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SF

천녀랑군千女郞君 - 1부 5장

본문

바람둥이는 바람둥이고 말야...”


아무래도 안 되겠는지 혜련은 슬쩍 공격방향을 돌린다. 


“흥! 그 쪼그만 고추로 잘도 여섯이나 되는 여자를 거느리겠다.”


“엑?”


절묘한 한 수. 역시 9살이라는 나이 차이는 작은 것이 아니다. 단 한 마디에 태경의 얼굴이 아프게 일그러지고 만다.


그러나 혜련의 반격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녀의 입가에 잔인한 미소가 맺힌다.


“마교 무사들 자지가 얼마만한 지 알아?”


“그... 그건...”


“후후후후후훗...!”


말없이 웃는 것만으로도 태경의 가슴으로는 비수가 들어와 박히는 것 같다. 어쩔 수 없다. 그 또한 사내인 것을. 아직은 어리지만 열 여자 거느리는 꿈을 안고 사는 사내인 것을.


“하... 하지만 우... 우리는...”


“작아도 괜찮다고?”


“네... 네!”


이번에도 진경이 구원에 나서보지만 혜련의 의미심장한 눈빛에 이내 고개를 숙이고 몸을 움츠린다. 


“후후후훗...!”


그녀의 웃음소리가 심상치 않다.


“정무각에 갔다 와서도 그 소리 나오는가 보자.”


“네?”


“후후후훗...!”


이번에는 다시 혜련이 태경을 본다. 움찔. 태경은 몸을 움츠리며 눈을 피한다. 그러나 혜련의 잔인한 혀는 그것을 허락지 않는다.


“저 정도는 간지럽지도 않다는 걸 알게 될 거야.”


“네?”


“아마 들어와도 느낌도 없을 걸?”


“그... 그게...”


태경의 사타구니를 보는 혜련의 눈빛에 비웃음이 가득하다. 그 때문일까? 진경과 혜고 등의 눈빛도 심상치 않다. 태경의 얼굴이 당황으로 일그러진다.


“나... 난 아직 어리다구요!”


“그래서?”


“아... 앞으로...”


“앞으로 자랄 거라고?”


“그... 그래요!”


“후후후후훗...!”


필사적인 반론조차도 웃음으로 무시해버릴 수 있는 것은 그녀의 19살의 관록일 것이다. 


“그때까지 언제 기다리니?”


“네?”


“적어도 3년은 기다려야 하잖아. 아니 남자는 조금 늦되니까 10년 쯤 기다려야 하려나? 고추가 여물어서 자지가 되려면 그 정도의 시간은 필요하니까...”


“우웃... 우우...!”


“그 동안이면 적어도 네 자리 숫자의 사내는 상대해 보겠다. 그때까지 고추가 멋진 자지로 자라지 않으면 후후후후훗...”


말을 끝맺지 않고 웃음으로 마무리짓는 것도 태경보다 9살 더 많은 나이에서 오는 관록의 위력이다. 물론 19살짜리의 그것도 관록이라 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서.


“우우...!”


태경은 눈물마저 글썽이며 볼을 부풀릴 뿐이다. 무어라 말한단 말인가? 태경이 암무리 영민하고 재기가 뛰어나다 하더라도 근본적으로 10살 어린아이에 불과하다. 말이 막히면 때로 눈물로 호소하고 싶어지는.


“흥!”


그러나 다행히도 그를 구원해주는 목소리가 있다.


“남자는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에요.”


너무도 반가운 목소리.


“그래도 그게 부실하면 인생의 절반이 부실해지는 걸?”


혜련의 표정에 재미있다는 웃음이 떠오른다. 누구인지 깨달은 것이다. 지금 목소리의 주인공이.


“남자는 크기보다 힘이라구요!”


태경 또래의 여자아이. 오면서 벗은 것인지 한 손에는 노란색 승복을 걸쳐들고 있다. 역시나 밋밋하고 동글동글한 말라깽이 여자아이의 알몸이다. 그러나 그 얼굴은 나이 어린 여자아이라고는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단정하고 아름답다. 귀여운 것이 아니라 아름답다. 


일순 혜련의 얼굴에 질투의 빛이 스친다. 어려서부터 알고 있었다. 이미 네 살 때에도 저 아이는 여자들마저 매혹될 정도로 아름다웠으니까. 지금은 그보다 더 아름다워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힘은 크기에 비례하지!”


제혜화(齊慧華). 혜화는 법명이고 제는 혜화의 친어머니인 정현의 모계쪽 성이다. 비구니 또한 출가인이라 속성을 쓰지 않는다는 것을 감안하면 무척이나 특이한 경우다. 물론 친한 사람들 사이에서야 성을 뺀 혜화라는 이름만 불리워지고 있을 뿐이지만.


“사량발천근도 모르세요?”


혜화의 한 마디는 무척이나 날카롭고 치명적이다. 


“그... 그게 무슨 소리...?”


혜련의 얼굴이 태경이 그러하듯 당황으로 굳는다. 그녀가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인지 아는 때문이다.


“꼭 써야 힘은 아니잖아요? 작은 힘을 써서 큰 힘을 낸다면 그것 또한 큰 힘이죠. 복호권의 오의 가운데 하나인데... 잊으셨나 봐요?”


“하... 하지만...”


승세를 확신한 듯 혜화의 얼굴에 잔인한 웃음이 떠오른다. 어린아이의 잔인함이란 순수하기에 더 치명적이다. 


“세상의 사내들이 모두 힘으로만 방사를 치른다면 마흔 넘겨 사는 사내는 중이나 도사밖에 없을 걸요? 정무각까지 갔다 오셨으니 아시잖아요?”


혜련의 얼굴색이 하얗게 변한다. 아직 19살. 비록 정무각을 아무렇지도 않게 여길 수 있게 되었다지만 아직은 어린 19살짜리 여자아이에 불과하다. 정무각의 이름을 듣고 태연할 수는 없다. 하지만 혜화는 아랑곳 않는 표정이다. 


“물건이 작으면 힘을 키우면 되고, 힘이 부족하면 기술을 기르면 되요. 사내가 스스로 그것을 이루지 못하면 여자가 도와주면 되구요.”


오히려 득의만면 웃음까지 지으며 마지막이 될 한 마디를 던진다. 


“뭐, 혜련 사저께는 무리겠지만요. 안 그런가요? 호호호홋...”


“음...”


역시 태경과 함께 아미파의 2대 기재라 불리우는 혜화답다. 순진한 구석이 있는 태경과는 달리 꽤나 조숙하고 영악한 편이라 말로서 상대하기 무척이나 까다로운 상대다. 아마도 혜련이 정무각에 있느라 지난 6년간 아미파를 떠나 있지 않았다면 그녀와 굳이 말을 섞는 실수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 이미 그녀와 말을 섞는 순간 혜련은 큰 실수를 저지른 것이다.


“혜... 혜화...!”


뜻하지 않은 도움에 태경의 얼굴에 화색이 된다. 평소와는 달리 혜화를 보는 그의 표정에는 반가움과 고마움의 빛이 가득하다.


“흥!”


그러나 혜화는 그런 그를 보며 코웃음을 칠뿐이다. 


“듣자듣자 하니까, 뭐? 여기 있는 여섯을 다 거느리겠다고?”


“혜... 혜화...!”


아미파에서 가히 적이 없다 할 수 있는 태경이지만 단 한 사람 천적이 있으니 바로 혜화다. 무공의 자질에서도 그리 떨어지지 않는 것이 언변까지 좋아 태경으로서는 그야말로 대적하기 어려운 상대다. 더구나 그 나이 또래에서는 여자아이들이 더 빨리 자라지 않는가? 그녀를 올려다 봐야 하는 입장인 태경으로서는 보는 순간 이미 주눅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그런 헛소리나 하니까 혜련 사저의 같지도 않은 도발에 말려드는 거잖아?”


“혜... 혜화야아...”


“그러길래 몇 번이나 말했어? 다른 데 한눈팔지 말고 나한테 일부종사할 생각만 하라고 했잖아. 그러면 알아서 첩 같은 건 골라준다고.”


“누가 첩이야?”


“너!”


팽삼홍의 반박은 아주 간단하게 무시되고 만다.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에는 눈물이 그렁하다.


“한 열세 번 째 첩쯤 되겠다. 그 이상은 안 돼!”


“우... 웃기지 마!”


“흥! 태경이는 이 몸의 첫번째 남편이란 말야. 너같이 못생긴 여자한테 열세 번째 첩 이상을 허락한다는 건 나에 대한 모욕이야!”


“이... 이게...!”


“안 그래, 태경아?”


불똥은 다시 태경에게로 튄다.


“어... 그... 그게...”


“태경아 확실히 말해! 내가 열세 번 째 첩이야?”


“흥! 열세 번째도 아까워.”


“넌 빠져!”


“쪼그만게!”


“너보단 커!”


“어디? 어디?”


혜화와 삼홍의 말싸움은 어느덧 유치의 영역으로 접어든다. 긴장해 있던 태경의 표정은 한심함으로 바뀐 지 오래다. 옆에서 움찔움찔 입술을 달싹이는 다른 여자아이들을 보니 이대로 금방 끝날 것 같지는 않다.


“으흣...!”


그래서일까? 태경은 한심하다는 듯 여자아이들을 말리려다 말고 갑작스런 한기에 몸을 떤다. 무척이나 서늘한. 온몸을 얼릴 것만 같은 불길한 한기다.


“뭐... 뭐지...?”


역시나 참지 못하고 화진경과 단조연이 끼어들면서 싸움은 점입가경으로 접어든다.


“혜화 너! 네가 무슨 태경이 본처라도 된다는 거야?”


“그래! 그래! 네가 무슨 자격으로!”


“흥! 스무번째와 스물네번째는 빠져!”


“이게!”


어이없다는 듯 그 싸움을 보고 있던 혜련이 불쌍하다는 듯 태경을 보며 고개를 젓는다. 울컥. 저 밑에서 치밀어 오르는 무언가를 느끼면서도 태경은 그저 몸만 떨 뿐이다. 자기가 왜 떠는 지도 모른 채.


“아주 맛이 있을 거야. 후후후후훗...”


어디선가 아주 기분 나쁜 환청이 들리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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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는 해야겠는데, 전처럼 한 편 한 편 올리려니 아무래도 여러가지로 부담이 커서 아예 챕터별로 모아 한꺼번에 올립니다. 챕터별로 올리면 게시판에 들어오는 횟수도 줄어들고, 당연히 다른 이유로 이것저것 신경 쓸 일도 없을 테니까요. 신경쓸 일이 줄어들면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줄어드는 것은 아주 자연스런 일일 것이구요. 그래서 챕터별로 올립니다.




다음 연재는 언제가 될 지 솔직히 저도 자신하지 못하겠습니다. 거의 일주일에 한 편씩 쓰는 터라. 아마 한 달이나 지나야 다음 챕터가 끝날 것 같은데... 그래서야 연재도 뭣도 아니겠죠. 그렇다고 자주 올리자니 지금 상황도 그럴 처지가 아니라서. 인내심이 아주 깊어서 한 달 정도는 기다려줄 수 있다는 사람들만 읽어주시기 바라겠습니다. 참고로 제 카페에서는 그 주기가 너무 길어 회원수가 팍팍 떨어지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카페에 오시는 분들과는 그동안 띄엄띄엄 만나뵙기는 했지만, 카페에 오지 않으시는 분들과는 거의 반년만입니다. 반갑다는 인사를 먼저 드리면서... 솔직히 색마검천황과 색검마도지성전에 아직까지 리플이 달리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는... 다시 연재하기로 결심하게 된 가장 큰 이유도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색마검천황은 조금더 다듬어서 리메이크할 생각이오니 당분간은 이걸로 참아주시길...




그럼 반갑다는 인사를 드리면서 저는 이만... 한 달 뒤에 다시 뵙도록 하겠습니다. 한 달... 그 날이 과연 오기나 할까? 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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