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유불급 - 프롤로그
본문
過猶不及 - 정도를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다
창묘궁의 수위무사(首位武士) 이정주가 시장을 지나갈 때였다. 시장 한 귀퉁이에 남루한 차림의 노인 한 명이 좌판을 펴놓고 꾸벅꾸벅 졸고 있는 데, 앞에 놓인 물건들이 한 눈에 봐도 잡동사니뿐이라 거들떠 보는 사람 하나 없었다. 이정주도 그냥 지나치려 하였으나, 왠지 노인의 모습이 눈에 밟히는 것이, 조실부모한 이정주를 홀로 키우느라 고생하셨던 돌아가신 조부가 생각나는 것이었다.
이정주가 물건 하나라도 팔아줘야겠다는 생각에 좌판 앞으로 다가가니 노인이 게슴츠레하게 눈을 뜨고 그를 바라보는데 물건을 팔 생각이 있기는 한 것인지 말없이 쳐다보기만 하다가 한 마디 던진다.
“너도 참 징하게도 여복이 없는 상이로구나.”
“예?”
이제 그의 나이 스물넷. 일반 양가의 인물이었다면 이미 자식 서넛을 거느렸을 나이이다. 게다가 삼 년 전 조부가 돌아가실 적에, 손주며느리가 보고 싶다고 애타게 말씀하신 적도 있어서, 혼인할 마음이 간절하였으나, 이전에는 연줄 없는 일반무사에 불과하여 매파가 들어오지를 않았고, 3개월 전에야 수위무사로 승급하였지만, 그와 동시에 경비조장을 맞게 되어 반년은 궁 내에서 숙식을 계속해야 하니, 혼담이 오고 갈 시간이 없는 터였다. 이러저러한 터에 노인으로부터 그런 말을 듣게 되니 이정주는 화가 나기도 하고 당황스럽기도 하였다.
노인은 그 사이 잡동사니 속을 뒤적이더니 낡은 비단 주머니 하나를 찾아 이정주의 발치에 툭 던졌다.
“옜다. 은전 한 닢이다.”
이정주는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도 나지 않아, 그 조그만 주머니를 주워보니 묵직하고 흔들릴 때마다 맑은 소리가 나는 구슬주머니였다. 게다가 먼지가 껴 지저분해 보이기는 하지만 고운 자수가 새겨진 것이 싸구려는 아닌 듯 보였다.
이정주가 방울주머니를 주워 들고 만지작거리고 있으려니 노인이 호통을 친다.
“살 거야, 말 거야. 안 살 거면 얼른 도로 내놔라!”
단호한 그 모습에 이정주는 대꾸도 못하고, 이왕 팔아주기로 생각하였으니, 품에서 은전 한 닢을 꺼내 노인에게 주었다. 노인은 그것을 받아 소매 품에 넣고는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는 듯, 태연히 허리를 펴고 돌아 앉아 흘러가는 구름을 바라 본다.
탈속한 듯한 그 분위기에 이정주는 우물쭈물 거리다 말도 붙여 보지 못하고 좌판 앞을 떠났다. 잠깐 걸어다가 생각해 보니 불쾌하기도 하고, 자신의 행동도 이해가 되지 않아 다시 뒤를 돌아다 보았는데, 노인이 있던 자리는 휑하니 비어있어, 원래 아무도 없었던 것 같다.
놀랍고 귀신에 홀린 듯하여, 이정주는 한동안 제자리에 멈춰 서서 손안의 구슬주머니만 멍하니 쳐다 보고 있었다.
*요괴 용홀대: 60년에 한번씩 사람들 틈에 끼어들어 세상을 살피다가 운이 부족한 한 사람을 골라 부족한 운을 나누어준다. 하지만 용홀대가 나누어 주는 운은 지나치게 과하기 때문에 오히려 해가 되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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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LKED THEMSELVES INTO IT (번역명:그들 스스로 납득하기)라는 미국 글을 좋아합니다. 이 글은 무협이지만 그런 글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물론 능력이 부족하여, 스토리 없는 이미지 소설이 될 것 같습니다.
앞으로 이어질 이 글이 많은 분들께 재미를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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