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SF

천상(天上)의 향기 - 180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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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天上)의 향기 180(칠백년의 약속)-14




형오이살은 혁린무에게 받은 신호탄을 터트리니 하늘에 오색으로 빛나는 폭죽이 터진다. 혁린무는 멀리서 터진 폭죽을 보고 무사들을 준비시켰다. 일단 선발대는 안전하게 안개지역을 통과했다. 물론 선발대가 무사하다가 안개지역이 안전하다는 보장은 없다. 적(敵)들이 선발대라는 것을 눈치체고 그냥 보내 주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기서 지체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촉발하다. 그렇다면 방법은 한 가지 뿐이다. 안개지역을 최대한 빠른 속도로 통과하는 것이다.




“모두 전투준비.........혈영대가 선두........흑풍대는 후미.........대오를 정비하라.”




혁린무의 명령에 혈영대와 흑풍대가 일사불란(一絲不亂)하게 대오를 정비했다. 




“혈영대는 활을 준비하고 이열로 정렬하고 흑풍대는 돌격준비를 하라.”




혁린무의 명령에 선두에 있던 혈영대는 활을 준비해서 화살을 메긴다. 




“일열.........안개지역을 향해 화살을 발사하라.........발사.”


“슝~ 슝~ 슝슝슝슝슝슝슝~”




검은 밤하늘에 수많은 화살들이 날아올라 안개 속을 향해 날아간다. 




“이열.........발사.” 


“슝~ 슝~ 슝슝슝슝슝슝슝~”




처음 화살들이 땅에 떨어지기도 전에 두 번째 화살들이 날아오른다. 혁린무는 첫 번째 화살들이 안개지역이 떨어지는 것을 확인하고 바로 흑풍대에게 돌격명령을 내렸다.




“흑풍대는 선두로............혈영대는 후미를 맡는다..........돌격하라. 돌격.”




혁린무의 명령에 후미에 있던 흑풍대가 혈영대을 지나쳐 안개지역으로 돌격한다. 두 번째 화살들이 안개지역에 떨어지는 순간에 흑풍대도 안개지역에 진입할 것이다.




란은 비 오듯 솟아지는 화살들을 보고 입가에 살며시 미소를 짓는다. 적(敵)의 본대가 정면 돌파를 선택한 모양이다. 




“다행이 폭약은 아니군요. 저는 놈들이 폭약을 터트리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준비하세요. 곧 놈들이 몰려올 겁니다. 현원자님은 오른쪽, 화원명님은 왼쪽을 맡아주세요. 저는 정면을 맡겠습니다.”




화살들이 땅에 떨어지기 전에 망루에 있던 홍인과 현원자 그리고 화원명이 밑으로 날아간다. 혼자 망루에 남은 란은 홍인 등이 출발한 것을 보고 청색피리를 부니 안개지역 곳곳에 몸을 숨기고 있던 무림맹 무사들은 피리 소리를 듣고 하늘에서 솟아지는 화살들을 피해 관도주위로 빠르게 모여들더니 밧줄과 쇠사슬을 관도 주위에 깔았다. 물론 안개 때문에 화살을 피하지 못한 무사들도 더려 있었지만 미리 방비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숫자는 얼마 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들과는 조금 떨어진 곳에 2백명의 궁수들이 화살을 준비하고 도열한다.




“팍~ 파파파파팍~”




안개지역 곳곳에 혈영대가 쏜 화살들이 떨어진다. 흑풍대는 화살들이 떨어진 지역을 지나 빠른 속도로 안개지역으로 들어왔다. 안개지역은 바로 앞에 달려가는 동료조차 보이지 않을 정도다. 흑풍대의 선두가 안개지역을 벗어나려는 찰라 혁린무가 지휘하는 혈영대도 안개지역에 모두 들어왔다. 




란은 배화교 무리가 한사람도 빠짐없이 안개지역으로 들어오자 붉은 피리를 불었다.




“삐이이이익~”




붉은 피리에서는 귀를 자극하는 날카로운 소리가 울려 펴졌고, 관도 양쪽에 도열에서 미리 깔아놓은 밧줄과 쇠사슬을 잡고 있던 무림맹 무사들이 힘차게 줄을 잡아당긴다. 어찌 보면 간단한 함정이라 조금만 주위하면 피할 수 있어 보이지만 마음이 급한 흑풍대와 혈영대는 주위를 살필 여유가 없어 갑자기 솟구친 쇠사슬과 밧줄에 무더기로 앞으로 꼬꾸라지고 있다.




망루에 있던 란은 주머니에서 몇 개의 암기를 꺼내 돌탑들을 향해 날리니 돌탑들에 붙여있던 종이들이 떨어지며 순식간에 안개가 사라졌고, 그와 때를 같이하여 관도와 조금 떨어진 곳에 도열해 있던 궁수들이 관도에 쓰려진 배화교무사들을 향해 화살을 날렸다.




“슝~ 슝~ 슝~ 슝~”




수많은 화살들이 가을철 메뚜기 때처럼 하늘을 가득하더니 배화교무리들을 향해 날아간다.




“모두 암기를 날려라. 한 놈도 살려두지 마라.”




홍인의 명령이 떨어지자 관도 주위에 포진하고 있던 무림맹 무사들도 잡고 있던 줄을 놓고 각종 암기를 배화교 무리들을 향해 뿌리기 시작했다.




혁린무는 갑자기 앞서가던 흑풍대가 쓰려지는 모습을 보고 혈영대에게 급하게 정지명령을 내렸지만 자신들의 발밑에서도 쇠사슬과 밧줄들이 솟구치니 달려오는 속도를 제어하지 못하고 줄에 걸려 앞으로 넘어졌고, 뒤이어 화살과 각종 암기들이 하늘 가득이 날아오자 자신이 가장 먼저 일어나 도(刀)를 꺼내 암기와 화살들을 쳐냈다.




“끄아악~”


“끄윽~”




여기저기에서 비명소리가 들린다. 모두 배화교 무사들의 비명소리다.




“모두 일어나.......당황하지 말고 적(敵)의 기습공격(奇襲攻擊)에 대비하라. 모두 일어나. 어서.”




혁린무가 목이 터져라 외쳐보지만 한번 당황하기 시작한 흑풍대와 혈영대는 솟아지는 화살들과 암기들에 속절없이 당하고 있다. 




가장 선두에 있던 홍인의 앞에는 검은 옷을 입은 흑풍대 무사들이 화살과 암기를 피해하나 둘씩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다. 홍인은 양손에 내공을 모야 백보신권으로 꿈틀거리며 일어나는 흑풍대 무사들의 가슴을 날려버렸다.




“공격.........공격하라. 한 놈도 남기지 마라.”




홍인이 선두로 치고 나가며 공격을 시작하자 홍인을 따르는 무사들도 일제히 흑풍대를 향해 돌격했다. 드디어 배화교와 정도무림간의 전면전이 시작된 것이다. 




현원자는 평리에 도착하기 전부터 심기가 불편했다. 십이사 놈들.........그중에서도 마수마랑에게 복수해야 하는데 시답지도 않는 배화교 놈들 때문에 시간을 허비하고 있으니 성질이 난 것이다. 현원자는 홍인일행이 공격을 시작하자 청명검을 뽑았다.




“우우우웅~”




청명검은 전설의 십대기병(十代奇兵)으로 기(氣)를 주입하지 않았는데도 뼈가 시릴 정도의 하얀 광채를 뿜어낸다. 현원자는 검(劍)을 뽑자마자 돌격명령을 내리고 자신이 선두로 치고 나가며 무당의 태극검법으로 검(劍)을 뿌리니 하얀 검영(劍影)들이 화살과 암기들을 피해 힘들게 일어나는 혈영대 무사들의 머리위로 떨어진다. 




배화교 무사들은 사막의 용사들이다. 그들은 예고도 없이 불어오는 모래바람을 온몸으로 맞아가며 온몸이 타는 듯한 사막의 열기 속에 무공(武功)을 수련한 자들이다. 편안하게 자파의 연무장에서 무공을 수련한 백도 무림인들과는 비교도 될 수없이 고통에 달련된 무사들이란 말이다. 그들은 화살이 다리를 관통하고 암기가 뱃가죽에 박혀도 고통을 인내하며 자신들에게 돌격하는 무림군을 상대한다. 




현원자의 검(劍)이 만들어낸 하얀 검영(劍影)들이 혈영대 무사들의 머리위로 떨어진다. 혈영대 무사들은 검(劍)과 도(刀) 등의 무기로 검영(劍影)들을 상대했다. 하지만 하얀 검영(劍影)들은 자신들의 무기를 두부 자르듯 베어버리고 팔과 목까지 날아온다.




“이게 뭐야.........크아아악~” 


“으악~ 내팔............내팔이.......으악”




혈영대 무사 한명의 머리통이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허공으로 날아오른다. 자신은 분명 검(劍)으로 막았건만 하얀 검영(劍影)은 자신의 검(劍)을 베고 목까지 잘라버렸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가? 억울하기는 팔이 잘린 혈영대 무사도 마찬가지다. 그도 하얀 검영(劍影)을 자신의 도(刀)로 막았다. 하지만 하얀 검영(劍影)은 두꺼운 도(刀)를 나무젓가락처럼 베어버리고 도(刀)를 들고 있던 무사의 팔을 베어버렸다. 하지만 그건 그가 이승에서 느끼는 마지막 감정이었다. 곧이어 날아온 하야 검영(劍影)이 심장이 반으로 갈라버렸기 때문이다. 




현원자는 양 때들 사이에 뛰어든 호랑이처럼 혈영대 무사들을 너무나 손쉽게 베어버린다. 그건 현원자의 무공이 뛰어난 것도 있지만 그가 지니고 있는 무림십대기병인 청명검의 영향도 컸다. 청명검은 쇠를 부두처럼 베어버리는 명검으로 혈영대 무사들이 지니고 있는 검(劍)과 도(刀)로는 막을 수 없으니 속절없이 당하고 있는 것이다.




화원명이 자하강기를 끌어올려 검(劍)에 주입하니 검(劍)에서 붉은 기운이 감돌았다. 화원명은 지금까지 무림에 나와 3번 검(劍)을 잡았다. 첫 번째는 마수마랑과 일대일 대결로 승패를 결정짓지 못하고 싱겁게 끝나버렸다. 두 번째는 천마마련에서 천마공자 초하벽과의 대결이었다. 초하벽은 소문과는 다르게 엄청난 무공을 지니고 있었고, 당시 상황이 위급하여 초하벽과 승패를 결정짓지 못하고 물려났다. 다음으로 마수마랑과 다시 만났을 때, 검(劍)을 잡았다. 하지만 자신은 감히 마수마랑에게 검(劍)도 겨누지도 못했다. 마수마랑은 이미 자신의 경지를 넘어 홍인과 현원자의 합공을 혼자서 상대하고 있었다. 자신이 당장 홍인이나 현원자와 대결한다 해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그런데 얼마 전까지 자신과 평수를 이루던 마수마랑은 현원자와 홍인의 합공에도 전혀 밀리지 않고 오히려 홍이과 현원자를 거칠게 몰아 붙었다. 당시 화원명은 심적(心的)으로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자신이 누구인가? 대 화산파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어릴 적부터 오직 무공정진에만 매달린 사람이며 화산파의 모든 절기를 익히고 이제는 적수(敵手)가 없다고 큰소리치며 하산한 사람이다. 그런데 세상에 나와 자신이 큰소리치던 무공이 얼마나 형편없고 한심하지 절감해야 했다. 




일신 일일신 우일신(日新日日新又日新)이란 말이 있다. 상대인 마수마랑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데 자신은 한곳에 정체되어 있다. 얼마나 한심한 짓인가? 




화원명은 머리를 흔들고 멀리 떨어진 혈영대 무사들을 향해 검(劍)을 뿌리니 붉은 검영(劍影)들이 혈영대 무사들의 머리위로 떨어진다. 혈영대 무사들은 이미 화살과 암기에 부상을 당한 상태라 화원명의 검(劍)을 막지 못하고 팔다리가 날아가고 가슴이 베어져 피를 토하며 쓰려진다. 너무 쉽다. 이건 싸움이 아니라 일반적인 도살(屠殺)일 뿐이다. 화원명은 자신의 적수(敵手)가 될만한 상대를 찾아보았다. 멀리 무림맹 무사들을 썩은 짚단처럼 베어버리는 놈이 있다. 화원명은 바닥을 박차고 날아올라 도(刀)을 들고 미친 듯이 날뛰고 있는 상대를 향해 날아갔다.




혁린무는 자신의 무기인 도(刀)로 무림맹 무사들을 폭풍처럼 몰아치고 있었다. 혁린무의 도(刀)가 한바퀴 회전하자 엄청난 도영(刀影)들이 무림맹 무사들을 향해 날아간다. 폭풍도는 사막의 용권풍을 본떠 창악한 도법(刀法)으로 폭풍도가 쓸고 지나간 자리는 용권풍이 쓸고 지나간 자리처럼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는 극히 패도적인 도법(刀法)이다. 




“감히 우릴 공격해........죽어 새끼야.........모두 죽어버려.”




혁린무는 붉게 번듯이는 눈으로 혈영대를 공격하는 무림맹 무사들에게 도(刀)를 뿌리니 무림맹 무사들의 팔다리가 하늘높이 날아오르고 온몸이 갈기갈기 찢어져 사방으로 날아간다. 그때 혁린무는 엄청난 강기(剛氣)가 자신에게 날아오는 것을 감지했고 몸이 빙글 돌려 자신에게 날아오는 붉은 검영(劍影)들을 향해 도(刀)을 뿌렸다.




“꽝~ 꽈꽈꽈꽈꽝~”




검(劍)과 도(刀)가 허공에서 충돌하며 엄청난 폭음과 함께 주위에 있던 혈영대 무사들과 무림맹 무사들이 갈기갈기 찢어져 사방으로 날아간다. 검(劍)과 도(刀)의 충돌로 생긴 기(氣)의 파동이 혈영대 무사들과 무림맹 무사들을 날려버린 것이다. 현원자는 충돌의 여파가 가라앉기 전에 땅에 착지하여 혁린무를 향해 검(劍)을 겨누었다.




“네놈이 대가리냐?”


“이런 십팔~.........말하는 싸가지 하고는..........그래 내가 대가리다. 넌 어디서 빌어먹던 개뼈다귀냐?”


“화산의 화원명이라는 개뼈다귀다. 하수(下手)들 데리고 깝죽거리지 말고 우리 한판 붙어볼까?”


“화원명?.......네놈이 화산새끼들이 자랑하는 그놈인가 보군.........그런데 어쩌지........난 너 같은 개뼈다귀한테는 관심 없거든.......그러니까 꺼져 새끼야.”




혁린무는 말을 끝내기도 전에 화원명을 향해 폭풍참(暴風慘)을 날렸다. 상대를 방심하게 만든 다음 기습공격을 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알파한 수에 넘어갈 화원명이 아니다. 화원명은 자하심공을 끌어올려 검(劍)에 주입하니 검(劍)에서 붉은 기운이 용솟음친다. 화원명은 거대한 도영(刀影)의 폭풍이 몰려오자 백팔식광풍쾌검(百八式狂風快劍)으로 도(刀)의 폭풍을 베어버리니 용권풍처럼 몰려오던 도영(刀影)들이 반으로 갈라지며 혁린무를 향해 날아간다. 혁린무는 상대가 폭풍참을 베어버리는 것을 보고 허공으로 날아올라 머리가 땅으로 향하게 한 다음 도(刀)에 내공을 주입하여 열십자로 베며 화원명을 향해 날아간다. 화원명도 지지 않고 다리에 힘을 주어 하체를 단단하게 받친 다음 자신에게 날아오는 혁린무를 향해 검(劍)을 휘두르니 붉은 검영(劍影)이 혁린무를 행해 날아간다.




“꽈아아아아아아앙~” 


“끄윽~” 


“음~”




엄청난 폭음과 두 마디 짧은 신음소리가 들리더니 혁린무가 화원명과 조금 떨어진 곳에 옆구리를 잡고 입술을 깨물고 있었으며 화원명은 미간(眉間)을 찌푸린 상태에서 어깨를 잡고 있었다. 검(劍)과 도(刀)가 충돌한 순간 화원명의 검(劍)은 혁린무의 옆구리를 쓰치고 지나갔고, 혁린무의 도(刀)는 화원명의 어깨 위를 스치듯 지나갔다. 둘 다 직접적으로 상대를 베지는 못했지만 검(劍)과 도(刀)에 내공이 주입되어 있었기 때문에 스쳐간 정도만으로도 상처를 입은 것이다. 




그들의 대결이 얼마나 대단했는지는 관도중간에 움푹 파일 구덩이와 주위에 널려있는 시체들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화원명과 혁린무의 충돌의 여파로 구덩이가 생기고 미처 피하지 못한 무림맹 무사들과 배화교 무사들이 걸레처럼 찢겨져 나간 것이다.




“만만치 않는 뼈다귀네.”


“너도 만만치 않는 마빡이다.”


“쩝~ 이제 대가리에서 마빡으로 발전한 거냐. 그래 네놈 입맛대로 불려라. 하지만 장난은 여기 까지다. 네놈하고 노닥거릴 시간이 없거든.”




혁린무는 들고 있던 도(刀)를 땅바닥에 박더니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기(氣)를 끌어올렸다. 화원명은 혁린무의 모습을 보고 그가 아수라진백마공(阿修羅震魄魔功)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수라진백마공은 배화교 십대마공의 하나로 한번 펼쳐지면 주위일대가 암흑에 잠기고 상대는 어떻게 죽는지도 모르게 죽음에 이르는 무서운 마공이다. 혁린무는 배화교 교주인 혁린무진의 둘째 아들로 차기 교주가 되려는 야망(野望)을 가진 사내다. 그런 그가 폭풍도 정도의 무공만 익히고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誤算)이다. 혁린무는 겉으로 보기에는 방탕하고 여자나 밝히는 놈처럼 보이지만 속으로 거대한 야망을 품고 있는 놈답게 배화교 십대마공 중 5가지 마공과 셋째인 혁린영이 익히는 것 자체가 금지된 마안마공을 익힌 것처럼 남이 모르는 한 가지 절대마공을 익히고 있었다. 




화원명은 입술을 깨물고 검(劍)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아수라진백마공을 처음 본 사람은 암흑마공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아수라진백마공과 암흑마공이 겉보기에 비슷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암흑마공이 단순히 상대의 눈을 현혹(眩惑)시켜 당황한 상대를 기습공격으로 승리하는 거라면 아무라진백마공은 일종의 내공(內攻)심법까지 합쳐진 것으로 한번의 벼락같은 공격으로 상대의 혼(魂)까지 빼앗는 무서운 마공(魔功)이다. 더욱이 암흑마공과는 달리 내공이 결합된 것이라 암흑(暗黑)의 기운을 객체(客體)에 전이(轉移)시켜 상대를 공격할 수도 있다. 다시 말해 혁린무의 폭풍도법과 아수라진백마공이 하나로 합쳐질 수 있다는 말이다.




“놈이 마수라진백마공을 끌어올리기 전에 끝내야 한다. 안 그럼 내가 당한다.”




화원명은 사부인 태화상인에게 아수라진백마공이 얼마나 무서운 마공인지 들이기 때문에 혁린무가 아수라진백마공을 끌어올려 폭풍도와 합치기 전에 자하신공을 극성으로 끌어올려 혁린무의 머리 위로 날아올랐다. 




“낙영검법.........낙화파영”




화원명의 검(劍)에서 피어난 검영(劍影)들이 봄날 꽃가루가 날리듯 수많은 검영(劍影)들이 피어나 내공을 끌어올리고 있는 혁린무의 머리위로 떨어진다. 혁린무는 고개를 들어 화려하게 떨어지는 검영(劍影)들을 바라보며 느린 동작으로 앞에 꼽아두었던 도(刀)를 잡더니 하늘을 향해 좌우로 크게 휘두른다. 화원명은 자신이 만들어낸 검영(劍影)들이 혁린무의 도(刀)에서 피어난 검은 용에 의해 갈가리 찢어나가자 헛바람을 들이키고 왼쪽 발로 오른쪽 발등을 찍고 하늘 높이 솟구쳤다.




“빌어먹을 자식........도환(跳丸)이란 말이지.........이렇게 되면 나도 목숨을 걸어야겠군.”




하늘 높이 솟구친 화원명은 입술을 깨물고 자신의 모든 내공을 검(劍)에 주입했다. 상대가 도환(跳丸)까지 펼칠 정도의 고수라면 자신도 목숨을 걸어야 한다. 




현원자는 한품이 나올 지경이다. 도무지 상대가 될만한 놈이 없다. 혈영대 무사고 흑풍대 무사고 청명검을 휘두르면 상대의 팔다리나 목이 날아가거나 몸이 반으로 절단되어 버린다. 그나만 한번쯤 버티는 놈이 가끔 있지만 그런 놈들도 두합을 버티지 못하고 차가운 시체가 되어버린다. 현원자는 자신의 상대가 될만한 놈을 찾아보았다. 그때 현원자의 눈에 화원명과 혁린무가 대결하는 장면이 보였다.




“오라........저놈이라면 할만하겠는데.........쩝~ 아쉽군. 이미 화원명이 찍었잖아.”




현원자는 적수(敵手)가 될만한 놈을 이미 화원명이 상대하고 있기 때문에 입맛을 다시고 주위에 있던 혈영대를 상대했다. 그런데 갑자기 천지(天地)가 진동하는 폭음과 함께 귀가를 자극하는 비명소리가 들린다. 현원자가 재빨리 눈을 돌려보니 화원명과 혁린무의 대결의 여파만으로 수많은 무사들이 죽고 거대한 구덩이가 파였다. 현원자는 입술을 삐죽거리더니 기(氣)을 모르고 있는 혁린무를 향해 날아갔다. 현원자 혼자서 감당하기 힘들 것 같으니 자신도 혁린무를 상대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혁린무에게 달려가려는데 거치적거리는 놈들이 많다. 




“꺼져버려.........새끼들아........죽기 싫으며 비키란 말이야.”




현원자는 자신의 앞을 막는 혈영대 무사들을 베어버리고 앞으로 나아가니 혁린무가 도(刀)를 넓게 휘두르는 모습이 보인다.




“서.........설마..........도환(跳丸)이란 말인가? 피가 끓는군. 피가 끓어.”




현원자가 앞에 있는 혈영대 무사의 머리를 밟고 혁린무를 향해 날아간다. 혁린무의 도환(跳丸)은 현원자의 가슴에도 불을 지른 것이다.




란은 차가운 눈으로 전장(全長)을 살펴보고 있었다. 배화교 무리는 처음에는 무림군이 설치한 함정 빠져 일방적으로 당했지만 지금은 대오를 정비하고 무림군의 공격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역시 예상대로 만만한 놈들이 아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아군(我軍)진영에 절대무적의 고수(高手)들이 세 명씩이나 있다는 것이다. 검은 무복을 입고 있는 배화교 무리를 상대하는 홍인 앞에는 적수(敵手)가 없었다. 그의 장(掌)이나 권(拳)이 날아가면 어김없이 배화교 무사가 피를 토하며 쓰려진다. 홍인이 만일 자비(慈悲)를 버리고 무기를 들었다면 적(敵)의 피해는 엄청났을 것이다. 




다음으로 현원자의 검(劍)이 한번 날아오르면 붉은 옷을 입은 배화교 무사들이 두세 명씩 베어진다. 현원자의 무공도 무공이지만 그가 지니고 있는 청명검의 위력일 것이다. 다만 걱정되는 것은 화원명이다. 화원명은 하수(下手)들을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 적(敵)의 수장으로 보이는 놈과 대결하고 있는데 적(敵)의 수장은 우두머리답게 화원명에게 절대 밀리지 않고 있다. 




“꽝아아앙~” 




천지가 진동하는 폭음과 함께 화원명과 혁린무 사이에 거대한 구덩이가 생긴다. 란은 입술을 깨물고 화원명을 지켜보는데 현원자가 혁린무를 향해 달려가는 모습이 보인다.




“안돼...........현원자까지 가면 진세(陣勢)가 역전되는데..........”




란은 현원자가 혁린무에게 달려가는 모습을 불안한 눈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사실 홍인 쪽은 무림군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기 때문에 걱정할 것도 없다. 하지만 현원자와 화원명이 쪽은 화원명이 적(敵)의 수장을 상대하고 화원명이 다른 무림군과 함께 활약해준 덕분에 아주 미세하게나마 무림군이 우세를 점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현원자까지 적(敵)의 수장을 상대하면 무림군에게 유리했던 상황이 순식간에 역전될 수 있다. 이런 란의 판단은 현실로 나타나고 있었다.




혈영대와 함께 진법 속에 들어온 삼살은 갑자기 솟구친 쇠사슬에 걸려 앞으로 꼬꾸라질 뻔했지만 순간적으로 기지를 발휘하여 넘어지는 몸을 바로잡으려 했다. 하지만 자신만 조심하면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삼살의 뒤를 따라오던 혈영대가 앞으로 꼬꾸라지며 힘들게 중심을 잡으려던 삼살의 위를 덮친 것이다.




“이런 십팔...........당장 비키지 못해. 개새끼야.”


“제..........죄송합니다.




삼살은 자신을 덮친 혈영대무사에게 당장 일어나려했다. 그런데 그 순간 수많은 화살들과 함께 암기들이 날아와 무사의 허벅지와 어깨에 파고들었다.




“으..........으악!” 




무사는 한순간에 화살과 암기에 의해 별집이 되었지만 무사의 밑에 깔려 있던 삼살은 무사가 방패가 되어준 덕분에 아무런 부상 없이 주위를 살펴보았다. 갑자기 거대한 함성소리와 함께 언제 나타났는지 형형색색의 옷을 입은 무림군이 부상당한 혈영대를 향해 돌격하고 혁린무의 고함소리가 들린다. 형오삼살은 곧바로 일어나려했다. 그런데 갑자기 나타난 무림군 한 놈이 자기위에서 신음하고 있는 혈영대 무사의 등에 검(劍)을 내리 찍었다. 삼살은 눈을 감고 작은 소리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무림군의 검(劍)이 조금만 깊이 들어왔어도 자기심장이 반으로 갈라졌을 것이다. 혈영대의 등에 박힌 검(劍)이 하필이면 자신의 심장(心腸)부근이었기 때문이다. 무림군은 혈영대 무사의 죽음을 확인하기도 전에 다른 혈영대 무사를 향해 달려간다. 삼살은 이를 갈며 위에 있던 혈영대 무사의 시체를 옆으로 치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런 개새끼들.........모두 죽어버린다.”




삼살은 이를 갈며 검(劍)을 뽑아 바로 옆에 있던 도사복장의 무림군을 베어버렸다. 




중원에 들어와 형오삼살이 구박덩어리처럼 혁린무에게 갖은 구박을 당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사실을 따지고 보면 형오삼살은 교주인 혁린무진이 혁린무를 보호하기 자신의 호위 무사들 중에서 고르고 고른 무사들이다. 형오일살과 이살 그리고 삼살은 배화교 십대마공 중 화령마공 및 화령마검 그리고 절정마검을 익힌 절정고수들이었던 것이다.




삼살의 검(劍)이 날아오르자 차가운 살기(殺氣)를 뿌리는 검영(劍影)들이 피어나 거지복장의 무림군의 머리위로 떨어진다. 개방출신의 무림군들은 자신들의 머리위로 검영(劍影)들이 떨어지자 비틀거리는 보법으로 검영(劍影)들을 피하려 했다. 하지만 그건 처음부터 어리석은 생각이었다. 형오삼살의 검법은 적(敵)의 급소만을 공격하는 잔인한 절정마검이다. 




거지 한명의 심장에 차가운 검영(劍影) 파고들고 다른 거지의 머리위에 검영(劍影)이 떨어지며 머리가 두부처럼 갈라져 버린다. 삼살은 몇 번의 칼질로 주위에 있는 무림군을 모두 베어버리고 주위를 살펴보니 살아남은 혈영대들이 짝을 이루어 무림군을 상대하고 있고 한쪽에서는 혁린무가 두 명의 고수들에게 합공 받고 있었다. 




“저만한 공격에 당할 공자님이 아니다.”




삼살은 자세히는 모르지만 혁린무의 실력을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다. 혁린무가 두 명의 고수들에게 합공을 당하고 있다고 하지만 그만한 공격에 당할 혁린무는 아니다. 그럼 자신은 무엇을 해야 할까? 혁린무는 두 명의 고수들을 상대하느라 부대를 지휘할 여력이 없다. 그럼 혁린무 대신 자신이 지휘해야 한다. 현재 혈영대는 무림군에게 포위당해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있다. 자신이 할일은 분산된 혈영대를 응집(凝集)하여 전력(轉歷)을 극대화 시켜는 일이다.




“혈영대는 들어라.........나를 기준으로 폭풍혈영대진을 만든다...........모두 움직여.”




삼살이 허공으로 날아올라 차가운 검영(劍影)들을 뿌리며 소리치니 몇 명씩 짝을 이루어 무림군을 상대하던 혈영대가 삼살을 기준으로 하나의 대형을 만들기 시작했다. 삼살이 만들어낸 검영(劍影)들은 혈영대의 뒤를 따오던 무림군의 머리위로 떨어졌고, 무림군은 살기를 머금은 검영(劍影)들을 피해 뒤쪽으로 물려났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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