문도 멸망했으니,당신이 그때의 복수를 위해 저를 겁탈했다면, 좋아요, 달게 받겠어요. 죽이든 살리든 마음대로 하세요. 하지만 내 가족은 당신과 아무 상관이 없잖아요? 내 가족은 살려 주시기를 바래요.’
수란은 간절히 빌었다. 이미 밖의 칼부림도 멎고 낙엽 떨어지는 소리조차도 들리지 않는 이 고요의 의미를 수란은 무가의 자제 답게 잘 알고 있었다. 상황이 끝난 것이다. 승패는 보지 않아도 뻔하다. 만약 적군이 모두 패했다면, 자신이 사진악에게 농락당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용서라고? 그래 용서해 줄 수 있어. 나도 당시 당신이 그렇게까지 나를 매몰차게 대하고 경멸하지 않았었으면 , 색마라는 낙인이 찍힌채 삶의 희망을 잃고 절벽에서 뛰어내리진 않았을 거야. 그렇다면 불쌍한 우리 아버지, 그리고 대대로 소주에서 뿌리를 내려온 우리 가문이 이렇게 허망하게 멸망하진 않았겠지. 단지 용서라는 한 마디로 이 모든걸 되돌릴 수 있을까?
아니, 당신도 똑같이 겪어봐야 해. 잘나가던 인생이 한 순간 실수로 천길나락으로 떨어지는 경험, 그 지독한 아픔을 당신도 느껴보라고’
음마의 얼굴엔 고통인지, 분노인지 분간할 수가 없는 표정이 서렸다.
이때 흠, 흠, 문밖에서 고의로 기척을 알리는 기침소리가 들리자, 음마는 재빨리 겉옷을 벗어 수란에게 덮어주고 말했다.
‘들어오시오 총사’
마치 차가운 뱀의 눈빛을 지닌 복면인이 들어왔다. 나이를 봐선 약 40대 중반쯤으로 느껴지는 차갑고 오만한 분위기를 풍기는 인물이었다.
‘밖의 상황은 다 정리된 것 같구료, 총사’
‘덕분에 잘 정리되었소 궁주’
‘대단하구료, 강남제일세가 사공세가 를 이렇듯 쉽게 무너뜨리다니…..’
‘사실 우리측 손실도 적지 않았소. 우리 측 고수들도 절반이상이 죽었으니, 과연 강남제일세가가 허명이 아님을 느꼈소. 과연 강남 무림 절반의 실력이란 것이 맞는 것 같소. ‘
‘남편은요?
‘당신의 남편은 자결했소.’
철렁, 그래도 혹시나 하는 한가닥 희망을 갖고 있던 남편이 죽었다고 하자 그녀는 심장이 오그라드는 추위를 느꼈다.
‘사실 당신 남편을 죽일 순 있지만 죽이려 하진 않았소. 내가 죽고나면 천하의 보물도 다 필요없는 것을, 무엇이 목숨보다 귀하다고 신외지물을 위해 목숨도 버린단 말이요…. 그렇지 않소 부인?’
‘무슨말 이예요? ‘
‘좋은 말로 해선 안되겠군. 구지 내입으로 제왕밀부를 내 놓으면 살려주겠다는 말을 다시하란 말이요?’
‘제왕밀부?, 난 그런 것 몰라요. 들어보지도 못했어요.’ 그랬다. 실제로 그녀는 남편이 강호에서 하는 일에 대해 알려고도 하지 않았고, 남편도 그녀에게 바깥에서 일어나는 일에대해 별로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부인, 내 눈을 보시오’
헉, 수란은 그의 눈을 보는 순간, 마치 심연에 빠진듯한 착각을 느끼며 몽롱해 지는 것을 느꼈다.
내 눈을 보아라. 나는누구냐?
‘당신은 저의 주인 이십니다.’
총사라고 불리는 복면인 그는 일종의 섭혼술을 구사하고 있었다. 마교에서도 고수에게만 내려오는 밀전이라고 하는데, 심후한 내공이 없으면 오히려 시전자가 중상을 입는 위험한 무공으로 무공에 자신이 있는 자만이 펼칠 수 있는 무공이었다.
제왕밀부는 어디 있느냐?
제왕밀부가 무엇인가요?
음, 그는 그녀가 섭혼술에 걸렸음을 확신했으므로 그녀가 정말로 제왕밀부를 모른다는 것을 확신했다.
장원안 엔 모두 몇 명의 사람이 있느냐?
저와 부군, 딸 세사람을 제외하고 총 450명의 사람이 있습니다.
틀렸다. 모두 두 사람이 있다. 죽은 사람은 사람이 아니라 시체라고 부른다.
네 모두 두 사람이 있습니다. 죽은 사람은 사람이 아니라 시체라고 부르지요.
수란은 몽롱한 상태에서 마치 꿈꾸는 표정으로 복면인의 말을 되뇌었다.
이제 너의 주인으로서 명한다. 네 오른손을 들어라. 내공을 주입하여 네 천령혈 치면 너는 황홀한 행복감을 느끼며 극락으로 가게 될거다. 네 오른손을 들어 네 천령혈을 쳐라.
‘내 오른손을 들어 천령혈을 친다. 내 오른손을들어 천령혈을 친다.’
수란은 그의 말을 곱씹으며 서서히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
‘멈추어라’ 갑자기 음마의 대갈이 들리었다. 음마는 재빠르게 그녀의 혈도를 짚어 그녀가 음직이지 못하도록 했다.
무슨일이요? 사궁주?
‘그녀는 나의 것이오. 그녀의 생사여탈은 내가 관장하오’
하지만, 규정상 그럴수 없다는 것을 알지 않소? 우리가 진행일에 일말의 빈틈도 없어야 한다는 것을 모르오?
총사, 귀하도 한가지 잊어버린 게 있는 것 같소. 나는 당신의 수하가 아니라는 사실이오.
그리고 이 여자는 당신들에게 협력하는 나의 대가라는 것을 알아주시면 좋겠소. 살리고 죽이는 것은 내가 결정할 일이오.
총사는 음마의 태도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천면음마가 누군가, 여인의 정조를 유린한 후에꼭 후환이 남지 않도록 죽여서 비밀을 유지하는 자가 아닌가?
그런데 하찮은 중년미부 하나 때문에 자신과의 선약을 어긴다는게 좀 이상하게 생각되었다.
‘좋소. 그녀는 당신의 처분에 맡기도록 하지.하지만, 만약 오늘의 비밀이 새 나간다면 당신도 책임질 수 없을거요’ 총사는 냉소를 하며 외면했다.
‘이제 너는 아주 피곤하다. 지금 네가 누워있는 곳은 아주 편안한 침대이다. 너는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마음으로 잠을 잔다. 잠을 잔다.’
‘나는 아주 피곤하다. 나는 잠을 잔다 잠을 잔다.’ 수란은 거짓말처럼 땅에 드러누워 잠을 자기 시작했다. 마치 그 방바닥이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침대라도 되는듯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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