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SF

천상(天上)의 향기 - 198부

본문

천상(天上)의 향기 198(칠백년의 약속)-31




혁린무의 성동격서 전략에 육철량을 놓쳐버린 금이는 쓰게 웃으며 병사들을 이끌고 본진이 있는 육철량의 집으로 돌아왔다. 금산반에게 육철량을 처리(?)해 주기로 약속했는데 놓쳐버렸으니 어떻게 금산반의 얼굴을 본단 말인가? 금이는 곧바로 병사들을 풀어 육철량을 구해간 놈들을 찾으라고 명령하고 자신은 방으로 들어왔다. 금이가 방에서 갑옷을 벗고 무기를 손질하고 있는데 밖에서 병사가 자신을 부른다. 




“장군님........안에 계십니까?”


“무슨 일이냐?” 


“손님이 찾아오셨습니다.” 


“손님?........누구라고 하더냐?”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지만 불(火)의 성에서 왔다고 말씀드리면 아실 거라고 하셨습니다.” 




금이는 ‘불의 성’이라는 말에 집히는 것이 있었다. 배화교의 상징은 불이다. 불의 성에서 왔다는 말은 배화교에서 자신을 찾아왔다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배화교에서 대체 누가 자신을 찾아왔단 말인가? 혹시 사랑하는 설이가 보낸 사람은 아닐까? 금이는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크게 심호흡을 했다.




“들어오시라고 해라.” 




금이가 손질하던 무기를 한쪽으로 치우고 기다리고 있으니 병사가 20대 초반의 남자를 데리고 왔다. 




“안녕하세요. 마양이라고 합니다.” 


“어서와요.........우선 자리에 앉으시죠?” 




금이는 마양이 자리에 앉자 병사들에게 모두 물려가고 아무도 들이지 말라고 명령했다. 




“불의 성에서 오셨다고 하셨나요?” 




마양은 주위를 살펴본 다음 품속에서 조그마한 동패(銅牌)를 꺼내 금이에게 보여주었다.




“배화교의 시안에서 왔습니다.” 


“시안?.......배화교가 중원에 풀어놓은 첩자들의 조직을 말하는 거요?” 


“예! 맞습니다.” 




금이는 시안이라는 말에 웃고 있던 표정이 굳어진다. 설이가 보낸 사람이 아닐까라고 기대했는데 시안에서 왔다고 하니 맥이 풀리는 것이다. 




“그래 무슨 일로 보자고 했소?” 


“시간이 많지 않으니 간단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설이님의 오라버니 되시는 혁린무공자님은 대륙상회를 평정(平定-난리를 평온하게 진정시킴)하시기 위해 무사들을 이끌고 림산에 들어와 계십니다. 혹시 알고계십니까?” 


“평정(平定)?.......말은 똑바로 합시다. 평정이 아니라 침탈(侵奪-침범(侵犯)하여 빼앗음.)이겠지. 그리고 어디서 더러운 입으로 설이의 이름을 들먹이는 거요?” 


“제가 실수한 모양이군요. 죄송합니다.”




금이의 말에 마양은 무조건 사과한 다음 말을 이어갔다. 금이의 말이 기분 나쁘지만 현재는 자신이 부탁을 하려온 입장이기 때문에 금이의 기분을 상하게 할 수는 없다. 




“금이장군님께서 어떻게 대장군부의 장군이 되셨으며 어떻게 림산에 계신지는 모르겠으나 혁린무공자님은 장군께서 림산을 떠나주셨으면 한다고 하셨습니다.” 


“흥~ 이공자가 사해방 놈들과 관련이 있나보군요? 혹시 이번에 육철량을 구해간 사람도 이공자 사람들이요?” 


“숨길일도 아니니 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맞습니다. 공자님께서 구해가셨습니다.”


“빌어먹을.........어쩐지 어디서 많이 보던 놈들이라고 했어.”




마양은 금이의 투덜거리는 소리를 들었지만 들은 척도하지 않지 않고 자신이 할 말만 계속한다.




“혁린무공자께서는 그동안 사해방의 육철량과 손잡고 대륙상회를 평정........아니 그냥 침탈이라고 하죠........대륙상회를 침탈하실 생각이셨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장군과 철갑기동군이 나타나 일이 틀어졌습니다.” 


“.................” 


“혁린무공자님께서는 그동안의 일은 서로 몰라서 벌어진 일이니 그냥 덮자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장군께서 사랑하시는 분의 얼굴을 보아서라도 공자님의 부탁을 들어달라고 정중하게 부탁하셨습니다.” 


“간단하게 말해서 나보고 그만 물려가라는 말이군? 만일 내가 싫다고 하면 어떻게 하신다고 했소?” 


“그.......그건........그런 말씀은 없으셨습니다. 다만 정중하게 부탁하면 장군께서 거절하지 않을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이공자가 그렇게 말했단 말이죠? 쩝~ 설이의 이름까지 거론(擧論)하며 부탁하니 안 들어줄 수도 없고........참~ 난감하군.” 




금이는 은근히 마양을 자극했지만 마양이 끝까지 평정심(平靜心)을 잃지 않고 정중하자 부탁하자 더 이상 할말이 없었다. 사실 금이는 마양이 분(忿)을 참지 못하고 화를 냈다면 그걸 빌미삼아 혁린무의 부탁을 거절하려 했다. 자신은 배화교에 소속된 사람이 아니니 혁린무의 명령을 들을 필요도 없고 금산반을 돕는 목적이 따로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방법이 없다. 혁린무는 자신이 사랑하는 설이의 오라비로 그가 정중하게 부탁한다는데 거절할 방법이 없다. 




마양은 초조한 눈으로 금이을 바라보았다. 만일 금이가 거절하면 대륙상회일은 포기(抛棄)해야 한다. 육철량이 키운 무사들은 전멸(全滅)했고 혁린무를 따르는 무사들도 얼마 남지 않았다. 더구나 무림군도 자신들을 노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철갑기동군까지 대륙상회를 돕는다면 답이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휴~ 알겠소. 내일 중으로 철군(撤軍)한다고 전하시오.” 


“고맙습니다. 바로 공자님께 전하겠습니다.” 




마양은 금이의 마음이 변하기 전에 얼른 인사를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멀리 나가지 않겠소. 잘 가시오.” 


“그럼 이만 물려가겠습니다.” 




마양이 바람처럼 사라지자 금이는 한숨을 쉬더니 병사를 불렸다. 




“부르셨습니까?” 


“가서 금산반을 데려오너라.” 


“알겠습니다.” 




병사가 물려가자 금이는 대장군부와 악양왕부에 서찰을 써서 전서구를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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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이와 헤어진 금산반이 다시 지하대전으로 와보니 대륙금위들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명운이가 자신이 금이를 만나고 있는 사이 대륙금위들을 지하대전으로 집합시킨 것이다. 금산반은 대륙금위들에게 금이와의 대화내용을 알려주고 상관장로를 찾으라고 명령했다. 대륙금위들도 사태가 다급하게 돌아간다는 것을 알고 금산반을 보호할 십여 명의 금위들을 제외한 나머지는 상관장로를 찾기 위해 대전을 빠져나갔다. 




금산반은 대전에 모인 사람들과 장시간에 걸쳐 토론(討論)을 하였지만 확실한 결론은 없었다. 림산에 너무나 많은 세력들이 복잡하게 엉켜있어 앞으로 사건이 어떻게 진행될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금산반은 밤이 깊어지자 명운과 함께 대전을 빠져나와 림산을 돌아보기로 했다. 명운을 통해 림산의 상황은 계속 보고받았지만 자신의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금산반은 점포들이 밀집한 지역과 번화가를 돌아보며 길게 한숨을 쉬었다. 아무리 대륙상회의 백년대계(百年大計)를 위한 길이었다고 하지만 엉망으로 변한 점포들과 점포 곳곳에 남아있는 핏자국들을 보니 마음이 한없이 무거워지는 것이다. 




“명운아........많이들 욕했겠지?” 


“죽은 놈 욕해서 뭐합니까? 산 놈은 살아야하니까 꽁지 빠지게 도망치기 바빴지.” 


“뭐~ 죽은 놈? 하여튼 말하는 싸가지 하고는?.......그만두자! 너하고 농담할 기분도 아니다.”


“누가 농담하자고 했습니까?”


“휴~~................많이 죽었지.” 


“죽기도 많이 죽었지만 도망친 놈들도 많아요.” 


“그나마 다행이구나. 그래도 도망치는 재주들은 있었던 모양이구나.”


“참내~ 그놈들 능력으로 도망쳤다고 생각해요. 아니에요. 사호팔랑과 이상한 놈들이 아니었으면 모두 죽었을 놈들이에요. 그들이 도와주었으니 도망쳤지........그놈들이 잘나서 도망쳤는지 아시나봐~” 


“사호팔랑?.......남의 일에 참견(參見)하기 좋아하는 놈들?.......그놈들이 도와주었단 말이냐?” 


“영감탱이가 노망(老妄)이 들었나? 제가 모두 보고했잖아요. 사호팔랑하고 흑도무사들로 보이는 무사들이 상인들을 구출해서 모종의 장소에서 보호하고 있다고........기억 안나요?”


“빌어먹을 자식........그래 기억난다. 잡놈아..........그런데 사호팔랑하고 흑도 놈들은 왜 우리식구들을 돕고 있는 거야.” 


“물어볼 걸 물어봐야지. 그걸 제가 어떻게 알아요.” 


“휴~ 말을 말아야지. 네놈한테 물어본 내가 병신이지.” 




금산반과 명운이 림산을 돌아보고 있는데 철갑병사가 금산반에게 달려왔다. 




“혹시 그곳에 계신분이 금산반님 아닙니까?” 


“제가 금산반인데.......무슨 일이죠?” 


“휴~ 이제야 찾았군. 장군께서 모셔오라고 하셨습니다. 가시죠.” 


“금이장군께서 저를 보자고 하셨어요........무슨 일이지.” 


“육철량이 도망갔다는 보고가 있었어요. 아마 그 이야기를 하시려나 보죠.” 




명운의 말에 금산반은 고개를 끄덕거리고 병사와 함께 육철량의 집으로 향했다. 금산반이 병사의 안내를 받아 금이의 방에 들어갔다. 




“앉으세요.” 




금산반은 금이의 눈치를 보며 자리에 앉았다. 




“이미 들으셨겠지만 육철량이 도망쳤습니다. 죄송합니다.” 


“사과까지 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일을 하다보면 실수도 있는 법이죠. 그리고 뭐~ 다시 잡아들이면 되지 않습니까?” 


“음~ 그렸죠. 다시 잡아들이면 되겠죠........사실 제가 보시자고 한건.........이거 참~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모르겠군.” 




금이는 금산반의 눈길을 피하며 머리를 긁적거린다. 




“저기.........금산반님...........아무래도 돌아가야 할 것 같군요.” 


“예? 갑자기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돌아가시다니요. 어딜 가신다는 말씀입니까?” 




금이는 입맛을 다시더니 금산반을 바라본다. 




“죄송합니다. 끝까지 도와드리고 싶었는데........급한 일이 생겼다고 하는 군요. 금산반님도 아시지만 저희는 국가의 녹(祿)을 먹는 관군(官軍)이라 명령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장군님께서 도와주실 거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었는데 갑자기 이런 말씀을 하시면 어떻게 합니다.” 


“제가 처음부터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대장군님의 허락이 없으면 도와드리고 싶어도 도와드리지 못한다고..........하여튼 내일 아침에 철군(撤軍)해야 하니 금산반님께서 뇌옥에 있는 죄수들을 인계(引繼)받으시기 바랍니다.” 




금이가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명령하듯 말하자 금산반은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철갑기동군이 철군(撤軍)하면 대륙금위들만으로 사해방의 주력(主力)과 상관장로의 무사들을 상대해야 한다. 더구나 배화교잔당들이 사해방을 돕고 있으니 배화교까지 상대해야 한다. 이건 처음부터 불가능한 이야기다. 




“장군님...........도와주세요. 장군께서 철군(撤軍)하시면 림산은 끝입니다. 제발 한번만 더 도와주세요. 평생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 


“이미 명령이 떨어진 이상........저도 어쩔 수 없습니다. 밖에 누구 없느냐? 금산반님 가신다. 배웅해 드려라.” 




금이의 말에 방문이 열리며 병사들이 나타났다. 재발로 나가지 않으면 끌어내겠다는 무언(無言)의 압력이 아니가? 금산반은 힘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금이가 이렇게까지 말할 정도면 아무리 매달려도 소용없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험한 꼴 당하기 전에 스스로 물려나는 것이 현명(賢明)할 것이다. 금산반은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겨 육철량의 집을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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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린무는 육철량을 자신의 군막(軍幕)으로 데려와 상처를 치료해주고 먹을 것을 주었다. 육철량은 하루반나절을 굻었기 때문에 탁자의 음식을 정신없이 먹는다. 




(개새끼........부하들 걱정은 눈곱만큼도 안하고 처먹기 바쁘군. 저런 새끼를 믿고 죽은 새끼들만 불쌍하지.) 




혁린무는 정신없이 먹고 있는 육철량을 차가운 눈으로 바라보다가 잔에 물을 따라주었다. 




“물도 드시면 드세요. 급하게 드시면 체합니다.” 


“감사합니다.” 




육철량은 사양도 안하고 혁린무에게 물을 받아 벌컥벌컥 마시더니 다시 입속에 음식을 밀어 넣는다.




(돼지자식!......잘도 처먹는군. 이런 놈을 믿고 거사(巨事)를 추진하는 나도 한심한 놈이다.) 




혁린무는 쓰게 웃으며 육철량의 식사가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 




“거억~ 잘 먹었다.” 




육철량은 만족한 표정으로 배를 두드린다. 혁린무는 부하들을 시켜 상을 치우고 술을 가져오라고 했다. 술상이 들어오자 혁린무가 육철량에게 잔을 내밀었다. 




“한잔 하시죠?” 


“감사합니다.” 




혁린무는 육철량의 잔에 술을 채우고 자신의 잔에도 술을 따른다. 




“고생 많으셨죠. 자 한잔 하세요.”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별말씀을 당연히 구해드려야죠.”




혁린무는 술을 마시고 잔을 내려놓는다.




“사해방 무사들은 철갑기동군에게 전멸(全滅)했다고 하더군요. 앞으로 어떻게 하실 겁니까. 무슨 계획이라도 있습니까?” 


“악양에 있는 사해맹룡에게 연락했으니 늦어도 내일 중으로 이곳에 도착할 겁니다.” 


“사해맹룡! 저번에 군산해전에서 보았던 그 친구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맞아요. 본래 본방의 주력은 사해맹룡의 부대죠.” 


“음~ 그래요? 사해맹룡의 부대가 도착하면 무슨 방법이라도 있는 겁니까?” 


“일단 다시 림산을 찾아야죠. 회장인 금산반이 죽고 없으니 림산을 장악하는 사람이 대륙상회의 주인이죠.” 


“림산만 장악하면 모든 문제가 끝난다는 말입니까?”


“당연하죠! 주인 없는 땅이야 먼저 깃발 꽂는 놈이 임자 아닙니까?” 




혁린무는 쓰게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도대체 이런 대가리로 어떻게 금산반을 밀어내고 대륙상회를 장악하려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사해맹룡의 부대로 어떻게 림산을 장악하겠다는 말인가? 대륙금위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사해맹룡의 부대가 대륙금위들과 싸워 승리한다는 보장이라도 있는가? 또한 림산을 장악한다고 하여 대륙 곳곳에 깔려 있는 회원들이 육철량을 회장으로 인정해 주겠는가? 혁린무는 터져 나오는 한숨을 억지로 참고 앞에 있는 술을 벌컥대고 마신다. 술이라도 마셔야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감정을 억제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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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양은 혁린무에게 달려오는 길에 수하(手下)를 만났다. 수하가 촌각(寸刻)을 다투는 일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허름한 관제묘에서 마양의 놀란 목소리가 들린다. 




“방금 뭐라고 했어. 금산반이 림산에 나타났다고 했어.” 


“예! 제 두 눈으로 똑똑히 봤습니다.” 


“금산반이 확실해. 금산반은 죽었잖아.” 


“그놈의 제자인 명운이라는 놈과 함께 있는 것을 보고 왔습니다. 확실합니다.”


“빌어먹을..........그럼 저번에 죽은 금산반은 누구야. 가짜였던 말이야.” 


“아무래도 그럴 가망성이 많습니다. 갑자기 철갑기동군이 나타난 것부터가 이상하지 않습니까? 진짜 금산반이 죽었다면 악양왕이 철갑기동군을 보냈겠습니까? 또 공자님 일행을 추적하던 대륙금위들이 서둘러 림산에 돌아온 것도 이상하지 않습니까. 대륙금위들은 회장인 금산반의 명령만 따르지 않습니까? 금산반이 죽었다면 누가 대륙금위들에게 명령한 거죠?”


“음~ 그래! 맞아...........금산반이 살아 있어야 철갑기동군이 나타난 것이나 대륙금위들이 공자님 일행보다 먼저 림산에 도착한 것이 말이 돼. 그럼 어떻게 되는 거지.........저번에 죽은 놈은 가짜였던 말인가? 그래. 가짜야. 금산반은 가짜를 내세운 다음 악양왕을 찾아간 거야.” 




마양은 혼자서 중얼거린다.




“보고할 것이 또 있습니다.” 


“또 있어? 또 뭔데?” 


“아직 확인을 더 해야 되겠지만.......십이사가 머물고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집을 발견했습니다.” 


“정말이야. 그곳이 어디야?” 


“번화가에서 떨어진 폐가(廢家)입니다. 하지만 한 번 더 확인작업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제가 직접 보지는 못했거든요?” 


“알았다. 수고해. 나도 공자님께 보고하고 바로 달려가겠다. 아참 폐가(廢家)의 위치가 어디야.” 




사내는 마양에게 폐가(廢家)의 위치를 설명해주고 자신이 직접 폐가(廢家)로 달려갔다. 마양은 사내와 헤어져 혁린무일행이 숨어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마양이 혁린무가 머물고 있는 군막(軍幕)에 들어가 보니 혁린무와 육철량이 술을 마시고 있었다. 




“다녀왔습니다.” 


“어서와! 갔던 일이 잘 됐어.” 


“먼저 육방주께 인사부터 드리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마양입니다.” 




마양이 자리에 앉기 전에 육철량에게 인사를 하니 육철량이 자리에서 일어나 반갑게 인사를 한다. 혁린무는 오늘 처음 만났지만 마양과는 전부터 만나 앞면이 있기 때문이다. 




“고생이 많으셨다고 들었습니다. 이제 공자님께서 오셨으니 안심하세요.” 


“공자님께서도 그렇게 말씀하시더군요. 자자~ 앉으세요.” 




육철량은 마치 자기가 주인인 것처럼 마양에게 의자를 내준다. 마양이 자리에 앉으니 육철량이 잔에 술을 따라 마양에게 내밀었다. 마양은 잔에 입만 대고 내려놓았다. 




“갔던 일은 어떻게 됐어. 금이 놈이 순순히 물려나겠다고 해.” 


“처음에는 거절할 것처럼 말하다가 설이님 이야기가 나오니 물려나겠다고 하더군요.” 


“죽일 놈! 그럼 설이가 아니었다면 거절했을 거란 말이잖아?” 


“그런 셈이죠. 설이님 얼굴을 보아서 내일 중으로 철군(撤軍)하겠다고 했습니다.” 


“빠드득~ 내 언제고 그놈을........그만 두자. 지금은 이런 이야기를 할 때가 아니지. 금이가 내일 중으로 철군(撤軍)한다고 했으니 일단 철갑기동군 문제는 해결되었군.” 


“저기 잠깐만........방금 철갑기동군이 철군(撤軍)한다고 하셨습니까? 철갑기동군이라면 혹시 저를 이렇게 만든 놈들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육철량은 혁린무와 마양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몰라 멍하니 듣고만 있다가 자기를 공격한철갑기동군 이야기가 나오니 귀가 번쩍하는 모양이다. 




“예! 맞습니다. 철갑으로 무장한 병사들은 대장군부의 철갑기동군이었습니다.” 


“대장군부?.......아니 그놈들이 왜 우릴 공격한 겁니까?” 


“그건 나중에 천천히 설명해 드리죠. 그것 보다 먼저 두 분이 아셔야 할 것이 있습니다.”


“뭔데?” 


“금산반이 살아 있습니다.” 


“뭐.........뭐라고? 금산반이 살아있어?” 


“말도 안 됩니다. 놈은 분명히 제 손으로 죽었어요.” 




마양의 말에 혁린무와 육철량의 반응이 비슷하다. 믿을 수 없다는 반응들이다. 육철량은 자기 손으로 죽인 금산반이 살아있다니 믿지 못하는 것도 당연하다. 




“저도 제 눈으로 금산반의 시체까지 확인했었습니다. 하지만........금산반은 살아 있습니다. 조금 전에 우리 사람이 금산반과 그놈의 제자인 명운이 놈이 함께 있는 것을 보았다고 합니다.” 


“확실한 거야. 금산반이 확실해.” 


“확실합니다. 지금까지의 정황(情況)이 그걸 말해주고 있습니다. 만일 금산반이 죽었다면 악양왕이 대장군부에 부탁해서 철갑기동군을 불려들었겠습니까? 공자님일행을 추격(追擊)하던 대륙금위들이 갑자기 서둘러 림산에 돌아왔겠습니까? 모두가 금산반이 살아있어야 가능한 이야기들입니다.” 


“그럼 제가 죽인 놈은 누구죠.” 




육철량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한다. 본인이 직접 금산반의 목을 자르지 않았는가?




“육방주님이 죽은 놈은 가짜였을 겁니다. 다시 말해 금산반은 오래전부터 육방주의 계획을 알고 미리 가짜를 준비해둔 것이죠.” 


“어떻게 그럴 수가 있죠. 제가 몇 번이나 확인했는데.........말도 안돼.” 




혁린무는 마양의 이야기를 곰곰이 생각해보니 마양의 말대로 금산반이 살아있어야 모든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마양.........대충 이야기가 이렇게 되는 건가? 금산반은 가짜를 내세우고 자기는 악양왕을 찾아가 도움을 청했고, 악양왕은 다시 대장군부에 부탁해서 금이가 철갑기동군을 이끌고 림산에 왔다. 금산반은 철갑기동군만으로 불안해서 우리를 추격하던 대륙금위들까지 서둘러 불려들었다. 만일 금산반이 죽었다면 악양왕이 대장군부에 부탁도 안했을 것이며 회장의 명령에만 움직이는 대륙금위들이 서둘러 림산으로 돌아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런 말인가?”


“정확하게 보셨습니다.” 




마양이 단정적으로 말하자 장내에 침묵(沈黙)이 흐른다. 육철량과 혁린무는 머리가 복잡해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는 모양이다. 마양은 숨을 깊이 들이마신 다음 이야기를 시작했다. 




“일단 지금까지의 상황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금산반은 살아 있습니다. 철갑기동군은 내일 철군(撤軍)하기 때문에 금산반에게는 대륙금위들만 남았습니다. 도망친 상관장로도 병력(兵力)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그 숫자나 전력(戰力)은 아직 모릅니다. 무림군이 림산에 있습니다. 십이사도 있습니다. 십이사를 돕고 있는 놈들도 있습니다. 우리가 있습니다. 사해맹룡이 지휘하는 병력이 있습니다.” 


“휴~ 복잡하군.......누가 아군(我軍)이고 누가 적(敵)이야.” 


“대륙금위.......십이사와 그들을 돕고 있는 무사들........무림군이 우리의 적(敵)입니다. 그리고 사해맹룡이 지휘하는 병력(兵力)과 상관장로가 가진 병력(兵力)이 아군(我軍)으로 분류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무림군과 십이사는 서로 적(敵)입니다. 이들을 싸우게 만들면 우리가 상대해야 할 적(敵)은 대륙금위들만 남습니다.” 


“희망사항이로군. 무림군과 십이사가 공동의 적(敵)인 우리를 두고 싸우려 할까? 불가능하지 않을까?” 


“가능합니다. 무림군을 지휘하는 사람은 소림의 홍인, 무당의 현원자, 화산의 화원명 그리고 군사로 제갈세가의 풍란이란 여자가 있습니다. 이중에서 현원자와 풍란은 십이사에게 적개심(敵愾心)을 품고 있다고 파악하고 있습니다. 만일 그들이 십이사가 어디 있는지만 안다면 우릴 공격하기에 앞서 십이사를 먼저 공격할 겁니다.” 


“홍인이나 화원명이 반대할 수도 있잖아? 그들이 반대하면 말짱 도루묵이지.” 


“화원명은 모르겠지만 홍인은 반대하지 않을 겁니다. 그도 십이사에게 좋은 감정보다는 나쁜 감정이 많으니까요?” 


“음~~ 그래!........하지만 십이사 놈들이 어디 처박혀 있는지 모르잖아.” 


“제가 다시 확인해봐야겠지만........조금 전에 십이사가 숨어있는 곳으로 의심되는 폐가(廢家)를 발견했다고 합니다.” 


“진짜냐.” 


“제가 가서 직접 확인해보겠습니다. 만일 폐가(廢家)에 십이사가 있는 것이 확실하다면 현원자나 란에게 십이사의 정보만 살짝 흘려주면 됩니다.” 


“당장 가서 확인해봐~” 




혁린무의 말에 마양이 재빨리 일어난다. 




“한 시진(2시간)정도만 기다리세요. 다녀오겠습니다.” 




마양이 인사를 하고 나가자 혁린무는 속이 타는지 앞에 있는 술을 마신다. 




“그래........철갑기동군이 철군(撤軍)하고 무림군과 십이사가 피터지게 싸우게 만든다면 가망성이 없는 것도 아니야. 육방주.......?” 




혁린무는 혼자서 중얼거리다가 육철량을 바라보니 육철량은 초점 없는 눈으로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고 있다. 자기 손으로 죽인 금산반이 살아있다는 말에 지금도 충격에 빠져있는 모양이다. 혁린무는 멍하니 있는 육철량을 흔들었다. 




“아예~ 부르셨습니까?” 


“지금부터 잘 들어요. 제가 시키는 대로만 하시면 대륙상회를 장악할 수 있을 겁니다.” 


“어떻게.......제가 어떻게 하면 되죠?.......말씀만 하세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슨 짓이든 하겠습니다.” 


“일단 상관장로를 찾는 것이 급해요. 금산반보다 우리가 먼저 상관장로를 찾아 그를 따르는 무사들과 힘을 합쳐야 합니다. 육방주는 바로 사해방 방도들에게 상관장로를 찾으라고 하세요.” 


“알겠습니다. 그럼 먼저 이곳으로 오고 있는 사해맹룡에게 연락하고 대륙곳곳에 펴져있는 방도들에게도 연락하겠습니다. 참~ 예전부터 상관장로가 자주 가던 곳이 있습니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그곳에 숨겨놓은 첩이 있다고 하던데........혹시 그곳으로 갔나?” 


“어디 말씀하시는 거죠.” 


“호북성경계에 있는 통성이라는 곳입니다.” 




통성이라면 혁린무도 잘 아는 곳이다. 림산으로 오면서 통성을 지나왔기 때문이다. 




“한번쯤 의심이 가는 곳이군요. 좋아요. 일차적으로 통성부터 수색하라고 하세요.”


“알겠습니다. 바로 시작하죠. 저기 그런데.........당장 전서구도 없기 때문에 방도들에게 연락하려면 제가 직접 나서야 하는데........” 


“제가 호위(扈衛)무사들이 붙여 들이죠. 다녀오세요.” 




혁린무는 바로 형오이살과 몇 명의 무사들에게 육철량을 호위하라고 명령했고 육철량은 무사들과 함께 림산에서 조금 벗어나 마을로 향했다. 육철량도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여 림산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는 곳에 방도들에게 연락할 수 있는 비밀장소를 만들어 놓은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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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양은 풍운일행이 숨어 있다는 폐가(廢家)로 달려갔다. 마양을 한참을 가다보니 잠시 전에 만났던 사내가 마양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서오세요. 자~ 가시죠. 방금 확인하고 오는 길이지만 직접 확인하시는 편이 좋겠죠.” 




사내는 마양을 폐가(廢家)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는 집으로 안내했다. 




“여기야!” 


“아닙니다. 저기 보이는 집입니다.” 




사내는 마양과 함께 지붕으로 올라갔다. 마양이 멀리 보이는 폐가(廢家)를 살펴보니 희미한 불빛들이 보이고 정원을 배회하는 그림자들이 보인다. 




‘사람이 있다는 것은 확실한데.......저들이 십이사라는 보장이라도 있어.’ 




마양이 사내에게 전음으로 이야기했다. 




‘제가 조금 전에 바로 앞에까지 가서 확인하고 왔습니다. 십이사가 확실합니다.’ 


‘무슨 근거로 십이사가 확실하다는 거야!’ 


‘저기.......마수님이 계신 것을 확인했습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마수님의 얼굴만은 확실하게 알거든요.’ 




마양은 씁쓸하게 웃는다. 마수는 자신의 배다른 동생으로 십이사의 일원이다. 마수가 폐가(廢家)에 있었다면 나머지 놈들도 십이사가 확실한 것이다. 




‘수고했다. 나는 당장 공자님께 보고하겠다. 너는 계속 놈들을 감시하고 있어.’ 


‘알겠습니다.’ 




마양은 사내를 남기고 다시 혁린무에게 달려갔다. 혁린무가 초초하게 기다리고 있으니 마양이 달려온다. 




“어떻게 됐어. 확인했어.” 


“예! 십이사가 확실합니다.” 


“잘됐군.......하늘이 우릴 돕는 거야. 좋아~ 이제 현원자나 란이란 년에게 어떻게 알려주지.” 


“방법이야 많이 있지만 제가 직접 만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안돼~ 그것들이 자네를 말을 믿겠어. 다른 방법을 찾아봐~” 


“그럼 이렇게 하죠........그냥 누구라고 밝히지 않고 십이사가 폐가(廢家)에 있다고만 알려주는 겁니다.” 


“그것들이 믿을까?” 


“최소한 확인이라도 하겠죠. 그럼 이야기는 끝난 겁니다.”


“음~ 나쁜 방법은 아닌 것 같은데........좀더 확실한 방법이 없을까?” 


“공자님.......고민할 시간이 없습니다. 만일 십이사가 눈치체고 도망가 버리면 아무것도 안됩니다.” 


“알았다. 처음부터 이번일은 너에게 맡긴 일이니 네가 알아서 해~” 


“감사합니다. 그런 무림군에게 다녀오겠습니다.” 




마양은 간단한 서찰을 두통 써서 품속에 갈무리하고 활과 화살을 준비하더니 무림군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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