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SF

제갈천 - 92부

본문

92부----------------------------------


신도문은 내가 지원해주는 인원과 자금으로 착실히 세력을 확장하고 있었다.


무림맹에서 계속 눈치를 주지만 오히려 그들의 위신을 깎아 내리고 있어 신도문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는 형국이었다.


적어도 현재 정파라함은 무림맹이 아니라 신도문으로 통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무림맹으로서는 당황스러운 일이지.


자신들이 존재하는 이유 자체가 흔들리고 있으니까.


더구나 소림은 자신들이 공격당한 것에 여러 가지 조사를 한바가 있고 녹림에서 슬쩍 흘려준 정보로 무림맹을 의심하던 차에 신도문의 위상이 높아지자 그들의 정당성을 지원하고 나섰다.


물론 내가 뒤에서 압력을 넣은 것은 사실이지만 천년 역사를 자랑하는 소림이 내가 협박한다고 꺾이진 않을 것이다.


아무튼 소림이 가세를 하자 나머지 구파일방 역시 서로의 뜻을 달리하며 이곳저곳으로 분산되고 있었다.


아직 전체적인 세력이야 무림맹의 규모가 크지만 알짜배기 세력은 이미 신도문을 지지하고 있었다.


진여여는 그야말로 최초의 무림여제가 될 형상에 있었다.




“지금 이렇게 저희를 도와 정도 무림을 지켜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전에 우리는 현재 무림맹의 진정한 정체를 알아야 합니다. 녹림에서 알려온 정보에 의하면 그들은 금천단이란 조직을 은폐하기 위해 무림맹으로 스며들었다고 합니다.”


“녹림의 정보가 믿을 수 있겠습니까? 그들은 마도의 인물들인데...”


“물론 믿기 힘드시겠죠. 하지만 저희가 직접 확인한 사실입니다.”


“신도문에서 확인하셨다구요?”


“네. 이렇게 증거도 확보하고 있지요.”


진여여는 내가 보내준 시신을 좌중의 인물들에게 보여주었다.


그것은 소림에서 따로 한구를 빼돌린 것으로 혈강인을 만들 때 사용되었던 시신이었다.


그 시신을 보자 소림의 방장은 안색이 확 변해버렸다.


“저것은... 저것이 정말 존재한단 말인가?”


사실 소림은 그저 자리만 비켜 주었을 뿐 자신들의 거처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알지도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보는 시신은 분명 혈강인을 만드는 방법에 의해 죽은 시신이다.


그리고 그것은 금천단이란 이름을 바로 떠올리기게 만드는 증거였다.


“아미타불. 소승이 알기로는 진문주의 말은 모두 사실인듯 합니다.”


나직한 불호와 함께 토해낸 말에 사람들은 모두 혼란에 빠진듯 했다.


“일단 이 일에 대해서는 저희 소림만큼 자세히 아는 사람이 없을 테니 제가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금천단.


악씨세가라 할 수 있는 세력이었다.


그들은 천사교에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세력이었고 정파의 무리들이 천사교를 목적으로 뭉쳤다면 충분히 천사교를 없앨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천사교의 암중 모략으로 뭉치지 못했고 결국 천사교에 의해 멸망된 세력이다.


그들이 망하기 직전 소림에 다음 대의 가주를 맡겨 두었고 천사교와의 결전에서 지게 된다면 한동안 보살핌을 받을 수 있도록 부탁을 했다.


결국 금천단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고 소가주는 소림의 보살핌으로 유년기를 소림에서 보내게 된다.


그의 비범함에 소림의 무승들이 그에게 많은 절기를 알려주었고 그는 그런 그들의 노력과 조상의 보살핌으로 어린 나이에 초월의 경지로 접어들게 되었다.


그에게 가문의 비사가 전해지지 않으면 그가 중으로 생을 마감할지도 몰랐지만 역시 하늘의 섭리는 그에게 시련을 안겨주게 되었다.


그의 종복이랄 수 있는 자가 찾아와 선대의 원한을 갚아야 한다고 말하자 그는 흔들렸다.


정종무공의 영향으로 살심이 없어진 그로선 복수심이란게 생길리 만무했다.


그런 그를 설득하기 위해 그 종복은 그가 보는 앞에서 자살을 해 버렸고 그가 뿌린 혈향에 의해 그의 본성이 깨어나 버렸다.


그는 아무렇지 않은듯 생활을 하며 장경각에서 한권을 책을 훔쳐서 달아났다.


그 책이 바로 혈강인을 제작하는 책이며 그것을 하는 자는 소림사 내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였다.




“지금 그런 시신이 발견되었다는 것은 금천단이 다시 돌아왔다고 봐야겠지요. 하지만 무림맹의 맹주가 꼭 금천단주라는 보장은 없지 않습니까?”


“저도 그것까지는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무림맹 안에 금천단이 있다는 것은 여러분들도 믿으셔야 해요. 그리고 그것을 세상에 알려야만 무림맹과 금천단을 따로 떼어 놓을 수 있게 됩니다. 지금부터 그 일을 해야해요.”


진여여가 이런 저런 세부 사항을 말하며 각 장문인에게 도움을 청했다.


아직 자신이 어떤 직위를 가진 것은 아니지만 은연중에 사람을 잡아 끄는 매력이 있어 사람들도 그녀의 지시에 크게 불만이 없었다.


게다가 명령이 아니 부탁이 아닌가?


서로 동등한 입장이라면 장문인들로서도 명분이 있으니 거절할 수도 없다.


진여여가 그렇게 정파의 명숙들을 잡아끌고 있을 때 무림맹에서도 큰 결단이 벌어졌다.




금천단주 악세호.


그는 지금 중대한 결정을 내리려고 고심하고 있었다.


이대로 무림맹의 껍질을 가지고 갈 것인가?


아니면 자신의 정체를 밝히고 조직을 새로 정비할 것인가?


전자의 경우라면 소모전을 펼칠 경우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지만 전면전으로 가게 되면 아무래도 손발이 맞지 않아 자신에게 독이 될 수도 있다.


정파라는 것이 명분을 많이 따지기 때문에 뭔가 하나를 지시하려고 해도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니 시간이 더딜 수 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전시엔 정확한 작전하달은 불가능 하다고 봐야한다.


단체로 싸워도 고수의 우열로 승부가 판가름 나는 것이다.


군대와 다르게 무림의 싸움이 어설프게 보이는 이유가 이것이다.


“지금 우리가 어찌하는 것이 좋다고 보느냐.”


“암중으로 신도문주를 제거할 수 있다면 무림맹의 껍질을 쓰고 있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따로 세력을 구축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소리냐?”


“그렇습니다. 지금 무림맹의 명성은 빛 좋은 개살구일 뿐입니다.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지요. 다만 우리의 이목을 가리는데만 쓰일뿐 지금처럼 의심을 받고 있는 입장이라면 차라리 먼저 봉기를 해서 확실히 자리를 잡는 것이 좋다고 여겨집니다.”


일단 수하들의 생각은 따로 세력을 세우자는 쪽이다.


그도 무림맹이 아깝기는 하지만 계속 끌고 가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을 안다.


신도문 쪽에서 자신들의 정체를 밝힘과 동시에 안팎에서 적을 맞아 싸워야 하니까.


“그럼 신도문주의 암살을 시도한다. 실패하면 거점으로 옮겨 봉기하도록 한다.”


그의 지시가 떨어지고 수하들이 숨가쁘게 움직였다.


적어도 신도문의 문주라면 일급이 아닌 초특급 살수를 수배해서 보내야 한다.


그런 살수 조직은 무림에 단 한곳 밖에 없다.


살영대.




살영대주는 내게 급전을 날려왔다.


신도문주를 암살하라는 의뢰가 들어왔다는 것이다.


뭐 내 여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으니 자신으로선 당연히 내게 보고를 해야겠지.


“살행을 실행해라.”


내가 답을 적어서 보냈지만 받을 놈의 얼굴을 생각하니 웃음이 나왔다.


자신의 부인이나 다름없는 여인을 살해하라니.


주군의 성격이 원래 이렇게 잔인했던가?


그 사이 그 여인에게서 실증을 느꼈던가?


그래도 죽이라는 명령을 하지는 않을 것인데...


아마도 추살은 내 명령대로 그녀를 살해할 것이다.


다만 그 임무가 완수 될지가 미지수지만.




난 천마교에서 벌어지고 있는 무림대회에서 열심히 땀을 흘리고(?) 있었다.


일일이 상대하기가 귀찮기는 했지만 마의 인물들은 힘을 숭상하기 때문에 나의 강인함을 각인 시켜야 하므로 수고를 마다할 수 없다.


존 자가 들어가는 놈이 왜 그리 많으며 왕 자가 들어가는 놈들도 부지기수 였다.


하지만 사람이 수련한 경지와 내가 수련한 경지는 엄연히 차이가 있다.


그것도 말도 안되는 차이가.


아직 자신이 인간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자들과의 싸움은 애들 손의 사탕 뺏어 먹기와 다를 바가 없다.


그래도 난 온갖 효과를 동원하면서 그들을 물리쳐야 한다.


고수들이야 나의 움직임을 알겠지만 하수들은 그런 은밀함 보다는 뭔가가 터지고 번쩍거리고 해야 강한걸로 착각하니까.


마침 장공에 능하게 보이는 자가 도전해 와서 온몸에 금빛이 나도록 기를 운행한 후 정면으로 장을 부딫혔다.


그와 동시에 금빛이 상대를 덮치게 만들고 주변에 회호리를 일으켜 그와 나를 감싸게 만들었다.


뭐 이정도의 효과라면 하수들은 막강한 내력 대결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난 그 안에서 이미 상대를 제압하고 대화를 나누었다.


“영감. 내 실력은 알았을 테니 이쯤하지.”


“네 이놈... 네 놈이...”


“우린 어짜피 힘으로 고하를 나누는 존재들 아닌가?”


얼굴이 울그락붉그락하지만 실력으론 날 상대할 수는 없다.


“졌다.”


“그럼 마지막 수고는 좀 하시오.”


주변의 기를 흩트리며 그를 살짝 밀어 뒤로 날아가게 만들었다.


물론 약간의 내상을 입은 것처럼 입에서 피가 나도록 주먹으로 입안을 터뜨리는 세심함도 선 보였다.


나의 이런 주도면밀함에 그의 고개가 끄덕여 졌다.


이왕이면 확실한 놈에게 진 것이 자신에게도 부끄러울게 없겠지.


마도의 모든 인물을 그렇게 섭렵하며 나의 입지를 굳혔다.




저녁 무렵 더 이상의 도전자는 없었고 금성우는 우승자로 날 지목했다.


“오늘의 무림대회는 제갈천대협이 승리자입니다. 이에 이의가 없다면 이제 그를 우리 마도의 지존으로 경배합시다. 제갈천 만세. 만세.”


그의 만세 선창에 모든 천마교도들이 합세했고 그럼 열광에 그곳에 모인 모든 사람들이 나를 숭상했다.


묘한 기분이 들었지만 받들어진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천마교주로 또 마도 무림의 지존으로 등극한 그날 한마디가 빠질 수 없지.


“모두 조용하시오.”


약간의 사자후가 담긴 목소리로 좌중을 조용시켰다.


“난 우리 마도가 정파에 눌리는 것이 싫소. 그렇다고 이대로 정파를 물리치겠다고 하는 것도 아닙니다. 우리 마도의 정신을 살리는 것에 난 주안점을 둘 생각입니다. 예부터 우리 마도는 힘을 숭상해 왔습니다. 비록 그것이 변질되어 힘을 얻기 위해 추잡한 방법도 마다하지 않았지만 지금부터는 그것을 바꾸어야 할 것입니다. 편하게 얻을 수 있는 힘은 언제든지 다시 뺏길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죠. 지금부터 제가 앞에서서 여러분의 힘을 키우겠습니다. 그 뒤에 정파와 한바탕 하게 된다면 반드시 승리하지 않겠습니까?”


마지막 말은 하면 안되지만 이들의 사기를 높이면서 자제를 시키려면 뭔가 대가가 있어야 하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거의 백만에 이르는 모든 마도인을 교육시키려면 녹림만으로는 부족할 것이고 천마교도 이용해야 겠지?


그리고 각 파의 수장들은 따로 집중 교육을 해야할 것이고.


무공의 극에 달하게 되면 마도의 무공이나 정파의 무공이나 같아진다.


맑은 정신을 유지하게 되므로 얼뚱한 살육은 생각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내가 생각하는 대로 이들의 수련이 경지에 오른다면 굳이 서로를 침탈하는 싸움은 없을 것이고 각자의 이상에 맞는 수련에만 집중하게 될 것이다.


그것이 진정한 무림이 아닐까?


서로를 죽이기 위해 수련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성취를 위해 수련을 하는것.


최초의 무림은 아마 이런 뜻을 가지고 시작했으리라...




천마교에서의 일을 마치고 신도문으로 향했다.


마도의 지존이 무림맹주도 아니고 신도문의 문주를 만난다는 것 자체가 강호의 얘깃거리로 떠올랐다.


마도에서도 무림맹보다는 신도문에 더욱 비중을 두고 있다는 뜻이 될테니까.


물론 소림의 방장은 나의 진면목을 알고 있으니 놀라지 않았지만 다른 장문인들은 상당히 경계를 하고 있었다.


내가 그들을 찾은 것은 표면적으론 마도와 정파의 싸움이 없었으면 한다는 평화 동맹을 위한 것이었지만 실상을 그들에게 무림맹의 실체를 알리기 위해서였다.


“소림의 장문인께서는 언제나 정정하시군요.”


“아미타불. 그간 잘 지내셨는지요.”


나와 혜공의 대화에서 너무나 친근한 느낌을 받은 사람들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사람들이 소림을 구한 것은 녹림이 아니라 무림맹으로 생각하고 있었으니 당연할지도.


“그때의 도움으로 저희 소림은 아직도 무사할 수 있었습니다. 다 시주의 덕분입니다. 아니 이젠 교주님이라 불러야 하나요?”


“하하. 아무렴 어떻습니까.”


간단한 인사가 점점 길어지고 있었다.


“일단 제가 알고 있는 사실을 알려드리겠습니다. 먼저 무림맹에서 조만간 큰 변화가 있을 겁니다. 그때까지 자리를 잘 지켜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몇일 안으로 진문주의 암살이 있을 것입니다.”


암살 이야기가 나오자 장내가 술렁였다.


“이곳으로 들어올 간큰 암살자가 있을까요?”


“있습니다.”


“혹시 살영대...”


“그렇습니다. 저도 겨우 그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큰일 아닙니까? 그들의 살행은 이미 전설로 통하고 있는데...”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막아드리겠습니다.”


“아무리 교주라 해도 암살자와의 대결은...”


“제 실력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혜공 장문인 안그렇습니까?”


혜공은 그날 나의 신위를 똑똑히 보았을 것이다.


그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도 이 자리에서 제일 고수로 여겨지는 혜공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니 다른 사람들도 쉽게 반박하지 못할 것이다.


난 그녀의 경호를 위해 그녀와 함께 지내기로 했다.


다른 사람들이 뭔 말을 하려고 했지만 진문주가 감사의 말을 전하자 수그러들었다.


아무리 그래도 여자가 남자와 같이 지낸다는게 쉽지 않을텐데 말야.


나와 진여여의 관계를 이들은 모르니 이해가 되지 않겠지.


일단 느긋하게 추살이나 기다려볼까?


일의 성질상 추살이 직접 올테니 그가 오면 다른 명령이나 내려야 겠다.






ps 어제는 올리는게 안되더군요


이제는 읽는 분들이 없어서 올리기도 부끄럽고


그냥 보아주세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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