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하무협야설== 江湖野話(강호 ... - 5부 6장
본문
준꼬 이야기"를 물었던 분이 있는데,한 회분을 썼다가 내용전개가
처음 의도와는 다른 방향인 것이마음에 안들어 날려버렸습니다.
곧 올리도록 하지요.
"강호야화"도 상당히 늦어졌는데,이 부분을 한 회에 올리기가 너무 길어서
두 개로 나누었습니다.
다음 편도 오늘 밤에 올리지요.
이어지는 거니까 같이 연결해서 보시라!
무협야설"강호야화" 제5부 악씨세가의 암운 -6장
육운경은 악구명에게 문안인사를 하고 나서
단유화와 함께 소연혜의 거처로 가고 있었다.
“내일은 너희들 두 명을 상대해야 한단 말이지….
나중에 얼마나 공을 인정받을는지 모르겠다만,늘그막에 별 짓 다해 보는구나!”
단유화가 기막히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좋은 쪽으로 생각하세요,고모!팔팔한 총각들 둘에게 봉사받기가 쉬운 줄 알아요?헤헤…”
“그런가?호호…나도 그런 짓은 첨이라….근데,둘이 한꺼번에 나를 농락하자는 말 하니까
군명이란 녀석은 어떻게 나오던?”
”처음에는 깜짝 놀라면서 고모가 그런 짓을 허락할까 하고 의문을 품더니
나중에는 어떻게 하면 고모를 설득할 수 있을지 머리를 굴리느라 여념이 없더군요.
고모가 말을 안들으면 다시 한 번 협박을 하겠다면서….”
“모자란 녀석,오히려 제가 거미줄에 걸린 줄도 모르고…
지난 번에도 내가 제 놈 요구에 응하지 않을 듯 하니 어찌나 안절부절하던지…
웃음을 참느라고 혼났어,호호…
그럼 내가 적당히 빼는 척 하다가 못이기는 체 하고 넘어가 줘야겠네….”
“그렇지요!제 장단에만 눈치껏 맞추세요”
“그래야겠지…군승이녀석 일은 잘 됐어?”
“예,서조장이 워낙 여우 짓 잘하잖아요.그 녀석은 제 에미하고 어떻게 엮어봐야겠어요.
서조장이 충분히 가능할 거라고 하더군요”
“제 에미랑 상간을 시킨단 말이야?”
가내의 무사들이 지나치며 단유화에게 인사를 하는 바람에 잠시 이야기가 끊겼다.
단유화가 그 무사들에게 자상하게 안부를 묻고 치하해 주고
무사들도 단유화에게 공손하면서도 친근하게 대하는 것을 보고
단유화가 이제 악씨세가를 상당히 장악했구나 하는 것을 육운경은 다시 한 번 느꼈다.
“그렇게 해 보려구요.그렇게만 되면 그 녀석은 물론이고
염수련까지 완전히 우리 마음대로 다룰 수 있을테니까요”
“그게…가능할까?”
“어떻게 엮느냐에 달렸겠죠.
이미 에미나 아들이나 우리 손아귀에서 놀아나고 있으니…충분히 가능할 거에요”
“음…머지않아 천하의 악씨세가가 철저히 파멸되고 말겠구나!호호….
어쨌든 시집이라고 와서 삼 년이나 한 식구로 살았던 곳이라 그런지
이 집안이 그런 꼴이 된다니 기분이 좀 그런 걸!”
"그러세요?하긴 그렇기도 하겠네요...
군명이 엄마는 할머니하고 사이가 어떠세요,요즘?"
"글쎄...나한테 잘 보이려는 건 다른 며느리들이랑 같은데,
깊은 속까지는 잘 모르겠어.오늘 한 번 떠 봐야지!"
"그 여자한테는 어떤 방법이 잘 먹힐까요?
군승이 모자처럼 그 것들도 상간을 시켜 버릴까요?"
"호호....그러다가는 온 집안 식구들이 다 싱피붙겠다!"
"그것도 재미있을 것 같지 않아요?어차피 복수가 포함된 계획이니까..."
"글쎄....우리 뜻대로 잘 될까?
군승이 모자는 어떤 식으로 모자간에 하게 만들건데?"
육운경이 주위를 둘러보더니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우선 생각한 게,비구니하고 다시 하게 해 주갰다고 제가 군승이를 몰래 불러내는 거에요.
그 곳으로 가다가 저와 군승이가 납치를 당해요.
물론 납치하는 사람은 우리 교의 고수들이죠.
그리고 우릴 납치한 무리들이 어머니에게 연락을 하는 거에요.
"당신 아들과 악씨세가의 손자를 잡고 있으니 언제 어디로 은자 얼마를 갖고
어머니되는 여자들 둘이만 와라.
우리가 당신네 집들을 항상 감시하고 있다가 만약 다른 무사들을 동원하거나
관부에 고변하면 아들들을 죽이고 달아나 버리겠다"
하는 식으로 말이죠.
어머니가 염수련이에게 은밀히 그 소식을 전하고...문제는 여기서부터인데.
염수련이 악구명이나 다른 악가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고 혼자 오려 하겠느냐는 거죠.
아무래도 제 남편에게는 상의를 할 것 같아서 악량호가 집을 비울 때 실행하려고 해요.
어머니가 저와 군명이의 생사가 달린 일이라며 염수련을 그런 식으로 설득하겠지만,
너무 억지스러워 보이면 의심을 할테니까요.
고모가 보기에는 어떠세요?
그럴듯 해 보여요?"
"글쎄...염수련의 성격으로 봐서 먹힐듯도 하다마는...뜻대로 안되면 어떻게 할 건데?"
"그냥 납치한 무리들이 우리를 풀어 주고 달아난 걸로 하든지...
차선책으로 어머니가 혼자 그들의 요구에 따라 돈을 갖고 와 우릴 구한 걸로 하든지...
그러면 염수련이가 신세졌다는 마음이라도 가질테니까요.
물론,염수련이가 악구명에게 고해서 무사들을 풀어버리면 그럴 수도 없겠지만..."
"그럼 염수련이가 우리 의도대로 움직인다고 치고,그 다음에는 어떤 방법으로
제 아들하고 그 짓을 하게 할 건데?"
"최음제를 쓸까해요.목숨에는 지장이 없는....납치범들이 어머니와 염수련에게
"당신네 아들들은 강한 최음제에 중독된 상태라 당장 여자랑
그 짓을 안하면 죽거나 불구가 될지 모른다.그러니 알아서 해라!
또 당신들이 우리를 뒤쫒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을 막기 위해
당신들의 약점을 잡아야겠다.
그러니 우리가 보는 앞에서 각자 아들하고 그 짓을 해라!
안그러면 당신들 네 사람을 모두 죽이던지 끌고 가겠다"
이런 식으로 협박을 하는 거죠.
"그럼 언니,부단주님도 너랑 그 걸 해야 되겠네?"
"서조장 말대로 하면 그래야 의심을 안사고,또 같이 그런 비밀을 공유했다는 점 때문에
염수련이 어머니와 더욱 가까워져서 조종하기가 쉬울 거라는 생각이에요"
"그럼 넌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격이구나!복도 많은 녀석....
그럴듯 하고 성공가능성도 높아 보인다마는...염수련의 반응에 모든 게 달렸네"
"그런 셈이죠.고모같으면 어떻겠어요?
납치범들이 시키는대로 하겠어요?"
"그런 일은...직접 닥쳐보지 않으면 아무도 미리 결론을 내릴 수 없는 문제겠지..."
"좀 더 그럴듯 하게 보이기 위해서 어머니와 염수련을 납치범들이 겁탈하는 식으로
할까 하는 의견도 있었어요"
"언니가 너무 고생하겠다!언니는 겁탈하는 척만 하고 실제로는 안하면 안 될까?
물론 염수련이 눈치채지 못하게...."
"그런 생각도 했어요.고모 말대로 그 상황에 닥쳐봐야 결론이 날 것 같아요.
어쨌든 아주 위험한 일은 아닌 것 같으니까....
그 일이 잘 마무리되면 그들 모자를 악가를 망가뜨리는 도구로 써서
본격적으로 일을 추진할 거구요.
악구명에게도 약을 쓰고...그 전에 악중호도 죽이고..."
"악중호야 지금도 송장이나 다름 없으니 어렵지 않을런지도 모르지만,
악구명 그 영감은 만만치 않을 것 같애....무공이 그 정도면 웬만한 약은
알아챌텐데...난 사실 상당히 겁이 난다.너니까 하는 말이지만..."
"저라도 그럴 거에요.
대상이 누구라고 말은 안하고 다른 아줌마들한테도 물어보고 서조장하고도 의논했는데,
무공이 뛰어나서 음식이나 호흡을 통해 약을 쓰기 곤란한 사람에게 가장 효과적인
하독수단은 무엇일까 하고요.어떤 답이 가장 그럴듯 했을 것 같아요?"
"글쎄...그 영감이 잠 잘 때 내가?"
"그것도 한 방법이지만 완전히 중독되기 전에 깨어나 버리면...
악구명이 너무 고수라 한 번에 중독되는 약 말고 거의 표가 안나게
오랜 시간 동안 조금씩 중독시키는 방법,그런 식으로 하는 게 제일 나을 것 같아요"
"어떻게?"
"여자의 몸을 이용해서요"
"여자의 몸을...몸이라..."
단유화는 어느 정도 짐작이 되면서도
"구체적으로 말해 봐"
하고 설명을 요구했다.
육운경이 다시 주위를 살피더니 단유화의 귀 가까이 입을 대고
"고모 거기,보지에 약을 조금씩 발라서 악군명이 먹게 하는 거에요.
그 영감이 고모랑 할 때 거기도 빨지요?또 입에도 발라서 입을 맞출 때
섭취되게 하던지...혹시 이상하다고 물으면 그 짓에 좋은 미약이라고 둘러대구요"
그럴거라 짐작은 했으면서도 막상 듣자 단유화의 얼굴이 발개지며
"에그,그런 방법을...그럼 난?나도 중독될 거 아냐?"
"그래서 해약이 있는 약이나 무공에만 약효를 나타내는 걸 부지런히 찾고 있어요"
"어쨌든 ...쉬운 일은 아니구나..겁도 나고..."
"계획중의 하나니까 꼭 그 방법을 쓰게 될지는 모르죠.
고모님이 위험해질것 같으면 당장 저부터 결사적으로 반대할 거에요.
어머니도 그러실 거고..."
단유화는 잠시 생각하는 표정이더니
"아이구,고마워라,우리 조카!호호...어차피 위험하지 않고 할 수 있는 방법은 없겠지!
하게 된다면...비겁하게 몸을 사리지는 않겠어!
내가 이만큼이라도 살수 있게 해 준 사람들의 은혜를 생각하면....
고모 죽기 전에 운경이가 고모 그 거 많이 해주면,죽어서도 여한은 없겠다.호호호..."
"당장 내일도 할 텐데요,뭐!그것도 둘이나 상대로...."
"내일...날 마구 농락할거니?거칠고 야비하게 갖고 놀거야?"
"약간은 그래야 맞지 않겠어요?
그니까 고생하지 않으려면 고모가 너무 빼지 말고 적당할 때 슬쩍 무너지세요"
"그래야겠네...옷을 찢거나 하지는 않을거지?"
"예.고모가 처음에 빼는 척 하면 내가 설득하는 척 하다가 나중에는 협박하는 척 할게요.
그러면 고모가 적당히 어쩔 수 없구나 하면서 허락해 주고...."
"이러다가 나 희극단 배우되고 말겠구나!호호...둘을 상대로 하면 어떤 기분일까?"
"겁탈당하는 게 아니라면,부끄러우면서도 좋을 거에요"
"너 그런 식으로 해 봤니?"
"한 두번요,지난 번에 서조장도 군승이랑 나 둘을 상대했잖아요!"
"그렇구나!차례차례 할거야,아니면....다른 식으로는 어떻게 하는 방법이 있니?"
"한 사람은 보지에 하게 하고 한 사람은 입으로 빨아 주고 그래요.어렵지는 않겠지요?"
"그거야 뭐,창피하긴 하겠지만...다른 방법도 있어?"
"둘 다 몸 속에 넣고 싶으면...보지하고 뒷 구멍을 같이 써요"
"뒷구멍?..항문 말이야?"
"예,남색을 하는 것들이 그 구멍을 쓰잖아요!"
"아휴,더러워라!그 구멍으로...아프지 않을까?"
"처음에는 아주 아픈 모양이에요.
그러다가 길이 나면 어떤 여자들은 거기에 하는 것도 좋아하나 봐요"
"두 개를 같이...받는단 말이지?"
"그렇죠.그러면 사내들끼리도 서로의 자지가 느껴지나 봐요"
"참 해괴한 짓도 많구나.나도 어떤 사람들이 뒷구멍을 쓴다는 건 들은 것도 같다만...
서조장은 어떻게 했는데?"
"그 때는 차례대로 했어요"
"나도 그럼 내일 그렇게 할까?"
"입으로도 해주세요.군명이 자식이 더 좋아하게...그렇게 하는 건
그리 힘들지도 않을 거고,어쩌면 고모도 좋을지 알아요?"
"네가 고모를 아주 발정난 년으로 만드는구나!
어휴,이런 얘기 하니까 어째 사타구니가 축축해 지네,호호...."
"저도 그래요.고모 살냄새까지 맡아지고...여기서 그냥 고모를 올라타 버리고 싶어요"
"그러기만 해 봐라.호위무사들 검에 네 몸뚱이가 어육이 될테니,호호호..."
가주 악중호와 처자의 거처로 쓰이는 건물 뜰에 들어서니
하녀가 인사를 하고 방안에 그들의 출현을 고했다.
“어서 오셔요,어머님.아유,우리 사돈 공자도 오셨네!”
소연혜가 섬돌로 내려서며 반색을 하고 맏아들 악군풍의 아내인 조아영이
두 살쯤 되는 아기를 안고 따라 나오며 인사를 한다.
“그간 평안하셨습니까,큰 마님?가주님의 병세는 좀 차도가 있으신지요?”
육운경이 공손히 인사를 하고 조아영에게도 고개를 숙였다.
“명이 아범 병세야 늘 그렇지요…사돈댁도 두루 평안하시지요?”
“내 조카도 오고 해서 인사도 시킬 겸 자네한테 맛 난 것도 얻어 먹을 겸 해서 왔네.
방해가 된 건 아니지?”
“아이,방해라니요?들어가셔요”
소연혜의 방에 자리를 하고 나머지 안부들을 묻고 하는 절차가 끝나고,
조아영이 다과를 챙기려는지 밖으로 나갔다.
“우리 가주님이 얼른 털고 일어나야 할텐데…쯧쯧,자네 고생이 말이 아니야!”
단유화가 소연혜를 측은한 표정으로 보며 위로를 하자
“제 팔자가 그런 걸 어쩌겠어요.그래도 아버님,어머님이 이렇게 신경 써 주시고
우리 애들을 귀여워해 주시니 그저 감사하지요”
“나야 무슨 도움이 되겠나만….이런 일만 아니면 우리 요빈이 혼처도 알아보고 해얄텐데…”
“그러게요.아비가 저러고 있으니…우리야 그렇다 치고,
단공자도 혼인을 해서 내자를 들여야지요,외아들인데…”
육운경이 쑥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아직 어린데요,뭘…군명이 혼인하면 저도 그 때 하지요”
“안그래도 우리 올케가 요즘 그런 말을 해.
저 녀석이 요즘 군명이랑 의기투합하여 어울려 다니는 거 자네도 알지?”
”예,단공자가 워낙 어른스럽고 의젓하니 우리 군명이가 많이 배우는 모양이에요”
소연혜는 아들 악군명이 이미 서조모 단유화와 살까지 섞은 줄은 꿈에도 모르는지라
집 안일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단유화의 친정조카와
자기 아들이 친하게 지내는 것이 다행이라는 투로 말했다.
“어른스럽기는 무슨…괜히 내 친정조카와 어울려 다녀서 잘못된다고 흉이나 안잡혀야 하는데…”
하는 단유화의 말에
“아유,어머님도!듣기 좋으라고 하는 말이 아니라,사돈 공자는 또래에 비해 훨씬 어른스럽잖아요.
우리 군명이는 아직 애 같은데…단공자가 좀 잘 이끌어 주어요”
소연혜가 보기좋게 웃으며 육운경에게 말하자
“제가 무슨…가주님 병세 돌보시랴 집 안 일 꾸려 가시랴 힘드실텐데도
전혀 내색 않으시고 혼자서 애쓰신다고 군명이가 어머님 걱정을 많이 하더군요”
“어머나,우리 명이가 그런 말을 해요?
호호…그게 다 사돈 공자같이 의젓한 친구를 사귄 탓일 거에요”
소연혜가 듣기 좋은지 얼굴이 발그레해지며 웃고
“자네가 그만한 사람이니 자식들도 오죽할려구…내 자네 고생하는 게 늘 안타까워!”
단유화도 소연혜의 기분을 더 돋구어 준다.
조아영이 다과상을 들고 들어오고 아이를 안은 하녀가 따라 들어온다.
“경이 에미도 고생이 많구나!그래도 네 시어머니만이야 하겠느냐?
항상 잘 도와드리도록 해라”
경이란 조아영이 소연혜의 장남 악군풍과 혼인해서 얻은
두 살 짜리 사내아이 악조경을 말하는 것이다.
“명심하겠습니다,할머님!”
관리 집안에서 자라 예의범절이 몸에 배인 조아영은 화려한 미인은 아니었으나
단아한 기품때문에 스물 셋의 나이보다 원숙하게 보이는 인상이었다.
전에도 가끔 볼 때마다 ‘악씨가에 며느리 하나는 잘 들어 왔구나’
하는 생각을 육운경은 하곤 했다.
집 안의 위세만 믿고 안하무인인데다가 어리숙하기까지 한 악군풍의 짝으로는 아까운 여자였다.
차와 군것질거리로 입을 다시며 잠시 환담을 나누다가 단유화가 소연혜에게 할 말이 있다며
육운경과 조아영을 내보냈다.
“가주의 병세는 영 차도가 없을 것 같은가?”
소리를 낮추어 단유화가 묻자
“그러게요…의원도 알 수 없는 병이라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기만 하니…
어째야 좋을지 모르겠어요,어머님!”
소연혜가 금방까지 웃던 얼굴이 곧 눈물이라도 흘릴 것 같이 변하며 탄식했다.
“자네 같이 후덕한 사람에게 어떻게 이런 흉사가 닥쳤는지….
여보게!내가 좀 듣기 서운한 말 하더라도 내 뜻을 오해하지 않고 들어주려나?”
”예,어머님.오해라니요,말씀하셔요”
”내 병으로 누워있는 사람을 두고 이런 말하기 뭣하네만….
그래도 자네니까 내 말뜻을 이해하리라 믿고 말하겠네.다 자네를 생각해서 하는 말이니…”
단유화가 다시 뜸을 들이자 소연혜도 대충 짐작을 하는지 신중한 표정으로
“말씀하셔요!어머님하고 저 사이에 무슨 오해가 있겠어요.
다 저희를 생각하셔서 하는 말씀일텐데…”
하고 말꺼내기를 재촉했다.
“만약,만약에 말이야!가주가 영 자리에서 못 일어나면…
그런 일이 생기면 자넨 어떻게 할 생각인가?”
뜸을 들일 때부터 대충 눈치는 챘던지라 소연혜는 놀라거나 언짢아하지는 않았다.
차라리 단유화가 그런 말을 먼저 꺼내면서 의논을 해 오는 것이 고마웠다.
“어머님 생각이 옳으셔요….그런 경우가 생겼을 때의 뒷 일도 미리 생각해 두어야 하는데…
생각을 전혀 안 한 것도 아니지만 어머님도 아시다시피 제가 워낙 주변머리가 없다보니…
어머님은 무슨 생각하신 게 있으신가요?”
“나야 명색이 자네 시어머니라 해도 뒷 자리로 들어 왔으니
집 안 일에 왈가왈부할 자격이나 있나,어디?
다만,이러다가 무슨 일이라도 덜컥 생기면 자네 처지가 힘들어지지 않을까 해서…”
자신을 생각해주는 듯한 단유화의 말이 소연혜에게는 큰 위안으로 들렸다.
“저야 이제 살만큼 살았으니 명이 아범이 죽으면 따라 죽던지
머리깎고 비구니나 되면 그만이지만….애들을 생각하면…
어머님이 좀 좋은 방도를 알려 주셔요”
이제는 어느 정도 단유화와 속을 터놓고 이야기할 때도 됐고,단유화도 그런 생각인 것 같아
소연혜는 솔직하게 도움을 청하리라 작정을 했다.
“자네도 알다시피 그런 일에 내가 표나게 나설 수도 없는 처지고….
괜히 말이나 나서 다른 식구들 귀에 들어가기라도 하면 집 안에
분란을 일으킨다고 자네 시아버지가 당장 내쫒을텐데 내가 무슨 뾰족한 방도가 있겠나?
다만 자네가 딱한 일을 당할까 안쓰러워서….”
단유화가 소연혜의 손을 잡아 주며 말하자 소연혜가 바싹 안길듯이 다가 앉으며
“누가 뭐래도 이 집안에서 여자로는 어머님이 제일 어른이시잖아요.
외람되나 어머님 연배가 젊으시니 전 속으로는 다정한 언니겠거니 생각하려 해 왔구요.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저는 어머님이 여러 집 안 일에 어른으로서
마땅히 참여하고 지시를 하셔야 한다고 봐요.
어머님이 그러시는 걸 못마땅해하는 사람이 있다 해도 대부분의 집 안 사람들은
어머님 편을 들지 그 사람들 편을 들지는 않을 거에요.
시아버님이 어머님을 아끼시는 것은 차치하고라도 어머님이 집 안 비복들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인심을 얻고 계시는지 아시잖아요?”
소연혜는 자신의 말이 단유화를 기분좋게 하려는 아첨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한 편으로는 단유화가 집을 비운 사이 시아버지와 두 번이나
음란한 짓을 했던 것이 떠올라 약간의 가책이 느껴지기도 했다.
처음에야 얼결에 시아버지에게 당한 일이라고 둘러댄다 하더라도
두 번째는 자기 스스로 그런 목적을 가지고 찾아갔고,
적극적인 태도로 시아버지와의 정사를 나누며 즐겼던 것이다.
그건 누가 뭐라해도 자발적인 난륜이었으며
자신이 그 때 느낀 음란한 쾌감이 그걸 증명하는 것이다.
“그래,노가주께서는 자네에게 어떤 말씀도 안하시던가?”
“아직….아범이 아직 살아 있는데 그런 일로 의논을 드리기도 뭣하고…
여자인 제가 나서서 그런 의논을 드리기도 불경스러운 것 같아서요”
단유화는 진심으로 자신과 자식들을 생각하는 마음인지도 모르는데
시아버지와 그런 짓까지 하고 이제 거짓말까지 하자니 소연혜는 어쩔 수 없이
단유화에게 미안함을 느꼈고,가주자리를 다투는 일때문이 아니더라도
이 여자에게 잘 해 줘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어쩌면 진심으로 다가가면 단유화도 더 마음을 열어줄지 모르고
그렇게 되면 가주자리가 군풍이에게 돌아 올 확률도 더 커질 것이다.
“나라의 일이야 우리 같은 여자들이 뭘 알겠나만,
난 집 안에서만큼은 장자승계가 지켜져야 한다고 보네!
그래야 분란이 안 생기지.조카가 어리다고 해서 숙부들이 다 제 할 말 하고 나서면,
형제많은 집안의 맏형은 어디 죽을 때 눈이나 편히 감겠는가?”
단유화의 그 말은 결정적으로 소연혜의 마음을 잡는 것이었다.
“어머님이 그리 생각하신다니…말씀만으로도 전 애끓던 가슴이 후련해 지네요!
어머님만 그런 생각으로 도와주신다면 저희 모자들에게는 더 없는 복이지요!”
소연혜가 눈물이 그렁그렁해지며 단유화의 가슴에 얼굴을 댔다.
도저히 그럴 수는 없는 일이지만,소연혜는 시아버지와의 일을 실토하고
용서를 구하고 싶은 생각까지도 잠깐 했다.
악씨세가의 주요 인물중 또 한 사람의 마음이 밀천교의 계략에 완전히 함락되는 순간이었고,
단유화는 가슴에 안긴 소연혜의 등을 쓰다듬어주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다급한 사람은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하는 것처럼,
소연혜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은 작은 도움의 손길 하나만으로도 그 마음을 움직이기 쉬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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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운경은 악군명의 방에 있었다.
둘은 무슨 역모나 계획하는 자들처럼 은밀히 속삭이고 있었다.
‘그럼 내일 중화참에 너희 집으로 갈게…정말 너만 믿어도 되겠지?’
‘그래,임마!내가 언제 너 실망시킨 적 있어?
그 대신 네가 이 집안에서나 다른데서 우리 고모를 대할 때 절대 그런 내색만 하지마!
누가 눈치채기라도 하면 우리 셋 다 그날로 죽는 거니까….’
‘그건 염려마라!내가 미쳤다고 그런 좋은 일을 소문내서 망치겠냐…
죽어 무덤에 가서도 입도 뻥긋 안 할테니…’
‘그래…그건 그렇고...지난 번에 우리 고모랑 첨 할 때,얼마나 좋더냐?’
‘…묻지 마라…그래도 할머니가 되는 분인데…그런 말 하고 싶지 않다’
악군명이 얼굴을 붉히며 손사래를 친다.
‘이 자식이!누구 덕분에 그런 경험을 했는데….우리 고모 몸 아직 쓸만하지?’
‘너도…해봤잖아!’
‘네 생각을 묻잖아,자식아!너 이런 식으로 나올래?’
‘아,알았어!....어쨌든 할머니라고 부르는 분이라…
실제로는 그리 나이들어 보이지 않지만 내 마음속에서는 할머니라는 생각도 조금 있었는데….
해보니까 그보다 나이 적은 여자들보다 더 좋더라!’
‘진작 그렇게 나왔어야지…우리 고모 보지, 끝내주지?’
‘그…그건…응…좋았어’
‘한 번 했어,두 번 했어?’
‘두,두 번…’
‘고모가 두 번이나 대주디?’
‘한 번 끝나고…할머니가 가만히 있길래 내가 그냥…한 번 더 해버렸어’
‘이 자식 봐라!내 허락도 없이 우리 고모 보지에 두 번씩이나 싸질렀단 말이지?’
‘네,네가 하게 해줬잖아?’
‘그건 한 번만 그랬지!누가 두 번이나 하라더냐?’
‘………………..’
‘하하,자식,겁 먹기는….농담이고...요빈이 누님한테나 가보자!’
‘그,글쎄…누나가 싫어하면….’
‘또,이자식이!난 너한테 여러 여자들 붙여주고 나중엔 우리 고모,
너한테 할머니되는 분까지 맛보게 해줬더니,그래 겨우 네 누나 얼굴이나 좀 보자는데 그것도 안돼?
네 누나를 올라타겠다는 것도 아니고 말야’
‘…알았어.가 보자’
둘은 방에서 나와 악요빈이 거처하는 방으로 갔다.
“누나!”
“누구,명아니?”
말소리와 함께 방문이 열렸다.
악요빈은 스무 살이다.
눈에 확 띠는 미녀까지는 아니라 해도 은근히 사람을 끄는 인상에다 큰 키에 쫙 빠졌다고
할 수 있는 몸매가 한창때의 나이와 어울려 육운경의 욕망을 부추긴지 오래였다.
더구나 일부러 듣기 좋으라고 지어서 내는 것 같은 약간 비음섞인 목소리는
자꾸 듣고 있으면 저절로 묘한 기분을 들게 하곤 했었다.
“그 동안 평안하셨지요?사돈 누님은 날로 아름다워지시는군요”
“어머,단공자도 오셨네!아유,명이 이 녀석!그러면 미리 귀띔을 해 줘야지,매무새도 엉망인데….”
악요빈이 새침떼기 시늉을 하며 눈을 흘기더니
“어른들이랑 다 평안하시지요?”
하며 육운경을 향해 제법 인사를 차렸다.
방이 어지러운데 어쩌나 하는 말들을 쫑알거리며 둘을 들어오게 했고,
한창 나이의 처녀 규방에 들어서면서부터 풍겨오는 야릇한 향취는
품고 있는 욕심때문에 실제보다 더 진하게 자극하는 것 같았다.
저 안쪽에 휘장으로 가려진 곳이 침실인 모양이고
주홍색이 고운 탁자가 놓여 있는 방안은 귀한 집 과년한 처녀의 방답게 화사했다.
악요빈이 자리를 권하고 세 사람은 앉았다.
“어르신들께 인사드리러 온 김에 사돈누님 얼굴도 뵙고,
좋은 말씀도 들을까 해서 찾아 뵈었습니다”
육운경이 넉살좋게 말하자 악요빈이 손으로 입을 가리며 까르르 웃더니
“호호호…나이는 내가 한 살 많다고 해도 할머님의 친정 조카님이시니
나나 명아에게는 숙항이 되고 우리는 조카뻘이 되는 단공잔데,
명아랑 친구처럼 지낸다니 친구사이를 물러라 할 수도 없고…
나중에 악씨 집안이 항렬도 몰라보더라고 흉보면 안돼요,단공자!”
“아이구,누님도 참!누님이 너무 아름다우시고 깜찍하셔서 나이보다 어려 보이시니
세상풍파에 겉늙어버린 저보다 동생같다고 하면 그거야 그럴 듯 하겠지만,
나이많은 누님께 누님이라 부르는데 누가 할 일 없이 시비하겠습니까?하하하…”
“아유,단공자는 같은 말이라도 참 듣기좋게 한다니까…
그런 말재주로 순진한 처녀들을 몇 명이나 홀렸어요?호호호….농담이에요,농담!”
“하하…누님 같이 매력이 넘치는 아가씨가 어디 있어야 홀리지요!
백락도 천리마가 없으면 그 안목을 자랑할 길이 없고,
천리마가 있다 해도 백락이 없으면 뉘라서 천리마라 불러 주겠습니까.
하물며 소생의 세 치 혀 따위로야 말할 것도 없지요”
“호호호…백락과 천리마라…혹시 알아요?
지금도 어디서 단공자가 자기를 찾아 주기를 애타게 기다리는 천리마가 있을는지…
어머나,내 정신 좀 봐!손님이 오셨는데 차 한잔도 대접할 생각은 안하고 딴소리만…
뭐,맛난 거 먹고 싶은 거 있어요,백락선생님?호호호…”
인물도 그럴듯한데다 말도 능청스럽게 잘하는 비슷한 또래의 청년과 같이 있는 것이
싫지는 않은지 악요빈은 연신 까르르 웃어댔다.
‘너를 통째로 먹고 싶어!’
라는 말은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다른 방에서 마실 것 먹을 것 실컷 먹고 마셨으니
누님께서는 그 예쁜 목소리로 제 귀나 즐겁게 해주시지요”
"
규방에만 앉아 있는 처녀가 무슨 얘깃거리가 있어야지요.
단공자야말로 세상 물정에 밝은듯 하니 재미있는 얘기도 많이 알 거 아니에요?
단공자가 먼저 하나 해주면 나도 얘깃거리를 찾아 볼께요”
악군명은 딴 생각하는 것처럼 멍하니 앉아있고
악요빈과 육운경 둘이서 웃고 떠들며 은근한 농담을 주고 받기도 했다.
악요빈도 한창때라 춘심이 만만치 않을 터인데 부친이 저러고 있으니
혼인말이 나기도 어려운 처지여서 답답해하고 있는 중이었고,
육운경이야 작심하고 하는 일이니 두 사람은 죽이 척척 맞아 돌아갔다.
육운경은 한창 재미있게 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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