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SF

천상(天上)의 향기 - 203부

본문

천상(天上)의 향기 203(여리박빙(如履薄氷))-1




사람의 인생이란 향상 예상하지 못한 일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대륙상회 회원 대부분이 칠백년 전, 벽궁세가의 초대가주에게 은혜를 입은 사람들이라고 누가 예상이나 했겠는가? 




사실 풍운이 가지고 있는 은자의 주인은 벽궁수혜다. 수혜가 벽궁세가의 유일한 생존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풍운과 수혜는 이미 부부의 연을 맺었기 때문에 수혜의 것은 풍운의 것이라 할 수 있으며 수혜도 십이사의 일원이니 그녀와 관련된 대륙상회를 돕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풍운일행은 뜻하지 않은 상황을 맞이하여 대륙상회를 최선을 다해 도와주기로 결정했다. 




한편 풍운일행과 무림군의 대결결과는 철군(撤軍)을 서두르고 있던 금이에게도 전해졌다. 금이와 함께 있던 금산반은 금이의 표정을 살펴보았다. 혹시 무림군과 풍운일행의 전투 소식에 금이의 마음이 바뀌지 않을까 기대하는 눈치다. 




“무림군이 무림공적인 사호팔랑을 잡아 들리려다 놓친 모양이죠. 하여튼 싸움이 확대되지 않고 끝났다니 다행입니다.” 


“저기........장군님. 무림군과 사호팔랑까지 림산을 어지럽히고 있는데..........림산의 질서가 안정될 때까지 만이라도 림산에 머물려 계시면 안 되겠습니까?” 


“이미 결정된 사항입니다. 또 이번 일은 무림의 일이니 관(官)이 끼어들기도 곤란한 입장입니다. 다행이 사호팔랑이 도망쳤다고 하니 별다른 문제는 없을 겁니다.” 


“휴~ 알겠습니다.” 




금산반은 한숨을 쉬고 입을 다물었다. 금이는 철군(撤軍)준비가 끝나자 금산반을 돌아본다. 




“많이 도와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다음에 뵙겠습니다.” 


“그동안의 도움에 감사드립니다. 조심해서 가세요.” 




금산반은 속은 편치 않지만 지금까지나마 도와준 금이에게 감사인사를 했다. 금이는 말에 올랐고 사해방 무사들을 소탕(掃蕩)하고 림산을 장악하고 있던 철갑기동군이 림산을 떠나기 시작했다. 금산반은 철갑기동군이 철군(撤軍)하자 대륙금위들과 함께 뇌옥에 갇혀있던 포로들을 이끌고 지하대전으로 이동했다. 육철량과 상관장로가 언제 전력(戰力)을 정비하여 쳐들어올지 모르기 때문에 사방이 뚫려 수비하기 어려운 육철량의 집보다는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지하대전이 더욱 안전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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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깊은 시간 육철량과 마양이 다급한 발걸음으로 혁린무을 찾아왔다. 




“공자님.........공자님...........찾았습니다.” 




군막에 들어오자마자 마양이 미친놈처럼 소리를 지르니 탁자에 앉아 술을 마시고 있던 혁린무가 마양을 돌아본다. 




“누굴 찾았다는 거야. 혹시 상관장로를 찾았다는 말이야.”


“예! 상관장로를 찾았습니다. 드디어 찾았어요.” 




혁린무는 마시던 술잔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말이야. 그래~ 어디서 찾았어.” 


“육방주가 말한 통성에 있었답니다. 자신이 키운 무사들을 이끌고 림산으로 진격(進擊)하려던 상관장로를 사해방 식구들이 찾아 우리의 소식을 전해주니 지금 이곳으로 오고 있다고 합니다.” 




마양의 말에 혁린무는 술잔을 육철량에게 잔을 내밀었다. 




“육방주님 한잔 하세요.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육철량은 환하게 웃으며 술을 받아 단숨에 마신다. 




“크~ 좋다. 자~ 공자님도 한잔 받으세요.” 




혁린무도 육철량의 잔을 받아 술을 마셨다. 




“이제 걱정하지 마세요. 지금 사해맹룡이 지휘하는 본방의 무사들과 상관장로의 무사들이 오고 있으니 이제 대륙금위 놈들을 쓸어버리고 대륙상회를 장악하는 일만 남았습니다.”


“그래요. 눈에 가시 같던 무림군과 십이사 놈들도 한판 붙었으니 한동안은 잠잠할 거고, 금이 놈이 철갑기동군을 이끌고 떠났으니 이제 대륙금위들만 쓸어버리면 됩니다. 마양........형오일살은 언제 도착하는 거야.” 


“늦어도 내일 오후쯤에는 도착할 겁니다.” 


“하하하~ 이제야 조금 마음이 놓이는 군. 십이사 놈들은 어디로 도망갔어.” 


“산으로 도망갔습니다. 워낙 경비가 심해 잘 모르겠지만 흑도 놈들로 보이는 놈들과 같이 있습니다.” 


“흑도?........그 정채를 모르겠다는 그놈들을 말하는 거야.” 


“예! 림산 외곽에 있는 야산에 숨어있는데, 산 전체에 경비들이 깔려있어 저희 사안도 접근을 못하고 있습니다.” 


“됐어. 놈들도 아침의 일이 있으니 쉽게 나서지는 못할 거야. 마양~ 금산반과 대륙금위들의 동향을 파악해라. 나는 흑풍대와 혈영대를 정비하겠다.” 


“알겠습니다.” 




마양은 대답과 함께 밖으로 나가 사안의 무사들을 소집했다.




림산에서 도망친 상관장로는 자신이 비밀리에 키운 무사들이 있는 통성으로 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훈련하고 있던 무사들을 만나 인원과 무기를 점검하고 림산으로 진격(進擊)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대륙상회는 상인들의 연합체로 무사들이 주(主)가 아닌 상인들이 주(主)가 되는 조직이다. 다시 말해 상인들이 있어야 장사를 하고 장사를 해야 먹고사는 조직이란 말이다. 그런데 자신을 따르는 상인들 대부분이 갑자기 들이 닫친 철갑기동군의 포로가 되었다. 만일에 그들이 잘못된다면, 대륙상회를 장악해도 자신을 위해 장사해줄 사람들이 없으니 껍데기만 남는 것이다. 그건 상관장로가 원하던 것이 아니므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철갑기동군의 포로가 된 상인들을 구출하는 한편 림산을 다시 장악해야 한다. 상관장로가 모든 준비를 마치고 림산으로 진격(進擊)하려는 순간 사해방 사람이 찾아와 혁린무와 육철량의 소식을 전해주었다. 상관장로는 많은 고민을 했다. 자신이 가진 전력(戰力)이 아무리 막강(莫强)하다해도 혼자 힘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또한 이번 싸움은 단순히 힘으로 밀어붙이면 끝나는 싸움이 아니라 많은 것을 염두(念頭)에 두고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싸움이다. 막말로 상인들이 모두 죽어버리면 싸움에 이겨도 아무것도 남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상관장로는 내키는 일은 아니지만 일단 육철량과 다시 손을 잡기로 결정하고 무사들을 이끌고 혁린무가 있는 곳으로 출발했다. 




형오일살이 지휘하는 무사들은 사안의 연락을 받고 전속력으로 림산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으며, 육철량의 연락을 받는 사해맹룡도 무사들을 이끌고 림산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모든 것이 혁린무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흘려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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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서성에 있는 무림맹에 몇 마리의 전서구들이 날아들었다. 풍운일행과 배화교일로 무림맹에 머물고 있는 칠대세가 가주들에게 날아온 전서구들이다. 남궁세가의 가주인 성수신검은 아들인 남궁벽이 보내온 서찰을 읽으며 신음소리를 냈다. 서찰의 내용은 비교적 간단했으나 내용은 성수신검이 신음소리를 낼 정도로 심각했기 때문이다. 




“제갈세가의 여식과 사천당가의 여식이 사호팔랑 놈들과 함께 있다. 그것도 포로로 잡혀 있는 것도 아니고 스스로 원해서 놈들과 함께 있다. 허참~ 이걸 믿어야 한단 말인가?” 




성수신검이 서찰을 내려놓고 고민하고 있는데 밖에서 인기척이 들리더니 황보세가의 가주가 찾아왔다. 




“안녕하세요. 상의드릴 일이 있어 왔습니다.” 


“어서 오세요.” 




성수신검이 서찰을 품속에 갈무리하며 황보가주에게 자리를 내주었다. 




“저기........무림군에 있는 제 자식 놈에게 이런 서찰이 왔습니다. 한번 읽어보세요.” 




황보가주는 자리에 앉자마자 품속에서 서찰을 꺼내 성수신검에게 내밀었다. 성수신검은 의아한 눈으로 황보가주와 서찰을 바라본다. 




“아드님이 보내신 서찰을 제가 읽어도 되겠습니까?” 


“사사로운 일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일이니 한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성수신검이 황보명이 보냈다는 서찰을 읽어보니 남궁벽이 보낸 서찰내용과 일맥상통(一脈相通)한다. 제갈세가의 제갈무경과 사천당가의 당령이 백도 무림을 배신하고 무림공적인 사호팔랑를 돕고 있다는 내용이다. 그리고 추신에 자신들을 배신한 제갈무경의 종년이 무림군의 군사로 있다는 것은 지나가던 개가 웃을 일이니 특단의 조치를 취해달라는 내용도 있었다.




“성수신검님! 어떻게 생각하세요. 제 아들놈이 잘못 본 것은 아니까요? 설마 사천당가와 제갈세가가 우릴 배신했겠습니까?” 


“음~ 제 아들놈에게도 비슷한 내용의 서찰이 왔습니다.” 




성수신검은 남궁벽이 보내온 서찰을 황보가주에게 보여주었다. 




“두 아이가 같이 보았다면 잘못보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리고 조사를 해보아야 알겠지만 제갈세가와 사천당가가 우릴 배신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게 무슨 말씀인지..........제갈세가주와 사천당가주의 여식들이 사호팔랑 놈들을 돕고 있다고 하지 않습니까?” 


“사정이 있겠죠. 흥분하지 마시고 일단 다른 분들과 의논해 봅시다.” 




성수신검과 황보가주는 칠대세가 대표들을 한자리에 불려 모았다. 이번 사건은 칠대세가의 일이니 구파일방에 알리기 전에 칠대세가끼리 모여서 사건의 진상파악부터 해보자는 의미였다. 칠대세가의 대표들인 모인 자리에서 성수신검과 황보가주는 남궁벽과 황보명의 서찰을 공개했다. 




“다들 보셨겠죠. 제 아들과 황보가주의 아드님이 함께 보았다고 거짓말은 아닐겁니다. 물론 제갈세가와 사천당가가 우릴 배신하고 무림공적을 돕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다들 사정이 있겠죠. 하지만 이 사건은 그냥 넘어갈 수 없습니다. 먼저 제갈가주님께 여쭈어보겠습니다. 이 서찰의 내용이 사실입니까?” 




성수신검의 질문에 제갈가주는 쓰게 웃으며 길게 한숨을 쉬었다. 




“휴~ 세상에 비밀이란 없는 모양입니다. 사실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예전부터 제 여식(女息)에게 병이 있다는 것은 모두 아실 겁니다. 무경은 칠음절맥이라는 병을 타고나 나이 이십이 되기 전에 죽을 운명이었습니다.” 


“웅성~ 웅성~” 




제갈가주의 말에 사람들이 술렁거린다. 모두들 제갈무경에게 병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칠음절맥이라는 사실은 처음 듣는 말이기 때문이다. 




“제 여식의 나이가 올해로 열아홉이니 올 해를 넘기기 전에 죽을 운명이었습니다. 얼마 전에 세상을 돌아보고 싶다고 하더군요. 죽기 전에 답답한 집을 벗어나 마지막으로나마 자신이 태어난 세상을 돌아보고 싶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보내주었습니다.........그리고 제 여식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저는 제 여식이 죽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아니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제갈무경이 죽었다면 사호팔랑 놈들과 함께 있는 여자는 누구란 말입니까?” 




황보가주의 말에 제갈가주는 무표정한 얼굴로 황보가주와 다른 사람들을 돌아본다. 




“제가 알고 있는 제 여식은 죽었으니 사호팔랑과 함께 있는 여아(女兒)는 제 딸이 아닙니다. 다시 말해........사호팔랑과 함께 있다는 여아(女兒)와 제갈세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말입니다.” 


“웅성~ 웅성~” 




제갈가주의 말에 장내가 다시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음~ 모두 조용히들 하세요. 제갈가주님.........가주님의 영애(令愛)는 죽었으니 사호팔랑과 함께 있는 여아(女兒)는 모르는 여아(女兒)라는 말씀입니까?” 


“예! 맞습니다.”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그럼 우리가 그 아이를 죽어도 상관하지 않으시겠다는 말씀이죠.” 


“...........그게 운명이라면 받아들어야겠죠.” 




제갈가주의 말에 성수신검은 고개를 끄덕거린다. 제갈가주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알 것 같다. 




“여러분........우리들이 알고 있는 제갈세가의 제갈무경은 죽었습니다. 그러므로 제갈세가와 이번일은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다음으로 사천당가 대표님의 말씀을 들어보죠.” 




사천당가의 가주인 당순기는 무림맹에 없었다. 당령의 일로 노심초사(勞心焦思)하고 있는 당순기에게 무림맹의 일까지 신경 쓸 여력이 있겠는가? 당순기를 다른 사람을 무림맹에 보내고 자신은 세가에 머물려 있었다.




“제가 비록 사천당가의 대표로 이 자리에 참석했지만 이번 문제는 제가 말씀드릴 입장이 아닌 것 같군요. 바로 본가에 연락해 이번 사건에 대해 알아보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사천당가의 대표가 곤혹스러운 얼굴로 말하자 성수신검이나 다른 사람들도 고개를 끄덕거린다. 가주의 여식이 관련된 일이니 함부로 말하기 힘들 것이다.




“알겠습니다. 그럼 사천당가 문제는 연락이 오면 다시 의논하기로 하죠. 마지막으로 제갈가주님..........무림군의 군사를 다른 사람으로 바꾸려 하는데 제갈가주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성수신검이 제갈가주에게 물어보자 제갈가주는 한동안 말이 없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여러분 뜻에 따르겠습니다.” 




무림맹에서 몇 마리의 전서구가 날아올랐다. 한 마리는 사천당가가 있는 사천으로 날아갔고, 한 마리는 무림군이 있는 림산으로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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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치와 헤어진 냉하상은 자신들의 본거지로 돌아왔다. 냉하상은 부상당한 오영(五影)과 사영(死影)을 쉬라고 하고 자신도 숙소 돌아왔다. 냉하상은 자신의 방에 도착하자 하녀들을 불려 목욕물과 옷을 준비하라고 했다. 하녀들이 목욕물과 옷을 준비하자 냉하상은 하녀들을 물려가라고 했다. 




“저희들이 도와드리지 않아도 되겠습니까?” 


“혼자서 할 수 있다. 다들 그만 나가봐~” 


“알겠습니다. 그럼 밖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아니다.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니 너희들도 그만 쉬어라. 필요하면 그때 부르겠다.” 


“알겠습니다.” 




하녀들이 물려가자 냉하상은 방문을 걸어 잠그고 거울 앞에 앉았다. 거울에 얼굴에 핏기하나 없는 차가운 인상의 여인이 보인다. 바로 자신의 얼굴이다. 냉하상은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다가 천천히 일어나 옷을 벗었다. 냉하상은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몸을 살펴보았다. 하얀 얼굴처럼 한점의 티끌도 없는 백옥(白玉)같은 피부를 가지고 있지만 쩍 벌어진 어깨와 근육들은 마치 남자의 몸매를 보는 것 같다. 설원(雪原)에 솟은 산처럼 하얀 젖가슴과 끊어지듯 자욱한 허리 그리고 풍만한 엉덩이만 아니라면 남자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단단한 몸매다. 냉하상은 자신의 젖가슴을 어루만지다 길게 한숨을 쉬었다. 




“내가 뭐하는 짓이야. 이런 적이 없었는데.” 




냉하상은 거울을 보고 있는 자신을 탓하며 욕실로 가서 뜨거운 물속으로 들어갔다. 온몸이 따뜻한 물에 잠기자 긴장이 풀리며 나른해진다. 냉하상이 나른한 기분에 벽에 등을 기대고 눈을 감으니 거대한 덩치를 가지 도치의 얼굴이 생각났다. 




혈부광랑 도치. 


전신(戰神)이라 불리는 사내. 




냉하상은 처음 도치에 대해 들었을 때, 싸움만 좋아하는 무식한 놈으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도치는 단순무식 하지만 따뜻한 가슴을 가진 사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는 자신을 죽일 수 있었음에도 죽이지 않았고, 자신이 미쳐 깨달지 못한 부분까지 일깨워주었다. 냉하상은 고개를 흔들며 눈을 뜬다. 




“휴~ 냉하상 정신차례.” 




냉하상은 자신의 뺨을 리더니 목욕을 시작했다. 다음날 냉하상에게 천인살막의 살림을 책임지고 있는 총관이 찾아왔다. 




“막주님께 인사드립니다.” 


“앉아라.” 




면사를 쓴 냉하상의 말에 총관은 냉하상의 앞에 앉았다. 




“사호팔랑에 대한 청부를 철회(撤回)한다. 청부자에게 선금의 10배를 돌려주도록 해라.” 


“예? 방금 청부를 철회하신다고 하셨습니까?” 


“두 번 말하게 하지 마라.” 


“신중하게 생각하시고 결정하신 겁니까? 돈은 차후문제라고 해도 지금까지 쌓아올린 본막의 신용이 땅에 떨어질 수 있습니다.” 


“오영(五影)의 부상이 심하고 나도 나설 수 없는 입장이다. 그럼 누가 갈 거지. 누가 사호팔랑을 죽일 거지. 사호팔랑은 숫자로 밀어붙인다고 죽일 수 있는 상대들이 아니다. 그들은 오천이 넘은 무림맹 무사들과의 전투에서도 살아남은 사람들이다. 그리고 나는........그들에게 청부를 철회하겠다고 약속했다. 철회해라.” 




냉하상의 단호한 말에 총관은 더 이상 말을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알겠습니다. 바로 처리하겠습니다.” 




총관이 나가자 냉하상은 한쪽에 놓아두었던 광풍혈도를 챙겨 자신의 처소에서 멀지 않은 폭포로 갔다. 




광풍혈도가 가볍다. 향상 지니고 다니던 일점홍과 비슷한 무게가 된 것이다. 냉하상은 반만 남은 광풍혈도를 보니 한 사내의 얼굴이 떠오른다. 




“기다려라. 일점홍을 찾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너를 찾아가겠다.” 




냉하상은 도치의 얼굴을 생각하며 광풍혈도를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계속>>




** 如履薄氷 : 얇은 얼음(살얼음)을 밟는 것과 같음을 의미. 즉,처세에 극히 조심함을 이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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