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天上)의 향기 - 184부
본문
천상(天上)의 향기 184(칠백년의 약속)-18
왕천유는 하루 종일 사우에게 국선도를 알려주다가 저녁식사를 마치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 사우는 고려의 후예답게 국선도를 빠르게 익혀가고 있다. 보통 내공을 익힌 사람들은 생각이 고정되어 명상과 깨달음의 무공인 국선도를 이해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느낀다. 기(氣)란 눈에 보이는 것도 아니며 만져지는 아니고 밖으로 드려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천유는 오랜만에 무복을 벗고 침상에 누웠다. 풍운을 만난이후 향상 긴장의 연속이었기 때문에 하루도 편안한 잠을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감시해야 할 무림군도 없고 사우가 겉에 있다고 생각하니 긴장이 많이 풀어져 편안히 잠들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영(二影)은 천유가 있는 방의 창문 틈으로 안을 살펴보니 천유는 활을 벽에 세워두고 침상에 누워있었다. 사실 천유는 청부대상이 아니다. 사천당가에서는 사호팔랑을 죽어달려고 했지 천유까지 죽어달라고 청부하지는 않았다. 다만 천유가 자신들의 일에 방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일이 끝날 때까지 제압해 두려는 것이다. 이영(二影)은 잠자고 있는 천유를 바라보며 잠시 고민하다가 품속에서 미혼약(迷魂藥)을 꺼냈다. 천인살막의 살수로써 미혼약을 사용한다는 것이 명예롭지 못하지만 천유를 죽일 필요가 없으니 미혼약으로 제압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이영은 품속에서 구멍 뚫린 대롱을 꺼내 창문 틈으로 밀어 넣고 약을 꺼내 대롱에 집에 넣은 다음 방안으로 미혼약을 불어 넣었다. 미혼약은 정신을 몽롱하게 만들고 내공의 순환을 막아 내력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천유는 코끝을 자극하는 이상한 냄새에 눈을 뜨고 방안을 둘려보니 방안에 뿌연 가루가 날아다니는 것이 보인다. 천유는 반사적으로 벽에 세워두었던 활을 잡고 창문을 향해 활시위를 당긴다.
“띠이잉~”
화살도 없는 활이 부르르 떨리니 창문을 향해 강력한 강기(剛氣)가 날아간다. 대롱으로 미혼약을 불어넣고 있던 이영은 강력한 기(氣)의 덩어리가 화살처럼 자신에게 날아오자 공중으로 몸을 날렸다. 신기한 일이다. 활의 고수는 검강(劍剛)처럼 활로 강기(剛氣)를 날릴 수 있다는 말은 들었다. 천유가 활로 강기(剛氣)를 날릴 수 있을 정도의 초절정 고수란 말인가? 더구나 미혼약에 중독(中毒)된 상태가 아니가?
천유는 강기(剛氣)을 날리고 자리에서 일어나려다가 다시 침상에 주저앉는다. 머리가 어지럽고 눈앞이 흐려진다. 천유는 머리를 흔들고 힘들게 자리에서 일어나 네 개의 화살을 활에 걸고 활시위를 당긴다.
“저기 있는 놈은 누구냐? 썩~ 나오지 못해.”
이영은 다시 벽에 붙여 안을 살펴보니 천유가 활로 창문을 겨냥하고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런데 천유의 자세는 무척이나 불안하게 보인다. 미혼약이 효과가 있었던 모양이다. 이영은 위험을 무릅쓰고 천유를 죽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고 품속에서 나머지 미혼약을 모두 꺼낸 다음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안으로 뛰어들었다.
천유는 검은 인영(人影)이 창문을 통해 날아오자 4자루 화살을 한번에 날렸다. 화살은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이영의 목과 가슴 등의 사혈을 향해 날아온다. 이영은 공중에서 회전하여 화살을 피하는 것과 동시에 손에 들고 있던 미혼약을 공중에 뿌렸다. 자신은 숨을 멈추고 있으니 미혼약에 중독될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영이 모르는 것이 있다. 천유의 화살은 바위도 뚫어버리는 위력과 날아가는 참새도 피할 수없는 정확도를 가지고 있다. 그것도 몇 발자국도 떨어지지 않는 거리라면 피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해야 한다.
“윽~”
이영은 한손으로 옆구리를 움켜잡고 다른 손으로 입을 막은 상태에서 바닥에 착지했는데 그의 어깨와 옆구리에는 두 자루 화살이 깊숙이 박혀 있었다. 두 자루 화살은 피했지만 나머지 두 자루 화살은 피할 수 없었던 모양이다.
이영이 가루를 뿌리는 것을 보자 숨을 멈추고 빠르게 뒤로 물러나 벽을 기다고 이영을 노려본다. 상대는 검은 옷을 입고 얼굴도 천으로 가리고 있었고 어깨와 옆구리에 화살이 박혀 있었다. 아마 자신이 날린 화살일 것이다. 천유는 자꾸만 희미해지는 정신의 끈을 놓지 않고 기(氣)를 끌어내 활시위를 당긴다.
이영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천유를 바라보고 있다. 어떻게 이럴 수 있단 말인가? 상대는 분명 미혼약에 중독되었다. 미혼약에 중독되며 쓰려지거나 최소한 온몸의 힘이 빠져 물에 젖은 솜처럼 변해야 정상이다. 그런데 상대는 미혼약에 중독된 상태에서도 쓰려지기는커녕 자신을 공격하고 있다. 상대는 미혼약에 중독된 상태에서도 내공을 쓸 수 있단 말인가? 이영은 천유에 대해 모르는 것이 있다. 천유는 국선도를 익히고 있기 때문에 단전에 내공을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온몸에 퍼져 있는 차크라에 기(氣)를 저장한다. 또한 기(氣)란 내공과 달리 마음이 일면 일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미혼약에 중독되었다고 기(氣)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천유는 상대가 말없이 자신을 노려보고 있자 이를 악물고 온몸에 남아있는 기(氣)를 끌어올려 활에 집중했다. 실내에는 지금도 미혼약이 떠다니고 있기 때문에 입을 열거나 숨을 쉬며 약에 중독될 것이다. 상대도 그걸 알고 입을 틀어막고 자신을 노려보고 있다. 이대로 시간이 흐르면 이미 약에 중독된 자신이 불리하다. 마지막 한수로 상대를 제압하고 이곳을 빠져나가야 한다. 천유의 활시위가 백색으로 은은하게 빛나기 시작한다.
이영은 천유의 비어있는 활이 은은하게 빛나는 것을 보고 뒷걸음치기 시작했다. 상대는 자신의 예상을 뛰어넘는 엄청난 고수로 지금 또다시 강기(剛氣)로 자신을 공격하려 한다. 처음에는 운이 좋아 피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부상까지 당했기 때문에 피하는 것이 불가능할 것이다. 그렇다면 무조건 도망쳐야 한다. 이영은 품속에서 단검(短劍)을 꺼내 천유의 심장을 향해 던지고 창문으로 몸을 날린다.
“띠이이잉~”
“수우우우우웅~”
“크아아악”
천유가 자신에게 날아오는 단검(短劍)을 보고 활을 놓자 활에서 하얀 기(氣)의 덩어리가 날아가며 날아오는 단검(短劍)을 가루로 만들며 창문을 뚫고 도망간 이영의 한쪽 허벅지를 뚫어버린다. 하지만 이영은 고통을 참고 그대로 사라졌고 천유는 숨을 몰아쉬다가 그대로 바닥에 쓰려져 버린다. 무리하게 기(氣)를 사용했기 때문에 더 이상 버틸 힘이 남아있지 않았던 것이다
천인살막의 삼영(三影)은 사우가 있는 방의 창문을 통해 안을 들어다보니 일영의 말대로 광도묵랑은 침상에 가부좌를 트고 앉아 눈을 감고 있었다. 얼핏 보아도 내공수련 중이란 것을 알 수 있었다. 상대가 내공수련 중이라면 내공을 순환하며 무념무상(無念無想)의 상태에 빠져 있을 것이니 외부의 작은 충격에도 내공이 엉켜버리거나 공격에 무방비 상태일 것이니 광도묵랑을 죽이기에는 더없이 좋은 기회가 아닐 수 없다. 삼영은 검(劍)을 잡고 안으로 날아올랐다. 단 한수로 사우의 숨통을 끊어버려야 한다. 그것이 살수(殺手)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사우는 삼영(三影)이 생각하는 것처럼 내공수련을 하는 것이 아니라 국선도의 진의(眞意)의 깨달기 위해 명상(瞑想)을 하고 있었다. 내공수련과 명상에는 많은 차이가 있다. 내공수련이란 구결에 따라 내공을 전신경락에 회전시켜 내공을 증진키거나 새로운 심의(深意)의 얻기 위한 과정이자만 명상이란 하나의 명제나 진리(眞理)에 대한 깨달음을 얻기 위해 생각에 잠기는 것이다. 명상에 잠겨 있는 사우는 정신이 맑고 깨끗한 상태라 주변의 작은 변화도 놓치지 않고 있는데 누군가 창문 밖에서 차가운 살기(殺氣)를 뿌리다가 곧바로 자신을 공격하려 한다. 사우는 가부좌 상태에서 공중으로 떠올라 옆에 세워두었던 도(刀)을 잡았다.
“마령월광도법........도파(刀波)~”
삼영이 전광섬라검법으로 펼친 검영(劍影)이 사우의 자궁혈(목)을 향해 날아오다가 사우의 도(刀)에서 일어난 파도 같은 도영(刀影)에 의해 흔적도 없이 흩어지고 차가운 도(刀)는 삼영의 전신을 향해 날아간다. 삼영은 파도처럼 밀려오는 도영(刀影)들을 보고 깜짝 놀라 공중에서 제비처럼 회전하여 도(刀)를 피했다.
“콰아아앙~”
사우의 도(刀)에서 출발한 도영(刀影)이 한쪽 벽을 무너트리며 무수한 파편들이 날아올라 사우와 삼영의 주위에 떨어진다.
“누군데 살수를 펼치는 거냐........무림군에서 보낸 살수(殺手)냐?”
사우는 상대가 무림군에서 보낸 살수라고 생각했다. 무림군이 아니면 자신에게 살수를 보낼 사람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삼영은 회심의 일초가 빗나가자 마음이 급해졌다. 살수에게 두 번이란 없다. 한번에 끝내야 하며 실패란 죽음 아니며 도망의 길이 있을 뿐이다. 하지만 이대로 물려날 수는 없다. 자신이 혼자 하는 살수행이라면 후일을 도모할 수 있지만 지금은 막주까지 나선 상태로 실패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삼영은 사우의 질문에 대답대신 검영(劍影)을 뿌리며 사우에게 달려들었다. 사우는 자신에게 날아오는 검영(劍影)들을 보고 차갑게 웃으며 도(刀)를 빙글빙글 회전키니 도(刀)의 회전에 따라 주위공기가 회오리치며 삼영의 검영(劍影)들를 날려버리고 심영의 심장을 향해 날아간다. 삼영은 자신의 검(劍)이 힘없이 튕겨져 나오자 공중으로 도약하며 사우의 백회혈(머리)을 향해 검(劍)을 내리찍는다. 하지만 사우의 회전하던 도(刀)는 삼영의 움직임을 따라가며 삼영의 가슴으로 파고드니 삼영의 검(劍)이 사우의 머리에 떨어지기도 전에 삼영의 몸이 용수철처럼 튕겨져 벽을 향해 날아간다.
“꽈아아앙~”
“끄윽~”
벽과 충돌한 삼영은 한모금의 피를 토하며 힘들게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그의 상의는 걸레처럼 변하고 가슴에서 붉은 피가 흘려내고 있다.
“묻는 말에 사실대로 대답하면 죽이지는 않겠다. 너는 누구지.”
사우가 도(刀)를 거두고 삼영에게 다가가면 질문하자 삼영은 잠깐 비틀거리더니 부셔진 벽을 향해 몸을 날린다. 선택이란 빠를수록 좋은 것이다. 정면대결로 광도묵랑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면 도망쳐야 한다.
“흥~ 어딜 도망가?”
사우의 도(刀)를 일직선으로 내리긋자 하얀 도영(刀影)이 삼영의 등을 향해 날아간다. 삼영은 등을 향해 날아오는 살기(殺氣)를 느끼고 공중에서 기묘한 신법으로 몸을 비틀며 그대로 사라졌다. 하지만 사우의 도영(刀影)을 완전히 피하지 못하고 어깨에서 붉은 피를 뿌리며 도망가는 모습이 보인다.
“이런........도망치는 재주만큼은 뛰어난 놈이네. 그렇다고 내손을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아.”
사우는 곧바로 삼영의 뒤를 추적하려다가 천유가 생각났다. 살수(殺手)가 자신만 죽이려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천유나 다른 사람도 위험하다는 말이다. 사우는 곧바로 천유의 방으로 달려갔다. 도치나 악무룡도 걱정되지만 아무래도 자신의 연인이 천유의 안위가 더욱 걱정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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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치는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붉은 검(劍)을 보고 무의식적으로 허리에 차고 있던 도끼(斧)를 꺼내 검(劍)을 향해 날리니 두 자루 도끼는 표창처럼 무섭게 회전하며 냉하상의 검(劍)과 가슴을 향해 날아간다. 냉하상은 도치의 도끼를 보고도 검(劍)을 거두지 않고 내력을 더욱 끌어올려 검(劍)에 밀어 넣으니 붉은 검(劍)이 번개처럼 도치의 백회혈을 향해 날아간다.
“같이 죽자는 건가?........그것도 나쁘지 않겠지.”
도치는 번개처럼 떨어지는 검(劍)을 보고도 그대로 검(劍)을 향해 날아오르며 주먹(拳)으로 냉하상의 단중(가슴), 수월(가슴)을 공격하는데..........도치의 권법은 무림인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오행권이었다. 하지만 같은 권법이라도 누가 사용하느냐에 따라 위력이 달라지는 법이다. 냉하상은 단순무식한 도치의 공격에 당황했다. 상대는 수비는 전혀 생각지 않고 오직 공격일변도로 나온다. 더구나 등 뒤에서 뼈를 애는 듯한 예기(銳氣)가 느껴지는 것으로 보아 힘들게 피한 도끼가 다시 등으로 날아오고 있을 것이다.
사실 도치는 자신의 몸을 돌볼 틈이 없었다. 악무룡의 부상이 심한데 자신이 피하면 모든 공격이 악무룡에게 집중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냉하상은 도치를 공격하던 검(劍)을 거두고 한발로 자신의 다른 발등을 찍어 몸을 비틀며 도치의 공격을 피한다. 계속 도치를 공격한다면 도치의 심장을 뚫어버릴 수 있겠지만 자신도 무사하지는 못할 것이다. 도치는 빙글빙글 회전하는 도끼를 잡자마자 냉하상에게 달려들며 도끼를 열십자로 베어가니 도끼가 냉하상의 전신을 향해 날아간다.
냉하상은 땅에 착지하며 일점홍으로 도치의 도끼를 상대하니 허공에 불꽃이 피어나며 조금씩 뒤로 밀리고 있다. 초식이나 내공에서는 도치에게 뒤질 것이 없지만 기세(氣勢)와 힘에서 밀리는 것이다. 도치는 냉하상이 자신의 도끼를 너무나 간단하게 방어하자 두 발자국 물려난 다음 한 자루 도끼를 냉하상의 머리를 향해 던지고 나머지 한 자루 도끼를 고쳐 잡고 냉하사에게 돌격했다. 냉하상은 도치가 성난 멧돼지처럼 돌격하자 일점홍은 왼손으로 고쳐 잡고 등에 있던 도(刀)를 뽑는 것과 동시에 일자로 내려친다.
“광풍천인도 천살섬(天殺閃)”
냉하상을 향해 날아가던 도끼는 냉하상의 도영(刀影)에 튕겨지며 무섭게 돌격하는 도치의 가슴을 향해 날아간다. 도치는 번개처럼 다가오는 도영(刀影)을 보고도 피할 생각도 없이 도영(刀影)을 향해 도끼를 내려친다.
“콰아아아앙~”
“음~”
“쾅~ 쾅~ 쾅~”
장내가 떠나갈 뜻한 폭음과 함께 짧은 신음소리..........그리고 둔탁한 발걸음 소리와 함께 냉하상이 뒷걸음치고 도치는 밀려나는 냉하상의 머리를 향해 도끼를 내려치는 장면이 보인다. 냉하상은 입술을 깨물었다. 분명히 도치의 어깨를 베었다. 본래는 심장을 공격했지만 혈부광랑의 도끼에 밀려 어깨를 베는데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기세(氣勢)에 밀리는 사람은 상처를 입은 혈부광랑이 아니라 바로 자신이었다.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상대는 고통도 느끼지 못하는 괴물이란 말인가? 냉하상의 등이 벽에 붙는다. 이제 물려날 공간도 없다. 냉하상은 내공을 끝까지 끌어올렸다.
“혈풍만리(血風萬里)~”
냉하상의 도(刀)가 한바퀴 회전하며 수많은 도영(刀影)들이 피어나 도치를 향해 날아간다. 도치는 폭풍처럼 몰아치는 도영(刀影)들을 보고도 물러서지 않고 도영(刀影)들 향해 돌격한다.
“혈파~”
도치의 도끼가 붉게 변하더니 수많은 도끼의 그림자가 도영(刀影)들을 향해 날아간다.
“콰아아아앙~”
도(刀)와 부(斧)가 충돌하자 장내에 있던 의자나 탁자들이 나무젓가락처럼 부셔지며 사방으로 튀겨나가고 냉하상이 기대고 있던 벽도 종이처럼 찢겨나간다.
악무룡은 도치와 냉하상의 대결을 초조하게 지켜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엄청난 기(氣)의 광풍(光風)몰아치자 몸을 가누지 못하고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부상만 아니라면 이렇게 힘없이 날아가지는 않았을 거지만 배에서 계속해서 피가 솟아지고 어깨와 팔에 바람구멍이 뚫려 몸도 가누지 못할 지경이라 힘없이 쓸려간 것이다.
냉하상은 마지막 공격과 함께 도치의 반격을 피하기 위해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그런데 한쪽에 있던 화무폭랑도 광풍에 밀려 떠오르고 있었다. 냉하상의 일점홍이 뱀의 혓바닥처럼 꿈틀거리며 힘없이 날아오른 악무룡의 심장을 향해 날아간다. 도치는 냉하상이 갑자기 사라지자 공중으로 눈을 돌리니 냉하상의 검(劒)이 악무룡의 심장을 찌르려하고 있다.
“안돼~”
도치는 손에 들고 있던 도끼를 냉하상을 향해 던지고 악무룡에게 날아갔다. 악무룡은 자신의 심장을 향해 날아오는 검(劍)과 도치를 발견했다. 무식한 도치는 자신을 돌보지 않고 자기를 보호하기 위해 몸을 날렸다. 이대로 두면 도치도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악무룡은 품속에서 소이탄을 꺼냈다. 벽력탄을 쓰면 객점전체가 날아갈이 뻔하니 소이탄을 꺼낸 것이다.
“도치..........비켜.”
악무룡은 도치에게 장(掌)을 날려 밀쳐내고 냉하상을 향해 소이탄을 던졌다.
“펑~”
“으아악~”
냉하상의 검(劍)이 악무룡의 가슴을 뚫어버리고 나비처럼 날아 혈부광랑에게 날아갔다. 비록 소이탄에 부상을 당했지만 지금이라면 화무폭랑과 혈부광랑을 베어버릴 수 있을 것이다.
“멈춰라.”
“휘이이링~”
냉하상의 목을 향해 강맹한 기운(氣運)을 머금은 부체가 날아온다. 일영을 물리치고 도치의 방으로 달려온 마수가 냉하상을 공격한 것이다. 냉하상은 부채를 쳐내고 창문으로 날아간다. 귀선선랑까지 나타난 이상 화무폭랑과 혈부광랑을 죽이기는 틀렸다. 이런 경우 후일을 도모하고 후퇴해야 한다. 마수는 냉하상을 쫒지 공주에서 떨어지는 악무룡을 받아 바닥에 내려놓았다.
“무룡아.........무룡아.”
악무룡의 장(掌)에 밀려난 도치가 악무룡에게 달려왔다. 악무룡은 숨을 몰아쉬며 도치를 살펴보다가 힘들게 미소 짓는다.
“무사하구나. 다행이다.”
악무룡은 도치가 무사한 것을 확인하더니 스스로 눈을 감는다.
“무룡아..........무룡아. 정신차례.”
도치가 울부짖으며 악무룡을 흔들어보지만 악무룡은 깨어날 기미가 없다. 마수는 계속해서 악무룡을 흔들고 있는 도치를 밀치고 악무룡의 가슴에 귀를 대어보니 악무룡의 심장이 미악하게나마 뛰고 있다.
“도치님 진정하세요. 무룡님은 무사하세요.”
“저..........정말이냐?”
도치가 멍한 눈길로 마수를 바라보자 마수는 제빨리 악무룡의 상의를 벗겨보니 어깨, 팔, 배 그리고 가슴에서 피가 솟구치고 있다. 마수는 일단 악무룡의 혈도를 제압하여 피를 멈추게 하고 가장 위험한 가슴의 상처를 살펴보니 심장 바로 위에 구멍이 뚫려 있었다. 상처가 조금만 밑에 있었다면 악무룡의 심장을 관통했을 것이다.
“보세요...........심장은 비켜갔어요.”
“그래?........그럼 안 죽는 거지........죽지 않는 거지.”
“잠마동에서도 살아남은 우리들 입니다. 이만한 상처에 안 죽어요.”
“그래!........당연하지 악무룡이 어떤 놈인데.........마수야.........무룡을 부탁한다.”
도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도끼를 챙겨 밖으로 뛰어나간다.
“도치님.........어딜 가시는 겁니까?”
“이놈들을 용서할 수 없어..........지옥 끝까지 쫓아가서라도 죽어버리고 만다.”
도치의 마지막말은 창문 넘어 멀리서 들리고 있었다. 마수는 악무룡 때문에 도치를 잡지도 못하고 쓰게 웃다가 악무룡을 안고 밖으로 달려갔다. 악무룡의 상처가 심히 빨리 의원에게 데려가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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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가 천유의 방문을 열어보니 실내에는 뿌연 가루가 떠다니고 천유는 한쪽 벽에 쓰려져 있다.
“천유...........천유소저.”
사우는 급하게 안으로 뛰어 들어가다가 숨을 멈춘다. 실내에 떠다니는 가루를 마시자 속이 답답하고 머리가 어지러웠기 때문이다. 사우는 바닥에 쓰려진 천유의 가슴을 귀를 대어보고 천유를 안고 방을 뛰쳐나왔다. 아무래도 독(毒)에 중독된 모양이니 의원을 찾으려 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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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당한 삼영과 냉하상이 지붕으로 올라오자 사영과 오영은 부상이 심한 일영과 삼영을 부축했다. 그런데 냉하상을 따라 덩치가 산만한 혈부광랑이 지붕으로 날아오는 모습이 보인다. 냉하상은 부상당한 삼영을 보고 한숨을 쉬었다. 자신과 마찬가지로 삼영도 실패한 모양이다. 일이 이렇게 된 이상 후퇴하여야 한다. 더구나 혈부광랑이 성난 멧돼지처럼 쫓아오지 않는가?
“모두 후퇴한다..........가자.”
냉하상이 지붕을 박차고 날아오르자 나머지 오영도 냉하상의 뒤를 따른다. 도치는 이를 갈며 냉하상 일행의 뒤를 추적한다. 악무룡이 자기 때문에 엄청난 부상을 당했다. 잘못하면 죽을지도 모른다. 도치의 가슴에는 끓어오르는 분노만이 가득했다. 자신과 악무룡을 죽이려 했던 살수(殺手)들에 대한 분노가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화가 난 것이다. 자신만 아니었다면.........자신이 조금만 더 빨리 정신을 차렸다면 악무룡이 저렇게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게 참을 수 없는 것이다.
자기 때문에 악무룡이 죽을지도 모른다는 분노.........
자신이 악무룡을 구해주지 못했다는 것에 대한 분노...........
자신들을 죽어려 했던 살수들에 대한 분노가 겹쳐지며 도치는 분노의 화신이 되었다. 절대 악무룡을 저렇게 만든 놈들을 용서할 수 없다는 생각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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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와 마수가 객점 앞에서 마주쳤다. 두 사람은 서로 안고 있는 천유와 악무룡을 보고 어떻게 된 일이지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마수와 사우는 눈빛을 교환하고 바로 의원에게 달려갔다. 림산은 현재 전쟁터와 다름없었기 때문에 모든 점포들이 문을 닫고 있었다. 하지만 마수는 다행이 림산에 오래 머물려 의원의 집을 알고 있었고 의원집 문을 박살내고 안으로 들어가 잠자고 있는 의원을 깨웠다. 의원은 마수와 사우의 험악한 표정을 보고 감히 쫓아내지 못하고 먼저 여자인 천유를 살펴보았다.
“미혼약에 당했습니다. 특별한 내상이나 외상은 없으니 시간이 지나면 깨어날 겁니다.”
“정말 입니까? 독(毒)이 아닙니까?”
사우가 다급하게 물어보아도 의원은 악무룡에게 다가갔다.
“독(毒)이 아니니 안심하세요.”
의원은 먼저 악무룡의 상처들을 살펴보다가 진맥을 한다.
“다행이 검(劍)이 심장을 비켜갔고 기경팔맥이나 경락이 끊어진 것도 아닙니다. 정말 하늘이 도왔군요.”
“무사하다는 말이죠. 그렇죠?”
“부상이 심하지만 죽을 정도는 아닙니다.”
“그.........그래요? 그런데 왜 깨어나지 못하는 거죠?”
“비록 급소들은 모두 피해갔다고 하지만 상처들이 깊고, 무리하게 기력(氣力)을 끌어올려 기(氣)가 엉켜버렸습니다. 특히 가슴과 배의 상처가 깊어요.”
“기(氣)가 엉켰다면.........경락이 막혔다는 말입니까?”
“내공에 대한 부분을 물어보시는 모양인데...........저는 무림인이 아니라 내공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 다만 피와 기(氣)의 흐름이 막힘이 없으니 내상을 입지 않았다고 판단됩니다. 다만 한번 엉켜버린 기(氣)가 가슴에 뭉쳐있기 때문에 한동안 요약을 하셔야 기(氣)의 흐름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겁니다. 자~ 설명은 이것으로 끝나고 우선은 외상부터 치료해야겠군요.”
의원은 악무룡의 상처를 깨끗하게 소독하더니 실과 바늘로 상처를 꿰매고 약을 발라준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약을 지어 들릴게요.”
의원은 안으로 들어가더니 잠시 후에 약봉지를 사우와 마수에게 전해주었다.
“여자 분의 약은 정신을 맑게 하는 약이니 아침에 깨어나면 먹이세요. 한번만 드시면 될 겁니다. 남자 분의 약은 상처가 덧나지 않고 속을 편안하게 해주는 약이니 상처가 치료될 때까지 꾸준히 먹이셔야 합니다. 이제 제가 할일은 끝난 것 같군요.”
“치료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의원의 도리를 다했을 뿐입니다. 그만 돌아가시죠.”
마수는 의원에게 돈을 지불하고 성안객점으로 돌아왔다. 악무룡이나 천유가 무사하다니 다행이지만 살수들을 쫓아간 도치가 걱정된다. 도치는 무슨 생각으로 살수들을 쫓아간 것일까?
<<계속>>
ps : 작품감상실(붉은미르방)에 제가 게시판보다 카페에 먼저 천상의 향기를 올린다는 글을 남겼습니다. 글을 읽은 분들 중에 "낭만을 꿈꾸는 사람들(http://cafe.sora.net/romantic/)"에 가입하시는 분들이 있더군요. 낭.꿈.사는 정회원 위주로 운영되는 카페로 준회원은 글을 읽지 못합니다. 정회원이 되는 길은......가입인사란게시판의 공지사항을 읽어보시고 가입양식에 맞추어 인사를 하시면 1하루 후에 등업이 됩니다. 그런데......가입인사도 하지 않고 저에게 등업해 달라고 쪽지를 주시는 분이 있질 않나?...........카페를 못 찾는다고 낚시질이라고 하시는 분이 없나?............명색이 게시판에 글까지 올리며 놈이.......낚시질을 하겠습니까? 거짓말을 하겠습니까? 쩝~~ 그리고 저번에도 분명히 말씀드렸지만......카페에 먼저 올라갈 뿐이지......기다리면 모두 게시판에 올라와요. 굳이 카페에 가입하지 않아도 글을 읽는데는 하등 지장이 없다는 겁니다. 그럼 이만.......행복한 하루 되세요.
- 붉은미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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